< -- 간웅 11권 -- >
“그러게 말입니다. 들리는 말에는 인삼꾼들이 달라는 만큼 줬다고 합니다.”
상단 행수의 말은 갈수록 태산이었다.
“달라는 대로?”
“그렇습니다.”
“망할 새끼! 고려 인삼 가격은 다 올려놓는구나!”
“그렇습니다.”
“어찌 되었던 며칠 안으로 인삼이나 산삼을 구하지 못한다면 짐꾼부터 다시 시작을 할 줄 알 거라!”
“조, 조대인!”
“시끄럽다. 반드시 구해야 하는 인삼이다. 황제폐하께서 위중하단 말이다.”
조 필지는 버럭 소리를 질렀지만 속으로는 송 황제가 죽던 말든 상관이 없었다. 그는 오직 대령후가 어떤 수를 쓰더라도 고려와 황제가 되어 그 힘으로 송까지 영향력을 행사해서 자신의 상단이 더욱 번창하기를 바랄 뿐이었다.
또한 하늘이 돕는다면 대령후가 송 제국 황제가 되지 말라는 법도 없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하지만 보험도 필요한 법이지.’그랬다.
조 필지에게 송 황실에 바칠 인삼은 보험과 같은 거였다.
“어서 구하란 말이다. 어서!”
“예. 조대인! 그리고,,,,,,.”
“그리고 무엇이냐?”
“벽란화랑에 송 사신들이 도착해 있사옵니다.”
“그것이 어디 하루 이틀의 일이냐?”
“그런데,,,,,,.”
“그런데 또 뭐?”
“이번에는 좀 따지려고 온 듯 합니다.”
이미 조 필지는 송나라 사신이 왜 온지 알고 있었다. 의종이 상황제가 되고 나서 차기 황제는 분명 태자가 되지 못할 때에는 대령후가 옥좌에 올라야 하는 것이 옳은 판단인데 아우인 현 황제가 즉위한 것에 대한 우려를 표하기 위해서 온 거였다.
“어디 따질 힘이라도 있더냐?”
“그러니 이러는 것이옵니다. 고려 황실이 분개하여 상단 철수라는 특단의 조치라도 내리는 날에는,,,,,.”
“걱정 마라! 그런 일은 없을 것이다. 그래 뭘 하고 있더냐?”
“뭐 다를 것이 있겠사옵니까?”
행수하나가 인상을 찡그렸다.
“다른 것이 없다?”
“그렇습니다. 물 만난 고기요. 때를 만난 이무기가 승천을 하듯 송에서 하지 못한 주색잡기에 푹 빠져 있습니다.”
“망할 놈의 관리 놈들!”
조 필지는 어금니를 바득 갈았다. 사실 따지고 본다면 조필지도 악비군 소속이라고 할 수 있었다. 예전 그의 아비가 악비군의 군상이었고 그렇기에 송 조정의 관리를 좋게 보지는 못했다.‘그런 놈들이 조정에 있으니 여진족들에게 굽실거리는 것이다.’
“그렇습니다. 조 대인!”
“하여튼 뒤끝이 있는 것들이니 계집이든 술이든 부족함이 없이 챙겨줘라. 그리고.”
조 필지는 탁자 위에 올려 있는 인삼을 봤다.
“이 인삼은 그놈들이나 가져다 줘라.”
“예. 조대인!”
조 필지는 인상을 찡그리며 송 조정 내부에는 송을 다시 일으킬 인물이 없다는 생각이 들었고 대안을 꼭 내라면 대령후 뿐이라는 생각을 했다.‘조 씨의 세상에서 왕 씨의 세상이 되는 것도 나쁘지는 않지.’서경 유수관.이제는 아예 대령후는 서경 유수의 방을 차지하고 앉아 있었다.
이렇게 서경 유수의 방을 대령후가 차지하고 있다는 사실이 고려조정까지 알려지지 않는 이유는 서경이 개경에 있는 중앙정부와는 감정이 좋지 않다는 것이 첫 번째 이유였고 조위총이 개경의 권력자인 이의방에게 좋지 않은 감정이 있기 때문이었다.서경 유수인 조위총에게는 이의방은 그저 권력을 탐하는 무부에 지나지 않았다.
“금의 사신이 북변 사신 관에 도착을 했다고?”
조위총은 공손히 대답을 했다.
“그렇사옵니다. 대령후!”
“하하하! 이제 볼만하겠구나!”
“그렇사옵니다. 이의방이라는 자가 어떻게 대처를 하는 지 궁금할 따름입니다.”
지금 웃고 있는 조위총과 대령후는 분명 동상이몽을 꾸고 있을 것이다.
“나는 내 아우가 어떻게 일을 처리하는지가 더욱 궁금하다.”
“그렇사옵니까?”
“그래. 그런데 만약 금나라 사신이 돌아가는 도중에 갑작스럽게 죽게 되면 어떻게 될까?”
순간 대령후의 눈빛이 차가워졌다. 그리고 그 말에 조위총은 놀라 기겁을 했다.
“그, 그렇게 된다면,,,,,,.”
“전쟁이 일어나던 그 직분에 합당한 자가 해명을 하러 금 조정에 가야겠지.”
대령후는 또 뭔가 일을 꾸미는 듯 했다.
“너무 초장에 일을 크게 벌이는 것은 아니옵니까?”
“일을 벌이려면 크게 벌려야지. 하하하!”
대령후는 그렇게 호탕하게 웃으며 조위총을 살폈다. 하지만 조위총은 뭐라고 할 말이 없었다.내 지시를 받은 만적과 하인들은 내 눈앞에 수백 근의 인삼이 든 나무 궤짝을 가지고 왔다.
난 그 양에 놀라고 또 그 정성에 다시 한 번 놀랐다. 나무 궤짝마다 인삼이 마르지 않도록 마차 산삼처럼 이끼를 정성껏 깔아놓은 것이 한 번 지시를 하면 만적은 반드시 임무를 완수하다는 것을 다시 한 번 알게 됐다.
‘이름이 만적만 아니라도,,,,,,.’난 아쉽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지금 둥둥 떠 머리 위에 떠서 보이는 이름은 그레나 꼬레아다.
‘왜 저 이름은 바뀌지 않지?’난 순간 의문이 생겼다.
“주군! 말씀하신 인삼을 다 다기고 왔습니다.”
“구하라고 한 산삼 씨도 구했느냐?”
내 물음에 만적은 베시시 웃었다.
“구했구나!”
“그렇사옵니다.”
“잘 했다. 아주 잘했어. 씨가 있어야 인삼을 심을 것이니 아주 잘했다.”
난 모처럼 호탕하게 웃을 수 있었다. 정말 좋은 날 그 보다 좋은 것이 더 많이 들어오는 날이었다. 만적은 한지에 여러 겹 싼 산삼 씨를 내게 조심히 내밀었다.
“구하기 힘들었습니다.”
“당연하지 산삼의 씨인데 어떻게 구하기 쉬웠겠느냐! 수고했다. 참으로 수고를 했다. 그런데 인삼이 총 얼마나 되지?”
“사 모은 것이 총 8000근이옵니다.”
한 근에 600그람 정도다. 그럼 4.8톤인 것이다. 지금 시대가 고려이기 때문에 거의 이 고려에 있는 상품성 있는 인삼은 내 사택에 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8000근?”
“그렇사옵니다. 남변 전라도까지 이제 인삼의 씨가 말랐을 것이옵니다.”
원래 치사하지만 매점매석이 돈이 된다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는 일이었다. 하지만 매점매석을 하기위해서는 막대한 자금이 필요했다.정중부의 사택에서 빼돌린 은자가 이렇게 유용하게 쓰이고 있는 거였다.
‘백성의 고혈을 빨지 않는 물품으로 독점을 하면 돈이 된다.’난 최대한 기본적인 상도는 지키려고 했다.
내 기본적인 상도는 백성이었다. 돈을 벌어도 욕을 먹을 수는 없으니 말이다.
그리고 난 만적에게 산삼 씨를 구하라고 지시를 했다. 물론 구하면 좋고 구하지 못해도 크게 낙심하지 않을 생각이었다. 그런데 만적은 내 지시를 받고 산삼의 씨를 구해 온 것이다.
정말 일이 잘 풀리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이제 곧 개점휴업을 했던 내 시전에 사람으로 북적거리겠구나.’난 생각만 해도 기분이 좋았다. 하지만 이대로 인삼을 팔수는 없었다.
그냥 판다면 차별화를 이루지 못한다는 생각이 들었다.내가 지금 상당량의 인삼을 확보했다고는 하나 다음에도 그렇게 확보를 할 수 있을지가 의문이었다.
‘내 비록 페니실린은 못 만들어도 홍삼으로 시작해서 즙에 환에 그런 것은 만들 수 있다.’내 시전의 목표는 종합 홍삼 판매점인 것이다.
‘수삼을 홍삼으로 만드는 방법은 어렵지 않지.’원래 대단한 것은 간단한 발명이나 발견에서 나오는 법이다. 대표적인 예가 실론 섬에서 발견된 실론티다.
다시 말해 홍차다.실론은 현대로 말하면 스리랑카다.남부 아시아 인도의 남쪽 인도양에 있는 섬나라이다.
18세기 말부터 영국 식민지로 지내다 1948년 영국연방 자치령으로 독립하였고 1972년 국명을 실론(Ceylon)에서 스리랑카공화국으로 바꾸고 영국연방에서 완전 독립하였다. 그곳의 최대 수출품은 차였다. 그리고 그 차는 세계의 역사의 판도를 바꿨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홍차 때문에 영국이 중국에서 아편전쟁일 일으켰고 또 불어나는 재정 적자를 벌충하기 위해 영국의 식민지인 신대륙에 무거운 관세를 부과해서 세계사에서 배운 보스턴 차 사건이 발생했고 미국이 독립을 하는 첫 신호탄이 됐다.한 마디로 작은 찻잎이 세계사를 바꿔놓은 거였다.
그런 홍차의 발견은 아주 우연하게 일어났다.홍차의 발견은 실론에서 녹차를 배에 싣고 가는데 적도의 뜨거운 태양열을 받아서 찻잎이 발효되어 유럽에 와서 상자를 열어보니 찻잎 색깔이 까맣게 변했다고 한다.
귀하고 비싼 거라 선원들이 버리기 아까워서 마셔 보니까 훨씬 맛이 있어서 모두 그때부터 영국 사람들은 홍차를 마시게 되었다고 한다.이제 내가 만들 홍삼도 이와 같을 것이다.
수삼도 지금 금값처럼 비싸다. 그런데 수삼에 비해 약효가 몇 배나 탁월해지는 홍삼을 내가 만들어 판다면 한 마디로 내 시전은 문전성시를 이루게 되는 걸 거다.‘구중구포라고 했다.
’아홉 번 찌고 아홉 번 말린다.내가 알고 있는 지식으로는 인삼을 찌는 과정에서 생삼인 인삼의 독소들이 제거가 되고 신체에 유익한 새로운 성분들이 생성이 된다고 알고 있다.
인삼하면 사포닌인데 그 사포닌이 생삼에 비해 20배나 많은 것이 홍삼이니 대단한 변화인 것이다. 또한 홍삼은 수삼, 백삼 등 어떤 종류의 인삼보다 많은 양의 사포닌이 있다고 나는 알고 있다. 또한 신체에 유익한 성분의 함량이 높아 면역 기능 강화와 체질 개선 그리고 항암 효과에 탁월하다는 것도 알고 있다.물론 이건 누구나 현대에 살았던 사람이면 다 아는 내용이다.
중요한 것은 이 고려 사람들이 모른다는 거다. 그리고 더 매력적인 것은 홍삼으로 제작이 되면 10년 이상 보관할 수 있다는 장점이 생긴다는 거다.난 그런 생각을 하며 생삼을 물끄러미 봤다.
“저걸 어디다 찌지?”
“예? 주군! 무슨 말씀이시옵니까?”
내 혼잣말에 만적이 물었다.
“저온에서 쪄야 하는데,,,,,,.”
난 다시 혼잣말을 중얼거렸다.‘구멍이 뚫린 나무 궤짝에 넣고 저온으로 찌면 되겠지.’아주 간단하게 난 생각을 했다. 뭐든지 간단한 것이 세상을 바꾸는 법이니 말이다.
“만적아!”
“예. 주군!”
만적은 내가 혼잣말을 중얼거리다가 자신을 부르자 놀라 대답을 했다.
“가서 찬모를 데리고 와라.”
“찬모라고요?”
“찬모에게 물어보면 답이 나올 것 같다.”
“무슨 답을 원하십니까?”
“시전을 다시 열 답이다.”
난 동문서답을 했고 만적은 그저 모르겠다는 눈빛으로 찬모를 데리러 가기 위해 돌아서서 달렸다.이의방의 장군방.이의방과 장군 한 섬이 차분히 마주보고 앉아 있었다.
“회생은 어떤가?”
이의방이 궁금한 것은 회생의 건강상태이기도 하지만 그 건강이 진짜인지도 궁금해 하는 듯 했다.
“겨우 몸을 추스르고 쉬고 있었습니다.”
“겨우?”
“그렇습니다. 등에 화살을 맞았으니 그 치료와 회복이 쉽지는 않을 것이옵니다.”
장군 한 섬은 이 회생의 입장에서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그렇기도 할 것이야! 내가 괜한 생각을 한 모양이군.”
이의방의 말을 통해 장군 한 섬은 이의방이 어떠한 기로에 서 있는 것처럼 느껴졌다. 요즘 들어 부쩍 의심이 많아지는 위위경 이의방이었다.자신의 자리를 지키기 위해 의심하는 모습이 눈살을 찌푸리게 하지만 자신도 저 자리에 올라 있으면 그럴 것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무슨 말씀이시옵니까?”
장군 한 섬은 이의방이 무슨 말을 하는지 짐작이 가면서도 모른다는 눈빛으로 되물었다.
“아무 것도 아니네. 아무것도 아니야.”
“예. 위위경!”
“그나저나 상장군 진준은 어떻게 지내고 있나?”
위위경 이의방은 이제 슬슬 대장군 진준을 팽 시킬 생각을 하고 있었다. 물론 그 팽은 강압적인 숙청이 아니라 자연사를 가장한 복상사였다.
그리고 진준이 죽고 나면 자신의 사람이라고 여기는 장군 한 섬을 장군의 직위에서 한 단계 올려 대장군으로 승차를 시키고 그에 따라 응양군을 책임지게 할 생각이었다. 그렇게 된다면 응양군에서 상장군이 사라지게 되고 그 사라진 상장군의 직위를 자신이 가질 생각을 했다. 한 마디로 위위경인 이의방이 고려 총군 사령관이 되는 것이다.
“상장군께서는 오래 가시지 못할 것이옵니다.”
“오래가지 못한다?”
“밤과 낮이 구분이 없사오니 어디 성한 장정이라도 버티겠습니까?”
장군 한 섬은 조용히 말했다.
“조금 시간을 앞당겼으면 좋겠는데,,,,,,.”
“예. 그리 하도록 해 보겠습니다.”
이 순간에는 장군 한 섬의 눈빛도 차가워졌다.
“그리고 조금 전 통보를 받았는데 금에서 사신이 북변 사신 관에 도착을 했다고 하네.”
“금이요?”
이의방의 말에 장군 한 섬도 인상을 찡그렸다.
“그래. 금!”
“또 무슨 트집을 잡겠다고 온 것입니까?”
“그야 조금만 생각을 해 보면 알지 않겠나?”
“그럼?”
“그래. 송처럼 황제폐하의 즉위 문제를 따지려는 것이지. 제 나라 일도 아닌데 왜 이렇게 나오는지 알 수가 없네.”
“복잡하실 것 같습니다.”
“그래서 내 회생이 다시 필요한 것이야!”
“예. 알겠습니다.”
장군 한 섬도 왜 이의방이 자꾸 몸도 치료되지 않는 회생을 입궁하라고 하는지 이유를 알 것 같았다.
“금의 사신이 이 개경까지 도착을 하기 위해서는 달포가 걸릴 것이네. 그러니 그때까지,,,,,,.”
순간 이의방의 눈빛이 싸늘해졌다.
“그때까지라 하시오면?”
“정리를 할 자를 정리해야겠지. 내 뒤가 편해야 앞으로 나가지 않겠나?”
“뒤가 편해야 앞으로 나가신단 말씀은?”
이제 점점 모를 소리만 하는 이의방이었다.
“그대는 이 고려 중앙 조정이 어떻다고 보는가?”
“예?”
“난 말이야 이 조정이 기초가 너무 부실하다는 생각이 드네.”
“왜 그런 생각을 하시옵니까?”
“이 개경만 벗어나고 또 경기도만 벗어나면 토후나 지방 귀족들이 통제가 안 돼. 이래서 어떻게 큰일을 하겠나.”
이의방은 이 순간 장군 한 섬에게 자신이 앞으로 해 나갈 일을 설명하는 듯 했다. 그는 권력자로써 중앙정부의 힘을 강화시키려 하고 있었다. 그것이 자신의 권력을 더욱 강화시키는 일이라고 여기는 것 같았다. 그리고 그 첫 번째로 시작한 것이 중급 무장을 지방 수령이나 현령으로 내려 보내는 거였다.
“지방 수령이나 현령을 단속하시고 지방 토후들을 압박 하시겠다는 말씀이시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