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간웅-209화 (209/620)

< -- 간웅 11권 -- >

“그게 다야?”

“예. 기본적으로 그게 다입니다."

“아 그래?”

난 아직 편전이 만들어지거나 활용되지 않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습니다. 우선 철전은 길이가 3척8촌∼4척이며, 깃은 좁고 날이 없는 둥근 철촉을 달았으며, 사정거리는 80보 혹은 180보정도 나가는 것이 보통입니다.”

80보이면 60미터가 조금 넘고 180보이면 150미터가 조금 안 되는 사거리를 가지고 있다는 말이었다.

“그럼 박두는 뭔데?”

“박두는 길이는 철전과 같으나 깃을 더 좁게 하고 철촉 대신 나무 촉을 쓴 것으로 철전과 함께 연습용으로 사용하는 것입니다.”

“아! 연습용?”

“그렇습니다. 그리고 동시와 노시는 사냥용으로 사용된 화살로 깃이 넓고 큰 철촉을 달았으며, 붉은 색칠을 한 것을 동시, 검은 색칠을 한 것을 노시라 합니다.”

“그런데 왜 내 나사가 화살로 쓰이지 못하는 거지?”

“이것을 어디에 나무에 끼워 넣습니까?”

두경승은 나사를 내게 보이며 뒷부분을 내게 보였다.

“활촉은 나무에 끼워 쏘는 것이 원칙입니다. 옷을 입듯 활촉이 나무를 덮어야 합니다. 그래야 박힐 때 나무속으로 파고들지 않아 관통력을 유지합니다.”

한마디로 내 나사는 뒷부분이 막혀 있어서 활촉으로 쓰이지 못한다는 말인 것이다.

“그럼 홈을 파면되는 거 아닌가?”

“예. 그렇기는 합니다. 하지만 주물로 만든 것은 그 자체의 강도가 없기에 갑주를 관통하지 못합니다. 가까운 거리에 얼굴에 쏘지 않는 이상에는 적을 상하게 하지 못합니다.”

“그럼 얼굴을 쏘면 되잖아.”

순간 난 확 짜증이 밀려왔다. 내 원대한 꿈이 산산조각이 다는 순간이었다.

“정말 못 쏘는 거야?”

“구지 사용하시려면 노의 살로 쓰시는 것도 나쁘지 않습니다.”

“노?”

“그렇습니다.”

다시 두경승이 호위무사를 봤다.

“가서 병고에서 노를 가지고 와라!”

“예.”

호위무사가 다시 뛰었고 잠시 후 노가 석궁의 형태라는 것을 난 알게됐다.

“이게 노이옵니다.”

난 그 순간 이것이 석궁이라는 것을 알았다.‘석궁! 그렇지. 석궁!’난 나사를 사용하기 위해서는 석궁을 만들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것도 한손으로 쏠 수 있는 석궁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가 없으면 잇몸이지.’당장 궁병을 양성하는데 어려움이 많다. 그러나 석궁의 형태인 노는 이미 만들어져 있고 조금만 개선을 하면 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그 석궁의 쓰임은 마상에서 적을 향해 돌진을 하면서 쏘는 것으로 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독도 바르면 좋겠네.’내 생각이 갈수록 진화를 했다. ‘그렇게 해서 내 가병들에게 주면 유용하게 쓰이겠어.’무장에게는 복합궁을 가병에게는 소형 석궁이나 대형 석궁을 주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소형 석궁은 권총처럼 허벅지나 허리에 차면 될 것이고 대형 장궁은 어깨에 메면 되겠지.’생각을 넓혀가니 기분이 좋았다. 그리고 난 문뜩 현대에서 내가 몇 번 읽었던 판타지 소설이 떠올랐다.그때는 왜 과거로 돌아가거나 이계라는 곳에 가면 석궁을 개발하고 감자를 심는 것에 어이가 없다는 생각을 했다.

그때만 해도 헛웃음을 지었다.생각하는 꼬락서니하고는 난 그렇게 비웃었다. 그런데 나도 다를 것이 없었다.

내 꼴이 그 꼴인 것이다.하지만 나도 믿어지지 않지만 이 고려시대에 오니 생각해 낼 수 있는 것이 그런 거였다.

아니 뭐 아는 것이 있어야 다른 것을 생각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무기하면 편전이고 식량증식하면 감자나 옥수수 정도가 전부였다.

이게 내 지식의 한계인 것이다. 물론 내가 이렇게 이 고려에서 득세를 하는 이유는 내가 역사책을 몇 번 읽었고 사극을 쓰기위해 공부를 했기 때문일 것이다.

만약 그때 SF과학 드라마나 전쟁 드라마를 쓸 생각을 했다면 난 또 다른 생각을 했을지도 모른다. 그렇게 나 역시 미천한 현대의 지식에 의해 북변 갑산 그러니까 내가 앞으로 살 개마고원 일대에서 감자나 옥수수를 심어야겠다는 생각을 할 수밖에 없었다.이래서 사람들의 생각은 비슷한 모양이다.

뭐 사실 총을 만들면 다 끝나는 것인데 내게는 그만한 지식이 없었다.뭐 대체 역사 소설에는 총도 잘만 만든다.

과거로 오면 왜 그렇게 머리가 좋아지는지 뚝딱 총을 만들고 뚝딱 증기기관을 만들고 그렇게 해서 엉뚱한 곳에서 산업혁명을 일으키고 난리도 아니었다. 그런데 내가 막상 와보니 작은 나사 하나 만드는 것도 이렇게 어려웠다. 한 달 동안 죽어라 개성에 있는 대장장이는 거의 다 이용해서 만든 나사가 저 궤짝 하나다.

재물은 재물대로 들어가고 노력은 노력만큼 들어갔지만 기대치 이하의 결과였다. 투자에 대비해서 발생하는 이익이 너무 작은 것이다.

‘역시 쉬운 게 없어.’뭐 그렇다고 해서 달리 만들 것도 없었다. 뭐 마음 같아서는 이것저것 많이도 만들 수 있을 것이다.

약이 부족한 곳이니 페니실린만 만들어도 하늘에서 금덩이가 비처럼 내릴 것이다. 하지만 내가 의사도 아니고 어떻게 페니실린을 만들겠는가. 또 의사라고 해도 페니실린은 못 만들 것이다. 정말 말도 안 되는 이야기다.

그리고 뭐 쉽다는 비누만 해도 그렇다.비뉴를 만들면 뭐하겠는가.

비누가 필요 없는 깨끗한 물이 있는데 그리고 또 옛날사람이니 머리가 길어 샴푸 같은 것을 만들면 대박일 거라 생각을 해서 샴푸를 만들면 뭐하겠는가. 섬프보다 더 좋은 창포물이 있는데 누가 비싼 돈 주고 샴푸를 쓰겠는가.

역시 생각하는 것과 현실은 다른 법인 거다. ‘생각만 많아지고 할 수 있는 것은 없다.

’이것이 답답한 점이다. 그러다가 번뜩 스치는 것이 있었다.‘총은 어렵지만 화약을 통해 다이너마이트 같은 것은 만들 수 있을지 몰라?’원래 화약은 오래전에 만들어진 것이다.

중국의 4대 발명품 중에 화약도 포함되어 있다.종이, 나침반 인쇄술 그리고 화약이다. 그러니 기본 기술이 이 시대에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화약류의 역사는 아주 오래되어 중국·인도에서는 일찍부터 사용되었다. 이 시대의 중원 오랑캐나 현대의 짱깨나 시끄러운 폭죽을 좋아하니 말이다.

그리고 이 고려에서 화약과 화포하면 최무선이었다. 물론 그는 앞으로도 200년 후의 사람이라는 것이 문제였다.

200년 후에 만들어질 화약을 지금 내가 생각을 하고 있으니 답답할 뿐인 것이다.이런 것을 두고 맨땅에 헤딩한다고 말할 것이다.

최무선은 광흥부사 최동순의 아들로 태어났다. 고려 말에 왜구가 쳐들어와 백성들을 해치고 재물을 빼앗아 가는 사건이 많아지자, 최무선은 화약 무기를 만들어 이들을 물리칠 결심을 했다.

이에 최무선은 중국 상인이 많이 드나드는 항구(벽란도)로 가서 중국인 이원을 만나 마침내 화약 만드는 법을 배웠다.그리고 화약만큼 인류에게 고통을 안겨준 발명품도 드물 것이다. 또한 중국은 9세기부터 화약을 만들기 시작을 했다. 그런데 웃긴 것은 강력한 화약 기술을 가지고 있으면서 외세의 침입을 가장 많이 받았던 시기가 바로 9세기 후반부터 10세기 중반이라는 거다.

바보에게 보화를 줘봐야 먹지 못해 버리는 꼴과 다를 것이 없었다.‘짱깨 놈들에게 화약 제조의 비밀을 캐면 되겠지.’내 생각이 점점 더 커지고 날개를 달고 있었다.

나는 이 순간 최무선보다 200년 앞서 화약을 만들 생각을 했다. 물론 그것은 생각뿐이라는 것이 문제였다.

뭐 생각은 돈이 드는 일이 아니니 손해 볼 것도 없었다.하지만 사람이라는 것이 생각을 하면 만들고 싶어서 좀이 쑤시는 법이다.

‘결국 벽란도를 통해야 하는 것이군. 화약 좋다. 화약이다.

하하하!’난 그런 생각을 하다가 피식 웃었다. 이러다 로버트 태권브이도 나올 판이다. 그리고 내가 히죽거리며 웃자 두경승이 나를 빤히 봤다.

“무슨 생각을 그리 하십니까?”

“아니야. 아무것도.”

난 두경승에게 내 생각을 들킬까 해서 괜한 눈치를 봤다.

“하여튼 저 나사는 쓸 수가 없습니다.”

“알았다니까.”

이것이 내가 고려에 와서 첫 실패였다. 하지만 그 실패도 절반의 실패였다. 난 만들어놓은 나사가 아까워서라도 석궁을 만들 생각을 했다.

그리고 다시 두경승의 말에 편전이 빠진 것을 다시 생각을 했다.‘편전이 있는데,,,,,,.’화살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는 내가 굳이 편전에 대해 아는 것은 모두 영화 때문이다.

본 것이 있으니 아는 것이다.편전은 최고의 무기라고 불렸다고 한다.

영화에 따르면.편전은 아기살이라고도 부르며 그 길이가 30센티미터 정도로 짧았고 통아라는 기구를 이용해서 쏜다. 한마디로 그 발사 형태가 현대의 총신과 크게 다리지 않다고 나는 생각을 했다.

편전이 대단한 무기가 될 수 있었던 것은 몇 가지 특성 때문일 것이다.‘영화를 본 것을 다 써먹게 생겼네.’난 씩 웃었다.

편전의 특성 중 가장 눈여겨 볼 것이 사거리다. 적보다 더 멀리 쏠 수 있다는 것은 정말 엄청난 강점일 것이 분명했다.

최대 천보까지 쏠 수 있으니 두경승이 말한 200보 보다 최대 다섯 배나 더 나가는 거다. 하지만 그건 분명 영화에서나 가능한 일일 것이다.‘한 배는 더 나가겠지.’난 영화는 영화라고 생각하는 사람이다.

영화는 현실이 될 수 없는 것이다. 내가 본 영화에서는 시위를 비틀면 화살이 직진으로 나가지 않고 곡선으로 틀어져 나간다.

그건 한 마디로 뻥이다.그러니 사거리 역시 뻥일 확률이 높다.

‘최대 400보를 넘지 않을 거야!’하지만 그것만 해도 두 배다. 그다음이 파괴력이다.

갑주 영화에서는 나무 방패를 뚫는 장면이 보였다. 그 정도면 갑주는 당연히 뚫을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마지막이 귀신 살이라는 거다.

눈에 보이지 않는다. 그것은 적들의 착시 현상 때문일 것이다.

‘귀신살이라는 것은 통아 때문이야!’내가 통아를 기억하고 있는 것이 놀라웠다. 보통 전투를 할 대 적이든 아군이든 화살을 쏘는 것을 지켜보고 피하거나 검으로 쳐낸다. 그런데 편전의 앞에 놓인 적은 그저 편전이 쏘아지고 나서도 쏘는 자만 보는 것이다.

이유는 간단하다. 통아를 보고 아직 화살을 쏘지 않았다고 생각을 하는 것이다.

그러다가 화살에 맞고 죽는 것이다. ‘내 비록 나사는 실패를 했지만 편전은 반드시 성공시킨다.

’편전만 만들어내고 통아의 원리만 터득하면 내 가병들의 무의는 몇 배나 올라갈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난 두경승을 잠시 보다가 만적을 봤다.

“만적아!”

“예. 주군!”

“저 나사를 창고에 넣어둬라.”

“예. 주군!”

그리고 다시 두경승을 째려봤다.

“나중에 국이라도 끓여서 먹게.”

내 말에 두경승은 자신이 너무 무시를 한 것은 아닌지 걱정이 되어서인가 먼 산만 봤다.

“하여튼 이제 11개월 남았다.”

“예. 주군!”

“그때 보자고.”

받은 것이 있으면 분명 돌려줘야 한다. 두경승이 11개월 후에 재주 좋은 궁병을 만들면 나는 좋고 못 만들면 좋지는 않지만 오늘 당한 무시를 갚아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난 만적을 보며 인삼은 어떻게 되었는지 궁금했다.

“참! 다른 것도 있었을 것인데?”

원래 만적은 눈치가 빠르다.

“인삼 말씀이시옵니까?”

“그래. 인삼!”

“창고에 잘 보관해 두었사옵니다.”

“잘했다.”

비록 나사는 실패를 했지만 홍삼은 성공시키겠다는 생각을 먹었다.‘하나를 실패했으면 하나는 성공해야지.’그렇게 나의 나사 사랑은 허망하게 끝이 나고 말았다. 하지만 더 많은 것을 얻은 날 좋은 날의 오후인 것은 분명할 것이다.

“감사하옵니다. 주군!”

“가지고 와라!”

“예?”

“인삼 말이야!”

“드시려고 그러십니까?”

내가 인삼을 가지고 오라는 말에 만적은 먹겠냐고 물었다.

“난 열이 많아서 인삼 안 먹거든.”

4. 이의방의 의도.벽란도에 위치한 조 필지 상단.상단의 주인인 조 필지는 상단 행수 몇을 노려보고 있었다.

“이 정도의 것들로 어떻게 송 황실에 올린 단 말이냐? 송 황실이 나를 어떻게 생각을 하겠냐고?”

“송구하옵니다. 조대인!”

“송구할 일이 아니잖아. 돈은 얼마든지 상관이 없으니 큰 놈으로 오래 된 것들로 구해 오란 말이다. 송황실은 고려에는 도라지보다 더 인삼이 많다고 알고 있단 말이다.”

“뱃길로 남변 전라도까지 갔지만 구할 수 있는 것이 이게 전부입니다.”

행수 중 하나가 난처한 얼굴로 말했다.

“겨우 이것을 인삼이라고 할 수 있겠나? 말라비틀어진 도라지보다 못한 것들이야!”

조 필지 상단은 송황실로부터 고려 인삼을 최대한 많이 구하라는 밀명을 받은 상태였다. 물론 이유는 간단했다.

송황제의 병이 악화되고 있기 때문이고 만병통치약이라고까지 불리는 고려 인삼으로 병으로 약해진 기력을 보충하기 위함이었다.기력이 보충이 되어야 약도 쓸 수 있는 법이니 송 황실에서는 반드시 필요한 것이 고려 인삼이었다.

하지만 무슨 이유에선가 남변 전라도의 인삼은 씨가 말랐다고 할 정도로 자취를 감췄다. 그리고 아주 조금이지만 개경에 심은 인삼 역시 누군가에 의해 싹쓸이를 당했기에 그저 구해온 것은 1년생이나 2년생 인삼뿐이라 이렇게 화를 내고 있는 거였다.

“그것이,,,,,,.”

“그것이 왜?”

“벌써 다른 놈들이 싹쓸이를 해 가서 이런 것들만 구할 수 있습니다.”

상단 행수의 말에 조필지의 표정이 싸늘하게 변했다.

“다른 것들? 송상이 나를 배신하고 매점매석을 했단 말이냐?”

“송상들은 아니옵니다. 저희들에게 아니라고 입에 거품을 물고 말하고 있습니다.”

“그럼 누구란 말이냐? 설마 신라방 놈들이냐?”

“그것도 아닌 것 같습니다.”

“이놈도 아니다. 저놈도 아니다. 도대체 누구라는 말이냐?”

“그런 소년이라 하옵니다.”

“어린 소년?”

“그렇사옵니다.”

사실 만적이 벽란도에 상단 세력을 구축할 때 전면에 나서지는 않았다. 아이가 나선다면 모양새가 빠지기 때문에 억새를 이용하거나 왕준명이 대신 움직였다. 하지만 인삼을 구하는 일에는 만적이 직접 나섰고 그렇기에 상단 자체도 파악을 못하고 있는 조 필지 상단이었다.

“어린놈이 무슨 돈이 있어서 이 고려의 인삼을 싹쓸이를 할 수 있단 말이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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