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간웅-208화 (208/620)

< -- 간웅 11권 -- >내가 거의 몸을 회복했을 때 내 지시를 받은 대장장이가 만적과 함께 나무 궤짝을 들고 내 사택으로 들어섰다.나는 그날 햇빛이 좋아 대청마루에 앉아 봄날의 어린 닭처럼 졸고 있었고 그런 나를 흐뭇하게 백화가 지켜보고 있었다.

물론 내 머리는 백화의 무릎을 베고 있었다.내 머리를 쓰다듬어주는 백화의 손길이 한없이 나를 편하게 하고 있었다.

“으음,,,,,,,.”

만적은 그래도 눈치가 있었던지 헛기침을 하며 나를 깨우려고 했다. 하지만 분명 이것은 눈치가 없는 짓이 분명할 것이다.

“너는 돈 버는 재주만 있지 눈치는 없구나.”

난 모처럼의 편한 오후를 날려버린 만적에게 핀잔을 줬다.

“송구하옵니다. 주군!”

“무슨 일이냐?”

“그 나사라는 것을 만들어왔습니다.”

그러고 보니 만적의 뒤에는 대장장이들이 공손히 서 있었다.

“오! 그래! 어디 보자.”

난 바로 대청마루에서 일어났다. 드디어 내 미래의 기억이 결실을 이루는 순간이라고 생각을 했다.그리고 바로 고개를 돌려 옆에 있는 호위 무사가 봤다.

“두경승도 부르라!”

“예. 주군!”

내가 진정 원하는 나사의 쓰임은 다른 곳에 있었다. 내 명령을 받은 호위 무사가 두경승을 부르기 위해 달려갔고 난 흐뭇한 눈빛으로 궤짝을 봤다.‘아마 어림잡아도 5천개 이상은 될 것이야!’그럼 5천발의 화살이 되는 것이다. 이것이 내 목적이었다.

“만적아!”

“예. 주군!”

“넉넉하게 셈을 치러줘라.”

“예. 주군!”

만적은 내게 짧게 대답을 하고 대장장이를 봤다.

“나를 따르세요.”

“그럽죠.”

대장장이는 어린 만적에게 하대를 하지 않았다. 누가 자신에게 돈을 줄 것인지 정확하게 알고 있기 때문이었다.

“이제 되어가고 있어. 이제!”

난 절로 웃음이 나왔다.

“왜 그렇게 기뻐 웃으십니까?”

“저것 때문에 웃지.”

“나사라는 것 말입니까? 상공.”

“그래! 백화야. 저 나사가 재물이 될 것이고 내게 힘이 될 것이다. 하하하!”

“그렇사옵니까?”

백화는 그저 내가 웃으니 따라 웃었다. 그리고 난 궤짝에 들어 있는 나사를 꺼내 손바닥 위에 올렸다. 작은 것은 두 치였고 긴 것은 다섯 치는 되는 듯 했다.

두 치면 6센티미터고 다섯 치면 단검의 길이와 비슷했다. ‘바로 송곳처럼 쓸 수도 있지.’난 그렇게 좋아라 했다. 그리고 그 좋아라함은 두경승이 올 때까지 만이었다.

“주군 찾으셨습니까?”

두경승이 내게 와 공손히 허를 숙였다.

“찾았지. 내 명궁을 찾았지.”

“기분이 무척이나 좋아 보이시옵니다.”

“암 좋고말고. 오늘 날도 좋고 햇볕도 좋고 내가 원하는 물건도 왔고 기분이 무척이나 좋다.”

“주군이 기뻐하시는 가신도 기쁩니다.”

“아부는 거기까지 하고.”

난 순간 진지해졌다.

“예 주군!”

두경승도 진지해졌다.

“내가 했던 말 기억하지?”

“그렇습니다. 주군!”

난 두경승에게 그 위급한 순간에도 200이상의 궁병을 양성하라고 지시를 했다.

“1년이라고 했다.”

“알고 있습니다. 주군!”

“그럼 복안을 말해봐.”

내가 지시를 했으니 두경승은 한 달 동안 어떻게 능력 있는 궁병을 양성할지 생각을 하고 복안을 수립했을 것이다.

“복안이라고 하셨습니까?”

두경승은 조금 난처한 표정을 지어보였다.

“설마 복안 따위는 없는 거 아냐? 주군이라는 자는 사경을 헤매고 있을 때 가신은 놀고먹었군!”

난 바로 두경승을 노려봤다.

“그, 그것이,,,,,,.”

말을 더듬고 있다. 그건 없다는 증거일 거다.

“없다는 거군! 이제 11개월 남았는데 나와 한 약조를 지키기 어렵겠군. 실망이야! 정말 실망스럽군!”

난 두경승을 압박했다. 사람은 압박을 받으면 움직이는 법이다. 그래서 난 두경승을 압박했다.

실질적으로 궁병을 양성해야 하는 두경승은 한 달 동안 허송세월을 보냈지만 나는 그 아픈 상태에서도 어떻게 하면 궁병을 양성할까 고민을 하고 또 했다. 초짜를 데리고 궁병으로 양성을 한다면 이등 사수도 되지 못한다는 결론을 내렸다. 그리고 난 활을 다룰 줄 아는 자들을 궁병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생각을 했다.

“송구하옵니다. 주군!”

역시 무력이 뛰어나다고 머리까지 좋은 것은 절대 아니었다. 이래서 하나부터 열까지 내가 다 계획을 짜 줘야 하는 거였고 그만큼 나는 바빠지는 거였다.

“송구할 짓을 하지 말았어야지.”

“예. 주군!”

“사냥꾼들을 모아!”

“예?”

“사냥꾼들이라면 제법 활을 다룰 것이다.”

그제야 두경승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습니다. 주군! 정말 묘책이십니다.”

“그래. 그 정도는 생각해줘야 내가 실망을 하지 않았을 것이야!”

“송구합니다. 주군!”

“사냥꾼이면 궁병 말고도 쓸모가 많을 것이야!”

사냥꾼은 짐승들을 사냥하기 위해 짐승의 흔적을 찾을 것이고 또 찾은 흔적으로 추격을 할 것이다. 또한 함정을 팔 수 있고 활을 쏠 수 있으니 잘만 수련 시키면 아주 유용하게 쓰일 것 같았다.

“그럴 것입니다.”

이번에는 두경승도 내 말을 이해했다.

“무슨 말인지 알았으면 이제 움직여!”

“예. 주군!”

이제 궁병 양성에 대한 것은 끝을 냈다. 이렇게까지 말을 해줬으니 바보라도 어느 정도 성과를 낼 것이 분명했다. 그리고 그때 만적이 다시 대장장이들에게 돈을 주고 다시 내게로 왔다.

“셈은 후하게 치러줬겠지.”

“물론이옵니다. 입이 떡 벌어지게 치러줬습니다.”

“잘했다.”

“만적아!”

“예. 주군!”

“저 궤짝에서 나사를 가지고 와라!”

“예. 주군!”

만적은 바로 쪼르르 달려가 궤짝에서 나사 한 움큼을 가지고 왔다.

“여기 있사옵니다. 주군!”

난 나사를 보며 씩 웃었다.‘이정도면 활촉을 쓰기 충분할 것이야!’그리고 두경승은 내가 씩 웃자 내 손에 올려 있는 나사를 뚫어지게 봤다.

“무엇에 쓰는 것이옵니까?”

머리가 텅텅거려도 궁금한 것은 있는 모양이다. 그리고 이 순간 두경승이 강직한 것은 머리가 텅텅 이기 때문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건 나사라는 거다.”

“나사라 굽쇼?”

“그래. 나무와 나무를 단단히 고정시키는 것이지.”

“못이군요.”

“그래. 일종의 못이지.”

“그런데 너무 작아서 고정이 되겠습니까?”

보통 고려는 나무못을 쓰거나 쇠못을 섰다. 아니면 홈을 잘 파서 끼워 넣는 형태로 사용하는 것이 보통이었다. 하지만 내가 만든 나사는 돌려 박는 것이라 힘을 더 받을 수 있는 거였다.

“돼지! 하지만 중요한 것은 아니다.”

“그럼 무엇이 중요한 것이옵니까?”

두경승의 물음에 난 나사를 뚫어지게 다시 봤다.

“이 나사를 활촉으로 쓸 수 있겠느냐?”

“예?”

“이것이 활촉을 대신 할 수 있겠냐고 묻는 것이다.”

내 물음에 두경승은 조심히 내 손에 올려 있는 두 치의 나사 하나를 손가락으로 집어 봤다.

“이것으로 활촉이라 하셨습니까?”

“그래. 이것으로 활촉으로 사용할 것이다.”

“으음,,,,,,.”

이 순간 두경승의 표정이 어두웠다.

“모든 것을 다 아시는 주군께서도 모르시는 것이 있으셨습니다.”

“뭐라고?”

“이건 활촉으로 쓰기 어렵습니다.”

내 예상과 다른 대답이 나오는 순간이었다.

“제가 유심히 보니 주물로 만들어졌습니다. 그럼 강하지 못합니다. 이 자체로 갑주를 뚫을 수 없습니다.”

난 바로 인상을 찡그렸다.

“그, 그런가?”

“화살에 대해 모르시기에 이런 우를 범하신 것 같습니다.”

두경승은 마치 조금 전에 내가 할 말에 대한 복수를 하듯 솔직하고 담백하게 말했고 난 그 말에 속으로 화가 치밀었다. 하지만 어쩔 수 없는 노릇이었다. 두경승이 말한 것처럼 난 화살에 대해 잘 모르고 있으니 말이다.

“왜 안 되는지 설명을 해 봐.”

난 따지듯 물었다.

“예. 주군!”

두경승은 나를 잠시 봤다.

“가서 활과 화살을 가지고 와라!”

옆에 있는 호위무사에게 두경승이 말했고 바로 호위무사는 뛰어가 내 사택에 있는 병고에서 화살과 활을 가지고 왔다.

“이것이 활과 화살입니다.”

마치 두경승은 나를 가르치듯 말했다. 순간 자존심이 팍 상하는 기분이 들었다.

“나도 활과 화살이 어떤 것인지는 알 거든.”

“예. 아실 것이옵니다. 이 고려에 활과 화살에 대해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입니다. 하지만 자세하게 아는 사람도 없습니다.”

“뭐라고?”

“이것이 활입니다.”

“안다니까.”

“예. 제가 설명을 드리겠습니다. 이 활은 복합궁이라고 합니다.”

“복합궁?”

“그렇습니다. 고려의 궁은 모두 이런 복합궁입니다. 귀한 활이지요.”

“왜 귀한데?”

“이 궁을 만들기 위해서는 안남국의 물소 뿔이 있어야 합니다. 최고의 상품이 검은 물소의 뿔이고 그것을 흑단궁이라 합니다.”

“오 그래?”

난 조금 전 자존심이 상했던 것은 다 잊어버리고 두경승의 설명에 푹 빠졌다.

“그렇습니다. 주군! 예로부터 고려 민중이 활을 잘 쏜다고 해서 중원의 오랑캐들은 우리를 동의라 했습니다.”

그건 나도 아는 사실이다.사실 우리 민족은 예로부터 활을 잘 만들고 잘 쏘기로 유명했다.

삼국사기를 보면 신라 문무왕 때 당나라 고종이 우리 활의 우수성을 알고 명노사인 구진천을 초빙해 활 제조 비법의 전수를 요구했다는 기록이 있었다.그건 다시 말해 그때부터 복합궁을 만들어 사용했다는 반증일 것이다. 하지만 구진천은 당나라의 회유와 협박에도 이런저런 핑계를 대며 그 비법을 알려주지 않았다고 한다.

지배층과 피지배층 모두 활 잘 쏘기로 이름났던 삼국시대 이후, 고려와 조선을 거치면서 궁술은 우리나라 무인들의 주요 무예가 되었다. 이것은 누구나 알고 있는 거였다.

“활은 다양한 종류가 있사옵니다.”

난 두경승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그의 설명에 푹 빠진 순간이었다.

“고려와 여진 그리고 저 사막 너머에 있는 오랑캐는 짧은 단궁을 사용합니다.”

“그렇지. 기마민족은 다 말을 타고 활을 쏴야 하니 활이 짧아지는 거겠지.”

“그렇습니다. 주군! 조금 아시는 것이 있으십니다.”

또 두경승이 나를 살짝 무시하는 투로 말했다. 뭐든 자신이 제일 잘하는 것에는 저런 자신감을 보이고 그것이 타인에게는 무시를 하는 것처럼 보일 것 같았다. 하지만 난 무시를 당한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배운다는 생각이 드는 거였다.

“뭐 들은 풍월이 있어서 그래.”

“예. 하지만 왜국과 안남국을 비롯한 남방 족들은 장궁을 씁니다. 중원의 오랑캐들도 장궁을 씁니다.”

송나라 놈들도 고려를 오랑캐라고 하고 우리 고려도 송나라 놈들을 오랑캐라고 했다. 서로 감정이 좋지 않는 것은 예로부터 내려오는 전통인 모양이다.

“장궁과 단궁의 구분하는 방법은 궁간의 길이를 따라 구별합니다. 그 기준이 대략 6척을 기준으로 합니다.”

난 두경승의 말에 6척이면 180센티미터라는 생각을 했다.

“그래?”

“그리고 보통 우리가 쓰는 단궁은 4척을 넘지 않습니다.”

정말 초 극단궁인 것이다.

“또한 구조상으로 환목궁과 복합궁으로 구분되고 환목궁은 하나의 목편이나 죽편으로 만드는 것이 보통입니다.”

“그래서 우리 활이 복합궁이라고 하는 건가?”

“그렇습니다.”

두경승은 날 보며 씩 웃었다. 아마 지금 선생님 놀이가 재미있는 모양이다.

“복합궁은 목편과 죽편, 각편(角片), 건등을 붙여서 만드는데 단궁으로 만듭니다.”

“건? 건은 뭐지?”

“소의 힘줄을 말하는 겁니다.”

“아 그렇군! 그래 계속해!”

활에 대해 배우니 재미도 솔솔 했다.

“전투 기능상 활을 구분하는 방법도 있는데, 연궁(軟弓)과 강궁(剛弓)이 그것입니다. 연궁은 가까운 거리에서 빨리 쏘는 데 편리해 기마병이 주로 사용했고, 강궁은 멀리 쏘는 것이 가능해 보병이 주로 쓰고 있습니다.

고려의 활은 복합단궁으로서, 뿔로 만든 각궁이 대부분입니다. 그리고 각궁은 흑각으로 통칭되는 물소의 뿔로 제작했기 때문에 생긴 이름으로 고구려 산상왕 때 크게 위력을 발휘한 무기로 역사에 기록되어 있습니다.”

“음 그렇군. 그럼 위력이 대단한 모양이지.”

“금나라와 같이 거의 같은 종류의 활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금이 대륙을 호령하는 이유도 따지고 보면 각궁을 쓰기 때문일 것입니다.”

“그런데 비싸 보인다?”

“그렇습니다. 재료가 고려에서 나지 않는 것이라 값이 제법 나갑니다. 그래서 일반 궁수들은 목단궁을 사용합니다. 박달나무로 만든 활입니다.”

이것으로 대충 활에 대해서는 알 것 같았다. 뭐 사실 내가 알아야 할 필요가 없을 수도 있는 정보였다. 하지만 알아두는 것도 나쁘지 않는 거였고 지금은 몸 상태를 회복하기 위해 햇볕 쪼임을 하는 것이 내 일과의 대부분이니 지루하기도 한 차에 이야기를 들으니 귀에 쏙쏙 들어왔다.

“그럼 화살은? 그리고 왜 이 나사가 활촉을 못 쓰이는 이유는?”

난 궁금한 차에 그것까지 물었다.

“그럼 화살부터 아셔야 할 것이옵니다.”

“그래 설명해봐!”

“화살은 크게 화살대, 화살촉, 깃의 세 부분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화살대는 주로 길고 가는 나무나 대나무로 만들고 그 한쪽 끝에 날카로운 금속류나 기타 단단한 재료로 만든 뾰족한 형태의 화살 촉를 달고 다른 한쪽 끝에는 새의 깃과 오늬를 답니다.”

“오늬?”

“오늬는 화살이 활시위에 끼워 장착할 수하는 부분을 말합니다.”

“아 그래?”

난 화살을 보면서 두경승의 설명을 드리니 이해가 됐다.

“그리고 화살에도 몇 가지 종류가 있습니다. 철전이 있고 박두가 있으며 동시와 노시가 있습니다.”

난 이 순간 두경승이 편전이야기는 하지 않는 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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