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간웅-207화 (207/620)

< -- 간웅 11권 -- >그 찌릿함이 날 살린 거였다.‘내 몸에 전류가 흐른다.

’이것이 내가 깨어나서 얻은 결론이었다. 그 전류가 내 몸 속으로 퍼지려고 했던 염증을 사그라지게 한 것이 분명할 것이다.

정말 페니실린 한 방이면 살 수 있는 것을 나는 그렇게 사경을 헤매다가 살아난 것이다.정말 그때 막 깨어나기 전에 비몽사몽이라고 표현되는 그 시점에 어의가 나를 진맥하는 것을 느꼈고 그때 어의는 마치 가망이 없는 사람처럼 나를 봤다.

그런 순간에 오직 백화만이 나를 포기하지 않았고 끝까지 나를 간호했다.

“어의에게 들었습니다. 거의 사경을 헤매셨다고.”

“그렇지요. 그랬다고 합디다.”

난 남의 말을 하듯 말했다. 장군 한 섬이 안다면 위위경 이의방도 알 것이다. 그럼 내 알리바이는 증명이 된 거다. 죽다 살아난 것보다 더 확실한 알리바이는 없을 것이니 말이다.

“그런데 어떻게 그런 큰 병을 얻게 되신 겁니까? 등에 화살을 맞는 경우는 쉽지 않는데,,,,,,.”

아마 어의는 내 증상을 이의방에게 그대로 이실직고를 했을 것이 분명했다.

“실수로 수련을 하다가 화살에 맞은 것뿐입니다.”

“실수 치고는 무척이나 위험하실 뻔 하셨습니다. 이공. 이공의 목숨이 이공의 목숨만은 아니라는 것을 아셔야 할 때입니다.”

장군 한섬은 정말 나를 걱정했다.

“그렇지요. 괜히 다른 대가들처럼 사병 몇을 양성한다고 주제넘게 행동을 하다가 죽을 뻔 했습니다. 사병은 아무나 키우는 것이 아닌 가 봅니다.”

“그럴 것입니다. 원래 가병을 키우는 것은 재물도 많이 들고 신경을 쓸 일도 참 많습니다. 하지만 꼭 있어야 하는 것도 사실입니다.”

장군 한섬은 내게 포기하지 말고 가병을 키우라는 듯 말했다.

“이제 죽다가 살아나니 엄두가 안 납니다.”

“그래도 힘이 되는 것은 가병뿐입니다.”

이건 키우라는 소리다.

“예. 깊이 생각해 보겠습니다. 그놈이 화살만 내게 쏘지 않았어도,,,,,,.”

난 내 상처를 가병을 실수로 마무리를 지었다.분명 어의는 내 상처가 화살에 의해 난 상처였고 또 그 화독으로 혼수상태가 된 것이라고 분명 말했을 것이다. 그러니 이렇게 말하는 것이 좋을 것 같았다.

‘그래도 백화가 조치가 빨라서 의심을 사지 않았다.’난 지금도 백화의 뛰어난 임기응변에 탄복을 하고 있었다.

내가 쓰러지는 순간 백화는 보란 듯 황궁에 통보를 해서 어의를 요구했다. 물론 직접 공예태후를 거친 것은 아니었다.

이의방에게 달려가 눈물을 흘리며 나를 살려달라고 애원을 했다고 한다. 그리고 바로 공예태후의 지시를 받은 어이가 달려왔다. 물론 그것은 이의방이 조치를 한 걸 거다. 그리고 공예태후고 지시를 한 것이 분명했다.

“항상 조심을 하셔야 합니다. 이공.”

정말 장군 한 섬은 나를 걱정하는 눈빛으로 봤다.

“예. 조심을 하지요.”

“그리고,,,,,,.”

장군 한섬은 버릇처럼 주변을 살폈다.

“내 사택에는 어디도 귀가 없습니다.”

난 그렇게 말하며 한 섬을 안심시켰다.

“그리고 걸으시는 행보를 더욱 신중하게 하셔야 할 것입니다.”

“왜 그러십니까?”

“위위경께서 변하시고 계십니다. 요즘 모든 일에 의심을 가지고 지켜보고 계십니다.”

난 장군 한 섬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이번에 장군을 보내신 것도 다시 한 번 확인하기 위함입니까?”

“그럴 것입니다. 저에게 사위를 잘 돌봐주라고 하셨습니다. 좋게 들으면 보좌를 잘 하라는 것이지만 다르게 들으면 감시를 하라는 말이지 않습니까?”

난 순간 한 섬이 내게 왜 이런 이야기를 하는지 의구심을 가져야 했다. 이의방이나 나나 누군가를 그대로 믿을 수 없는 못쓸 병인 생긴 모양이다.

“저에게 그런 이야기까지 해주시는 이유가,,,,,,.”

“죽을 자리에서 살 자리로 그리고 장군도 만들어주셨는데 어찌 은혜를 잊겠습니까?”

장군 한 섬은 내게 한 치의 주저도 없이 말했다.

“그런가요?”

“예. 하지만 전 어쩔 수 없이 위위경의 사람입니다. 허나 선택을 하라고 하시면 이공의 사람이고 싶습니다.”

이 순간 장군 한 섬이 절대 어리석은 무장은 아니라는 것을 나는 다시 알게 됐다.

“하하하! 그렇습니까? 예 잘 알겠습니다. 듣기만 해도 가슴이 벅찹니다.”

“하여튼 뭐든 이제는 조심하셔야 합니다.”

장군 한 섬은 내게 다시 당부를 했다.

“그나저나 제가 앓아누운 한 달간 아무 일도 없었습니까?”

궁에 많은 첩자들을 심어놓고 또 그들을 통해 수많은 정보 얻고 있는 나지만 장군 한 섬을 떠보기 위해서라도 질문을 던졌다.‘어떤 말이 나오는지 보자.’난 내가 이미 알고 있는 것과 한섬이 말하는 것에 어떤 차이가 있는지 알고 싶었다.

“아주 많은 일이 있었습니다.”

“뭡니까?”

“우선 모레가 태자비 간택 일로 정해졌습니다.”

장군 한 섬의 말에 난 인상을 찡그렸다. 이제 곧 채원의 제삿날이 다가오고 있는 거였다.

내 등청이 바로 채원의 죽음을 부르는 등청인 것이다.그러고 보니 이제 위위경 이의방에게 대항을 하는 자는 오직 채원뿐이었다. 그리고 내가 와병중일 때 채원은 나름대로 세력이라는 것을 만들고 있었다.

무식하고 파렴치한 장군 조원정을 옆에 두고 간이 배 밖으로 돌출을 하고 있는 대장군 이소응고 공조를 모색하고 있었다.

“그건 저도 알고 있습니다.”

“그럼 채원 대장군이 조원장 장군과 이소응 대장군과 함께 공조를 하고 있는 것도 아십니까?”

난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역시 앉아서 3천리를 내다보십니다.”

“그런가요?”

내 말에 장군 한 섬이 나를 빤히 봤다.

“그럼 그들이 어떻게 될 것 같습니까?”

이것은 장군 한 섬도 그들을 어떻게 처리될 것인가가 궁금해서 내게 묻는 거였다.

“지금 당장 도모가 될 자는 채원뿐입니다.”

내 말에 장군 한 섬은 의아한 눈빛을 내게 보였다.

“채원뿐이라는 말씀입니까?”

“그럴 것입니다. 겨우 틀어진 군부입니다. 그런데 대장군을 도륙하고 장군을 척살하면 군부가 요동치게 됩니다. 그럼 지금까지 공을 들인 것이 허사가 될 것입니다.”

내 말에 장군 한섬도 일리가 있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군요. 하지만 그렇다고 그냥 두고 볼 수는 없지 않습니까?”

“생색내기를 할 것입니다.”

“생색내기라니요?”

“이 고려 중앙 조정에는 놀고먹는 장군이 너무 많습니다.”

“예?”

“지방 수령도 있고 현감도 있으니 위위경께서는 생색내기를 하실 겁니다.”

“그렇군요.”

“변방으로 보내서 그곳에서 꽤 많은 재물을 모으게 할 것입니다. 원래 우는 아이는 매보다는 떡이지요.”

“과연 그렇게 되겠습니까?”

“아마도 저는 그렇게 될 거라 생각 합니다. 그리고 다른 일은 없습니까?”

난 다시 장군 한섬에게 물었다.

“금에서 보낸 사신이 북변에 도착해 황궁으로 오고 있는 것도 아십니까?”

장군 한 섬은 나직이 말했다.

“금에서 사신이요?”

“그렇습니다. 금에서 사신을 보냈습니다. 젊은 사신이라고는 하는데 금 조정에서 세도가 엄청난 자라고 합니다.”

“이름이 뭡니까?”

“야율강이라 합니다.”

난 장군 한섬의 말을 듣고 절로 인상이 찡그려졌다. ‘야율강이라,,,,,.’야율이라는 단어에서 나는 야율초재를 떠올렸다.

‘그래 아직 태어날 시기가 아니지.’야율초재는 1190년경에 태어난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런데 자꾸 야율강의 이름에서 야율초재가 떠오르는 것은 기우일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야율초재!야율초재는 몽골 제국의 정치가이자 지식인으로 자는 진경이다.

학문이 뛰어나서 칭기즈칸이 아낀 인물이다. 학문이 뛰어난 자였기에 몽골 제국의 내치에 힘쓴 인물이기도 했다.

야율초재는 몽골군이 금(金)의 변경을 함락시켰을 때 그의 지식을 귀하게 여긴 칭기즈칸에 의해 참모가 되었다. 그는 항복하지 않은 성민(城民)을 모두 학살하는 옛 제도를 폐지하자고 건의했다. 또 문화·교육의 진흥과 유학의 채택을 주장했다.

관직은 중서령에 이르렀으며, 원대의 개국 규모는 그에 의해 많이 결정되었다.

“야율이라고 하면 거란족의 성이 아닙니까?”

“그렇습니다. 이공!”

“그러니 그 능력이 대단할 것입니다.”

“그렇겠군요.”

난 절로 인상이 찡그려졌다.

“그리고 지금 벽란도에는 송나라 사신도 도착을 해 있습니다.”

역사적으로 이런 일은 없었다. 어느 순간 역사의 물고가 틀어졌다는 것을 난 다시 직감했다.

“그 둘이 사이가 좋지 않는 것은 이공도 아실 것입니다.”

“그렇지요.”

“괜히 고려만 중간에 끼여 난처하게 되었습니다.”

“무슨 일로 온다고 합니까?”

난 조용히 장군 한 섬에게 물었다.

“이것은 극비입니다.”

“극비요?”

“그렇습니다. 두 사신 모두 황제폐하의 즉위에 문제가 있다는 것을 따지기 위해 오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순간 난 나도 모르게 입술을 지그시 깨물었다.

“겨우 중원 오랑캐 주제에!”

난 나도 모르게 분노를 발산했다.

“그렇습니다. 그래서 지금 위위경이 답답해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저를 자꾸 찾는 것이군요.”

“그렇습니다. 며칠 안으로 다시 황궁에 등청을 하셔야 할 것입니다.”

“알겠습니다.”

그렇게 난 장군 한 섬에게 정보를 얻었다. 그것이 가장 큰 일중 하나였다. 그리고 두 번째 일어난 것은 놀라움이었고 백화에게는 미안함이었다.영화공주가 내 건강이 걱정이 되어 사택을 찾아온 거였다.

“공, 공주마마!”

난 화독이 덜 풀린 상태에서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나를 보는 영화공주를 봐야 했다. 내 옆에는 지극정성으로 백화가 간호하고 있었고 백화는 이 순간 자신이 자리를 피해야 할지 아니면 옆에 있어야 할지 판단이 서지 않는 눈빛이었다.

“몸은 괜찮으십니까?”

“어, 어떻게 황궁에서 이 누, 누추한 곳까지,,,,,,.”

“황궁에서는 모르고 있는 일이네.”

“제가 걱정이 되어 오셨습니까?”

“그렇습니다. 걱정이 되어 왔지요. 도대체 무슨 있었던 겁니까?”

영화공주는 태어의가 한 말을 믿지 않는 눈치였다.

“아시고 있는 그대로입니다.”

내 답에 영화공주는 실망스러운 눈빛으로 나를 봤다. 그리고 아쉬운 눈빛에는 서운함도 가득 담겨 있었다.

“아직 저를 못 믿는 것입니까? 그 밤에 충분히 저는 회생 공께 제 마음을 보였다고 생각을 했습니다.”

영화공주는 솔직하게 자신의 서운한 마음을 표현했다. 그리고 백화를 잠시 물끄러미 봤다.

“나는 참 그대가 부럽소.”

영화공주의 말에 백화는 놀라 영화공주를 봤다.

“송구하옵니다. 마마!”

“서열을 따져야 한다면 형님이 되시겠지요.”

순간 난 화들짝 놀라 영화공주를 봤다. 하지만 지금 이 순간 내가 무슨 말을 할 때는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어찌 그런 말씀을 하십니까? 공주마마!”

“저는 힘이 없습니다. 그러니 백화께서 잘 지켜 주십시오.”

정말 영화공주는 내게 오려고 작정을 한 것 같았다. 그렇지 않고서는 저렇게 말을 할 수가 없었다.그렇게 백화와 영화공주는 내가 보는 앞에서 관계를 정리했고 또 조용히 둘만의 시간을 가지는 듯 했다.

“이제 쉬실 시간입니다. 상공.”

백화는 나를 보며 쉬라고 했다.

“그러지.”

난 어린 아이처럼 백화의 말에 자리를 잡고 누웠다. 이런 행동은 영화공주의 앞이라 불충한 일이 분명할 것이다. 하지만 영화공주와 백화가 이야기를 할 시간을 난 줘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백화와 영화궁주는 나를 잠시 보다가 조심히 밖으로 나갔다. 오늘 달이 참 좋을 날일 것이다.

하늘에 큰 달이 뜨고 내 사택 정원에 두 개의 달이 떠 있으니 내 사택은 이 고려 그 어디보다 밝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난 자리에 누웠지만 잠이 오지 않았다. 그리고 밖에서 나에 대해 이야기를 할 영화공주와 백화가 무슨 말을 하는지 궁금해졌다.

하지만 장부의 채면에 문에 귀를 데고 엿들을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나는 그대가 참으로 부럽습니다.

난 순간 내 귀를 의심했다.지금 내 귀에 들리는 말은 영화공주의 목소리였다.

그것도 떨리는 목소리로 그 목소리를 통해 한 없이 백화를 부러워하고 있다는 것이 느껴지게 들렸다.‘뭐야? 정말 내 청각이 예민해 진 건가?’난 순간 그런 생각이 들며 송악산에서 용호군 척후를 잡을 때가 떠올렸다.

그때도 누구보다 더 먼저 청각을 통해 적의 척후를 찾아낸 나였다.‘확실해! 내가 누구보다 예민해졌어.’이것은 나쁠 것이 없는 일이었다.

귀가 밝고 눈이 밝다는 것은 절대 나쁜 일은 아니니 말이다.

“나는 그대가 참으로 부럽습니다.”

보름달 아래 그 달보다 더 아름다운 두 여인이 서로를 마주보고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이야기를 하는 쪽은 영화공주였고 듣고 있는 쪽은 백화였다.

“송구하옵니다. 공주마마!”

“회생 공을 공이라 부르지 않고 상공이라 부를 수 있는 그대의 나는 부럽습니다.”

“곧 그렇게 되실 것이옵니다.”

“그렇겠지요. 영웅은 3처 9첩이라고 사내들이 말을 한다고 합니다.”

영화공주는 무슨 말을 꺼내려고 하는지 괜히 뜬금없는 이야기를 하는 듯 했다. 하지만 백화는 영화공주가 무슨 말을 하려는지 짐작이 갔다.

“위위경의 따님을 말씀하시는 겁니까?”

“그렇지요. 후일 잘 지내면 좋을 것 같습니다.”

영화궁주는 백화에게도 이제 하대를 하지 않았다. 정말 자신의 오라비인 의종처럼 모든 것을 내려놓은 듯 보였다.

“저는 지금 공주마마의 모습이 놀랍기만 합니다.”

백화도 영화공주의 모습을 보고 속내를 그대로 보였다.

“뭐가 그리 놀랍다는 것입니까?”

“어떻게 되었던 정략적인 혼례가 분명할 것인데,,,,,,,.”

“그렇지요. 하지만 어찌 합니까? 사람의 마음이 이리도 변하는 것을.”

영화공주는 백화를 보며 멋쩍게 웃었다.

“그렇습니까?”

백화는 힐끗 영화공주를 봤다.

“나는 내가 회생 공이 어깨를 누르는 짐이라는 것을 잘 압니다. 그래서 미안합니다. 하지만 어쩔 수 없이 나 역시 황실의 여자입니다. 황실에서 선택한 남자에게 가야 할 운명이지요. 그래도 참 다행입니다. 회생공이라면 마음까지 따라갈 수 있으니 말입니다.”

“송구한 말씀이오나 황실에 반하는 일을 하시게 된다면 어떻게 하실 것이옵니까?”

백화가 영화공주에게 당돌하게 물었다.그리고 이 순간 난 체통 없이 방문에 바짝 달라붙어 영화공주의 대답을 기다렸다.‘어떻게 말씀 하실까?’나 역시 이번 답변은 무척이나 궁금했다.

“출가외인이지요.”

영화공주의 목소리에는 단호함이 가득했고 난 나도 모르게 씩 웃었다.그렇게 내가 놀라는 그런 일이 있었다. 그리고 또 참으로 아쉬운 일도 있었다. 그 아쉬운 일은 나라고 뭐든 성공만 하는 법은 없다는 것을 여실히 알려주는 좋은 예가 됐다.내 실패는 나사못에서부터 시작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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