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간웅 11권 -- >거짓말이 가득한 연의에서는 화타를 부른 관우가 아무렇지도 않게 자신의 부장과 바둑을 두면서 치료를 받았다고 한다. 물론 마비 산을 쓰지도 않고 말이다.
그 모습을 보고 화타는 놀라 역시 관우라고 했다는 일화가 있다.하지만 연의는 70프로 이상이 거짓말이니 믿을 것이 못 되고 사서를 보면 다르게 묘사가 되어 있었다.
관우는 일찍이 날아오는 화살에 왼쪽 팔이 관통된 적이 있었다. 후에 상처는 비록 완쾌되었지만 구름이 잔뜩 낀 날이나 비가 오는 날이면 뼈에 항상 통증이 있었다고 한다. 그래서 의원을 불렀고 의원의 말은 화살촉에 독이 있었는데 그 독이 뼛속으로 들어갔습니다.
팔을 찢어서 뼛속의 독소를 제거하고 나면 이 통증은 사라지게 됩니다. 라고 말했다고 기록이 되어 있어 있었다. 그러자 관우는 곧 의원에게 팔을 절개하도록 지시를 했고 그때 관우는 마침 장수들을 초청하여 연회를 열어 서로 마주하고 있었다.
그런 상황에서 치료는 진행됐고 팔의 피가 흘러 떨어져 그릇에 가득했지만 관우는 구운 고기를 자르고 술을 마시며 평상시처럼 웃었고 그 모습에 장수들은 관우의 대범함에 탄복을 했다고 한다.하여튼 둘 다 모두 관우의 참을성과 대인스러운 모습에 극찬하기 위해 기록한 것이 분명했다.
하지만 다른 면에서 보면 정말 관우는 둔한 사람이라는 생각도 하게 만드는 일화인 것이다. 가만히 보면 매운 것을 잘 먹는 여자들이 있다.
그런 여자들은 감각이 둔한 여자가 분명할 것이다. 물론 남자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매운 것은 맛이 아니라 고통이다.맛이 아니라 통증인 것이다.
그저 고통을 찰 참는 것이고 그만큼 둔한 거다. 그런 여자들이나 남자는 잘 느끼지도(?) 못한다.
“난 관우가 아닌데,,,,,,.”
“뼈도 아니고 살에 박힌 활촉이니 참을 수 있으실 것이옵니다.”
백화는 마치 외과 의사처럼 말했다. 물론 백화는 자신까지 걱정스러운 표정을 한다면 내가 더욱 놀랄 거라는 것을 알기에 그런 표정을 지은 것이 분명할 거다. 하지만 약간 서운한 마음도 생기는 것은 어쩔 수 없는 노릇이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서운하다는 표정을 짓는다면 모양 빠지는 일이니 그럴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어떻게든 몸에 박힌 활촉은 뽑아내야 하니 말이다.
“참아보지.”
난 최대한 남자답게 말했다. 하지만 내 목소리가 기여 들어가는 것 역시 어쩔 수 없는 노릇이었다.아픈 것은 아픈 거니까.
“예. 상공.”
백화는 바로 내게 그렇게 말하고 작은 단검을 꺼내 내게 보였고 난 단검을 보고 인상을 찡그렸다. 백화는 바로 내게 보인 단검을 불에 달궜다.
‘이제는 베이는 상처보다 데이는 고통이 더 클 것 같은데,,,,,,.’난 오만가지 생각이 다 들었다.하지만 상처에 또 다른 감염을 막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는 노릇이었고 이 시대에는 파상풍이나 염증으로 죽는 자가 상상이상으로 만다는 것 역시 나도 알고 있었다.
물론 난 이런 생각을 하면서 신약 같은 것을 만들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하지만 그건 생각뿐이다.
무슨 능력이 있어서 신약을 만들겠는가?그냥 있었으면 좋겠다. 그랬으면 좋겠다.
그런 생각만 하는 거였다.그리고 끝내 백화는 단검으로 내 등에 박힌 활촉을 뽑아내기 위해 내 살점을 베었다.
“아아악!”
송악산이 떠나가도록 비명을 지른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왜냐고?난 관우가 아니니까.
“아아악!”
난 한없이 밀려드는 고통에 처절하게 비명을 질렀다. 그리고 그때 뭔가 내 등에 부드러운 것이 느껴졌다.‘이것은 백화의 입술이다.’난 문뜩 그런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백화가 내 등에 난 상처를 빠는 것이 느껴졌다.
“백, 백화야!”
아마 백화는 혹시나 활촉에 독이 묻어 있을까 해서 그렇게 내 상처 난 곳을 입을 빨아내고 있는 거였다.
“상공 조금만 참으십시오. 소녀의 마음도 상공의 아픔처럼 아프옵니다.”
난 이 순간 절대 비명을 질러서는 안 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백화는 계속 자신의 붉은 입술로 상처부위를 빨아냈다.
“상공!”
백화가 내 등에서 나를 불렀다.
“응.”
난 모양새를 떠나 나도 모르게 어리광 많은 아이처럼 응이라고 대답을 했다.
“아프지 마소서! 아프시면 소녀의 마음이 더 아프옵니다.”
이건 내가 백화에게 해 줬던 말이었다.
“알았다. 다시는 내 몸을 함부로 쓰지 않을 것이다.”
“예. 상공.”
난 그렇게 2천의 가병을 얻었다. 정말 뭐든 쉬운 일은 하나도 없다는 것을 다시 한 번 알게 된 순간이었다.
‘다시 한 고비 넘겼다.’난 그렇게 송악산 산채에서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그리고 내가 이룬 이 무모할 만큼 과감한 행보는 고려 군부 최고의 미스터리로 남았다.
3. 성공하는 것도 있고 실패하는 것도 있는 법.송악산에서 내가 그렇게 목숨을 걸고 2천의 가병을 살리기 위해 미친 듯이 날 뛰었지만 고려 황궁은 그 어느 때보다 평온했다는 것을 난 후일 이야기를 통해 들었다. 원래 거친 폭풍이 몰아쳐도 그 폭풍의 제일 중심은 평온한 법이니 달리 할 말이 없었다.
고려황실이 평온하다는 것은 내가 했던 일들을 아는 자가 없다는 말이니 그 또한 안심이다. ‘이제 곧 중방이 차려질 것이다.
’이의방에 의해 내가 채원을 도모하는 그 순간 모든 권력을 이의방에게 몰리게 만들 중방이 만들어질 것이 분명했다. 그렇게 된다면 진정한 무신시대가 열리는 것이고 그것을 통해 고려 무신정권은 안정기에 접어들 것이 분명했다.그렇게만 된다면 이의방에게 내가 필요 없게 될 것이고 그럼 나는 북변으로 내 살길을 찾아 떠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아무런 의심도 없이 말이다. 이게 바로 내가 원하는 길이다.
누구와도 척을 지지 않고 떠나는 것 그리고 내가 이 고려 조정을 떠난다면 나로 인해 비틀어진 역사도 어느 정도는 바로 잡게 될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한 10년쯤 이의방이 해먹는 세상이 되겠지.’그리고 지금은 표도 나지 않는 이의민이 권력을 잡게 될 것이다. 그리고 그 와중에 몇 번의 거대한 폭풍이라고 할 수 있는 정변이 일어날 것이다.
우선은 김보당의 난으로부터 시작을 해서 조위총의 난까지 이의방의 시대에 그렇게 역사는 진행될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만약 이 고려 조정에 여전히 남아 있다면 또 나는 나를 위해 역사를 틀어버릴 것이 분명했다.
그것은 당장은 내게 이로운 일이겠으나 후일 내 폐부를 찌르는 일이 될지도 모르기에 이렇게 물러설 자리를 보고 있는 거였다.또한 내가 항상 생각하고 있는 권불십년은 내게도 해당되는 말이니 물러나도 나쁠 것은 없다. 그래서 난 내가 살 북변 갑산을 그 어떤 누구도 침범하지 못하는 곳으로 만들고 싶었다.
당에 이정기 번국이 있듯 그리고 그 번국이 하나의 왕국으로 거듭 났듯 나 역시 보이지 않게 그렇게 만들고 싶었다.‘고려는 내가 움직이기에 좀 좁은 감이 있기는 하지.’난 문뜩 그런 생각이 들었다.
세력을 만들고 힘을 키우고 더 넓은 곳으로 나가는 것 역시 나쁘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또 내가 이렇게 고려 조정에 연연한다면 여전히 내 머리 위에 둥둥 떠 있는 이 붉은 색 지랄 같은 이름 석 자처럼 살지 모른다는 압박감이 들었다. 그렇게 살 수는 없었다.나는 그냥 나처럼 살고 싶었다. 그래서 목숨을 걸고 악착 같이 2천의 가병을 구한 것이다.
무엇을 하든 힘이 있어야 하고 나를 따르는 세력이 있어야 한다. 그 세력의 시작을 나는 2천의 가병으로 하려 했다.
‘별로 충성스럽지는 않지만 지금은 최선인 걸로.’난 인상을 찡그렸다. 정말 내가 생각을 하는 것처럼 그들에게 무궁한 충성심을 기대하기는 분명 힘들 것이다.
그저 그들은 무지한 고려의 백성처럼 항상 절대자를 원망하고 지배자를 욕하며 살 것이다. 그리고 그런 존재들에게 한 없이 이용을 당하며 살 것이다.물론 나 역시 그들을 충분히 이용할 것이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그들을 이용하는 만큼 그들이 만족하는 것을 나는 내줄 생각이었다.
그럼 되는 것이다.‘정말 죽다 살아났다.’난 정말 죽다 살아났었다.
아니 죽기로 작정을 하지 않으면 그렇게 하지는 못했을 것이다. 그리고 내가 죽다 살아난 것은 그렇게 무모한 상화에서 뛰고 달리고 했던 그때가 아니라 화살을 맞고 내 사택으로 돌아왔을 때였다.파상풍!정말 그 화독은 엄청난 거였다.
세상에서 제일 많이 사람을 죽이는 질병이 감기고 전장에서 가장 많은 사상자를 내는 것은 바로 쇠의 독인 파상풍이라는 것을 난 몸소 알게 해줬다. 하지만 결론은 내가 2천의 가병을 얻었다는 거였다.그렇게 내가 송악산에서 2천의 가병 아니 가병이라고 하기에는 그들은 아직 나에 대한 충성심이 희박하니 식읍민이라고 해 두자. 난 그렇게 2천에 달하는 검을 다뤄 본 식읍 민을 얻고 안전하게 북변 갑산으로 이주까지 완료를 했다.
그렇게까지 하는데 걸린 시간은 한 달이었고 그 모든 책임과 권한을 난 별초낭장 박현준에게 줬다. 그리고 그 식솔도 은밀히 북변 갑산으로 이주를 시키기 시작을 했다. 뭐든 어떤 존재든 지킬 것이 있어야 강해지는 법이다.
나는 나에 대한 충성심을 키우는 것보다 그들에게 지켜야 할 사정을 만들어주고 있었다. 그것이 바로 그들의 가솔들이었다.
오랑캐가 거침없이 국경을 넘고 또 약탈을 일삼는 곳에서 그 2천의 병력들은 자신의 식솔을 지키기 위해 수련을 할 것이다. 그럼 되는 것이다.
충성심보다 더 검을 잡게 만드는 것은 가족의 안위인 것이다.‘박현준이라면 잘해 낼 수 있을 것이야!’그렇게 한 달이 지났다. 그리고 그 한 달 동안 이의방은 날 한 없이 찾았지만 난 와병을 핑계로 황궁에 나가지 않았고 그 일로 인해 몇 가지 일들을 또 만들어 냈다.
이의방의 의심이 시작된 것이다. 사람이 이렇게 빠르게 변할 수 있다는 것을 나는 그때 알게 됐다.
이래서 권력은 무서운 거였다.그리고 또 이의방은 우선 내가 병을 얻었다는 말이 사실인지 확인하기 위해 장군이 된 한 섬을 내게로 보냈다.
‘자기 사람이라고 생각을 하는 모양이지.’난 그때 한 섬의 얼굴을 보며 이의방을 떠올렸다. 내 생각이 맞는다면 분명 잘못된 선택일 것이다.
이의방의 측근 중 내가 가장 호의적인 인물이 바로 장군 한 섬이다. 그를 통해 나를 감시하고 관찰하려는 것은 잘못된 선택인 것이다.
“몸은 괜찮으십니까?”
장군이 된 한 섬은 여전히 내게 하대를 하지 않았다. 직급으로 따진다고 해도 한 섬은 나보다 몇 단계 위의 사람이 분명 할 거다. 하지만 이상할 만큼 내게 공손했다. 그것은 그가 나를 믿고 의지한다는 걸 거다. 그리고 스스로 내 사람이라는 생각을 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괜찮습니다. 한공! 어린 것이 병을 얻기는 했지만 조금 쉬면 낳을 것입니다.”
난 말은 그렇게 했지만 정말 죽다가 살아났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정말 백화가 그때 활촉을 내 생살을 찢고 빼내고 불로 상처부의를 지지지 않았다면 난 파상풍으로 죽었을지도 몰랐다.
정말 여러 번 내 목숨을 구하는 백화였다.송악산에서 사택으로 도착을 하는 날 바로 정문을 통과하고 나서 바로 혼절을 했다. 그리고 아마 뇌가 익을 정도로 고열에 시달렸다가 만 이틀 만에 깨어났다.
눈을 뜨는 순간 내 옆을 지키고 있는 것은 역시 백화였다.초점이 흐릿한 내 눈에 들어온 것은 백화의 떨리는 눈빛이었다.
“백, 백화야!”
“상, 상공 괜찮으시옵니까? 정신이 드시옵니까? 진정 괜찮으시옵니까?”
떨리는 목소리로 아직 정신을 차리지도 못한 내게 백화는 많이도 질문을 쏟아내며 눈물을 흘렸다.
“백, 백화야!”
이틀 동안 혼절을 했기에 내 입술은 거북의 등껍질처럼 딱딱해 있었다. 그리고 그 입술이 백화를 불렀다.
“예. 상, 상공!”
“내 백, 백화야!”
“그렇사옵니다. 상공의 백화이옵니다.”
백화는 여전히 나를 보며 울고 있었고 난 기력을 잃은 손으로 조심히 백화의 손을 찾았다. 그때 그 순간 백화의 손을 꼭 잡아보고 싶었다.그리고 백화의 손을 잡았다. 따듯함이 가득한 백화의 손이었다.
“난, 난 항상 너를 걱정시키는구나!”
“아니옵니다. 정말 아니옵니다. 사셔서 감사하옵니다. 고맙습니다. 상공! 정말 고맙습니다.”
살아줘서 고맙다!이것이 백화의 솔직한 마음이었다. 그리고 다시 말해 난 죽을 수도 있었다는 거였다. 그만큼 나는 위급했다.
정말 파상풍 초기증상이면서 염증 증상으로 인한 고열로 죽다 살아난 거였다. 그래도 다행인 것은 내 옆에 백화가 있고 또 지극한 간호가 있었기에 난 살아났다.지성이면 감천이다.
그것은 하늘이 나를 살린 것이 아니라 백화의 정성이 나를 살린 거라는 말인 것이다. 그리고 어쩌면 난 살아날 수밖에 없었을지도 모른다. 뇌성을 맞은 후부터 내 몸을 자극하는 무엇인가를 느꼈고 혼수상태에서 그것이 무엇인가를 정확하게 알게 됐다.
의식을 잃어갈 때마다 그리고 문 밖에 뭔가 검은 것이 나를 노려볼 때마다 내 몸 어느 구석에서 찌릿함이 느껴졌고 그 놀람에 나는 끝내 명줄을 놓지 않았다는 것을 알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