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간웅-204화 (204/620)

< -- 간웅 11권 -- >간웅 11권.1. 의심이 시작되다.

송악산 초입에 임시 숙영지를 편성한 용호군 대장군인 이고는 마음이 초조해졌다. 도깨비불 같은 횃불이 자꾸 황궁 쪽 방향으로 이동하는 것이 마음에 걸리는 이고였다. 그리고 그 횃불들이 또 다르게 생각을 하면 용호군을 포위하고 있다는 생각도 들었다.

“젠장! 척후병은 왜 돌아오지 않는 거야!”

용호군 대장군인 이고는 소리를 질렀다. 전준걸도 답답한 마음을 숨기지 못했다. 정말 난처한 순간들이라고 할 수 있었다.

“척후병이 돌아오지 않는다면 어떤 작전도 수행할 수 없습니다.”

용호군 대장군인 이고는 답답하기만 했다. 정말 감을 잡을 수 없는 일들이 자꾸 일어나고 있는 순간이었다.

“저기 다시 횃불들이 보입니다.”

“뭐라고?”

“횃불들이 우리 쪽으로 빠르게 접근해 오고 있습니다.”

용호군 부장 하나의 보고에 용호군 대장군인 이고는 인상을 찡그렸다. 그리고 전준걸을 봤다.

“불빛이 계속 황궁 쪽으로 이동을 하는 것이 이상합니다.”

전준걸은 이고를 보며 말했다.

“저도 그렇게 생각을 합니다.”

“이건 둘 중 하나라고 봅니다. 정말 황궁으로 진격을 하는 것이든 우리를 포위하려는 행동이든 둘 중 하나라고 보여 집니다.”

전준걸은 조심히 자신의 의견을 이고에게 말했다. 이고도 자신과 비슷한 의견을 내는 전준걸이기에 더욱 불안해지고 있었다.

“아직 척후들이 돌아오지 않았습니까?”

이고는 답답한 마음에 전준걸에게 다시 물었다.

“아직 돌아오지 않고 있습니다.”

“어떻게 해야 할까요? 전 부장!”

“용호군을 이끄시는 분은 대장군이십니다.”

전준걸의 말에 이고는 인상을 찡그렸다.

“분명 엄청난 움직임이 있는 것은 확실할 것이요.”

“그렇습니다. 대장군!”

“중요한 것은 이곳에서 적을 섬멸하는 것이냐? 그게 아니면 황궁으로 회군을 해서 방어를 준비하느냐? 는 겁니다.”

“무엇이든 빠른 결정이 필요합니다. 지금 용호군이 갈피를 못 잡고 있습니다.”

전준걸은 이고에게 빠른 결정을 내려야 한다는 말을 했다. 정말 무엇이든 빠른 결정이 필요한 순간이었다.그리고 그때 급하게 다시 대장군인 이고와 용호군 부장들이 회의를 하고 있는 군막으로 장졸 하나가 박차고 들어왔다.

“무엇이냐?”

“다시 횃불이 황궁 쪽으로 빠르게 움직이고 있습니다.”

“도대체 추격대 부장은 뭘 하고 있는 것이야!”

정말 화가 치미는 이고였다.

“대장군! 황궁 쪽이라고 하옵니다.”

“젠장!”

“결단을 내리셔야 합니다.”

전준걸은 이고에게 결단을 요청 했다.

“기우일수도 있으나 나의 선택은 황궁이요. 병력을 회군하시오.”

“예. 대장군!”

이 군막에 모인 모든 부장들은 이고의 판단이 옳다는 생각을 했다.

“또한 위위경에게 이 사실을 바로 연통을 하시오.”

“예. 대장군!”

“정말 김돈중이 다시 나타난 거란 말이지.”

이고는 어금니를 깨물었다. 정말 얼마의 병력인지 파악도 되지 않는 순간이었다.

사실 2천의 가병들이 이 송악산에 은거를 하고 있다는 정보를 얻고 바로 토벌을 하기 위해 이동을 한 용호군이었다.그런데 사태가 이상하게 변해버린 순간이었다.

이렇게 회생의 무모하고도 과감한 작전은 이고를 끝내 황궁으로 용호군을 회군하게 만들어냈다.그리고 같은 시간 회생의 사택에는 300에 가까운 가병들이 급습을 했다.

“모두 불태우고 남김없이 쓸어 가자!”

이들의 목적은 자신들이 잘 알고 있는 김돈중의 전 사택을 털어 개경에 혼란을 주고 군량미를 확보하는 거였다.하지만 그것은 무척이나 허망한 꿈과 같은 거라고 할 수 있었다.

이미 회생은 송악산으로 가기 전에 별초들을 모두 이곳에 집결을 시켜놓은 상태였다. 50명의 별초들이 회생의 명을 받고 송악산으로 달려 나가기는 했지만 여전히 100여명에 가까운 별초들과 300명가량의 수련 무장들이 무장을 해서 적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불태우기는 뭘 불태운단 말이야!”

가병장의 외침을 들은 왕준명이 갑자기 방에서 검을 들고 뛰어나오며 소리를 질렀고 그것을 신호로 일제히 사택 지붕에는 활을 든 수련 무사들이 그리고 사택의 문은 십여 명의 별초들이 막아섰다.

“뭐야?”

순간 가병 장은 기겁을 했다. 이들은 누군 출신들이었기에 이런 돌발행동에 대처할 능력이 부족했다.

“무기를 버리지 않으면 모두 벨 것이다.”

왕준명이 버럭 소리를 질렀다.

“어, 어떻게 된 겁니까?”

가병 하나가 난처한 표정으로 가병 장에게 물었다. 하지만 가병 장 역시 무슨 영문이 알 턱은 없었다.

“나도 모르겠다.”

가병 장은 그렇게 말하고 인상을 찡그렸다.

“화살에 맞아 고슴도치가 되어야 검을 내려놓을 것이냐?”

원래 왕준명은 기개가 있고 또한 목소리도 큰 위인이었다. 그가 호령을 하니 더욱 겁이 나는 가병들이었다.

“어떻게 합니까? 가병 장!”

가병이 다시 물었다.

“젠장! 도망을 칠 곳은 있느냐?”

가병장이 주변을 힐끗 보며 가병에게 물었다.

“퇴로가 이미 막혔습니다.”

“젠장!”

털썩!가병 장은 바로 검을 내려놨다. 그것이 신호로 회생의 사택을 급습한 300명의 가병들은 모두 살기 위해 검을 내려놨다.그와 동시에 왕준명은 씩 웃었다.

“오느라 배도 고팠을 것이니 밥이나 먹고 주군을 기다려라.”

왕준명의 말에 억새의 가복들이 일제히 상다리가 휘어지게 상들을 들고 나왔고 이 모습에 가병 장을 비롯한 300명의 가병들은 영문을 몰라 멍해졌다.

“이, 이게 뭘까요?”

가병이 가병 장에게 물었다.

“넨들 알 것 같으냐?”

“뭘 하는 거야? 송악산에 수도 없이 굶었을 것인데 이밥을 보고 가만히 있을 것이냐?”

왕준명의 말에 가병들은 억새와 가복들이 가지고 나온 상을 봤다. 정말 왕준명이 말한 것처럼 상에는 몇 번 먹어보지도 못한 하얀 이밥이 올려 있었다.

“어, 어떻게 합니까?”

“저기 혹시 독이라도 타지 않았을까?”

가병 장은 혹시나 하는 마음에 가병에게 말했다.

“죽이려면 화살로 죽였겠죠. 우선 먹읍시다. 주는 밥상 못 먹는 것도 병신이라고 했습니다.”

가병은 바로 자리에 앉았다. 그와 동시에 가병들 역시 왕준명과 별초 그리고 수련 무장들의 눈치를 보며 자리에 앉아 밥상을 받았다.그 모습을 본 왕준명은 회생의 선견지명이 놀랍기만 했다.

“역시 내 주군이시다.”

왕준명은 회생의 얼굴을 떠올리며 그렇게 생각을 했다.나는 다시 백화가 포로가 되어 있다시피 한 산채로 걸음을 옮겼다. 거의 상황이 종료되고 있다는 생각을 하니 긴장감이 풀렸고 그 풀린 긴장감만큼 어깨에 통증이 밀려왔다.그 모습을 두경승이 측은이 보다가 나의 어깨를 부축했다.

“괜찮으시옵니까?”

“아파!”

난 어금니를 꽉 깨물었다. 보통 주군이라는 자는 부하가 물으면 괜찮다고 대답을 하는 것이 보통이다. 하지만 난 내 고통에 솔직하게 말했다.

“주군은 참으로 특이하신 분이십니다.”

“뭐가?”

“참 솔직하십니다.”

“아픈 것을 아프다고 하는데 뭐가 특이한데?”

“아니옵니다.”

내 말에 두경승도 할 말이 없어진 것 같았다. 그리고 나는 두경승의 부축을 받고 산채 입구로 접어들었고 그 순간 역시 백화라는 생각이 들었다.

“산채가 완전 방어 준비를 끝냈군.”

“방어준비를 끝내다니요?”

“저 목책! 내가 나올 때는 없던 거다.”

내 말에 두경승은 무슨 말인지 몰라 나를 봤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수풀 속에 숨어 있던 다섯의 가병들이 나를 보고 달려 나왔다.

“주군!”

난 순간 그들이 나를 주군이라고 부르는 말에 피식 웃었다. 내가 이곳에 나올 때는 나를 잡아먹지 못해 있던 것들이 이렇게 돌아오니 다시 주군이라고 부르고 있는 거였다.난 가병들을 힐끗 보고 두경승을 봤다.

“혼자 걷고 싶다.”

“상처가 심하옵니다.”

“안다니까.”

난 인상을 찡그렸다. 하지만 백화에게는 이런 상처 입은 모습은 보여주고 싶지 않았다.

“놔!”

“예. 주군!”

이미 내 갑주는 피로 젖어 있었다. 그리고 꽤 나는 피를 흘렸기에 정신이 몽롱했다. ‘젠장! 내 이 꼴을 당할 줄 알았다.’난 스스로를 자책했다. 하지만 다시 과거로 돌아간다고 해도 똑같이 움직였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백화는 어디에 있는가?”

난 가병을 보며 물었다.

“산채에서 가병 장들에게 지시를 내리고 있사옵니다.”

역시 백화라는 생각이 들었다.

“알았다.”

난 그렇게 말하고 산채로 들어섰고 백화는 가병 장들에게 지시를 내리다가 내 모습을 보고 반갑다 못해 눈물까지 흘리며 달려왔다.난 백화가 달려오는 모습을 보고 난 나도 모르게 인상을 찡그렸다.

이미 내 몸 상태는 거의 엉망이었다.‘내가 받아 안아줄 수 있을지 모르겠군.’내가 그런 생각을 하는 동안 백화는 내게 달려와 안겼다.

“상공!”

정말 내가 죽었다가 살아오는 것처럼 반기는 백화였고 나는 이미 엉망인 몸 상태였기에 내가 달려와 안긴 백화와 함께 뒤로 넘어졌다.

“으윽!”

“왜 그러시옵니까? 상공!”

백화는 화들짝 놀라 나를 봤다.

“조금, 아주 조금 다쳤다.”

내 말에 백화는 내 갑주에 묻은 피를 보고 기겁을 했다.

“이건 피 이지 않사옵니까?”

“그러게. 피네.”

난 정신이 몽롱해지면서도 백화의 앞에서는 정신을 잃지 않기 위해 안간힘을 썼다. 그리고 상황이 모두 끝난 것은 아니었기에 정신을 잃을 수도 없었다.

“부축을 해 다오.”

난 백화에게 부축을 해 달라고 부탁을 했다.

“예. 상공.”

백화는 울상이 되어 나를 조심히 부축을 해서 일으켰고 내가 도착을 한 것을 안 박철우와 한회 그리고 가병 장들이 내게로 모여들었다.

“가신들이 주군을 뵈옵니다.”

저들은 내게 무릎을 꿇었다.

“말 바꾸기 없기다.”

난 내 가신이 되겠다는 자들을 노려봤다.

“절대 그런 일은 없을 것이옵니다.”

박철우가 내게 다짐을 하듯 말했다. 그리고 한회도 나를 보며 다시는 나를 의심하지 않겠다는 눈빛을 보였다. 도한 가병 장들 역시 마찬가지였다.

“아직 다 끝난 것이 아니니 이제 기다려보자.”

난 그렇게 말하며 가병 장 하나가 가지고 온 나무 그루터기에 앉았다. 이제 우리가 살고 죽는 것은 하늘이 결정할 일이었다.황궁 이의방의 장군방.

“뭐라?”

이의방은 용호군 연락병의 말을 듣고 기겁을 해서 자리를 박차고 일어섰다.

“송악산으로 은거를 한 김돈중의 전 가병들을 토벌하기 위해 용호군이 움직였사오나 그들의 수가 수만이 넘고 황궁으로 진격을 하고 있어 용호군이 퇴각을 하여 황궁으로 이동을 하고 있사옵니다.”

이 수간 용호군 연락병의 말을 곧이곧대로 믿을 수는 없는 이의방인 듯 했다.

“그것이 사실이더냐?”

“그러하옵니다.”

“알았다. 나도 방비를 할 것이다.”

“예. 위위경!”

용호군 연락병은 바로 머리를 숙여 경의를 표하고 밖으로 나갔다. 그리고 그때 이의방이 밖에서 대기를 하고 있는 무장을 불렀다.

“밖에 누구 없느냐?”

“예. 위위경!”

“응양군 장군 한 섬에게 황궁을 수비하라고 명해라.”

“예. 위위경!”

“또한 용호군의 동태를 적극 살피라고 전해라.”

“예. 위위경!”

“어서 움직여라! 어서!”

위위경 이의방도 다급한 투로 재촉을 했다. 지금 이 순간 회생의 무모하고도 과감한 간계가 또 한 번 이 고려를 감쪽같이 속인 거였다.

용호군은 빠르게 황궁 방향으로 회군을 했다. 그리고 그 회군의 선두에 선 대장군인 이고는 잔뜩 인상을 찡그리고 있었다.용호군 대장군이 되어 첫 출정이었다.

포부를 크게 가지고 출정을 한 것이 분명할 것인데 아무런 성과도 얻지 못하고 급하게 황궁 쪽으로 철수를 하니 마음이 착잡했다.

“으음,,,,,,.”

그리고 그 모습을 보고 대장군의 부장인 전준걸도 표정이 밝지 않았다.

“옳으신 판단이시옵니다.”

“그런가요?”

“그렇습니다. 분명 황궁 쪽으로 불빛이 이동을 하고 있사옵니다.”

“하지만 그 불빛도 사라진지 오래입니다.”

이고가 이렇게 인상을 찡그리고 있는 것은 이유는 알 수가 없으나 속았다는 생각이 들고 있기 때문이었다.

“왜 그러시옵니까?”

“제가 아니 용호군이 속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고는 그렇게 말하고 뜬금이 없지만 회생의 얼굴이 떠올랐다. 만약 지금의 회군이 누군가의 간계에 의한 거라면 이런 간계를 꾸밀 수 있는 자는 회생뿐이라는 생각이 드는 이고였다. 하지만 그런 생각을 하다가 이고는 피식 웃었다.

‘내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이유가 없다. 그럴 이유가.

’이고는 괜한 생각을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속으셨다니요?”

“불빛이 사라졌습니다. 그리고 아마 황궁은 무탈할 거라는 생각이 듭니다.”

이고는 전준걸에게 솔직한 속내를 보였다.

“그럼 저희가 무엇에 속았다는 겁니까?”

“그건 모르지요. 아마 영원히 밝혀지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속았다면 다시 송악산으로 달려가야 하지 않습니까? 지금이라도 포위를 한다면,,,,,,.”

사실 처음부터 계획한 것처럼 용호군을 이용해서 송악산을 진득이 포위를 했다면 2천의 가병들을 모두 척살할 수도 있었던 용호군이었다.하지만 수많은 포석을 깐 회생이었고 그 상황에서는 누구라도 속아 넘어갔을 것이 분명했다.

“만약 우리가 속은 것이라면 돌아가 포위를 한다고 해도 늦었을 겁니다. 그 엄청난 짓을 벌리고 사지를 벗어났는데 그 곳에 있겠습니까?”

이고의 말에 진준걸도 인상을 찡그렸다.

“그렇기는 합니다. 그런데 참으로 큰일입니다.”

“뭐가 말입니까?”

“이미 연락병이 위위경에게 보고를 하지 않았습니까?”

“그렇군요. 뭐 제가 한 번 웃음거리가 되면 그만입니다. 그보다 더 큰일은 2천의 가병들이 어디로 사라졌을까 하는 겁니다.”

이고는 자신이 웃음거리가 되는 것보다 사라졌을 이천의 가병들의 다음 행보를 걱정했다.

“그런데 몸을 숨긴 김돈중이 그곳에 있었을까요?”

“그건 모르는 일이지요. 하여튼 속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고는 마상에서 고개를 돌려 송악산 쪽을 보다가 다시 고개를 돌렸다.

“이제 어떻게 되었던 위위경을 제가 만나야겠습니다. 황궁도 위위경도 잔뜩 긴장을 했을 거니까요.”

이고의 말은 틀린 말이 아니었다.혹시 모를 황궁 급습을 대비하기 위해 2만의 응양군이 대기를 하고 있었고 위위경인 이의방도 무장을 하고 장군방을 지키고 있었다.

“아직 모르는 일이옵니다.”

진준걸은 이고의 눈치를 보며 말했다.

“하여튼 황궁 쪽에서 별탈이 없다면 용호군은 다시 주둔지로 회군을 하고 병력의 피해를 확인해 보십시오.”

“예 대장군.”

“난 바로 위위경을 만날 것입니다.”

“제가 모시겠습니다.”

진준걸은 이고를 모시겠다고 말했다.

“아닙니다. 호위 무장 몇 만 데리고 가는 것이 오해를 사지 않을 겁니다.”

어떻게 되었던 이 깊은 밤에 5천의 용호군이 움직였다. 만약 많은 용호군이 황궁으로 진격을 한다면 위위경이 오해를 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드는 이고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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