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간웅 10권 -- >
“죽어라!”
난 힘껏 앞으로 달려 나가며 검을 휘둘렀다.서걱.내 검은 단칼에 용호군 척후의 목을 몸통에서 분리시켰고 어두운 밤에 붉고 뜨거운 피가 내 눈에 선명하게 보였다.
이건 분명 천지신명이 나를 굽어 살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만약 내 검에 죽은 윤택이 조금만 정신을 차리고 내 검을 막았다면 정막 목과 몸이 불리된 것은 내가 될 수도 있는 일이었다.
그리고 난 돌아서서 당황한 척후를 노려보며 달려들었고 척후는 바로 위협을 느끼고 뒷걸음질을 쳤다. 이미 그들은 가슴이나 어깨에 화살을 맞은 자들이 대부분이었다.
물론 서 있는 자도 지금 내가 노려보고 있는 척후뿐이었다.
“젠장!”
하지만 그가 할 수 있는 것은 오직 별초들의 검에 싸늘한 고깃덩이가 되는 것뿐이다. 별초들은 현란하게 검을 휘둘러 뒷걸음질 치는 2명의 용호군 척후를 죽였다. 물론 나도 한 명의 별초를 죽이기는 했다.
“됐다.”
난 바닥에 쓰러져 있는 척후를 향해 다가갔다.
“척후병 한 조를 정리 한 것 같습니다.”
별초가 내 판단에 놀라워하면서 나를 봤다.
“이제 겨우 시작이다.”
“그렇습니다. 주군!”
내게 대답을 하는 별초들의 표정은 무척이나 미묘했다.
“시체를 치우고 용호군 장졸의 활과 화살 통을 챙겨라.”
“예. 주군.”
내 명령에 별초들은 급하게 용호군 시체를 치웠다.
“너희들은 이곳에서 용호군 척후병을 기다려라.”
“예?”
난 이렇게 척후들을 제거해 나갔다. 물론 다른 곳은 내가 없기에 나와 같은 방법을 쓰지는 못할 것이다.
척후를 발견한 별초들은 죽을힘을 다해 척후들을 제거했고 또 어떤 자는 척후를 놓치기도 했다.하지만 놓친 척후는 다른 별초들이 추격을해서 제거를 했다.
거의 10개조 이상의 용호군 척후들이 내 별초에 의해 제거가 되는 순간이었다.
“이제 두 번째 포석은 깔린 것인가?”
난 이제 내 눈에도 보리는 횃불의 행렬을 보며 인상을 찡그렸다.
“박현준이 잘해줘야 할 것인데,,,,,,”
숲속.별초낭장 박현준은 위험을 무릅쓰고 거짓 이동을 묘사하고 있었다. 2000천개나 되는 횃불은 산을 빙빙 돌고 있었고 조금씩 황궁 쪽으로 나가려는 듯 보이려고 노력을 했다. 이것은 이고가 엄청난 수의 병력들이 김돈중의 지시를 받고 황궁으로 진격하고 있다는 것을 묘사하기 위한 행동이었다.
“저기 800보 앞에 저희를 찾는 용호군의 대단위 부대가 보입니다.”
나 역시 이렇게 척후를 이용하고 있었다. 지금은 누가 먼저 적의 찾느냐가 중요했고 나는 별초낭장 박현준에게 우리도 척후를 이용하라고 지시를 내려놧다. 적의 위치를 파악한 별초의 보고에 별초낭장 박현준은 씩 웃었다.
“됐다.”
별초낭장 박현준은 고개를 돌렸다.
“모두 불을 끄고 후퇴한다.”
별초낭장 박현준의 명령에 200명의 가병들이 일제히 사다리에 끼워져 있던 횃불을 껐다.
“이제 숨을 때다.”
“그렇습니다. 정말 기묘한 전략입니다.”
두칠이 별초낭장 박현준을 보며 말했다.
“이것이 바로 주군의 계략이다.”
“예. 대단하신 분이십니다.”
그 순간 별초낭장 박현준이 두칠을 노려봤다.
“아랫것이 상전을 판단하는 것은 불경이다.”
“송구합니다.”
두칠은 바로 잘못을 인정했고 별초낭장은 이번만은 용서하겠다는 눈빛을 보였다.
“이제 다른 지역으로 이동한다.”
이렇게 회생은 별초낭장 박현준에게 적이 접근하면 불을 끄고 도주하라고 지시를 했다. 엄청난 횃불의 발견한 놈들은 횃불의 규모에 긴장할 것이 분명했다. 그리고 갑자기 사라지면 그 긴장도는 배가 될게 분명했다. 그리고 이런 행동이 쌓이게 되면 용호군은 회생의 병력이 수만이 넘는 것을 판단할 것이 분명했다.
그것을 회생이 노린 것이다.그렇게만 된다면 용호군을 이끌고 온 이고는 어쩔 수 없이 퇴각을 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바로 달려가 황궁을 수비해야 한다는 생각을 하게 될 것이다.
지금 이 순간 회생은 그것을 이고에게 강요하고 있는 거였다. 이런 강요를 이고에게 할 수 있었던 이유는 회생이 목숨을 걸고 이고가 이끌고 오는 중군의 허리를 돌파했기 때문이었다.
정말 2천의 가병을 살리기 위해 과감하면서도 무모한 작전을 펼치고 있는 회생이었다.
“역시 내 주군이다.”
별초낭장 박현준은 회생의 얼굴을 떠올렸다.
“이탈한다. 빠르게 움직여야 할 것이다.”
“예.”
지금까지 모래알처럼 흩어지기만 했던 가병들이 회생의 계략과 별초낭장 박현준의 지휘에 하나로 뭉쳐지고 있었다.그리고 회생의 결사대는 빠르게 용호군이 접근하고 있는 곳을 이탈했다. 그리고 3천보 정도 죽어라 달려고 나서 다시 횃불을 밝혔다.
“횃불이 사라졌습니다.”
횃불의 든 대단위 부대를 공격하기 위해 출동한 용호군의 대단위 병력은 갑자기 횃불이 사라진 것을 보고 당황했다.
“우리의 추격을 감지한 건가?”
횃불을 쫒는 부대의 부장은 그렇게 생각했다.
“그런 것 같습니다.”
“어떻게든 찾아서 공격해야 한다.”
“병력들이 지쳐 있습니다.”
용호군 병사가 조심스럽게 용호군 부장의 눈치를 보며 보고했다.
“알고 있다. 하지만 공격하지 못하면 공격을 받을 수 있다.”
“하지만 지친 병사들이 상당합니다.”
지금 죽어라 도망을 치는 별초낭장 박현준의 부대와 또 죽어라 쫒는 용호군의 이해 안 되는 숨바꼭질로 병사들만 지치고 있는 거였다.그리고 이런 숨바꼭질이 왜 필요한지 알고 있는 가병들은 오직 살기위해 죽어라 뛰고 또 뛰었다.노비근성이 가득한 가병들이지만 또한 생존본능 역시 뛰어난 노군들인 것이다.
“알고 있다고 했다.”
용호군 부장이 버럭 소리를 질렀다.
“어떻게든 찾아라! 어떻게든.”
그때 용호군 병사 하나가 뛰어왔다.
“저 멀리 뒤쪽에 다시 이동하는 엄청난 횃불들이 보입니다.”
“뭐라?”
용호군 부장은 병사가 가리킨 곳을 봤다. 사라졌던 횃불들이 다시 보란 듯 어디론가 이동하고 있었다.
“젠장! 한 부대가 아니라는 건가?”
“어, 어떻게 합니까?”
“어떻게 하긴 저곳까지 빠르게 이동해서 저놈들을 모두 죽인다.”
“예. 부장!”
용호군 병사는 짧게 대답을 했지만 인상을 펼 수는 없었다.이렇게 용호군 부대는 별초낭장 박현준의 횃불을 쫒아 찾을 수 없는 술래잡기를 했고 그만큼 더욱 지쳐갔다.
그리고 별초낭장 박현준이 이끄는 결사대의 횃불은 송악산 초입에 주둔을 한 군막에서도 훤히 보이고 있었다.나는 어둠속에서 몸을 웅크리고 있는 두경승을 봤다.
“그대는 활을 얼마나 잘 쏘지?”
“예?”
“실력이 어느 정도인지 묻는 거다.”
내 물음에 두경승은 뭐라고 대답을 해야 할지 몰라 머뭇거렸다. 이 고려 사회에서는 겸손이 무장이 갖춰야 할 덕목 중 하나였다.하지만 난 지금 정확하게 두경승의 실력을 알아야 했다.
“50보 정도의 거리에 있는 콩알까지는 맞춰 봤습니다.”
두경승은 가장 정확하게 자신의 실력을 내게 인식시켰다.
“그래?”
“그렇습니다.”
“그럼 나와 함께 가세.”
“예?”
“이제 날랜 별초 셋과 함께 찾아나서야 할 때야!”
“찾아 나선다니요?”
두경승은 무슨 말인지 몰라 나를 빤히 봤다.
“척후가 더 있는지 없는지 확인을 해 봐야하지 않나?”
“하지만 그렇게 하다가 용호군에게 발각이 된다면,,,,,,.”
“척후를 놓치면 그 역시 죽은 목숨이네.”
“그렇기는 하옵니다.”
“그럼 가세.”
난 자리를 박차고 일어났다. 이제 무한 질주가 있을 뿐이었다.
난 이미 두 명의 별초들을 선별해 놨다. 그리고 그 선별 기준은 밤눈이 밝고 귀가 밝은 자들로 정했다. 또한 나 역시 밤눈이 무척이나 밝았다.이게 평소에는 아무것도 아닌 거지만 이렇게 급박한 순간에서는 크게 작용할 거라는 것을 나는 너무나 잘 알고 있었다.
‘미세한 차이가 생사를 결정하지.’정말 난 2천의 가병들을 살리기 위해 악전고투를 하고 있었다.‘체! 그것들이 내 마음을 알기나 할까?’난 문뜩 가병들이 떠올랐다.
“가자!”
난 그렇게 말하고 앞으로 달렸다.그리고 내 뒤를 두경승과 3명의 별초들이 나를 따랐다.
이제 나와 두경승 그리고 3명의 별초는 또 다른 척후가 된 거였다.이 숲에서 내가 의지할 수 있는 것은 오직 차가운 내 판단뿐이다. 그리고 믿을 수 있는 것은 두경승의 활솜씨와 별초들의 무위였다. 그리고 최대한 많은 수의 용호군 척후병들을 죽여야 했다.
물론 이것은 무척이나 위험한 짓이 분명할 것이다.하지만 용호군 척후 한 놈이라도 내가 꾸며놓은 계략을 간파하고 용호군 대장군 이고에게 보고를 한다면 2천의 가병들은 이곳에서 포위를 당해 몰살을 할 것이 분명했다.
그러니 어떻게든 최대한 많이 용호군 척후를 죽여야 했다.
“어떻게든 다 죽여야 해.”
난 숲을 빠르게 달렸다.
“예. 주군!”
두경승이 내 옆을 따르며 대답을 했다. 정말 우리가 하는 짓은 미친 짓이 분명할 것이다.
바스락! 바스락!그때 내 귀에 나무 밟는 소리가 들렸다. ‘적이다.
’난 앞에 적이 있는 것을 감지했고 바로 멈췄다. 이제 내가 적을 발견한 것처럼 적도 나를 발견했는지가 중요했다.
‘그런데 왜 이렇게 귀가 밝아졌지?’난 문뜩 그런 생각이 들었다. 처음 용호군 척후를 발견했을 때도 내 청각에 의해서였다. 그런데 지금도 내가 이끌고 온 부하들보다 먼저 적의 낌새를 발견한 것이 한편 놀랍기만 했다.
‘내게 다른 능력이 있는 것은 아닐까?’난 문뜩 그런 생각이 들었다. 그런 생각을 할 수도 있는 이유는 난 사람의 얼굴을 보며 그의 이름이 보이기 때문이었다.
다른 이들은 내가 그렇다는 것을 말하면 믿을 수 없는 일이겠지만 난 스스로 내 능력을 경험했기에 혹시나 다른 능력이 생기지는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했다. 하지만 지금 중요한 것은 앞에 있는 용호군 척후였다.‘우리를 발견한 것일까?’나와 내 부하들은 그 자리에 몸을 움츠리고 아무런 미동도 없이 앞에 있는 용호군 척후들이 어떻게 행동을 할지 지켜봤다. 그런데 다행인 것은 용호군 척후들은 아직 우리를 발견하지 못한 것 같았다.
난 바로 두경승을 봤다. 그리고 눈빛으로 활로 내가 지시를 하면 쏴서 죽이라는 신호를 보냈다. 그리고 별초들 역시 조심히 검을 뽑았다.그렇게 지시를 내릴 때 용호군 척후들은 점점 접근을 해 왔다.
“지금이다.”
쉬웅!퍽!두경승이 쏜 화살은 바람을 가르며 날아가 여과 없이 후미에 선 용호군 척후병의 심장을 관통했다.
“으악!”
“이얍!”
그와 동시에 별초 셋이 검을 휘두르며 놀란 용호군 척후를 향해 달려들었고 나는 처음처럼 무모하게 앞으로 나서지 않고 그들을 지켜봤다. 용호군 척후를 향해 달려든 별초는 바로 앞으로 달려 나가 잠시 당황한 용호군 척후의 목줄을 끊어 놨다.서걱!
“으윽!”
수욱!
“케에에엑!”
목줄이 잘려서 인지 용호군 척후병은 비명 한 번 제대로 지르지 못하고 바닥에 고꾸라졌다.
“이얍!”
그리고 용호군 척후가 쓰러지는 것을 확인한 별초는 무섭게 다른 용호군 척후를 노려봤다. 그리고 뒷걸음을 치다가 도주를 하기 위해 돌아서서 앞으로 달려 나가는 자를 발견하고 별초가 단검을 놈에게 던졌고 날아간 단검은 용호군 척후병의 뒤통수에 정확히 박혔다.퍽!
“으악!”
비명과 함께 놈이 쓰러졌고 그 모습을 본 마지막 한 놈은 빠르게 몸을 돌려 도주하려했다. 하지만 난 저놈을 살려둘 마음이 없었다.
“옆으로 도망을 친다.”
난 버럭 소리를 질렀다. 내가 해 줄 수 있는 것은 이게 전부라고 생각을 했다. 그리고 그 소리를 듣고 두경승이 빠르게 시위를 당겼다.
쉬웅!빠르게 날아간 두경승의 화살은 척후의 어깨를 관통했다. 하지만 간절히 살고자 바라는 용호군 척후는 화살을 맞은 채로 도주를 감행했고 나는 어쩔 수 없이 척후를 놓치지 않기 위해 빠르게 앞으로 뛰어 나갔다. 그리고 옆에 있는 나무를 도약판처럼 이용해 뛰어올라 힘껏 도망치는 놈의 등을 발로 찼다.퍽!
“으악!”
용호군 척후병은 바닥에 쓰러졌고 난 허리에 차고 있는 검을 뽑아 쓰러진 놈이 일어나기도 전에 그의 가슴에 깊숙이 검을 박아 넣었다.수욱!울컥!용호군 척후병의 입에서 검은 피가 역류했다. 식도로 피가 넘어와서인지 용호군 척후병은 비명도 지르지 못했다. 난 빠르게 주변을 살폈다.
“모두 척살을 했습니다.”
별초가 내게 와 보고를 했다.
“수고했다.”
모든 적을 죽였다고 생각할 때가 가장 위험한 법이다.
“이제 얼마 안 남았다. 이곳을 이탈한다.”
“예. 주군!”
“모닥불이 피워진 곳으로 복귀를 할 것이다.”
“예. 주군!”
그렇게 나와 두경승 그리고 별초 셋은 모닥불을 피워놓은 곳으로 돌아왔다.
“주군.”
모닥불을 지키고 있던 별초들은 온몸에 피를 묻히고 있었다. 이것만 봐도 많은 용호군 척후병을 척살했다는 증거일 거다.
“얼마나 죽였지?”
“5개조 이상 척살 한 것 같습니다.”
난 만족스러운 눈빛으로 고개를 끄덕였다.이제 모든 일은 하늘에 달려 있는 거였다. 인간은 이렇게 혼신의 힘을 다해 움직이고 마지막 순간 하늘에게 맡기면 되는 거였다.‘할 만큼 한 것이다.’난 고개를 끄덕였다.
“이제 박현준 만 잘 해주면 된다.”
난 이제 모든 것을 별초낭장 박현준에게 걸었다.
“그렇습니다. 주군!”
두경승이 짧게 대답을 했다.
“산채로 돌아갈 것이다.”
“예. 그런데 어깨는 괜찮으십니까?”
“어깨?”
“그렇습니다. 피가 갑주에 묻어 나오고 있습니다.”
“말해주니 더 아프잖아.”
난 인상을 찡그렸다. 하지만 지금은 이따위 피를 흘리는 것은 중요하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이제 거의 다 되었어. 거의 다!’다음권에서 계속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