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간웅-202화 (202/620)

< -- 간웅 10권 -- >

“그러니 이제 준비를 해야지.”

백화는 그렇게 말하고 가병 장들을 봤다.

“가병 장은 모두 모이시게.”

백화가 소리를 질렀다. 백화의 외침에 가병장들은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서로의 눈치만 봤다.그리고 그때 한회가 소리를 쳤다.

“우선은 모이시게. 우리들도 살길을 도모해야 하지 않나?”

총가병장이었던 한회도 외치지 마지못해 가병장들이 백화에게 다가왔고 그 순간 백화가 가병장을 노려봤다.

“이제 가병록이 없다고 생각을 하고 있지?”

백화의 말에 순간 가병장들은 기겁을 했다.

“아, 아까 태우지 않았소?”

“너희들도 알 것이다. 가병록은 원본에 한 부를 더 필사한다는 것을.”

백화는 조금 전 한회와 박철우가 이야기를 한 것을 찬찬히 듣고 있었다. 그리고 이 가병들의 통제할 수 있는 것은 가병록 뿐이라는 생각을 했다.

“그, 그것이 사실입니까? 한회 총가병장!”

가병장 하나가 한회에게 물었다.

“그렇다네. 주군께서 그냥 오셨겠는가?”

“으음,,,,,,.”

모인 20여명의 가병장들이 일제히 표정이 굳어졌다.

“그럼 이곳을 빠져 나간다고 해도 평생을 죄인으로 숨어 살아야 하지 않소.”

“그렇겠지.”

“젠장!”

순간 가병장이 절망의 눈빛으로 백화를 봤다.

“하지만 그것은 나중의 일이네. 이곳에서 살아야 죄인으로 살든 아니면 새로운 삶을 살던 할 것이 아닌가.”

백화의 말에 가병장들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기도 합니다.”

“그러니 어서 횃불을 만들고 또 이곳에 방어를 할 준비를 하시게. 별초낭장!”

백화가 박현준을 불렀다.

“예. 마님!”

“상공께서 다른 말씀은 없으셨나?”

“꾸미신 계획을 저로 하여금 실행하라고 하셨습니다.”

“꾸민 계획이라면?”

“황궁으로 진격을 하는 것처럼 보이라고 하셨습니다.”

“황궁으로 진격을 하는 것처럼?”

“그렇습니다. 마님!”

별초낭장 박현준의 말에 백화도 고개를 끄덕였다.

“어서 움직이시게.”

“예. 마님!”

별초낭장 박현준은 그 순간 가병장들을 노려봤다.

“200이 필요하네. 누가 할 것인가?”

가병장들은 100명의 가병들을 통솔하고 있는 것이 보통이었다. 그리고 이 순간 가병장들은 모두 다 별초낭장의 눈빛을 피했다. 하지만 이들 중에도 회생을 믿는 자도 있는 법이었다.

“내가 하지요.”

별초낭장을 보고 두칠이 나섰다. 회생이 이름을 불러줬던 그 두칠인 거였다.

“그대의 부대가 할 것인가?”

“그래. 까짓것 합시다. 살수만 있다면 뭐든 못하겠습니까?”

“좋아! 더 없나?”

“좋소! 나도 합니다.”

조금 전 백화에게 소리를 쳤던 가병장이 나섰다.

“지은 죄도 있으니 내가 합니다. 결사대라고 했소? 내가 하겠소.”

별초낭장은 그를 보고 고개를 끄덕였다.

“잘 생각했네. 내가 아는 우리의 주군은 정말 믿을 수 있는 분이라네.”

“그건 두고 봅시다. 마님께서 그렇게 살고 싶어 하면서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고 해서 하는 겨요.”

“어떻게 되었던.”

그리고 그때 박철우가 앞으로 나왔다.

“그럼 나머지는 무엇을 하면 되는 겁니까?”

“주군께서,,,,,,.”

“주군께서 무어라 하셨소?”

“두더지처럼 이곳에 가만히 웅크리고 있으라 하셨소.”

별초낭장 박현준의 말에 나머지 가병들은 순간 멍해졌다. 송악산 산기슭.나와 49인의 별초 그리고 두경승은 송악산 산기슭에 멈췄다. 이제 현지에서 내 두 번째 포석을 위한 명령하달을 해야 했다.

“주변을 경계해라!”

내 명령에 사방으로 두 명 씩 별초들이 뛰었다. 정말 몸이 비호처럼 빠른 별초일 것이다.

“다음 작전의 명령을 하달하겠다.”

이제 두 번째 작전이 진행이 되는 것이다. 이 역시 별초들에게는 참으로 모진 일이 될 것이 분명했다.

“예. 주군!”

별초들이 짧고 조용하지만 무게감 있게 대답을 했다.

“분명 용호군은 내 돌격에 긴장을 해서 척후병을 보낼 것이다.”

“그렇습니다. 그렇게 해야 군막에서 판단을 할 수 있을 것이옵니다.”

별초의 대답에 난 인상을 찡그렸다. 이 송악산에 용호군의 척후들이 마음 편하게 움직이게 둔다면 내 작전은 절대 성공을 할 수가 없었다. 그리고 또 2천에 가까운 가병들은 자체 원형 방어를 하고 두더지처럼 웅크리고 있으니 용호군 척후에게 발각이 된다면 모든 것이 수포로 돌아가는 것은 시간 문제였다. 그렇기 때문에 이 송악산으로 염탐을 나온 용호군 척후병들은 모두 제거를 해야 했다.

“보통 용호군은 어떻게 척후병을 움직이지?”

지금 나를 지키는 별초들은 모두 용호군 소속이었다. 그러니 누구보다 용호군에 대해서 잘 알고 용호군의 군략에 대해 잘 알았다.

“용호군 척후병은 3명이 1개 조가 되어 움직입니다.”

“그렇다면 몇 개조나 움직이지?”

“그때마다 틀리자만 전장의 크기에 따라 달라질 것입니다.”

별초 하나가 내게 대답을 했다.

“그럼 이런 산악 전투라면?”

“송악산은 산세가 험하고 지형이 높기에 최소한 10개조는 움직일 것입니다.”

난 별초의 말을 듣고 인상을 찡그렸다.

“그 모두를 다 척살해야 할 것이다.”

참으로 용호군이었던 별초들에게 용호군의 척후병을 척살하라는 명령은 잔인한 명령일 것이다. 그리고 내 명령에 별초들은 자신도 모르게 속내를 숨기지 못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모두 다 결심을 하고 어금니를 꽉 깨물었다.

“척살을 할 수는 있으나 발견하는 것이 쉽지 않을 것 같사옵니다.”

물론 그럴 것이다. 이 송악의 산세 험한 것도 이유지만 척후병들 역시 몸을 숨기고 움직이는 자들이니 찾아내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 별초의 생각이었다.

“우린 찾는 것이 아니라 용호군 척후병이 오게 만들 것이다.”

“그 말씀은,,,,,,.”

“원래 불나방들은 불을 보고 달려드는 것이지.”

난 그렇게 말하고 별초들에게 내 계획을 알려줬고 별초들은 기겁을 했다.

“주, 주군,,,,,,.”

“쉬운 일은 아닐 것이다. 하지만 다른 방법이 없다. 용호군 대장군인 이고공의 눈과 귀를 가리지 못한다면 절대 2천의 가병들을 살릴 수 없다.”

“예. 알겠습니다.”

별초는 그렇게 말하고 조를 편성했다.

“모두 다 살아오기를 바란다.”

“예. 주군!”

이제 드디어 내 두 번째 포석이 깔리는 순간이었다. 내가 이렇게 움직이는 것은 어떻게든 내가 개입을 했다는 것을 누구에게도 모르게 하기 위함이었다.

‘2천의 병력이면 대단한 거지.’난 그렇게 나를 위로했다.회생의 명령에 별초낭장 박현준은 빠르게 횃불을 사다리에 달고 산으로 이동했다. 그리고 그들이 이동하는 방향은 바로 황궁을 향하고 있었다.

물린 지금 움직이는 것은 황궁으로 가는 척을 하는 것이다.

“어서 어서 움직여!”

별초낭장이 이끄는 200명은 그렇게 용호군이 보란 듯 산으로 이동을 했고 산 아래 평지에서는 횃불의 이동이 마치 거대한 뱀이 움직이는 것처럼 잘 보였다.그리고 같은 시간 이고 대장군이 이끄는 용호군은 송악산 초입에 도착을 해서 막 주둔지를 꾸린 상태였다.

“뭐야 저건?”

용호군 장졸 하나가 기겁을 해서 소리를 질렀고 이고 대장군은 살짝 인상을 찡그렸다.

“어디로 이동하는 횃불이냐?”

다급한 마음에 이고 대장군이 소리를 쳤다.

“황궁 쪽으로 이동하고 있는 횃불입니다.”

장졸의 외침에 이고는 지그시 입술을 깨물었다. 자신이 생각하고 있던 것이 지금 현실이 되고 있다는 생각에 답답하다 못해 어떻게 해야 할지 판단이 서지 않는 순간이었다.

“확실한 것이냐? 저들이 진정 황궁으로 향하고 있는 것이냐?”

“그건 확실치 않습니다.”

“그럼 뭐가 확실한 거야?”

“어떻게 합니까?”

“척후병을 보내서 정확하게 파악을 해라.”

“예. 이고 대장군.”

이렇게 회생은 이고의 마음 한구석에 있는 허점을 노렸다.

“뭘 멍하니 보고 있는 거야? 어서 어서 척후를 보내라. 어서!”

“예.”

“어서 찾아라! 저들이 찾아서 바로 척살을 해라! 만약 저들이 황궁으로 향하면 일이 복잡해진다. 어서!”

“알겠습니다.”

“젠장! 일이 이상하게 돌아가고 있다. 어서 어서 움직여.”

“예. 대장군”

용호군 장졸은 병력들을 향해 달려갔다.

“척후는 불나방 같은 거지.”

이 생각으로 난 척후를 제거하겠다는 계획을 꾸민 거였다. 난 숲의 작은 공터에 불을 피우고 마치 아이가 할 일이 없이 불장난을 하듯 모닥불 사이를 뒤지고 있었다.

‘젠장! 내 작전이지만 너무 긴장이 된다.’아무렇지 않게 말을 했지만 긴장이 되는 것은 어쩔 수가 없을 것이다. 그리고 내 뒤에는 4명의 별초들이 숲의 어둠속에서 몸을 숨기고 나를 지키고 있었고 두경승은 나무에 올라 용호군 척후병들이 오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나는 힐끗 별초들을 봤다. 사실 저들을 저렇게 숨기기 위해서 나는 참으로 많이 실랑이를 해야 했다.

어쩌면 나를 달려온 별초들의 목적은 용호군 척후로부터 나를 보호하는 게 우선일 것이다.별초낭장 박현준이 그렇게 명령을 내렸을 거다.

난 숲속 공터에 작은 모닥불을 피워 놨다. 용호군의 척후는 이 모닥불을 보고 피워 놓은 이유를 알기 위해 분명 이곳으로 올 것이다.

그럼 나는 그들을 내 재주로 얼을 빼놓고 두경승이 단번에 처리를 하면 되는 것이다.정말 간단한 작전이기는 하지만 저들이 멀리서 나를 보고 활을 쏜다면 난 속절없이 이승을 하직하는 작전이기도 했다.

난 그래서 두껍게 갑주를 두 개나 입었고 등에서는 땀이 주르륵 흐르고 있었다.‘활 맞아 죽기 전에 더워 죽겠다.

’용호군 척후 그들의 임무는 정보를 알아내고 적을 찾는 것이다. 난 그것을 역으로 이용할 참이다. 그리고 최대한 내 재주를 이용해 볼 참이다.

모닥불이 저들을 불나방처럼 내게 이끌 것이고 나는 그들을 내 재주로 멍하게 만들 것이다.부시럭! 부시럭!나무 밟는 소리가 내 귀에 들렀다.

“온다.”

난 나직이 말했다. 그와 동시에 나무 위에 올라가 있는 두경승이 조용히 활의 시위를 당겼다.

정말 긴장이 되는 순간이었다. 난 등줄기에 비지땀이 아닌 식은땀이 흘렀다.

만약 저들이 나를 향해 바로 화살을 날리면 난 두 겹으로 끼어 입은 갑주로 막야 할 것이다. 미련스럽게 두 겹으로 갑주로 입고 있어서 생명에는 지장이 없겠지만 그래도 상처를 입지 않는다는 보장은 없었다.

난 이미 어깨와 등에 화살을 세발이나 맞은 상태였다.‘젠장! 이렇게 땀을 흘리면 상처가 악화될 건데,,,,,,.’난 인상을 찡그렸다.

그리고 잠시 후 내가 예고한 것처럼 용호군이 보낸 척후가 피워진 모닥불의 이유를 찾기 위해 나타났다. 처음은 용호군 척후 하나가 은밀히 접근을 했다.

‘저놈 하나를 보고 공격할 수는 없지.’난 최대한 정신을 바짝 차리기 위해 안간힘을 섰다.

“기다려.”

척후는 절대 혼자 움직이는 법이 없다. 최소 3명 많게는 5명이 움직이는 것이 보통이다. 그리고 별초도 3명 1개조로 움직인다고 했다. 그러니 최소한 2명은 어둠 뒤편에 있을 것이 분명했다.

그리고 용호군 척후가 조심히 내게로 다가왔다. 그 역시 잔뜩 웅크린 것이 주변을 경계하는 것이 분명했다. 그리고 모닥불 앞에 내가 앉아 있는 것을 보고 기겁을 했다.

“뭐야?”

“어이 윤택이!”

난 제일 먼저 접근을 하고 있는 용호군 척후의 이름을 크게 불렀고 자신의 이름을 불린 척후는 인상을 찡그렸다가 아무 의심 없이 내게로 걸어왔다. 내가 자신의 이름까지 부르니 적이라고 생각을 하지 못하는 것 같았다.

“누군데 내 이름을 알지?”

“아이고 이거 서운한 걸! 우리 같이 술대작도 하지 않았나?”

“난 너 같은 어린놈을 모른다.”

윤택이라는 자는 나를 적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 눈빛이었으나 얼굴도 모르는 놈이 자신의 이름을 부르자 이상하다는 듯 나를 봤다.

“그리고 이렇게 정탐 중에 불을 피우다가 발각이 되면 경을 치려고 이러는 건가?”

역시 자신의 이름을 불러주지 의심을 푸는 거였다.

“꼭 그렇게 생각을 할 필요는 없지. 우리가 찾지 못하면 찾게 만들면 되는 것 아닌가! 적의 척후를 유인해서 고신을 해 은거 지를 알아내는 것도 나쁘지 않지.”

내 말에 윤택이라는 용호군 척후가 어이가 없다는 듯 나를 봤다.

“말이 쉽지! 적당들이 오기 전에 화살이라도 날리면 어떻게 할 건가?”

“그래서 갑주를 두 개나 입었지. 헤헤헤!”

난 바보처럼 웃었다. 하지만 이 순간 바보는 내가 아니라 내 재주와 꾀에 속고 있는 용호군 척후일 것이다.그리고 내 말에 그도 그렇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며 고개를 둘렸다.

“여기는 우리 편이네! 나오시게.”

그리고 잠시 후 내 예상대로 5명의 용호군 병사가 모닥불로 모여 들었다. 그리고 난 그 모습을 보고 씩 웃었다.내가 씩 웃자 윤택이 나를 보며 물었다.

“왜 웃는가?”

“잡혔거든.”

“뭐가?”

“적의 척후!”

“뭐?”

윤택은 무슨 말을 하는지 몰라 나를 멍하니 봤고 나는 그 순간 오른손을 들어올렸다.

“이곳은 전장! 전장에서는 누구도 믿어서는 안 되는 법이네.”

“뭐?”

“쏴라!”

내 명령이 떨어졌다. 그와 동시에 두경승의 활을 시작으로 별초들이 일제히 화살을 쐈다.

물론 그들은 조준사격을 했기에 척후를 놓칠 일은 절대 없었다.두경승의 화살은 뒤에서 접근을 하는 척후의 심장을 파고 들었다.

지금 모습을 보인 용호군 척후는 총 다섯이었다. 그중 하나가 두경승의 화살에 절명을 했다.

쉬웅!퍼퍼퍽!

“으아악!”

“함정이다.”

모든 후회는 늦은 법이다.난 함정이라고 외치며 몸을 움츠린 용호군 척후를 향해 허리에 차고 있는 검을 뽑아 들고 달려 나갔다.물론 이것은 무척이나 무모한 짓이었다. 하지만 이미 용호군 척후 윤택은 넋이 나간 상태였고 난 그 틈을 파고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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