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간웅 10권 -- >
“주군께서 가실 수는 있으시나 돌아오시지 않으시면 이 여인의 목숨은 보장해 드릴 수 없습니다.”
이 순간 내가 저 2천의 가병들을 내 목숨까지 걸며 살려야 하냐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이제는 가병들의 목숨이 아니라 백화의 목숨이 걸린 일이었다.
“끝까지 나를 믿지 못하겠다는 것이구나!”
“아직 믿음을 다 차게 주신 적이 없습니다. 저희는 버러지처럼 항상 배신만 당하고 산 인생입니다.”
가병장이 내게 말했다.
“알았다. 내 이번 일을 통해 그 다 차지 못한 믿음을 채워놓지.”
난 그렇게 말하고 남은 별초 4명을 봤다.
“둘은 백화를 보호하고 둘은 나를 따르라.”
“예. 상공!”
“시간이 없다. 가자!”
난 이 순간 백화의 얼굴을 한 번 보고 가고 싶었지만 차마 그럴 수가 없었다. 항상 나를 위해 목숨을 거는 백화다.이것이 항상 내 마음에 걸리는 일이었다. 하지만 지금 이 순간은 나는 이곳을 빠져 나가야 했다. 나를 위해 항상 목숨을 거는 백화!
내게 너무나 소중한 사람이다. 이제는 2천의 가병을 구하는 일이 아니라 나를 위해 내가 나갈 길을 위해 스스로 저들의 포로 아닌 포로가 된 백화를 구하는 일이 되어 버렸다.
이래서 모든 일이 뜻대로만 되지는 않는 법인가 보다.‘용호군만 진격을 하지 않았어도 일이 쉽게 풀리는 거였는데,,,,,,.’난 심장이 터질 것 같이 급하게 송악산을 뛰며 역시 인생은 한없는 돌발의 연속인 생방송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제는 2천의 가병이 아닌 백화를 구하는 일이 되어버린 거니 말이다.8. 때로는 무모할 만큼 과감하게!회생의 지시를 받은 별초는 빠르게 달려 회생의 사택에 도착을 해서 바로 대기를 하고 있는 별초 낭장 박현준을 찾았다.
이미 별초낭장 박현준은 130여명의 별초들과 회생의 사택에서 훈련을 받던 수련 무사들까지 무장을 끝내고 회생의 명령을 기다리고 있었다.그런데 회생이 오지 않고 자신의 앞에 나타난 것은 회생을 보호를 하라고 보낸 별초였다.
“무슨 일이냐? 왜 혼자 오는 것이냐? 주군은 어디에 계신 것이냐?”
별초낭장 박현준은 수많은 질문을 쏟아냈다. 그만큼 별초낭장 박현준은 초조했다.
“주군의 명을 받고 달려왔습니다.”
“주군의 명이라고?”
“그렇습니다. 별초낭장!”
“무엇이냐? 주군께서 어떤 명을 내리신 것이냐?”
“주군께서 빠른 말 50필을 끌고 송악산 남서 편으로 오라고 하셨습니다. 그곳에서 기다린다 하셨습니다. 전장처럼 무장을 하고 달려오라고 하셨습니다.”
“뭐라고? 전장에 나가는 것처럼 무장을 하고?”
“그렇습니다. 별초낭장!”
별초낭장 박현준은 이해가 가지 않았다.
“이유가 무엇이냐?”
“소인은 모르겠사옵니다. 그저 소인의 추측으로는 50의 기병으로 용호군을 상대하실 생각이신 듯 합니다.”
“뭐라? 50으로 용호군을?”
별초의 말대로라면 이것은 무모한 짓이 아니라 미친 짓이었다.
“저의 생각이옵니다.”
“50필의 군마라는 거지?”
“그렇사옵니다. 또한 이마에 황색 띠로 황실 복권이라고 쓰라 하셨습니다.”
“황실복권?”
이건 더 이해가 가지 않는 일이었다. 이 순간 황실 복권이라는 글귀는 무척이나 위험한 글이 아닐 수 없었다. 도저히 별초낭장 박현준의 머리로는 회생이 하고자 하는 일을 가늠할 수가 없었다.
“시간이 없다고 하셨사옵니다.”
“알았다. 이미 군마는 준비되어 있다.”
출정준비를 하고 있었던 박현준이기에 군마를 준비할 필요가 없었다. 그냥 별초들이 타고 회생과 만나기로 한 송악산 남서쪽으로 달려가면 됐다.
“예. 띠는 제가 바로 준비를 하겠습니다.”
“그래. 알았다. 하여튼 주군께서 일이 다급하시게 된 것 같다. 어서 서둘러라.”
박현준도 지금이 무척이나 급박하게 상황이 흘러가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그때 밥이나 축내고 있던 두경승이 무장을 하고 밖으로 나왔다. 그의 어깨에는 단아하게 보이는 단궁이 메여 있었다.
“저도 가도 되겠습니까?”
두경승의 말에 별초낭장 박현준이 두경승을 봤다.
“도움이 될 것이네.”
“감사합니다.”
드디어 회생의 사택에서 밥만 축내던 두경승도 회생의 세력에 합류를 하는 순간이었다. 그리고 회생의 명령이 빠르게 준비가 됐고 박현준을 비롯한 50여기의 군마가 회생이 내려간 송악산 남서면으로 빠르게 말을 달렸다.정말 이들에게 지금 이 순간 부족한 것은 시간일 것이다.
‘주군께서 과연 무슨 생각을 하시는지,,,,,,.’별초낭장 박현준은 회생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종잡을 수가 없었다. 그리고 지금 달리는 별초들은 완전무장을 한 상태에서 군마의 옆구리에는 각궁을 차고 있었다. 이것이 별초들이 전장으로 나가는 모습이었다.
그리고 지금 이들은 지금 자신들이 달려가는 곳이 최대의 격전지라는 생각이 들었다.송악산 남서 편 들판.나는 마른 갈대에 몸을 숨기고 별초가 끌고 올 50명의 군마를 기다리고 있었다.
‘시간이 없는데,,,,,,.’정말 지금 부족한 것은 시간일 것이다. 그리고 다급한 마음에 본다고 보이지도 않는 어두운 앞을 봤다. ‘눈으로 본다고 보이지 않지.’난 그런 생각에 손바닥을 조심히 바닥에 뎄다.
눈으로 보이지 않는다면 멀리 느껴지는 지축을 통해 어디까지 왔는지 알고자 했다. 그리고 멀리 한 무리의 군마들이 달려오는 것이 느껴졌다.‘오고 있다.
적인지 아군인지는 알 수 없으나 오고는 있다.’난 어금니를 깨물었다.
이 순간 나 역시 용호군처럼 피아를 구분할 수 없는 상황이다. 오직 내 지시를 수행했을 거라고 믿을 수밖에 없는 순간이었다.
그리고 내 손바닥에 느껴지는 파장이 더욱 커져 가깝게 느껴졌다.
“저기 한 무리의 기병이옵니다.”
내가 이끌고 온 별초 하나가 내게 다가와 나직이 말했다.
“그래. 보고 있다. 저들이 용호군이 아니기를 바라야겠지.”
난 인상을 찡그렸다. 분명 용호군은 내 지시를 받은 별초의 공격을 받고 적을 찾기 위해 분주히 움직일 것이 분명했다. 그러니 저기 달려오는 군마가 적인지 아군인지는 아무도 모르는 거였다.
“그렇사옵니다.”
“우선 몸을 숨기자!”
“예. 주군!”
난 어둠에 몸을 숨겼다. 지금 피아가 분명하게 구분이 되지 않는 순간이다. 그리고 이곳에 별초낭장 박현준이 50기의 기병을 끌고 오기를 바라고 있기는 했지만 그들이라고 확신을 할 수도 없는 순간이었다.다다닥! 다다닥!
“워워워! 워워!”
그 순간 멀리서 달려오던 50기의 군마가 들판이라고 하기에도 부족한 공터에 섰다. 그리고 난 그들의 이마에 황색 띠를 보고 저들이 우리 편이라는 것을 알았다.
“다행이군! 너무 늦지 않았어.”
“예. 주군!”
난 어둠속에서 몸을 일으켰고 내 모습을 본 별초와 별초낭장 박현준이 급하게 말에서 내려 내게 무릎을 꿇었다.
“가신이 주군을 뵈옵니다.”
“격식을 따질 시간이 없다. 바로 작전명령을 하달하겠다.”
난 다급한 표정으로 별초낭장 박현준을 봤다.
“하명하소서!”
“너희들에게 조금은 모진 일을 시켜야겠다.”
“예?”
“너희들의 손으로 용호군을 죽여야겠다.”
내 말에 별초낭장 박현준이 인상을 찡그렸다. 하지만 상황이 바뀌었고 또 의탁한 주군이 달라졌으니 어쩔 수 없는 노릇일 것이다. 이들은 이미 이곳으로 오면서 이런 상황이 올 거라는 것을 감지하고 있었을 것이 분명했다.
“명을 내리십시오.”
별초낭장 박현준도 이제는 완벽히 내 가신이 된 듯 말했다.
“나는 허세를 한 번 부려볼 참이다.”
내 뜬금없는 말에 별초낭장 박현준은 이해가 되지 않는다는 표정을 지었다.
“주군! 허세라니요?”
“별초라면 담력이 대단하겠지?”
“예?”
처음으로 별초낭장 박현준은 내가 무엇을 하려는지 모르는 것 같았다.
“무엇을 하실 생각이십니까?”
“허세를 부린다고 했잖아.”
난 별초낭장 박현준에게 짜증을 부렸다. 이만큼 나도 내가 하려는 짓이 미친 짓이라는 것을 너무나 잘 알고 있었다.
“각궁을 잘 다루면 좋겠지.”
난 별초낭장 박현준이 끌고 온 전마들의 허리에 단궁이 걸려 있는 것을 봤다. 그리고 활의 귀재라는 두경승도 같이 왔다는 것을 봤다.
“두경승도 왔군. 다행이야! 정말 다행이야!”
“돕고자 왔사옵니다.”
“나를 따를 것인가?”
“선택의 시대이지 않습니까? 따르겠습니다. 주군!”
이제야 두경승의 입에서 주군이라는 말이 튀어 나왔다.
“잘 됐다. 너는 나와 선두에 선다.”
“예?”
“너는 너의 활로 내가 노리라는 자만 노리면 된다.”
“예. 주군!”
두경승은 짧게 대답을 했다.‘그나저나 내가 탈 말이 없군.’난 나도 모르게 인상을 찡그렸다. 그리고 다시 별초낭장 박현준을 봤다.
“그대의 말은 내가 타겠네.”
“예?”
“그대는 나와 같이 온 별초들을 이끌고 다시 산채로 돌아가서 내가 지시하는 대로 움직이면 되네.”
“무슨 말씀이십니까? 주군!”
“저들은 내가 이끌면 되니 그곳은 자네가 이끌라는 소리야!”
“주, 주군!”
별초낭장 박현준은 무척이나 놀라 나를 봤다. 자신이 아무리 생각을 해도 내가 하려는 것은 무척이나 위험한 일인 것 같아 보이는 거였다.
“나와 같이 움직이는 것만이 나를 보위하는 것은 아니야!”
“하오나,,,,,,.”
“그렇게 해 주게.”
난 그렇게 말하고 별초낭장 박현준에게 빠르게 내가 하고자 하는 일을 설명을 했고 별초낭장 박현준은 기겁을 했다.
“주, 주군!”
“방법은 오직 그것뿐이네.”
“하오나,,,,,,.”
“이제 달리면 되는 것이야!”
난 짧게 말하고 별초낭장 박현준이 타고 온 말 등에 올랐고 별초낭장 박현준은 놀라 내 말고삐를 잡았다.
“너무나 무모한 일이옵니다.”
“한번 크게 달리는 것뿐이야.”
내 말에 별초낭장 박현준은 기겁을 했다.
“지금 50기의 병력으로 용호군 중군을 향해 달려가신다는 말씀이십니까? 미치셨습니까? 주군!”
너무나 놀라서인지 별초낭장 박현준은 막말을 서슴지 않았다. 하지만 그만큼 내가 하려는 짓은 미친 짓일지도 몰랐다.
“물론이지. 미치지 않고서는 어떻게 이일을 할 수 있겠어. 하지만 하지 않으면 저들을 속이지 못해.”
“하오나 위험합니다. 목숨을 잃을 수도 있습니다. 주군. 주군께서 목숨을 잃게 되시면 가신들은 어찌 하옵니까?”
“내가 움직이지 않으면 백화가 목숨을 잃게 된다.”
“무, 무슨 말씀이시옵니까?”
“백화가 가병들의 포로가 되어 있다. 그러니 이제는 가병들을 구하는 일이 아니라 백화를 구하는 일이다. 항상 나를 위해 목숨을 초개처럼 버린 백화다. 이제 내가 백화를 구할 것이다.”
정말 내게는 또 다른 국면으로 흐는 거였다.
“그러니 말고삐를 놔.”
“안됩니다. 주군.”
“놔라. 난 이미 결심했다.”
“하지만 어리신 마음에 의욕만 넘쳐서는 아무 일도 안 됩니다. 백화님은 제가 구하겠습니다. 그러니 잘못된 판단을 거두어주십시오.”
별초낭장 박현준의 말도 틀린 말은 아니다. 하지만 지금은 내 판단대로 일이 진행이 되어야 한다.항상 내가 한 판단이 옳은 판단일수는 없지만 이번만은 내 판단대로 움직여야 백화를 구할 수 있었다.
“내 판단이 옳아야 한다.”
“틀리시면 어찌 하옵니까?”
별초낭장 박현준은 강경했다.
“내 판단이 틀리다면 내가 죽겠지. 그럼 그대는 백화를 반드시 구해야 할 것이다.”
“하오나,,,,,,.”
“시간이 없다고 했다. 놓지 않는다면 목을 벨 것이다.”
난 별초낭장 박현준을 노려봤다. 이미 난 허리에 폼으로 차고 있는 검을 뽑은 상태였다.별초낭장 박현준의 눈빛이 파르르 떨렸다. 별초낭장 박현준은 내 명령에 마지못해 말고삐를 놓으며 급하게 말에 올랐다.
“단궁!”
난 옆에 있는 기병에게 단궁을 달라며 손을 내밀었다.
“여기에 있습니다.”
그리고 난 다시 50명의 전마를 탄 기병을 쭉 봤다.
“죽기 살기로 달리지 않으면 죽을 거야.”
“예.”
별초들은 모두 별초낭장 박현준과 내 이야기를 듣고 있었다. 그리고 지금 이 질주가 얼마나 위험한지 잘 알고 있었다.
“갑주 안에 두껍게 입었나?”
“예.”
“죽을 만큼 위험하지만 죽을 수는 없다.”
“알겠습니다.”
일제히 50기의 별초들은 우렁차게 대답을 했다. 그리고 별초낭장 박현준은 그런 별초들을 보면서 내가 한 단계 더 발전했다는 것을 실감하는 듯 했다.
“그럼 어디 한 번 달려보자고. 이랴!”
난 어둠을 향해 달렸고 50기의 별초들 역시 나를 따랐다. 그리고 내 옆에는 두경승이 나를 보며 나와 같이 달렸다.난 용호군이 송악산 초입에 다다르기 전에 그 진격의 옆구리를 치고 나갈 것이다.
이건 어떻게 보면 자살 행위나 다름없었다. 그리고 그렇게 공격을 당하게 된다면 자존심 강한 용호군과 이고는 분명 격분할 것이 분명했다. 그리고 나와 50명의 별초는 김돈중이 보낸 습격대라고 생각할 수도 있을 것이다. 내가 원하는 것이 바로 그거다.
용호군이 만약 그렇게 생각을 하지 않는다면 내 암계인 횃불이 황궁으로 향할 때 의심을 받게 될 것이다.‘이번은 내가 백화를 위해 목숨을 건다.
’난 입술을 지그시 깨물었다.그래도 다행인 것은 지속적으로 별초들이 용호군의 진격을 방해했기에 아직 송악산 초입으로 도착하지 못하고 진격을 하고 있다는 거였다.
급박한 순간 이것은 내게 하늘이 돕고 있다는 증거라고 나는 생각을 했다.
“저기 오는군.”
“그렇습니다.”
두경승이 나를 보며 인상을 찡그렸다. 50의 전마를 탄 별초들이 상대하기에는 용호군 중군의 병력은 어마어마하게 보였다.
정말 이 순간 계란으로 바위를 치는 것과 같은 상황처럼 보였다.‘역시 너무 무모한 가?’하지만 다른 방법이 없다는 것도 이미 나는 알고 있었다.
사실 난 은밀히 이고를 찾아가 담판을 할 생각도 해 봤다.하지만 누구도 믿을 수 없는 상황이고 이고를 설득할 자신도 없었다.
어떻게 되었던 이과와 이의방은 죽마고우나 다름없는 존재였다. 그러니 이고가 내 편에 서지 않고 이의방의 편에 설 수도 있는 일이니 이렇게 움직여야 했다.
“진짜 일을 진행하실 생각이십니까?”
이건 마지막으로 나를 막아서는 말이었다. 두경승 역시 이 순간이 아니면 정말 내 위험을 막을 수 없다고 판단한 모양이다. 하지만 난 이미 마음을 굳힌 상태다.
내가 멈출 수 없는 이유는 내가 멈추면 백화가 위험해지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또 모든 계략을 꾸미기 위해서는 더 많은 복선과 징후를 꾸며나야 한다. 함정을 판다고 그냥 멍청하게 빠져드는 동물은 없다.
길목을 잡아야 하고 먹잇감을 함정에 넣어야 한다. 전투도 이와 같다.
난 이렇게 수많은 징후와 복선을 깔고 완벽하게 용호군 대장군인 이고를 속이려 했다.
“해야 해. 그래야 이고 대장군이 속을 거야!”
“하지만 주군.”
“난 달릴 것이다. 백화를 위해!”
“알겠습니다.”
난 단궁의 사거리 안으로 들어온 용호군 대장군인 이고를 노려보며 두경승을 봤다.
“두경승!”
“예. 주군!”
이제는 두경승도 의지가 가득한 눈빛으로 나를 봤다. 그의 눈동자는 불타고 있었다. 이렇게 미친 짓은 사람을 흥분시키는 법이다.
“너의 화살은 대장군의 가슴을 노려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