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간웅-194화 (194/620)

< -- 간웅 10권 -- >‘어떻게 한 단 말인가?’난 고민스러웠다.이렇게 매 순간마다 하늘은 나에게 선택을 강요하고 있었다.

내 선택에 따라 나의 운명은 달라질 것이고 저기 아무것도 모르고 있는 모래알 같은 가병들의 운명도 이승과 저승으로 갈라질 것이 분명했다.‘용호군을 막고 이고와 담판을 한다면?’난 그런 생각을 했다가 고개를 저였다.

이 순간 방법은 오직 하나!성공할 가망성은 희박하지만 저 가병들을 설득해서 이 사지를 벗어나는 것뿐이었다.그 어떤 장애물도 결코 나를 가로막을 수 없다.

나를 믿는 백화가 있고 나를 귀하게 여기는 별초가 있고 나는 무슨 수를 쓰더라도 장애물을 극복할 것이다.설사 벽과 마주치더라도 포기하지도 비굴하게 주저하지도 않을 것이다.

벽을 기어오르거나 방향을 바꾸거나 뚫고 나갈 수 있는 방법에 대해 고민하고 또 고민해서 답을 반드시 얻어낼 것이다.그래야 나고 그래야 회생인 거다.

“얼마면 이 송악산을 포위할까?”

난 별초를 보며 물었다.

“남서 면에서 진격을 해 오고 있으니 늦어도 두 시진이면 이 송악산을 완전히 포위를 할 것입니다.”

“두 시진?”

“그렇사옵니다.”

“너희들이 조금 혼란을 준다면 조금은 더 늦출 수 있을 것이다.”

내 말에 순간 별초가 기겁을 했다. 몇 명의 별초로 5천의 용호군을 막으라니 저런 반응을 보이는 게 분명했다. 하지만 지금은 칠흑처럼 어두운 밤. 내가 보아온 별초의 몸놀림이라면 충분히 많은 적으로 보일 수 있을 것이다. 또한 밤에 급습을 한다면 진격을 해 오는 용호군도 분명 놀라게 될 것이고 그것을 통해 주변을 살피며 진격을 해야 하니 시간이 더 지체될 것 같았다.

“저희가 막으라는 말씀이십니까?”

“어디 겨우 십여 명의 별초로 막을 수 있겠느냐?”

“하오시면,,,,,,.”

내게 문든 별초지만 내가 별초에게 원하는 것이 뭔지 별초도 아는 눈빛이었다.

“진격의 속도를 늦춰라.”

“불가능한 일이옵니다. 용호군에는 저희와 뜻을 같이 하지 않는 다른 별초들도 있사옵니다.”

별초가 내게 단호하게 말했다.

“다른 별초들?”

“그렇사옵니다. 별초낭장을 따르는 저희들은 우별초이고 전존걸 중랑장을 따르는 별초가 좌별초입니다.”

“다른 별초들도 있었군.”

“그렇사옵니다.”

“하지만 불가능한 일은 세상에 없다. 오직 하지 않으려는 두려운 마음이 불가능이라는 단어를 만들어 낸 것뿐이다.”

“주, 주군,,,,,,.”

“난 별초 너희들을 믿을 것이다. 그리고 목숨을 걸 것이다.”

“무, 무슨 말씀이시옵니까? 주군!”

별초가 놀라 날 뚫어지게 봤다.

“별초들이 잠시만 더 용호군의 진군을 막아준다면 그 동안 내게 어떻게 해서든 저들을 설득하고 이곳을 빠져 나가게 할 테니. 부탁한다.”

정말 불가능한 일을 너무 쉽게 말하는 나일 것이다.

“주, 주군,,,,,,.”

“어려운 일이라는 것은 안다. 하지만 2천의 목숨이다. 그리고 저들의 식솔까지 한다면 일만은 족히 될 것이다.”

“하오나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주군과 마님의 목숨이옵니다.”

“더 중요하고 덜 중요한 목숨은 없다. 황제도 지나가는 거지새끼도 목숨은 하나다. 그리고 그 목숨은 자신에게는 가장 소중한 것이다.”

“주, 주군,,,,,,.”

“세상에는 헛된 목숨도 하찮은 목숨도 없다는 것이다. 내 비록 저들이 지금 필요해서 저들을 구하려는 것이지만 저들도 누군가의 아들이거나 아비일 것이다. 주인을 잘못 만난 죄로 개죽음을 하게 둘 수는 없지 않느냐?”

내 말에 별초는 감동을 받은 듯 했다. 지금까지 누구도 가병들인 노군들의 목숨을 귀하게 여지기 않았다.

아니 그저 노예는 제물로 취급이 되던 시대가 이 고려사회다. 그런데 내가 그들을 구하고 또 귀하게 여기니 놀라는 눈빛을 숨기지 못했다.물론 내가 저들을 귀하게 여기는 첫 번째 이유는 아니 모든 이유는 내게 저들이 분명 필요하기 때문이라는 것을 부정할 수는 없다.

“하오나 주군,,,,,,.”

“시간이 없다고 했지. 여기서 내게 칭얼거릴 시간이 더 없다. 어서 단 일각이라도 용호군의 진격을 막아! 부탁을 한다잖아. 너희들의 주군인 내가 말이다. 부탁을 하마.”

내 말에 다시 별초가 입술을 지그시 깨물었다.

“부탁하지 마십시오. 명령하소서!”

“그래 명령한다. 어떻게든 송악산을 포위하려는 용호군을 막아! 그러면 내 한 번 목숨을 걸어보지.”

난 별초에게 그렇게 말하고 벌떡 일어났다. 이제 저 무리 뒤에 있는 자들 중에는 나를 보는 자도 분명 있을 것이다.

“주군 위험하옵니다.”

“이래야 너희들이 움직일 것이 아니냐!”

이것이 배수의 진일 것이다. 그리고 또한 죽은 자는 태풍 앞에서 벌벌 떨지만, 살아있는 자는 그 태풍과 더불어 걷는다. 그리고 지금 용호군이 시시각각 자신들을 포위해 오고 있다는 것을 모르는 저들은 내게 태풍일 것이다. 이 순간 나는 죽은 자가 될 것인가! 살아 있는 자가 될 것인가를 선택한 순간이었다.

‘저들이 나를 위해 불어줄 태풍이라면 내 기꺼이 같이 걷지.’난 내 스스로 다짐을 했다.

“난 이제 내가 가진 것을 다 걸고 패를 던졌다. 이제 나를 살리고 죽이는 것은 너희들의 몫이다.”

“알겠습니다. 어떻게든 목숨을 걸고서라도 진군을 늦추겠나이다.”

별초는 내 모습을 보고 어금니를 꼭 깨물었다. 그리고 백화도 내 의지가 강건하다는 것을 알고 자리에서 일어났다.역시 부창부수라고 했다. 그리고 대단한 용기가 분명했다.

“저기 수상한 자가 있다.”

보라고 일어나니 바로 가병들이 나를 봤다.

“어서 물러나라! 너희들의 수장이 그러다구나! 죽는 놈이 배신자라고. 나도 그렇다. 살아서 돌아와야 할 것이다.”

“예. 주군!”

별초는 짧게 대답을 하고 뒤로 물러났다. 이제 내게 남은 것은 백화와 그리고 별초 다섯이 전부였다.

“저기 수상한 놈이다.”

“관군이다.”

몇 명의 가병들이 소리를 질렀고 우리 쪽으로 달려오고 있었다. 난 그 모습을 보고 피식 웃었다.

“매번 이렇게 나는 목숨을 걸어야 하는구나! 젠장! 내 명줄도 그리 길지는 않겠군.”

항상 위험 속으로 뛰어든다면 그 위험 속에 빠질 것이 분명하다. 인생은 확률이고 꾸며지지 않는 생방송이니 말이다.

“가자! 백화야. 또 내가 어떻게 흘러가는지 지켜보자꾸나!”

나는 나를 다른 사람처럼 말했다. 그리고 이 순간 나는 내가 아닌 듯 했다. 나는 소인배라고 자부한다. 그런데 지금의 나의 행동은 절대 소인배의 행동은 아닐 것이다. 그러니 다름 사람처럼 느껴지는 것이다.

‘체! 자꾸 마음먹은 일은 되지 않고 큰 일만 벌이게 되는지 모르겠군.’소인배가 꿈인 내가 지금 대인의 폭으로 걸으니 기가 찰 만큼 웃겼다.‘이 순간 내가 주인공이지. 내 인생의 주연은 나다.

’난 그렇게 생각을 하며 나를 보호하기 위해 선 별초를 봤다.

“저들을 크게 상하게 하지는 마라!”

“예. 주군!”

그 순간 내 앞으로 별초 셋이 나섰고 뒤에는 둘이 나를 호위하기 위해 섰다. 지금 이 순간 저들 역시 잔뜩 긴장을 하고 있을 것이다. 내가 지금 이 생방송 같은 상황에서 다리가 부들부들 떨리는 것처럼 말이다.

“웬 놈이냐?”

몇 명의 가병들이 우리에게도 검을 뽑아 달려들면서 소리쳤다.퍼억!

“으아악!”

쉬웅!퍼퍼퍽!

“으악!”

그 순간 그들에게 돌아가는 것은 별초들의 제압이었고 그 순간 달려든 몇 명의 가병들은 뒤로 고꾸라져 쓰러졌고 그 순간 2천에 달하는 모든 가병들이 나를 적으로 노려보며 으르렁거렸다.한 마디로 나는 겁도 없이 수천의 이리떼에게 다가가는 거였다.

‘첫 등장에 이 정도의 임팩트는 줘야지.’난 씩 웃었다. 이왕 이렇게 움직이기로 마음을 먹었느니 내 목숨은 내 것이 아닐 것이다. 그러니 이제는 겁나는 것도 없다고 속으로 몇 번이고 다짐을 했다. 하지만 떨리는 것은 어쩔 수 없는 노릇이었다.

“너희들이 나를 포위해서 죽이는 것은 어렵지 않을 것이다.”

난 나를 노려보고 있는 가병들을 보며 소리쳤다.

“뭐라? 너희들은 어디서 나타난 놈이냐?”

가병 무리의 뒤에 있던 자들이 내게 소리를 쳤다. 지금 이 자리에 모여 있는 2천의 가병이다. 그래서 제일 앞에 서 있는 박철우라는 자와 한회라는 자는 내 등장을 아직 모르고 있는 듯 했다.

“너희들을 살리기 위해 여기까지 온 거지.”

“뭐라고?”

“너희들 살리려고 왔다고.”

“무슨 헛소리를 하는 거야?”

“관군의 끄나풀이 분명해! 한회 부장에게 잡아가자!”

내 말에 가병들은 어이가 없다는 눈빛으로 뭐 저런 미친놈이 다 있냐는 눈빛으로 나를 봤다. 정말 난 지금 이 순간 완벽하게 미쳤거나 그게 아니라면 별주부전에 나오는 토끼처럼 간을 빼놓고 나온 것이 분명할 거다.

용기 있는 자와 만용의 부리는 자의 차이는 성공과 실패의 결과적 차이일 것이다. 하지만 지금 이 순간 난 그 둘 중 만용을 부리고 있는 자에 가까울 것이다.‘더럽게 쫄리네.’얼굴은 무섭게 표정은 근엄하게 행동은 당당하게 보이려 노력은 하고 있는 나지만 속으로 덜덜 떨리는 이 쫄림은 어쩔 수 없을 것이다. 하지만 약하다는 모습을 보이는 순간 저 2천의 가병들은 가병에서 성난 이리떼로 변해 나를 덮칠 것이다.

‘강하게 보여야 해!’난 나도 모르게 어금니를 깨물었다.

“내 이곳까지 죽기로 왔으니 죽기 전에 할 말은 다 하고 죽자. 그러니 길을 비켜!”

난 다부지면서도 무겁게 말했다. 난 이미 죽겠다고 말을 했다. 그리고 그것을 강렬한 의지로 발산을 시켰다.

보통 영화나 드라마에서 이런 경우에는 스르륵 길이 열리는 것이 보통이다. 주인공이 굳건한 의지를 보이며 목숨을 걸 때 주인공을 부각시키기 위해 기적처럼 길이 열리는 법이다. 하지만 그것은 영화과 드라마다. 그리고 또 지금은 생방송이라고 할 수 있는 현실이다.

영화는 영화이고 현실은 현실인 것이다.

“무슨 개소리를 하는 거야!”

건장하게 생간 가병이 내게 소리를 쳤고 나는 그를 보며 서글픈 표정을 지었다.

“두칠이 지금 자네가 나를 막으면 자네는 개죽음을 당할 뿐이야!”

“내. 내 이름을 어떻게 아는 거야?”

두칠이라는 이름을 가진 가병은 놀라 나를 빤히 봤다. 내 능력은 이럴 때 쓰라고 있는 걸 거다.

“돌아갈 고향이 있을지는 모르지만 있다면 그곳에서 자네를 기다리는 식구들도 있을 것 아닌가? 시간이 없네! 나도 그렇지만 자네에게는 시간이 너무 없네. 그러니 길을 여시게.”

난 처음 고향에 가면 늙으신 부모나 여우같은 마누라가 기다리고 있지 않냐고 말하려고 했다. 하지만 고향이 없을 수도 있고 늙은 부모도 또 여우같은 마누라도 없을 수도 있기에 그렇게 말했다.

“내 이름을 어떻게 알, 알았습니까?”

자신의 이름을 단번에 말한 나에 대한 놀라움 때문에 두칠이의 말투가 떨리면서 변했다.

“그게 중요하지는 않네.”

난 한 걸음 앞으로 나섰고 두칠은 그 걸음에 놀라 뒤로 물러났다.

“뭐 하는 거야? 지금! 저 미친놈이 이곳에 숨어 자네 이름을 들은 것일 수도 있지.”

또 다른 가병 하나가 두칠을 보며 소리를 쳤다.

“그렇군!”

다시 두칠이 나를 노려봤고 나는 두칠에게 소리친 가병을 봤다.

“자네 이름이 돌쇠지. 자네도 내가 숨어 자네 이름을 들었다고 생각을 하나?”

두칠이에게 소리를 친 가병을 보며 이름을 말하지 돌쇠는 두칠과 같은 반응을 보였다. 아니 마치 귀신에게 홀린 듯 한 표정을 지었다.

“너, 너 누구야!”

“나중에 말해 주지. 난 지금 시간이 없네. 길을 여시게.”

난 다시 한 걸음 앞으로 걸어 나갔다. 그리고 그 순간 별초와 백화는 내가 하는 행동과 말을 듣고 저들처럼 놀라고 있었다. 저벅! 저벅!내가 연출이 아닌 기적과 같은 일을 보여주니 내 앞에 기적이 일어나듯 가병들이 길을 열기 시작을 했다. 이 순간 가병들의 눈빛은 놀라움과 멍함이 공존하고 있었다.

“자네 이름이 만덕이지!”

난 날 멍하게 보고 있는 자를 보며 물었다.

“어, 어찌 아셨습니까?”

“다 아는 수가 있지. 그리고 자네는 칠곡이군.”

“그렇습니다. 제가 칠곡입니다. 나리!”

내가 비단옷을 입고 있어 그런지 칠곡이라는 사내는 내게 나리라고 불렀다.

“그래. 자네가 칠곡이였어.”

“예. 제가 칠곡입니다.”

그때 열리는 길이 순간 막히며 건장한 사내 하나가 나를 막았다.

“어디 요사스러운 사술을 부리는 것이냐? 내 이름은 뭔지 맞춰봐라.”

난 노려보는 것이 사나운 범 같았다.

“성도 있는 것을 보니 양민인 것 같은데 어찌 노군으로 도망친 김돈중의 가병이 되었을까?”

난 지지 않고 내 앞을 막아선 자를 노려봤다.

“내. 내 성이 무엇이요?”

“김가군. 이름은,,,,,,.”

“종규입니다. 김종규.”

“비키시게. 시간이 없네.”

내 말에 김종규는 옆으로 물러났다. 그리고 이제 내 앞을 막아서는 자는 아무도 없었고 그저 나를 따르듯 호위를 하는 백화와 다섯의 별초는 놀라기만 했다.내가 사람 이름을 척척 맞추니 안 놀랄 수 없는 일이었다.

“어찌 저들의 이름을 아십니까?”

백화가 조용히 내게 물었다.

“나중에.”

“예. 상공!”

저벅! 저벅!난 수천 개의 눈동자들을 느끼며 앞으로 걸어 나갔다. 정말 긴장되는 순간이고 또 위험한 순간일 것이다.그리고 내가 허름하게 올린 단상 앞에 서자 박철우가 나를 보고 기겁을 했다.

“네. 네놈은,,,,,,.”

박철우는 순검 군 교위였기에 건룡행수가 된 나를 아는 눈빛이었다.

“박철우! 죽은 척을 해서 이곳까지 흘러와서 고작 한다는 것이 저들을 사지로 밀어 넣는 것이냐?”

난 무섭게 박철우를 질타했다.

“뭐라? 네놈이 무엇을 안다고 내게 소리를 치는 것이냐?”

“네놈이 나를 알듯 나 역시 너를 안다. 내가 누구인지 저들에게 알려줘라.”

난 나 스스로 나를 밝히지 않고 박철우의 입을 통해 나를 밝히려 했다.

“그래. 너는 누구냐?”

가병 하나가 잠시 멍해 있다가 내게 소리를 쳤다.

“그 자가 누구요?”

“어떤 놈인데 내 이름을 아는 거요?”

홍해처럼 갈라진 길을 통해 두칠이 나를 따라와서는 내게 소리를 쳤다. 그리고 그 모습에 박철우는 나를 뚫어지게 보다가 다시 웅성거리는 가병들을 봤다.

“이 자는 저번 무신의 난의 주동자인 이의방의 수하다.”

순간 박철우의 외침에 장중이 싸늘해졌다.

“뭐라고?”

순간 모든 가병들이 나와 박철우를 노려봤다. 이제 내가 나서야 할 때가 온 것이다.

“당신의 이름이 한회지.”

난 염소수염을 한 한회를 봤다.

“그렇다. 너는 누구냐?”

“네가 주군이라고 말한 박철우가 이미 말했을 건데. 난 견룡 군 행수 이 회생이다.”

“이, 이 회생?”

“그렇다. 너희들을 살리기 위해 이렇게 목숨을 걸고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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