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간웅-193화 (193/620)

< -- 간웅 10권 -- >아이티 혁명.아이티 혁명은 프랑스 식민지 생도맹그에서 일어나 그 결과로 노예제가 폐지되고 아프리카 출신의 사람들이 지배하는 최초의 공화국인 아이티를 세운 혁명을 말하는 거였다. 노예제가 시행되었던 시절 동안 신세계에서 수백 개의 반란이 일어났지만, 1791년에 일어났던 생도맹그의 반란만이 새 나라로의 영원한 독립을 성공적으로 이뤄냈다.

이것은 기적이라고 할 것이다. 그러니 저렇게 모인 자들이 거사에 성공할 확률은 무척이나 희박했다.‘저들은 불나방이 되는 것이야!’난 나도 모르게 입술을 꼭 깨물고 그들을 지켜봤다. 그리고 그때 한 명의 사내가 허름하게 만들어진 단상 위로 올라섰고 난 저자가 이들을 선동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저벅! 저벅!깊은 밤이었기에 한 사내의 발자국 소리가 음산하게 내 귀를 자극했다. 나는 어두운 풀숲에 몸을 숨기고 이곳에 모인 2천의 가병들을 봤고 그리고 지금 단상위에 오르는 자를 유심히 봤다.

‘저자가 주동자인가?’

난 그런 생각을 하며 지금 단상 위에 올라서 있는 자가 김돈중의 전 가병들 중에 무척이나 중요한 인물이라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내가 지켜보고 있는 사내가 단상에 오르자 이곳에 모여 있는 가병들은 그 순간 숨을 죽이는 듯 장중이 조용해졌다.그 순간 여기저기 벌레소리가 들렸고 나는 혹시나 조금이라도 움직였다가는 들킬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바로 손동작과 눈빛으로 절대 움직이지 말라는 지시를 별초들에게 내렸다. 하지만 이미 별초들은 몸을 숨긴 풀숲에 동화가 되어 있는 듯 보였다.‘역시 별초들이야!’난 점점 더 별초들이 믿음이 갔다. 그리고 저런 능력을 보이기 위해 얼마나 많은 훈련을 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뼈를 깎는 노력과 수련이 없다면 절대 흉내 낼 수 없는 행동일 것이다.그리고 나는 다시 단상 위에 서서 장중을 내려 보는 사내를 봤다.

“나는 박철우라고 한다.”

사내는 처음 자신부터 소개를 하는 것으로 입을 열었다. 그리고 난 그 순간 박위가 말한 박철우라는 교위가 떠올랐다.‘지랄병으로 죽은 그 교위?’박위는 내게 서고를 찾던 산원 군 교위 박철우가 지랄병으로 죽었다는 풍문을 들었다고 말을 했지만 그것이 믿어지지 않는다는 투로 내게 말했다. 그리고 지금 박철우가 내 앞에서 2천의 가병들을 장악하기 위해 올라서 있었다.

‘그 박철우가 이 박철우라면,,,,,,.’난 순간 왜 이런 상황이 벌어지고 있는지 고민해야 했다.‘설마 채원이 이들을 파악하고 나처럼 품에 안으려는 건가?’난 그런 생각을 하며 나도 모르게 절로 인상을 찡그렸다. 하지만 지금은 지켜봐야 하는 순간이었다. 그리고 난 다시 허름한 단상 위에 올라선 박철우를 봤다.

“그리고 나는 무신들이 일으킨 거사에 주력으로 움직여 황궁을 장악하는데 큰 공을 새웠다. 하지만 무신들은 지금 이 순간 초심을 버리고 황실을 도탄에 빠지게 했고 또 조정을 농단하고 있다. 이에 나와 그대들은 도탄에 빠진 황실과 조정을 구하기 위해 일어설 것이다.”

순간 박철우의 말에 장중이 얼음처럼 싸늘해졌다. 그리고 지금 박철우가 저들을 선동하기 위해 거짓말을 하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 이것은 다시 말해 아직 박철우는 스스로도 저들을 완벽하게 장악하지 못했다는 것을 내게 보여주는 거였다.

‘아직 내게 기회가 있음이야!’난 박철우를 보며 씩 웃었다. 그리고 급히 서둘러 온 것이 참으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사실 내 생각으로는 이들에게 황실과 조정을 구하려는 대의 같은 것은 존재하지 않을 것 같았다.

살고 죽는 기로에 서 있는 자들이게 대의를 운운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는 생각이 드는 순간이었다.‘첫 시작을 잘못했군.’난 점점 더 내게 기회가 오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 판단에는 이곳에 모인 저들은 오직 살길을 위해 이곳에 모였고 그게 아니라면 어쩔 수 없이 마지막까지 반항이라도 하기 위해 이곳에 모인 자들일 것이다. 그러니 대의명분 같은 곳은 존재하지 않을 것이다. 그런데 박철우는 무인들을 선동하듯 대의명분을 먼저 말했다. 그러니 선택 자체를 잘못 하고 있는 거였다.

“그래서요?”

장중에 선 가병들 중 하나가 박철우에게 뜬금없이 물었다. 이것이 바로 잘못된 말문을 연 시작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다시 말해 지금 박철우는 이들을 이해시키고 설득하지 못하고 있다는 말이 되는 것이다.박철우는 자신에게 질문을 던진 가병을 봤다. 그리고 그는 갑작스러운 질문에 당황하고 있는 듯 했다.

‘어떻게 이곳에 와 있는지는 모르겠으나 일이 쉽게 저자의 뜻대로는 되지 않겠군.’그리고 다시 난 박철우가 어떻게 말을 할지 지켜봤다.

“너희들이 이곳에 살아남기 위해서 이곳에 모인 것이다.”

이제야 2천의 가병들이 원하는 이야기를 시작하는 박철우였다. 하지만 한발 늦은 선택일 것이다.

“그렇소. 우리는 살기 위해 이곳에 모여 있소.”

가병 하나가 퉁명스럽게 말했다. 그의 말투로 봐서 박철우는 단상 뒤에 있는 주요 인물들만 선동에 성공한 듯 보였다. 하지만 이것은 위험한 행동일 것이다.

지휘와 통솔이 원활한 부대를 장악할 때에는 저렇게 주요 인물들의 마음만 얻으면 되지만 지금은 지휘나 통솔 따위는 존재하지 않는 집단이 바로 이 가병들의 무리일 것이다.저들은 오직 자신의 필요에 의해 모여 있는 존재였고 그것은 누구든 마음에 내키지 않는다면 부정할 수 있다는 거였다.

“그래. 내가 그대들에게 살길을 열어줄 것이다.”

박철우는 다짐을 하듯 소리쳤다.그 순간 박철우의 말에 모두 다 숨을 죽였다.

이제야 듣고 싶어 하는 이야기를 듣게 되니 죽목을 시작한 거였다. 그래도 나는 박철우라는 인물이 아예 맹탕은 아니라는 생각을 했다.‘정말 채원이 은밀히 보낸 자일까?’이것이 지금 이 순간 내가 알아내야 할 첫 번째 의문이었다.

그리고 저들은 죄인으로 잡혀 죽는 것보다 이곳에 은거를 해 반항이라도 한 번 해 보겠다는 마음으로 모인 가병들이었다. 아니 다른 방법이 없어 이곳에 온 가병들이라고 해야 옳을 것이다. 그리고 그들에게 이렇게 족쇄처럼 묵고 있는 것은 내 품에 있는 가병 록일 것이다.

“어떻게 말입니까?”

가병하나가 박철우의 말이 믿어지지 않는다는 듯 소리를 쳤다.

“이곳에 있으면 굶어죽거나 잡혀 죽는다.”

박철우는 다시 한 번 가병들이 듣기 싫은 말로 가병들을 주목시켰고 나는 점점 더 내게 기회가 오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언변은 없는 위인이다.

’난 그런 생각을 하며 씩 웃었다. 하지만 이 순간 가병들은 어떻게든 살 길을 찾아야 한다는 것이 이들로 하여금 박철우의 이야기를 듣게 만들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가병록이 있고 갑산 식읍이 있으니 충분히 저들을 내가 끌어안을 수 있을 것이야!’이제 조금만 더 지켜보고 가장 결정적인 순간에 등장을 하면 되는 거였다.

그러기 위해서는 사전 준비가 필요하다는 생각을 했다. 지금 이 순간 사전준비라고 할 것은 내가 앞으로 나서기 전에 내 손위 쥐어진 가병록을 어느 정도 외우는 일이다.

‘어림잡아도 1700이다. 저들 중 내가 들고 있는 가병록에 기록된 자들이 있을 것이다.

’가병록이 저들의 족쇄가 되는 것은 그만큼 기록이 잘 되어 있다는 반증일 것이다. 그러니 이 책만 어느 정도 파악을 한다면 저들을 내 손아귀에 넣을 수 있는 것이다.난 그렇게 가병록을 넘겨봤다.

정말 이 위급하고 숨을 죽이는 순간에도 나는 항상 뭔가를 익혀야 하고 고민해야 하며 생각하고 학습해야 했다.뭐든 요행이라는 것은 없다는 것을 이 순간에도 나는 알게 됐다. 그러면서도 난 박철우가 저들을 어떻게 설득해서 하나로 뭉치게 만드는지 궁금했다.

‘책사 이상의 능력은 없다.’난 박철우를 그리 생각했다.

“젠장! 그걸 모르는 사람이 여기 어디에 있소?”

또 다시 군중과 같은 무리 속에서 박철우의 말을 방해하는 외침이 터져 나왔고 그 순간 마치 수염이 염소수염 같은 자가 군중 속에서 소리친 자를 노려봤다.

“주군께서 말을 하시지 않느냐?”

“주군은 누가 주군이요? 김돈중 좌승선도 우리를 버리고 도망을 쳤고 자신만 믿으면 된다고 한 그런 분도 도망을 쳤는데 생판 모르는 자를 보고 왜 주군이라고 불러야 하는 거요? 한회 가병장님! 이건 해도 해도 너무 하는 거 아닙니까?”

“뭐라?”

“당신 주군이지. 우리 주인은 아니요.”

수많은 군중 때문일까? 그리고 그 군중 속에 숨어 있다는 안도감 때문일까? 사내는 거침없이 속내를 보였다.

“뭐라고 했느냐? 그럼 이 송악산에서 죽자는 것이냐?”

다시 한회라는 사내가 소리를 질렀다. ‘저렇게 소리를 질러서는 안 되지. 이유를 설명해주고 또 타당성을 줘야 한다.’난 문뜩 그런 생각이 들었다.

“우리 모두 이곳에서 같이 죽자고 들어온 것 아니요? 젠장! 배고파 죽겠는데 뭐 하자는 거요? 산적 질이나 하면서 연명하지고 온 것이 아니요?”

이 말을 통해 이들은 뚜렷한 목표 의식도 없다는 것을 난 다시 알게 됐다.‘목표가 없으면 흐트러지게 되어 있지.’난 나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때 조심히 별초 하나가 내게 다가왔다.

“내 분명 움직이지 말라고 한 것을 잊었느냐?”

난 작은 목소리로 무겁게 꾸짖었다. 만약 이 상태에서 지금 하나로 뭉치지 못하는 저들에게 발각이 된다면 나와 별초들은 저들에게 포위가 될 것이 분명하고 그것은 박철우에게는 아주 좋은 호재가 될 수 있었다.

‘현재 적이 없는 상태이니 저러는 것이겠지.’내가 발각이 되는 순간 국면은 달라지는 것이다. 아니 나와 별초를 통해 박철우라는 자는 2000명의 가병들을 하나로 뭉치게 하려 할 게 분명했다.

없던 적이 나타났으니 뭉치는 것은 당연할 것이다. 그러니 절대 내가 나서기 전에 발각이 돼서는 안 된다.

“송구하옵니다.”

“잠깐 너는 내가 데리고 온 별초가 아니지 않느냐?”

“그렇사옵니다.”

작게 소곤거리는 별초였지만 난 놀라 별초를 뚫어지게 봤다.

“그리고 뭐가 큰일이 났다는 것이냐?”

“이곳을 포위하려는 움직임이 있는 것 같습니다. 주군!”

별초의 말에 순간 난 기겁을 했다. 그들은 모진 수련과 훈련에 예리한 감각을 가진 자들이다.

그들은 이렇게 본능적으로 위험을 느끼는 능력이 있었다. 그리고 이 자는 내가 이끌고 온 별초도 아니다. 내 가신 중 누군가의 지시에 의해 은밀히 나를 호위하는 거였다. 그렇다면 그들은 예전처럼 나를 원거리 경호를 했을 것이고 그런 와중에 이곳에 있는 가병들 말고 또 다른 병력의 움직임을 파악한 거였다.

“포위한 병력?”

“그렇습니다. 이미 송악산 근방까지 접근을 한 것 같습니다.”

“어떻게 그것을 알지?”

내 물음에 별초는 나를 빤히 봤다.

“별초낭장의 명에 의해 이곳에 온 별초들이 더 있습니다. 주군을 호위하기 위해 송악산 길목 요소요소에 별초들이 배치를 했는데 그때 다른 병력의 움직임을 감지했습니다.”

“내가 분명 나머지 별초들은 대기를 하라고 지시 했는데?”

난 별초의 말을 듣고 인상을 찡그렸다.

“어떠한 경우라도 주군과 마님을 지키라는 명이셨습니다.”

“내가 허락도 없이 마음대로 병력을 움직였다고?”

“죄는 나중에 받는다고 하셨습니다.”

정말 다부진 답변이다. 내가 분명 화를 낼 것이라는 거도 짐작하고 있다는 거였다.

사실 유사시 지휘관의 허락 없이 함부로 병력을 움직이면 그것은 참수를 해도 부족한 죄일 것이다. ‘목을 베일 것까지 감수하고 있나?’난 박현준의 얼굴을 떠올렸다.

별초낭장 박현준이라면 이러고도 남을 위인이었다. 그에게 주군이 된 나를 지키는 것도 중요하지만 참지정사 강일천의 딸인 백화를 지켜내는 것도 중요한 일이니 내 허락 없이 일부 별초를 빼서 이렇게 움직인 거였다.

“알았다. 죄는 나중에 묻지.”

이렇게 계획이라는 것이 그리고 뭔가를 꾸미는 일에서 항상 내 뜻대로 되는 것은 아닐 것이다.

“어디의 군사이냐?”

난 그렇게 물었지만 혹시 채원의 군사라면 참으로 낭패라는 생각이 들었다.

“용호군 같사옵니다.”

별초의 말에 난 인상을 찡그렸다.

“용호군? 이고 대장군의 용호군?”

“그렇사옵니다. 별초의 보고에 의하면 이고 대장군의 모습이 보였습니다.”

“이고 대장군이란 말이지?”

역시 이 고려의 군대가 한 없이 썩은 것만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감지한 자들이라면 용호군의 정찰병들 역시 감지를 하는 것은 당연한 일일 것이다.

“중무장을 한 것이 토벌대 같사옵니다. 은밀히 움직이고 있어 진군 속도가 더디기는 하나 곧 이 송악산을 포위할 것이옵니다.”

“중무장을 한 것이 토벌대라?”

“그렇사옵니다. 어떻게 하오리까?”

별초가 내게 답을 요구했다. 지휘관이라면 그리고 이들의 주군이라면 나는 답을 줘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다시 아직 동요하고 있는 2000여명의 가병들을 봤다.

정말 또 한 번 내게 선택의 순간이 온 것이다.‘저들을 버려야 한단 말인가?’난 절로 인상이 찡그려졌다. 하지만 버리기에는 내게는 너무나 필요한 존재들이 분명할 것이다.

‘저들이 있으면 갑산을 장악하는 것이 쉬워질 것인데,,,,,,.’내 식읍이 북변에 있는 갑산이라고는 해도 그곳 토호들이 나를 환영해 줄지는 의문이었다. 개경을 벗어나 경기도 지방만 벗어나면 중앙 정부의 힘이 약해진다.

토호들이 거의 장악을 하고 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그러니 나는 저 2000의 가병들이 반드시 필요했다.또 오랑캐라고 불리는 여진족들이나 말갈족 그게 아니면 북변 주변에 터를 잡고 있는 거란족들까지 더한다면 내가 상대할 적은 이 황궁보다 더 많을 것은 확실했다. 그러니 난 이 송악산을 포위하기 위해 진군하고 있는 용호군이 있다는 보고를 받고도 망설이고 있는 거였다.

‘나는 겨우 800이다.’지금 내가 악착같이 모으고 있는 사병들의 수는 800이었다. 그리고 그들의 실력은 극과 극이었다.

200에 달하는 별초들은 정말 일당백의 실력을 가졌다. 그에 반해 나머지 600은 이제 검을 쥔 초년병이나 다름없었다. 그러니 더욱 저들이 필요했다. 하지만 용호군에게 내가 움직이고 있는 것을 들킬 수도 없었다.

정말 진퇴양난이라고 해야 옳을 것이다. ‘버리기에는 너무 아까운 패인데,,,,,,.’대장군이 된 이고가 저들을 토벌하기 위해 은밀히 움직였다면 최소한 5천 이상은 이 산을 포위하기 위해 진군을 하고 있을 것이다. 그리고 별초의 보고에 의하면 곧 이 송악산을 포위할 거라고 한다. 그렇게 된다면 저들의 목숨은 거의 죽은 목숨이나 다름없을 것이다.

‘저들을 구하기 위해서는 용호군을 막거나 속여야 한단 말인데,,,,,,.’분명 그 또한 쉬운 일은 아니었다.

“어떻게 합니까? 지금 상황이라면 물러나심도 나쁘지 않습니다.”

내가 고민하는 표정을 보이자 별초가 내게 말했다.

“물러나도 나쁘지 않다?”

“그렇습니다. 주군!”

“그렇게 된다면 저들은 다 죽는다.”

“그 역시 알고 있습니다. 하오나 소탐대실이 되실 수도 있사옵니다.”

별초들은 내게 지금 이 순간 물러나야 한다고 종용했다. 물론 저들은 내게 가신으로 의견을 말하는 걸 거다. 그리고 난 그 의견을 듣고 결정을 해야 한다.

“내가 물러나면 저들은 다 죽는다고 했다.”

“하오나? 용호군을 막을 방법이 없사옵니다. 피하심이 옳을 것이옵니다. 시간이 없사옵니다. 피하셔야 하옵니다.”

“시간이 없다?”

“그렇습니다. 주군! 저들은 이미 죽으려고 이 송악산에 들어온 것들이옵니다. 저들 이천의 목숨보다 주군과 마님의 목숨이 더 귀하옵니다.”

별초는 어떻게든 나를 설득해서 이곳을 빠져 나가게 하려고 했다.

“나와 백화가 저 2천의 목숨보다 더 귀하다?”

“그러하옵니다.”

“2000보다 둘이 더 귀하다?”

“그렇사옵니다. 시간이 없사옵니다.”

정말 내가 이곳에서 더 지체할 시간은 없을 것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이렇게 허망하게 물러날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이런 나에게 이제 가야할 길은 둘 뿐이다.

포위를 하고 토벌을 나선 용호군을 막던지.그게 아니라면 최대한 저들을 빨리 설득을 해서 저들을 이곳에서 피하게 하던지 둘 중 하나는 해야 했다.그런 면에서 이 송악산으로 진격을 하고 있는 용호군은 내게 장애물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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