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간웅-192화 (192/620)

< -- 간웅 10권 -- >따지고 본다면 이번 일은 내게 무척이나 중요한 일이었다.2천에 달하는 가병이 생기느냐? 아니면 나를 죽일 폭도들을 만드느냐 하는 중차대한 일이었다.

물론 내가 때를 놓쳐 그들이 폭도가 된다면 나는 그 상황을 다시 이용할 방법도 이미 새워놓은 상태였다.‘만적이 잘 할 것이야!’난 그들이 폭도로 변하면 아예 이 황궁과 내 사택을 활활 태울 것이다. 그리고 단 한 치의 주저도 없이 바로 갑산에 있는 내 식읍으로 향해 달릴 것이다.

세상의 모든 일이 내 뜻대로만 되는 일은 없겠지만 어떠한 상황에 놓이던 내가 유리한 방법으로는 이끌 수 있다는 생각을 했다.‘만약 황궁이 불타면 아주 엄청난 변화가 생기겠지.’난 그런 생각을 하며 인상을 찡그렸다.

‘가병으로 만들어서 은밀히,,,,,,.’난 어떻게든 2천의 가병들을 내 식읍 민으로 만들 생각을 했다.‘박위 때문에 꽤 시간을 지체했다.

서둘러야 해!’난 그런 생각을 하며 서둘러 몇 권이나 되는 가병 록을 가지고 온 보자기에 싸자 박위가 내게 다가왔다.

“다, 다 찾으셨습니까?”

“그래. 찾았네.”

“가 가병 록은 무엇에 쓰려 하십니까?”

박위는 내 눈치를 보며 버릇처럼 오른쪽 눈 주변을 찌푸렸다가 내게 물었다.

“찾아볼 사람이 있어서 그렇다네.”

“그, 그렇습니까?"

“그래. 유, 유용, 유용하게 쓸 책은 다 찾은 건가?”

그가 말을 더듬으니 나도 모르게 따라 더듬었다. 그 순간 박위는 틱이 아닌 스스로 인상을 찡그렸다.‘꽤 놀림을 당한 모양이군!’난 다시 박위를 봤다.

“미안하네. 놀리려고 한 것은 아닌데 나도 모르게 따라했네.”

“아, 아니옵니다. 자, 자신도 모르게 따라하게, 하게 됩니다.”

“그럼 자네는 바로 퇴궐을 해서 자네의 사택에 가 있으시게.”

“사, 사택이라 굽쇼?”

“그래. 이제 이곳에 더 있을 필요가 없지 않나?”

“하, 하지만 제, 제 소임이 아직,,,,,,.”

“이유는 내 지금 말을 할 수는 없으나 그렇게 하시게.”

난 다부지게 말했다.

“예. 예, 알겠습니다.”

박위는 그렇게 말하고 내게 머리를 조아렸다.

“그럼 며칠 안에 내가 자네를 찾을 것이네. 그럼 난 이만.”

난 몇 권이나 되는 책을 챙겨서 급하게 병부 서고를 나섰다. 6. 칼산지옥에 서듯!지금 나를 따르는 인물들은 다섯 명의 별초들과 백화가 전부였다. 내가 서고를 나오자 별초들이 바로 내 옆에 붙어 섰다.

“일이 있어 지체를 했다. 급한 일이니 서둘러야 할 것이다.”

“예.”

난 그렇게 말하고 황궁 후문을 향해 걸음을 옮겼다. 마음 같아서는 바로 말을 타고 달리고 싶었지만 누구도 황궁에서 말을 탈 수가 없었다.

그리고 난 걸음을 재촉하다가 뒤통수가 가려워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 내 뒤에서 내가 멀어지고 있는 이 순간에도 박위가 크게 허리를 숙여 내게 예를 다하고 있었다.‘꽤 쓸모가 있는 인물이 되겠어.’난 박위의 행동이 무척이나 마음에 들었다.

그런 생각을 하며 난 급하게 황궁 후문을 빠져 나오자 말자 별초들이 묶어놓은 말을 내게로 이끌고 왔다.

“오르시지요.”

난 바로 말에 올랐다. 그리고 내 주변에 말을 타고 있는 별초들을 봤다.

“그들이 응거를 하고 있는 곳으로 나를 안내 해라!”

“예. 주군!”

이들 중 3명은 별초낭장 박현준과 함께 그들이 어디에 있는지 정찰을 확인한 바로 그 정찰 별초들이었다.

“이랴! 이랴! 급하다. 어서 가야 할 것이다.”

난 그렇게 소리를 치며 바로 송악산으로 말을 몰았다. 정말 내게는 이 순간이 선택의 순간이면서 기로의 순간일 것이다.

이번 일만 잘 이루어진다면 나는 이 개경에서 모든 것을 잃는다고 해도 문제가 될 것이 없었다.‘만적이 왕준명이 잘해 줄 것이야!’난 이 순간 만적과 왕준명의 얼굴을 떠올리며 따로 지시를 한 일을 떠올렸다.

“너희들은 내가 밖으로 나가는 순간 바로 내 창고에 있는 재물들을 은밀한 곳에 옮겨놔야 할 것이다.”

난 이렇게 만일을 대비하려고 했다.

“은밀한 곳에 옮겨놓으라는 것입니까?”

만적이 영문을 몰라 내게 물었다.

“그렇다. 시간이 없는 일이다. 무엇부터 옮겨야 할지는 만적 내가 잘 알 것이다.”

“저번에 들이신 물품들부터 옮기면 되겠습니까?”

이것만 봐도 만적은 말귀를 알아먹는 가신인 것이다.

“그래. 그것부터 옮겨야 할 것이다. 그것이 있어야 내가 뭐든 준비를 할 수가 있다.”

“예. 주군 옮겨놓겠습니다.”

지금 나와 만적이 말하고 있는 것은 역신으로 죽은 정중부의 사택에서 내가 착복한 90만 냥의 은자들이었다.

“그리고 내가 이곳에서 나서는 순간 폭도들이 들어 친다면 내 사택을 지키는 것보다 몸을 피하는 것이 우선일 것이다.”

내 말에 만적은 놀라 나를 다시 봤다.

“폭도라 하셨습니까?”

“그래. 폭도다. 천금의 재물보다 나는 내 가신들과 가솔들의 목숨이 더 중요하다.”

내 말에 만적과 왕준명은 나를 우러러 보는 것 같았다.

“명을 따르옵니다.”

“어서 움직여라. 어서!”

“예. 주군!”

“그리고 왕준명!”

“예. 주군!”

왕준명이 나를 봤다.

“너는 지금 수련중인 무사들을 잘 챙겨야 할 것이다.”

“주군의 명을 따라 만약 무슨 일이 생긴다면 모두 대피를 시키겠사옵니다.”

“아니다.”

내 말에 왕준명이 나를 빤히 봤다.

“나와 백화가 돌아오지 못한다면 내 가병들을 모두 참지정사께 보내 거라.”

“예?”

다시 한 번 왕준명이 놀라 나를 봤다.

“내일 밤이 지나서도 내가 돌아오지 못한다면 나와 백화는 이 세상 사람이 아닐 것이다. 그러니 그들을 돌봐줄 분을 찾아야 하는 것이다.”

“주, 주군! 어인 말씀이십니까?”

“그만큼 위급한 일이다.”

난 다부지게 말했다.

“그럼 재물들도 모두 참지정사께 보내면 되는 것이옵니까?”

만적의 물음에 나는 만적을 봤다.

“재물의 반은 참지정사께 보내고 나머지는 내 가솔들에게 골고루 나눠줘야 할 것이다.”

내 말에 만적은 다시 놀라 나를 봤다.

“엄청난 재물이옵니다.”

“내가 죽는다면 아무짝에도 쓸모가 없는 재물이다.”

내 말에 만적은 지그시 입술을 깨물었다.

“알겠나이다.”

난 그렇게 말하고 이렇게 병부 서고로 달려와 김돈준의 가병 록을 끝내 찾아낸 거였다. 지금 내가 한 없이 부족한 것은 시간일 것이고 내가 넘쳐나는 것은 용기일 것이다.

지금 다섯 명의 별초들과 백화와 함께 송악산으로 말을 몰고 향하는 것은 엄청난 용기가 없어서는 절대 할 수 없는 일이니 말이다.달그락! 달그락! 달그락!

“주군 저 산이 송악산입니다.”

선두에서 말을 몰던 별초가 검을 잡은 손으로 내 앞에 보이는 검고 거대한 산을 가리켰다. 내 눈에 보이는 송악산은 마치 웅크리고 있는 괴물처럼 보였다.‘저곳에 그들이 있단 말이지.’난 입술을 지그시 깨물었다. 정말 이 순간 용기가 필요한 순간이었다.

“얼마나 더 말을 몰고 가야 하는 것이냐?”

“산기슭에 도착을 하면 도보로 이동을 해야 합니다.”

“알았다.”

난 바로 말에서 내렸다. 송악산 산채.2천여 명의 병력들이 산채에 모였다.

그 중앙에 이들의 주군이 되어 있는 박산원이 서 있었고 한회와 가병 장들이 마치 박산원을 주군처럼 호위를 하고 있었다. 그들은 이 순간 박산원을 통해 하나로 뭉쳐지고 있었다.

이것은 그들이 여전히 노예이고 노군이라는 것을 여실하게 보여주는 좋은 예라고 할 수 있었다. 스스로 무엇인가를 할 수 없는 자들이기에 능력을 보이는 박산원에게 의지하려는 것이 분명했다.

그리고 이들에게 박산원은 자신들에게 살길을 열어준 인물처럼 느껴졌다.

“모두 다 모였는가?”

박산원은 주군처럼 한회에게 물었다. 이렇게 만인들에게 지시를 하는 것에 박산원은 가슴이 뛰었다. 하지만 마음 한 구석에는 불안한 마음도 있는 듯 보였다.

‘이의방도 잘 했으니 나도 잘 할 수 있을 것이야!’박산원은 자신이 가지고 있는 불안감을 막연히 잘 될 것이라는 기대로 추스르고 있었다. 하지만 그것은 매우 위험한 발상이었다.지금 자신이 따르는 한회와 가병 장들이 노비 근성을 버리지 못하는 것처럼 사실 박산원 역시 책사의 특성을 완벽히 벗어 던질 수는 없었다. 그래서 그는 채원을 택했던 거였다. 하지만 채원이 씻을 수 없는 과오를 저지르자 죽은 척을 해서 그로부터 멀어진 거였다.

이것만 봐도 책사의 기질을 가진 자는 절대 주군이 될 수 없다는 것을 보여줬다.다시 말해 고금에 가장 뛰어난 인물로 표현되는 제갈량도 따지고 보면 박산원처럼 책사의 기질을 버리지 못하고 스스로 독립을 하지 못한 걸 거다.

계략을 짜고 병법을 통달했다고는 해도 그것을 행동으로 옮기고 책임을 질 결단은 부족하기 때문이었다.이렇게 모든 사람은 각자의 깜냥을 가지고 있는 거였다. 그리고 지금 박산원은 스스로의 야망에 속아 자신이 어떤 존재라는 것을 서서히 잊고 있었다.

아니 잊으려 부단히 노력을 했다.이것만 봐도 이들의 거사는 이미 잘못된 길을 가고 있다고 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곳에 모인 한회와 가병 장들은 박산원의 말을 듣고 성공을 할 수도 있다는 생각을 했다. 그렇기에 더욱 불안한 순간이 아닐 수 없었다.

“그렇사옵니다. 주군!”

한회는 이제 스스럼없이 박산원을 주군이라고 불렀다. 그리고 그것이 박산원을 더욱 취하게 만들었다.‘그래. 내가 이들의 주군이다.

’박산원은 입술을 지그시 깨물고 조심히 자신의 주먹을 꽉 쥐었다. 분명 자신의 계획대로만 된다면 이 고려를 틀어쥘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모든 계획이 계획대로만 되는 것이 절대 아니라는 것을 박산원은 은원 중에 알고 있었다. 그래서 더욱 잘 될 거라는 생각을 하며 자신을 추슬렀다.

“이제 결단의 순간이다.”

“그렇사옵니다. 주군! 이들을 이용해서 황궁으로 진격을 하고 또 가병 록을 불태운다면 저희들에게 살길이 열릴 것이옵니다.”

“그것뿐이 아니다. 이의방을 비롯한 무부들로 인해 도탄에 빠진 황실과 조정을 우리의 손으로 바로 잡을 수 있다.”

박산원은 대의가 가득한 눈빛으로 말했다. 그에게 처음부터 충신의 마음 따위는 없었을 것이다.

살기 위해서 아니 살아남기 위해서 채원이라는 사지에서 벗어나 이곳에 왔고 우연찮게 이곳에 응거를 하고 있는 가병들을 만난 것이다.그리고 그 가병들의 수가 황궁으로 진격을 해서 황궁을 도모할 정도의 병력이 된다는 것을 알고 이렇게 움직이고 있는 거였다.

욕심이 없는 자이기는 했으나 상황이 그에게 욕심이 생기게 만들어내고 있었다. 욕심에 눈이 멀면 정국을 정확하게 볼 수가 없게 된다.

그리고 자신이 보고 싶은 것만 보게 되는 것이다. 그래서 아무리 허술한 계획이라고 해도 그 계획을 꾸민 자는 완벽한 계획처럼 보이는 거였다.뭐 그리고 사실 박산원이 짜놓은 계획은 그리 허술하지도 않았다. 그러니 박산원은 이렇게 욕심을 부리는 거였다.

그리고 지금 2천여 명의 가병들이 자신을 보고 있었다. 그들은 다소 신기하고 의구심이 가득한 눈빛으로 박산원 자신을 보고 있었다.

‘저들이 나를 믿게 만들어야 한다.’박산원이 첫 번째 해야 할 일이 바로 이거였다. 그리고 그게 가장 어려운 일이라는 것 역시 박산원도 잘 알고 있었다.

비록 자신은 한회를 비롯한 20여명의 가병 장들에게 지지를 받고 있으나 저들로 하여금 주군으로 받아드리기 위해서는 무엇인가가 있어야 한다는 생각이 드는 박산원이었다. 하지만 그에게 그럴만한 능력이 있을지가 의문이었다.누구나 생각과 꿈을 가질 수는 있다. 하지만 그 꿈과 생각을 현실로 만들 수 있는 존재들은 몇 되지 않는다는 것을 박산원도 잘 알고 있었다.

물론 지금은 자신의 야망과 야욕이 그것을 애써 모른 체 하고 있기는 했지만 박산원 역시 마음 한 구석에는 불안한 마음을 떨칠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이제 출정 전 선포를 하시옵소서.”

한회가 박산원을 보며 말했다. 그리고 박산원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야지. 암! 그래야 할 것이네.”

“그렇습니다. 주군!”

사실 따지고 본다면 한회도 뛰어난 책사의 기질을 가진 인물이었다. 하지만 그의 본성 자체가 능동적이지 못하고 수동적인 면이 있었기에 자신이 직접 이 가병들을 이끌지 않고 자신보다 더 지도자의 능력을 보이는 박산원을 따르고자 한 거였다.지금 이 순간 박산원을 능가할 인물이 없었기에 그의 판단을 옳다고 할 수 있었다. 하지만 2000의 가병들은 박산원과 한회 그리고 가병 장들에 이끌려 사지로 몰리고 있는 형국이었다.

황궁이 어디 그냥 황궁인가?그리고 그곳을 지키고 있는 순검 군들이 그냥 병장기나 든 자들이라고 생각을 한다면 오산이라는 것을 그들은 모르고 있었다.한 마디로 이의방과 채원이라는 망둥이가 뛰니 박산원과 한회라는 꼴뚜기도 뛰는 형국인 것이다.

망둥이들이 몇 백의 장졸들로 황궁을 장악한 것은 황제를 볼모로 잡고 또 황궁에서 내응을 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그에 반해 박산원이 이끌 2000의 가병들은 한 마디로 밖에서 치고 들어가야 했다.

그것은 결코 쉬운 일이 절대 아니었다.그리고 그것을 지금 야욕에 불타고 있는 박산원의 마음 한곳에는 자리 잡고 있었다.

그저 욕망에 불타고 욕심에 사로잡혀 애써 외면하고 있었던 거였다.‘난 이미 한 번 죽은 목숨이야!’박 산원은 자신을 숨죽이며 보고 있는 2000여명의 가병들을 봤다.

“이미 300의 가병들이 전 주인의 사택으로 향했습니다.”

“그렇게 빨리 움직였나?”

“그렇사옵니다. 그들은 전 주인의 사택을 비롯해서 대가들의 사택을 급습할 것입니다.”

“황궁의 시선을 다른 곳으로 돌리자는 말이군.”

박산원은 바로 한회의 말을 이해했다.

“그렇사옵니다.”

“잘했네. 순검 군들 대부분이 그쪽으로 향하겠군.”

“그렇습니다. 저희는 그 틈을 타서 황궁을 도모하면 될 것 같습니다.”

탁월한 선택이라는 생각이 드는 박산원이었다. 그리고 그런 계략을 꾸민 한회가 왜 자신을 따르는지 이유가 궁금해졌다. 하지만 지금 이 순간은 그런 것을 물을 때가 아니라는 것을 박산원도 잘 알고 있었다.이제 검을 뽑아야 할 시점인 것이다. 그리고 불나방처럼 황구에서 죽던 아니면 황궁을 차지하고 거사를 성공시키던 둘 중 하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오르시지요. 거사장병들이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한회도 박산원이 자신들에게 말한 야망에 취해 있는 듯 보였다.

“알았네. 내 저들에게 꿈을 심어주지.”

박산원은 그렇게 말하고 허름하게 마련된 단상에 올랐다. 나와 백화 그리고 다섯의 별초들은 은밀히 산채까지 잠입을 해서 모여 있는 김돈중의 전 가병들을 지켜보고 있었다.

‘저렇게 많다니,,,,,,.’난 이미 별초낭장 박현준에게 보고를 받은 상태였지만 내 눈으로 직접 보니 놀라지 않을 수가 없었다.2000여명의 가병들.그들이라면 충분히 황궁을 불태울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어떻게 합니까? 상공.”

백화도 불안한 마음에 조용히 내게 물었다., 그리도 다행인 것은 아직 출병을 하지 않은 상태에서 내가 도착을 했다는 거였다. 그리고 저렇게 모든 가병들까지 모아놨으니 이것은 내게 최대의 위기며 기회라는 생각이 들었다.

“좀 더 지켜보자.”

“예. 상공.”

내가 목숨을 걸고 이곳에 왔다고 해서 횃불에 뛰어드는 불나방처럼 저들에게 뛰어들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어떻게 상황이 흐르는지 정확하게 판단을 하고 가장 적절한 타이밍에 나서는 것이 현명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젠장! 긴장되어 미치겠네.’난 손에 땀이 흘렀다. 그리고 백화는 내가 긴장을 하고 있다는 것을 아는지 흥건하게 땀에 젖은 내 손을 살포시 잡아줬다.

“저는 상공만 믿을 것이옵니다.”

백화가 차분하고 조용히 말했고 나는 그게 천군만마를 얻는 것처럼 힘을 얻었다.

“그래. 백화야! 너는 나만 믿으면 된다.”

“예. 상공.”

“저들은 결국 노비다. 그러니 그 근성을 버리지 못하지.”

내가 처음 억새와 만적을 받아들일 때 생각한 것이 내 사택에서 지내다보면 그들에게 노비 근성이 생길 거라는 확신에 그들을 언제든 떠나도 좋다는 말로 받아드렸다.양인도 편하게 지내게 되면 노비 근성이 생기는데 저들은 태어날 때부터 노비였을 것이다. 그러니 이끄는 주인이 없다면 아무리 많이 모인다고 해도 어쩔 수 없는 노군인 것이다.

‘노군이 아무리 많아도 중앙군이 되지는 못한다.’난 노군의 정확한 특성을 알고 있었다. 그리고 동서고금을 통틀어 그 어떤 노예들도 혁명에 성공한 예가 없다는 것을 상기했다.

그것은 뛰어난 지도자가 없기 때문이라는 생각을 했다. 물론 노예들 중에 뛰어난 능력을 보이는 자들도 있을 것이다.

가장 많이 부각된 인물이 바로 스파르타쿠스다.그는 기원전 73년, 약 80여명의 노예 검투사들과 이탈리아의 카푸아에서 로마군에 대항하는 반란의 주역이었다. 그리고 그의 세력은 후일 12만 명에 달했지만 끝내 마지막 전투에서 대부분이 전사를 했고 포로로 잡힌 6천여 명은 예수처럼 십자가에 목 박혀 죽는 가혹한 형벌로 생을 마감했다.

로마시대에서 12만이라는 숫자는 엄청난 것이 분명할 거다. 그런 거대한 세력을 가진 스파르타쿠스도 끝내 실패를 하고 말았다.

그것은 그들의 대부분이 노예였기 때문일 것이다.그게 바로 노비들의 한계인 것이다.

그리고 내가 알고 있는 역사상에서 오직 노예들이 성공한 혁명은 아이티 혁명뿐일 것이다. 그것은 내 생각에는 기적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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