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간웅-191화 (191/620)

< -- 간웅 10권 -- >5. 병부 서고에 숨겨진 보배.병부 서고.병부의 서고는 서고 밖에 지키는 장졸이 삼엄하게 경계를 서는 병부의 중요 시설 중 하나였다. 서고는 책을 보관해두는 목적도 있었지만 병부의 서고는 다른 목적으로도 사용되었다.

우선은 내가 찾고 있는 것인 대신들의 가병 록을 모아두는 곳으로도 쓰였다. 그러니 일종의 비밀문건 보관소의 역할도 하는 것이다.보통의 서고는 열람방식에 의하여 개가식과 비개가식으로 분류된다.

개가식은 열람자가 직접 서고에서 필요한 책을 찾아내는 형식으로 서고와 열람실이 실내에 같이 설치되어 있다. 그에 비해 병부의 서고는 비개가식으로 병부의 책들을 모아놓은 서고와 열람실이 따로 분리되어, 열람자가 출납의 확인 받고, 서고에 출입하게 되어 있다.

이건 다시 말해 이곳에 출입을 하는 자들은 모두 일일이 기록이 남는다는 말이었다.나는 서고 앞에 서자말자 두 명의 장졸들이 삼엄하게 경계를 서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저들을 잘 구워삶아야겠군.”

뭐든 재물이 들어가지 않는 곳이 없었다. 난 바로 서고로 걸어갔다.

“수고들이 많다.”

난 바로 서고들을 지키는 장졸들을 격려했다.

“견룡행수님 아니십니까? 이 누추한 곳까지 어인 일이십니까?”

얼굴이 신분이 되는 세상이다. 그리고 이 황궁에서는 이제는 나를 모르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필요한 서책이 있어서 찾으러 왔다.”

“병법서 같은 것을 찾으십니까?”

“뭐 따지면 그런 것이지.”

“병부 서고 안으로 들어가시면 출납무관이 있을 것이옵니다. 안으로 들어가십시오.”

장졸 하나가 그렇게 말하는 순간 다른 장졸은 나와 백화 그리고 내 뒤에 서 있는 다섯의 별초들을 봤다. 그리고 그들을 출입부에 기록을 하려는 듯 했다.

“그렇게 다 출입인원을 기록을 하는가?”

“그렇사옵니다.”

이건 다시 말해 이곳을 지키는 자들은 모두 글을 쓸 줄 아는 자라는 말이었다.

“꼭 기록을 해야 하는가?”

내 물음에 서고를 지키는 장졸 둘이 서로를 보며 눈빛을 주고받았다.

“원칙은 그렇사옵니다.”

“그런 것인가?”

“그렇게 해야 하옵니다.”

“그럼 그렇게 하게.”

난 말은 그렇게 하며 힐끗 장졸 하나의 품에 작은 은자 주머니를 밀어 넣었다.

“꼭 가지고 싶은 병법서가 있어서 말이야.”

“그렇사옵니까?”

“그래. 내가 뭘 말 하는지 알겠지.”

그 순간 장졸 하나가 자신의 품에 있는 은자 주머니를 만지작거렸다.

“예. 알기는 하오나,,,,,,.”

“기록은 하시고 그 기록이 조금 훼손이 되면 되는 것 아닌가?”

난 그렇게 말하고 씩 웃었다.

“알겠사옵니다. 견룡행수 나리!”

내가 웃자 장졸도 따라 웃었다. 이래서 재물은 귀신도 부린다는 말이 있다. 내가 그냥 말로 해도 될 것을 이렇게 굳이 재물을 주는 것은 저들이 혹시나도 누군가에 말을 할까 하는 생각 때문이다. 그리고 그렇게 하지 않게 하기 위해서는 이렇게 뇌물을 먹여 같이 죄를 짓게 만드는 거였다.

“그럼 난 책을 찾고 나오겠네.”

“예. 앞에 출납 무장이 있습니다.”

“그도 내 알아서 함세.”

“예. 건룡행수님!”

난 그렇게 말하고 서고를 지키는 장졸들을 다시 봤다고 고개를 돌려 별초들을 봤다.

“너희들은 이곳에 기다려라.”

난 혹시나 하는 마음에 별초 다섯을 장졸과 함께 남겼다.

“예. 견룡행수님!”

그리고 바로 다섯의 별초들은 앞에 서 있는 장졸들을 감시 하는 듯 지키고 섰고 난 다시 고풍스러운 서고를 향해 걸음을 옮겼다. 밖에서 지키는 장졸들의 말처럼 서고 안에는 출납무관이 지키고 있었다.그는 나를 보고 조금은 놀란 눈으로 내게 다가왔다.

“건, 견, 견룡행수께서 이이, 이곳까지는 어인 일이십니까?”

이런 반응은 두 가지라고 보면 된다. 내가 온 것에 대해 놀란 것이고 그게 아니라면 이 서고를 찾는 고위 무장들이 거의 없다는 말이 되는 거였다.

“볼 병서가 있어 왔네.”

“그, 그러하옵니까? 제, 제제가 이곳에 출, 출납무관으로 직을 받고 모신 분들 중에 다다, 다섯 번째 이옵니다.”

그리고 그는 나를 보며 오른쪽 눈을 찡그렸다.‘뭐지?’난 그의 행동이 신경에 쓰여 그를 봤다.그리고 출납무관은 내가 온 것에 놀라 말을 더듬고 있는 듯 했다.

“다섯 번째?”

난 되물으면서 출납무관이 무슨 의도에서 말을 하는지 생각을 했다.‘지위로 다섯 번째라는 거야? 아니면 이곳에 온 사람이 다섯 번째라는 거야?’

“그, 그러하옵니다. 병병, 병서를 보시겠다고 오오, 오신 분들이 딱 다섯 명이셨습니다.”

나를 보고 놀라 더듬는 것이 아니라 원래 이 자는 말 더듬이였다. 그리고 다시 한 번 그는 오른쪽 눈 주변을 찡그렸다. ‘원래 말을 더듬는군! 저건 뭐지? 혹시 틱 장애가 있는 건가?’틱 장애!틱은 근육이 빠른 속도로 리듬감 없이 반복해서 움직이거나 소리를 내는 장애를 말한다.

주로 얼굴, 목, 어깨에서 나타나는 것이 보통이다. 그리고 이 자도 얼굴에 틱 장애가 있는 듯 했다. 보통 틱 장애를 앓고 있는 사람은 자신이 그런 행동을 하고 있다는 것을 인식하기도 하며 잠시 동안은 참을 수 있지만 한계를 넘으면 강력한 충동 때문에 어쩔 수 없이 계속하게 되고, 의지만으로는 억제하기가 힘들다.

잠을 자면 없어지거나, 심리적으로 불안하거나 스트레스를 받으면 심해지기도 한다. 심할 경우에는 사회생활 자체가 불가능해지는 것이 보통이었다.

‘분명 저건 틱 장애야!’나는 그런 생각을 했다. 그리고 그를 다시 봤다. 그는 규칙적으로 오른쪽 주변을 찡그렸다. 그리고 그것이 무척이나 보기 거슬린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내가 자신을 보자 그는 주눅이 들어 몸을 움츠리는 것 같았다.

‘타인의 시선에 상당한 스트레스를 받는 것 같군.’난 그의 심리를 파악하고 그와 시선을 맞추지 않으려 노력했다.

“그런가? 제법 사람이 찾지 않는군.”

“그, 그렇습니다. 겨우 이 출납명부에 기록이 된 분들은 다섯입니다.”

내가 그를 빤히 보지 않자 말을 더듬는 것도 한결 없어진 듯 했다. 그리고 나는 그의 말을 통해 놀랍고도 어이없는 순간이면서 무신들의 위치와 수준을 잘 알려주는 말이었다. 무신들 중에 글을 읽고 쓸 줄 아는 자가 극히 드물다는 것을 난 이미 알고 있었지만 이 정도인 줄은 몰랐다.

글을 모르니 병서를 연구할 무장들은 더욱 없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것은 문신들이 대장군의 직을 겸직하게 하게 하는 이유가 될 것이 분명했다. 그리고 나를 제외하고 이 병부 서고를 찾은 자들이 누구인지 궁금해졌다.

“이곳을 찾은 무장들은 누구지?”

“우, 우선 역신으로 죽은 정, 정중부가 제법 많이 드나들어 병병, 병서를 읽고 출납해 가셨습니다.”

“죽은 자는 됐다. 그 다음은 누구지?”

“지지, 지금 위위경께서 견룡 행수이실 때 병병, 병서들을 제법 보셨습니다.”

이것도 그리 놀랍지는 않는 이야기였다. 어느 정도 병서를 읽었으니 그렇게 지휘관의 모습을 보일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그, 그리고 두경승이라는 교위가 병서를 연구한다고 몇몇, 몇 번 들렸고 바바박, 박철우라는 교위도 들렸습니다.”

이것이 놀라운 일이다.‘두경승이 글을 읽을 줄 안단 말이지.’점점 더 난 두경승이 마음에 들었다. 그러고 보니 두경승은 요즘 내 사택에서 식객처럼 빈둥거리고 있었다.

“박철우?”

“그, 그렇습니다. 잠시만 기다려보십시오.”

출납무관은 출납 장부를 가지고 와 쭉 읽어내려 갔다.

“자네 말을 더듬는군.”

“송, 송구하옵니다.”

분명 말은 더듬지만 그의 눈은 총명함이 가득했다.

“순, 순검, 순검 군 교위로 있었던 자입니다.”

“겨우 교위가 병서를 읽는단 말이냐?”

“그, 그러하옵니다. 손손, 손자의 36계를 주로 읽었습니다.”

난 그 말에 살짝 인상을 찡그렸다. ‘채원에게 병법을 아는 자가 있다.

’이것은 내게 이롭지 않은 일이었다. 그리고 왜 성질 급한 채원이 지금까지 참고 있었는지 이유를 알 것 같았다.‘박철우라는 그 자가 채원을 진정시키고 있었던 거야! 그렇다면 때를 보고 있다는 말인데,,,,,,.’난 이 순간 적에 대해 또 한 가지를 알았다.

“뭐, 뭐, 뭐 그래도 이제는 다시 오지 않을 것입니다.”

출납무관은 나를 보며 넋두리를 하듯 말했다. 아무도 찾지 않는 병부 서고라 사람이 그리운 듯 말했다.

“다시 보지 못한다니?”

“그, 그, 그자가 지랄병에 걸려 죽었다는 풍문입니다.”

“그런가?”

난 속으로 그래도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참! 어, 어, 어떤 책이 필요하십니까?”

출납무관은 이제는 자신의 소임을 다하기 위해 물었다.

“내가 찾아도 되겠나?”

“어, 어렵지는 않습니다. 기록을 하시지 않으실 생각이십니까?”

이 순간 이 출납무관이 제법 머리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병부 서고를 관리하는 자라면 분명 글을 읽을 수 있을 것이고 이곳에 거의 혼자 있을 것이니 병서도 제법 읽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다면 내게 참으로 도움이 되는 자가 분명할 것 같았다. 그리고 눈치 역시 있다는 생각을 했다.

난 그의 머리에 둥둥 떠 있는 이름을 봤다.박위!그의 이름은 박위였다.

“자네의 이름이 뭐지?”

난 나보다 최소한 20살은 많아 보이는 박위에게 물었다.

“박, 박, 박위라 하옵니다.”

“그러신가? 내 그대의 이름을 기억하지.”

내 말에 박위는 나를 물끄러미 봤다.

“뭐 내게 할 말이 있는가?”

“아, 아니옵니다.”

아니라고 말은 했지만 뭔가 내게 할 말이 있는 듯 했다.

“내 이번에 그대에게 신세를 져야 하니 할 말이 있으면 해 보게.”

난 최대한 부드럽고 인자하게 말했다. 물론 겨우 17살 정도로 보이는 내가 아무리 인자한 표정을 보인다고 해도 쉽게 그런 표정을 보일 수는 없을 것이다. 그래서 나는 최대한 내 눈빛에 진심을 담았고 박위도 나처럼 내 눈을 보고 다시 봤다.

‘역시 눈빛으로 사람을 판단하고 있어.’난 문뜩 그런 생각이 들었다. 사람이 말로 다른 이를 속이는 것은 어렵지 않다. 하지만 눈빛까지 속일 수 있는 자는 드물다는 것을 나는 알고 있었고 그것을 박위도 알고 있다는 것 같았다.

“그, 그게,,,,,,.”

“말해 보시게. 내가 그대에게 도움을 받을 참이니 도움을 줄 일이 있으면 도움을 주지.”

난 그렇게 말하며 박위를 봤다. 아마 박위는 내게 자신의 자리를 청탁하려는 것 같았다. 하지만 주변머리가 없어서 망설이고 있는 거였다. 그것은 다시 말해 꽤 능력이 있지만 사회성이 없어서 이런 한직에 밀려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그게,,,, 아니옵니다.”

이렇게 말을 하지 못할 때는 먼저 말을 해주면 고마운 마음이 하늘을 찌른다. 그리고 난 내 부족한 가신들을 채울 좋은 기회라고 생각이 들었다.사실 이 황궁의 편전만 봐도 많은 신하들 있다.

황제는 그들을 이끌며 국정이 이어가는 거다. 그리고 서경에도 서경유수를 중심으로 많은 관료들이 서경유수를 도와 서경을 이끌고 있다. 모든 일에는 사람이 그만큼 필요한 거다.

‘북변 갑산으로 갈 때 문서를 보관하고 관리할 자로 제격이다.’난 그런 생각이 들었다.

“자네 나랑 같이 일해 보겠나?”

내 말에 순간 박위는 놀라 나를 봤다. 그의 눈빛은 자신이 하고 싶은 말을 내가 해줘 무척이나 고마워하는 듯 했다.

“모, 모, 모셔도 되겠습니까?”

어쩌면 그에게 이 병부 서고는 감옥과 같은 곳일 거다. 그리고 병부의 인사의 권한을 지고 있는 자는 비록 박위가 무장이지만 말을 더듬는 것을 보고 불편하게 봤을 것이 분명했다. 그리고 그가 글을 읽을 줄 안다는 것을 알고 이 병부 서고에 배치를 한 것이 분명했다. 옆에 두고 쓰기에는 그가 말을 더듬는 것이 거슬리기는 하지만 그래도 이곳에 그에게 제격이라는 생각을 한 듯 했다.

한 마디로 그의 재능이 겨우 말을 더듬는 것으로 묻혀 버린 거였다.

“그대가 나를 도와주면 좋지.”

난 그를 보며 환하게 웃었다.

“감, 감사하옵니다.”

“내 조만간 그대를 견룡 군으로 부르지. 견룡 군에 와서 나를 보좌해 주게.”

“보, 보, 보좌라고 하셨습니까?”

보좌라는 말은 옆에 있으라는 말일 것이다. 눈치가 있는 박위니 내 말을 정확하게 이해를 했다.

“그렇다네. 그런데 자네 이 서고에 몇 년이나 있었나?”

“이, 이십년이옵니다.”

순간 난 다시 놀랐다.서당 개가 삼년이면 풍월을 읊는 법이다. 그런데 사람으로 아무도 찾지 않는 이곳에서 책만 관리하고 있었다면 그는 엄청난 병법가가 되어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참! 오래도 있었군. 그동안 무엇을 하며 보냈는가?”

“서, 서책을 읽고 병서를 읽고 그랬습니다.”

역시 내 생각대로였다.‘내게 책사가 생기는 순간이군!’난 가병 록을 찾기 위해 왔다가 제법 능력이 있을 것 같은 책사를 얻게 됐다.

‘좋아!’난 속으로 쾌재를 불렀다. 지금 내가 가장 부족한 것은 시간이고 또 인재였다. 그런데 이런 군내가 나는 서고에서 내가 귀하게 쓸 인재를 찾은 것은 분명 내게 복일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내가 필요한 서책을 좀 찾을 것이니 그대도 이곳에 다시 올 일은 없을 것이니 필요한 서책이 있다면 챙겨두시게.”

“필, 필, 필요한 서책이 있습니까?”

박위의 물음에 난 잠시 생각을 했다.‘북변의 지리와 오랑캐들의 습성 그리고 무장들의 특징정도만 알면 좋겠지.’

“내 식읍이 북변 갑산이라는 것은 아는가?”

“갑산이십니까?”

“그렇다네. 그러니 알아서 챙기시게.”

난 이것을 통해 그가 얼마나 능력을 보이는지 시험해 볼 생각을 했다.

“알, 알겠습니다.”

나와 백화는 병부서고에 꽂혀 있는 서책들 중에 정신없이 김돈중의 가병 록을 찾았다. 이 가병 록을 찾지 못한다면 2천의 가병들이 황궁과 내 사택으로 들어 닥치는 것을 막을 방법은 없었다.

물론 가병 록을 박위에게 찾아 달라고 할 수도 있다. 하지만 아직 그 정도로 내가 박위 그를 믿을 수는 없기에 이렇게 직접 찾는 거였다.

“젠장! 어디에 있는 거야!”

난 점점 마음이 급해졌다. 지금 당장이라도 황궁 정문을 돌파해서 들어 닥칠 수도 있는 순간이었기에 나는 점점 더 초조한 마음이 들었다.

“상공! 이것이 아닙니까?”

백화가 내게 몇 권이나 되는 서책을 보였고 난 백화에게 서책을 받아들고 읽었다.

“이것이다. 김돈중의 가병 록이다.”

나는 순간 보물을 찾은 기분이었다. 이 가병 록과 함께 내가 그들과 담판만 잘 지은다면 2천에 달하는 가병들이 폭도가 아닌 내 가병이 될 수도 있었다.

“백화야! 이제 너와 나의 운명을 걸고 송악산으로 가자!”

이것은 내 모진 다짐과 같은 거였다. 아니 사실 무모하다고 할 수도 있는 일이었다. 그리고 또 촉각을 다투는 일이기도 했다. 조금만 시간을 지체한다면 엄청난 일이 벌어질 수도 있는 일이기도 했다.

“예. 상공 제가 끝까지 상공을 모실 것이옵니다.”

백화도 결의에 찬 눈빛으로 내게 말했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