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간웅 10권 -- >난 어금니를 꽉 깨물었다. 그리고 이런 정보를 가장 많이 알고 있는 사람은 내 스승님이신 최준 어른뿐이라는 생각이 들었다.‘채원을 제거 하고 바로 조 필지 상단 너희들이다.
’나는 당장이라도 그 상단을 무너트리고 싶었지만 일에는 모두 순서가 있다는 것을 잘 알기에 조 필지 상단의 일은 잠시 미루기로 했다. 사실 우선 급한 것은 채원을 잡아 죽이는 일이었다.
‘견룡행수에 감찰어사! 거기다가 순검군 장군까지 된다면 이 황궁은 내 것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야!’난 순간 나도 모르게 권력에 욕심을 부렸다. 이래서 나도 사람인 모양이다. 하지만 무척이나 위험한 생각이 아닐 수 없다.
‘권력을 탐하면 위험이 따른다.’무엇이든 선택은 있어야 할 것이다. 그리고 지금 내가 권력을 탐하기에는 지지기반이 너무나 약하다는 생각도 들었다.
‘이의방은 이미 군부를 장악했어.’이것은 당장에는 내게 이로운 일이나 시간이 갈수록 내게 위험한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초심을 버리지 말아야 한다. 북변이다. 북변!’난 다시 마음을 고쳐먹었다.
그것이 옳은 판단일 것이다. 권력이 가까워질수록 위험해지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지금 당장 권력을 잡는다고 해도 3일천하에 끝날 것이 분명했다.‘어떻게든 북변으로 갈 구실을 만들어야겠다.
’난 그런 생각을 하며 이의방이 명종황제에게 주청을 한 지방 수령과 현령들의 인사문제를 떠올렸다.‘갑산의 수령이나 삼수의 현령이면 괜찮을 것인데,,,,,,.’하지만 지금 내게는 권력을 차지하는 것보다 더 어려운 것이 북변으로 가는 일 같았다.
정말 북변으로 가기 위해서는 지금 권력을 잡은 이의방에게 누구도 대항을 하지 못하는 세력을 구축해줘야 한다. ‘의심 없이 가야 하는데,,,,,,.’이것이 내게 고민스러운 일이었다. 그리고 이의방이 나를 놓아줄 것인가가 또 다른 문제라면 문제일 것이다.
‘내가 필요 없다고 생각을 하게 만들어야 하는데,,,,,,.’그러기 위해서도 태자비 간택에서 이의방의 차녀가 태자비가 되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결국은 태자비 간택에 모든 것이 결정이 된다고 보면 되는 거였다.
‘채원을 제거하면 북변으로 갈 방법이 생길 것이다.’난 이렇게 생각을 정리했다.
오직 내가 살 길은 북변뿐이었다.그렇지 않다면 나는 분명 언젠가는 이의방이나 명종황제에 의해 토사구팽이 당할 것이 분명할 것이다.
권력자는 강한 2인자를 원하지 않는다. 그리고 지금 나는 가장 위험한 자리인 이의방의 2인자로 자리 잡고 있었다.‘물러나는 것이 살길이다.
’3. 박산원의 망상.송악산 김돈중의 전 가병들이 은거해 있는 산채.박산원은 자신을 한가라고 소개를 한 자를 뚫어지게 보고 있었다.
“지금 뭐라고 했나?”
한가는 놀라 박산원에게 되물었다.
“불나방처럼 횃불이 뛰어들어 자신을 활활 태울 참이면 황궁이라는 횃불에 뛰어드는 어떠냐고 물었소.”
“황궁?”
“그렇소. 2천의 병력이면 무엇이든 할 수 있지 않겠소.”
“겨우 2천의 병력으로 황궁을 털자는 말인가?”
한가는 어이가 없다는 듯 박산원을 봤다. 지금 이 순간 박산원은 아주 위험한 발상을 하고 있었다.
“못할 것도 없지 않소.”
“못할 것도 없다. 이자가 정말 간이 크군.”
“어디 당신만 하시겠소.”
박산원은 씩 웃었다.
“좋아! 그럼 왜 그런 생각을 했는지 이야기나 들어보지.”
“이렇게 병력이 도망을 치지 못하고 모여 있는 것은 모두 다 병부와 김돈중의 사택에 숨겨져 있는 가병록 때문이지 않습니까?”
“으음,,,,,,.”
박산원의 말에 한가는 인상을 찡그렸고 한가의 뒤에 있는 중하급 가병 무장들은 인상을 찡그렸다.
“아니라고 하기에는 너무 뻔 한 것이니 할 말이 없군.”
“그 가병록 때문에 도망을 친 옛 주인의 사택을 털 생각을 하는 것이 아니요?”
“맞다. 그곳에는 가병록도 있지만 주인을 그렇게 궁지로 몰고 우리를 이렇게 죄인으로 몰아넣은 이의방의 측근이 사택을 차지하고 있지.”
이것은 다시 말해 그들의 목표에는 회생도 포함되어 있다는 말이었다.
“사택에도 가병록이 있겠지만 황궁에 있는 병부에도 가병록은 있소.”
박산원의 말에 다시 한 번 한가와 중하급 가병 무장들은 인상을 찡그려야 했다.
“살고자 하는 일이 아니니 어쩔 수가 없지.”
“왜 살지 않으시려고 하시오.”
“뭐라?”
“살길이 있고 충신이 될 길이 있는데 왜 불나방처럼 죽기를 바라는 거요.”
박산원의 말에 한가는 박산원을 노려봤다.
“무엇을 생각하고 있는 것인가? 설마 지금 우리보고 무부들을 몰아내는 거사라도 하자는 것인가?”
“못 할 것도 없지요. 지금 거병을 해서 공신이 된 이의방과 채원도 따지고 보면 저랑 다를 것이 없었던 산원이었소. 그들이 거병을 할 때 동원한 병력이 천이 되지 않는데 우리에게는 이미 2천의 대병이 있지 않소.”
“우리?”
“그럼 아니었소?”
박산원은 한가를 보며 씩 웃었다.
“자네의 말처럼 거병을 한다면 성공을 할 것 같나?”
“성공을 하지 못한다고 해도 가병록을 없애버릴 수 는 있을 겁니다.”
“병부를 불태워서?”
“그렇소. 그렇게 되면 살아남는 자는 도망을 칠 수 있을 것이요.”
“으음,,,,,,.”
정말 한가와 이들 가병들에게는 뿌리칠 수 없는 유혹이었다.
“결정을 하시오. 분명 승산이 있소. 우리가 거병을 해서 이의방과 채원 그리고 대장군들을 척살하게 된다면 웅크리고 있던 문신들이 일어설 것이요. 그럼 우리는 공신이 되고 귀족이 되는 겁니다.”
“공신이 되고 귀족이 된다?”
“그렇지 않겠습니까? 최소한 어느 산성에 응거를 해서 끝까지 싸우다가 죽지는 않게 될 것이요.”
“그렇기도 하겠지. 하지만 실패를 하게 된다면,,,,,,.”
“우선은 가병록을 없애는 것에 주력을 합시다. 병력을 둘로 나누고 대부분의 병력은 황궁으로 향하게 하고 또 하나는 사택으로 보내서 가병록을 불태우게 하는 겁니다.”
박산원의 말에 모두 다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다가 일이 수월하게 풀리게 되면,,,,,,.”
“그렇게 된다면 우리는 무부들이 농단하는 조정과 황실을 위해 일어선 충혈지사가 되는 거지요.”
“손해 볼 것이 없군.”
한가는 박산원의 말에 동조를 하는 듯 한 말을 했다.
“그렇습니다. 가병장님! 합시다. 하자고요.”
가병 중급 무장 하나가 소리를 쳤다.
“그래요. 하셔야 합니다. 그냥 식량을 약탈해서 산성에서 항거를 하는 것보다 백배 좋은 일입니다.”
“맞습니다.”
너나할 것 없이 박산원의 말에 동의를 했다.
“황궁을 급습한다?”
“그렇소. 그것이 우리가 사는 것이오.”
박산원은 다시 한가를 보며 말했고 한가는 그런 박산원을 뚫어지게 봤다.
“자네의 이름이 박철우라고 했지.”
“그렇소.”
“나는 한회라고 하네. 내 자네의 생각을 받아드리지.”
“고맙습니다. 한회공.”
“공이라? 하하하! 일개 노군장에게 공이라 지나가는 개가 웃을 일이네.”
“이제 곧 공이라고 불리시게 될 것입니다.”
“그런데 왜 내게 존댓말을 하는 것인가?”
“거사에 지휘체계는 분명해야 하지 않습니까.”
이 순간 한가였던 한회가 다시 박산원을 봤다.
“그렇지. 지휘체계는 분명하지.”
한회는 그렇게 말하고 다시 박산원을 뚫어지게 보다가 자리에서 일어나 바로 바닥에 무릎을 꿇었다.
“제가 모시지요.”
순간 박산원은 놀라 한회를 봤다.
“무슨 말씀이십니까? 왜 이러십니까? 저는 그저 책사로 말씀을 드린 것뿐입니다.”
박산원은 당황스러운 표정으로 한회를 봤다.
“무엇을 하느냐? 꿇지 않고.”
한회는 버럭 소리를 질렀고 그와 동시에 10여명의 가병 장들이 무릎을 꿇었다.
“다들 왜 이러시는 것이요.”
박산원은 난처한 표정을 지어보였지만 속으로는 쾌재를 부르고 있었다. 하지만 겉으로는 여전히 이래서는 안 된다는 표정을 했다.
“우리는 그저 가병일 뿐이고 노군일 뿐입니다. 우리가 아무리 2천의 병력이라고는 해도 이끌 분이 없다면 아무것도 아닌 모래성과도 같은 존재입니다. 저희들을 이끌어주십시오.”
한회는 박산원에게 머리를 조아렸다.
“저희를 이끌어주십시오.”
가병장들도 박산원에게 머리를 조아렸다.
“저는 그런 능력이 되지 못합니다.”
“아닙니다. 우리에게 살길을 알려주셨으니 저희를 이끌 수 있습니다. 이미 죽기를 각오한 몸들입니다. 따르지요.”
한회는 정말 마음을 굳힌 것 같았다.
“정말 저를 따라 황궁으로 진격을 하시겠습니까?”
“예. 그렇게 하겠습니다.”
“좋습니다. 그럼 자리에서 일어나십시오.”
“주인이 어찌 가복에게 말을 높이십니까? 말부터 놓으십시오.”
정말 한회는 노예근성이 가득한 자가 분명했다. 분명 영악한 면도 다분한 한회였지만 그렇게 노예근성을 버리지 못하고 있었다.
“알았네. 일어들 나시게.”
“예. 주군.”
제일 먼저 한회가 일어났고 그 다음 가병 장들이 일어났다.
“그럼 바로 작전을 짜보도록 하세.”
“작전이라고요?”
“그렇다네. 아무런 작전도 없이 어떻게 거병을 하겠나. 우선은 우리의 명줄을 잡고 있는 병부를 불태워야 할 것이네.”
“그렇사옵니다. 그래야만 안심이 되어 더욱 주군을 따를 것이옵니다.”
한회는 박산원의 말에 동의를 했다. 하지만 병부를 불태우는 일을 제일 먼저 선택한 것은 박산원의 패착이라고 할 수 있었다.절벽 끝까지 이들이 몰렸기에 이렇게 모질게 변한 것인데 가병록이 불타고 도망칠 길이 열린다면 그들은 정말 위급한 순간에 모래성처럼 파도에 무너질 수 도 있다는 것을 박산원은 생각하지 못하고 있었다.
이것이 사람들의 깜냥이라는 것이다.한회와 가병장들의 눈에는 박산원이 충분히 자신들을 이끌 수 있을 거라고 생각을 하고 있었지만 박산원은 그저 자신의 입으로 말한 것처럼 책사의 깜냥일 뿐이었다.
“그리고 바로 대장군과 이의방과 함께 채원의 목을 베어야 할 것이야!”
“그렇습니다.”
“그리고 자네와 나는 병력을 이끌고 대전으로 가 우리의 대의를 황제폐하께 고하고 황제폐하의 동의를 얻어낸다면 이번 거사는 성공을 하는 것이네.”
박산원의 말에 모두 다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만 된다면,,,,,,.”
“이 고려는 그대들과 나의 세상이 되는 것이지.”
여기 또 하나 권력에 대한 야욕을 불태우는 자가 있었다. 그의 야욕이 또 참으로 이 고려를 위태롭게 만들고 있었고 회생 역시 사지로 몰아넣고 있었다.
‘이의방이 하는 것을 나라고 못할 것도 없지.’박산원은 자신이 계획한 것을 성공할 것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았다. 아니 계획적으로만 본다면 무척이나 잘 짜인 계획이었다.
하지만 박산원의 계획에는 큰 허점이 존재하고 있다는 것을 모르고 있었다.회생!그가 이 고려를 그리고 이의방의 권력을 아직은 지키고 있다는 거였다.
‘분명 하늘이 나를 돕고 있음이야!’박산원은 지금 펼쳐지고 있는 모든 상황들이 하늘이 자신을 선택했다는 생각까지 했다. 이렇게 채원이라는 사지를 피해 죽은 척까지 하며 미래를 내다본 박산원 역시 권력이라는 것 앞에서는 어쩔 수 없는 욕심 많은 맹인에 불과했다.
그리고 지금 자신이 향하는 것은 채원의 옆에 있는 것보다 더 한 사지라는 것을 박산원은 생각하지 못하고 있었다.이래서 죽을 운명은 반드시 죽게 되는 모양이다.
권력에 대한 야욕을 불태우고 죽는 자는 참으로 죽어서도 허망할 것이 분명했다.
“그런데 주군.”
“왜 그런가?”
이제 박산원은 마치 한회를 비롯한 가병장들의 주군처럼 행동했다.
“언제 거병을 하실 것이옵니까?”
“바로 지금이지.”
이 순간 박산원의 눈동자가 불탔다.
“바로 지금이라고 하셨습니까?”
“그래. 바로 지금이야! 시간이 가면 갈수록 우리가 불리해지지.”
“예. 알겠습니다.”
“300의 병력은 사택으로 보내고 나머지는 모두 황궁으로 향할 것이야!”
박산원의 말에 이 자리에 모인 자들은 자신의 입술을 지그시 깨물었다.
“주군의 명을 따릅니다.”
“어서들 출병 준비를 하시게.”
“예. 주군!”
이 순간 박산원은 졸지에 이들의 주군이 되었고 또 거사의 주동자가 되었다. 하지만 그의 어깨에는 언제부터인가 죽음새가 내려앉아 있다는 것을 그만 모르고 있었다.4. 모든 일이 뜻대로만 되지는 않는 법.명종 황제가 있는 대전.명종 황제는 편전회의에서 이의방이 주청을 올린 것에 대해 여전히 불쾌한 표정을 감추지 않고 있었고 그 내막을 어느 정도 알고 있는 상선 최준은 속으로는 피식 웃었지만 명종 황제의 용안을 걱정하는 투로 바로 보고 있었다.
‘우리 회생이 드디어 연기를 피웠군!’상전 최준은 이미 대전에 배치된 나인들과 환관들이 제법 무예를 다룰 수 있는 자들이라는 것을 직감하고 있었다. 또한 그중 다섯은 예전 무비가 데리고 있던 호위무사 출신이라는 것도 짐작을 하고 있었다.이제 드디어 본격적으로 채원을 잡는 일을 처리할 때구나 하고 생각하고 있는 최준이었다.
“으음,,,,,,.”
명종 황제는 잠시 무슨 생각을 했는지 자신도 모르게 신음을 했다.
“무슨 일이 있으시옵니까? 황제폐하!”
“계곡에 흐르는 물은 위에서 아래로 흐르는 것이 이치인 것처럼 이렇게 흐르다보면 어디로 흐를지 모르겠구나! 흐르는 물이 어디까지 흘러 고일 고?”
“소신은 아둔하여 무슨 뜻인지 모르겠나이다.”
뛰어난 식견을 가진 최준도 명종황제가 무슨 의도에서 이렇게 말을 하는지 알 수가 없었다.
“몰라야지. 알아도 모르 척을 해야 하는 일이다.”
명종 황제는 인상을 찡그렸다.
“그나저나 이 의방이 참으로 무례하기 짝이 없구나.”
드디어 명종황제는 시작을 하려는 듯 했다.
“위위경이 말이옵니까?”
“그래. 위위경이 참으로 무례하다.”
“왜 그러시옵니까?”
최준은 아무것도 모른다는 듯 명종황제에게 물었다.
“짐을 압박하는 것을 보지 못해서 그렇게 묻는 것이냐?”
“송구하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