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간웅 10권 -- >
“그렇습니다. 송상과 거래를 하는 자는 송나라 조필지라는 자로 유독 송상들은 조 필지 상단하고만 거래를 하고 있습니다.”
“무슨 말인가?”
이의방은 타고난 무장이라 셈이 느린 듯 했다.
“오랜 독점과 같은 거래에 남는 것은 죄뿐입니다.”
“감찰어사로 조사를 해 보겠다는 건가?”
“우선 송상을 압박해보겠습니다.”
“그리고?”
“그들에게 대응을 할 만한 상단을 한 번 찾아보겠습니다.”
“대응할만한 상단?”
“그렇습니다. 장인의 용체를 준비해 주는 상단이 될 것이옵니다.”
내 말에 위위경 이의방은 흐뭇하게 웃었다.
“그게 가능하겠는가?”
“감찰어사대의 힘으로 우선 개성 송상을 찍어 누르고 조 필지 상단과 겨룰 수 있는 상단만 찾는다면 어렵지 않을 것입니다.”
내 말에 위위경 이의방은 인상을 찡그렸다.
“개경 송상과 단독으로 거래를 하는 상단이면 절대 만만하게 볼 상단은 아닐 것이야!”
“그렇습니다. 그러니 은밀히 저희가 겨룰 상단을 밀어주면 장인의 은덕을 잊지 않을 것이옵니다.”
“그럼 중요한 것은 대항을 할 상단을 찾는 거겠군.”
“그렇사옵니다.”
“쉽지 않는 일이지만 난 사위 자네만 믿네.”
“예. 장인어른!”
“그리고 이 장인을 훈계를 하고 싶거든 사위 자네가 칼을 뽑는 순간 이 장인은 간담이 서늘해서 오들오들 떨었네. 하하하!”
“송구하옵니다. 장인!”
“하하하! 농담이네. 농담!”
“예. 장인!”
“그건 그렇게 이제 어떻게 할 참인가?”
이것은 채원을 마지막으로 어떻게 도모를 할 것인가를 물었다.
“태자비 간택일이 채원의 제삿날이 될 것이옵니다.”
내 말에 위위경도 내가 무슨 생각을 하고 또 무슨 계략을 꾸미고 있는지 알 것 같다는 눈빛을 보이며 고개를 끄덕였다.‘여차하면 장인도 가실 수 있을 것이요.’나는 이의방의 눈빛을 피해 찰나의 순간이지만 살기를 뿜어냈다.
이것은 다시 말해 내가 이의방을 포기했다는 의미인 것이다.‘그렇다면 이고를 앞장을 세우고 호가호위를 해야겠지.’난 머릿속으로 이고의 얼굴을 떠올렸다.
“그나저나 장인어른!”
“왜 그러는가? 사위!”
“사택은 옮기셨나이까?”
“하하하! 황제폐하께서 배려를 해 주셔서 쓰시던 잠저를 내게 주셨다네. 이보다 더 황은이 망극할 때가 없다네. 하하하!”
채원은 의종의 잠저를 강탈했다면 이의방은 명종황제가 쓰던 잠저를 하사받았다. 물론 이것 역시 내가 명종황제에게 간청을 한 거였다.
난 그때 명종황제에게 간청을 했을 때는 어느 정도 이의방이 자연스럽게 썩기를 바랐다. 하지만 이렇게 빠르게 썩을지는 차마 생각도 하지 못하고 있었다.이것은 어쩌면 나의 실수라면 실수 일 것이다. 그리고 난 그런 생각을 하면서 이고의 얼굴을 떠올렸다.
이제 내 안락한 삶을 위해서 이고를 이 조정의 전면에 새워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당신과 이고의 사이를 갈라놓는 일은 너무나 쉽지.’이고는 여전히 권력에는 욕심이 없는 자다. 하지만 그는 권력보다 더 무서운 것을 원하고 있었다.
복수!그것을 내가 준다면 그리고 그럴 기회를 내가 제공을 한다면 충분히 이고가 권력의 중심에 설 수 있을 것 같았다.사실 역사적으로 보면 이의방과 이고 정중부가 무신정권 초기에 3두 정치를 이끌어갔다. 그렇게 진행되던 권력 구조는 4년 가까이 명맥을 유지했다가 혼자 권력을 차지하려는 이고의 욕심을 간파한 이의방에 의해 이고가 죽임을 당하고 또 기회를 노리던 정중부 부자에 의해 이의방이 암살을 당하면서 정중부의 세상이 되는 듯 보였다. 하지만 그 정중부도 끝내 경대승에게 제거를 당하는 악순환이 이어졌다.
그런데 그런 역사를 내가 바꿔놓은 거였다. 역사와 다르게 제일 먼저 정중부 부자가 죽임을 당하고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져버렸기에 이제 이의방에게는 적이 없을 것 같았다.
하지만 그는 잊고 있는 것이 있었다.내가 마음만 먹는다면 그 누구보다 이의방에게 강력한 적이 된다는 것을 그는 스스로 잊고 있는 거였다.
‘너무 썩으면 위험하다.’나는 이 순간 이의방을 버리려했다.
‘그리고 이제 별초를 나눌 것이 아니라 모아야겠어. 대비를 해야지. 경대승은 50명으로 황궁을 장악하고 권력을 잡았어. 별초 200이면 작지 않는 병력이지.’난 그런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다시 위위경 이의방을 봤다.
“그러하옵니까? 정말 황은이 망극한 일이옵니다.”
“그렇다네. 하하하!”
“그럼 이제 황궁도 안정이 되고 있사오니 퇴청을 하셔서 가솔들을 조금은 어루만져 주시는 것도 좋을 것 같사옵니다.”
“가족을 돌보라고?”
“조금 쉬셔야 한다는 말씀이옵니다. 피로에는 약도 없사옵니다. 이렇게 고려를 걱정하시고 조정의 일을 다 주관하시다보면 항우라고 해도 쓰러지겠사옵니다.”
“하하하! 역시 내 몸 걱정을 해 주는 사람은 사위 밖에 없군. 하하하!”
“예. 제가 아니면 누가 장인의 건강을 걱정하겠습니까?”
“그래! 그래! 하지만 아직 채원도,,,,,,.”
“걱정하지 마시옵소서. 채원은 곧 정리가 되옵니다. 견룡이 단단히 지키고 있습니다. 그러니 쉬실 때는 쉬셔야 합니다.”
“알았네. 사위! 내 오늘은 퇴청을 하지.”
“예. 장인어른!”
난 그렇게 말하고 위위경 이의방을 보며 웃었다.‘집구석에 가거든 무비를 품고 나락으로 떨어져라.
’내가 위위경을 사택으로 보내려는 것은 그것에 경국지색이라고 할 수 있는 무비가 있기 때문이다. 영웅은 호색이라고 했다.
지금의 위위경이 영웅의 축에 들 수 있을지는 모르지만 사내가 계집 마다하는 것을 나는 보지 못했다.‘진준은 점점 말라가던데,,,,,,.’나는 문뜩 응양군 상장군으로 있는 진준이 떠올랐다. 그리고 그의 밑에서 응양군을 장악하려고 분주히 움직이고 있는 한 섬의 얼굴로 떠올려봤다.
‘이고와 한 섬만 손에 넣고 문신으로 강일천 공만 나와 뜻을 같이 한다면 나도 못 할 것은 없지,,,,,,.’내가 이런 마음을 품게 된 것은 내 마지막 시험에 이의방이 변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변하지 않는 이의방은 곧 누군가에 의해 죽임을 당할 것이다. 그리고 나 역시 타격을 입게 될 것이다. 그러기 전에 내가 먼저 도모를 하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였다.
물론 그때에도 나는 전면에 나서지는 않을 것이다. 마지막 순간까지 또 이의방의 편 인척 하며 빠져나갈 구멍도 만들 것이다.
이것이 내가 사는 방법이다. ‘빠르게 병력을 늘려야겠어. 빠르게!’난 그런 생각을 하며 북변에 있는 속말말갈족이 떠올랐다.
‘아무리 급해도 그곳부터 가 봐야겠다.’이 순간 가장 빠르게 병력을 충원할 방법은 북변에 있는 속말말갈족뿐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럼 저는 이만 장인의 명을 받잡기 위해 감찰어사대로 가 보겠사옵니다.”
“그래. 왕거를 꼭 도모해야 할 것이네.”
“예. 장인!”
난 짧게 말하며 위위경 이의방의 장군방을 나왔다.태후 전.탁!태후도 지금 이 순간 이의방처럼 거칠게 탁지를 자신의 손바닥으로 내려쳤다.
“뭐라? 황상께서 태자비를 공정하게 간택을 하신다고 했단 말이더냐?”
공예태후가 화가 나 있는 것은 황제의 독단적이고 월권적인 행동 때문이었다. 황실의 혼사는 보통 황실 제일 어른인 공예태후가 주관을 하는 것이 대부분이었다. 그런데 그것을 자신에게 아무런 언질도 주지 않고 편전회의에서 이야기를 했다는 것은 이제는 명종황제가 자신으로부터 완벽히 멀어지려는 것을 의미한다는 것을 공예태후는 잘 알고 있었다.
“그리고 또 무슨 일이 있었느냐?”
“왕거 공께서 영화공주마마를 태자비로 간택하는 것이 어떠냐고 주청을 올렸사옵니다.”
지금 보고를 하고 있는 것은 해월이었다.
“뭐라? 왕거가?”
공예태후도 왕거에 대해서는 잘 알고 있었다. 자신보다 몇 살 어린 황족이지만 그래도 황실 어른에 속하는 인물이었지만 속이 없고 탐욕스러운 것이 여우같은 면이 많았다.
“그러하옵니다.”
“그 자리에 위위경도 있었겠지?”
“그렇사옵니다. 위위경은 가만히 왕거 공의 이야기를 듣기만 했다고 하옵니다.”
“왕거가 죽으려고 작심을 한 모양이군!”
공예태후는 인상을 찡그렸다.
“그런데 편전회의가 끝나고 바로 위위 경께서 회생 공을 따로 부르셨다고 하옵니다.”
해월의 말에 공예태후는 지그시 눈을 감았다.
“황실에 초상이 나겠군.”
“예?”
해월은 공예태후의 말을 듣고 놀라 태후를 봤다.
“위위경이 왜 회생을 불렀겠느냐? 회생에게 왕거를 제거시키기 위함이지.”
“하오나 황족이옵니다.”
“어디 지금의 황족이 황족이더냐? 분명 회생은 어쩔 수 없이 왕거의 죄악을 찾겠지.”
“죄악이라고 하시면?”
“왕거가 벽란도 출입이 잦고 염전 소금 생산에 장난질을 치는 것이 오늘 어제 일은 아니지 않느냐? 회생이라면 그것을 단번에 찾아낼 것이다.”
그제야 왜 초상이 난다는 말을 했는지 해월도 알 것 같았다.
“그래도 지켜볼만 하겠군.”
“지켜볼만 하다니요.”
“회생이 영화공주에게 정말 마음이 있다면 모질게 죄를 찾아낼 것이다. 그렇지 않겠느냐?”
“그렇사옵니다.”
“그래. 볼만하겠어.”
“예. 태후마마!”
“그나저나 나를 빼고 황상이 일을 처리했단 말이지?”
“그런 것 같사옵니다.”
“알았다. 원래 자식은 장성해서 어미의 품을 떠나는 것이지.”
태후는 그렇게 말은 했지만 좀처럼 찡그린 인상을 풀지 않았다.나는 바로 위위경의 장군방을 빠져나오면서 감찰어사대로 달려갔다. 정말 좀처럼 여유가 생기지 않는 회생이었다.그리고 감찰어사대에 도착을 하자말자 감찰어사 둘을 불렀다.
“부르셨소?”
보통 후배가 선배를 부르는 일은 예의에 어긋나는 일이지만 회생이 감찰어사대를 위해 많은 일을 하고 있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아무 말 없이 나를 봤다.
“송구하옵니다. 일이 급해 후배가 선배님을 모셨습니다.”
“괘념치 마시게. 자네야 조정 일로 바쁜 사람이 아닌가? 그래 무슨 일인가?”
감찰어사 하나의 말에 나를 그를 뚫어지게 봤다.
“벽란도에서 거둬들이는 세수를 좀 더 세밀하게 살펴볼 필요가 있을 것 같습니다.”
이것은 현대로 따진다면 세무조사를 하겠다는 말과 같은 의미였다. 그리고 현대처럼 상단에도 큰 타격을 입히는 일이기도 했다.사실 조사를 한다고 시간을 늦추거나 일을 하지 못하게 하는 일이 종종 있었다.
시간이 재물인 상인들에게 그렇게 손발을 묶어놓으면 애가 타고 막대한 피해를 입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그래서 난 이번 참에 내 일을 방해하고 있는 개경 송상을 묵사발을 만들어 줄 생각을 하고 있었다.
“세수를 세밀하게 살펴볼 필요가 있다?”
“그렇습니다. 내탕고는 저번 거사에 텅텅 비었습니다. 이제 곧 태자비 책봉식이 있을 것인데 들어갈 재물이 만만치 않을 것 같사옵니다.”
“그렇기도 하겠군.”
“세수를 꼼꼼히 챙기면 뭐하겠는가?”
가만히 있던 감찰어사가 짜증스러운 표정으로 나를 보며 투덜거렸다. 그리고 그의 머리에 둥둥 뜨는 이름을 봤다.‘은솔지?’
“무슨 영문에 그러시는 것이옵니까? 은 선배님!”
나는 과감하게 은솔거를 선배라고 불렀다. 그리고 이것을 신선한 충격으로 은솔거는 받아드렸다.
“선배님?”
“저의 선배님이시지 않사옵니까?”
“그렇기는 하지.”
“예. 그렇사옵니다. 은 선배님! 그런데 왜 그런 말씀을 하시는 것이옵니까?”
“보면 모르겠는가? 이제 내탕고는 황제폐하의 창고가 아니네.”
퉁명스러운 것이 반골기질이 다분한 것 같았다. 이런 자는 잘만 다루면 예리한 감찰의 검으로 쓰기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 회생이었다.항상 모든 것에 불만은 가진 자들은 남의 허물을 그냥 보고 넘어가지 못한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그렇기는 합니다.”
역시 이제는 내탕고가 공신들의 사제 창고처럼 되어버린 것을 알고 있었다.‘그러고 보니 그것부터 막아야겠어.’나는 그렇게 생각을 하며 떠오르는 인물이 있었다.두경승이었다.원래 내탕고를 지키다가 옥에 갇힌 위인이니 벼슬을 올려주고 내탕고를 지키게 한다면 충분히 직분을 잘 수행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러니 내탕고부터 단속을 해야 할 것이야.”
“그것은 차차 해결을 할 문제인 것 같사옵니다.”
“그런가?”
“예. 선배님!”
“참! 벽란도의 세수를 감찰해 볼 생각인가?”
“그리 하여야 할 것 같습니다. 제가 입궁을 하다 보니 개경 송상들의 상주의 사택이 이 대궐보다 작지 않을 것을 봤습니다. 어디서 그런 재물이 났기에 그런 대궐 같은 집을 짓고 사는 지 따져봐야 할 것 같습니다.”
그런 면에서 따진다면 나부터 따짐을 당해야 한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그리고 이렇게 나의 이전투구는 시작되고 있었다.
“그렇기도 하네. 털어 먼지가 안 나는 것들이 없으니 조사를 해 보는 것도 나쁘지는 않겠어.”
은솔지는 나와 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다.
“이번 참에 비어버린 내탕고도 채워 넣어야 할 것 같습니다.”
“그런다고 누가 알아주기나 하겠나?”
“제가 알고 황상폐하가 알지 않겠사옵니까?”
“그것도 그렇군. 좋아 나와 이어사가 그 일은 조사를 하지.”
“예. 탈탈 터셔야 할 것입니다.”
“뭐 원래 구린 것들이 많은 자이니 그리 오래 걸리지는 않을 것이야.”
“예. 선배님!”
“그나저나 자네에게 신세를 지는 감찰어사들이 하나둘 늘어나고 있다더군.”
사실 나는 그렇게 감찰어사들에게 뇌물 아닌 뇌물을 쓰고 있었다.
“후배의 마음입니다.”
“하하하! 그런가?”
“그렇사옵니다. 저희끼리 정으로 주고받는 것이지 않사옵니까?”
“그렇기도 하지. 잘 쓰겠네.”
“예. 선배님!”
정말 선배님이라는 말은 많은 도움이 될 것 같았다. 그렇게 감찰어사대는 벽란도를 장악하고 있는 개경 송상을 감찰할 결심을 했다. 그리고 그것만으로도 내게 엿을 먹인 개경송상은 큰 타격을 입는다는 것을 난 잘 알고 있었다.‘그럼 이제 조 필지 상단인데,,,,,,.’조 필지 상단은 개경 송상들과는 약간 다르게 다뤄야 했다.
그들은 송나라의 상단이기에 거의 치외법권의 형식을 가지고 있는 벽란도에서는 나와 어사대가 어떻게 해 볼 도리가 없었다.‘경쟁을 할 상단이 없기 때문이겠지.’난 문뜩 그런 생각이 들었다. 그렇다고 내가 만사를 미루고 조 필지 상단을 상대할 수도 없었다.
‘경쟁 상단을 만들어줘야겠어. 그러기 위해서는 조 필지 상단에 대해 알아야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