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간웅-185화 (185/620)

< -- 간웅 10권 -- >고려는 고구려를 계승한다고 하였으나 그 풍속은 대부분 신라의 것을 그대로 이어받았다. 그리고 신라는 오누이간이라도 결혼을 할 수가 있었다. 그것을 그대로 따른 거였다.

신라는 같은 배에서 태어난 오누이간의 혼인은 안 되었으나 가까운 친인척간의 혼인은 허용되었는데 원래 신라는 삼국가운데 가장 늦게 형성된 나라였으며 일찍부터 중국과 교류하며 문화를 발전시켰던 고구려나 백제에 비해 고유한 풍습도 오랫동안 지켜나갔으며 게다가 신라의 골품제도는 철저하게 계급을 유지시키기 위해 계급 내 혼인을 장려했다.이것이 바로 고려까지 이어진 거였다. 그리고 지금 그것이 바뀌고 있는 순간이었다.

“이 모든 것이 황제폐하의 홍복이시옵니다.”

편전에 모인 대신들은 모두 머리를 조아리며 합창을 하듯 말했다.‘홍복은 무슨 얼어 죽을 어쩔 수 없는 선택이지.’난 마음속으로 그런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내가 그런 생각을 할 때 원로 황족이라고 할 수 있는 숙종의 아들인 상당후 왕필의 아들인 왕거가 앞으로 나섰다.

“황제폐하! 소신 왕거 황족의 일원으로 한 말씀 올리옵니다.”

“그러세요.”

명종황제도 앞으로 나선 왕거가 황실 원로라 말을 내리지 않았다.

“황제페하의 총신의 딸로 태자비를 간택하는 것도 나쁘지 않으나 이렇게 혼란한 시기에는 황실이 바로 서기 위해서는 황족과의 혼인도 고려해 봄이 옳을 것 같사옵니다.”

꼭 이렇게 초를 치는 자들이 있다. 그리고 눈치 없는 왕족도 있는 법이다. 또한 이런 왕족은 오래 못 사는 경우가 대부분이고 왕거의 말에 이의방도 채원도 또한 문극겸도 인상을 찡그리는 것을 나는 봤다.물론 속으로 명종황제도 눈살을 찌푸렸을 것이다.

“황족과의 혼인이라 하셨습니까?”

“그렇사옵니다. 황제폐하!”

“황족이라면 누구를 말씀하시는 것입니까?”

“궁에 아직 영화공주가 있지 않사옵니까?”

다시 황실 근친혼의 망령이 자리 잡는 순간이었다.

“영화공주요”

순간 일이 묘하게 돌아갔다. 며칠 전만 해도 난 쾌재를 불렀을 일이나 내 마음에 조금 영화공주가 들어섰기에 나는 상당후 왕필의 아들인 왕거를 노려봤다. 그리고 그 모습을 명종황제에게 들키고 말았고 명종 황제는 씩 웃었다.

“그렇사옵니다. 소신이 보기에는 태자님에게는 가장 좋은 배필이 될 것이옵니다.”

왕거는 지금 고모와 조카를 결혼시킬 생각을 하고 있는 거였다. ‘망할 놈의 새끼! 늙어 곱게 죽기 싫은 모양이군.’난 속으로 왕거를 욕했다.

“내 그 역시 생각해 보리라.”

“황공하옵니다.”

왕거는 명종황제가 자신의 주청을 생각해보겠다고 하자 기쁜 마음에 뒤로 물러났다.‘생각 없는 늙은이!’그리고 그때 위위경 이의방의 눈에 살기가 감돌았다.

‘며칠 못 가시겠네.’난 그런 생각을 했다. 위위경이 하는 일에 초를 치는 자가 오래 살지 못하는 것은 당연한 일일 것이다.

태자비 간택을 위해서는 혼례도감을 신설해야 할 것이오.”

명종황제가 명령을 내리듯 말했다.

“그러하옵니다. 황제폐하!”

“원래 조정의 최고 어른인 문하시중께서 그 혼례도감의 도감을 맡는 것이 관례이나 조영인 문하시중의 자녀도 태자비 간택의 후보로 지목이 되었으니 누가 혼례도감을 맡는 것이 좋겠소?”

“그렇다면 문무백관들의 존경을 받는 분이 맡으셔야 할 거라고 사료되옵니다.”

이 광정이 재잘거리는 촉새처럼 앞으로 나서며 말했다.

“그것은 당연한 일이지. 이 광정 대장군!”

“그렇사옵니다. 황제폐하! 또한 이제 무신들과 문신들의 반목이 사라지고 화합의 단계에 접어들었다고는 하나 여전히 소인배들은 앙금이 남아 있으니 문신들과 무신들에게 모든 존경을 받는 분이 혼례도감을 맡으셔야 한다고 생각을 하옵니다.”

문신들과 무신들의 화합의 단계?그 화합은 무신들의 힘에 의해 문신들을 찍어 누른 그런 단계일 것이다. 정말 말이 좋아 화합이지 말을 못했지만 심기가 불편해지는 문신들이었다.이것은 군부의 조롱이라고 할 수 있었다. 지금까지 당한 것이 많으니 이렇게 두고두고 갚아주는 것이다.

“그렇소. 옳은 말을 했소.”

“황공하옵니다. 황제폐하!”

“그럼 어떤 분이 좋겠소?”

그때 문극겸이 다시 앞으로 나섰다.

“신 문극겸 황상폐하께 한 말씀 올리겠나이다.”

“말하시게.”

“소신은 참지정사 강일천 공께서 혼례도감을 맡으셔야 한다고 생각을 하옵니다.”

문극겸의 말에 명종 황제도 고개를 끄덕였다.

“아주 좋은 생각이요.”

“그러하옵니다. 무신인 이 광정 대장군이 말한 것처럼 어떻게 되었던 이제 싸움은 끝이 났으니 화합만이 남았사옵니다. 참지정사 강일천 공은 참지정사가 되시기 전에 군부의 수장이라고 할 수 있는 용호군 대장군으로 계셨으니 문신과 무신들을 잘 살피여 일을 처리할 것이옵니다.”

“옳은 말이요. 그럼 조정신료 중에서는 참지정사 강일천 공께서 혼례도감의 도감을 맡아주시고 황실의 종친 중에서는 태후마마 다음으로 어르신이신 왕거 공께서 부도감을 맡아주시면 좋을 것 같소.”

명종 황제의 말에 모두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왕거는 명종황제가 자신을 부도감으로 임명한 것에 신이나 표정이 무척이나 밝아졌다.

“황공하옵니다. 황제폐하. 이 늙은 종친에게 그리 막중한 소임을 내려주시니 황은이 망극하나이다.”

부도감!무슨 일이든 부라는 글자가 들어가는 것은 힘이 없고 그냥 이름뿐인 직책이다. 그런 직책이지만 왕거는 무척이나 기뻐했다.

“황실의 종친이시니 마땅히 태후마마를 도와 태자비 후보들을 선별하셔야지요.”

“신 신명을 다해 명을 따르겠나이다.”

이미 정해진 태자비 간택에 드디어 요색행위가 시작되는 순간이었다. 그 요식행위 안에 거대한 대 반전이 기다리고 있었다.

“부탁합니다. 왕거공.”

명종황제는 담담히 말했다. 그저 지금 이 순간 왕거만이 기쁨에 차 있었다. 그리고 왕거는 다시 한 번 허리를 숙여 황제에게 경의를 표했다.그리고 그때 도감의 직을 받은 강일천 대장군이 앞으로 나섰다.

“태자비 간택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황실 어르신의 결정이옵니다. 소신은 태후마마의 뜻을 잘 받들어 모시겠나이다.”

이 순간 명종황제가 살짝 인상을 찡그렸다.

“옳은 말이요. 참지정사! 하지만 짐은 좀 공평하게 일을 처리하고 싶소.”

순간 명종황제가 뜬금없는 소리를 했다.

“무슨 말씀이옵니까?”

“짐은 태후마마의 의견도 존중할 것이나 태자비 후보들의 자질을 더 크게 볼 것이요.”

이것은 간택이 아니라 시험을 아예 보겠다는 투로 말하는 거였다. 그리고 이것은 또 한 번 이의방과 채원이 척을 지는 계기를 만들려는 속셈 같았다.그리고 난 명종황제를 힐끗 봤다.‘채원은 이미 도모될 것인데? 왜 경쟁을 붙이려는 거지?’난 문뜩 이상한 생각이 들었다.

“그 역시 옳으신 생각이시옵니다. 제가 혼례도감의 도감으로 우선 태후마마께 10인의 규수들을 선별하여 올리겠나이다.”

참지정사 강일천이 말했다.

“그렇게 하시오.”

명종은 그렇게 말하며 태자비 간택에 대한 일을 마무리했다. 그리고 그때 위위경이 나를 봤다. 그의 눈빛은 편전회의가 끝이 나고 자신을 잠깐 보자는 그런 눈빛이었다.

이 눈빛은 왕거 때문일 것이다.역시 권력을 가지면 보기 싫은 것은 한 시라도 보기 싫어지는 모양이다.

난 위위경인 이의방의 눈빛을 확인하고 왕거를 봤다.저 눈치 없는 왕족 늙은이는 자신이 한 말이 뿌듯한 듯 흐뭇한 표정을 하고 있었다.

‘남자는 철이 들면 죽는다는데 당신은 철이 안 들고 죽겠어.’난 인상을 찡그렸다.그리고 여기까지가 흐뭇한 이야기가 오고가는 편전회의 일 것이다.

이제부터가 진짜 살벌한 편전회의가 될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이제 곰을 잡기 위해 연기가 피어주겠지.’난 그런 생각을 했고 그때 위위경이 명종황제의 눈빛을 봤고 그 절대자는 서로의 눈빛을 교환했다.

지금 위위경은 명종황제에게 이제 자신이 치고 나갈 거라는 암시를 주는 것 같았고 위위경 이의방을 눈빛을 본 명종은 준비가 됐으니 거칠게 들어오라는 눈빛을 보내는 것 같았다.‘참으로 호흡이 잘 맞는 연극 한 판이 되겠다.

’그리고 다시 나는 채원을 봤다. 아무 것도 모르는 채원은 예전보다 자신의 입지가 조금은 올라갔다는 생각이 들었는지 흐뭇하게 웃고 있었다.

‘너의 웃음도 그리 오래가지 않을 것이다. 가장 행복할 때 가장 처참하게 찍어내 준다.

’그때 위위경 이의방이 조심히 앞으로 나섰다.

“황제폐하! 신 위위경 이의방 주청을 올릴 것이 있사옵니다.”

“무엇인가?”

“지금 조정은 안정을 찾고 있다고는 하오나 조정 업무가 거의 마비가 되어 있는 상태이옵니다.”

“그렇기는 하다. 뭐하나 제대로 처리가 되는 일이 없음이야!”

명종황제는 살짝 인상을 찡그렸다. 이것은 말은 하지 않았지만 저번 거사에 네가 너무 많은 문신들을 죽여 그렇지 않느냐고 따지는 것 같았다.

“그러하옵니다. 신 위위경이 부패한 조정을 일신하기 위해 조정에 특단의 조치를 단행하는 과정에서 죄가 큰 문신들이 모두 죽임을 당했기에 이렇게 조정업무가 마비되는 것이옵니다.”

위위경 이의방도 자신이 한 일에 한 치도 후회 없다는 투로 말했다.

“그러시오. 그나저나 이렇게 업무가 거의 마비 상태이니 짐은 답답하기만 하오.”

“그렇기에 소신이 주청을 올리는 것이옵니다.”

“주청? 그래! 결자해지라고 했지. 무엇이요.”

순간 편전이 싸늘하게 변했다. 아무리 황제라도 이번 사태에 대해 결자해지라는 사자성어를 쓴다는 것은 위험천만하다는 생각이 드는 문신들이었다.

“으음,,,,,,,.”

위위경 이의방은 바로 그 순간 무엄하게 명종황제의 앞에서 신음소리를 냈고 그 신음소리에 문신들은 눈살을 찌푸렸다.

“그래. 위위경! 무슨 방법이 있소?”

“예. 황제폐하! 지방 관청으로 나가 있는 문신들을 복귀시키는 것이 어떨까 하옵니다.”

순간 문신들은 놀라 위위경을 봤다.지방에 내려가 목이나 현 그리고 소에 배치되어 있는 현령들이나 수령들을 다시 중앙정부인 개경으로 승차를 시킨다는 것은 문신들에게 힘을 실어주는 일이었다. 그런데 그것이 무신의 수장이라고 할 수 있는 위위경 이의방의 입에서 나오니 놀라운 거였다. 그리고 또 어떤 이는 마치 무부인 위위경 이의방이 언 발에 오줌 누기 식으로 국정을 처리한다고 조롱을 하는 눈빛을 보였다.

하지만 그것은 위위경의 숨은 계략이었다.

“그렇사옵니다. 좋은 방법인 것 같사옵니다.”

염약신이 나서며 말했다.

“그런가?”

명종황제는 살짝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데 그럼 지방의 수령과 현령은 누가 있어 한단 말인가?”

명종황제의 말에 난 씩 웃었다.‘이제부터 폭풍우가 치는 거다.’난 위위경 이의방을 봤다.

“그 지방 현령과 수령의 자리에 무신들을 보내면 될 것이옵니다.”

순간 이의방의 말에 편전이 싸늘해졌다.

“뭐라 하셨는가?”

제일 먼저 소리를 지르고 나선 것은 참지정사 강일천이었다.

“지방 현령과 수령이 빈 곳을 무신들을 보내면 된다고 하였사옵니다.”

“그게 말이 되는가? 수령이나 현령은 그 목이나 현 그리고 소에 어버이와 같은 존재이다. 무신들이 무슨 식견과 능력이 있어 그것을 관리한단 말인가?”

“할 수 있을지 없을지는 시험을 해 보면 알 것이옵니다.”

위위경도 무겁게 지지 않겠다는 듯 소리를 쳤다. 그리고 그때 명종황제가 위위경을 노려봤다.

“위위경!”

“예. 황제폐하!”

“그것이 법도에 어긋난다는 생각을 하지 않았는가?”

“법도에 어긋날 것이 무엇이 있사옵니까? 황상폐하! 문신들은 대장군의 직을 수행해도 되고 무신들은 고장 작은 현에 수령이나 목과 소의 현령을 하지 말라는 것은 너무나 무심하신 말씀이시옵니다.”

“그것은 이것과 다른 것이다.”

“무엇이 다르시옵니까? 문신들이 할 수 있는 것은 무신들도 할 수 있사옵니다.”

위위경 이의방은 버럭 소리를 질렀다. 이것은 이 자체로 불충이 될 것이다.

“위위경! 지금 무슨 짓을 하고 있는지 아는가?”

참지정사 강일천이 버럭 소리를 질렀다.

“참지정사께서도 그러는 것이 아니옵니다. 30년을 넘게 대장군의 직을 수행하시면서 헐벗고 고생하는 하급 무관들을 보지 못했나이까? 그들이 비록 배운 것이 없다고는 하나 현을 관리하는 것고 작은 군막을 관리하는 것이 크게 다르지 않다고 생각을 하옵니다. 그러니 무신들에게도 기회를 주셔야 할 것이옵니다. 그렇게 해서 문신들이 조정으로 올라오면 마비된 업무도 원활하게 진행이 될 것이니 이보다 더 좋은 계책도 없을 것이옵니다.

위위경 이의방은 이번에는 참지정사 강일천을 노려봤다가 다시 명종황제를 봤다.

“황상폐하! 제가 틀린 말을 했나이까?”

“틀린 말이라고 하기보다는,,,,,,.”

“소신 위위경 오직 조정과 황실을 위해 올리는 주청이옵니다.”

이 순간 위위경은 불충하게 황제의 말을 끊고 말했다. 그 순간 다시 편전은 찬물을 뿌린 듯 차가워졌다.

그리고 오직 이 순간 채원만이 이의방이 뭔가 잘못 먹었나 하고 실실 웃고 있었고 그리고 힐끗 고개를 돌려 분을 씩씩거리며 삭이고 있는 명종황제를 보며 고개를 끄덕이고 있었다.‘연기가 올랐군.’난 그런 생각을 하며 채원을 봤다.

‘네놈 잡을 연기다. 이 멍청한 곰탱아!’

“오, 오직 황실과 조정을 위해서 올리는 주청?”

명종황제는 말까지 더듬으며 위위경인 이의방을 잡아먹을 듯 노려봤다.

“그러하옵니다. 그렇게 일을 진행하여야 조정 업무가 정상화 될 수 있사옵니다.”

“으음,,,,,,.”

“통촉해 주시옵소서!”

그리고 이제 위위경이 나섰으니 위위경 이의방의 나팔수들이 들고 나설 차례였다.

“듣고 보니 위위경의 말이 참으로 옳습니다. 황제폐하! 위위경의 주청을 허락해 주시옵소서!”

먼저 이광정이 나서서 크게 소리를 질렀다. 이것은 허락을 해 달라는 것이 아니라 거의 겁박 수준의 외침이었다.

“그러하옵니다. 위위경의 판단이 옳은 것 같사옵니다.”

대장군들이 일제히 나서서 소리를 쳤다.

“위위경의 판단이 옳다는 말인가? 그럼 짐의 판단이 틀린 것인가? 위위경!”

명종황제는 씩씩 거리며 위위경인 이의방을 노려보며 물었다.

“신하된 자로 황제폐하가 잘못된 선택을 하실 때에는 목을 내어 간하는 것이 충신의 도리라고 배웠나이다.”

이 순간 명종황제의 눈동자에서 살기가 감돌았다. 그리고 그것을 나와 채원이 감지를 했다.‘정말 진짜 같다.

아니 진짜인지도 모르지.’내가 그런 생각을 하고 있을 때 명종황제가 머리 있는 나를 째려봤다. 그의 눈빛은 내게 네가 말한 것이 이것이었냐고 질책을 하듯 묻는 그런 눈빛이었다. 그리고 난 바로 명종황제의 눈을 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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