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간웅 10권 -- >
“비밀이야! 알았지.”
“예. 나리!”
“그 대신 내가 아주 단단히 챙겨줄 것이야!”
“감사하옵니다.”
대장장이 셋이 머리를 조아렸다. 이제 드디어 시작을 하는 것이다.
“우선 한 천 개 정도 만들어 와.”
“천, 천개라 굽쇼?”
“왜 어렵나?”
“아닙니다. 나무에 박을 것이니 잘 만들어 봐.”
“예. 나리.”
그렇게 대장장이는 내가 그린 그림을 가지고 내 사택에서 나갔다. 그리고 지금 만적은 놀라 나를 봤다.
“대단하십니다. 주군!”
“그렇지. 원래 난 대단해!”
난 그렇게 말하고 씩 웃었다.
“그래 이제 준비는 다 한 것이다. 벽란도를 장악하고 있는 것이 조필지라고 했지. 그 상단을 경쟁을 하는 상단을 찾아 봐라.”
“예. 주군!”
“그리고 이 나사라는 것을 이용해서 조 필지를 압박해 보자.”
“예. 주군!”
만적도 나를 보며 놀라움에 고개를 조아렸다. 이렇게 주군이라고 불리는 자는 가신이라고 불리는 자에게 경외감을 줘야 한다.
그래야 한다.그리고 사실 내가 나사를 만들려고 하는 것은 다른 목적도 있었다.'두 치 짜리 나사면 6센티미터이니 날카롭기만 하면 활촉으로 쓸 수 있지.'항상 말하는 것이지만 하나의 일로 하나만 처리를 하면 그것은 하수가 하는 일이다.
나는 고수가 되고자 하는 사람으로 하나의 일로 여러 가지를 만들어내야 하는 거다.누구도 의심하지 할 수 없게 활촉을 대량생산하는 것도 내가 나사를 만드는 목적 중 하나인 것이다.
평소에는 나사를 생산하고 유사시에는 전쟁물자인 활촉으로 변신하는 나사. 이것이 내가 숨겨놓은 또 다른 목적인 것이다. '나무에 박는 나사가 변하는 것을 후일 알게 되면 깜짝 놀랄 것이다.
후후후!'난 만적을 보며 흐뭇하게 웃었다.서경유수관.대령 후는 차분히 자리를 잡고 앉아 있었고 그 옆에 송나라 복장을 한 중년의 남자가 차분히 앉아 있었다.
“그대가 여기까지 무슨 일인가?”
“서경이 워낙 누추한 곳이라 제가 살필 것이 있나 해서 왔나이다.”
“누추하기는 하지. 그래도 고려삼경 중 하나인데 누추하기는 하네.”
“그렇사옵니다. 대령후!”
“그래. 벽란도의 일은 잘되고 있나?”
지금 대령후의 앞에 있는 자는 회생의 앞을 막고 있는 조필 지였다. 이것은 다시 말해 대령후의 세력이 벽란도를 장악하고 있다는 거였다.
“예. 걱정 하지 않으셔도 되옵니다.”
“앞으로 재물이 많이 들어갈 것이다. 그러니 마름이 없어야 할 것이야!”
“예. 제가 송에서 물품을 장악하고 있는 한 걱정하지 않으셔도 되옵니다.”
“그럼 다행이고.”
“단지 요 근래 정신 나간 것들이 하나 있어 처리를 하고 오는 길이옵니다.”
“정신 나간 것?”
“그렇사옵니다. 벽란도를 장악할 목적으로 시전을 사 모으는 것들을 혼을 내주고 왔습니다.”
“벽란도 그냥 허름한 포구도 아니고 차지한다고 차지할 수 있는 곳인가?”
“아니지요. 저희 산둥상단도 20년이 걸려 이룬 것입니다. 그리고 여전히 신라방의 견제를 받고 있는데 뜬금없이 나타난 것들이라 당황하기는 했사옵니다.”
“이제 겨우 명맥만 유지하는 신라방을 아직도 정리하지 못했나?”
대령후는 바로 인상을 찌푸렸다.
“송구하옵니다. 워낙 잡초 같은 것들이라,,,,,,.”
신라방!신라방은 대표적인 곳으로서 산동(山東)반도, 강회(江淮)지방, 항주만(杭州灣) 등이 꼽힌다. 신라방이 형성될 수 있었던 원인으로는 당나라의 개방적인 이민족 정책, 신라와 당나라의 지속적인 교류와 우호적 관계, 두 나라 사이의 지리적 접근성 등을 들 수 있었다. 하지만 그것은 신라가 역사 속에서 존재할 때의 일이었다.
지금은 그저 송나라 상단에 밀려 겨우 명맥만 유지하고 있는 상태였다.사실 당나라 때 다양한 신라 사람들이 중국대륙으로 건너가 살았다.
주로 교역하던 상인들이 많았으나, 견당사라고 불리는 사신단, 학문을 익히러 간 유학생, 불법을 배우러 간 구법승, 그리고 경제적 난민과 정치적 망명객도 상당수 머물렀던 것으로 곳이 바로 신라방이다.본래 중국에서 방(坊)이란 성(城) 안에 구획된 거주 지역을 일컫는 용어이다.
중국의 성은 여러 방(坊)으로 구성되어 있었으며, 각 방에는 방정(坊正)이라는 책임자가 있었다. 그러므로 신라방이란 신라인이 집단으로 거주하는 방을 가리킨다. 신라 때만 해도 신라방의 방정은 신라인이 맡았다. 하지만 신라가 사라졌고 신라의 지원을 받던 신라방도 힘을 일어갔고 이제는 명맥만 유지하고 있는 거였다. 그리고 그들이 중원 송나라에서 살아남기 위해 시작한 것이 바로 고려와 왜 그리고 금과의 삼각 무역이었다. 하지만 예전 대단한 위세는 사라진지 오래였다.
신라방은 주로 바다 근처 도시에 설치되었기 때문에 그곳에 거주하는 신라인들은 주로 상업과 해운업을 생업으로 삼았다. 신라인의 해상활동이 활발해지면서 조선업과 선박수리업 등이 발달했으며, 당나라에 왕래하는 외국인을 대상으로 교통 편의를 제공하고 현지 사정을 알려주는 역어와 통사가 있었다.
“그대가 말한 것처럼 잡초 같은 것들이다. 비록 같은 핏줄이기는 하나 내게는 이롭지 않은 것들이니 뿌리를 뽑아야 할 것이다.”
“예. 대령후.”
“그럼 신라방이 벽란도에 터를 잡으려는 것인가?”
대령 후는 그렇게 말하고 인상을 찡그렸다.
“그렇지는 않사옵니다. 신라방 소속 상단의 미미한 여력으로는 벽란도에 터를 잡기 부족하옵니다.”
“그럼 신라방도 아니라면 그대에게 반기를 들고 벽란도를 차지하려는 놈들이 누구지?”
“왕준명이라는 자이온데 그자가 머리는 아닌 듯 합니다. 대령후!”
“왕준명? 처음 듣는 이름이군.”
“그렇습니다. 저희 상단의 정보와 저희와 거래를 하고 있는 개성 송상들의 이야기로는 고려조정의 관리라고 하옵니다.”
“고려황실?”
대령 후는 인상을 찡그렸다.
“그렇사옵니다. 대령후!”
“설마 고려황실이 벽란도에 세력을 심는다는 건가?”
회생이 세력을 키우기 위해 벽란도 상권을 장악하려는 것이 다른 방향으로 이렇게 풀리고 있었다.물론 고려 조정도 벽란도를 통해 상당한 재물을 얻고 있었다. 하지만 그 벽란도를 차지할 생각을 지금까지는 하지 않고 있었다.
그저 그곳에서 나오는 세금만으로도 만족을 하고 있는 거였다. 그런데 왕준명이라는 고려 조정의 관리의 이름이 거론이 되지 대령 후는 억측을 시작한 거였다.
“그건 아직 모르겠사옵니다.”
“모르는 일이기는 하지만 아예 있을 수 없는 일도 아니지.”
“그렇기는 하옵니다. 왕준명이 비록 조정의 관리라고는 하나 미미한 한직이옵니다. 그러니 그렇게 단정할 수는 없사옵니다.”
“그렇기도 하겠지. 하지만 틈을 보여서는 안 된다. 먹을 것이 있다면 자꾸 파리가 꼬이는 법이다. 잡아 죽이지 않으면 더 모이는 법이다.”
“예. 명심하겠습니다.”
“단단히 하여야 할 것이다.”
“예. 대령후!”
그 순간 대령후가 차갑게 조 필지를 봤다.
“내가 은밀하게 준비를 하라고 한 일은 잘되고 있나?”
“예. 준비를 하고는 있사오나 하지만 쉽지는 않사옵니다.”
“그게 있어야 해. 병력의 수가 작으니 그게 있어서 꼭 한단 말이다.”
“개인 상단으로 구하기 참으로 어렵사옵니다.”
“그럼 송 조정에 압력을 넣어주면 되는 것이냐?”
“그렇게만 해 주시오면 일이 참으로 쉬울 것이옵니다.”
조필지의 입가에 웃음이 머금어졌다.
“나 없이는 아무 일도 안 되는군.”
“송구하옵니다. 그리고 이번에 송 황실에서 상당량의 인삼을 구하라는 통보가 왔사옵니다.”
조필지의 말에 대령후의 눈동자가 커졌다.
“고려인삼?”
“그러하옵니다. 대령후!”
“그것은 다시 말해서,,,,,,,.”
“그렇사옵니다. 송 황실에 변화가 생기고 있는 것이옵니다.”
“골골한 황제겠지?”
조 필지는 말을 아꼈지만 대령 후는 말을 아끼지 않았다. 그만큼 그는 자신감에 차 있었다.
“그럴 확률이 높습니다.”
“지금의 황제가 졸하면 누가 황제가 되지?”
“조연 마마의 아우님이신 돈 마마이옵니다.”
조필지의 말에 대령 후는 사악하게 웃었다.
“그 역시 골골하지.”
“그렇사옵니다.”
“그래. 우선은 충성을 다하는 모습을 보여줘야겠지. 개경 송상들에게 인삼을 구해 송 조정에 올려라.”
“예. 대령후!”
“돈이 황제가 되고 나면 후일 그 자리를 내가 양위를 받으면 되는 것이다. 그 전에 내가 이 고려의 황제가 되어야 하지만 말이다.”
대령 후는 엄청난 야망을 바로 들어냈다. 이것을 통해 또 한 번 회생과 대령후의 이익이 상충되는 시점이었다.
“예. 대령 후!”
대령후는 이렇게 자신의 야망을 위해 달리고 있었다. 또한 회생 역시 자신의 세력을 만들기 위해 달렸고 그렇게 두 걸출한 간웅들은 자신을 위한 하루를 썼고 또 하루가 지났다.2. 연기는 피웠지만,,,,,,.문무백관들이 모여 있는 편전.내 계략이 드디어 시작이 되었다. 그리고 그 시작이 되는 곳은 명종황제가 주체를 하는 편전회의였다.
오늘 이곳에서 위위경 이의방은 폭탄선언을 할 것이다. 그리고 명종황제와 척을 지는 것처럼 보이기 위해 노력을 할 것이고 그 틈을 채원이 이용할 수 있게 일을 꾸밀 것이다. 이렇게 해야 명종황제가 채원을 은밀히 불러도 의심이 없게 되는 일이었다.
지금 이 순간 명종황제는 옥좌에 근엄하게 앉아 있었고 우측에는 무신들이 좌측에는 문신들이 부복을 하고 있었다.나는 무신으로 오른쪽 말석에 서 머리를 조아리고 있었다.
‘내가 나서지 않아도 알아서 잘 분란을 만들겠지.’난 힐끗 위위경을 봤다. 그리고 그의 옆에 있는 문극겸을 봤다. 그리고 나도 모르게 인상을 찡그렸다.지금 이 순간 참지정사 강일천이 한 말이 떠오른 거였다.
‘나중에 확인을 해 본다. 만약 나를 속인 것이라면 가만히 두지 않을 것이다.
’난 어금니를 깨물었다.아직 편전회의가 시작되지 않아서 폭풍전야 같은 분위기가 흘렀다.
‘우선 태자비 간택부터 시작을 하겠지.’난 그런 생각이 들었다.
“황제폐하!”
문극겸이 명종황제를 부르며 조용히 앞으로 나섰다.
“왜 그러는가?”
“소신이 황실의 근본을 바로 새우기 위해 황제폐하께 주청을 드릴 것이 있사옵니다.”
“황실의 근본을 새운다고? 무엇을 해야 근본을 새운다는 건가?”
“아직 태자마마께서 성혼을 하지 않으셨사옵니다. 제국의 국본이 비를 맞이하지 못하였다는 것은 제국의 근본이 흔들리는 일이옵니다.”
문극겸의 말에 명종황제도 고개를 끄덕였다.
“경황이 없어 그것을 하지 못했구려.”
“그렇사옵니다. 태자비 간택을 서둘러서 진행을 해야 하는 일이옵니다.”
“그렇지. 그래 그 일은 처리가 되어야 하는 일이네. 내 어마마마와 상의를 해서 정하도록하지.”
“황공하나이다. 황제폐하!”
“그나저나 참한 규수가 있는가?”
명종황제는 자신의 아들의 성혼문제 때문인지 아니면 짜고 치는 일이라 더욱 관심을 보이는 것 같았다.
“덕망이 있는 문하시중 조영인 공의 따님이 자색을 겸비하고 학문까지 어느 정도 이루었다고 하옵니다.”
문극겸은 사전에 문신들과 상의를 한 것처럼 조영인의 딸을 편전회의에 거론을 했다. 이 순간 문극겸의 말에 이의방이 인상을 찡그렸다.‘저게 연극이면 대단한 거지.’난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그런가? 문하시중 조영인 공의 영애라면 태자비로 손색이 없지.”
그때 여러모로 쓰임이 있는 이 광정이 위위경 이의방의 눈치를 보며 앞으로 나섰다.
“황제폐하! 신 대장군 이 광정 한마디 아뢰옵니다.”
“말해 보시게.”
명종 황제는 앞으로 나선 이 광정을 봤다. 분명 여기까지 본다면 이것은 위위경의 머리에서 나왔다고 봐야 할 것이다.바람잡이 이 광정이 나서는 일이니 말이다.
“위위경의 영애도 자색이 떨어지지 않고 또한 덕을 쌓고 있는 것으로 아옵니다.”
“위위경의 영애도? 하하하! 그런가?”
“그렇사옵니다.”
그 순간 이의방은 누구도 모르게 살짝 웃었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채원은 인상을 찡그렸다. 정말 채원에게는 배가 아프다 못해 뒤틀리는 일이 분명할 것이다.
“채원 대장군의 자녀도 그런 면에서는 밀리지 않는다고 보옵니다.”
“밀리지 않는다?”
“그러하옵니다. 비록 아녀자의 몸이라 국자감에 입학을 하지 못하였으나 그 재능이 남다르다고 하옵니다.”
꼴뚜기가 뛰니 망둥이도 뛴다는 격으로 장군인 조원정이 나섰다. 그제야 채원은 씩 입가에 미소를 머금었다.
‘뭐지? 저것은?’난 왜 이 자리에 조원정이 나서나 하는 생각을 했다. 환관들의 인물보고에 의하면 조원정과 채원은 왕래가 없는 것으로 되어 있었다.
그런데 태자비를 간택하려는 자리에 조원정이 뜬금없이 나선 것이 난 마음에 걸렸다.
“그렇사옵니다. 채원 대장군의 딸도 황실에서 깊이 생각해 보실 필요가 있사옵니다.”
이번에는 이 소응이 채원의 딸을 천거했다. 점점 일이 재미있게 돌아가는 순간이었다.‘오! 이 소응까지? 저들이 연합을 한 건가?’난 힐끗 이 소응을 봤다. 그리고 한 번쯤은 살펴봐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이유 없는 행동은 없는 것이지.’
“그런 것인가? 채원 대장군!”
명종 황제는 채원을 보며 물었다.
“그리 재주가 높지 않사옵니다. 하오나 재주가 떨어진다고 할 수는 없사옵니다.”
채원은 당당히 말했다.하지만 채원의 말을 듣고 나머지 문신들은 인상을 찡그리며 괜히 채원의 딸을 무시하는 눈빛을 보였다.사실 무신들이 지금 득세를 하고는 있으나 겨우 산원이었던 자의 딸이 학문이 높으면 얼마나 높고 덕이 있으면 또 얼마나 있을까 하는 생각을 하고 있는 거였다.
“그러신가? 이거 태자가 복이 많군. 이렇게 다들 귀한 딸들을 주겠다고 나서니 말이야!”
명종황제는 기분이 좋다는 듯 농담을 했다. 이것은 보여주기 위한 행동이 분명했다.
사실 고려황실은 근천 혼을 많이 하기로 유명했다.그리고 근친혼을 하는 이유는 그 자체만으로 자신들 그러니까 왕 씨가 다른 성씨들에 비해 뛰어나다는 기본 생각에서 나오는 거였다. 그리고 끈끈한 결속력을 보이기 위해 이루어지는 거였다.
참고로 고려 황실은 상당한 근친혼을 하고 있는 왕조였다. 뭐 물론 대부분의 고대나 중기 왕조들이 근친혼을 버리지 못하고 있기는 했다.
기록에 의하면 신라시대로부터 고려시대에 이르기까지 왕실이나 귀족계층에서는 동성이나 이성을 불문하고 근친혼이 이루어졌다. 신라시대에는 왕실에서의 동성 삼촌 내지 육촌간의 동성근친혼은 물론, 일반에서도 내·외·이종사촌자매간에 혼인이 행하여졌다.
특히, 신라시대 전체를 통하여 왕실에서는 이성간보다는 동성 간의 혼인사례가 더 많았다. 그것은 진골이라는 계급 성분을 유지하기 위함이었고 그렇기에 성골이라고 할 수 있는 선덕여왕이 여자의 몸으로 왕이 될 수 있는 바탕을 만들어준 것이다.
그리고 고려시대에도 왕실·귀족들은 사촌간의 혼인을 금기하지 않았을 뿐 아니라, 심지어 동부이모형제자매간에도 혼인하였다.지금의 기준으로 본다면 참으로 놀라운 일이지만 그 시대에는 그것이 문제가 될 것이 없는 일이었다.
고려 왕실은 사촌간의 결혼에 아무런 죄의식을 느끼지 않았고 오히려 왕실의 적통을 보존하기위해 근친 간에 결혼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