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간웅-182화 (182/620)

< -- 간웅 9권 -- >순간 나는 나도 모르게 인상을 찡그렸다.‘문, 문극겸이 원하는 것은,,,,,,.’난 입술을 지그시 깨물었다.

“문극겸이 위위경의 명을 받고 문신들을 속이는 것인가? 아니면 황제폐하가 문극겸을 속이는 것인가? 황제폐하의 밀명을 받은 문극겸이 위위경을 속이는 것인가? 그것도 아니면 그들이 모두 다 속이고 있다고 생각을 하는 것인가?”

난 지금 어떻게 대답을 해야 할지 답이 서지 않았다. 하지만 확실한 것은 이의방이 꾸미고 있는 일에 내가 조금씩 배제되고 있다는 거였다. ‘내가 모르는 일이 일어나고 있다.’난 그런 생각이 들었다.

“모르겠습니다.”

“누군가가 누군가를 속이는 일이라면 조정에서는 다시 한 번 피바람이 불 것이네.”

“그렇겠지요.”

“그 속임의 목표가 황제폐하의 준비인가? 아니면 위위경의 행보 다지기인지 자네는 알아야 할 것이네. 내가 봐서는,,,,,,,.”

“제가 배제되고 있습니다.”

“옳은 말이네. 자네는 공식적으로 위위경의 사람이네. 그런데 이번 일을 모르고 있어. 그것은 위위경이 자네를 경계한다는 말이네.”

난 이 순간 참으로 참지정사 강일천을 잘 찾아 왔다는 생각이 들었다.‘그럼 내게 딸을 주겠다는 것도 나를 속이는 허수인가?’난 문뜩 그런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속단하기도 이른 일이었다. 또한 이 순간마저도 강일천을 완벽하게 믿고 갈 수도 없는 노릇이기도 했다.

‘적을 속이기 위해서는 아군부터 속여야 한다. 그것이 내 전략의 핵심이다.

나를 통해 위위경이 배운 걸 수도 잇다.’머리가 복잡해졌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내가 모르는 상태에서 일이 진행되고 있다는 거였다.

‘문극겸이 나까지 속인단 말인가? 내 스승이 되어 내 절을 받은 자가 나를 속인 것인가?’이것은 참으로 좋지 않는 일이다. 그리고 내가 사람을 너무 쉽게 믿었다는 생각도 했다. 만약 문극겸이 나를 속인 것이라면 내가 준비하는 모든 것들이 위위경의 귀에 들어갔을 수도 있는 일이었다.

난 그런 생각을 하며 참지정사 강일천을 힐끗 봤다.‘이간지계인가?’정말 머리가 복잡해지는 순간이었다.

“찬찬히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지금 내가 답할 수 있는 말은 이것이 전부였다.

“그러시게.”

“예. 참지정사 어른!”

“그리고 이제 자네도 자네 나름 준비를 해야 할 것이네.”

“제 나름대로 준비라고요?”

“그렇지 않겠나? 아니 하고 있지 않나?”

이것은 내가 세력을 모으고 있냐고 묻는 거였다. 아니 이미 세력을 모으고 있다는 것을 구체적으로는 몰라도 짐작하고 있는 눈빛이었다.

“그렇사옵니다.”

“가병을 모으게.”

“예. 그러고 있습니다.”

“그러면 재물이 많이 들어갈 것이네.”

“예. 그렇지요. 상당한 재물이 들어갈 것 같사옵니다.”

“김돈중의 창고가 화수분도 아니니 마냥 나올 재물은 없을 것이니 이것을 받으시게.”

강일천은 내 앞에 묵직한 문서 꾸러미를 내밀었다.

“무엇이옵니까?”

“멀지 않은 남변에 꽤 기름진 땅이라네.”

난 살짝 인상을 찡그렸다.

“이것을 주시는 이유가 무엇이옵니까?”

“공적으로 묻는 것인가? 사적으로 묻는 것인가?”

“둘 다 이옵니다.”

“그럼 우선 사적으로는 백화의 것이 될 것이니 미리 주는 것이네.”

난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공적으로는 무엇이옵니까?”

“문신들에게 더는 기대할 것이 없어 자네에게 기대를 하는 것이지.”

“제가 위위경과 척을 질 거라고 생각을 하십니까?”

“그야 모르는 일이지. 하지만 자네는 혹시 몰라 준비를 할 것이 아닌가?”

참지정사 강일천이 나를 야릇하게 봤다. 이 눈빛은 언젠가는 나와 위위경이 척을 지게 될 거라는 확신에 차 있는 눈빛이었다.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기는 일이 될 수도 있습니다.”

“지금은 누구에게 맡겨도 지키기 어렵지.”

“알겠사옵니다. 잘 쓰겠습니다.”

주는 것을 마다하면 병신이다. 그것이 쥐약이라고 해도 나는 이 순간 재력이 딸려 거부할 수 가 없었다. ‘만적이 벽란을 장악하기 전까지는 많은 시간이 걸린다.’난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생각을 하며 땅문서를 품에 넣었다.

“그리고 잘 생각을 하시게. 이번 태자비 간택에서 왜 배제가 되었는지 잘 따지셔야 할 것이네.”

“예. 알겠습니다.”

참지정사가 말을 하지 않아도 분명이 알아둬야 할 일이었다.‘나를 속인 것이 이의방인가? 문극겸인가? 그게 아니면 황제인가? 내 앞에 있는 참지정사인가? 지금 이 순간 누구인가가 가장 중요한 일이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마지막 순간 믿을 것은 나뿐이라는 생각이 들었다.‘그래. 스스로 세력이 없으면 토사구팽을 당한다.

’난 모처럼 어금니를 꽉 깨물었다. 그리고 또한 중요한 것은 채원을 최대한 빠르게 정리를 하고 이의방의 숨은 의도를 알아야 한다는 거다.'이 개경에 오래 있을 것이 아니야.'난 다시 한 번 이제는 이 개경에서 멀어져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돌아오는 길에 참지정사 강일천을 만난 것은 내게 득일까? 실일까? 고민이 되었다.

내가 모르는 정보를 얻은 것은 분명 득일 것이다. 하지만 고민과 걱정이 생긴 것은 득보다는 실이 많을 것이다.또한 위위경 이의방과 문극겸에게 약간의 의문이 생긴 것도 득보다는 실이 많을 것이다.

나는 이제 내 일을 추진할 때 위위경과 문극겸을 생각해서 포함시켜야 한다. 이것은 후일 만일을 대비하는 일에는 무척이나 도움이 되겠지만 당장 일을 추진하는 일에는 실이 될 것이 분명했다.

‘내일이 오고 또 며칠이 지나면 내 계획대로 채원이 정리가 된다. 그렇다면 이의방에게 그 다음은 누굴까?’난 문뜩 이런 생각을 해 본다.만약 이의방이 또 다른 누군가를 재물로 원한다면 나는 그의 도구로 전락하게 될 것이다.

‘기로다. 선택의 순간인 거다.’나는 이제 선택을 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의방과의 관계적 선택이 필요하다.’난 그런 생각을 하며 입술이 지그시 깨물었다.

‘내일을 기다려 보자.’난 그렇게 생각을 하며 내 사택으로 돌아왔다. 하지만 내가 가졌던 의문들을 쉽게 놓을 수는 없었다.내가 사택으로 돌아오자 내 가신들 중 만적이 내게 조심히 다가왔다.

“왜 그러느냐?”

“보고를 드릴 것이 있습니다.”

“보고?”

난 빤히 만적을 봤다. 내 눈에 비친 만적은 조금은 답답한 눈빛이었다. 그에게 왕준명이나 아비인 꺽쇠를 붙여 주기는 했지만 어린 만적이 해결할 수 있는 이상의 문제가 닥친 것 같았다.

“그렇사옵니다.”

“무엇이냐? 아니다. 들어가서 이야기를 하자.”

“예. 주군!”

그렇게 나와 만적은 내 방으로 들어가 앉았다.

“그래. 내게 보고할 것이 무엇이냐?”

내 물음에 만적은 나를 빤히 봤다.

“벽란도 시전을 장악하는데 문제가 많은 것 같습니다. 저의 능력 밖의 일들이 너무 많습니다.”

“쉬운 일은 아니지. 그래 무슨 문제가 있는 것이냐?”

“우선은 텃세가 너무나 강합니다.”

어디를 가나 텃세라는 것이 있다. 그것은 기득권이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그것을 깨고 부수지 않으면 내가 벽란도를 장악하는 것은 쉽지 않다는 것을 나 역시 알았다. 그래서 나는 만적에게 고리대업을 해서 벽란도 시전을 사 모르라고 한 거였다. 그것이 이런 부작용을 만들 줄 생각도 못했다.

“그렇지. 텃세는 어디라도 있다.”

“예. 주군께서 말씀하신 것처럼 시전은 사 모으고 있사옵니다.”

“얼마나 되느냐?”

“총 12개의 시전을 확보했사옵니다.”

“12개?”

“그러하옵니다.”

적은 수는 아니다. 꽤 짧은 시간에 상당한 성과를 만들어낸 만적인 것이다. ‘제법이군! 그 정도면 성공인데,,,,,,.’난 만적인 짧은 시간에 꽤나 많은 시전을 확보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무슨 문제가 있다는 거지. 시작치고는 괜찮은 것 같은데?”

“시전이 텅텅 비었습니다.”

“뭐라?”

난 순간 이해가 되지 않았다. 시전이 텅텅 빌 이유가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시전이 비다니?”

“손님도 없고 팔 물품도 없사옵니다.”

“그건 무슨 말이냐?”

“벽란도에 외국 물건을 데 주는 상단은 송나라의 조필지라는 거상입니다. 그가 벽란도에 들어오는 송나라 물건들을 거의 다 장악을 하고 있는데 유독 주군께서 가지신 시전에만 물품을 주는 것을 거부하고 있습니다. 오늘 다시 왕 공이 갔지만 허탕을 취고 돌아왔습니다.”

“송나라가 벽란도를 장악했다는 것이냐?”

이것은 난처한 일이었다.

“그런 것 같습니다.”

“윗돈을 준다고 해도 물건을 주는 것을 거부했사옵니다.”

“윗돈까지 준다고 해도?”

이것은 내게 이해가 되지 않는 거였다.상인은 이문을 남기는 자들이다. 그런데 웃돈을 준다고 해도 거부한다는 것은 이해가 되지 않았다.

“그렇사옵니다. 저희를 벽란도에서 찍어낼 생각인 것 같습니다.”

“위기감을 느끼는 건가?”

“그럴 수도 있는 같습니다.”

만적이 난처한 표정을 지었고 그때 왕준명이 들어섰다.

“어서 오게.”

난 왕준명을 봤다. 요즘 내 가신들 중에 가장 바쁜 자가 바로 왕준명일 것이다. 만적을 보조해야 하고 또 내 지시를 받아 여기저기 움직여야 하니 말이다.

“예. 주군!”

왕준명은 조심히 자리에 앉았다.

“가신 일은 어떻게 되셨습니까?”

만적이 왕준명을 보며 물었다.

“일이 또 틀어졌네. 송상들에게 주는 물건 값에 3배를 내라는군.”

“그러면 장사 자체를 못하는 것 아니옵니까?”

만적은 인상을 찡그렸다. 이것으로 벽란도에서 거래 할 수 있는 것은 오직 노예 거래뿐이 되는 거였다.

“그렇게 되는 거지. 난관이네. 지금까지 들어간 재물도 만만치 않는데,,,,,,.”

왕준명도 난처한 표정을 지었다.

“이런 실정이옵니다. 주군!”

만적이 나를 보며 말했다.

“그렇습니다. 표면적으로는 벽란도는 고려 상단의 것이나 실질적으로 득을 얻어가는 것은 송나라의 조필지 상단입니다.”

일목정현하게 보고를 하는 것이 만적의 상인적 재능이 돋보이는 순간이었다. 하지만 이익을 내지 못하고 있는 것은 무척이나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었다.

“꼭 송나라의 물품을 받아 장사를 할 필요는 없지 않나? 벽란도에서 거래되는 물품이 송나라에서 들어온 것만은 아니지 않나? 안남국의 물품도 있고 사라센의 것도 있으니 말이네.”

“그렇기는 합니다. 하지만 송상들 역시 저희에게 물품을 주는 것을 거부하고 있습니다. 그것 때문인지 안남국 상단도 사라센 상단도 눈치를 보고 있습니다.”

난 만적의 말에 인상을 찡그렸다.‘상단들이 담합을 하고 있군. 벽란도에서 우리를 찍어내겠다는 거지.’난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이런 결과를 초래한 것은 내 공격적인 행동 때문일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어쩌면 저들의 담합은 당연할 것일 수도 있었다.‘너무 공격적으로 움직인 것인가?’난 인상을 찡그려야 했다.

분명 이것은 내 실수일 것이다. 그들은 내 확장에 위기감을 느낀 것이 분명했다. 그리고 극단적인 조치를 한 것일 거다. 그리고 이 순간 난 항상 의욕적으로 움직인다고 모든 일이 해결되는 것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텅텅 비었다는 거군.”

“그렇사옵니다. 팔고 싶어도 팔 물건이 없습니다. 시전에 문만 열고 있을 뿐 거래를 할 수도 할 것도 없습니다.”

난 만적의 말에 인상을 찡그렸다.

“누가 주도를 하고 있는 것이냐?”

“송나라의 조필지 상단과 송상들입니다.”

“망할 것들.”

난 화가 치밀었다. 내가 아무리 공격적으로 벽란도에 세력을 만들려고 했다고 해도 이렇게까지 압박을 하는 것은 문제가 있는 일이다.

물론 그들은 위협을 느끼고 스스로 대항을 해 오는 거였다.하지만 이것은 분명 텃세다.

정말 어디를 가나 텃세를 부리는 것들은 있는 것이다.그리고 어떻게든 그들을 꺾지 않으면 내가 벽란도를 장악하는 일은 요원해지는 것이다.

벽란도를 장악하지 못하면 재물을 얻는 것은 어려워진다. 그것은 다시 말해 내가 세력을 확장하는데 문제가 생긴다는 거였다.

“그렇사옵니다. 정말 망할 것들이옵니다.”

“내 알았다. 우선 방법을 찾아보자.”

“예. 주군!”

만적은 짧게 대답을 했다. 물론 이것을 해결할 방법은 이 고려의 대부분의 물류유통을 담당하고 있는 송상들의 기반을 붕괴시키는 거였다. 하지만 그것은 절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렇다고 해서 나 스스로 새로운 물류유통을 위한 만드는 것도 어려운 일이다.

한마디로 돈이 많이 드는 일인 것이다. 또한 송나라의 상단이라고 하는 조필지의 상단과 어떻게든 거래를 트지 않는다면 외국에서 들어오는 물품들을 얻지 못하게 된다. 그렇다면 벽란도를 차지해서 재물을 모으는 일은 요원하게 되는 것이다.‘내가 너무 쉽게 생각을 했다.

’이것이 첫 번째 내 실패인 것이다. 하지만 실패는 있어도 좌절은 있을 수 없는 법이다.‘우선 기를 꺾어놔야겠다.

털어 먼지가 나지 않는 것들은 없지.’난 어금니를 꽉 깨물었다.그리고 난 바로 다음 감찰 어사대들이 움직일 곳이 벽란도로 결정했다.

‘탈탈 털어서 기반 자체를 붕괴시켜 버린다. 그러면 내 품에 송상들이 들어올 수밖에 없다.’아마 우리나라에서 최초로 권력이 상단의 비리를 표적수사 하는 첫 사례가 될 것 같았다.

‘힘을 누르는 것은 한계가 있는데,,, 나도 나만의 물품을 만들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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