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간웅-178화 (178/620)

< -- 간웅 9권 -- >

“무부?”

“그러하옵니다. 간악한 채원을 더는 두고 볼 수 없기에 황상폐하를 찾았나이다.”

내 말에 명종황제도 고개를 끄떡였다.

“무부 채원을 도모할 방법이 있는가?”

“황제폐하와 황실만 본다면 바로 도모를 할 수 있으나 저의 입장에서는 위위경의 입장도 생각해야 하기에 조금 사전 준비가 있어야 할 것 같사옵니다.”

“그럼 위위경도 허락을 한 거군.”

황제로써 이것은 무척이나 자존심이 상하는 말일 것이다. 하지만 명종황제는 자존심보다는 실리를 찾으려는 듯 했다.

“그러하옵니다.”

“그래. 그럼 짐이 어떻게 해아 하는 것인가?”

“우서는 위위경과 척을 지셔야 할 것 같사옵니다.”

“위위경과 척을 진다.”

“그렇습니다. 지금 채원은 기세만 등등하지 주변에 세력이 없고 고립무원이 된 상태입니다. 그러니 황상폐하께서 조금만 보듬어 주신다면 황상폐하를 따르게 될 것입니다.”

“처 죽여도 시원하지 않을 것을 보듬어라. 하하하! 소리장도의 계를 말하는구나.”

“그러하옵니다.”

“저번에도 말을 했듯 그것은 짐도 알겠다. 그런데 어떻게 척을 지면 되겠느냐?”

“위위경이 내일 독단적으로 황제폐하께 상소를 올릴 것입니다.”

내 말에 명종 황제는 인상을 찡그렸다.

“상소? 어떤 상소이냐?”

“문신의 것을 빼앗아 무신에게 주는 것이옵니다.”

난 명종이 정확하게 이해를 하지 못하도록 두루뭉술하게 말했다. 어떤 면에서 이것은 충분히 불충한 일이었고 명종도 불편한 심기를 그대로 들어냈다.

“으음,,,,,,.”

“송구하옵니다. 벽에도 귀가 있기에,,,,,,.”

“알았다. 그럼 짐은 내일 듣도록 하지. 하지만 짐이 짐작을 하건데 아전인수로 무신들에게 이익을 주는 것이라면 문신들의 반발이 상당할 것이다.”

“그러하옵니다. 허나 위위경이 권세를 유지하여야 하옵니다.”

이것은 서로 암묵적으로 동의를 한 사항이었다.

“그렇기는 하다.”

“예. 황제폐하! 황제폐하의 총신들이 힘을 키울 때까지 위위경은 이 황실을 보위하는 든든한 방패막이 되어야 할 거옵니다.”

“총신이라,,, 짐에게 총신이 있었는가?”

명종황제는 나를 째려보며 말했다.

“그것은 황제폐하께서 만드셔야 하지 않겠사옵니까?”

그 순간 명종황제가 나를 뚫어지게 봤다.

“그대는 어떤가? 나만의 총신이 될 수 있겠는가?”

이것은 나를 두고 자신의 모후인 공예태후와 대립하고자 하는 황제의 마음을 그대로 드러내는 거였다.

“소신은 당연히 황제폐하의 신하이옵니다.”

“그렇지. 그리고 또 어머니의 신하이기도 하지.”

난 이 순간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라 망설였다.

“어마마마께서 영화를 그대에게 주려고 하는 것을 안다.”

명종황제는 그렇게 말을 하고 눈빛이 야릇하게 변했다.

“그렇사옵니까? 소신은 처음 듣는 말이옵니다.”

“그런가? 이 궁궐 안에 일은 다 알고 있을 것 같은 그대가 모르는 일도 있었군.”

“송구하옵니다.”

“하여튼 어마마마께서 영화를 그대에게 준다는 것을 짐은 알고 있다. 그런데 말이네.”

“예. 황제폐하!”

“이미 날개가 꺾인 형님폐하와 어마마마의 손을 잡는 것보다 짐의 손을 잡는 것이 더 이롭지 않겠는가?”

순간 나는 숨이 턱하고 막혔다.

“무, 무슨 말씀이시옵니까?”

“어마마마에게만 공주가 있는 것이 아니지.”

“예?”

난 지금 명종황제가 무슨 말을 하는 지 정확하게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것을 알아먹는다면 정말 촌수가 이상하게 꼬이는 경우가 생기게 되는 거였다.

“소신은 아둔하여 무슨 말씀을 하시는지 모르겠사옵니다.”

내가 모르쇠로 일관을 하자 명종황제가 뚫어지게 나를 봤다가 크게 웃었다.

“하하하! 자네가 모른다. 그럼 모르는 것을 깊이 생각을 해 봐라. 짐도 그대를 총신으로 두고 싶다.”

처음 나를 봤을 때 나를 믿지 않는다고 말한 명종황제다. 그런데 지금 나를 가장 가까운 곳에 두려했다.그것은 나를 완벽한 적으로 규정한 것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가장 완벽한 적는 자신의 눈앞에 둬라.’이것이 병법의 원칙이니 말이다.

“황공하옵니다. 소신은 황제페하의 신하이옵니다.”

“짐을 그대가 이용하기 위해서 신하인 척을 하는 것이 아니라 진정한 짐의 신하를 원하는 것이다.”

“소신은 진정한 신하이옵니다.”

“입에 침이나 바르고 거짓말을 해라. 하하하!”

순간순간 명종황제가 내가 생각하는 이상으로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의도적으로 내게 자신이 무척이나 대범하게 보이고 싶은 듯 했다.‘분위기가 바뀌었다.

문극겸과 어떤 이야기가 오고간 것이 분명하다.’난 문뜩 그런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여기서 이해가 되지 않는 부분이 있었다.

분명한 것은 명종황제는 문극겸을 곱지 않은 시선으로 보고 있었다. 그런데 지금 문극겸과 독대를 하고 있었고 그리고 그것이 이유인지는 모르나 지금 다른 사람처럼 행동을 하고 있었다.‘으음,,, 문극겸이 나를 속이고 있는 건가?’난 그런 생각이 계속 들었다. 그리고 내 생각이 현실이 된다면 분명한 것은 의종이 마지막으로 떠날 때 문극겸이 한 행동은 의도된 행동이라는 거다.

그런 생각을 하자 나는 소름이 돋아 온몸이 부르르 떨렸다. 이 세상 나만이 계략을 꾸미고 영악한 것은 분명 아닐 것이다.

식견이라는 것이 있고 지식이라는 것이 있으니 또한 조정에 출사를 해서 정치를 한 세월까지 포함한다면 그렇게 나를 속이지 못하라는 법도 없었다. 하지만 지금은 내 추측에 불과하다.‘한번 시험을 해 볼 필요는 있을 것이다.

’난 그런 생각을 하고 다시 명종황제를 봤다.

“송구하옵니다.”

“하여튼 알았다. 그대의 말 때문에 짐이 내일 편전회의가 무척이나 기대가 되는구나!”

“예. 황제폐하!”

난 다시 머리를 조아렸다. 이제 명종황제에게 약간 언질을 준 것이다. 이제 명종황제는 크게 진노를 하는 척을 하고 그 틈을 분명 채원이 파고들 것이다.뭐든 일을 도모할 때 충분한 준비가 이렇게 필요한 거였다.

“더 할 말이 있느냐?”

“태자마마의 혼례도감을 설치하였으면 하옵니다.”

내 말에 명종은 나를 보며 인상을 찡그렸다.

“그대가 이제 황실의 혼례까지 간섭을 하려는 것이냐?”

순간 난 인상을 찡그렸다. 어떻게 보면 이렇게도 보일 수 있는 문제였다.

“태자비께서는 존재하셔야 하고 또한 위위경을 완벽히 품에 안으셔야 하니 혼례도감은 설치되어야 할 것 같사옵니다.”

“결국 위위경을 내 외척으로 묶으려 하는구나!”

“그것이 최상이옵니다.”

“그래. 나도 너의 계략을 어마마마께 들었다.”

이미 모든 언질을 받은 상태라는 것을 나 역시 알고 있었다. 그런데 이 반응은 나빴다.

“그러하옵니다. 권세를 잃게 되면,,,,,,.”

“팽 시켜면 되는 것이지.”

“그렇사옵니다. 그리고 이번 혼례도감을 토해 채원을 이 조정에서 찍어낼 것이옵니다.”

난 강한 의지를 보이는 눈빛으로 명종을 봤다.

“그대의 계략은 근엄해야 할 태자비 간택도 그저 계략의 발판으로 쓰려하는구나.”

이것은 질책이었다.

“송구하옵니다.”

“아니다. 실리가 중요하지. 그 무도한 놈을 잡아 목을 벨 수 있다면 짐은 그것으로 충분하다.”

“황공하옵니다.”

“그리고 그대는 짐이 한 말을 깊게 생각해 보라.”

다시 한 번 명종은 자신의 의지를 내게 관철시키겠다는 눈빛으로 나를 뚫어지게 봤다.

“예. 황제폐하!”

내게 이렇게 관심을 보이고 나를 얻으려는 것은 나를 옆에 두고 싶다는 마음도 있겠지만 나는 경계하는 마음도 있다는 것을 나는 잘 알고 있었다.‘내가 공예태후에게 아뢴 계략을 내게도 적용될 수 있음이야!’뭐든 힘을 잃게 되면 신세가 처량해지는 거니 나라고 버려지지 않는다는 확신을 없는 거였다.

‘가장 많이 주려고 할 때 가장 위험하다.’난 문뜩 그런 생각이 들었다.

그때 조심히 문이 열리고 내 스승인 상선 최준이 들어섰다.

“상선 바빴나 보군. 그대가 이렇게 자리를 비우는 것이 참 오랜 만인 것 같다.”

“송구하옵니다. 폐하! 대전에 새로운 나인들이 들어왔기에 확인을 했나이다.”

상선 최준 스승님은 명종황제에게 짧게 말했다.

“그런가?”

“그러하옵니다. 황제폐하!”

상선 최준 스승은 그렇게 말하고 나를 힐끗 봤다. 그리고 우리 둘만 아는 눈빛으로 다 알아서 할 테니 너무 걱정하지 말라는 눈빛을 보냈다.

“황상폐하! 소신은 이제 물러가겠나이다.”

“그래. 그렇게 하라. 짐은 내일 편전회의가 무척이나 기다려진다.”

“예. 황제폐하! 기대하셔도 좋을 것이옵니다.”

난 그렇게 말하고 문극겸을 만나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조심히 머리를 조아리고 밖으로 나섰다.황제가 있는 대전 밖으로 나오며 나는 복도를 걸었다. 그리고 복도를 유심히 살폈다.

‘이 복도 문 뒤에 자객을 숨긴다면 충분히 채원을 도모할 수 있을 것이다.’난 그런 생각을 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아무리 우리가 다수의 인원으로 채원을 상대한다고는 해도 쉽지 않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환관 20여명과 나인 15명으로 과연 채원을 상대할 수 있을까?’난 문뜩 그런 생각이 들었다. 사실 산술적으로는 그리 어렵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그 산술적인 생각을 잘못해서 이의방을 도모하려고 했던 태자가 큰 낭패를 봤다는 것을 난 너무나 잘 알고 있었다.

‘검을 다룰 줄 안다고 해서 무인이 되는 것은 아니다. 채원은 지랄 같은 성격이지만 무장이고 무인이다.

’그의 대도는 태산처럼 무겁고 바람처럼 빠르다는 것을 알았다. 물론 맨손으로 이 대전에 들어서겠지만 무인에게 손에 잡히는 것이 무기라는 생각이 들었다.

‘좁은 것이 더 채원에게 유리할 수도 있다.’난 문뜩 그런 생각이 들었다.

그것은 방안에 쥐가 들어왔을 때와 마찬가지 일 것이다. 작은 방안에 쥐가 들어오면 바로 잡을 수 있을 것 같지만 공간이 좁기에 쥐가 무척이나 빠르게 보인다. 하지만 그 지가 넓은 공터에 나갔을 때는 빠르기는 똑같지만 느껴지는 것은 더 느리게 느껴지고 금방 잡을 수 있게 된다는 것을 나는 예전에 알고 있었다.

‘복도에서 도모를 하는 것이 제일 좋으나 이의방도 그 많은 환관의 공격에서 벗어났다. 그렇다면 그냥 맨 정신으로는 절대 되지 않는다.’난 그런 생각을 하고 인상을 찡그렸다.

“그렇다면,,,,,,.”

난 지그시 인상을 찡그렸다.

“살아남는 것이 곧 정의다!”

난 그렇게 조용히 중얼거렸다. 그리고 바로 태의원으로 발걸음을 옮겼다.태의원 태의의 방.영화공주 때문에 황제의 병을 살피는 태의는 교체되어 있었다.

“무슨 일이시오?”

지금의 태의는 예전의 태의와는 조금은 다른 눈빛으로 나를 봤다. 이것은 위위경 이의방의 위세가 대단하다는 것을 아는 걸 거다. 또한 세상이 바뀌었다는 것 역시 아는 눈빛인 거다.

“약을 좀 처방 받으려 왔소.”

내 말에 태의는 살짝 인상을 찡그렸다.

“어디가 불편하시오?”

내게 바로 거부를 하지 않고 내 눈치를 태의가 봤다.

“송구하옵니다. 황실규율에 어긋난다는 것을 알지만 급한 일이라 이렇게 무례를 범하고 있습니다.”

내게 반기를 들지 않는다면 나보다 나의가 많은 사람의 체면을 살려주는 정도의 아양은 베풀 수 있다는 생각을 했다. ‘뒤에 있는 어의들이 태의를 보고 있으니 체면 정도는 차리게 해 줘야겠지.’내가 태의에게 존대를 하며 말하는 것은 바로 뒤에 서서 나와 태의를 유심히 살피는 어의들 때문이었다.

“법도가 그러나 사람을 살리는 것이 우선이지요.”

“감사합니다.”

“어디가 불편하시오?”

“그게,,, 그게 부끄러워서.”

난 힐끗 유심히 나를 보고 있는 어의들을 살폈고 태의는 알겠다는 듯 고개를 돌려 어의들을 봤다.

“물러가 있으시게.”

“예. 태의 영감!”

그렇게 태의 방에서 어이들이 모두 나갔다.

“이제 아무도 없으니 말을 해 보십시오.”

태의가 조심히 내게 말했다.

“바로 마신 자리에서 효력은 나지 않으나 일각 정도가 지나면 몸이 마비되는 독이 필요합니다.”

순간 내 말에 태의는 놀라 커진 눈동자로 나를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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