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간웅 9권 -- >내 방에 내 가신들이 모였다. 보통 이렇게 큰 저택은 탁자를 놓고 입식으로 앉아 이야기를 하고 침대가 놓여 있는데 이상하게 이 방은 온돌의 형식을 뛰고 있어서 넓은 방이기는 하지만 오순도순 모여 있는 느낌도 들었다.
난 방안에 모여 있는 가신들을 봤다. 사실 가신이라고 해도 빈약하기 그지없었다.
겨우 12살의 만적과 여 무사 홍련과 이제 겨우 약관의 나이를 넘긴 왕준명의 가신의 전부였다.그에 반해 나를 돕고 있는 자들의 면모는 상상을 초월하고 있었다.
정말 나를 돕고 있는 자들을 내 가신으로 만들 수 있다면 나는 이 고려를 어쪄면 장악할지도 모른다.하지만 그것은 분명 불가능한 일이었다.
가신인지 스승인지 구분을 하지 않기로 한 문극겸과 문장필 두 어른!그들 중 문극겸은 내가 스스로 이의방에게 보냈기에 스승으로 정의 해야 할 것이다. 또한 문장필 공은 이미 감악산에 있는 비밀 훈련장에서 황궁으로 출퇴근(?)을 한다고 봐야 되기에 내가 그를 볼 수 있는 시간은 극히 드물었다.그리고 다음이 내가 생각해도 어마어마한 식견이 최준 스승님!불행한 개인사를 가지고 있는 우봉 가문에서 버려진 분이고 내 이름을 풀 열쇠를 쥐고 있는 분이도 했다.
그리고 황실의 최고 어른인 공예태후!그녀는 나와 공생의 관계이지만 어느 순간 적으로 변할 수 있는 관계이기도 했다. 나를 품에 넣고 자신의 사위로 낙점을 했지만 그것은 내 능력을 높게 사기 때문이었다.
만약 내가 그녀의 사위가 된다면 나는 철저하게 이용을 당할 것이 분명했다.그래서 또 거리를 둬야 하는 순간이었다. 그리고 새롭게 손을 잡은 명종황제는 정적이라고 할 수도 있는 존재였으니 내 힘이 되어준다고 말할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그리고 지금 내가 호가호위를 하는 이의방은 어떤 면에서 밟고 넘어가야 할 상황이 올지도 모르는 자이니 다른 세력권이라고 봐야 한다. 그리고 이고가 있다. ‘이고가 가장 위험한 인물일지도 몰라.
’난 이고를 떠올릴 때만다 애증이 교차했다. 그가 나를 보는 눈빛은 자애롭다. 하지만 그 자애로움에 살기가 담겨 있으니 항상 일정한 거리를 둬야 한는 것이다.
그리고 이제는 군부에서 힘을 잃고 있는 참지정사 강일천 대장군이 있다. 그리고 그를 떠올리 때 마다 자꾸 백화의 얼굴이 떠오른다.‘묘하게 눈매가 닮았단 말이야!’난 백화의 얼굴과 근엄한 강일천의 얼굴을 머릿속으로 교차시켜봤다. 그리고 보니 이 자리에는 백화가 없다.
그녀는 내 가신이 아니니 이 회의에 참석을 하지 않고 있는 걸 거다. ‘아마 나를 위해 음식을 만들고 있겠지.’요즘 백화는 내 사택에 돌아오면 내가 먹을 음식을 만드는 즐거움에 푹 빠져 있다.
저번에 만들어준 구절판을 맛나게 먹지 못해 아쉬운 듯 시간이 있으면 음식을 만드는 것에 열중했다.어쩌면 무인보다는 여염집 아낙이 더 잘 어울리는 백화일 것이다.
난 그런 생각을 하며 내 가신들을 다시 봤다.그런데 지금 왕준명이 뭔가 골똘하게 생각을 하고 있는 듯 했다.
‘막나가는 놈이지만 머리는 비상한 놈이다.’난 왕준명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궁금했다. 하지만 마음에 담고 있는 것을 꼭 입 밖으로 내는 자이니 내가 묻지 않아도 기회를 봐서 분명 말할 것이니 내가 먼저 물을 필요가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자꾸 먼저 물으면 급이 떨어지지.’난 그런 생각을 하며 우선 만적을 봤다.
“다 모였나?”
사실 다 모일 것도 없었다. 세 명의 가신!그들이 내게 전부이니 말이다.
“예. 주군!”
홍련이 짧게 대답을 했다. 그런데 지금 이 방에 부르지도 않은 박현준이 자리를 잡고 앉아 있었다.‘가신의 자리를 거부한 놈이 왜 왔지?’난 사실 박현준이 괘씸하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하지만 나를 보호하는 자이니 그런 내색을 하지는 않았다.
“박 낭장은 이곳에 왜 왔지?”
난 순간 이죽거림을 터트렸다.
“모시고자 왔습니다.”
난 박현중의 말에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그리고 빠르게 머리 회전을 했다. ‘이 반응은 강일천 대장군의 실각과 연관이 있다.
’따지고 보면 참지정사로 승차를 한 강일천 대장군은 승차가 아닌 실각이라고 봐야 할 것이다. 무신에게 문신의 직위를 내린다는 것은 실각 아닌 실각인 것이다.
물론 강일천 대장군은 처음에는 문신이었을 것이다. 그러니 자기 자리를 찾은 거라고 할 수도 있었다.
“모시고자 왔다?”
“그러하옵니다. 회생공!”
이 순간 박현준은 내게 극존칭을 사용했다. 마치 당장이라도 입에서 주군이라는 말이 튀어나올 것 같았다.
“그대의 뜻인가? 어르신의 뜻인가?”
난 그렇게 생각을 하며 강일천이 나를 한 번 보자고 했던 말이 떠올랐다.‘그러고 보니 시간이 없어서 못 갔군.’난 최대한 빠르게 강일천을 만나야 한다는 생각을 했다. 고려 제일의 명문가인 강감찬의 집안 대표를 홀대해서는 안 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것이 중요하십니까?”
이 말을 통해 지금 박 낭장이 자리에 앉아 있는 것은 강일천 대장군의 뜻이라는 것이 증명되었다.
“당연히 중요하지. 타인에 의해서 움직이는 자는 그 타인의 명에 따라 내 턱밑에 비수를 보일 수도 있지 않나?”
“그런 일은 없습니다. 저도 무사! 그리고 무장! 무장으로써 부끄러운 일은 하지 않을 것이옵니다.”
박현준의 말투에 비장함이 서려 있었다.
“좋다. 그럼 내가 만약 강일천 대장군을 도모하라고 하면 어떻게 할 것인가?”
이것은 내가 너무 극악으로 박현준을 절벽으로 미는 물음일 것이다.
“그, 그것은,,,,,,.”
“대답을 못하지.”
“아닙니다. 그런 분부를 하시지 않을 거라고 소장은 믿습니다.”
이건 결정을 내게 넘기는 얄팍한 술수다.
“나는 소인배다. 그러니 그런 지시를 할 수 있다.”
내 말에 박 현준는 나를 빤히 봤다.
“그렇게 명을 내리신다면 따를 것입니다. 하오나 두고두고 일생동안 후회를 하면서 사실 것이옵니다.”
박 현준의 말에 숨겨진 뼈가 있었다.‘일생동안 후회를 해?’난 나도 모르게 인상을 찡그렸다.
“왜 후회를 하는 지 그것은 나중에 이야기를 하지.”
“예. 이제 주군으로 모셔도 되겠습니까?”
“자네 혼자인가? 아니면 별초 전부인가?”
“그 이상이옵니다.”
박 현준의 말에 놀라 나는 박현준을 봤다.
“그 이상이라고?”
“그러하옵니다. 용호군 좌우 별초가 오늘 부로 모두 사직을 했나이다.”
그 순간 나는 숨이 턱하고 막혔다.
“그, 그 말은?”
“예. 주군의 밑으로 200별초가 따르게 되는 것이옵니다.”
이것은 하늘이 아니 강일천이 내게 모든 것을 걸었다는 거였다. 다시 말해 이제 용호군의 핵심이 모두 나를 따른다는 것을 의미했다.
‘이고가 차지한 용호군은 이제 껍데기다.’난 순간 그런 생각이 들었다.
물론 내 말은 과정이 있는 말일 것이다. 하지만 200별초는 용호군의 별똥대 중에서도 핵심이다. 그런 별초가 내게 귀속 된다는 것은 500의 견룡보다 더 강한 부대를 가진다는 것을 의미했다.
“그 별초들 어디에 있나?”
“부르심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내가 부르면 온다는 건가?”
“그렇습니다. 이제 주군으로 모셔도 되겠습니까?”
난 잠시 고민을 했다. 이것은 득과 실이 공존하는 상황이었다.
득은 물론 막강한 별동대를 가진다는 거였다. 이 고려의 무장 중에 별초만큼 개인의 무위와 현대적 표현으로 게릴라전이 가능한 무관은 없을 것이다.
요인 암살부터 경호까지 그리고 후방 타격까지 모든 것이 가능한 부대가 바로 별초인 것이다.‘강일천 대장군이 내게 용호군 골수를 뽑아 보냈군. 왜지?’난 순간 의문이 생겼다. 하지만 그 의문보다 더 중요한 것은 내가 이 부대를 받아들이는 순간 내가 하는 모든 행동이 흑막과 같은 곳에서 강일천 공에게 보고가 된다는 거였다.
이것은 좋지 않는 일이지만 별초의 유혹을 나는 뿌리칠 수가 없었다.‘별초를 받아드리면 내 사병이 천이 조금 안 되는군!’이것은 거대한 발전인 것이다.
“으음,,,,,,,.”
난 깊게 신음을 했다. 그리고 나머지 가신들을 살폈다. 모두 다 놀란 눈을 숨기지 못하고 있었지만 홍련은 더욱 놀라고 있었다.그리고 난 다시 박현준을 봤다.
“좋다. 내 너희들의 주군이 되어주지.”
난 결심을 했다.
“감사하옵니다.”
“허나!”
난 박현준을 노려봤다.
“예. 주군!”
“나만의 별초가 되어야 할 것이다.”
“물론이옵니다. 검집을 버리고 왔나이다.”
이 말은 강일천 대장군과는 완벽히 연을 끊었다는 말이다.
“좋다. 그럼 내가 그대들이 버린 검집이 되어주지.”
난 그렇게 말하고 어금니를 꽉 깨물었다. 정말 이 순간 하늘이 나를 돕고 있는 거라고 말할 뿐이었다.
“감사하옵니다. 주군!”
“별초 중 50은 내 사택으로 오고 나머지 150 중 50은 문공에게 가서 수련 무사들의 수련을 도와라.”
“예. 주군!”
“또한 50은 견룡으로 쓸 것이다. 그리고 나머지 50은 다시 군문으로 돌아가서 각 6위의 위장이 되어 그 6위를 장악해라.”
순간 박현준은 놀라 나를 봤다.
“그, 그 말씀은?”
“지금은 아니지만 후일 어느 시점이 되면 내가 이 방에서 육위를 조정할 것이다.”
내 말에 박 현준은 놀라 눈이 커졌다. 그리고 왜 강일천이 자신들을 내게 보냈는지 알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주군의 명을 받자옵니다.”
박 현준은 의연히 대답을 했다. 이제 생각하지도 못한 하나의 일이 끝이 났다. 그럼 이제 내가 계획한 것을 실행에 옮기기 위해 명령을 하달 할 순간이었다.
“만적아!”
“예. 주군!”
만적은 어리지만 짧게 내게 대답을 했다. 그리고 난 내 낮은 탁자 위에 올려 있는 보함을 보고 다시 만적을 봤다.
“이것을 가지고 벽란도에서 각종 시전을 사드려라!”
순간 만적은 놀라 나를 봤다.
“이것이 무엇입니까?”
“네가 좋아할 구슬이다.”
난 농담처럼 말했다.
“구슬이라굽쇼?”
“그래. 금으로 된 구슬이다.”
난 최준 스승이 준 구슬을 바로 이용했다.
“열어 보아라!”
내 명령에 만적이 떨리는 손으로 보합의 문을 열었고 그 안에는 정말 구슬 크기의 금 구슬이 가득 들어 있었다.이 작은 구슬 하나가 은병 다섯 개의 가치가 있을 것이다. 그럼 쌀 섬으로 하면 25가마가 되는 거였다.순간 보합을 연 만적은 놀라 기겁을 했다.
“정, 정말 대단합니다.”
“그렇지. 정말 대단하지. 너는 이 금 구슬을 이용해서 시전들을 모두 사들이고 또 고리를 놔라.”
순간 만적은 놀라 기겁을 했다.
“고. 고리라 하셨습니까?”
“그래. 네가 표면에 나서지 말고 잡배 몇을 부려서 하면 될 것이다.”
난 내 힘을 키우기 위해 모질기로 마음을 먹었다. 모질지 않고 우유부단하면 아무 일도 되지 않는 법이다.내 우유부단함은 만적과 흥선으로 끝이 난 것이다.
“예. 주군 알겠습니다.”
“그렇다고 고리를 놓는다고 해서 양민을 노비로 만들거나 양민을 핍박하는 일은 없어야 할 것이다.”
난 만적에게 단서 조항을 달았다. 만적은 나보다 어떤 면에서 독한 놈이 분명했다. 어린 노예 계집을 이용해서 돈을 버는 모습을 본 이상 내게 막대한 부를 주기 위해 무슨 짓이든 할 것 같았다.정말 어린놈이 상술에는 천재라고 할만 했다.
“예. 알겠습니다.”
“재물에 욕심이 생긴 자의 것만 해도 벽란도의 4할은 가질 수 있을 것이다.”
“예. 무슨 말인지 잘 알겠습니다.”
만적은 내 말을 정확하게 이해했다는 눈빛으로 나를 봤다.
“그리고 노예들을 더 모아야 할 것이다.”
“예. 주군!”
“노군의 수를 늘리고 싶다.”
“예. 노군의 수를 늘리는 것에 박차를 가하겠습니다.”
만적은 다짐을 하듯 내게 대답했다.‘최소한 내 사병의 수가 2천의 되어야 해.’나도 만적처럼 입술을 지그시 깨물었다. 그리고 더 많은 돈을 모아야 한다는 생각을 했다.
사실 군부나 병사들은 모두 돈 잡아먹는 귀신들이다.생산을 하지 않는 존재들이고 그냥 소모만 하는 집단이니 많은 사병들을 보유한다면 그 만큼 지출이 많아지는 거였다.
그렇기 때문에 나는 만적을 이용해서 벽란도를 장악할 생각을 하고 있었다. 이 동북아시아에서 가장 큰 무역항을 겨우 17살짜리와 12살짜리가 쌈 싸 먹을 생각을 하고 있다는 자체를 벽란도 거상들이 안다면 놀라서 자빠질 것이 분명했다.
하지만 그리 어렵지는 않을 것이다. 재물이 있다면 어려운 것도 쉽게 되는 것이 세상의 이치인 거니 말이다.
‘90만 냥을 풀어서 꾸준히 벌어드릴 터전을 만든다.’이렇게 해야 내가 후일 북변으로 나갈 때 일이 수월해지는 거였다.
물론 당장 만적에게도 막대한 자금이 밑이 빠진 물독처럼 들어갈 것이 분명했다.하지만 분명한 것은 90만 냥을 계속 까먹으면서 있을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내 영지가 거의 개마고원에 가까운 곳일 거야!’난 그런 짐작이 들었다. 지도를 정확하게 보지 않았지만 그럴 것이라는 예상이 들었다. 그런데 그것이 참으로 아이러니한 거였다.
개마고원! 그리고 북변!그것은 어떻게 보면 고려의 영토고 또 어떻게 보면 여진의 땅이었다. 한 마디로 내가 북변에 나간다는 것은 여진과의 사투를 의미할 것이다.
‘이의방이 원하는 것은 그곳에서 사투를 벌리며 살아남는 용자들만 자신의 휘하에 두려는 것이다.’난 그런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이의방이 아주 먼 후일까지 염두에 두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 삭풍을 맞으며 싸워주지. 그곳만 장악하면 요동으로 요서로 산둥으로 흑룡으로 어디든 뻗어나갈 수 있다.’난 그런 생각이 들어 입술을 꽉 깨물었다. 하지만 이 순간 분명한 것은 그것은 먼 후일의 일이라는 거였다.
그리고 난 다시 홍련을 봤다.이제는 내가 진정 당장 해야 할 일을 지시하는 순간이었다.
“홍련아!”
“예. 주군!”
“내가 너를 여별초의 별장으로 명한다.”
순간 홍련은 파르르 입술을 떨었다. 물론 이것은 우리들만 통용되는 직위일 것이다.
“감사하옵니다. 주군!”
여별초!그것은 지금 격술을 집중적으로 수련하고 있는 여 수련 무사의 대장을 의미하는 직위였다. 그리고 그들의 활동무대는 황궁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