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간웅-168화 (168/620)

< -- 간웅 9권 -- >순간 채원이 놀라 박산원을 봤다.

“박 산원! 왜 이러는가?”

채원은 박산원을 품에 앉으며 소리를 쳤다. 하지만 박 산원의 지랄병은 멈추지 않았고 더욱 강렬하게 온몸을 부르르 떨었다.

“지, 지랄병이다.”

채원은 놀라 품에 안고 있던 박산원을 떨쳐냈다.쿵!병에 대한 정보가 없는 고려시대였기에 전염이 되지 않는 지랄병도 전염이 된다고 알고 있는 경우가 많았다.

“입에 거품을 물고 있사옵니다. 대장군마님!”

노복들도 놀라 채원에게 말했다.

“이를 어찌 하나?”

“의원을 부릅니까?”

“의원?”

“그렇사옵니다. 저러다가 죽을 수도 있사옵니다.”

노복의 말에 채원은 더욱 놀랐고 이 소리를 들은 박 산원은 바지에 오줌을 싸는 일도 서슴지 않았다.

“오, 오줌을 쌉니다요.”

“오줌을 싼다고?”

채원은 놀라 인상을 찡그렸다. 요즘을 싼다는 것은 죽기 전의 징조라는 것을 채원은 알고 있었다.

“젠장! 이 좋은 날에,,,,,,.”

“어찌 합니까요?”

“의원에게 보내라.”

채원은 짧게 말하고 뒤로 물러났다.

“의원에게요?”

“그래. 그래도 옆에 둔 정이 있으니 버릴 수는 없지 않냐?”

이 순간 박 산원은 속으로 처량한 생각이 들었다. 최소한 그래도 자신이 모신 주군이 이렇게 자신을 버릴 줄은 몰랐다는 생각이 들었다.

“예. 알겠습니다.”

그리고 노복 하나가 다른 종복을 봤다.

“거적을 가지고 와라!”

그 순간 종복 둘이 거적을 가지고 와서 박 산원을 올려놓고 둘둘 말았다.

“의원에게 가는 길에 숨이 끊어지거든 산에 가 버려라.”

채원의 말에 순간 박 산원은 어금니를 꽉 깨물었다.

“예. 대장군마님!”

그렇게 박 산원은 곧 몰락할 채원에게 벗어날 수가 있었다. 하지만 이 순간 죽고 싶을 만큼 서러운 것은 어찌 할 수 없는 장부의 마음일 것이다.‘내가 버린 것이야! 버림받은 것이 아니라 내가 버린 것이야! 채원을 내가 버린 것이야!’박 산원은 그렇게 마음속으로 울부짖었다.

이 순간 채원은 자신에게 가장 큰 무기 하나를 잃은 지도 모르고 찡그린 표정을 뒤로하고 기세등등하게 의종의 잠저로 들어갔다.쾅!그리고 거칠게 대문이 닫혔다.

“어서 옮기자고.”

“지랄병은 곧 죽지 않나?”

종복 하나가 말했다.

“바로 죽지는 않겠지.”

“그럼 어떻게 하나?”

“그래도 죽을 거니까. 야산에 버리세.”

종복이 귀찮은 마음에 박 산원을 버리자고 말했다.

“그럴까?”

“그래. 의원에게 보였다고 해서 돈을 좀 챙기고 버리세.”

종복 하나가 비열하게 웃었다.

“좋은 생각이네.”

그렇게 두 종복은 합의를 하고 박 산원을 싼 거적을 어깨에 들쳐 메고 산으로 올라갔다.개경 송악산 깊은 산속.지랄병으로 위장을 해서 채원에게서 벗어난 박 산원은 이렇게 산속에 버려졌다.

사실 버려진 것은 낮이었으나 박 산원은 산 아래로 내려갈 힘이 나지 않았다.기지를 부려 곧 사지로 변할 곳에서 벗어나기는 했지만 씁쓸한 마음은 어떻게 추스를 방법이 없는 박 산원이었고 그렇게 이 송악산 깊은 곳에서 해가 지는 것을 넋을 놓고 보고 있는 박 산원이었다.

“이제 나는 어떻게 살아야 할 것인가?”

부엉! 부엉!그런 넋두리에 밤은 차가운 바람과 함께 부엉이의 울음소리를 동반해서 더욱 주저앉은 박 산원의 엉덩이를 무겁게 만들고 있었다.‘젠장! 허리에 차고 있는 검도 가져갔군.’박 산원은 인상을 찡그렸다.

“체! 세상에 있는 놈은 다 도적이라더니,,,,,,.”

박 산원은 처량함이 가득 몰려왔다.

“도적! 처음부터 도적이었던 자들이 어디에 있나?”

순간 숲에서 음침한 목소리가 들렸다.그리고 바로 박 산원의 주변을 포위했다. 그 모습을 보고 다른 이들은 놀라 벌떡 일어났겠지만 지금 이 순간 박 산원은 가진 것이 아무 것도 없고 또 너무나 자신의 신세가 처량하고 서글퍼 그 자리에 앉아 있었다.

“가진 것을 다 내놓으면 목숨을 살려주겠다.”

박 산원의 앞에 선 도적 하나가 박 산원을 위협했다.

“가진 것이 있어야 주지.”

박 산원은 아무렇지 않게 말했다.

“뭐라고?”

“입은 이 산원이 갑주라도 내어주면 되겠나?”

박 산원의 말에 도적들은 어이가 없었다.

“그러고 보니 무장이군!”

순간 도적들의 눈빛이 차가워졌고 그것을 박 산원도 느꼈다.‘뭐가 이상하게 돌아간다.’순간 박 산원은 살기를 느끼고 정신을 바짝 차렸다.

“왜 무장이면 죽여야 하나?”

하지만 박 산원은 아무렇지 않게 대답을 했다. 지금 이 순간 크게 동요를 하면 바로 죽임을 당할 것 같았다.

“우리를 망친 것이 우리 보다 더한 도적들인 네놈 무부들이지 않느냐?”

그러고 보니 말투가 그냥 그런 주린 배를 채우기 위해 양민에서 도적으로 변한 자들은 아닌 듯 했다.

“너희들도 그냥 그런 도적은 아닌 것 같은데?”

“그래 잘 봤다. 이왕 죽을 놈이니 알려주지.”

도적 중에 두목처럼 보이는 놈이 박 산원을 노려봤다.

“죽고 사는게 어디 인간의 손에 달렸나? 하늘의 뜻이지.”

“오호 이놈! 중 되겠다.”

“그러고 싶은 마음일세.”

박 산원은 처량하게 말했다. 그리고 그 처량함이 너무나 진솔하기에 도적의 살기가 조금은 수그러드는 듯 했다.

“우리처럼 무슨 사연이 있군.”

“우리처럼? 그럼 너희들도 무장이었나?”

박 산원의 물음에 도적은 잠시 박 산원을 봤다.

“우리는 무장은 아니었다. 그저 대가댁의 사병이었으니 무부들이 준동을 해서 이렇게 도적의 신세가 되었지.”

그 순간 박 산원은 빠르게 머리를 돌렸다. 대가 댁의 사병이었는데 무부들의 준동을 피해 도적이 되었다면 이 근래에 도적의 처지가 된 자라는 말이었다.

“너희들이 모신 주인이 혹시 좌승선 대감이신가?”

박 산원의 말에 도적들은 놀랐다.

“어찌 알았느냐?”

“무부들의 난에 화를 당하신 분이 좌승선 어른뿐이지 않느냐?”

박 산원의 말에 도적들은 박 산원을 뚫어지게 봤다.

“넌 누구냐?”

“나?”

“그래. 너!”

“너희들처럼 도적이나 될까 하는 놈이지.”

박 산원은 그렇게 말하고 자리를 툭툭 털고 일어났다.

“날 당장에 죽이지 않을 거라면 검을 넣어.”

너무나 당당하게 말하는 박산원이라 도적들은 서로의 눈치를 봤다.

“어찌 합니까? 소 두령!”

도적 하나가 소두령이라는 자를 보며 물었다.

“그냥 죽이기에는 눈빛이 너무 참이다. 산채로 데리고 가자.”

“산채로요?”

“그래. 저놈이나 우리나 다 같이 세상에서 버려진 놈 같은데 죽여 무엇을 하느냐.”

소 두령의 말에 박 산원은 피식 웃었다.

“그런데 너희들 밥은 먹고 다니냐?”

박 산원은 피골이 상접한 도적들을 보며 가여워 물었다.

“왜 그런 것을 물어!”

“딱 보니 사흘에 피죽 한 그릇 못 먹은 것 같아서.”

“젠장! 보면 알지 않나?”

“그렇지. 이런 곳에서 지나가는 행인이나 털어서는 입에 풀칠하기도 어렵지. 가자! 너희들의 대두령이 있는 산채로 가자! 내 호구할 방법을 알려줄테니.”

“호구할 방법?”

“그래. 이왕 도적이 되었으면 큰 도적이 되어야지. 하하하!”

이 순간 박 산원은 자신이 새롭게 시작할 방향을 찾은 듯 했다.

“그나저나 산채에 식구는 몇이나 되냐?”

“그건 왜 물어?”

“몇이나 되는지 알아야 어디를 털지 판단이 서지.”

순간 박 산원의 말에 소두령과 도적들은 기겁을 했다.

“어디를 털다니?”

“최소한 채원 대장군 같은 대장군의 사택을 털어야 거미줄 친 입에 기름진 고기를 넣을 것이 아닌가.”

순간 박 산원의 말에 도적들은 기겁을 했다.

“송, 송악산에 천 이백이 있다.”

“우글우글 많이도 모였군.”

박 산원은 그렇게 말하며 피식 웃었다.

“가 보자. 어디 대두령을 만나 보자.”

그렇게 박 산원은 이제 도적들을 재촉했다. 그리고 도적들은 박 산원의 배포에 놀라 박 산원을 산채로 안내했다.황궁 공예태후 전 침소.은근한 촛불이 분노한 공예태후의 외침에 위태롭게 휘청거린다. 이 순간 공예태후는 울분을 토해내고 있었다. 그리고 그 울분을 고스란히 해월이 감당하고 있었다.

“비천한 무부인 채원이 끝내 황실과 척을 지겠다고 상황제의 사저를 차지해 앉았다고?”

공예태후는 분을 삭이지 못하고 소리를 질렀고 앞에 놓인 은촛대의 촛불은 휘청거리며 꺼질 듯 했다.

“그러하옵니다. 채원이 이번 논공에서부터 불만을 가지더니 이렇게 무도한 짓을 할 줄은 쇤네도 차마 몰랐습니다.”

“논공에 불만이 있다고 그렇게 무도한 짓을 한단 말인가?”

“정말 안하무인인 자이옵니다. 사실 거사가 있는 당일 내탕고로 제일 먼저 뛰어든 자가 채원이라고 하옵니다.”

“내탕고를 노린 놈이다?”

“그렇습니다. 그렇기에 거사의 주축이면서도 저렇게 위위 경에게 홀대를 받는 것으로 알고 있사옵니다.”

해월의 말에 공예태후는 고개를 끄덕였다.

“위위경과 척을 지고 있다고?”

“그러하옵니다. 대전에서도 위위경의 죄를 따지다가 조롱을 당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렇게 척을 진, 사이라면 위위경이 왜 조정에서 찍어내지 않고 있는 건가?”

“그러게 말입니다. 아마도 쉰내의 짧은 사견으로는 그래도 거사 주축이라 위위경도 어찌 하지 못하는 모양이옵니다.”

“위위경이 못하면 누가 한단 말이냐? 어쩔 수 없다. 회생을 불러라.”

공예태후는 무슨 일만 터지면 입버릇처럼 회생을 부르라고 지시를 했다. 그리고 그때 명종이 방안으로 들어섰다.자신의 아들 명종을 보자 더욱 울분에 싸여 공예태후는 씩씩 그렸다.

“황상은 아셨소?”

공예태후는 바로 명종에게 따지듯 물었다.

“무엇을 말씀이십니까? 태후마마!”

대충 복도에서 명종황제는 처소 안의 이야기를 들었지만 모른 척을 했다. 사적으로는 자신의 어머니이지만 실질적으로는 정적에 가까운 태후였다. 그리고 보니 참 권력이라는 것이 이리도 살벌함이 있었다.

“상황제의 사저를 무부인 채원이 차지한 것을 아시냐고 물었소.”

“아 그것 말씀이십니까?”

그제야 명종황제는 이야기를 들었다는 투로 했다.

“그리 중차대한 일을 너무 쉽게 생각을 하시는구려!”

공예태후는 약간 불편한 심기를 들어냈다.

“걱정 하시지 않으셔도 되옵니다. 제가 회생에게 이미 다 지시를 해 놨습니다. 채원이 제가 던진 미끼를 문 것뿐이옵니다.”

이 순간 지금 채원에게 죄를 짓게 한 것이 명종황제의 공으로 돌아가고 있었다.

“황상께서 꾸미신 일이라고요?”

“그렇습니다. 지금 당장 이 정국을 보면 위위경과 채원은 척을 지고 있습니다. 이때가 채원을 조정에서 찍어낼 기회입니다.”

순간 명종의 말에 공예태후는 자신의 아들을 다시 봤다.

“이 모든 것이 황상의 뜻이란 말이지요?”

“그렇습니다. 잠저가 더럽혀진 것은 소자도 안타깝기는 하나 무부를 쳐내는 일이라면 그 정도는 감내할 수 있는 일입니다.”

명종은 의지에 찬 눈빛으로 말했다.

“그렇다면 일을 잘 처리하셔야 합니다.”

“소자가 회생에게 단단히 해야 할 일을 알려줬으니 너무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이 순간 명종은 회생에게 모든 것을 지시했다고 말했다. 그리고 그 소리를 들은 태후는 회생에게 명종이 영향력을 행사하여 자신의 신하로 만들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이것은 섭섭함이었다. 그리고 보니 참으로 이상한 마음이었다.

조정 신료 모두가 자신의 아들 명종의 신하이거늘 이상하게 태후는 황제에게 회생을 빼앗기는 마음이 들었다.

“예. 알 하셨습니다. 어미는 황상만 믿겠습니다.”

“예. 어마마마! 너무 걱정하지 마십시오. 조만간 무부의 목이 저잣거리에 걸리게 될 것입니다.”

명종황제는 의지에 가득한 눈빛으로 말했다.

“그런데 무슨 일로 오셨습니까?”

공예태후는 자신의 울분이 사라지자 황제가 발걸음을 한 이유를 물었다.

“아닙니다. 그저 걱정을 하실 것 같아 들렸습니다.”

“역시 황제는 효자이십니다.”

공예태후는 입에 침도 바르지 않고 거짓말을 했다.

“송구하옵니다. 소자는 이만 대전으로 물러나겠습니다.”

“그러세요. 황상! 이 어미는 황상이 있어 든든합니다.”

부모와 자식이 이렇게 속내를 숨겨야 하는 것이 바로 권력일 것이다. 그리고 명종 황제는 소기의 목적을 달성하고 태후 전을 떠났다.황제가 복도를 지나 태후 전을 완전히 벗어나는 순간 공예태후는 해월을 봤다.

“회생을 부르라.”

순간 해월은 놀라 공예태후를 빤히 봤다.

“회생 공을요?”

“그래. 회생이 황제만의 신하가 된다면 상황제의 목숨이 위급해진다.”

공예태후는 그렇게 말하며 입술을 지그시 깨물었고 해월은 지금 공예태후가 회생을 명종의 사이에 두고 질투를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회생 공을 태후마마 만의 신하로 두고 싶으신 거야!’해월은 그런 생각을 하며 태후를 빤히 봤다.

어쩌면 해월의 생각이 옳을 것이다. 지금까지 용호군 대장군이었던 참지정사 강일천도 자신의 의지대로 부린 태후였으니 회생도 자신만의 신하로 부리고 싶은 거였다. 그리고 또 회생을 잃게 되면 강화에 가 있는 자신의 장자가 위급하게 될 거라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회생이 내 수중에 있어야 해.’공예태후는 그렇게 생각을 하며 입술을 지그시 깨물었다."어서 회생을 부르라. 그리고 영화공주도 부르라."공예태후는 급한 마음에 어떻게든 영화공주와 회생을 연결시키려 마음 먹었다."영화공주 마마도 말이옵니까?"

"그래. 어서 부르라. 어서 부르라."공예태후는 다급한 마음을 숨기지 않았다. 그리고 이 만큼 회생의 능력을 크게 보는 공예태후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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