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간웅-166화 (166/620)

< -- 간웅 9권 -- >내가 그런 생각을 하는 동안 명종은 나를 잠시 봤다.

“앞을 떼었느냐? 뒤를 떼었느냐?”

황제의 질문에 왕준명은 놀라 나와 황제의 번갈아 봤다. 역시 명종 역시 그리 어리석은 군주는 아니었다.

물론 나는 이것까지 예상을 하고 일을 진행시킨 거였다.명종 황제는 나를 완벽하게 믿지 않는다.

그것은 나를 어느 정도 의심하고 있다는 것이고 또한 나를 판단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했다. 이제 내가 할 것은 자신의 판단이 옳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다.

일종의 이실직고를 통해 나를 정확하게 판단하고 있다고 생각을 하게 해 주고 그 판단을 통해 황제를 기쁘게 해 주면 내가 90만 냥이 들어온다는 것을 알았다.

사실 처음부터 나는 이것까지 염두에 두고 일을 진행시킨 거였다.

“앞이옵니다.”

“앞이라! 배나 숨겨 무엇을 할 것이냐?”

황제는 자신의 판단이 옳았다는 것이 어느 정도 만족을 하고 있는 듯 했다. 하지만 숫자를 정확하게 파악하지는 않았다. 아니 황제씩이나 되어서 정확한 숫자까지는 확인하고 싶지 않은 듯 했다.

물론 나 역시 그럴 것이라고 판단을 하고 움직인 일이었다.명종은 내가 앞자리를 떼어낸 것이 한 10만 냥 정도라고 생각을 하는 모양이었다. 그리고 명종의 말을 듣고 왕준명은 인상을 찡그렸다.

이 순간 내가 그냥 착복을 한 것이 아니게 되는 순간이었다.

“우선은 감찰어사대에 호위대를 증설할 것이고 조사관을 만들 것이옵니다.”

“이미 있지 않느냐?”

“모두 6위의 군영에서 차출된 하급 무관이라 믿을 자가 없사옵니다. 어사대는 황제폐하의 칙명을 받들어 백관을 감찰하고 처리하는 곳인데 기밀이 새는 경우가 종종 있는 것이 그것 때문이옵니다.”

“그렇기도 하군.”

“그래서 새로운 조사관과 호위대가 필요한 것이옵니다. 또한 급한 일이 발생할 시에는 선참후보고를 위해 반드시 필요하옵니다.”

“선참후보고?”

“그러하옵니다.”

“그 말은 다시 말해 네가 부릴 장졸을 황궁에 배속시키겠다는 것이냐?”

“그렇사옵니다. 저를 믿으시면 제가 다 알아서 하겠사옵니다.”

“그래. 알았다. 그런데 어찌 겨우 상장군으로 그렇게 많은 재물을 모을 수 있었는지 짐은 아직 이해가 되지 않는다.”

나 역시 처음 그것이 놀랍고 신기한 일이었다.

“무신들은 출사의 길이 막혀 있기 때문이옵니다.”

내 말에 명종 황제는 나를 빤히 봤다.

“무신들의 출사의 길이 막혔다?”

명종황제는 이해가 되지 않는다는 눈빛으로 나를 빤히 봤다.

“그러하옵니다. 문신들은 과거 제도를 통해 출사의 길이 있사오나 무신들은 음서를 통하거나 세습을 통해서 아비의 직을 자식이 물려받게 되니 군관이 되려가나 병졸이 되기 위해서는 뇌물을 써야 하는 일이 생기는 것이옵니다.”

과거제도!고려의 과거제도는 광종 때 중국인 쌍기(雙冀)의 건의에 따라 처음으로 실시되었다.후주인(後周人) 쌍기(雙冀)의 건의로 958년(광종 9) 당나라 제도를 모방하여 창설하였고, 성종(成宗) 때 합격자를 우대하였다.

초기의 과거시험은 제술과(製述科:進士科)·명경과(明經科)·잡과(雜科:醫卜科)를 두었으며, 1136년(인종 14)에 이르러 정비되었다. 제술과와 명경과는 문관 등용시험이었으나, 제술과를 더욱 중요시하였다.

고려시대를 통하여 제술과의 합격자 수가 6,000여 명이나 되는데 비해 명경과 합격자는 450명 정도인 것으로도 알 수가 있다. 이 점은 당시의 귀족들이 경학(經學)보다 문학을 숭상했음을 이해할 수 있다. 그리고 잡과는 위의 양과 보다 그 격이 낮았다.

이 밖의 과거에는 승과가 있었으며, 무신(武臣)의 등용을 위한 무과는 고려 말기까지 존재하지 않았다. 이것만 봐도 고려 조정은 얼마나 무신들을 차별했는지 알 수 가 있었다.

이 고려에 없었던 것을 지금 회생이 명종을 설득하여 시행하고자 하는 거였다. 그리고 그 과거제도를 통해 무신들의 힘을 분산시킬 생각을 하고 있었다.과거의 응시자격은 양인(良人) 이상이면 응시할 수 있었다. 그러나 천민이나 승려의 자식은 응시할 수 없었다.

양인 이상은 응시할 수 있었다고 하지만 농민은 사실상 응시할 여력이 되지 못했다.한마디로 과거 제도는 있는 것들의 잔치인 거였다.

응시 절차는 3차에 걸쳐 시험을 보게 하였다. 처음에는 매년 과거를 실시했으나 성종 때에는 3년[式年試]에 한 번씩 실시하였고, 현종 때에는 격년으로, 그 후에는 매년 또는 격년으로 실시하였다.

1차 시험에서는 중앙(개경)에서 선발한 자를 상공(上貢), 지방에서 선발한 자를 향공(鄕貢), 외국인 중에서 선발한 자를 빈공(賓貢)이라고 하였다. 2차 시험은 1차 시험에 합격한 삼공(三貢:상공·향공·빈공)들을 국자감(國子監)에서 다시 선발하였고 이에 합격한 자[貢士]와 국자감에서 3년 이상 수학한 학생, 벼슬에 올라 300일 이상 경과한 자들이 최종시험인 3차 시험을 보게 하였다.

합격자는 제술과는 갑(甲) ·을(乙)의 2과로, 명경과는 갑·을·병·정의 4과로 나누었다. 합격자에 정원은 없었으나 중기 이후 대체로 33명이었다.

이와 같은 과거는 예부에서 관장하였고, 시험관을 지공거(라고 하였다. 그리고 최종 시험에서 1등을 장원(壯元), 2등을 아원(亞元:榜眼), 3등을 탐화(探花)라고 하였고, 빈공에서 합격한 자를 별두(別頭)라고 하였다. 때로는 동당감시에 합격한 사람도 임금이 다시 시(詩)·부(賦)·논(論)으로 친히 시험을 보게 하여 등급을 정하는 복시제도가 있었다.

이러한 복시는 성종 때 처음 시작하였으나 상례적인 제도는 아니었다. 최종시험에 합격한 자에게 홍패(紅牌)를 주었는데, 이것이 곧 합격증이었다.

이와 같은 과거제도는 지공거와 합격자가 좌주(座主)와 문생(門生)의 관계를 맺어 일생을 통하여 그 예가 부자간과 같았기 때문에 그들 사이에 학벌이 형성되어 출세의 배경이 되었다. 과거 이외에 5품 이상인 관리의 자제에게는 1명에 한하여 정치적 특혜를 인정하여 과거시험을 거치지 않고 관리에 채용한 음서제도(蔭敍制度)가 있었다.

대부분의 무신들은 그 음서제도를 통해 무신이 디었다. 이것이 바로 역신으로 죽은 정중부가 착복을 할 수 있는 첫 번째 이유였다. 그리고 추천을 통해 무신이 되었고 사람을 추천함에 있어서 재물이 오고가는 것은 동서고금에서 흔히 일어나는 일이니 당연히 상장군 정중부의 창고에 재물이 쌓이는 결과를 가지고 온 거였다.

“아무리 그렇다고 해서 뇌물로 그리 재물을 모을 수 있는 것이냐?”

“시내가 모여 대해가 되듯 2군 6위에서 상납되는 재물이 모인다면 작지 않을 것이옵니다.”

내 말에 명종황제도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구나!”

“그리고 또한 자신이 출사를 하는데 도움을 주었기에 서로 끈끈한 정이 생기는 것이고 그로인해 중앙군이 대장군이나 상장군의 사병화가 되고 있사옵니다. 또한 무부의 눈에 발탁이 되는 자 역시 무부일 것이니 이 고려 군부에는 진정한 무장이 몇 되지 않사옵니다.”

내 입으로 스스럼없이 무부라는 말을 하자 명종 황제는 잠시 나를 빤히 봤다.

“그렇구나! 너의 생각이 참으로 이치에 옳다. 이제 어떻게 해야 하느냐?”

“무신들에게 과거제도를 열어주시면 간단하옵니다.”

“과거제도를 열어준다?”

“그러하옵니다.”

“그렇게 된다면 뇌물을 받는 길이 막힐 것인데 위위경이나 다른 대장군들이 가만히 있겠느냐?”

이것으로 명종은 위위경 이의방과 대장군들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현실을 다시 한 번 말해 주고 있었다.

“속으로는 어떨지는 모르지만 겉으로는 쌍심지를 들고 반길 것이옵니다.”

“겉으로는 쌍심지를 들고 반긴다?”

“그러하옵니다. 과거의 길이 열렸으니 무신들과 동등하게 대우를 받는 것이니 반대할 이유가 없습니다. 이번 일은 황제폐하께서 의지 있게 밀어붙이실 일인 줄 아옵니다.”

“의지 있게?”

“그러하옵니다. 군부에 젊은 무장들이 등용이 되면 분명 충심이 가득한 자가 늘어날 것이옵니다. 또한 문신들에게도 무신이 보는 과거의 길을 열어주시면 충심이 가득한 문신들이 더욱 출사를 하는 길이 열릴 것이옵니다.”

내 말에 명종황제는 고개를 끄덕였다.

“허나 그로 인해 재물이 많이 필요할 것이다.”

“그것은 소장이 다 알아서 할 것이옵니다. 곰의 우리를 털면 재법 나올 것이옵니다.”

내 말에 명종은 고개를 끄덕였다.

“짐이 도와줄 것은 없는가?”

명종은 나를 보며 물었다. 이 순간 왕준명의 완벽한 패배가 되는 순간이었다.난 잠시 황제를 빤히 봤다.

“채원과 가까이 지내소서.”

내 말에 황제는 나를 노려봤다.

“그 무부와 내가 가까이 지내라고?”

“그렇사옵니다. 그래야 그 자의 목을 베지 않겠사옵니까? 이 대전 앞마당에서 2만의 응양군을 호령하는 정중부도 목이 잘렸습니다. 겨우 순검 군의 장인 채원 따위는 대전 복도에서 참살하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는 일이옵니다.”

명종 황제는 내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짐이 너를 도울 것이다.”

“황공하옵니다.”

“그런데 옆에 있는 자는 누구인가? 감찰어사!”

대부분의 일을 처리하자 명종 황제는 왕준명에게 관심을 보였다. 성격이 지랄 같기는 해도 미소년에 가까운 왕준명이라 눈이 가는 명종인 것이다.

“이번에 내시낭장으로 추천을 하고자 데리고 왔나이다.”

내 말에 왕준명은 놀라 나를 빤히 봤다. 하지만 황제폐하의 앞이라 뭐라 말을 하지 못하고 인상만 찡그렸다.

“내시낭장?”

“그러하옵니다. 제 사람이니 믿을 수 있을 것이옵니다.”

“환관도 아닌데 내시 낭장이라,,,,,,.”

“그럼 거세를 할까요?”

난 순간 농담처럼 말했고 왕준명은 기겁을 했다.

“농담이겠지? 감찰어사?”

“황제폐하가 명을 내리신다면 신하로 하지 않는 것이 불충일 것입니다.”

난 순간 농담으로도 왕준명을 압박했다. 그리고 이 순간 왕준명은 기겁을 해서 거의 울상이 되어 나를 보고 있었다.

“되었다. 낭장이면 무인인 것을 거세를 하고 어디 힘을 쓰겠나.”

“예. 알겠나이다. 황제폐하!”

“내시낭장이라 나쁘지 않군.”

명종황제는 고개를 끄덕이다가 뭔가 놀라 나를 빤히 봤다.

“견룡행수!”

“예. 황제폐하!”

“설마 그대가 견룡 군 밑에 내시부를 두겠다는 건가?”

난 이 순간 명종 황제를 다시 봤다. 정말 예리한 추리력인 것이다.

“꼭 그런 것은 아니오나 무예를 할 줄 아는 환관들을 규합해서 견룡 군 산하에 내시낭장부를 만들 생각은 하고 있나이다. 이 모든 것이 황제폐하의 안전을 위한 소장의 충심이옵니다.”

명종황제도 고개를 끄덕였다.

“왜 태후께서 그대를 옆에 두라는지 이제야 알 것 같군.”

“황공하옵니다. 황제폐하!”

“하지만 짐은 그대를 전적으로 믿지는 않을 것이다.”

좋은 분위기에 꼭 명종은 이렇게 초를 쳤다.

“그러셔야 할 것이옵니다. 황제폐하! 소장이 난신이 될지 항상 의심하시고 관찰하셔야 하옵니다.”

“그렇다. 신하를 난신으로 만드는 것은 신하를 너무 믿는 황제의 잘못이다. 짐은 그리 하지 않을 것이다.”

“예. 황제폐하!”

“보고가 끝이 났으면 물러가라.”

“예. 황제폐하!”

“짐 앞에 곰의 쓸개를 가지고 와야 할 것이다.”

곰의 쓸개는 채원을 의미하는 거였다.

“명심하겠나이다.”

난 공손히 대답을 하고 뒷걸음질을 하며 대전에서 물러났다. 그리고 복도로 나오며 왕준명을 봤다.

“이제 너의 처지가 어떤지 알겠지?”

내 말에 왕준명은 인상을 찡그렸다.

“대결을 했는데 승복을 하지 못한다? 무식하기만 한 것이 아니라 네놈은 신의도 없는 놈이구나!”

“아, 아닙니다.”

“뒤에 말이 빠진 것 같은데?”

난 왕준명을 보며 이죽거렸다. ‘아예 머리가 없는 놈이 아니니 스스로 이 위기를 빠져나가겠지.’

“송구하옵니다. 주군!”

왕준명은 바로 내게 주군이라고 말했다. 사실 종이 되라고 말했고 왕준명이 나를 스스로 주인마님이라고 부르면 정말 종이 되는 것이기에 왕준명은 나를 주군으로 부른 거였다. 그렇게 하면 왕준명은 종이 아닌 가신이 되는 것이니 어쩔 수 없는 선택에서 자신에게 유리한 것을 찾은 거였다.

“주군이라?”

“그러하옵니다. 주군!”

“그래 받아주지. 가자!”

난 이렇게 반 억지로 왕준명을 얻고 바로 대전 복도를 빠져 나왔다.‘첫 수익 치고는 짭짭하지.’난 내 사택으로 들어갈 90만 냥을 생각하며 흐뭇하게 웃었다. 그리고 채원의 얼굴을 떠올리며 더욱 흐뭇하게 웃었다.

‘미끼를 물었단 말이지. 좋아! 곧 너의 쓸개를 빼 주지.’나 그렇게 생각을 하며 다시 선참후보고를 생각했다. 사실 이제 선참후보고도 아니게 되는 것이다.

명종황제가 알고 있으니 정당하게 일을 처리하는 거였다. 이 순간 내가 흐뭇하게 웃으며 대전 밖으로 나오자 나를 기다리고 있던 백화가 내게 다가왔다.

“좋은 일이 있으십니까? 상공!”

“있지. 백화야!”

“무엇이옵니까?”

“식구가 늘었네. 하하하!”

난 그렇게 말하고 왕준명을 힐끗 봤다.

“홍련아!”

“예. 주군!”

“넓은 방 하나를 깨끗이 치워라! 내게 가신이 늘었구나!”

“예. 알겠습니다. 주군!”

이렇게 난 반강제적으로 왕준명을 얻었다. 또한 오늘 내 첫 이전투구로 90만 냥의 은자와 또 20만 냥 가량의 보화들을 가지게 됐다. 그리고 그 보화를 이용해서 나는 이 황궁 구석구석에 나만을 위한 검을 숨겨놓을 결심을 했다.‘그건 그렇고 어떻게 단번에 사병의 수를 늘리지?’난 그 생각을 하며 인상을 찡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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