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간웅 9권 -- >이 광정이 말하는 위장은 다른 아닌 회생이었다.
“그렇기는 하지.”
“그렇습니다. 위위경은 자기 사람 챙기기에 급급합니다. 거사를 혼자 한 것도 아닌데 성공을 하고 이렇게 토사구팽을 시키면 불만이 쌓이는 법이지요.”
이 광정이 이제는 대놓고 위위경인 이의방을 질타를 하자 채원은 속이 시원했다.
“그래서 내게 하고 싶은 말이 무엇입니까? 대장군!”
채원은 이제야 조금은 경계심을 푸는 듯 했다.
“저희들의 힘을 보여주자는 겁니다.”
“힘을?”
“그렇습니다. 채원 대장군! 사실 따지고 보면 이 거사를 성공시킨 주역은 채원 대장군이지 않습니까? 황궁을 장악한 것이 어디 작은 공입니까.”
“그렇기는 하지만 이의방이 그것을 몰라주고 자기가 다 한 것처럼 떠벌리고 다니지 않소.”
“물론 그렇습니다. 그러니 이제 힘을 보여주어야 합니다.”
“어떻게요?”
“위세를 떨치시는 겁니다.”
“위세라?”
그런데 지금 이 순간 채원의 옆에 박 교위가 없었다. 이것이 어쩌면 채원에게는 불행의 시작이라고 할 수 있었다.
“그렇습니다. 위위경은 아직 자신의 사택에 머물고 있습니다.”
“그렇지. 그런데?”
“위위경의 위세가 하늘을 찌르는데 그런 허름한 사택에 계속 머물 거라고 보십니까?”
“그렇지는 않겠지.”
이제 채원은 이 광정에게 하대를 했다.
“그러니 선수를 치시라는 겁니다.”
“선수를 치라?”
“그렇습니다. 위위경은 곧 죄인이나 다름없는 상황제의 잠저로 사택을 옮길 것이 분명합니다. 그럼 무식한 백성들은 뭐라고 하겠습니까? 이 고려가 이제는 위위경의 세상이다. 위위경이 군부를 장악했다. 위위경이 권세를 잡았다고 떠들게 될 것입니다.”
이 광정의 말에 채원은 인상을 찡그렸다.
“그렇게 되면 무장들은 더 많이 위위 경에게 모여들 것입니다. 어리석은 것들은 눈에 보이는 것만 믿습니다.”
“으음,,,,,,.”
“무주공산이니 선수를 치는 자가 주인입니다.”
“지금 나 보고 상황제의 잠저를 차지하라는 소리인가?”
“왜 두렵습니까?”
이 광정은 채원을 자극했다.
“두려운 것이 아니라,,,,,,.”
“황실의 눈치가 보이는 일이지요. 하지만 황실은 이미 위위경의 편입니다. 그러니 눈치를 볼 것이 없습니다. 힘이 있으면 황실도 어떻게 하지는 못할 겁니다.”
“힘이 있으면?”
“그렇습니다. 그리고 사람을 모으는 일에는 과시만한 것이 없습니다.”
“그렇기는 하지.”
“황제의 잠저를 차지한다면 과시적인 면에서 나쁘지 않을 겁니다.”
이 광정의 말에 채원도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후일 저도 좀 잘 생각해 주십시오.”
“대장군을?”
“그렇습니다. 이제 대장군까지 되니 공신이 되어 하사받은 땅을 자자손손 물리고 싶은 것이 제 마음입니다.”
공신은 하사받은 땅을 후대까지 상속을 할 수가 있었다. 그래서 공신이 좋은 거였고 부를 축적하는 거였다. 채원은 이광정의 마지막 말에 이광정이 왜 자신에게 이러는 건지 이해가 됐다.
사실 따지고 보면 5등 공신인 회생이 놈도 후손에게 땅을 물려줄 수 있는데 대장군인 이광정이 그렇게 하지 못하니 이광정의 입장에서는 화가 치민다는 생각이 들었다.
“알겠소. 내 후일 신경을 쓰지.”
“예. 감사합니다.”
“그리고 이 대장군께서 한 말도 깊이 생각을 하지.”
“예. 고려를 해 보십시오. 백성들에게 그리고 하급 무장들에게는 보여주는 것이 최고입니다.”
“맞아. 힘이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도 나쁘지 않지.”
채원은 이 순간 이 광정의 꾐에 빠진 것 같았다. 드디어 채원을 조정에서 뽑아내기 위한 덫의 첫 삽이 떠지는 순간이었다.
“그리고 또 이제는 사병도 키우셔야 하지 않습니까?”
“사병?”
채원도 이 광정의 말에 집중을 했다.
“예. 고관대작들은 유사시 어떤 일이 생길지 몰라 사병 양성을 하지 않습니까?”
“그렇기는 하지.”
“그래서 큰 저택이 필요한 겁니다.”
“그렇지. 그렇군!”
짝!채원은 자신의 무릎을 탁 쳤다.
“그렇습니다. 사택이 커야 훈련도 시키고 주둔도 시키지요. 이제 검의 시대입니다. 힘이 있는 분이 권력을 차지하는 겁니다.”
이 광정의 말에 채원도 고개를 끄덕였다.
“맞네. 맞아!”
“그런 면에서도 상황제의 잠저만한 곳이 없을 겁니다.”
“그렇기는 하지.”
채원은 이 광정의 말에 수긍을 하면서도 황실이 걱정이 되는 눈빛이었다.
“그 눈빛은 황실 때문이십니까?”
“눈치를 아니 볼 수는 없지 않나?”
“그렇기는 합니다. 하지만 이건 소문인데 황실에서 위위경의 딸을 태자비로 간택을 한다는 소리가 있습니다.”
순간 이 과정의 말에 채원의 눈에 불똥이 튀었다.
“뭐라? 그게 사실인가?”
“그런 풍문이 있습니다. 하지만 아니 뗀 굴뚝에 연기가 나는 법은 없습니다.”
“그렇지.”
“그러니 황실에게 기대할 것이 아예 없다는 겁니다.”
그것은 다시 말해 눈치를 볼 것도 없다는 말이 되는 거였다.
“으음,,,,,,,.”
“잘 생각을 하십시오. 이렇게 시간이 지나면 정말 위위경의 세상이고 그 어린 것의 세상이 되는 겁니다.”
이 광정의 말에 채원은 입술을 지그시 깨물었다.이제 채원을 빠트릴 두 번째 덫을 파는 삽질이 떠진 거였다.
“사병을 양성해야겠군.”
“그렇습니다. 그래야 대적을 할 수 있습니다.”
“맞아. 그래. 이제 더는 눈치를 볼 것이 없지. 내가 만약,,,,,,.”
채원은 이 광정을 빤히 봤다.
“내가 만약 거사를 한다면,,,,,,.”
“따르지요. 저도 공신이 되고 죽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그래. 그래야지. 황제야 내가 다시 갈면 되는 거지.”
채원은 점점 더 간이 커지고 있었다.
“예. 그렇습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과시가 우선입니다. 위위 경에게 지금 꿀리고 있지 않다는 것을 젊은 무장들에게 보여줘야 합니다.”
“옳은 말일세. 알았네.”
“그럼 소장은 이만 물러나겠습니다.”
“그러시게. 내 후일 그대의 조언을 잊지 앉겠네.”
“감사합니다. 채원 대장군!”
이 광정은 바로 머리를 숙였다. 이런 면에서 이광정은 정말 영악한 위인이었다. 그리고 같은 시간 회생은 역신으로 죽은 정중부의 가산을 몰수하는 일에 집중을 하느라 정신이 없었다.
2 도천밀서를 얻다.나는 역신으로 죽은 정중부의 집안 도처에 진주보화가 가득한 것을 보고 그만 눈이 어지러웠다.
‘30년을 상장군으로 있었으니 이 정도는 가능하겠지.’수많은 진주보화들은 모두 군부의 요직을 매점매석을 해서 얻게 된 재물일 것이다. 상장군이었던 정중부가 이렇게 재물을 모을 수 있었던 기본적인 이유는 무신들이 관직에 나갈 수 있는 등용문이 아예 없다는 것에 기인할 수 있었다.
고려는 과거라는 관료의 등용문이 있었다. 하지만 이것은 문신들에 해당되는 소리였다. 무신들은 음서나 세습을 통해 무신이 되었고 그것이 없는 자들은 뇌물을 써서 하급 무관이 되었다. 그러니 요직을 얻기 위해서는 장군 이상들에게 뇌물을 써야 하는 사태가 벌어지는 거였다.
‘꼭 무신들이 천대만 받은 것은 아니군.’난 그런 생각이 들었다. 무신들이 문신들에게 괄시와 천대를 받기는 했어도 이렇게 무신의 자리를 매점매석을 하는 것을 봐서 군부는 어느 정도 독립성이 인정되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상장군들이나 대장군들을 털면 제법 나오겠군.’난 그런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나는 그런 생각을 하며 조철호를 힐끗 봤다. 조철호도 이미 눈이 놀라 뒤집어져 있는 상태였다.
감찰어사들이 막대한 권력을 휘두르기는 했지만 그렇다고 그들에게 뇌물을 주는 자들은 그리 많지 않았고 가진 것도 그리 많지 않으니 이런 재물들을 보고 놀라는 거였다. 그리고 또 그들에게 뇌물을 쓸 이유도 없었다.
“이제 역신이 착복한 것을 기록하라!”
“예. 감찰어사님!”
내 명령에 환관들은 죽은 정중부의 물품들을 조사하기 시작을 했다. 그리고 그때 조철호의 눈에 금 두꺼비 하나가 눈에 들어오는 것 같았다.
“그게 마음에 드십니까? 선배님!”
“마음에 드는 것 보다는 신기해서 그러네. 후배님! 금붙이로 이렇게 노리개를 만들다니. 무부라고 문신들이 괄시를 했지만 챙길 것은 더 많이 챙긴 것 같군.”
“그렇지요. 음서와 세습이 아니면 무신으로 출사의 방법이 없으니 추천을 받기 위해 뇌물을 많이 썼을 겁니다.”
“그렇군! 무신들에게도 과거제도가 필요하겠어.”
조철호는 과거 제도가 필요하다는 말을 했다.
“그렇습니다. 나중에 상소를 올려야겠습니다.”
“후배님이?”
“예. 그래야 할 것 같습니다. 상장군도 이정도이면 대장군들 역시 마찬가지겠지요.”
난 그렇게 말하고 씩 웃었다. 그것은 다시 말해 날을 잡아서 대장군들의 사택도 털어보겠다는 말인 것이다.이때 한 명의 환관이 재빨리 들어오더니 감찰어사 조철호와 나에게 허리를 굽혔다.
“무슨 일인가?”
“두 감찰어사께 드릴 말씀이 있습니다.”
“말하게.”
“죽은 역신의 비밀 보물창고를 발견했습니다.”
“비밀 보물 창고?”
“그렇습니다. 교묘하게 숨긴 것이 역시 음흉한 역신의 근성을 타고 난 것 같습니다.”
환관의 말에 난 씩 웃었다.‘역시 환관을 데리고 오기 잘 했어.’원래 가진 것이 많으면 숨기기 마련이다. 그런 면에서 나는 내가 환관을 데리고 오기를 잘 했다는 생각을 했다.
“잘 했네. 어디 가 보자고.”
난 그렇게 말하고 감찰어사 조철호를 봤다.
“가시지요.”
“아닐세. 나는 이곳에서 환관들과 장졸들을 통솔하겠네.”
역시 감찰어사가 되니 아둔하지 않고 눈치가 있었다. 보물창고를 발견했으니 나보고 다 가지라는 그런 눈치였다.사실 발견하지 못하면 없는 것이니 내가 다 가져도 누가 할 말은 없는 거였다.
“그러시겠습니까?”
“그렇다네. 후배님이 알아서 하시게.”
이건 다시 말해 내가 다 가지라는 말이었다. ‘감찰어사도 할 만 하군. 그리고 이전투구의 장이 나한테 잘 어울리는군.’난 문뜩 그런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내가 난신이 될 자질이 충분하다는 생각도 들었다.
“비밀창고니 귀한 보물이 많겠군.”
난 기쁘게 웃으며 역신으로 죽은 정중부의 침실로 들어갔다.그리고 침실로 들어서는 순간 방바닥에 놓인 호피와 함께 선반에 놓여 있는 검대와 함께 벽에는 활과 화살이 걸려 있는 것을 보고 죽은 정중부도 역시 무인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 호피를 들추면 비밀 창고로 통하는 계단이 있습니다.”
“그런가?”
난 내시를 보며 씩 웃었다.
“그렇습니다.”
보물을 숨겨둔 곳으로 내려가는 통로는 땅에 커다란 구멍을 파고 그 위에 철판을 깔아 덮어둔 거였다. 그 철판 위에는 다시 호랑이 가죽을 말아놓았다. 이때는 호랑이 가죽과 철판을 모두 열어젖힌 상태였고 환관 하나와 견룡 넷이 그 옆을 지키고 있는 상태였다.
“들어가 보시지요.”
환관이 내게 계단을 내려가 보라고 말했다.
“그럴 필요가 없지. 모두 다 꺼내라.”
난 괜히 허리를 숙이고 싶지 않았다.
“예. 감찰어사님!”
내 명령에 두 명의 견룡이 비밀 통로로 뛰어들어 죽은 정중부의 비밀 창고에 숨겨진 물건을 일일이 올렸다. 그리고 다시 두 명의 견룡이 그 물건들을 받아 조심스럽게 한 쪽의 호피가죽 위에 놓았다.장부를 들고 있는 환관은 아예 기록을 할 생각도 하지 않고 있었다.
그리고 그들이 쌓아올린 재물은 내가 상상하는 그 이상이었다.‘너무 많네. 어떻게 상장군이 이 정도로 재물을 가지고 있지?’난 문뜩 의아한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내가 그런 생각을 하는 동안 나머지 모든 재물을 올리고 견룡 하나가 작은 보합 하나를 가지고 나왔다.
“그것은 뭔가?”
“잘 모르겠습니다. 행수나리! 가벼운 것이 아무것도 안 들어 있는 것 같습니다.”
“아무 것도 안 들어 있어?”
“그런 것 같습니다. 다른 것은 묵직한 것이 보통인데 이건 그냥 보합의 무게 정도이니 안에는 아무것도 안 들어 있는 것 같습니다.”
“이리 주게.”
아무것도 넣지 않는 보합을 비밀창고라고 할 수 있는 곳에 넣어 둘리는 절대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여기 있습니다. 행수님!”
견룡이 조심히 내게 보합을 내밀었다.‘기밀서류나 서책이 있겠지.’난 그런 생각을 했다. 그리고 보합을 조심히 열었다. 그리고 역시 아무것도 없는 것은 아니었다.
‘책이군!’난 인생을 찡그렸다. 책은 그리 돈이 되는 것이 아니니 내가 인상을 찡그리는 거였다.
‘도천밀서! 밀서라 제목은 그럴싸하네.’난 아무렇지 않게 생각을 하며 보합에서 도천밀서를 꺼내 첫 장을 넘겼다. 그리고 그 순간 눈이 튀어나올 만큼 커졌다.-이 밀서를 가진 자가 세상을 얻는다.
순간 난 숨이 턱하고 막혔다. 그리고 이 밀서의 이름이 도천을 중얼거렸다.
“도천이라,,, 도천? 도선,,, 도선대사의 예언서? 스승님이 말씀한 그 도천밀서다.”
난 나도 모르게 입을 닫았다. 그리고 조심히 도천밀서를 품에 갈무리를 했다. 스승님의 말씀대로라면 도선대사의 비기가 숨겨진 엄청난 서책이 내 수중에 들어온 거였다.
‘세상을 다 가질 필요는 없지만 다른 이의 손에 들어가는 것도 좋지 않는 일이지.’난 그렇게 생각을 했다. 하지만 그렇게 생각을 하는 나지만 자꾸 가슴이 뛰는 것은 어쩔 수 없는 노릇이었다.‘도천밀서가 내 수중에 들어왔다.
도천밀서가!’난 어금니를 꽉 깨물었다.그리고 난 나머지 보물들을 보고 다시 환관을 봤다.
“이것들 빼고 정리가 끝이 났나?”
“그렇습니다. 이제 이공께서 확인만 하시면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