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간웅-163화 (163/620)

< -- 간웅 9권 -- >1. 여러모로 쓰이는 이광정.

“제가 무슨 말씀을 드리는지 아시겠습니까?”

난 나를 빤히 보고 있는 이 광정을 보며 물었다. 이 광정은 내 말을 듣고 조금은 놀라 눈빛을 숨기지 못했다.

“무슨 말인지는 알겠는데 그로 인해 나까지 쓸려내려 갈까 나는 두렵네.”

“무엇이 걱정이십니까?”

“걱정이라고 보다는 자네가 꾸미는 일이 너무 대단해서 놀라는 것이지.”

“걱정하실 것이 없습니다. 위위경의 최 측근이신 대장군이 그 거친 물살에 쓸려 내려갈 일은 절대 없습니다.”

“그렇기는 하지만 그래도 상황제 폐하의 잠저를 채원이 내 말을 듣고 차지를 할까?”

“욕심이 과한 인물이지 않습니까?”

“그렇기는 하지. 그리고 그렇게만 된다면 찍어내는 일은 그리 어렵지 않을 것이지.”

사실 내 생각으로는 이 광정은 이미 내 생각을 받아드리고 있었다. 하지만 이렇게 주저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은 자신의 공을 더 크게 만들기 위함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습니다. 이번 일을 하실 수 있는 분은 이 광정 대장군분이십니다.”

“물론 그렇지. 알았네. 내가 채원을 만나서 덫에 밀어 넣겠네.”

“예. 감사합니다.”

“그럼 자네가 위위경에게 내 말 좀 잘 해 주시게.”

“물론입니다. 대장군!”

“난 자네가 시키는 일이라면 뭐든 할 것이네. 그것만 알아주시면 되네.”

“예. 잘 알고 있습니다. 대장군.”

역시 이 광정은 내 의견을 순순히 받아드렸다. 그리고 그는 내 눈치를 보고 있다는 것도 알았다. 어쩌면 이 광정은 지금 내게 줄을 데고 있는 거였다. 그리고 그것은 아주 현명한 판단이기도 했다.

‘채원을 찍어내고 시간을 좀 내서 내 영지로 가 봐야겠어.’난 문뜩 그런 생각을 했다. 그리고 그곳에 가서 할 일이 무척이나 많다는 생각이 들었다. ‘속말말갈의 일도 처리를 하고.’예전 최준 스승님이 내게 말했던 속말말갈의 일도 더는 늦춰서는 안 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이 순간 제일 급한 것은 내게 적의를 품고 화근이 되고 있는 채원을 찍어내는 일이었다.

‘선참후보고가 뭔지 보여주지.’난 어금니를 꽉 깨물었다. 이제 채원을 찍어낼 덫은 점점 더 깊게 파여지고 있었다.

‘채원 그자가 미끼만 물면 모두가 끝난다.’사실 채원을 덫에 밀어 넣는 것도 어려운 일이지만 사냥을 하는 일도 결코 쉬운 일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무예를 할 줄 아는 환관 30명과 백화와 여무사들 그리고 박현준의 별초들이 달라붙는다면 어려운 일도 아니다.’난 그런 생각을 하며 어금니를 꽉 깨물었다.

“그럼 난 이제 채원에게 가서 허파에 바람을 넣겠네.”

이 광정 대장군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예. 대장군!”

“그리고 참! 이 소응 대장군이 사람을 모으고 있다는 것을 아는가?”

“이 소응대장군이요?”

난 나도 모르게 인상을 찡그렸다.

“그렇다네. 간이 작은 자였는데 왜 요즘 그렇게 위험한 행보를 계속 하는지 모르겠네.”

사실 그의 간을 키워준 자는 바로 나였다.

“뭐 사람마다 꿈이 다른 법이지요.”

“자네가 다 알아서 잘 하겠지만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이네. 6위의 대장군이지 않나. 2군에 비해 약하기는 해도 6위는 한 군영을 담당하고 있으니 만만하게 볼 일은 아니네.”

“예. 알겠습니다.”

난 이 광정을 만나고 예상하지 못한 정보까지 얻게 되었다. 하지만 지금 가장 중요한 것은 채원을 찍어내는 일과 정중부의 가산을 몰수해서 그 일부를 이용해 내 힘을 키우는 일이었다. ‘그럼 정중부가 얼마나 쌓아뒀는지 가 볼까?’나는 역신으로 죽은 정중부의 사택으로 가기 위해 견룡 군을 이끌었다.

지금 이 견룡 군은 견룡으로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어사대의 장졸로 움직이는 거였다. 그리고 내게 준비명령을 받은 왕준명은 몇 대의 수레를 준비하고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난 그 수레를 확인하고 그 수레 위에 올려놓은 검은 천을 보며 왕준명이 내 의중을 어느 정도 짐작을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검은 천이라 머리가 아예 없지는 않군.’난 옆에 차분히 서 있는 왕준명을 봤다.

“검은 천은 뭐지?”

“준비를 해야 할 것 같아 준비를 했습니다.”

“준비를 해야 할 것 같다고?”

“그렇습니다. 상장군이었던 자이니 재물이 상당할 것입니다. 내탕고에 들어갈 때 단단히 묶지 않으면 옆으로 흐르는 것이 있을 것 같아 준비를 했습니다.”

말은 이렇게 했지만 내가 어느 정도 챙길 거라는 것을 짐작한 것 같았다.

“잘 했다.”

난 그렇게 말하고 옆에서 나를 보고 있는 조철호 감찰어사를 봤다. 그는 지금 나를 보며 생각을 하고 있는 듯 했다.

‘내가 어떤 위인인지 살피려 함이다.’난 그런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조철호 감찰어사 역시 내가 위위 경에게 총애를 받고 있는 무장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는 눈치였다.저런 눈치를 보는 자는 생각 이상으로 처세에 밝은 인물일 거라는 생각이 나는 들었다.

‘말이 좀 통하겠군.’또한 감찰어사 조철호는 내가 요번에 위위 경을 도아 역신인 정중부를 잡는데 큰 공을 세웠다는 사실도 어느 정도 알고 있는 눈치였다.그리고 조철호가 나를 힐끗 봤다. 그리고 뭔가 머리에 번뜩 스치는 것이 있는지 고개를 끄덕이고 있었다.

‘이제야 감이 좀 오는 모양이군!’사실 내게 감찰어사의 자리를 준 것은 저번 역신을 잡은 일에 대한 일종의 보상과 같은 거였다. 공예태후가 내게 배려를 한 거라고 보면 되는 거였다.

‘챙길 수 있을 때 챙긴다. 그리고 그것을 이용해서 감찰 어사대를 장악한다.’호위대와 수사대를 내 사람으로 채워서 설치를 하는 것이 어사대를 장악하는 지름길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그곳에 들어가는 재물을 죽은 역신의 가산으로 한다면 나는 아무런 손해도 없이 이익만 챙기는 일이 되는 거였다.

“이제 가시지요. 선배님!”

내 말에 조철호는 나를 빤히 봤다.

“선배님이라고요?”

조철호는 내게 하대를 하지 않았다. 아니 누구도 지금 이 순간 이후로 내게 하대를 마음 편히 할 수 있는 자는 없을 것이다.

“말씀을 놓으십시오. 선배님! 이 후배가 민망합니다.”

“선배라?”

“감찰어사대에 먼저 직을 수행하고 계시니 선배님이지요.”

“그렇군요. 후배님!”

조철호도 고개를 끄덕였다. 난 이것으로 조철호와 나의 관계를 정리했다.

나는 그를 선배로 부를 것이고 조철호는 나를 조심히 후배님이라고 부르게 될 것이다. 그리고 조금씩 정을 쌓아 가면 나를 대신해서 어사대를 장악할 내 하수인으로 키울 생각을 했다.‘내가 가질 것 중에 조금은 떼어 너의 아가리에 처 넣어주지.’난 조철호를 내 사람으로 만들 생각을 했다.

“그래요. 갑시다. 후배님!”

“예. 선배님!”

난 그렇게 조철호를 보며 말하고 고개를 돌렸다.

“견룡들은 나를 따르라!”

“예. 행수어른!”

그 순간 우렁차게 대답을 했고 그 우렁참에 조철호는 순간 주눅이 드는 듯 했다.그리고 감찰어사 조철호와 나는 궁문 밖으로 나갔다. 감찰어사 조철호의 시종이 말고삐를 잡고 기다리고 있었다.감찰어사 조철호가 내게 말했다.

“후배님 먼저 말에 오르도록 하십시오.”

궁 안에서는 누구도 말을 타고 이동을 할 수 없기에 이렇게 밖에서 시종이 기다리고 있었던 거였다. 그리고 내 앞에도 견룡에 배속된 군마를 이끌고 견룡 하나가 서 있었다.

“예. 선배님!”

양보를 하니 마다할 것이 없었다. 난 바로 군마에 올랐다. 그러고 보니 조철호의 말고 내 군마는 비교도 되지 않을 정도로 차이가 났다.내가 타고 있는 군마는 거의 준마의 수준이었지만 조철호의 시종이 말고삐를 잡고 있는 말은 비루하기가 그지없었다.

“견룡은 감찰어사께 군마를 내어드려라!”

내 명령에 견룡 하나가 다시 빠르게 준마에 가까운 군마 한필의 말고삐를 잡고 다가왔다.

“여기 있습니다. 행수님!”

난 감찰어사 조철호를 봤다.

“이 말에 오르시지요.”

“이 말은 군마이지 않소이까?”

“공무를 수행함에 있어서 어떤 말을 타는 것은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을 합니다.”

내 말에 조철호도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지요.”

그리고 조철호도 조심히 말에 올랐다. 사실 일반 말과 군마는 사람 머리 하나 정도의 차이가 있었다. 그리고 조철호는 문신이었기에 말을 타는데 제법 힘이 드는 듯 했다. 사실 나 역시도 비슷하기는 했지만 다행히 내 사택에서 백화에게 말을 타는 법과 약간의 칼 쓰는 법을 배워 둔 것이 이렇게 도움이 되고 있었다.

“휴우! 참 군마라 크군요. 후배님!”

“예. 그렇습니다.”

감찰어사 조철호는 겨우 말에 오르고 나를 보며 말했다.

“이제 가시지요.”

난 그렇게 말을 하고 앞을 봤다. 여전히 견룡 하나가 말고삐를 잡고 있었다.

이것은 일종의 의식과 같은 거였다. 견룡행수를 보필하는 하나의 형태인 것이다.

그렇게 나와 견룡 그리고 감찰어사 조철호와 내 부탁을 받은 몇 명의 환관들이 죽은 정중부의 가산을 몰수하기위해 이동을 했다.나와 조철호가 역신으로 죽은 정중부의 저택에 이르렀을 때 역신으로 죽은 정중부 집안의 아래 위 사람들은 모조리 잡혀간 후였다.

물론 이 역시도 내가 미리 지시를 해 둔 상태였다. 그리고 그 집의 주변은 견룡들로 하여금 삼엄하게 지키고 있었다.나는 바로 말에서 내리며 환관들을 봤다.

“그대들은 하나도 빠트림이 없이 찬찬히 장부에 기록을 해야 할 것이다.”

“예. 감찰어사 나리!”

환관들은 나를 보며 부복을 하며 대답을 했다. 그리고 난 조철호를 봤다.

“사전조사를 해 보니 상장군으로 꽤 오래 자리를 차지하고 있어서 재물이 꽤 있는 것 같습니다. 필요한 것이 있으면 가지도록 하십시오.”

내 말에 조철호는 놀라 나를 봤다.

“뭐, 뭐라고요? 후배님!”

“감찰어사로 이것저것 쓰실 것이 많으시지 않으십니까? 하하하!”

내 웃음에 조철호는 더욱 놀란 눈빛을 숨기지 못했다. 사실 내게 이런 직위가 내려진 것은 공예태후가 나에게 챙길 것이 있으면 챙기라는 뜻에서 직위를 내려준 거라고 나는 생각을 했다.

뭐 따지고 보면 이곳에 있는 재물들을 전부 내가 가진다고 해도 황실이나 황제폐하는 내게 뭐라고 하지 않을 거라는 것을 나는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것은 착복이지 않습니까? 후배님!”

“그렇지요. 그렇지만 무장인 제가 왜 감찰어사의 직이 내려졌겠습니까? 황실을 보위한 것에 대한 보답입니다. 그러니 너무 염려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그렇군요. 후배님!”

그제야 조철호는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사실 그도 그런 생각을 이미 하고 있었던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제가 따로 챙길 것은 없고 수사대와 조사대를 창설할 재물 정도는 필요할 것 같습니다.”

“그런가요?”

난 그렇게 말하고 씩 웃었다.

“역신의 재물을 한 곳에 모아라!”

“예. 행수어른!”

견룡들이 짧게 대답을 했다.

“여기서는 감찰어사라 불러야지.”

“예. 감찰어사 나리!”

내 명령에 환관들이 움직이기 시작을 했고 환관들을 따르는 견룡들의 손길이 바빠졌다.채원의 장군방.채원은 자신을 찾은 이 광정을 보며 인상을 찡그리고 있었다.

“누추한 순검 군 장군방까지는 무슨 일이십니까? 대장군!”

채원의 말투에는 이죽거림이 가득했다.

“누추하기는요. 거사주역이신 대장군께서 계신 곳이 어디 누추할 수가 있습니까?”

이 광정은 비굴한 눈빛으로 채원에게 굽실거리며 말했다.

“거사의 주역이라고요? 내가요? 하하하! 겨우 3등공신인 제가 거사의 주역이라 지나가는 개가 웃겠습니다.”

채원은 대장군이 되기 전에도 자신보다 직급이 높았고 지금도 동급인 이 광정에게 하대를 하지 않았다. 그리고 그 자체가 이죽거림이라는 것을 영악한 이 광정은 알고 있었다.‘속이 좁은 놈!’이 광정은 속으로 채원을 욕했다.

“그 모든 것이 위위경이 욕심이 많고 채원 대장군을 경계하기 때문이지 않습니까?”

이 광정의 말에 채원은 인상을 찡그렸다. 사실 이 광정이 위위경이 된 이의방의 사람이라는 것을 채원도 잘 알고 있었다. 그런데 지금 자신의 앞에 와 있다는 것도 신기할 뿐이었다.

“위위경이 욕심이 많다?”

“그렇습니다. 대장군! 사실 따지고 보면 이고 대장군은 물욕과 권력욕이 없는 무장이고 다른 노장들은 그저 자리만 채우는 자들이니 경계를 해야 할 사람은 오직 채원 대장군뿐이지요.”

“그 말을 왜 내게 하는 겁니까?”

채원은 이 광정을 노려보며 물었다.

“저도 저의 처분이 불만스러워 이러는 것입니다.”

“처분이 불만스럽다?”

“그렇습니다. 그래도 명색이 대장군인데 저는 공신의 첩지를 받지 못했습니다. 위장 따위도 5등 공신의 첩지를 받았는데 저는 받지 못한 것이 말이 됩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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