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간웅 8권 -- >
“두렵다기보다는 우리는 우리의 일을 다 하자는 거지.”
“참으로 딱하십니다. 딱해요.”
이 순간 나는 두 감찰어사의 어투를 보고 하나는 유한 성격으로 소나무와 같고 하나는 문극겸과 같은 대쪽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둘을 잘 이용하면 되겠군.’난 그런 생각을 했다.
“그만 두시게. 유 참질. 칙서로 내려진 황명일세. 어사대가 따르지 않는다면 누가 따르겠나?”
“무부들이 내린 칙명이지요.”
화를 내고 있는 자 이기는 해도 머리가 아예 없는 것 같지는 않았다.
“자네는 목이 몇 개라도 되는가? 왜 그렇게 말귀를 못 알아들어. 무부라니 이제 그런 소리를 했다가는 목이 몇 개라도 되지 않네.”
“그러십니까? 박 참질 어르신!”
유 참질이 인상을 찡그렸다. 그의 표정에는 비굴함보다 원통함이 가득했다.
“우리라고 어찌 하겠나?”
“이제 왜 문벌 귀족들의 시녀가 아니라 무부들의 시녀로 어사대가 전락을 하는 겁니까?”
다시 유 참질의 말에 뼈가 날카로웠다. 그리고 그때 내가 어사대 집무실로 들어섰다. ‘내가 등장을 하면 소스란 히 놀라겠군.’그리고 정말 내가 들어서자 9명의 감찰어사들은 놀라 기겁을 했다.
‘저런 것들이 감찰어사가 참질이라니 참! 그러니 문벌 귀족들의 시녀라는 소리만 들었지.’사실 무신정변 이전까지는 권력을 가진 문신들의 주구 노릇을 한 것이 어사대이고 감찰어사라고 할 수 있었다.그저 권력자들의 정적이나 권력자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황제께 간언을 하는 자의 비리를 찾아내는 일이 전부인 어사대다보니 권력자의 측근인 나를 보고 지금 놀라는 것이다.
난 속으로 저들을 조롱하면서도 두 참질에게 공손히 허리를 숙여 목례를 했다.
“이번에 감찰어사로 직을 받은 견룡행수 이 회생이라 하옵니다. 참질 어른!”
나는 이 순간 견룡행수라는 말을 빠트리지 않고 말했다. 이것은 은근히 저들을 위협하기 위함이었다.'견룡행수라는 말 한마디에 기가 죽는군.'내가 공손히 목례를 하며 예를 보이자 놀란 표정을 애써 감추고 나를 찬찬히 봤다.
“그러신가? 나는 박태경이라고 하네. 직은 참질이라네.”
난 힐끗 박태경이라는 참질을 봤다. 부드러운 성격으로 지금까지 유 참질이라는 자의 투정을 다 받아준 그인 것 같았다.
“그렇사옵니까? 이 회생이라 하옵니다.”
“만나서 반갑네.”
“예. 저도 뵙게 되어 영광이옵니다.”
“뭐 영광까지 있겠나? 이야기를 들으니 견룡행수도 겸직을 하고 있으니 감찰어사의 직을 수행하기가 쉽지 않겠군.”
박태경 참질은 부드럽게 말을 하면서도 내가 어사대에 오는 것을 탐탁지 않다는 투로 말했다. 다시 말해 그의 말투에는 가서 견룡행수나 하면서 이 감찰어사의 직위는 달고만 있으라는 투로 말하는 것 같았다.역시 부드럽다고 해서 약한 것이 아니었다.
“그렇기는 하옵니다. 만은 황명인지라 충심을 다해 행할까 하옵니다.”
“충심을 다해,,,,,,,.”
박태경 참질은 살짝 인상을 찡그렸다.그리고 지금까지 나를 욕하던 유 참질이라는 자는 나를 여전히 노려봤다.
“그래 무신이 무엇을 할 수 있어 이 감찰어사가 되었는가?”
이것은 나에 대한 도발이었다. 나를 무부라고 부르고 싶겠지만 차마 그렇게 부르지 못하고 무신이 무슨 식견이 있어서 감찰어사를 할 수 있냐는 투로 말하고 있었다.
이래서 어디를 가나 낙하산은 적이 생기는 모양이다. ‘나를 도발해?’나는 속으로 괘씸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겨우 권력자들의 시녀에 불과한 것들이,,,,,,.’난 속으로 유 참질이라는 자에 대해 욕을 했지만 겉으로는 담담한 눈빛으로 유 참질을 봤다. 뭐든 일침을 가할 때는 이리 담담해야 한다.
“무엇을 하셨기에 그리 당당하십니까?”
내 말에 순간 두 참질은 놀라 나를 봤고 유 참질은 분기를 참지 못해 나를 노려보며 탁자를 두 손으로 힘껏 내려쳤다.탁!
“뭐라? 뭐라 했느냐? 네가 아무리 위위경의 측근이라고는 해도 분명 직급이 아래고 평 감찰어사이거늘 두 참질에게 이렇게 무례할 수 있는 것이냐?”
나를 도발하려고 했던 유 참질이 내게 도발이 되는 순간이었다. 이렇게 된다면 이 담판은 내가 이긴 거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무엇을 할 수 있는가 하셔서 여쭈는 것입니다.”
“으음,,,,,,.”
박 참질은 그냥 신음을 했다.
“지금까지 참질로 무엇을 하셨습니까?”
“이 자가 점점!”
“들으려고 한 것은 아니나 무부라고 하셨지요. 맞습니다. 저는 한낱 무부이옵니다. 무부가 감찰어사가 되어 자존심이 상하십니까?
""이보게 자네!"
"그런데 어찌합니까? 무부도 할 수 있는 감찰어사로 전락을 한 것은 아무 것도 하지 않고 그냥 거드름만 피우신 감찰어사들 때문이지 않습니까?”
일침을 가할 때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후일을 염려하지도 않고 해야 한다. 마치 배수의 진을 치듯 해야 하는 것이다.
“지금 말을 다 했는가? 이 어사!”
유 참질이 처음으로 나를 어사라 불렀다. 이것은 내 말을 통해 이미 기가 죽었다는 의미였다. 내가 스스로 견룡행수라고 밝혔으니 자신보다 직급이 낮은 감찰어사로 불러 나를 누르려는 심산인 듯 했다.
“아닙니다. 더 할 말이 많습니다."
"더 많다?"
"그렇습니다. 감찰어사가 직분이 무엇입니까? 백관을 비리를 감찰하고 그 행동을 관찰하고 사찰하는 것이 아닙니까? 만약 감찰어사들이 그 직분을 다했다면 오늘 같이 무부들이 득세를 하는 경우는 없었겠지요. 신세를 한탄하고 세월을 한탄하는 것은 소인배가 할 일입니다. 그렇지 않사옵니까?”
난 말을 마치고 두 참질을 노려봤다.
“그, 그 말은,,,,,,.”
“무부도 보는 눈은 있사옵니다. 어사대가 어떤 역할을 했는지 저는 똑똑히 보았습니다. 이제는 제가 이곳에 온 이상 그렇게 되는 것은 두고 보지 않을 것입니다. 그게 제가 이곳에 내림승차를 한 이유입니다.”
난 스스로 나를 낙하산이라고 말했다. 이것은 여러 가지 의미를 담고 있는 말이었다.
“그것이 이유라고 했는가?”
박 참질이 나를 물끄러미 보며 말했다. 그는 지금 내가 말한 말 중에 하나의 뜻을 찾아낸 것이다.
“그러하옵니다. 위위 경께서는 어사대가 본분을 다하기를 바라십니다.”
“으음,,,,,,.”
내 말에 박 참질은 인상을 찡그렸다.
“왜 다시 권력자의 시녀로 내려가신다고 생각이 드십니까?”
그 순간 박 참질이 나를 노려봤다.
“못 하는 말이 없군."
"못 하는 말이 없는 것이 아니라 하지 못했던 말을 하는 것이옵니다. 두 참질 어르신!"
"으음,,,,,,.:박 참질이 다시 한 번 신음소리를 냈다."이제 자네도 감찰어사라면 이제는 그런 소리를 해서는 안 되지.”
나의 일갈에 이제는 나를 감찰어사로 여기는 듯 했다. 물론 그것은 나 듣기 좋으라고 하는 소리일 것이다.
“그런 일은 없을 것이옵니다.”
“그런 일은 없다?”
“그렇사옵니다. 무신이든 권력자이든 비리가 있는 자는 찾아내어 죄를 물을 것이옵니다.”
“죄를 묻는다? 아주 공명심이 철철 넘치는군! 지금 이 상황에서 그것이 가능하다고 보는가?"가만히 듣고 있던 유 참질이 나를 쏘아보며 말했다.
“왜 못할 것 같사옵니까?”
“할 수 있나?”
“예. 제가 감찰어사 두 분만 붙여 주시면 황궁에 불을 지르고 각종 뇌물을 받고 내탕고를 착복한 채원을 조정에서 찍어내겠습니다.”
순간 내 말에 어사대는 기겁을 하며 싸늘해졌다. 무부라고 생각을 한 내게 제일 먼저 어사대에 들어와 하겠다는 것이 무신정변의 핵심세력인 채원을 찍어내겠다고 하니 놀라운 거였다.
“위위경의 뜻인가?”
아직 이들은 이 말을 통해 권력자의 눈치를 보는 버릇을 고치지 못한 것 같았다.‘나를 위함이지.’난 그렇게 생각을 하며 두 참질을 봤다.
“누구의 뜻도 아닌 감찰 어사대의 뜻입니다.”
난 다짐을 하듯 말했다.감찰어사대의 뜻!이 말을 통해 감찰어사들의 마음이 불타기 시작할 것이다. 권력을 가졌다고 부러워보지만 지금까지 하수인에 불과했던 그들이기에 내가 한 말은 자신들의 가슴을 뜨겁게 만들 것이 분명했다.그렇지 않다면 저들은 그저그런 소인배에 불과할 것이다.
“그 말 진심인가?”
유 참질이 나를 보며 말했다.
“그렇습니다. 권력자의 시녀가 되는 것이 아니라 권력자의 비호를 받아 이 조정의 어사대가 쇄신을 해 나가는 것입니다.”
“우리가,,,,,,.”
이것이 바로 저들의 꿈일 것이다. 난 그들의 꿈을 실현시켜 주면서 내가 가지고 싶은 것을 얻을 생각을 했다.조정이 깨끗해지면 나도 나쁠 것이 없었다. 그리고 또 주어진 힘은 이렇게 쓰라고 있는 거였다.
“하지만 채원을 찍어내는 것은 쉬운 일은 아니네.”
“그렇습니다. 그러니 두말도 못할 비리를 찾아내야 합니다.”
“비리를 찾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무마시키지 못하게 해야 하는 게 중요하지. 어디 힘 있는 자들이 죄가 없어 조정 요직에 앉아 있었나?”
유 참질의 말투는 조금은 부드러워진 것 같았다.
“말을 못하게 하면 됩니다.”
“말을 못하게 한다?”
두 참질은 놀라 나를 봤다.
“참! 정신 좀 보게 앉으시게. 이 어사!”
처음으로 내게 앉아라고 자리를 내어줬다. ‘참 이 자리에 앉는 것도 이리 힘이 드네.’난 속으로 피식 웃고 내어준 자리에 앉았다. 정말 나는 말 하나는 누구보다 잘 하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감사합니다. 유 참질 어른!”
나를 무부라고 말을 하던 유 참질이 내게 자리를 내어주니 속으로 웃음이 나왔다.
“제가 모든 것은 책임을 지겠습니다. 두 참질 어른과 나머지 감찰어사님들께서는 은밀히 채원과 채원의 수하들이 저지른 죄만 찾아내 주시면 되는 것입니다.”
“자네가 다 알아서 한다?”
박 참질이 나를 빤히 보며 물었다.
“저의 또 다른 직이 견룡행수이지 않습니까?”
내 말에 이 자리에 모인 두 참질과 감찰어사들은 기겁을 했다.
“그 말은,,,,,,.”
“제가 이 감찰 어사대에 있는 한 누구도 어사대를 쉬이 보지 못하게 할 것이옵니다.”
이것은 공포요. 나를 따르라는 압력이었다.
“누구도?”
“그러하옵니다. 감찰어사들께서 백관들의 비리를 조사하시면 그것을 제가 응징하지요.”
그제야 나머지 감찰어사들도 고개를 끄덕였다.
“그게 가능하겠는가?”
박 참질이 신중하게 내게 다시 물었다.
“밑져야 본전 아니십니까? 어사대가 지금보다 더 나빠질 일도 없으니 한 번 이 소장을 믿어보십시오.”
“그렇지. 더 떨어질 치욕도 없지.”
사실 감찰 어사대는 무척이나 괄시 아닌 괄시를 받았다. 다른 이들은 그들이 무소불위의 권력을 사용하고 있다고 보지만 진정한 힘을 써 본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오직 권력자들이 하기 귀찮은 일을 대신하는 시녀의 역할만 해 왔던 어사대니 지금 이 순간 내가 하는 말이 귀에 쏙쏙 들어오는 거였다.
“알았네. 우리가 채원의 비리와 악행을 조사하지.”
유 참질이 나를 보며 말했다.
“예. 제가 견룡을 지원하겠습니다.”
순간 다시 감찰어사들이 놀라워 나를 봤다.
“견룡을 지원한다고?”
“그렇습니다. 위험한 일에 신변의 보호가 없다면 누가 위험한 일을 맡으려 하겠습니까?”
그제야 모두 다 고개를 끄덕였다. 사실 어사대에도 병졸들이 있기는 했다. 하지만 그들의 수가 30이 되지 않았고 또 각 군영에서 차출한 인물들이라 쉬이 믿을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한 마디로 내가 오기 전까지 총체적 난국에 처해 있던 것이 바로 감찰 어사대인 거였다.
“그렇지. 그래.”
“그리고 제가 위위 경께 말씀을 올려 감찰 어사대에 직속 호위대와 조사대를 신설해 달라고 하겠습니다.”
내가 말을 할 때마다 어사대 감찰어사대는 놀라 나를 봤다.
“그게 가능하겠나?”
“예. 권력자가 저희를 이용하는 것이 아니라 저희가 권력자를 이용하는 것입니다. 앞으로.”
“이 모든 것이 위위경의 뜻인가?”
이것이 두 참질의 마지막 질문 같았다.
“황제 폐하의 뜻입니다.”
난 두 참질을 뚫어지게 보며 말했다. 물론 거짓말이다. 하지만 이 거짓말이 완벽한 거짓말은 아닐 것이다.감찰어사의 직분은 조정의 백관을 감찰하고 사찰하여 그 죄를 찾고 벌하는 것이니 그러기 위해서 준비를 하는 것은 모두 황제폐하의 뜻인 것이라고 유권해석을 해도 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황, 황제폐하의 뜻?”
“그렇습니다. 또한 위위경의 허락도 있을 것입니다.”
난 있다고 말을 하지 않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렇게 말한 것은 내가 이 감찰 어사대에서 입지를 강화시키기 위함이었다.‘조사대와 호위대가 신설이 되면 내 사람으로 채운다.
’난 두 참질과 나머지 어사대를 보며 씩 웃었다. 이것이 바로 내가 지금 내 사택에서 양성하고 있는 자들을 은밀히 궁에 침투시키는 하나의 방법이었다.'이제 시작이야! 황궁을 내 영역으로 만들어주지.'난 나도 모르게 어금니를 꽉 깨물었다.
“알았네. 조사를 하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