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간웅-160화 (160/620)

< -- 간웅 8권 -- >

“그렇습니다. 하지만 태후마마께는 옆에 두고 부릴 수 있는 그 아이가 있지 않습니까?”

“회생을 말하는 것입니까?”

태후의 말에 강일천은 고개를 끄덕였다.

“예. 그러니 이제 심려를 거두십시오.”

“그래도 겨우 낭장인 것을,,,,,,,.”

태후는 군부에 대해 잘 알지 못했다. 그리고 지금 회생이 내려앉은 견룡 군 행수인 낭장의 자리가 얼마나 후일 크게 힘을 쓸지 모르고 있었다. 하지만 30년을 군문에 있던 강일천은 왜 회생이 낭장이 되었는지 알 것 같았다. ‘그 아이가 가장 위험한 아이지.’강일천도 태후처럼 인상을 찡그렸다.

“그 아이만 변하지 않는다면 고려의 황실은 무탈할 것이옵니다.”

“그런가요? 참지정사!”

“그렇습니다. 낭장의 자리가 직급이 낮다고는 하지만 낭장방이라는 의결 기구가 있습니다. 그곳에서 208명의 낭장들만 손에 넣는다면 이 군부를 실질적으로 통제할 자는 바로 회생이 되는 것입니다.”

참지정사 강일천의 말에 태후는 놀라 강일천을 빤히 봤다.

“그, 그렇습니까?”

“예. 태후마마! 모든 군부에 있는 낭장들이 회생에게 힘을 실어준다면 이 고려의 군부는 회생이 장악할 수 있습니다.”

그제야 공예태후는 안심이 되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회생이 그렇게 하려면 많은 재물이 있어야 할 것인데,,,,,,.”

재물은 귀신도 부린다는 것을 태후는 잘 알고 있었다.

“하찮은 재물이야 그 아이가 모을 것이니 너무 걱정하지 마십시오. 또한 제가 힘이 되어 줄 것입니다.”

“힘이 되어 주신다고요?”

“이제 제 자리도 찾았으니 저의 집안도 단속을 해야지요.”

참지정사 강일천은 그리 말하고 머릿속으로는 백화의 얼굴을 떠올렸다.

“설마,,,,,,.”

참지정사 강일천의 말에 태후는 잠시 놀랐다.

“그렇습니다.”

“서로의 앙금이 풀리려면 참으로 힘이 드실 것입니다.”

“그렇습니다. 태후마마! 아비를 아비라 부르지 않으니,,, 사실 아비인 제가 인정을 하지 않았으니 그 아이가 더 서러웠을 것입니다.”

강일천의 솔직한 말에 태후는 다시 한 번 놀랐다.

“그 풍문이 사실이었군요.”

“그렇습니다. 이제는 모든 것을 풀어야 할 것 같습니다. 그래야 그 아이의 힘이 되어 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사실 강일천은 대지주이면서 대 부호라고 할 수 있었다. 처음부터 물욕이 없었기에 자신이 가지고 있는 것을 과시하지 않았지만 이 고려의 제일 명문가이니 개경에서 남경을 볼 때 그의 땅이 아닌 곳이 없다고 할 정도였다.

남경은 곡창지대이다. 멀리 전라도만큼은 되지 않으나 상당한 곡물이 소출되는 곳이었기에 그 땅의 힘을 위해 힘을 키우기 충분했다.

그런 곳을 지금 강일천은 누군가에게 내어주려 하는 거였다. 물론 그것은 무엇보다 하나가 이행이 되어야 가능한 일이기도 했다.

“하지만 꽤나 오래 걸리는 일이지 않습니까? 참지정사!”

“그렇습니다. 태후마마! 하지만 심려하시지 않으셔도 됩니다. 회생이라는 그 아이가 감찰어사까지 차고앉았으니 스스로 재물을 품에 넣을 것입니다.”

강일천의 말에 태후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군요. 그럼 역신 정중부의 가산이 몰수가 되는 것부터 시작이겠군요.”

“그렇습니다. 그리 욕심이 많은 아이가 아니니 인심을 잃지 않을 것입니다.”

“하지만 용호군을 잃었다는 것이 저는 걱정입니다.”

태후는 여전히 용호군을 자신의 영향력에 두지 못하는 것이 신경이 쓰이는 것 같았다.

“걱정 마십시오. 태후마마! 이고가 아직 군부의 식견이 부족하니 저의 부장의 도움을 받게 될 것입니다. 그러니 한 동안은 걱정하시지 않으셔도 되옵니다.”

강일천은 최대한 공예태후를 안심시키기 위해 노력했다.

“그 동안 이고를 제 사람으로 만들어야겠군요.”

태후는 이고를 옆에 두려고 했다. 그것이 이제는 거대한 권력이 되어가고 있는 이의방을 막을 수 있다고 생각을 했다.

“그러셔야 할 것입니다. 이제 곧 이의방의 권력이 하늘을 찌를 것입니다. 그러니 후일 어떻게 이의방이 변할지 모릅니다.”

강일천도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 태후와 강일천은 날이 밝도록 걱정에 걱정을 더했다. 태후는 조정과 황실을 걱정했고 그런 태후를 보며 강일천은 태후를 걱정했다.

정말 이보다 더 지고지순한 사모는 없을 것이다. 견룡 군 군막.이 황궁에 오직 채원의 순검 군과 이제는 나의 부대가 된 견룡 군만이 황실에 군막을 설치하고 있었다. 하지만 이 둘의 차이는 분명 있었다.

채원의 순검 군이 황궁 외곽에 군막이 설치되어 있는 것에 비해 황제의 친위대라고 할 수 있는 견룡들은 대전 전각이 바로 보이는 작은 전각에 군막을 설치하고 있었다. 이것 역시 내가 견룡이 되고자 하는 이유 중에 하나였다.

사실 견룡군은 용호군에 소속되어 있는 황제의 친위대였다. 그런데 그것을 의종이 따로 독립시켜 견룡군으로 편성을 했다. 나는 군막 상석에 앉아 물끄러미 견룡 군 교위들을 봤다.

20인의 교위들 다시 말해 위장들이 있었다. 교위들은 20명의 병사들을 통솔한다.

그 아래 10명의 통솔하는 대정 둘을 거느리고 있으니 도합 견룡은 400명에 해당되고 또한 견룡행수가 친히 지휘를 하는 100명의 있으니 총 500이 건룡군의 병력인 거였다. ‘500명 작지는 않군!’난 그렇게 생각을 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500의 견룡들이 모두 황궁에 위치해 있는 것은 아니었다.

황궁에 숙직을 할 수 있는 건룡은 최대 200을 넘지 않는 것이 관례였다.그러니 내가 이 황궁에서 위급한 일이 있을 때 동원할 수 있는 병력의 수는 200명인 것이다.

나는 그런 생각을 하며 다시 견룡을 봤다.‘나를 그리 탐탁지 않게 여기는 눈빛이군!’그도 그럴 것이다.

최고 권력자로 급부상한 이의방이 지휘하는 부대에서 내가 지휘하는 부대로 바뀌니 저렇게 실망을 하는 거였다. 그리고 저들의 눈빛에는 여전히 이의방에게 대한 충성심이 그대로 담겨 있었다.‘이의방의 영향력부터 희석을 시켜야겠군.’이게 내가 견룡을 장악하기 위해 첫 번째로 해야 할 일이었다.

‘차곡차곡 처 먹이면 되겠지.’아가리에 재물을 쑤셔 넣는 것만큼 따르게 하는 것은 없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이것이 바로 채원의 방법이다.

채원이 그렇게 재물을 탐하는 것은 자신의 수하들이라고 할 수 있는 순검군에게 나눠줄 것을 얻기 위한다는 것은 나는 너무나 잘 알고 있었다. 그리고 채원이 주니 순검 군들은 득이 될 것이고 그에 대한 답으로 충성으로 답하고 있는 거였다.

“내가 바로 오늘부로 이 견룡행수의 인을 받은 회생이다.”

난 최대한 근엄하게 교위들을 보며 말했다.

“예. 행수어른!”

우렁찬 목소리로 20여명의 교위들이 답을 했다.‘우선은 이의방을 업고 가야겠지.’난 그런 생각을 했다. 여전히 저들은 이의방에게 충심이 가득한 눈빛이었다. 그러니 나는 다들 알고 있는 내 입장(?)을 최대한 이용할 참이다.

“위위경이신 내 장인께서 왜 나를 견룡 군 행수로 보냈는지 잘 알아야 할 것이다.”

순간 이의방의 이름이 거론이 되지 나를 향한 탐탁지 않은 눈빛이 수그러들었다.

“이곳은 위위경님의 핵심 부대라는 것을 잊지 마라.”

“예. 회생 행수 어른!”

일제히 나를 행수 어른이라고 불렀다. 이것은 또 한 번의 호가호위일 것이다. 하지만 이것은 오래 가지 않을 것이다. 나는 조금씩 내 사람을 통해 이 견룡을 내 이름으로 장악할 테니 말이다.

“그런데 옆에 있는,,,,,,.”

나와 가장 가까이 있는 교위 하나가 내 뒤에 서 있는 왕준명의 정체가 궁금하다는 듯 물었다. 사실 궁금도 할 일이었다. 지금 왕준명은 여전히 문신의 관을 쓰고 있으니 이런 반응이 나오는 거였다.

“오늘부로 나와 함께 견룡 군에 보직된 문관출신의 책사다.”

내가 말을 했지만 정말 말도 안 되는 말이었다. 그리고 왕준명도 놀라 나를 빤히 봤다.

“직급은 산원이니 무례함이 없어야 할 것이다.”

“예. 회생 행수 어른!”

견룡 군이 다시 우렁차게 대답을 했다. ‘책사라? 책사의 구실을 할 수 나 있을까?’나는 무예라고는 익혀보지도 않았을 왕준명을 나의 책사로 쓸 수 있을지 시험해 보고 싶었다. 그리고 지금 이 순간 책사라고 직분을 받은 왕준명은 나를 뚫어지게 보고 있었다.

“순시를 하시겠습니까?”

교위 하나가 내게 말했다. 건룡 행수가 바뀌고 바로 이들은 내가 견룡대를 순시를 할 수 있도록 준비를 한 모양이다.

“순시?”

“예. 준비를 해 났습니다. 지금 이 궁에 있는 견룡이 200명이지만 동문 뒤편 야지에 300명이 더 있습니다.”

역시 내가 예상한대로 총 500의 견룡 군이었다.

“그렇게 하지.”

난 그렇게 군막을 떠나 견룡 군을 순시했다. 그리고 그 순시가 끝나는 순간 나는 왕준명을 봤다.

“왕 산원!”

내 물음에 왕준명은 뭐라고 대답을 해야 할지 몰라 머뭇거렸다. 아직까지 무신의 직명이 귀에 익지 않는 것 같았다.

“예. 행수어른!”

“나는 견룡 행수이기도 하지만 감찰어사다. 지금 즉시 50여명의 견룡과 함께 역시 정중부의 가산을 몰수할 것이다. 그러니 준비를 하라.”

“예. 행수어른!”

여전히 정신이 없는 왕준명에게 단편 명령이라고 할 수 있는 명령을 내리고 나는 돌아섰다. ‘어떻게 준비를 하는 지 보자.’

“나는 어사대에 다녀 올 것이다.”

“예. 행수 어른!”

20여명의 교위들이 짧게 대답을 했다. 그리고 지금 이 순간 20명의 교위들이 모두 이곳에 와 있다는 것은 동문 밖에서 견룡을 통솔하고 있는 하급 무장들이 아무도 없다는 말이 되는 거였다.

“숙번을 서고 있는 견룡을 제외하고는 모두 동문 견룡 막사로 돌아가 훈련에 집중을 해라.”

“예. 행수어른!”

다시 우렁차게 대답을 했다. 물론 이들이 이렇게 나를 따르는 것은 이의방 때문일 것이다.

‘그러니 최대한 빠르게 견룡 군에서 이의방의 흔적을 지워야 한다.’난 입술을 지그시 깨물며 어사대로 향했다.

어사대는 국초의 사헌대(司憲臺)를 995년(성종 14)에 어사대(御史臺)로 고치면서 처음으로 설치하였다. 문종 때에 종6품의 10인으로 정비되었고, 1202년(신종 5)에는 그 중 2인을 올려서 참질(參秩, 參上)로 하였다.

감찰어사는 대관(臺官)의 일원으로서 백관(百官)의 규찰(糾察)과 제사(祭祀)·조회(朝會)·전곡(錢穀)의 출입 등을 감찰하는 임무를 수행하였다. 다시 말해 나 역시 왕준명과 같이 무신이면서 문신의 직을 가지고 있는 거였다.

그것도 대관의 일원으로 말이다. 참으로 이것은 어깨에 큰 힘이 오르는 거였다. 또한 어사대에서 미리 조사를 해 놓은 수많은 부정부패를 통해 내가 얻을 것이 많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나는 지금 어사대로 발걸음을 재촉하는 거였다.

‘그곳에 가면 채원의 비리가 가득하겠지.’난 나도 모르게 씩 웃었다.‘힘이 있으면 죽이고 명분을 찾으면 그만이다.

’9. 감찰어사 이 회생!어사대가 집무실로 쓰는 전각.무신정변 이전까지만 해도 어사대는 무소불위의 힘을 사용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원래 부여된 임무가 백관을 감찰하는 것이니 그 힘이야 말로 실로 가공했다. 하지만 여기서 문제가 있으니 그 무소불위의 힘도 문벌귀족들에게는 해당되지 않는다는 거였다.

현실로 따진다면 검찰청 중에서도 특검과 같은 위치였으나 언제나 특검이라는 것이 정치권의 시녀노릇을 한 것처럼 고려 조정의 어사대도 그와 다를 것이 없었다.그렇기에 어사대에서 직을 수행하고 있는 10인의 감찰어사들은 무척이나 불만이 팽배했다.

권력자의 시녀!내가 살았던 곳에서나 이 고려나 감찰을 하는 자들은 그렇게 불리는 것이 신기할 뿐이었다.일반적으로 고려는 조정대신들을 감찰하는 어사대가 존재했고 치안을 담당하는 순군이 존재했다.

순군은 국내치안을 담당한 경찰의 직분을 맡았으며 지금의 경찰청과 같다. 그리고 황궁의 치안을 것이 바로 채원이 장악을 하고 있는 순검 군이었다.이 두 관청이 있으나 모두 다 권력의 하수인으로 전락한지 오래였다. 그리고 또 어사대는 또 다른 불만으로 가득 차 있었다.

한낱 무부에 불과한 내가 종 6품 감찰어사가 된 것이 그들이 가지게 된 불만이었다.자존심만 가득한 자들에게 겨우 위장이었던 자가 감찰어사가 되니 불만을 넘어 분노까지 쌓이는 걸 거다.

“이게 말이 된다고 생각을 하십니까?”

중년의 감찰어사 하나가 9인이 모여 있는 집무실 안에서 마치 울분을 터트리듯 소리를 쳤다. 울분을 터트릴 수 있다는 것은 성격이 강직하다고 할 수도 있으니 자신의 마음을 숨기지 못한다는 것이기도 했다. 또한 저렇게 하고 싶은 말을 다하는 자는 항상 명이 짧기 마련이었다.

“조용히 하게.”

“조용히 할 일입니다. 아무리 어사대가 힘을 쓰지 못한지가 수십 년이라고는 하지만 겨우 한낱 무부 따위가 이렇게 감찰어사가 된다는 것이 말이 됩니까? 9품 위장에서 6품 감찰어사라니요. 그것도 문신이 아니라 무부가 그렇게 승차를 하다니요. 이것은 저희 어사대를 너무나 무시하는 처사이옵니다.”

정말 어디다가 개처럼 짖고 으르렁거리는 자는 존재하는 법이다.

“허나 황명이지 않나? 황명!”

“황명이라고요? 그것이 모두 간악한 무부들이 우리를 감시하기 위하고 자신들의 죄를 덮기 위함이라는 것을 왜 모르십니까?”

날이 선 것처럼 말을 하는 감찰어사의 말투에는 비장함까지 서려 있는 듯 했다.

“그렇다고 어찌 하겠나? 우리야 본분을 다 해서 일할 뿐이지.”

“하지만 그래도 겨우 위장이었던 자가 6품 감찰어사라니요. 이게 말이 되는 일입니까? 감찰어사는 대대로 문신들이 해 왔던 일입니다. 겨우 무부 따위가 내려앉을 자리가 아닙니다.”

“위위경의 최측근이라고 하지 않나?”

하나는 씩씩거리며 화를 내고 있고 또 하나는 어떻게든 그를 달래려고 하고 있는 듯 했다.나는 도둑고양이처럼 그 이야기를 밖에서 듣고 있었다.

사실 지금 화를 내며 내가 감찰어사가 된 것에 불만을 가진 자를 괘씸하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그래도 감찰어사가 되어 그 정도의 불만과 분개는 있어야 한다는 생각도 들었다.‘무슨 소리를 하는지 들어나 보자.’난 더욱 복도에서 죽이고 섰다. 그리고 내가 그렇게 하니 백화와 홍련도 숨을 죽이는 것 같았다. 하지만 백화는 나를 업신여기는 감찰어사의 어투에 화가 나 있는 듯 했다.

“그래도 이것은 아니지요. 무부들이 이렇게 판을 친다고 해도 백관을 감찰하는 어사대까지 내리승차를 시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입니다.내리승차!현대의 말로 표현한다면 권력자의 힘에 의해 보직이 되는 낙하산 같은 말이라는 것을 난 알게 됐다.

그러고 보니 어디를 가든 어느 시대든 낙하산은 이렇게 욕을 먹는 모양이다.

“물론 그렇지만 지금은 무신들의 시대이지 않나?”

“그게 두렵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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