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간웅-157화 (157/620)

< -- 간웅 8권 -- >

“황제폐하! 만세~”

“황제폐하~ 만만세!”

명종의 속도 모르고 황제 등극을 축하하는 만세소리가 대전전각에 울렸다.강화도 아담하고 정갈한 전각.의종은 차분히 바다가 보이는 대청에 앉아 자신의 앞에 찻상을 놓고 아침의 바닷바람을 즐기고 있는 듯 했다.

“오늘인가?”

상황제가 된 의종은 옆에서 부복을 하고 있는 환관에게 물었다.

“무슨 말씀이시옵니까?”

“오늘이 내 아우님의 등극식인가?”

상황제 의종은 만감이 교차하는 눈빛으로 다시 물었다.

“송구하옵니다.”

“그러하군.”

“그렇사옵니다.”

환관의 말에 의종은 그저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마시던 찻잔을 차분히 찻상에 놓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어디를 가시나이니까?”

“따르려거든 멀리 떨어져라.”

스스로 죄인이라고 생각을 하고 있는 의종이기에 어느 순간이든 혼자 있을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는 의종이기도 했다.

“송구하옵니다. 황제폐하!”

환관의 목소리에도 비릿한 바닷바람처럼 축축하게 먹먹했다.

“으음,,,,,,.”

의종은 한숨을 한 번 쉬고 나서 망망대해를 보며 백사장을 걸었다. 그가 걷는 족적 한 걸음마다 회한이 꾹꾹 백사장에 눌려 찍혔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밀려드는 파도가 의종이 회한으로 찍어 누른 족적을 흔적도 없이 지워버렸다. 이것이 의종의 현실일 것이다.

“아우님! 정신 똑바로 차리셔야 할 것이요. 황궁은 극락이라기보다는 무한 지옥이니 말이오.”

의종은 그렇게 중얼거리며 다시 의미 없는 눈빛으로 망망대해를 물끄러미 그것도 아주 오랫동안 지켜봤다.대전 편전 안.오늘 드디어 황제로 등극하고 공포를 한 명종이 근엄하게 옥좌에 앉아서 머리를 조아리고 있는 문무백관과 거사 주동자들을 만감이 교차하는 눈빛으로 보고 있었고 그의 옆에 서 있는 나의 스승님이신 환관 최준 어른이 황제의 칙서를 크게 읽고 있었다.

이의방을 필두로 해서 이고와 채원 그리고 무신정변의 주역들은 이 순간만은 사나운 눈빛을 거두고 자신들에게 내려질 칙서가 궁금하다는 듯 경청을 하고 있었고 진준, 기탁성, 양탁과 다른 대장군들도 이의방의 눈치를 한 번 보고 최준 어르신이 황제를 대신해서 공포하는 칙서의 내용에 기를 기울였다.또한 윤인첨과 조영인 그리고 한문준과 문극겸과 이준의 등 조정신료들도 차분히 서서 칙서의 내용을 듣고 있었다.

이 순간 칙서의 모든 내용을 알고 있는 이의방과 나만이 짐짓 점잔을 빼며 우리는 논공 때문에 거사를 한 것이 아니라는 표정으로 차분히 앉아 있었다.정중부가 참살을 당한 지금 이번 논공의 첫 시작은 용호군 대장군 강일천으로부터 시작을 했다.

“용호군 대장군 강일천은 용호군대장군의 직을 거두고 참지정사로 명하고 제 1등 공신으로 하며 5만호의 식읍을 영지로 내린다.”

난 처음 이의방의 이름이 거론될 거라고 생각을 했다. 아니 이 편전에 모인 모든 조정신료들은 그렇게 생각을 했다. 하지만 이의방이 꾸민 공신의 명단 제일 선두에는 자신이 아닌 용호군 대장군 강일천을 올렸다.

또한 황명으로 용호군 대장군의 직을 거두면서 자신에게 후일 후환이 될 수 있는 요소를 사전에 제거하는 포석을 깔았다. 나는 힐끗 이의방을 봤고 내가 자신을 보고 있다는 것을 감지한 이의방은 나를 향해 씩 웃어줬다.

참지정사!참지정사는 중서문하성의 관직이다. 목종 때에 처음 설치되었고, 문종 때에 종2품으로 1인을 두었다.

충렬왕 원년(1275)에 첨의평리(僉議評理)로 고쳤으며, 충선왕 즉위년(1308)에 평리로 고치고 인원도 3인으로 늘렸다. 황권이 약하면 신하의 눈치를 봐야하고 그래서 벼슬자리가 계속 늘어나는 거였다. 그리고 1330년에 다시 참리(參理)로 고쳤다가, 공민왕 5년(1356)에 참지정사로 복구되었다.

그리고 다시 동왕 11년(1362)에 첨의평리로 고쳤음. 공민왕 18년(1369)에 참지문하부사로, 동왕 21년(1372)에는 문하평리로 명칭을 바꾸었음. 참지정사는 당나라에서는 타관으로서 재상직을 겸하는 허직에 불과했지만, 고려에서는 기능과 임무가 뚜렷한 실직이었다. 하지만 그 참지정사가 무관이 아닌 문관이라는 거였다.그것은 다시 말해 후일 이의방 자신을 위협할 용호군 대장군의 힘을 황제의 칙령으로 거둬 드린 거였다.

그리고 이 순간 용호군 대장군 강일천은 지그시 입술을 깨물고 이의방을 노려봤다. 또한 명종 역시 놀란 눈빛을 감추지 못했다. 한 순간에 이의방에게 황제와 용호군 대장군 강일천이 놀아나는 순간인 것이다.

‘허를 찔렀다.’난 그런 생각을 했다. 그리고 참지정사로 명을 받은 이제는 전 용호군 대장군 강일천이 조심히 앞으로 나와 옥좌에 앉아 있는 명종에게 예를 올렸다.

“성은이 망극하나이다. 황제폐하!”

지금 이 순간 어쩔 수 없이 이렇게 대답을 해야 할 것이다. ‘역시 이의방이다.

’나는 다시 한 번 놀랐다. 피를 보지 않고 정적이 될 확률이 가장 큰 강일천을 군부에서 밀어내는 순간이었다.

물론 이렇게 한다고 해도 용호군에 자리 잡고 있는 강일천의 힘이 한 순간에 뽑히는 것은 분명 아닐 것이다.‘천리도 한 걸음이 시작이지.’나는 이의방이 전 용호군 대장군을 숙청할 준비를 하고 있다고 생각을 했고 이 칙서에 공예태후도 놀라 강일천을 보고만 있었다. 하지만 어쩔 수 없는 노릇인 것은 그녀 역시 마찬가지였다.

“대장군 진준을 응양군 상장군으로 명한다.”

다시 칙서가 이어지자 진준은 놀란 척을 하며 명종을 향해 허리를 굽혔다.

“성은이 망극하나이다.”

“또한 그를 1등 공신으로 명하고 1만호의 식읍을 영지로 한다.”

그렇게 논공은 이어졌다. 기탁성을 대장군의 직을 겸하면서 어사대사로 임명하였고 이의방의 친형인 이준의를 좌승선 급사중으로 문극겸을 우승선 어사중증으로 임명한다는 칙서가 내렸다.

“또한 대의를 위해 일어선 이고를 용호군 대장군으로 명한다.”

이 역시 파격이었다. 편전에 모인 모든 조정신료들은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번 논공을 통해 이의방은 공신의 첩보다 군부를 장악하려고 하고 있었다.

“그리고 윤인첨을 지추밀원사로 명하다.”

이렇게 각각 논공이 이어졌다. 그리고 조영인을 문하시중에 임명이 되었다. 이 논공에 오직 하나 황제가 원하던 그 하나만이 이루어진 거였다.

“그리고,,,,,,.”

최준은 잠시 말을 멈추고 이의방을 봤다.

“견룡행수 이의방은 대장군 전중감에 우위경으로 명하고 집주를 겸임케 한다.”

또 한 번의 파격이 이루어졌다. 지금까지 무신이 문관의 직을 겸한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그에 반해 문신들이 대장군의 직을 겸하는 경우는 종종 있었는데 이제 시대가 변하니 상황도 변하는 거였다.또한 최준 어른의 입에서 모든 신하들의 논공이 이어졌다.

이 순간까지 이름이 거론되지 않는 것은 채원이었다.그리고 채원은 다른 자의 이름이 거론 될 때마다 인상을 구기고 있었다.

“또한 채원을 3등 공신에 봉하고 영지를 지급하고 대장군으로 명한다.”

드디어 채원의 논공이 이루어졌다. 이 역시 다시없을 파격이었으나 다른 이들의 파격과는 급이 달랐기에 채원은 바로 표정이 굳어졌다.

“성은이 망극하나이다.”

속으로 화가 치미는 일이었지만 겉으로는 내색을 하지 못하는 순간일 것이다. 그렇게 채원은 짧게 대답을 하고 뒤로 물러나며 이의방을 사나운 눈빛으로 노려봤다.이제 완벽히 이의방과 채원은 척을 지는 순간이었다. 그리고 거의 묵직한 칙서를 다 읽어 내렸고 최준 스승이 나를 봤다.

“마지막으로 견룡 군 위장! 이 회생을 낭장으로 명하고 견룡행수의 직을 제수하며 감찰어사의 직을 겸한다. 북변에 1만호의 식읍을 영지로 내리고 5등 공신에 명한다.”

순간 편전이 싸늘해졌다. 일개 위장에게까지 공신의 첩이 내려졌다는 것에 놀라는 거였다. 그리고 그렇게 될 수밖에 없는 것이 이의방의 권세라는 생각을 하는 듯 했다. 나는 내 이름이 거론되자 조용히 앞으로 나왔다.

“황제폐하! 성은이 망극하나이다.”

명종은 나를 한번 힐끗 보고 고개를 끄덕였다. 그 순간 이의방은 웃었고 채원은 더욱 인상을 구겼다.

저들은 내가 이의방의 처조카이기 때문에 이렇게 논공의 대열에 합류를 한다고 생각을 할 것이다.그리고 그렇게 생각을 해 주면 나는 좋다.

‘나를 하찮게 보면 내가 움직이기 더 편하다.’난 그런 생각을 했다.

이제 그렇게 모두가 기다리던 논공이 끝이 났다. 나도 모르는 파격이 몇 가지 있기는 했지만 이미 짐작을 하고 있던 것들이었다.

그래도 이 순간 이의방이 칙서를 이용해서 강일천을 군부에서 뽑아내려고 한 것은 내게도 놀라움 이었다.난 힐끗 강일천과 채원의 표정을 살폈다.

오직 이 자리에서 표정이 굳어진 것은 강일천과 채원이었다. ‘뒤통수를 크게 맞았군!’그리고 다시 차분히 입술을 지그시 깨물고 있는 김보당을 봤다.

모든 논공에서 제외된 것이 바로 김보당이었다. 지금 이 순간 이의방과 명종을 보는 그의 눈이 무척이나 사나워보였다.

‘이것이 화근이 되는 거군. 깊이 관찰할 필요가 있다.’이렇게 모든 논공은 끝이 났다. 그리고 이 순간 공예태후는 황망한 얼굴로 나를 뚫어지게 보고 있었다.

‘또 나를 부르겠군!’난 문뜩 그런 생각이 들었다. 공예태후가 나를 부르는 것은 전 용호군 대장군 강일천 때문일 것이다.

‘그나저나 이고가 용호군 대장군이 되는군!’사실 이의방은 이고에게 용호군 장군이 되라고 말했었다. 그런데 이의방은 마지막 순간까지도 이고까지 속인 거였다.철저한 보안!그것이 바로 이 논공을 만들어낸 것이다.

이 편전에서 이의방만이 절대자처럼 웃고 있었다. 물론 그를 절대자의 자리에 올린 것은 나다. 그리고 나도 나름 5등 공신의 첩을 받았고 내가 원하는 북변에 1만의 식읍을 영지로 받았다.

‘그런데 북변에 1만호의 식읍이 있나?’난 나도 모르게 웃음이 나왔다. 오랑캐가 판을 치는 곳에 1만의 식읍이 있는 영지가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그곳도 사람이 사는 곳일 것이다.칼날 같은 삭풍이 불고 매서운 추위에 온몸이 움츠려지지만 이 황궁이나 개경보다 더 활력이 넘치는 곳이 분명할 것이다.

또한 개경보다 더 내가 취한 것이 많은 곳이기도 할 것이다. 단지 지금 걱정이 되는 것은 그곳에서 판을 치고 있는 여진과 거란 그리고 각종 오랑캐들이 문제인 거다. 하지만 그것도 힘이 있다면 제압을 하면 그만이다.

그것을 위해 은밀히 문장필 공이 감악산에서 사병을 키우고 있고 나도 내 사택에서 일정한 병력을 양성하고 있는 것이다.그런데 사병 양성에는 수도 없이 많은 재물이 들어간다는 것을 나는 지금에서 알게 되었다. 그리고 또 고관대작이 되면 왜 그렇게 재물에 욕심을 부리는지도 알게 됐다.

정말 사병을 양성하고 보유하는 것은 밑이 빠진 독에 물을 붙는 것과 같았다.‘또 재물이 더 들어가겠지.’난 살짝 인상을 찡그렸다.

역시 사람을 부리는 것은 돈이 너무 많이 들어간다. 이제는 내가 이전투구의 장에 뛰어들어 재물을 탐해야 하는 순간이 오고 있는 거였다. 하지만 착복을 하거나 허점을 보이는 짓을 해서는 안 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욕심을 과하게 부리면 항상 탈이 난다는 것을 나는 누구보다 잘 알았다. 그런 면에서 감찰 어사는 정말 좋은 관직이 될 것이다.

‘우선 정중부의 사택을 털자.’난 그런 생각을 했다. 그래도 수년간을 상장군으로 있었던 인물이니 꽤 많이 모아 뒀을 거라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또한 나는 은밀히 움직여 상장군이었던 정중부의 목을 베자말자 바로 그의 사택에 봉인을 하고 병력을 배치했다. 물론 지금 그곳에는 아무도 살지 않는 폐가가 되었겠지만 창고는 그대로 남아 있었다.

‘내탕고에 대부분 반납을 하고 나는 조금만 챙긴다.’난 그런 생각을 하며 씩 웃었다. 그리고 문장필 공이 양성하는 병력이 병졸이라면 백화와 홍련 그리고 별초낭장 박현준이 양성하는 내 사병은 하급 무장으로 키워질 것이다. 그리고 그들은 내 핵심 친위대가 되는 거였다.

‘삼수나 갑산을 받는 거 아냐?’난 문뜩 그런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후일 말이 씨가 된다는 것을 알게 됐다.그리고 이렇게 첫 공식 편전회의는 끝이 나는 듯 했다. 하지만 나는 이 순간 이 축제 분위기를 채원이 초를 칠거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리고 내 예상대로 채원이 조심히 앞으로 나섰다.

“황제폐하!”

채원의 말에 명종이 물끄러미 채원을 봤다.

“왜 그러는가? 채원 대장군?”

“논공이 있었다면 잘못된 것도 분명 바로잡아야 할 것이옵니다.”

정말 축제분위기에 초를 치는 채원이었고 이 모습을 보고 이의방이 살짝 인상을 찡그렸다가 네놈이 아무리 그리 날 뛰어도 안 된다는 눈빛을 보였다.

“잘못 된 것을 바로 잡는다? 무엇인가? 그래. 짐의 치세를 여는 순간인데 잘못된 것을 그냥 두고 갈 수는 없지. 무엇인가?”

명종은 채원을 보며 말했다.

“이의방 위위경이 거사의 주역이고 황제폐하를 옹립한 1등 공신이기는 하나 그 실책도 있기에 말씀을 드리고자 하옵니다. 공신의 잘못을 그냥 넘기고 간다면 후일 위위경도 작은 잘못 하나 때문에 황제폐하를 보필함에 있어 걸림돌이 될 수 있기에 말씀을 올리는 것이옵니다.”

순간 명종은 조금은 놀란 눈빛으로 채원과 이의방을 번갈아 봤다. 이것은 이의방에게는 엄청난 도발이었다. 아니 서로 척을 지겠다고 선전포고를 하는 것과 다르지 않았고 명종은 내심 나쁘지 않다는 생각을 했다.‘무부들이라 이 논공의 장에서부터 으르렁거리는군!’정말 명종의 입장에서는 나쁘지 않는 일이었다.

“위위경의 작은 잘못? 그게 무엇인가? 채원 대장군!”

“난적 김돈중을 기억하시나이까?”

“김돈중? 좌승선이었다가 대의를 따르는 거사를 방해하려다가 쫒기는 그 자를 말하는 건가?”

이 순간 명종은 이의방과 군부들이 듣기 좋은 말만 하려고 했다. 이래서 황제는 아무나 된는 것이 아니다. 서로 으르렁거리려고 하는데 자신이 나설 필요가 없다는 생각을 한 것이다.

“그러하옵니다.”

“아직 추포가 되지 않았다고 짐을 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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