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간웅-156화 (156/620)

< -- 간웅 8권 -- >명종은 그렇게 말하고 어금니를 꽉 깨물었다.

“깊이 명심하겠나이다.”

“힘을 키우시게. 마지막으로 이 황실을 보위해 주시게. 나는 그 회생이라는 아이를 그리 깊게 믿고 싶지는 않네. 난 그 아이가 제일 걱정이네.”

명종은 그렇게 말을 하고 마지막 자신의 형님인 의종이 가는 순간 자신에게 해 준 말이 떠올랐다.-검을 어떻게 쥘 것인가 잘 생각하시오. 회생은 검이로세. 안전하게 손잡이를 잡을 것인가? 아니면 어리석어 위급하게 칼날을 잡을 것인가는 황상 그대의 몫이네.명종은 의종이 남긴 말이 떠올라 인상을 찡그렸다.

“믿으소서. 회생은 충신이 될 자질이 충분하옵니다.”

“충신?”

“그러하옵니다. 그가 말했나이다. 무인본분 위국헌신이라고 했나이다. 소장은 아직 그렇게 까지 생각하지는 못했나이다. 어마마마이신 태후마마의 눈을 믿으시고 이 소장의 판단을 믿으소서. 만약,,,,,,.”

용호군 대장군 강일천인 무엄하게 황제인 명종의 앞에서 말을 끊었다.

“만약?”

“만약 회생이 불충하여 난신이 되거나 역신이 될 때에는 소신이 그리고 소신의 용호군이 절대 용납지 않을 것이옵니다.”

“그래요. 짐은 용호군 대장군만 믿을 것이오.”

“예. 황제폐하!”

역시 황제는 아무나 되는 것이 아니었다. 그리고 옥좌에 앉게 되면 모두 다 황제의 위험을 보이기 위해 노력하는 거였다.그렇게 회생에 의해 숨겨진 옥새는 또 다른 국면을 만들고 있었다.

내가 나를 찌를 지도 모르는 검인 만적을 가신으로 받아드리고 일주일이 지났다. 그 일주일 동안 나는 한가로웠으나 궁궐과 이의방 그리고 그들의 눈치를 보는 조영인을 비롯한 문신들은 정신없는 일주일이었을 것이다.

“드디어 즉위식이군!”

나는 황궁으로 입궁을 하며 백화를 보며 말했다.

“상공께서 대전 앞에 서시는 모습을 보지 못해 소녀는 아쉽습니다.”

난 백화의 말에 웃음이 나왔다. 오늘 치러지는 즉위식은 명종을 위한 행사인데 백화는 마치 나를 위한 행사처럼 말하고 있는 거였다.

“황상폐하의 즉위식인데 내가 뭐?”

“즉위식은 황제폐하를 위한 것이지만 그것을 만들어내신 분은 저의 상공이시지 않습니까?”

백화는 나를 무척이나 자랑스러워하는 눈빛으로 봤다.

“그런가?”

엄청난 일을 하고도 난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말했다. 내 사람이 나를 인정해주는데 구구절절 더 말을 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그렇습니다. 청포가 정말 잘 어울리시옵니다.”

“그렇지. 갑주보다는 가벼워 좋기는 한데 이 역시 불편하네.”

난 갑주를 입을 때도 불편함을 느꼈다. 아니 불편함보다 무겁다고 해야 옳을 것이다. 하지만 그것보다 훨씬 가벼운 즉위식에서 신하들이 입는 청포를 입고 있어도 나는 불편함을 느끼고 있는 거였다.

“가소서! 상공. 저는 이곳에서 홍련 이와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알았다.”

난 짧게 대답을 하고 즉위식이 펼쳐질 황궁 대전 마당으로 발걸음을 옮겼다.즉위식이 펼쳐지는 대전 앞마당은 그 준비부터 요란했듯 그 화려함과 웅장함이 전 상황제인 의종의 즉위식과는 비교도 되지 않을 만큼 화려했다.

이것은 명종 스스로 명분이 없기 때문이기도 했고 명종을 표면상으로 옹립한 이의방에게도 이 조정을 이끌어갈 명분이 없기 때문이기도 했다. 궁중 악공들이 장중한 아악을 연주하고 그 연주가 귀에 못이 박힐 때쯤 황제의 면류관을 쓰고 근엄한 표정으로 대례복을 단정히 갖춰 입은 명종이 이 고려를 무부들에게 다시 찾아 황제의 나라로 만들겠다는 의중을 숨기고 입술을 꽉 깨물고 입장을 하는 듯 했다.

‘의지가 가득 차 보이신다.’난 청포를 입고 허리를 숙인체로 힐끗 황제 명종을 봤다.

‘이보다 화려한 즉위식은 없을 것이다.’난 명종을 보다가 아악 연주를 멈춘 악공들을 봤다.

아악!아악은 좁은 뜻으로는 문묘제례악(文廟祭禮樂)만을 가리키는 것이 보통이다. 하지만 넓은 뜻으로는 궁중 밖의 민속악(民俗樂)에 대하여 궁중 안의 의식에 쓰던 당악 ·향악 ·아악 등을 총칭하는 말로 쓰이기도 했다.아악’은 정아(正雅)한 음악이란 뜻에서 나온 말로 그 시초는 중국 주(周)나라 때부터 궁중의 제사음악으로 발전하여 변화를 거듭하다가 l105년 송나라의 대성부(大晟府)에서 대성아악으로 편곡 반포함으로써 제도적으로 확립되었다.

금나라 때문에 형식적으로 송나라와는 외교를 단절한 고려지만 송나라의 뛰어난 문물들은 그대로 받아들이고 있는 고려였고 아악도 그렇게 송나라의 대성부에서 반포한 것을 이 즉위식에서 쓰고 있었다.그리고 우리의 역사에서 아악이 처음 등장을 한 것은 고려 예종 11년이었다.

송나라 휘종이 대성아악을 연주할 때 쓰이는 아악기와 악공 그리고 아악에서 쓰이는 36벌의 의관 및 복장일체를 보내왔기에 그것을 시작으로 아악이 시작됐다.그때부터 고려에도 아악이 황궁에 울리기 시작을 했다. 그리고 아악은 궁중행사에 없어서는 안 되는 연주로 자리 잡은 거였다.

‘저 소리가 뭐 좋은지 모르겠다.’난 그런 생각을 하며 힐끗 아악을 연주 했던 악공들을 봤다.

아마 현대적인 생각과 사고를 가진 나에게 아악은 그냥 그런 소음인 거였다.그때 그런 생각을 하는 내 옆으로 근엄한 표정을 한 명종황제가 지나갔고 그의 뒤에는 나의 스승님이신 최준 어른을 필두로 해서 수많은 환관들과 해월을 필두로 하고 명종을 따르는 수많은 상궁들의 모습이 보였다.

‘정말 황제 할 만 하겠네.’난 문뜩 그런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명종 황제가 지나가는 동안 이의방을 비롯한 대장군들과 무신들 그리고 조영인 을 비롯한 문장필, 문극겸을 포함한 문신들이 모두 허리를 숙이며 황제인 명종에게 예를 보이고 있었다.그리고 난 조심히 고개를 돌려 대전계단에 차분히 서 있는 공예태후를 봤고 그 순간 그녀와 내 눈빛이 마주쳤다.

그녀는 지금 이 순간에도 내게 고마운 눈빛을 보이고 있었다. 그리고 그녀의 옆에는 쥐죽은 듯 조용히 살고 있는 선평황후의 모습도 보였다.정말 좀처럼 모습을 보이지 않던 선평황후도 이 즉위식에 모습을 보인 거였다.

그 뒤로 딱 종친의 역할밖에는 쓸 것이 없는 밥버러지 종친들이 명종보다 더 근엄한 표정으로 계단에 서 있었고 공예태후의 넷째 아들인 원경국사 충희가 즉위식을 위해 대전으로 들어서는 명종을 보고 입맛을 다셨다. ‘원경국사 충희의 옆에 있는 사람은 탁?’왕탁!그는 후일 신종이 되는 황자였다. 그리고 그의 옆으로 인종의 여러 후궁이 낳은 여러 궁주들의 모습이 보였다. 그리고 그 중심에 영화공주가 차분히 서 있었다.

궁주와 공주!궁주는 고려 때에는 내명부의 작위로 불리다가 황후의 딸을 궁주라 부르게 됐다. 궁주는 고려와 조선시대 국왕의 첩 또는 국왕의 서녀(庶女) 등에게 준 작호가 궁주였다.

그리고 후일 궁주를 옹주로 개칭, 정1품의 품계를 주었다. 그 뒤 옹주라는 칭호가 남용되기도 했다.

옹주에게 장가 든 자는 처음에는 종2품의 위(尉)로 봉(封)하였다가 나중에는 정2품으로 올려주었다. 또한 옹주의 처소를 옹주방이라 하였다. 또한, 고려시대는 공주에게 정1품 품계를 주었으며, 조선 전기의 경국대전에서는 왕의 정실이 낳은 딸을 공주라 하고, 측실이 낳은 딸을 옹주(翁主)라 하여 구별하는 한편, 공주는 품계를 초월한 외명부(外命婦)의 최상위에 올려놓았다.따라서 공주의 남편은 중국과 같이 부마도위(駙馬都尉)라 하고, 공주의 부마에게는 처음에 종1품의 위(尉)를 주었다가 정1품의 위로 올려 주었다.

그건 다시 말해 내가 영화공주와 혼례를 하면 바로 종 1품이 된다는 말인 것이다. 또한 옹주의 부마에게는 처음에 종2품, 다음에 정2품으로 올리는 등 역시 구별하였다.그 모든 황실의 여자들은 오직 이 고려와 사직을 위해 살아야 하는 인생들이었다.

어떤 이는 문벌 귀족가에 시집을 가 황실을 바치는 서책이 되게 했고 또 어떤 이는 힘을 가진 무가에 시집을 가서 황실을 떠받치는 검이 되게 했다.또한 그런 운명으로 살고자 하는 영화공주의 모습도 내 눈에 들어왔다.

‘아름답기는 하네.’오늘이 황제의 즉위식 이다보니 더욱 화려한 복장으로 차림을 한 영화공주였기에 내 눈에 보기에도 무척이나 아름답게 보였다. 그렇게 대전 상단에는 황실의 어른과 종친들이 명종황제를 기다리고 있었고 그 아래에는 신 황제를 모시기 위해 문무백관들이 양옆으로 도열하여 새 황제를 맞이했다. 정말 평범한 황제의 즉위식이라면 오늘은 고려의 축제 일 것이고 성대한 잔치가 벌어지는 날 일 것이다.

하지만 자신의 아들이 황제가 되는 모습을 보고도 공예태후는 그리 기쁘지만은 않았다. 그도 그럴 것이다.

지금 자신의 첫째 아들인 의종이 강화도 바닷바람을 맞고 있으니 말이다.그리고 이 대전 주변을 이의방의 지시를 받은 이의민과 조원정 그리고 새롭게 이의방의 밑으로 들어온 총부였던 이영진이 견룡 군과 순검군 하급무사들과 함께 삼엄하게 경계를 서고 있었다.

나는 차분히 앞으로 걸어가는 익양후이면서 지금의 명종을 봤다.‘19대 명종이시다.

’지금까지 내가 고려로 와서 아니 깨어나서 작은 역사가 몇 가지 바뀌었다. 하지만 제국은 황제의 역사!황제가 내가 알고 있는 역사대로 흐르고 있다는 것만으로 나는 참으로 다행이라고 생각을 했다.내가 그런 생각을 할 동안 명종은 천천히 계단 위에 차분히 서 있는 공예태후의 앞에 서자 바로 예를 올렸다. 그러자 공예태후는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 예를 갖추고 있는 명종에게 옥새를 담은 보합과 금책문을 건네준다.

물론 공예태후 역시 보합 안에 옥새가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조금은 불안한 눈빛을 한 공예태후였고 난 그 눈빛을 보고 대전전각 뒤편에 있는 연못을 떠올렸다. 그리고 난 바로 인상을 찡그렸다.

‘일이 이렇게 되는군! 날름 가져다 줄 수는 없고,,,,,,.’옥새를 숨긴 것도 죄라면 죄일 것이다. 써먹을 일이 있을 것 같아 숨겼는데 그것이 이 순간 내 발목을 잡고 있는 거였다.

‘황제의 칙서에 옥새의 날인이 없다면 그것은 칙서도 아니다.’난 그런 생각을 하며 인상을 찡그렸다.

지금 이 순간 나는 옥새를 숨긴 것이 좋은 일만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이의방과 내가 힘을 잃는 순간 명종이 내려준 칙서는 그냥 휴지조각이 되는 거다.

‘황제도 알고 있을 것이다. 저 보합을 받는 눈빛은 내 생각과 같다.

’난 이 순간 등골이 오싹해졌다. 하지만 옥새를 내가 숨겼으니 기회를 봐서 자연스럽게 찾아 내 공신 첩을 스스로 찍고 황제에게 옥새를 주면 그만인 거다.지금 내가 걱정하는 이 사실을 명종이 안다면 옥새를 잃어버린 상황이 절대 명종에게 불리한 상황이 아닌 거였다.

‘젠장! 또 머리가 터지겠군.’난 인상을 찡그렸다.그리고 다시 나는 공예태후와 명종을 봤다.

명종은 옥새가 들어 있지 않을 옥새 보합과 금책문을 잠시 들고 물끄러미 봤다. 이 순간 위태로운 고려가 빈 옥새 보합처럼 느껴지는 명종일 것이다. 그리고 그것도 잠시 다시 공예태후에게 예를 올린 다음 들고 있는 옥새 보합과 금책문을 조영인에게 건넨다.

이제 황실의 제일 어른인 공예태후로부터 황제로 인정을 받은 명종이고 만조백관들로부터 내가 이 고려제국의 황제라는 것을 선포하는 순간이었다.명종은 그렇게 차분한 얼굴로 황실과 만조백관의 한없는 조아림 속에서 대전계단을 천천히 올라 옥좌에 앉았고 그와 동시에 만조백관들이 서 있는 제일 말석에서 끝내 나를 찾아내고 나를 뚫어지게 보는 듯 했다.

‘나를 보는 눈빛이 그리 곱지는 않다.’이것은 여전히 나를 의종의 구신으로 생각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새로운 신하로 새로운 시대를 열고 싶을 거야!’난 명종을 충분히 이해했다. 하지만 그것은 그저 이해를 하는 것이다. 그것은 이해만 하는 것이다.

만약 명종이 나를 팽하려고 한다면 나는 그보다 먼저 명종을 버릴 것이라고 다짐을 했다. 그리고 나도 모르게 인상을 찡그렸다.‘4대의 황제를 갈아치운 것이 최충헌인데,,,,,,.’난 문뜩 그런 생각이 들었다.

내가 그런 생각을 하는 동안 조영인이 조심히 앞으로 나와 장중을 살폈다.

“황제폐하 만세! 황제폐하 만세!”

이와 동시에 조영인은 황제등극을 만천하에 선포를 하고 이 자리에 모인 문무백관들과 상궁과 환관들 이의방을 비롯한 이고와 채원까지 새 황제 등극을 축하하듯 팔을 뻗어 만세 재창을 했다.

“황제폐하 만세!”

“만세!”

“만만세!”

“고려 제국 만세!”

군사들의 우렁찬 만세 소리까지 겹쳐지자 이의방은 만족스러운 눈빛으로 모처럼 환하게 웃었고 이고도 이 광경이 재미난다는 듯 웃었다. 하지만 채원만은 그리 만족스럽지 않는 듯 피식 거리고 있었다. 아마 이어질 논공을 생각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리고 이 순간 김보당이 이의방과 이고 그리고 채원을 사납게 벼르듯 노려보고 있었다. 그리고 그의 사나운 눈빛을 내가 보고 말았다.

‘저놈이 역사대로 가려는 거군.’난 어금니를 꽉 깨물었다. 내가 가장 좋은 환경은 이대로 역사가 한동안 흐르는 거다. 그러면 나는 힘을 키우고 재물을 모으게 될 것이다. 그렇게 만든 후에 난 이 이전투구의 장이 고려 조정을 떠나 북변으로 가면 그만인 것이다.

삭풍이 불어 내 뺨을 사납게 때려도 마음 편한 북변이 나는 좋다.그리고 지금 새 황제 등극의 날이지만 그 주인공인 명종의 용안이 또 그리 밝지만은 않았다.

“저 무부들이 나의 목줄을 잡고 있구나!”

명종은 자신도 듣지 못할 정도로 작은 목소리로 입술만 움직이듯 중얼거렸고 나는 순독을 할 수 있었기에 명종이 앞으로 무신들에게 어느 이상 적대감을 보일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그래도 황제가 암계를 꾸미지는 않겠지.’난 그런 생각을 하며 인상을 찡그렸다.

표정이 밝지 않는 황제.당연한 일일 것이다. 고려 제국의 지존인 황제는 최고 권력자다. 하지만 오늘 황제의 자리에 오른 명종은 무신들이 일으킨 거사와 살육을 통해 옹립이 되었기에 지위가 무척이나 위태로울 수밖에 없었다.

고려의 선대 황제들에 비하면 이 등극은 자체적으로 명분이 턱 없이 부족했고 또 무신들에 의해서 언제든지 자신은 폐위를 당할 수 있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지금은 저 무신들이 웃고 있지만 언젠가 다시 수가 틀어져 검을 뽑아들지 아무도 모르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명종은 스스로 웅크리기보다는 힘을 키울 생각을 하고 있었다.

정말 오늘 이후에 할 일이 너무나 많은 자신이라고 생각을 하고 있는 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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