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간웅 8권 -- >
“예. 주군! 새벽에 이슬이 앉듯 아무로 모르게 하겠습니다.”
“그래. 그래야 할 것이다.”
“예. 주군!”
“이제 너와 내가 마음을 정했으니 너는 나만 봐야 할 것이다.”
이것은 이제 흥선과 같이 있지 말라는 말을 돌려서 말한 거였다. 그리고 만적도 내가 무엇을 말하려는 지 아는 눈빛이었다.
“이 종복은 이제 주군이 보는 곳만 볼 것입니다.”
정말 어리지만 너무나 놀라운 대답이었다. ‘이 순간이지만 내가 흥선에게 고마워해야겠군.’
난 흥선의 얼굴을 떠올리며 피식 웃었다. 사람을 얻는 것이 힘을 얻는다.
나는 이미 문극겸을 얻었고 문장필을 얻었으며 독불장군의 기질이 다분한 두경승의 마음을 반쯤 얻었다. 그리고 최준 스승이라는 거대한 산을 얻었다.그리고 다시 이제 어리지만 그들만큼 영악한 만적을 얻었다.
사람을 얻는 일!그것이 바로 힘을 얻는 일이다.‘흥선아! 너의 운명은 이 형이 정해 줄 것이다. 그러니 스스로 허망하게 움직이지 마라.
’난 마치 옆에 흥선이 있는 듯 속으로 말했다.
“밖에 누구 없느냐?”
내가 밖에 있는 사람을 부르자 백화와 홍련이 차분히 문을 열고 나를 봤다.
“예. 상공.”
“홍련아!”
난 백화를 보지 않고 홍련을 봤다.
“예. 주군!”
“만적에게 여 무사 한 명을 그림자처럼 붙여줘라.”
이제 계획을 했으니 바로 실행에 옮겨야 하는 것이다.
“예. 주군! 명을 받자옵니다.”
“또 만적이 원하는 만큼 내 창고를 열어줘라.”
내 말에 잠시 백화도 놀라는 것 같았다.
“예. 알겠습니다.”
백화는 내 사람이니 놀라지만 홍련은 내 가신이니 고개를 끄덕였다.
“예. 알겠습니다.”
“그럼 이제 나가봐라. 생각할 것이 있으니 아무도 들이지 마라.”
“예. 주군!”
홍련과 만적은 짧게 대답을 하고 조심히 밖으로 나갔다. 그리고 백화도 나를 잠시 보고 물러나려고 했다.
“나 배고파!”
난 백화에게 그렇게 말하고 방끗 웃었다.
“예. 상공!”
백화도 내 웃음에 따라 웃었다. 참으로 고마운 사람! 내가 웃을 때 웃고 내가 힘들 때 같이 힘들어 해 주는 참으로 옆에 두고 싶은 사람!‘그것이 백화다.
’내가 그런 생각을 할 동안 백화는 조심히 나를 위해 여염집 아낙처럼 음식을 만들기 위해 내 방에서 물러났다.이제 나 혼자 남은 것이다. 그리고 난 뒤집어놓은 동경을 물끄러미 봤다.
“으음,,,,,,.”
저 동경만 보면 절로 신음이 난다. 어떤 면에서는 다른 이가 저 거울을 그 이름을 봤다면 놀라고 기뻐 크게 웃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나는 다르다. 권력 따위는 나는 싫다. 그저 나는 내 스스로의 만족과 안락함이면 되는 사람인데 너무나 대단한 이름이 내 머리 위에 떠 있는 거였다.
그게 싫다. 그리고 그 이름으로 살면서 해야 할지도 모를 수많은 일들과 악행이 싫다. 그래서 나는 내 머리 위에 있는 그 이름이 싫었다.난 그런 생각을 하며 조심히 뒤집어놓은 동경에 손을 뻗었다.
이 순간 만적의 생사를 결정했듯 나의 운명도 어쩌면 결정을 하고 받아드리든 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아니면 완벽하게 거부한다.
’그런 생각이 들자 입술이 바짝 말라왔다. 파르르 떨리는 손끝이 내 눈에 보이고 떠는 입술을 진정시키기에 위해 나는 입술을 깨물었다. 그리고 용기를 내어 다시 동경을 봤다.
그리고 나도 모르게 인상을 찡그렸다. 내 이름이 여전히 그대로 인 것이다. 그리고 그 이름을 불분명하게 하는 물음표까지 그대로였다.
-최. 충. 헌?나는 지금 이 순간이라도 내가 왜 최충헌? 이라는 이유가 납득이 가지 않았다.‘스승님 때문이다.
스승님이다.’이건 다시 말해 내가 최준 스승님을 부정한다면 내 머리 위에 떠 있는 이름이 바뀔 수도 있다는 의미일 거다.
‘왜 이리 오늘 취하고 버릴 것에 대해 결정을 이리도 해야 하는가?’난 길게 한숨을 쉬었다. 난 이 순간 지금까지 내가 모르고 있던 나에 대해 하나를 알게 됐다.
나는 누구보다 우유부단하다는 거였다.만적도 버리지 못하고 흥선도 내치지 못하는 내가 나를 그렇게 따뜻하게 보시는 스승님을 뿌리치지 못 한다는 것을 나는 오늘 알았다.
‘이제 어떻게 한단 말인가?’이제부터가 내 진짜 고민인 것이다. ‘스승님의 양아들 그것만 아니면 돼. 그러면 되는 것이다.
그래! 만적의 이름이 바뀌듯 내 이름도 바뀌는 거야! 그리고 지금 최충헌이라는 내 이름에 물음표도 같이 붙어 있잖아. 그래! 내 이름은 완성형이 아니라 진행형인 것이다.’난 그렇게 생각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만적이 그것을 내게 알려준 거다. 최충헌! 절대 되지 않을 테다.
’난 다짐을 했다.이 다짐은 미친다짐 일지도 모른다.
이 고려를 지배할 자가 스스로 되지 않겠다. 그리고 그 운명을 거스르겠다. 이것은 다르게 보면 웃기고 기가 차는 일이었다. 하지만 평양감사도 자기하기 싫으면 그만이라는 말이 있다.
나는 싫다.최충헌이 나는 싫다.최충헌!최충헌(崔忠獻, 1149~1219)은 고려 역사의 한 획을 나쁘게 그은 인물 중 하나였다.
그리고 무신정권을 대표하는 인물이다. 60년이나 해 먹은 최 씨 정권 기를 창출해 낸 인물이니 무신정권의 대표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역사의 기록에 의하면 60년 최 씨 세습 정권의 기틀을 세운 최충헌은 문신의 식견을 갖춘 무인으로 한 시대의 독재자로서의 충분한 요건을 갖춘 인물이었다.내가 나일지도 모르는 최충헌을 싫어하는 것은 내 고등학교 시절의 국사 담임 때문일지도 모른다.
그는 대한민국의 현대 군사정권을 참으로 많이 싫어했다.그리고 성공한 쿠데타는 처벌할 수 없다는 말을 증오했다. 또한 역사적으로 그런 반역을 도모한 자들은 그들의 업적과 민족적 공헌도를 떠나서 싫어하셨다.
고구려의 연개소문도 싫어하고 수업시간이면 오만 쌍욕을 통해 핏대를 올리시는 분이니 최충헌은 오죽 욕을 많이 했을지 짐작이 갈 것이다.그는 가장 차갑고 악랄하며 표리부동한 독재자일 것이다.
그의 정권기인 17년 동안 고려의 황제를 4명이나 바꾸고 그것을 막은 신하들을 죽였으며 또한 자신의 권력에 도전하거나 그런 조짐을 보이는 자라면 누구든 죽였다. 동생을 비롯한 수많은 정적을 제거할 때 눈도 깜짝하지 않는 냉혈한이 바로 최충헌이었다.
또한 그 권력유지 하기 위해 온갖 악생을 저질렀다. 그리고 허세를 부리기 위해 황제보다 더 강한 권력과 사치를 누리기 위해 백성의 집 100채를 무너트려 대저택을 세울 정도로 기고만장한 작태를 마구 일삼았다. 그래도 다행인 것은 그가 스스로 황제를 꿈꾸지 않았다는 거였다. 현대의 그 잘난 두 명보다는 그래도 옳은 판단일 것이다. 그리고 그가 옥좌를 탐하지 않는 것은 그가 정말 냉철한 성격의 수유자이기 때문이었다.
권력을 탐하지만 권력의 마성을 아는 인물이라는 거였다.성공한 쿠데타 무신정변 이후, 100여 년간 지속한 무신정권 기간에 무려 60년간 지속한 최 씨 정권을 탄생시킬 수 있었던 비결은 무엇이었을까?권불십년(權不十年)이라던가.
역사를 돌이켜 보면, 하늘을 나는 새를 떨어뜨린다는 권력도 대부분이 길어야 10년이었다. 그러나 최충헌을 시작으로 60여 년간 권력을 누린 고려 무신정권 최 씨 일가에게는 통하지 않는 말이다.그 이유가 바로 내가 그였기 때문인 것이다.
미래의 기억을 가진 최충헌이 나이기 때문에 그랬던 것이고 역사는 그렇게 나를 최충헌으로 기록한 거였다.‘나는 그리 되지 않을 것이다.
’난 다시 다짐을 했다. 그리고 내가 그렇게 다짐을 하는 이유는 그 사람이 그 역사에 없기 때문이다.‘역사에는 백화가 없다.
나만 존재하고 백화는 온데 간데도 없이 흔적도 없다.’이게 바로 내가 최충헌의 운명을 거부하는 두 번째 이유인 것이다.
그리고 역사는 최충헌을 기록하면서 여러 가지 다각적인 평가를 했다. 출세와 영달을 꿈꾸는 독재자.왕을 무시하는 무뢰배!천수를 누리며 편히 죽은 마지막 독재자.그때까지는 그랬을 것이다. 그러나 수백 년이 흐른 뒤 그의 마지막 아성은 깨졌다.
북변의 김 씨가 내가 이리도 싫어하는 최충헌보다 더 편히 살다 죽었으니 말이다. 그래도 최충헌은 권력을 가지려고 했지 신이 되려 하지 않았다.그런데 북변의 김 씨는 그렇게 되려고 했다.
이제 그는 3대째다. 무신정권의 최 씨 일가처럼 얼마나 해 먹을지 아무도 모르는 일이었다.
내가 굶어죽기 전에 3대째니 그리고 이렇게 여기 고려에 와 있으니 알 턱이 없는 것이다.난 그런 생각을 하며 다시 내 앞에 놓여 있는 동경을 보며 입술을 지그시 깨물었다.
-최충헌?난 내 얼굴을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저 물음표에 모든 것을 건다! 백화를 위해서!’난 다짐 아닌 다짐을 했다.
스스로 운명을 거부하는 자!나는 독재자 최충헌이기 보다 지금도 앞으로도 이 회생이기를 간절히 원한다. '북변으로 가야 한다.
나 스스로 이 황궁 근처에서 죽어 역사에 오명을 남기지 않을 것이다.'난 다시 한 번 다짐 아닌 다짐을 했다. 그리고 내 운명을 바꿀 수 있는 오직 하나는 북변으로 가는 거였다.그리고 그 간절함을 원하는 동안 일주일이라는 시간이 빠르게 지나갔고 명종의 즉위식 당일을 알리는 새벽닭이 울렸다.
7. 황제 즉위식! 그리고 파격을 담은 논공.깊은 밤. 황궁의 대전전각.명종이 된 익양후는 대전 옥좌에 앉아 깊은 신음을 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 모습을 언제 부름을 받고 왔는지 모를 용호군 대장군 강일천이 보고 있었다.근심에 찬 황제의 용안을 보고 있는 용호군 대장군 강일천의 마음도 편하지 않았다.
“대장군! 짐의 즉위식 준비가 한창이라고?”
“그러하옵니다. 황제폐하! 불충하게 늦었사오나 태후마마의 질책을 받은 이의방 행수와 문하시랑 조영인 이 행사도감을 열고 준비를 하여 준비를 끝낸 것으로 아옵니다.”
용호군 대장군의 대답에 명종은 씁쓸한 웃음을 지었다.
“황제가 되고 즉위식을 한다? 그것으로도 짐에게는 명분이 부족한 것이겠지?”
이 순간 용호군 대장군 명종의 말에 뭐라고 대답을 해야 할지 몰라 대답을 하지 못하고 있었다.
“짐에게 명분이 없다고는 해도 짐은 훌륭히 치세를 이어갈 것이다.”
“신이 그리 되도록 보필하겠나이다.”
용호군 대장군의 말에 명종도 고개를 끄덕이며 용호군 대장군을 봤다.
“대장군!”
“예. 황제폐하!”
명종은 물에 젖은 솜처럼 무겁게 대장군 강일천을 다시 불렀다.
“내가 황제인가?”
순간 명종의 말에 용호군 대장군 강일천은 놀람 명종을 봤다.
“황, 황망하나이다. 이 늙은 노신이 불충이라도 저질렀나이까?”
대장군 강일천은 명종이 한 말의 영문을 몰라 어리둥절한 눈빛으로 명종을 봤다.
“이의방이 다녀갔다.”
명종의 말에 왜 명종이 자신에게 그런 말을 했는지 알 것 같은 용호군 대장군 강일천이었다.
“그러하옵니까?”
“그래. 짐에게 비단으로 된 두루마리를 내밀더군.”
그 말에 용호군 대장군 강일천도 놀라 눈이 커졌다.
“설마! 이의방이 불경하게 황제폐하께 논공을 강요한 것이옵니까? 이 무부 같은 자가 끝내!”
용호군 대장군 강일천은 분기를 뿜어냈다. 하지만 그 모습을 본 명종은 그저 피식 웃기만 했다.
“강요라? 짐을 그의 덕으로 이 고려의 황제로 올렸는데 그 정도는 줄 수도 있지.”
명종은 강일천 대장군에게 엉뚱한 소리를 했다.
“송구하옵니다. 황제폐하! 이 신이 부족하고 무능하여 황제폐하께 치욕을 드렸나이다.”
“그대는 충신이다. 그러니 스스로를 낮추지 말라.”
“황공하옵니다. 황제폐하!”
“대장군! 옥새가 없는 황제가 황제인가? 옥새가 없어 수결로 공신 첩을 내리는 황제가 황제인가? 옥새는 어디에 있는가?”
명종은 다시 신경이 날카로운 것처럼 강일천 대장군에게 따지듯 물었다.
“송, 송구하옵니다. 소신은,,,,,,.”
“사라졌다. 이것이 천지신명과 열성조께서 짐을 도우시는 것일까? 아니면 짐이 자격이 없다는 것을 꾸짖는 것일까?”
명종은 묘한 말을 했다.하지만 그 묘한 명종의 말을 용호군 대장군 강일천은 알아들었다.
“짐은 황제의 권위가 바로 서고 이 고려가 무부의 나라가 아닌 황제의 나라라는 것을 스스로 증명할 수 있을 때까지 새로운 옥새를 만들지 않을 것이다.”
“탁월한 선택이옵니다. 황제폐하!”
“짐이 내린 모든 작위와 벼슬 그리고 공신 첩에 옥새의 날인이 없는 한 그 가치는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