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간웅 8권 -- >‘한 자루의 예리한 검이 내게 들어왔다. 검이 나를 벨 것인가? 내가 적을 벨 것인가?’만적을 비유하는 가장 적합한 말일 것이다.
‘앞으로가 중요하지.’난 그런 생각을 했다. 이제는 어떻게든 그레나 꼬레아인 만적을 이용하고 통제하고 관리해야 한다.
이제 버려야 할 시기는 놓친 것이다. 그러니 내가 이제부터는 끝까지 자라나는 싹을 밟으며 가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정치는 마음을 얻는 것이고 권력은 화를 얻는 것이고 세상은 사람을 얻는 것이다.
’
나는 그런 생각을 하면서 그레나 꼬레아인 만적을 봤다. 지금 저 어린 아이의 눈빛이 보기보다 사나웠다.
‘아까는 경황이 없어서 느끼지 못했지만 이제는 내가 하려는 행동이 어떤 것인지 아는군!’난 인상을 찡그릴 수밖에 없었다. 정말 영악하다.
정말 이 사택에 왜 이리 세상을 뒤집어놓을 영악한 것들이 많은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터가 사납나?’난 문뜩 그런 생각이 들었다.
“무슨 생각을 하는 것이냐?”
내 물음에 만적은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라 나를 봤다. 이 상태에서도 내가 어떤 의도에서 이렇게 이야기를 하는지 생각하고 파악하고 있는 거였다.
“살려주셔서 감사합니다.”
난 만적의 대답이 속으로 인상을 찡그렸다. 이 답변은 내가 처음 이의방과 이야기를 했을 때 살기를 느끼고 나서 했던 바로 그 말과 같은 의도였다.
‘구명지인으로 나를 엮으려고? 어림없다.’지금 이 순간 만적은 여전히 스스로 나에 대한 위기감을 느끼며 내가 자신을 버리지 못하게 나를 구명지인으로 몰고 가려는 거였다. 그리고 그것이 내 눈에 보였기에 더욱 만적이 영악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양날의 검과 같다.’정말 만적은 내게 그런 존재일 것이다. 하지만 난 이제 어린 만적을 버리지 않는다.
멀리 그의 머리 위에 있는 이름처럼 그레나 꼬레아가 되어 유럽이든 어디든 가기 전까지는 내 옆에 두고 통제를 하는 것이 더 내게는 안전한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살려준 줄은 아느냐?”
마음을 들키고 행동을 들켰다면 숨기지 않은 것이 더 좋다. 이것이 핵심이다. 들킨 마음을 숨기려 한다면 추해지고 거짓이 생긴다. 이 순간 나는 참을 행하여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예. 주인마님! 그 화적 놈들과 같은 것들에게 구해주셔서 고맙습니다.”
만적은 내가 죽이려 했다는 것을 돌려 말했다.그래 맞다.
나는 그들을 이용해서 차도살인의 계를 쓰려 했다. 그리고 그것을 알아차린 백화가 나를 먹먹한 눈빛으로 막았다.그렇게 무위가 강한 백화지만 역시 백화도 여자라는 것을 그때 다시 안 나였다.
‘이래서 여자가 큰일을 못하는 거다.’난 그런 생각을 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지금 이 순간 가장 쉬운 방법을 포기해야 하는 나 역시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죽이면 되는데,,,,,,.’아직도 미련 아닌 미련이 남는 것이다. 정말 이 순간 바로 홍련을 불러 만적을 죽이고 호환이 될 꺽쇠를 죽이면 된다.
정말 후회스럽다. 최소한 벽란도 포구에서 버리고 왔다면 꺽쇠까지 죽일 마음을 먹지 않아도 되는 일이었다.
이렇게 먹은 마음 하나지만 정말 버리지 못한 내가 후회스러웠다.‘그래도 만적 저 아이의 이름 때문에 몇 가지를 알았다.
’난 그렇게 생각을 하며 나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였다.‘그리고 내게 위기도 닥칠 것을 알았다.
만적 저 아이가 의도한 일은 아니지만 끝내 난 저 아이의 이름 때문에 위기를 감지했다. 그러니 이번은 참는다.’난 그렇게 길게 생각을 하며 어금니를 깨물었다.
이제 저 만적을 통제할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가장 까다로운 적은 옆에 두는 것이 좋다.
이것이 병법의 원칙이다.멀리 보내 무엇을 하는지 모르는 것보다 내 옆에 두고 관찰을 하는 것이 좋은 거다.
이것이 감시의 원척이다.적이 될 존재! 위협이 되는 존재를 눈으로 지켜보는 것만큼 안심이 되는 일도 없을 것이다.
“만적아!”
“예. 주인마님!”
“그게 전부냐?”
내 물음에 만적은 입술을 지그시 깨물었다. 하늘 이상의 하늘이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반드시 나를 따르게 만들어야 할 힘을 보여줘야 하는 시점이다.
그래야 만적이 나를 충심으로 모신다. 지금 내가 이렇게 고민하고 있는 것을 이의방도 고민했을 것이고 또 하고 있을 것이며 앞으로도 계속 할 것이다.
어쩌면 만적과 나는 같은 처지에 놓여 있는 건지도 모른다.
“예.”
이건 거짓말이다.
“그래? 아쉽구나! 제법 머리가 있는 너인 줄 알았는데 아니었나 보군.”
“무, 무슨 말씀이십니까?”
아직 어리니 내 한 마디, 한 마디에 바로 표정이 달라졌다. 그래도 저 정도면 참으로 영악하고 마음속에 이무기 하나는 키우고 있는 놈이 분명하다.
“네 마음에 담고 있는 그것을 말하는 것이다.”
“제 마음이라고요?”
“그렇다. 너는 분명 내가 너를 버리려 했다는 것을 알고 있다. 그런데 지금 이 순간 나를 구명지인의 눈빛으로 나를 속이려 하고 있다. 그것은 네가 나를 두려워하고 있다는 증거이지만 나를 꺾어보려는 마음도 있다는 것을 나는 안다. 그게 가능하겠느냐?”
그 순간 만적은 부르르 자신의 몸을 떨었다. 마음은 속여도 눈빛은 가려도 육체적 본능은 속일 수 없는 것이다.이 순간 만적은 두려움을 느끼고 있을 것이다. 아니 이 자체가 벽이라는 것을 느끼고 있는 것이다.
“저, 저는 주인마님께서 무슨 말씀을 하시는지 모르겠습니다.”
만적의 말에 나는 만적을 노려봤다.
“정말 내게 너의 목을 베어야 진실을 말할 것이냐? 나는 사내다. 그리고 장부다. 나는 이 순간 너에게 참을 말하는데 너는 언제까지 거짓을 말할 것이냐!”
난 버럭 소리를 질렀다.
“참, 참을 말하신다고요?”
“그렇다. 너의 마음에 이무기 하나가 들어 있다는 것을 안다. 어린놈이 너무 독하게 큰 꿈을 꾸는 것도 안다. 하지만 그 꿈이 이루어질 확률은 내가 너를 지금 죽일 확률에 비한다면 너무나 어려울 것이다.”
“그렇습니다.”
만적은 입술을 지그시 깨물었다. 그리고 나는 그런 만적을 살폈다. 여전히 만적의 몸을 두려움을 느끼고 있었다. 몸의 끝마디 하나까지 바르르 떨고 있는 것이 느껴졌다.
“너는 나를 능가할 수 있느냐?”
이 순간 내 물음에 만적이 어떤 답을 할지 궁금해졌다.
“죽여주십시오.”
그리고 만적은 바로 꼬리를 내리는 것처럼 말했다. 하지만 이 녀석의 속내는 후일 나를 능가할 수 있다는 말을 죽여주십시오. 라는 말로 대신하고 있었다. 이 상태로도 이놈은 영악하다. ‘멍청한 놈보다야 독하고 영악한 놈이 좋지.’난 그런 생각을 하고 물끄러미 봤다.
“내 앞에서 나를 능가해 볼 테냐?”
“예?”
“나를 꺾을 수가 있다면 그래도 좋다. 그렇지 못하다면 이 순간 너를 벨 것이다.”
내 말에 만적은 입술을 지그시 깨물었다.
“주, 주인마님!”
“나도 사내! 너도 사내! 사내가 큰 꿈을 가지는 것은 틀린 것이 아니다. 하지만 그 꿈이 허망하다면 이 순간 허망함으로 달리는 너를 여기서 멈춰 줄 수 있다.”
나 역시 이렇게 말하고 입술을 깨물었다. 그리고 천천히 옆에 놓아 둔 검에 손이 갔다. 정말 벨 수도 있는 순간이었다.이 순간의 나처럼 흥왕사 불전 앞에 앉아 있던 이의방도 고민을 했을 것이다. 그리고 그 고민을 내가 하고 있는 것이다.같은 상황 다른 장소와 인물!하지만 결과는 같을 것이다.
“무엇이 허망한 것입니까?”
이제야 만적은 스스로 진솔해지고 있었다.
“내가 너에게 허락하지 않는 것을 가지려 하는 것이 허망이다.”
순간 만적의 눈빛이 파르르 떨렸다. 이 순간 만적의 눈과 몸의 본능은 도저히 나를 뛰어넘을 수 없다는 좌절감을 느끼는 것 같았다.나는 그렇게 생각을 했다.
“허락하신 것만 가지라는 말씀이십니까?”
“그렇다. 이 순간 이후로 한 치의 틀림도 없어야 할 것이다.”
“제가 주인마님을 능가하면 어찌 되는 것이옵니까?”
이것은 나에 대한 도발이다.
“그렇다면,,,,,,.”
그리고 나는 잠시 만적을 봤다.
“그렇다면 네가 허락하는 것만 내가 가질 것이다.”
만적은 지그시 입술을 깨물었다. 지그시 깨문 입술이지만 나에 대한 두려움에 감각의 끝자락이 사라졌는지 만적의 입술에 피가 흐르고 있었다.
지금 내가 한 말보다 더 나 스스로를 정확하게 표현하는 말은 없을 것이다.내 답변에 만적은 나를 한참 동안 보며 깊은 생각에 잠긴 것 같았다.
이제 만적의 마지막 선택이 남은 것이다.이 순간을 재미라고 할 수는 없지만 나를 지키려는 힘을 가지려는 내게 사람을 얻는 재미는 권력을 얻는 재미보다 더 자극적으로 느껴졌다.
나는 어쩌면 난신적자 간웅의 피가 흐르고 있는 지도 몰랐다. 사람을 얻는다.
그것은 짜릿함 그 자체인 것이다. 나는 그런 생각을 하며 물끄러미 만적을 봤다.
내 눈빛은 만적의 답을 기다리고 있다는 눈빛이다. 그리고 만적은 내 물음에 답을 결정한 듯 나를 뚫어지게 봤다.
“저 만적 흥선 도련님께 배운 자가 몇 되지 않지만 주인마님의 종복이라는 말로 답을 하겠습니다. 저를 이제 주인마님의 뜻대로 해 주십시오.”
너무도 어린놈이 이다지도 영악하다니 놀랍고 또 놀라운 일이다. 그리고 지금 이 순간 만적은 이제야 진실을 말하고 있었다.
“그래. 그렇게 하마!”
“감사합니다. 주인마님!”
“이제 나를 주군이라 불러라.”
만적은 나를 구명지인으로 엮으려 했지만 내가 허락한 것은 가신의 길이었다. 나의 첫 번째 가신!홍련이나 여 무사들과는 또 다른 진정한 내 첫 번째 가신이 만들어지는 순간인 것이다.
“주, 주군이라고요?”
“그래. 너와 나는 이제 주인과 종의 관계가 아니다. 주군의 말이 무슨 뜻인지는 알지?”
“그렇습니다. 흥선 도련님께 배웠습니다.”
이 순간 나는 흥선이 만적을 자신의 가신으로 만들기 위해 키우려고 했다는 생각이 들었다.‘영악함이 하늘이다.’난 흥선을 생각하며 그런 생각이 들었다.
“왜 너의 주군이 흥선인 것이냐?”
순간 만적은 놀라 나를 봤다. 이 반응은 아직 군신의 관계를 완벽하게 정리를 하지 않았다는 의미처럼 느껴졌다.
“그렇지 않습니다.”
“나를 모실 것이냐?”
내 물음에 잠시 만적이 잠시 고민을 했다. 힘을 가진 자가 부릴 수하를 고르는 것도 옳은 이치지만 모실 주군을 결정하는 것 역시 가신의 옳은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어찌 할 것이냐?”
“모시겠습니다.”
“좋다. 이 관계의 끝은 네가 나를 능가할 때까지다.”
내 말에 만적은 더 이상 말을 하지 않고 고개를 끄덕였다.
“너와 나는 사내! 다른 이들이 나를 볼 때 어리다고 느끼고 내가 너를 어리다고 보지만 너와 나는 사내다. 사내는 참이다. 참인 행동을 하는 것이 사내다. 너는 내게 참인 것이냐?”
난 마지막 질문을 던졌다.
“참입니다.”
“좋다. 나는 항상 너를 의심할 것이다. 또한 항상 너를 시험할 것이다. 그리고 마지막까지 이제는 너를 믿으려 노력을 할 것이다. 주군을 넘어서는 자는 영웅이 된다. 하지만 주군을 베고 가는 자는 아무 것도 아닌 무다.”
무!없을무인 것이다.
“예. 주군! 절대 무가 되지는 않겠습니다.”
이 순간 만적의 눈빛이 불탔다. 나를 넘어서고 싶은 마음과 함께 나를 진정 모시고 싶은 마음이 공존하고 교차하는 것 같았다.
‘너는 절대 나를 넘어설 수 없다.’나 역시 새로운 각오를 다졌다.
‘이 순간부터 너를 경계하며 내 스스로도 성장할 것이다.’난 그렇게 다짐을 했다.
적이 없고 라이벌이 없는 자는 퇴보하고 도태한다. 그런 면에서 만적은 나를 스스로 채찍질 하는 거울이 될 것 같았다.
‘그래 너를 통해 나를 볼 것이다.’이제 모든 상황은 이렇게 일단락을 지었다.
지금 이 순간 만적은 내게 참을 말하고 있다. 하지만 인간은 변하는 존재!나는 항상 의심하고 관찰하며 관리를 할 것이다.
“이제 네가 해야 할 일을 알려주겠다.”
“예. 주군!”
만적은 의지가 가득한 눈빛으로 나를 봤다.
“너의 첫 장사의 시작이 노예거래였으니 앞으로 그곳에서 최고가 되라.”
“저는 단지 재물을 모을 기회가 있기에 그렇게 한 것뿐입니다.”
“사람이 곧 재물이다. 아니 그 이상이다. 나는 네가 재능이 있다고 생각을 한다. 내 창고에서 재물을 내어줄테니 조금씩 은밀하게 사람을 모아라.”
“사람을 모으라고요?”
“그렇다. 15살 이상 20살 이하로 남녀를 구분하지 말고 모아라.”
이 순간 나는 내 가병의 수를 늘리는 모집책으로 만적을 택했다.노군!이 순간 후일 무신정권의 핵심인 최충헌의 도방의 주축이라고 할 수 있는 노군이 만들어지는 순간이었다.
노군은 사실 일정한 지역을 지키기 위하여 필요할 경우에 선발한 별초군(別抄軍) 중에서 노비를 뽑아 편성한 부대를 말한다.예전에도 노군이라는 것은 존재했다. 하지만 그것은 한 사람의 사병에 불과했다. 하지만 후일 무신정권 60년을 지켜낸 최충헌과 최 씨 일가들은 노군을 적극 활용했다.
자신들의 종복이니 더 믿을 수가 있는 거였다. 또한 결속력 역시 대단했다. 종이기에 주인과 운명을 같이 한다는 생각을 노군은 하고 있었다.
그것이 바로 노군이었다.그리고 이 순간 나는 그 노군을 만드는 거였다.
‘이름 따라 가는군!’난 내 스스로의 결정이 인상을 찡그렸다.‘하지만 나는 그리 가지 않을 것이다.
’이것은 다짐이었었다.이유를 몰라 하는 만적을 나는 다시 봤다.
“내 사병이 될 것이다. 그만큼 너는 내게 중요한 가신이 되는 것이다.”
“예. 주군!”
“사내의 인생에 어느 쪽이든 머리가 되는 것도 좋을 것이다. 하지만 가장 큰 세상에서 그 세상을 이끄는 자를 돕는 가신도 그 이상의 좋음이 있을 것이다. 크게 보고 크게 생각을 해라. 만적!”
내 말에 만적이 나를 뚫어지게 봤다. 내가 한 말 중에 가장 큰 세상이라는 말이 만적의 마음에 박혔기 때문일 것이다.
“예. 주군!”
만적은 내게 짧게 대답을 하며 강한 의지를 불태웠다.
“은밀하게 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