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간웅 8권 -- >
“그럼 춘심이라는 상궁을 후일 무비가 죽였다는 것이냐?”
“그렇사옵니다. 태후마마에게 복수 할 수가 없으니 그 상궁에게 했다고 들었사옵니다.”
“그리고 결국 무비는 용종을 잃었고?”
“그렇사옵니다. 그것이 무비의 한이고 누이를 잃은 이고 산원의 한이 된 것입니다.”
“그 춘심이라는 여자가 어찌 죽었으면 그리도 원한을 품는 것이냐?”
난 이고의 심정이 조금은 이해가 됐다.
“뒤주에 갇혀 칠일을 굶다가 묶인 상태에서 온몸에 꿀을 발려져 개미에게 물려 처절히 죽었다고 합니다.”
백화도 이야기를 하면서 인상을 찡그렸다. 그리고 좋지 않은 이야기를 해서 그런지 표정이 어두워져 있었다. ‘왜 자신의 일처럼 저렇게 표정이 어둡지?’난 문뜩 백화를 보며 그런 생각이 들었다.
“그 모습을 이고 어른이 봤다는 것이냐?”
“견룡군 병사였으니 보았을 것입니다.”
“으음,,,,,,.”
누이의 죽음을 눈앞에서 그것도 입으로 표현할 수 없는 잔인한 방법으로 죽임을 당했으니 그리 분노하는 것은 당연했다.
“그런데 왜 꿀을 발라서 개미에게 뜯겨 죽게 할 것을 칠일이나 굶겼을까?”
난 문뜩 의문이 들었다.
“그건 모르겠습니다.”
백화는 내게 그렇게 말하고 나를 측은히 봤다. ‘뭐지? 저 눈빛은?’난 다시 백화가 지금 무척이나 슬픈 눈빛을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그만큼 백화가 검을 다루고 있기는 하지만 여린 마음이 있다는 생각도 들었다.
‘내 사람이 슬프면 안 되지.’난 백화를 웃겨줘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왜 이제 이고가 무비를 그렇게 증오하는지 이유를 알았으니 된 것이다.
이제 궁금함도 풀었으니 백화를 웃겨줘야 했다.
“배는 고프지 않느냐?”
난 이곳에 이미 많은 야시장들이 있고 또 먹을 것이 많다는 것을 대상인을 꿈꾸는 만적에게 들었다. 그런 것들이 있으니 자유연애를 하는 걸 거다.입에 뭔가를 넣고 야시시한 불빛이 있어야 남자의 입에서 용기가 튀어나오는 것이니 말이다.
“그리 고프지 않습니다.”
백화는 언제나 이렇다. 정말 수동적인 자세. 이런 여자들과 연애를 하는 남자는 아주 답답하고 조바심이 많이 날 거다.
“어쩌지? 나는 배가 등가죽에 붙었다. 하하하!”
내 말이 웃긴지 백화도 방끗 웃었다.
“저기 꽤 사람들이 모이는구나! 가자 먹어보자.”
난 그렇게 말하고 백화의 손을 잡아끌었다. 하지만 그곳은 먹을 것을 파는 난전이 아니었다. 난 백화와 그곳에 가서 인상을 찡그렸다.
“여, 여기는,,,,,,.”
“못 보실 것을 보셨습니다. 상공.”
백화도 인상을 찡그렸다. 그리고 난 왜 그렇게 남자들이 많이 모여 있는지 알았다.
“노예를 거래하는 곳이구나! 으음!”
나는 나도 모르게 인상을 찡그렸다.어느 세상이든 추한 단면은 있는 법이다. 그리고 이 고려에서 그리고 화려한 벽란도에도 이렇게 추한 것이 존재한다는 것을 나는 오늘에서야 본 것이다.
“그런 것 같습니다. 상공!”
그러고 보니 남녀가 같이 온 사람은 나와 백화뿐이었다. 아마 연애가 목적인 자들은 이런 곳에는 오지 않을 것이다. ‘잘못 왔다.’난 그런 생각을 하며 돌아서려고 했다. 그때 내 뒤에서 나를 보고 아는 체를 하는 자가 있었다.
“여기서 뵈옵니다. 회생공!”
내게 말을 건 사람은 다른 아닌 곧 장군이 될 중랑장 한섬이었다. 난 이곳에서 한섬을 보고 놀랐다.
“이런 곳에는 무슨 일이십니까?”
내 물음에 중랑장 한섬은 뭐라고 말을 해야 할지 고민하는 것 같았다. 이렇게 말을 하지 않을 거면 아는 척을 하지 않으면 되는데 참 이상하다는 생각이 드는 순간이었다.
“하하하! 그런 일이 있습니다.”
그리고 그때 백화가 한섬의 뒤에 있는 여자 노예를 보고 인상을 찡그렸고 나도 그 여자를 보고 조금은 놀랐다.‘색목인이다.’사실 색목인이라는 단어와 의미는 원대에 대어서야 만들어진 말이다.
“취미가 고상하시군요.”
난 살짝 인상을 찡그리며 한섬에게 말했다.
“제 취미는 아니지요.”
“그럼 누구의 취미입니까? 응양군 상장군이 되실 진준 장군의 취미지요.”
한섬은 내게 조용히 말했다. 그 순간 나는 이 모든 것이 이의방이 꾸민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그래. 군부를 장악하려는 거야!’
“그렇습니까?”
“예. 회생공!”
“예. 알겠습니다. 저는 이만 바빠서,,,,,,.”
그때 나의 발길을 잡는 또 한명이 있었다. ‘뭐야? 만적이잖아!’난 이곳에서 만적을 보게 될 줄은 몰랐다.
사실 난 만적에게 은병 하나를 줬다. 그리고 돈이 될 것을 사 오라고 지시한 것이 떠올랐다.‘저놈이 해서는 안 될 것에 손을 데는 건가?’현대인의 기억이 있는 내게 노예거래는 참으로 올바르지 않는 일이었다. 하지만 따지고 보면 이것만큼 돈이 되는 것도 없을 것이다.
“그럼 다음에 뵙겠습니다.”
나보다 먼저 한섬이 이 자리를 떠나겠다고 말을 했다.
“그러세요. 참 진준 장군도 꽤나 이상한 취미를 가졌군요.”
난 다시 한 번 이죽거렸다. 그리고 한섬의 뒤에 사복차림을 한 장졸 둘에게 포박을 당한 색목인을 봤다.금발인 것이 무척이나 매력적이고 긴 허리와 그보다 더 길고 각선미가 잡혀 있는 다리는 무척이나 남자의 색욕을 자극할 것 같았다. 하지만 이들은 모를 것이다.
서양 여자의 몸에서 무척이나 이상하고도 참기 힘든 냄새가 난다는 것을.그리고 그 순간 내가 헐벗은(?) 색목인을 뚫어지게 보자 백화가 헛기침을 했다.
“으음!”
그리고 나는 놀라 인상을 찡그리며 백화를 봤다.‘젠장! 나까지 변태가 되네.’난 그렇게 생각을 하고 백화를 보며 멋쩍게 웃었다.
“예. 가 보세요.”
난 그렇게 말했고 한섬은 정말 사라졌다. 그리고 나는 다시 노예 시장 앞에 서성이고 있는 만적을 뚫어지게 봤다.상공! 저 아이는 만적이 아닙니까?”
백화도 만적을 본 것 같았다.
“맞아!”
그리고 나는 조심히 만적이 뚫어지게 보고 있는 곳으로 다가갔다.‘어디 뭘 하는지 보자.’난 만적이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 궁금했다. 그런데 노예들이 있는 단상 위에는 작은 계집에게 마치 팔리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리고 만적의 주변에는 외국에서 온 상인들이 몇 명 보였다. ‘저 복장은 송나라 짱깨 놈이고 저놈은 안남국 베트콩이고 저놈은 사라센 중동 놈인데,,,,,,.’난 만적 주변에 있는 놈들을 보며 인상을 찡그렸다. 그리고 그의 옆에 만적이 있는 것이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뭘까?’지금 이 순간 만적은 오직 어린 계집을 보고 있었다. 그리고 난 이 순간 만적이 어린 계집을 지키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부를까요? 상공!”
백화가 조용히 내게 물었다.
“그냥 둬라. 무엇을 하는지 보자.”
난 만적을 지켜볼 생각을 했다. 그리고 그때 송나라 짱깨가 흑심이 가득한 눈으로 단상 위에 묶여 있는 어린 계집에를 보며 관심이 있는 듯 눈빛을 보였다.
“내가 은병 두 개로 살 거야! 그 이상으로 못 내면 꺼져!”
만적이 바로 송나라 짱깨에게 퉁명스럽게 말했다.
“뭐라?”
송나라 짱깨는 유창한 고려 말로 만적을 보며 인상을 찡그렸다.
“왜 그 정도는 안 되지.”
이 순간 만적은 허세를 부렸다. 지금 만적의 품에는 은병이 하나밖에 없었다. 그런데 지금 만적은 두 개라고 말을 하고 있는 것이다.
만적의 말에 나는 피식 웃음이 나왔다.‘허세 대장이군!’상인의 기질이 다분한 만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어린 계집은 지금 시세로 은병 반이면 충분했다. 아니 가뭄이 극심하여 자식을 파는 자들이 많아 쌀 한섬이면 충분하게 거래가 되고 있었다. 그런데 지금 만적은 시세보다 10배를 더 부른 것이다.
“너 같이 어른 놈이 은병이 있기는 하느냐?”
송나라 짱깨는 만적을 힐끗 보며 물었다.
“없어 보여?”
만적은 살짝 품에서 은병을 꺼내다가 다시 넣었다. 그리고 보니 입고 있는 옷도 만적의 것이 아니라 흥선의 것이었다.‘저놈 재주 있다.’난 문뜩 그런 생각이 들었다.
“그럼 네가 살 것이냐?”
“그럼 사려고 있는 거지.”
“어디 사 봐라.”
송나라 짱깨는 오기가 생긴 것 같았다. 그리고 그 순간 노예 상인들이 만적을 째려보고 있는 것이 내 눈에 감지가 됐다.‘복장이 저러니 쉽게 건드리지 못하는 거군.’어디가나 무엇을 입었는지가 참으로 중요한 것 같았다.‘만적이 달라고 했을까? 흥선이 입혔을까?’난 순간 문뜩 그게 궁금했다.
“너도 살 생각이 없는 거지.”
“사봐? 그럼 나도 살 테니까.”
만적이 송나라 짱깨를 도발했다. 이것은 가진 것이 없는 자가 적을 상대할 때 쓰는 전략이다. 허세를 부리며 도발을 하는 것.하지만 이런 경우에는 부작용이 날 수도 있다.
“좋다. 내 은병 두 개를 내놓지.”
송나라 짱깨는 화가 난 모양이었다.정말 부작용이 일어난 거였다. 그리고 만적은 어금니를 꽉 깨물었고 지금까지 만적의 행포에 당하고만 있던 노예상인들이 반색이 됐다.
“그렇게 하시겠습니까?”
“내가 저놈 때문에 오기가 생겨서 산다. 대 송제국의 상인이 고려의 어린 아이에게 질 수는 없지.”
송나라 짱깨가 노예 계집 하나 사는 것에 나라까지 들먹이고 있었다.
“은병 두 개입니다.”
노예상인은 허리를 굽실거리며 비굴하게 손을 비볐다.
“여기 있다.”
그리고 송나라 짱깨는 그 순간 은병을 꺼내려고 했고 그때 백화가 참다못해 나서려고 했고 나는 백화의 손을 잡아 말렸다.
“그냥 둬라.”
“하지만 상공! 저 어린 것이,,,,,,.”
백화는 이제 곧 송나라로 끌려가서 모진 삶을 살 어린 계집이 가여운 듯 했다. 물론 나 역시 가엽기는 했다. 하지만 내가 지금 이 순간 저 어린 계집을 구할 수는 있지만 다른 모든 이를 구할 수는 없었다.
그래서 저 어린 계집아이의 운명을 바꿔주지 않는 거였다.‘어쩔 수 없는 일이다.
조정에서 막지 않으면 되지 않는 일이야!’난 그런 생각을 했다.
“하지만 상공,,,,,,.”
“막을 수가 없다. 그러니 그냥 둬라! 저 어린 계집아이를 구할 수는 있어도 전부를 구하지는 못한다. 그럼 마음에 자리 잡고 있는 짐을 절대 덜어낼 수가 없는 것이다.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조정에서 법으로 금해야지 되는 일이다.”
내 다부진 말에 백화도 고개를 끄덕였다."예. 알겠습니다. 상공."
"그래. 너의 마음은 알겠지만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난 그렇게 말하며 만석을 봤다. ‘역시 재간은 있지만 대 상인이 될 소질은 없는 건가?’난 문뜩 그런 생각을 했다.
대상인이 되려면 모질고 독한 면이 있어야 한다. 한 계집아이의 가여워하여 여기서 저렇게 시간을 보내서는 안 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그런 생각을 하며 힐끗 만적을 봤다.
그 순간 난 누구도 보지 못한 만적의 차가운 미소를 봤다.‘설, 설마!’난 놀라 다시 한 번 만적을 봤고 그 순간 만적은 만적이라는 이름이 아닌 그레나 꼬레아라는 이름으로 바뀌어 있었다.
‘뭐야? 베, 베니스의 개성상인?’난 순간 숨이 턱하고 막혔다. 만적이 드디어 이름이 바뀐 것이다. 그리고 그것도 외국이름으로 말이다.
‘그레나 꼬레아? 그레나? 그래 나 코리아!’난 순간 만적에게 새로운 위기가 닥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만적이 그런 위기가 닥친다는 것은 내도 위기가 닥칠 수 있다는 이야기였다.
‘저놈! 대상인이 된다.’난 만적의 미소를 보고 그런 확신을 했다.
내 예상이 맞는다면 지금까지 만적은 거짓된 눈빛으로 노예상인과 짜고 이런 짓을 꾸민 걸 거다. 정말 모질고 독한 것이 만적 아니라 그레나 꼬레아인 것이다.
코리아!이 단어가 세계에 알려진 것은 바로 고려라는 말에서 비롯된 거였다. 옛 고려를 외국에서는 꼬레아라고 불렀고 그것이 후일 코리아가 된 거였다. 그런데 지금 만적의 이름이 그레나 코레아로 바꿔 있는 거였다.
그리고 이것은 내게 의미하는 봐가 컸다.‘운명도 이름도 바꿀 수 있다.
’나는 어쩌면 만적을 통해 이것을 시험해 보고 싶었는지도 몰랐다. ‘만적의 이름이 바뀌듯 내 이름도 바꿀 수 있다.
’난 그렇게 생각을 하고 입술을 꽉 깨물었다.그렇게 내가 놀랄 동안 송나라 짱깨는 어린 계집을 은병 두 개를 주고 사서 데리고 갔고 셈이 끝이 나자 어린계집을 판 노예상인은 슬쩍 만적에게 다가와 주위를 살피며 은병 하나를 건넸다.
“너 때문에 오늘 수입이 열 배가 늘었다.”
“그럼 나머지 노예들은 제가 삽니다.”
“약속을 했으니 그렇게 하지.”
만적은 단상 위에 있는 나머지 노예들을 봤다.
“그런데 20여명이나 되는데 데리고 갈 수는 있겠냐?”
노예상인이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물었다.
“도망치지는 않을 겁니다. 도망을 치면 금방 잡힐 거라는 것을 알고 있을 거예요. 그리고 제 집까지 데려다 놓는 것도 거래 내용이지 않았나요?”
만적의 말에 노예상인은 인상을 찡그렸다.
“그렇지. 알았다. 하여튼 너 때문에 오늘 내가 은병 20개를 얻는구나!”
은병 20개면 살로 따지면 100가마였다.
“내일 또 오겠니?”
“됐습니다. 이 속임수도 자주하면 탄로가 나죠.”
만적 아니 그레나 꼬레아는 씩 웃으며 말했다. 그리고 집으로 돌아서려고 한때 내가 자기를 지켜보고 있다는 것을 보고 놀라 바로 허리를 숙였다.
“주인마님!”
만적이 허리를 숙이며 나를 보자 노예상인도 나를 봤다. 그리고 뭔가 이상하다는 듯 고개를 갸우뚱거리다가 돌아섰다. ‘뭐야? 왜 저러지?’난 문뜩 노예상인의 행동이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고 그것은 아마 문벌귀족의 자재처럼 입고 있는 만적 아니 그레나 꼬레아가 내게 주인마님이라고 부르는 것이 이상해서 저렇게 행동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이 순간 그게 중요한 것은 아니었다.
지금 이 순간 중요한 것은 만적이 어떤 생각으로 저런 꾀를 내었냐는 거였다. 이제 남은 것은 내 마지막 시험이었다.
그것이 내 생각을 능가하는 것이라면 나는 어느 방향이든 만적을 밀어줄 생각을 했다. 그리고 그것이 절대 좋은 방향은 아닐 수도 있었다. 이렇게 독한 것이 사람인 모양이다.
‘대답을 잘 해야 할 것이다. 만적! 아니 그레나 꼬레아! 너의 이름대로 가기 싫다면 그래야 할 것이다.
’난 그레나 꼬레아를 보며 살짝 입술을 깨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