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간웅-147화 (147/620)

< -- 간웅 8권 -- >황궁 뒤쪽에 만들어져 있는 후문.황궁을 드나드는 위인들 중 정문으로 들고날 수 있는 자는 몇 되지 않았다. 서리의 관을 쓴 문신들과 갑주를 차려 입은 무신들 그리고 내명부 5품 이상의 상궁과 환관들만이 황궁 정문으로 출입을 할 수 있다. 그리고 나머지 잡인들은 황궁 뒤쪽 문으로 출입을 해야 했다.

우선 황실에 쓰여 지는 각종 물건들을 올리는 상인들이 뒷문을 이용했고 또한 각종 잔심부름을 하는 나인들과 하급 환관들 역시 후문을 이용했다. 그렇기 때문에 태자 역시 폐서인이 되고 황궁 후문을 이용해서 진도로 간 거였다.그리고 지금 이 황궁 후문에 오른손에 검을 든 무사 둘이 누군가를 초조하게 기다리고 있었다.

“저기 오시는군!”

검을 찬 무사가 멀리서 다급하게 걸어오는 상궁을 모습을 보고 살짝 황궁 후문 밖에서 떨어졌다.

“기대를 많이 하셨을 것인데,,,,,,.”

다른 무사가 멀리 오는 상궁을 보며 살짝 인상을 찡그렸다.

“그러게 말 일세. 간발의 차이였어.”

무사 하나가 그렇게 말하고 인상을 다른 무사처럼 인상을 찡그렸다. 그런데 지금 놀라운 것은 지금 걸어오는 상궁이 바로 해월이라는 거였다.해월은 황궁 후문을 통과하고 바로 무사가 살짝 몸을 숨긴 곳으로 걸어가서며 주변을 살폈다.

“오셨습니까?”

무사 둘이 해월을 보며 짧게 목례를 했다.

“어떻게 되었는가?”

역시 해월은 다급한 목소리로 물었다.

“갑산 관노로 있다,,,,,,.”

“갑산에 있는 것인가?”

해월은 무사의 말을 끊으며 다급하게 물었다.

“송구합니다. 갑산 관노로 있다가 달포 전에 갑산 서리의 서류 조작으로 벽란도에 노예로 팔렸다고 합니다.”

무사는 마치 죄를 지은 듯 송구스러운 표정으로 해월에게 말했다.

“뭐라? 달포 전에 팔렸다고?”

“그렇습니다. 저희가 움직이는 것을 알고 옮겨진 것 같습니다. 정말 귀신 같이 딱 한발 앞서서 옮겨지고 있습니다.”

무사의 말에 해월은 표정이 굳어졌다.

“벽, 벽란도라고 했지?”

“그렇사옵니다. 벽란도로 팔렸다고 했습니다.”

“그 망한 놈의 서리는 어떻게 했나?”

“비밀을 유지하기 위해 은밀히 목은 베었습니다. 그것이 저의 실수였습니다. 용모차기라도 그려 두었어야 하는데,,, 송구하옵니다.”

무사의 말에 해월은 다시 인상을 찡그렸다. 정말 이번에는 찾을 수 있다고 생각을 하고 있었다.

그런 확신을 가지고 달포 전에 고용한 무사들을 보냈지만 번번하게 허탕을 친 것처럼 급하게 어디론가 다시 팔렸고 이렇게 가슴만 태우는 거였다.또한 무사들을 보내고 나서 무신정변이 일어났다. 그러니 더 찾을 여력도 없었던 상황이었다. 그래서 더욱 아쉽기만 한 해월이었다.

“으음,,,,,,.”

“송구하옵니다.”

“어쩔 수가 없는 일이지. 베어버린 목을 다시 붙일 수도 없고.”

해월은 그렇게 말하며 지그시 입술을 깨물다가 다시 무사 둘을 봤다.

“그 아이의 이름이 뭐라고 하던가?”

“이번에는 갑동이라고 불렸다고 들었습니다.”

“갑동이?”

“그렇습니다. 하지만 산수의 관로로 있을 때는 견구였습니다.”

무사의 말에 해월은 인상을 찡그렸다.견구! 그 이름을 그대로 풀면 큰개새끼! 작은 개새끼인 거다.

“견, 견구!”

“그렇습니다. 이름이 자꾸 바뀌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저희가 더욱 찾기 힘든 것 같습니다.”

“지금 팔도를 다 뒤지고 있는데 못 찾는 게 말이 되는가?”

“송구합니다.”

“벽란도라고 그럼 벽란도를 다 뒤져서라도 찾아!”

“하오나 벽란도에 노예로 팔렸다는 것은 송으로 갈 수도 있고 금으로도 팔려 갈 수 있습니다.”

“그럼 송이라도 가서 찾아오고 금이라도 가서 데리고 오시게. 내게는 정말 소중한 사람의 사람일세.”

내가는 정말 소중한 사람의 사람?해월은 묘한 말을 했다.

“하오나,,,,,,.”

“드는 재물은 아끼지 않아도 되니 내 앞에 갑동이만 데려다주게. 그렇게만 해주면 내가 자네들을 은인으로 여기고 내가 궁에 있는 한 자네들과 자네들의 식솔까지 돌봐줄 것이네.”

해월은 간절한 눈빛으로 말했다. 그리고 그 간절한 눈빛 안에는 자신의 힘 역시 과시하고 있었다. 지금은 무부들이 판을 차고 있다고 해도 태후 전 상궁의 권세 역시 대단한 것이기에 무사 둘은 어떻게든 찾아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노력하겠습니다. 마마!”

“그러게. 그런데 갑동이라는 어찌 생겼다고 하던가?”

해월은 혹시나 하는 마음에 무사에게 물었다.

“워낙 은폐가 되어 아는 이가 몇 되지 않습니다. 그리고 제가 어리석게 서리도 죽여서,,,,,,.”

무사의 말에 해월은 인상을 찡그렸다.

“알았네. 갑산에서 온 갑동이라면 찾을지도 모르지. 어서 찾게. 어서!”

“예. 마마님!”

무사 둘은 짧게 다시 목례를 하고 물러났고 해월은 그 모습을 보고 지금 궁에서 사라진 무비의 얼굴을 떠올리며 어금니를 꽉 깨물었다.바드득!

“무간지옥에 떨어질 년! 아이가 무슨 죄가 있다고,,,,,,.”

지금 이 순간 해월도 무슨 사연이 있는 듯 했다. 그리고 해월은 다시 다급하게 태후 전으로 발걸음을 옮겼다.이의방은 공예태후를 만나고 자신의 장군방으로 들어섰다.

은은한 술 향이 남은 것으로 봐서 조금 전까지 이고가 이 자리에서 죽은 그의 누이를 그리고 있었다는 생각이 드는 이의방이었다.그런 생각도 잠시 이의방은 탁자에 앉아 자신도 모르게 긴 한 숨이 흘러나왔다.

“즉위식이라,,,,,,.”

공예태후에게 흔쾌히 즉위식을 성대히 하겠노라고 대답을 했지만 절대 자신 혼자 일을 진행 할 수 있는 것은 아니었다.

“조영인을 죽여야 할 시점인데 끝내 죽이지 못하는 건가?”

이의방은 정중부의 편에 섰던 조영인을 후일 죽일 생각을 하고 있었다. 사실 명종이 조영인을 문하시중에 앉히라고 말할 때도 거짓으로 알았다고 대답을 한 이의방이었다. 하지만 자신의 목을 노린 자와 손을 잡은 조영인을 살려두고 싶지 않은 이의방이었다. 그런데 이제 정말 조영인을 죽이지 못하는 일이 생긴 거였다.

“내가 급해 머리를 숙여야하는군!”

이의방은 혼잣말을 중얼거렸다. 그리고 탁자 위에 올려놓은 비단 두루마리를 보고 인상을 다시 찡그렸다.처음 그것을 받았을 때는 참으로 기뻐 속으로는 아이처럼 좋아한 자신이었다. 그런데 공예태후 전에 다녀오다가 생각을 해 보니 그게 그리 좋은 일도 아니었다.

‘옥새가 찍히지 않고 수결만 있는 것은 위엄이 서지 않아.’이의방은 그런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그것은 언제든지 아닌 것이 될 수 있는 일이었다. ‘옥새를 찾아야 해!’이의방은 그렇게 생각을 하며 두 사람의 얼굴을 떠올렸다.

하나는 옥새를 찾기 위해서는 무비를 살려두어야 한다는 회생이었고 또 하나는 회생의 말대로라면 옥새의 행방을 알고 있는 무비였다.그런데 그 순간 무비의 미모가 눈앞에 삼삼해지는 이의방이었다.

“뭔 생각을 하는 거야!”

이의방은 스스로를 질책했다. 하지만 생각하지 않으려면 더욱 생각이 나는 것이 사람이었다.

“으음,,,,,,.”

이의방이 다시 한 숨을 쉬었다.

“우선은 문신들과 상의를 해야겠지. 머리를 약간 숙여주면 되는 것이야!”

이의방은 살짝 입술을 깨물었다. ‘조마조마할 것인데 이제 숨통이 튀어 좋아라. 하겠군.’이의방은 속으로 조영인의 얼굴을 떠올리며 피식 조소를 머금었다. 그리고 잠시 머물렀던 자신의 장군방에서 일어났다.

“마음을 먹었으면 당장 움직여야지. 암 그렇고말고.”

이의방은 바로 장군방에서 나와 문신들이 모여 있는 전각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그리고 바로 복도로 나와 경비를 서는 두 장졸을 봤다.

“견룡대는 나를 따르라고 해라.”

“예. 거사대장님!”

장졸 하나의 말에 이의방은 피식 웃었다.

“너희들까지 그렇게 부를 필요 없다. 나는 너희들의 영원한 견룡 군 행수다.”

이의방의 말에 장졸들은 감격스러운 눈빛을 보였다. 이렇게 이의방은 사람을 감동시키는 재주가 있었다.

‘이왕 고개를 숙여도 조금은 위협을 줘야지.’그렇게 생각을 하며 이의방은 문신들이 모여 있는 전각으로 견룡 군 장졸들을 이끌고 이동을 했다. 그리고 이의방과 견룡 군들이 움직일 때마다 그리고 가는 곳마다 홍해가 갈라지듯 신하들이 겁을 먹고 길을 열었고 또 저마다 놀라 여기저기 이 사실을 알리기 위해 분주히 움직였다. ‘겁먹는 꼴하고는!’누군가가 자신을 보며 겁을 잔뜩 집어먹는 것을 보는 것도 즐거운 일이고 즐길만한 일이었다. 그리고 이 순간 이의방은 그것을 즐기고 있었다.

그리고 끝내 문신들이 모여 직무를 보는 전각 앞에 섰다.

“너희들은 이곳에서 경계를 해라!”

“예. 견룡 행수님!”

100여명의 견룡들이 우렁차게 대답을 하자 마치 그것은 칼끝과 같은 메아리가 되어 전각을 흔들어 놓는 듯 했고 전각 안에 있는 문신들은 화들짝 놀라 영문도 모르고 겁을 집어먹었다.또한 조영인과 꽤 영향력 있는 문신들이 모여 있는 방에서도 견룡들의 우렁찬 함성이 들렸다.

그 소리에 조영인도 이의방에게 찔리는 것이 있어 그런지 화들짝 놀랐다.

“무슨 일인가?”

문신들과 회의를 하고 있는 조영인이 놀라 말석에 있는 문신에게 알아오라는 듯 물었다.

“제가 바로 알아오겠습니다.”

“그래 어서 알아오시게. 어서!”

4. 거상을 꿈꾸는 만적.벽란도 포구!허름한 평인의 옷차림을 한 만적이 싱글벙글한 상태로 벽란도 포구 시전을 어깨가 으슥한 상태로 돌아다니고 있었다.

“돈이 될 수 있는 것을 찾으라 하셨지?”

지금 만적은 대상인이 되기 위해 첫발걸음을 데고 있었다. 회생이 희망을 불어넣어줘서 그런지 어린 만적이지만 보는 눈이 무척 매서웠다.

“내가 가지고 있는 것은 은병 하나가 전부인데,,,,,,.”

만적은 자신이 가지고 있는 은병으로 무엇을 사야 할지 고민이 됐다. 하지만 지금까지도 마땅히 살만한 것이 없었다.

“벽란도에 팔리는 물품이 귀하기는 하지만 이곳에서 사서 계림이나 나주에 팔면 정말 배는 받을 수 있을 것 같다.”

만적은 이런 생각을 하며 조목조목 물품들을 보며 시전을 활보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때 이 벽란도 포구에서 가장 사람들이 많이 모여드는 곳을 향했다. 물론 지금까지는 만적이 의도한 것은 아니었다.그저 시전을 활보하다보니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곳을 찾게 되고 그렇게 여기까지 오게 된 거였다.

“뭐지?”

만적은 사람들이 모여 있는 틈을 비집고 들어갔다. 그리고 그곳에서 파는 물품(?)들을 보고 기겁을 했다.‘노, 노예상이다.

’고려는 신분의 구분이 명확했다. 거지처럼 살아도 만적은 양인이었다. 그리고 만적과 같은 양인 밑으로 천민이 있고 또 천민보다 못한 노예가 있었다. 또한 몇 해째 극심한 가뭄으로 인해 아비가 자식을 파는 경우가 많았고 그래서 노예들의 수가 수도 없이 늘어나고 있었다.

양민이 줄어든다는 것은 고려 조정의 입장에서도 그리 달가운 일은 아니었지만 극심한 가뭄을 해결할 방법이 없는 고려 조정이었고 그리고 지금은 아예 그런 것을 신경 쓸 여력이 없는 고려 조정이었다.오직 어떻게든 이 극변하는 순간, 순간을 적응하려는 자들만이 가득한 고려 조정이었다.

“자 자자! 어서 어서 보세요.”

노예 거래상들은 호객 행위를 하듯 목청을 높였다.

“고려에도 이만한 계집이 없습니다. 자 송나라로 보내면 두 배는 되고 금으로 보내면 3배는 되지요. 자자! 한 번 보고 가십시오.”

노예 거래상은 사람을 물건처럼 말했고 이 순간 만적은 충격을 받았다.

“그 앞에 있는 계집은 얼마인가?”

송나라 복장을 한 상인 하나가 차가운 눈빛으로 단상에 묶여 있는 20살 정도 되어 보이는 여자를 보며 물었다.

“헤헤헤! 은병 하나의 반에 반이지요.”

노예 거래상인의 말에 송나라 복장을 한 짱깨 상인이 인상을 찡그렸다.

“이 가뭄에 널려 넘치는 것이 계집노비인데 너무 비싸군. 저년이 쌀 두 섬의 값이 된다고.”

짝!순간 노예 거래상은 여자노예의 엉덩이를 세차게 손바닥으로 후려쳤다.

“아악!”

얼마나 강하게 후려쳤는지 여자 노예는 비명을 질렀고 그 비명에 노예상인은 야릇한 눈빛을 잠시 보였다가 다시 여자 노예에게 관심을 보이는 송나라 짱깨 상인에게 집중을 했다.

“이 엉덩이 좀 보십시오.”

“계집 엉덩이가 거기서 거기지.”

“아닙니다. 잘 좀 보십시오.”

노예거래상은 바로 삼줄로 묶여 있는 젊은 노예의 몸을 돌려 억지로 허리를 숙이게 만들었고 그 순간 여자 특유의 큰 엉덩이가 송나라 짱깨 상인의 눈에 가득 들어왔다. 그리고 그 순간 송나라 짱깨 상인은 자신도 모르게 마른침을 삼켰다.꿀꺽!그리고 바로 노예거래상은 이번 거래는 성공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참으로 노예거래상에게는 요즘이 풍요속의 빈곤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사들이는 노예의 가격은 날마다 떨어지지만 파는 것도 무척이나 힘들었다. 그래서 이런 위기 때에는 누가 더 큰 재력을 가지고 있는 지가 결판이 나는 거였다.

살 수 있을 때 사서 축재를 해 두는 것도 상인의 덕목 중 하나 일 것이다. 그런 면에서는 노예를 사 두기 딱 좋은 시기였다.

이렇게 양민들이 힘들어 자식까지 팔아먹는 이 시점에 그들의 눈물을 이용해서 돈을 버는 자는 이렇게 존재했다.

“보십시오. 홰가 동하지 않습니까?”

“동하기는 뭐가 동해.”

“아닙니다. 이 정도의 엉덩이면,,,,,,.”

짝!

“아악!”

노예거래상은 다시 여자 노예의 엉덩이를 후려쳤다. 그 순간 여자 노예는 비명과 함께 어금니를 꽉 깨물었다.

“당장 내년이면 어느 잡놈이랑 붙어서 어린 노예 하나를 낳고 다음 해에는 또 하나를 낳을 수 있을 만큼 튼튼한 년입니다. 사 두면 남는 게 노예계집이지 않습니까?”

이 순간 노예거래상은 여자노예를 사람으로 보지 않고 소나 말처럼 보는 듯 했다.

“에이 그래도 비싸!”

송나라 복장을 한 짱깨 상인은 바로 돌아서서 사라졌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