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간웅-146화 (146/620)

< -- 간웅 8권 -- >공예태후의 측면에서는 손해볼 것이 없는 거래이기도 했다.그리고 지금 공예태후는 회생의 계략을 실행에 옮기고 있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이의방에게 딸이 둘이 있다는 거였다.사실 이 계략을 회생이 꾸민 것은 이의방의 사위가 되기 싫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딸이 둘이 있다는 것을 모르고 있었던 회생 이였기에 어쩌면 실패한 계략일 것이다.

“알았네. 성대한 즉위식부터 준비를 하시게.”

“예. 태후마마!”

이의방은 놀라 떨리는 마음을 진정시키고 겨우 대답을 했다.

“바쁘실 것이니 나가 보시게.”

“예. 태후마마!”

이의방은 이 순간 들어올 때보다 더 공손히 뒤로 물러나 밖으로 나갔다. 그리고 명종은 공예태후의 놀라운 모습에 내심 놀라면서도 무섭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마마마! 황손에게,,,,,,.”

“이의방만큼 황상을 보위할 자는 없습니다. 또한,,,,,,,.”

그리고 공예태후는 살짝 목소리를 낮췄다. 이것은 혹시나 이의방이 복도를 지나면서 이야기를 들을지도 모른다는 생각 때문이었다.그리고 그때 조심히 해월이 문을 열고 들어왔다.

“이행수가 전각 밖으로 물러났나이다.”

그제야 공예태후는 안심을 하고 명종을 봤다.

“또한 황상과 태자 그리고 이 황실을 보위할 자는 회생 밖에는 없소.”

이것은 절대적인 신음과 믿음이었다. 어떻게 되었던 자신의 아들인 의종을 살려냈고 또 상황제까지 만들었고 목이 날아갈 태자를 구한 것이 회생이니 공예태후가 신임을 할 수밖에 없었다.

“회생이라 하셨습니까?”

“그렇소. 황상! 회생을 상황제의 신하라 멀리하실 필요가 없소.”

이 순간 명종은 자신의 속내를 들켜 뜨끔한 생각이 들었다.

“그런 적 없사옵니다. 어마마마!”

“회생은 이 황실을 보위할 황실의 신하요.”

공예태후는 말은 그렇게 말했지만 명종은 속으로 회생이 자신의 어머니인 태후의 신하라고 들렸다.

“예. 알겠습니다. 어마마마!”

그러고 보니 명종은 살짝 공예태후가 부럽다는 생각도 들었다. 지금 자신은 이 황궁에 의지할 자가 하나도 없는데 자신의 어머니인 공예태후는 당장이라도 목숨을 내어놓을 용호군 대장군이 있고 또 회생이 있으니 부럽다는 생각이 드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황상께서는 이 고려를 반드시 지켜내셔야 합니다.”

“예. 어마마마!”

“그리고,,,,,,.”

공예태후는 다시 한 번 의종을 안위를 부탁하려고 하다가 입을 닫았다. 좋은 꽃놀이도 한 두 번이라고 했다.

“걱정 마시옵소서. 형님폐하께서 황실과 조정을 위태롭게 하지 않으신다면 저는 형님 폐하를 상황제로 기꺼이 모실 것입니다.”

이것은 다시 말해 문제를 만들면 죽일 수도 있다는 것처럼 공예태후의 귀에는 들렸다.

“으음,,, 이 어미는 황상만 믿겠소.”

“예. 어마마마!”

그렇게 공예태후의 허세는 끝이 났다. 하지만 이 순간 황제는 자신의 어미인 공예태후가 잠으로 무섭고 큰 힘을 가졌다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었다.‘어쩌면 내 가장 큰 정적은 어마마마일지도 모른다.

’명종은 그런 생각을 했다.이의방이 없는 장군방.알 수 없는 정적이 차가운 삭풍처럼 나를 압박하고 있었다.

한참 전에 이의방이 나갔지만 내게 할 말이 있다던 이고는 말을 하지 않고 나만 보고 있었다.‘눈에 살기고 담돌고 있어.’난 문뜩 그런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그때 이고가 무비를 죽이지 못해 안달이 났던 때가 떠올랐다.

‘무비의 일을 질책하기 위해서인가?’난 문뜩 그런 생각이 들었다. 그러고 보니 이제는 내게 무비는 그리 중요한 인물이 아니었다.내 출생의 비밀보다 더 급한 것은 여전히 내 머리에 둥둥 떠 있는 이 의문의 이름 석 자의 이유를 찾아야 하는 거였다.

‘지금 내어달라고 해도 내어줄 수 없는 상황인데,,,,,,.’이 순간이 난 갑자기 난처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나도 몰래 힐끗 이고가 차고 있는 검에 눈이 갔다.나와 이고는 지금 차분히 앉아 있었다.

검을 뽑아 나를 벤다면 나는 죽은 목숨일 것이다.그리고 나를 보는 이고의 눈빛 역시 차가웠다. 하지만 그 이고의 눈빛에는 많은 것을 담고 있는 듯 했다.

“회생아!”

“예. 이고 어르신!”

난 마땅히 이고를 어떻게 불러야 할 지 몰라 어르신이라고 불렀다.

“내가 왜 이 거사에 동참을 한 줄 아느냐?”

“모르겠습니다.”

모르는 것은 당당히 모르겠다고 말하는 것이 좋다.

“그래. 많은 이들이 모를 것이다. 난 권력도 싫고 권세도 싫고 재물도 그리 반기지 않는다. 그저 무인이면 되고 또 무사면 된다고 생각한 나다.”

“그러하옵니까?”

“그래. 그저 황제페하를 모시는 견룡으로 살면 족하다고 생각을 했다. 그런데 내가 모시는 주인의 발뒤꿈치를 무는 개가 됐다.”

이것은 스스로 거사인원들을 개로 만드는 언사였다. 이것을 통해 이고는 정말 역사적으로 무척이나 저평가된 인물이라는 것을 나는 다시 한 번 생각을 했다. 그리고 항상 역사가 옳은 것을 기록하는 것은 아니라는 생각도 했다.

“물릴 만하니 물리는 것입니다.”

“너도 그리 생각을 하느냐? 그런데 어떻게 신하가 모시는 주인에게 검을 돌릴 수 있느냐? 하지만 난 검을 돌렸다. 오직 그 이유는,,,,,,,.”

순간 이고가 나를 뚫어지게 봤다.

“예. 이유가 있으십니까?”

“그래. 그 이유는 너도 짐작을 하겠지만 무비 때문이다.”

순간 나는 인상을 찡그려야 했다.

“그, 그렇습니까?”

“네가 무비를 이의방에게 보냈지.”

이 순간 이고의 눈에 살기가 감돌았다.

“옥새의 행방을 찾기 위해서는 어쩔 수가 없었던 조치이었습니다. 깊이 생각해 주십시오.”

“그래. 그리 받아드릴 것이다. 하지만 추호에 내가 하고자 하는 일을 막는다면 너라도 용서치 않을 것이다.”

이 순간 나는 너라도 라는 말에 집중을 했다. 이상할 만큼 이고는 내게 정을 주는 것 같았다. 그래서 너라도라는 말을 쓴 거였다.

하지만 이것은 마지막 경고였다.복수의 화신인 자신을 더는 막지 말라는 경고인 것이다.

물론 나 역시 이고의 복수를 막을 생각은 없다.단지 내가 알고 싶은 것은 내 출생의 비밀이었다. 그리고 지금 여전히 내 머리에 둥둥 떠다니는 이 지랄 같은 의문의 이름에 대한 답을 찾는 거였다.

‘이제는 출생 따위는 필요치 않지.’난 문뜩 그런 생각이 들었다. 우선 내게 중요한 것은 이 머리 위에 떠 있는 이름 석 자를 어떻게 해석해야 하는 거였다.

“그런 일은 없을 것입니다.”

“그래주면 고맙겠구나!”

“그리고 앞으로 일어나는 일들은 제가 의도 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만 아셔 주셨으면 합니다.”

난 이미 역사의 기록과 일들을 알고 있다. 그리고 훗날 무비가 이의방의 애첩이 된다는 것 역시 알고 있다.그건 다시 말해 이의방과 이고가 언젠가는 척을 진다는 말이다.‘그때 누구의 편을 들어야하지?'난 문뜩 그런 생각이 들었다. ‘내게 이로운 자의 편이지.’난 그렇게 생각을 하고 입술을 지그시 깨물었다.

“너의 의도가 아니다.”

“예. 어르신!”

“그래 기억해 두지.”

“감사합니다.”

난 그렇게 말하고 조심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역시 항상 너는 바쁘구나!”

“그렇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무슨 원한이 이리도 깊은 거지?’난 문뜩 그런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그 원한에 대해서 이고가 아닌 다른 사람에게 반드시 물어봐야 한다는 생각도 들었다. 이고에게 묻는다면 이고의 입장에서 이야기를 하게 될 것이다.

그럼 분면 내가 모르는 또 무엇인가에 의해 내 생각이 고착될 것 같았다. 또한 내가 이고에게 묻는다고 해도 말해주지 않을 것 같았다. 그리고 나를 보는 이고의 눈빛!그게 또 하나의 이유였다.나를 보는 자애로운 눈빛.무장이면서 사내가 가지기에는 조금은 애잔해 보이는 그런 먹먹한 눈빛을 가지고 나를 보는 이고였다.

이제 며칠 보지 않았지만 이고의 눈빛은 내게는 따뜻했다. 그의 눈빛은 이유도 없고 바라는 것도 없었다.

이 고려에서 모두가 내게 뭔가를 바라지만 이고는 그냥 나를 따뜻하게만 봤다. 그게 좋다.

정말 그게 좋다. 그러니 더욱 물을 수가 없었다. 괜히 내가 물어 이고의 그 눈빛이 변하는 것이 나는 싫었다.

그리고 또 물어볼 사람은 너무 많으니 꼭 이고에게 물을 필요가 없다. 이고가 모르는 상태에서 그의 원한이 뭔지 알게 된다면 이고를 이용할 수 있는 좋은 정보가 될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내가 나를 위해 이용하고 싶지 않은 유일한 사람이다. 하지만,,,,,,.'나는 이 순간에도 누군가를 이용해야 한다.

그것은 어쩔 수 없는 현실이다. 내가 가지고 있는 것은 내 잔머리와 그리고 백화 그리고 8명의 여 무사가 전부니 말이다.

지금 내게 내가 알고 있는 역사적 정보라도 없다면 나는 아무 것도 아닌 것이다. 그리고 난 그 사실을 너무도 잘 알고 있었다.‘무예를 익히기는 해야 하는데,,,,,,.’난 그런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다시 힐끗 이고를 봤다.

‘스승님에게 물어야겠군! 너무 역사랑은 너무 달라!’내가 물끄러미 자신을 보자, 이고도 나를 봤다.

“그래. 가 봐라!”

“예. 어르신!”

“네놈과 의방의 적들이 많이 늘었으니 네가 그 적들을 도모하기 위해 머리가 아프겠구나!”

이고는 솔직하게 말했다. 나와 이의방에게 적이 많이 늘은 만큼 권세도 높아진 걸 거다.

“그렇습니다.”

“나가며 장졸에게 탁주나 가지고 오라고 해라. 오늘 달이 차서 술이 고프구나!”

이럴 때보면 이고는 또한 낭만적이면서 풍류객 같았다.

“예. 어르신!”

“어르신이라,,, 너는 나를 어르신이라고 부르는구나! 겨우 무부 따위에게 어르신이라,,,,,,.”

이고는 내가 어르신이라고 부르는 것을 한 번 중얼거렸다. 그리고 스스로 자신을 무부라고 말하는 이고였다.그것은 다시 말해 이고는 이 순간 아니 처음에도 무인이었고 마지막에도 무인으로 죽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왜 불편하십니까?”

“아니다. 그런데 너는 의방에게는 장인이라고 부른다고 들었다.”

이고의 말에 나는 이고가 왜 이런 말을 내게 하는지 생각을 해야 했다.

“그렇게 되었습니다. 상황이 상황을 만들다보니 그리 되었습니다.”

내 말에 이고는 피식 웃었다.

“나는 줄 딸도 없으니 아쉽구나!”

이고는 그렇게 말하고 다시 피식 웃었다. 딸을 주고 싶다.

그것은 나를 아끼고 싶다는 말이다. 술을 좋아하는 이고지만 지금까지 농담 따위는 한 적을 보지 못한 이고였다. 또한 그가 흥분을 하는 모습도 딱 한번 무비와 마주섰을 때가 전부였다.

그런데 지금 이고가 내게 딸을 주고 싶다는 말을 했다. 그리고 다시 자애로운 눈빛!‘왜 나한테 끌리는 거지?’난 이고가 내게 친밀감을 보이는 이유가 궁금했다.

“꼭 딸을 주시지 않아도 될 것입니다.”

“그러냐?”

이고가 나를 빤히 봤다.

“마음과 마음이 통한다면 꼭 혈연으로 맺을 필요는 없지 않습니까?”

내 말에 이고가 피식 웃었다.

“역시 말재간은 이 고려에서 내게 갑이다. 하지만 명심해라! 혀는 검보다 자신을 더 매섭게 벨 때가 많다.”

“예. 어르신! 예. 깊이 생각을 하겠습니다.”

난 그렇게 말하고 고개를 한 번 숙였다.

“가 봐라!”

“예. 전 이만 나가보겠습니다.”

“그래라.”

“예. 나가는 길에 소주방에 들려 좋은 술과 안주를 마련하라고 하겠습니다.”

“하하하! 너의 권세가 그 정도나 되느냐?”

이고는 놀라워하면 웃었다.

“어찌 하다 보니 소주방 상궁을 알게 되었습니다.”

“줄타기는 아주 요령껏 해야 줄에서 떨어지지 않는 법이다. 아무리 청갑을 닦는다고 해도 금포는 되지 못하는 법이다.”

이고의 말에 난 순간 심장이 턱하고 내려앉았다. 청갑은 중급 무장들이 입는 갑옷의 색을 따라 부르는 명칭이고 금포는 모두 다 알다시피 황실을 의미하는 거였다.이건 다시 말해 이고가 다 알고 있다는 의미인 것이다.

“어르신! 무슨 말씀이십니까?”

“네가 하는 모든 일이 줄타기지 않느냐? 아니 우리가 하는 모든 일이 줄타기지.”

이고는 그렇게 말하고 나를 보며 의미심장하게 웃었다.‘다 아는 눈빛이다.’난 순간 불안한 마음이 들었다. 그렇다고 지금 꼬치꼬치 캐물을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그렇습니다. 세상사는 이치가 다 줄타기지요.”

“그래. 하여튼 뭐든 조심해라. 내가 조금 전에도 말했듯 보기 싫은 나무가 천년을 살고 그 산을 지키는 법이다.”

그제야 난 이고가 그 말을 했는지 알 것 같았다.

“모나지 않게 하겠습니다.”

“채원이 너를 노리는 것은 벌써 모가 나고 있다는 증거다.”

“예. 알고 있습니다.”

난 나도 모르게 입술을 지그시 깨물었다. 그리고 난 더는 말을 하면 안 된다는 생각에 군례를 하고 밖으로 나갔다. 그리고 더욱더 이고와 무비의 원한에 대해 알아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이고가 무슨 사정이 있는지 알아야해!’정말 역사의 기록대로 움직이지 않는 유일한 인물이 바로 이고일 것이다.

그것은 내가 참으로 상대하기 어렵다는 거였다.내가 밖으로 나가자 백화가 버릇처럼 내 옆에 찰싹 붙었다.

“일은 잘되셨습니까? 상공!”

“으응.”

난 그렇게 대답을 했지만 이상하게 백화에게는 속내를 숨기지 못했다.

“무슨 걱정이 있으십니까?”

백화는 바로 내 속내를 알아낸 것 같았다. 아마 내가 백화에게 의지를 한다는 것을 백화도 알고 있는 듯 했다.

“아니다. 최준 스승님께 가 봐야겠다.”

“예. 상공!”

이 순간 어떻게든 최대한 빨리 이고가 가지고 있는 사정을 알아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람은 누구나 촉이라는 것이 있다. 그리고 내가 가지고 있는 촉이 자꾸 이고에 대해 알아보라고 움직이고 있었다.‘뭐가 있어.’난 그렇게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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