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간웅-143화 (143/620)

< -- 간웅 8권 -- >

“예. 옳은 판단이십니다. 항상 양지만 있는 것은 아닐 것입니다. 회계지치를 하시면 끝내 양지로 거듭나실 것이옵니다.”

박 교위는 자신도 모르게 어려운 회계지치를 사용했다. 그리고 채원은 그 뜻을 몰라 박 교위를 빤히 봤다.이처럼 와신상담은 알아도 외계지치를 아는 사람은 드물었다.

“뭔 말이야?”

“와신상담과 똑같은 말이옵니다.”

“그래.”

채원은 인상을 찡그렸다.

지금 이 순간 채원이 박 교위를 죽이지 않는 것은 박 교위가 자신에게 도움이 되기 때문이었다. 조금 전 죽임을 당한 다른 교위도 채원에게 쓸모가 있었다면 죽임을 당하지 않았을지도 몰랐다. 이것이 바로 사람이 능력인 것이다. 그래서 사람들은 모두 힘을 가지고 있는 자들에게 자신의 능력을 과시하려는 걸 거다.

“그러하옵니다.”

“맞아. 권세가 커지면 적도 많아지고 부정도 많이 저지르는 법이지. 어디 두고 보자고.”

채원은 이의방의 얼굴을 떠올리며 어금니를 꽉 깨물었다.

“하지만 와신상담도 좋지만 이의방의 수족인 그 어린놈은 반드시 내가 처낸다.”

“그러하옵니다. 거목을 베기 전에는 가지치기부터 하는 것이옵니다.”

박 교위도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맞아! 옳은 말이야!”

바드득!채원은 회생의 얼굴을 떠올리며 회생을 칠 생각을 했다. 이미 대전회의에서 터트릴 것은 가지고 있는 채원이었다. 그리고 당황할 이의방을 떠올리니 절로 웃음이 나오는 채원이었다.

이렇게 채원은 채원대로 회생은 회생대로 서로를 칠 준비를 하고 있었다. 하지만 이 순간 분명 불리한 것은 바로 회생이었다.2. 감히 5등 공신을 만들려 하다니.이의방은 명종과 독대를 하고 대전을 나섰다. 그리고 대전 전각 밖에서 기다리고 있는 나를 향해 천천히 다가왔다.

“장군방으로 가자. 할 말이 있다.”

“예.”

내 짧은 대답에 이의방이 나를 봤다.

“대답이 짧구나!”

이의방은 마치 내게 장인어른이라는 소리를 듣고 싶어하는 것 같았다. 난 백화가 있기에 사실 그 말을 뺀 거였다.

“아니옵니다. 소자가 부끄러워,,,,,,.”

하나를 원하면 하나를 주는 것은 바보다. 하나를 원할 때는 하나 이상을 줘야 한다.

“소자?”

“장인어른도 아버님과 같은 존재이지 않습니까?”

“하하하! 그래. 너를 데릴사위를 삼고 싶구나. 하하하!”

순간 난 어쩔 수 없이 이의방의 비위를 맞췄다. 뭐 인생이라는 것이 힘이 없을 때는 누군가의 비위를 맞추고 사는 걸 거다.

“감사하옵니다.”

“하지만 이곳은 황궁이니 그냥 위위경이라고 불러라.”

이의방은 마치 내게 자랑을 하듯 말했다. 아니 자랑을 하고 싶은 거였다. 권력을 쥔 이의방도 이렇게 아이 같은 면도 있다는 것을 난 그때 알았다.‘그래도 이것은 역사대로 흐르는군!’원래 이의방과 이고는 명종에 의해 위위경이 되는 것이 역사다. 그리고 지금 그렇게 흐르고 있었다.

“위위경이 되셨습니까?”

“그렇다. 황제폐하께서 그렇게 공신록에 적어주셨다.”

“잘 된 일이옵니다. 앞으로 조정을 돌보시려면 수많은 용체가 필요하실 것인데 그것을 미리 아시고 황제폐하께서 하사하신 것이옵니다.”

“나도 그렇게 생각을 한다.”

“예. 그렇사옵니다.”

“그건 그렇고 채원은 어떻게 하고 있지?”

역시 이의방도 채원이 영 못 마땅한 모양이었다.

“산원 군, 방에 웅크리고 있습니다.”

난 이미 환관들로부터 채원에 대해서 보고를 받고 있었다. 이것이 바로 최준 스승님의 힘이고 환관의 힘이었다.

“웅크린다? 그건 뭔가를 꾸미고 있다는 거겠지?”

난 이미 채원이 나를 도모하기 위해 준비를 하고 있다는 것을 보고 받은 상태였다.

“그렇사옵니다.”

“뭐냐?”

“그게,,,,,,.”

이럴 때는 말꼬리를 한 번 흐려주는 것이 좋다. 그래야 묻는 사람이 애가 타는 법이다.

“뭐냐고 물었다.”

“그게 장인어른께서 제가 주신 김돈중의 사택을 대전회의에서 물고 늘어질 생각인 듯 합니다.”

내 말에 순간 이의방은 인상을 찡그렸다.

“뭐라? 그건 너를 비롯해서 나까지!”

바드득!이의방은 처음으로 이빨을 갈았다.

“그렇사옵니다. 정말 장인어른과 척을 단단히 지실 생각인 것 같습니다.”

“그래. 맞다. 여기서 이야기를 할 것이 아니다. 장군방으로 가자!”

이의방은 내게 그렇게 말하고 성큼 자신의 장군방으로 걸어갔다. 공예태후의 처소.공예태후는 놀란 모습으로 자신의 앞에 서 있는 늙은 환관을 봤다.

“상선! 살아 있었는가?”

마차 공예태후는 죽은 인종이 돌아온 것처럼 상선인 이숭겸을 반겼다. 사실 이 숭겸은 은밀하게 비밀통로를 이용해서 입궁을 해서 공예태후의 처소에 온 거였다.

“태후마마! 강령하셨나이까?”

이 숭겸은 차분히 허리를 굽혀 공예태후에게 예를 갖췄다.

“강령하지는 못했지만 그대를 보니 조금은 괜찮아질 것 같소.”

공예태후는 이 숭겸에게 그렇게 말하고 힐끗 해월을 봤다. 그 순간 해월은 자신이 들어서는 안 되는 이야기가 오고 갈 거라는 것을 짐작을 하고 조용히 고개를 숙이며 밖으로 나가 문 밖에 있는 상궁들까지 멀리 물렀다.

“대전 밖으로 나가 있으라.”

“예. 알겠습니다. 해월 상궁마마!”

해월의 명령에 문을 지키고 있던 상궁들이 목례를 하고 조심히 밖으로 나갔다. 그리고 해월 역시 복도 끝에 섰다.사실 해월은 지금 공예태후와 이 숭겸이 무슨 말을 할 것인지 알고 있었다. 하지만 이 구중궁궐이 하고 싶은 말다하고 듣고 싶은 것 다 듣고 사는 곳은 아니었기에 애써 모른 척을 하고 있었다.

‘무사하신 것인가?’해월은 속으로 그런 생각을 했다. 그리고 해월이 그런 생각을 할 동안 공예태후는 이 숭겸을 뚫어지게 보고 있었다.그런 공예태후를 보고 이 숭겸은 고개를 끄덕였다.

“무탈하십니다.”

“그런가? 그대의 말이 참말인가?”

“예. 워낙 영민하신 분이니 무탈 하오십니다.”

이 숭겸의 말에 공예태후는 더욱 궁금하다는 표정으로 이 숭겸을 봤다.

“그런데 왜 입궁을 하지 않는가? 어디에 있는가? 그 아이가 어디에 있는가?”

“비밀로 하라 하셨습니다.”

“무슨 말을 그렇게 하는가? 이 상선! 내 속이 검게 타는 것을 보고만 있을 것인가?”

“걱정하시지 않으셔도 되옵니다.”

“그래. 걱정은 하지 않겠네. 어디에 있는가?”

태후의 끝없는 질문에 이 숭겸은 물끄러미 공예태후를 봤다. 사실 그 어떤 가족사에도 숨겨놓는 비밀 하나 정도는 있는 법일 것이다. 하물며 이 고려의 황실에 말 못하는 비밀 하나 정도는 당연히 있는 거였다.

“안전한 곳에 계시옵니다.”

“불쌍한 것! 내가 모질어 그 아이에게 상처를 주는구나!”

“그럼 이제 밝히셔도 되지 않겠사옵니까?”

이 숭겸은 조심히 물었다. 사실 이 숭겸은 흥선이 고민을 하고 힘들어 하는 것을 더는 볼 수가 없었다.

“밝힌다고 해서 누가 믿어줄 것인가?”

“하늘이 알고 땅이 알고 붕어하신 선황제께서 아시고 임종을 지킨 제가 아옵니다.”

“하지만 세상이 모르는 일이네.”

공예태후는 입술을 지그시 깨물었다.

“모른다고 하여도 결국은 받아들이지 않겠사옵니까?”

“하지만 그 아이가 겪어야 할 일이 너무나 많네. 그리고 이 험한 세상에 그렇게 모질게 내어놓고 싶지는 않아.”

지금은 황실의 권위가 바닥으로 떨어진 상태였다. 그리고 흥선이 황자라는 것이 밝혀지면 어떻게 이용을 당할지 아무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고 있는 공예태후였다.

“어디에 있는가? 왜 말을 하지 않는가?”

“회생 공의 사택에 계시옵니다. 소신은 황자마마께서 그렇게 기뻐하시는 표정을 보지 못하였나이다.”

“흥선이 기뻐한다고?”

“그러하옵니다. 태후마마!”

“흥선이?”

공예태후는 믿어지지 않는 듯 했다.

“그렇습니다. 그냥 평범히 양인처럼 사시며 즐거워하고 계시옵니다.”

“회생도 아는가?”

“아직 모르는 것 같사옵니다. 무례한 행동을 서슴지 않는 것을 보아 모르는 것이 확실합니다.”

“무례한 행동이라고?”

“그러하옵니다. 황자마마의 옥체에 손을 데는 일이 비일비재하옵니다. 회생은 황자마마를 그냥 어린 내시로 알고 있사옵니다. 태후마마!”

“어린 내시?”

“그렇사옵니다. 하오나 분명 회생의 눈에는 이상할 정도로 황자마마를 아끼는 것 같다는 생각이 이노신에게는 드옵니다.”

“눈빛으로는 아낀다?”

“그렇사옵니다. 제가 아비가 되어 보지 못하여서 모르겠으나 마치 아비의 눈으로 보는 것 같사옵니다.”

이 숭겸의 말에 공예태후는 조금은 놀란 눈빛을 했다.

“그렇단 말이지.”

“그렇사옵니다. 태후마마!”

“그래도 다행이군. 황자를 아껴주니. 뭐 따지고 보면 처남이니 아낄 수밖에.”

순간 공예태후의 말에 이 숭겸은 놀라 태후를 뚫어지게 봤다. 그리고 자신이 무례하게 고개를 들고 보고 있다는 것에 스스로 흠칫 놀라 고개를 숙였다.

“그, 그 말씀은,,,,,,.”

“그렇다네.”

“하오나 회생에게는 백화가 있사옵니다.”

이 숭겸은 회생의 옆에 백화가 있다는 것을 모를 거라고 생각을 하고 말했다.

“나도 알고 있다.”

그 말에 더욱 놀라는 이 숭겸이었다.

“진정 알고 있사옵니까?”

“그래. 따지고 보면 백화의 신분도 낮지는 않지.”

공예태후는 그렇게 말하고 입술을 지그시 깨물었다. 정말 많은 것이 비밀인 공예태후였다.

“하오나 일국의 부마가 어찌 첩을 둔단 말이옵니까? 또한 겨우 위장 따위가 어떻게 황제국인 대 고려의 부마가 될 수 있사옵니까?”

이 숭겸은 너무나 믿어지지 않아 따지듯 물었다.

“그러게 말일세. 하지만 어찌 하누! 내가 부탁을 한 것을.”

이것이 더욱 놀라운 일이었다.

“하여튼 황자가 회생 공의 집에 있고 싶다 했다고?”

“그러하옵니다. 회생 공의 집에 머물고 싶어 하시옵니다. 그리고 또 무척이나 황자마마가 회생공을 따르옵니다.”

이 순간 믿어지지 않는 진실을 알고 나서 이 숭겸의 말투가 바꾸었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회생이었으니 그는 이제 회생을 회생 공이라고 불렀다.

“그러면 그대가 잘 돌봐 주게.”

“예. 이노신이 혼신의 힘을 다해 보필하겠나이다.”

“나는 그대만 믿소.”

공예태후는 신신당부를 했다.

“예. 태후마마!”

“그럼 저는 이만 물러가겠나이다.”

“그렇게 하시게.”

태후는 짧게 대답을 했다. 그러고 보니 한결 마음이 편해져 보이는 태후였다. 그리고 또 태후는 한시름 놓게 됐다.이제 당장 태후를 걱정에 빠지게 하는 것은 다름 아닌 행방이 묘연해진 옥새의 생방이었다.

‘이제 옥새만 찾으면 되는 것이군!’공예태후는 그런 생각이 들었다.그리고 그때 이 숭겸이 나가고 조금 지나고 나서 해월이 조심히 들어섰다.

“단속은 잘 했느냐?”

“그러하옵니다. 태후마마!”

“너는 옥새가 어디에 있다고 생각을 하느냐?”

순간 태후는 뜬금없이 해월에게 물었다.

“쇤네는 아둔하여,,,,,,.”

“네가 아둔하다면 이 궁에 모든 것들이 아둔할 것이다.”

태후는 딱 잘라서 말했다.

“그러시면 쇤네의 좁은 생각으로는 무비에게 있다고 생각이 되옵니다.”

해월의 말에 공예태후도 고개를 끄덕였다.

“나 역시 그렇다. 무비가 사라지고 나서 옥새가 사라졌다.”

바드득!순간 공예태후는 무비의 얼굴이 떠올라 어금니를 깨물었다. 정말 이렇게도 심한 고부의 갈등은 없을 것이다.

“이 모든 사단이 다 무비 그년 때문이야!”

공예태후는 자신의 아들 의종이 죄인처럼 강화로 쫓겨 간 것 역시 무비의 책임으로 돌렸다.

“그러하옵니다. 이제는 무비를 찾아야 할 때인 것 같습니다.”

“그래. 은밀하게 찾아봐라!”

“예. 태후마마!”

“분명 무비 년이 옥새를 가지고 있을 것이다.”

“예. 태후마마!”

해월은 허리를 숙여 공예태후의 명을 받았다.이의방의 장군방.지금 이 순간 이의방과 나는 차분히 자리에 앉아 있었다. 나는 다소 여유로운 모습을 하고 있었고 이의방은 채원의 간계 때문에 인상을 찡그리고 있었다.

“채원! 그놈이 대전에서 내가 너에게 김돈중의 사택을 준 것을 황제폐하께 고한다고 했단 말이지?”

내게 이미 이야기를 들은 이의방은 믿어지지 않는 듯 다시 물었다.

“그렇사옵니다. 하지만 직접 움직이지 않고 대간들이나 문신들을 이용할 것이 분명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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