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간웅-141화 (141/620)

< -- 간웅 8권 -- >1. 명종을 독대하는 이의방.10일 가까이 주인을 잃었던 대전은 주인을 찾았다. 하지만 옛 주인은 떠나고 새로운 주인인 것이 달라진 거라면 달라진 거였다. 지금 대전의 주인은 명종이었다.

어떻게든 자신의 앞에 있는 이의방에게 근엄하게 보이고 싶은 명중은 불타는 눈빛으로 이의방을 보고 있었다.하지만 아무리 이 고려의 새로운 황제라고 해도 바로 한 순간에 황제의 위엄이 만들어지는 것은 아니었다.

그래도 최대한 명종은 이의방에게 자신의 권위를 보이고 싶었다.

“대전회의를 열어 논공을 상의하기 전에 그대를 부른 것은 그대의 의중을 묻고 싶은 것이다.”

명종은 최대한 근엄하게 이의방에게 하대를 하며 입을 열었다. 지금 이 순간 명종과 이의방은 독대를 하고 있었다.

이제 정말 논공을 따져야 하는 순간이었다. 하지만 그것을 명종 혼자 결정할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이래서 스스로 명분이 없는 황제는 신하의 눈치를 보는 것이다.

아무리 근엄하게 보이려고 해도 그렇게 되지 못하는 것이 바로 명종이었다.

“황공하나이다. 황제폐하!”

“그대는 어떻게 하였으면 좋겠는가?”

명종은 이의방에게 다시 물었다. 그리고 이의방은 미리 준비를 했다는 듯 조심히 품에서 비단으로 두루마리를 조심히 내밀었다.그 모습을 보고 명종은 인상을 찡그렸다가 이의방이 볼까봐 다시 담담한 표정으로 변했다.

“소신은 황제폐하의 제가를 바랄뿐이옵니다.”

“그런가?”

명종은 이의방이 올린 두루마리를 펼쳤다. 그리고 찬찬히 읽어나가다가 표정이 굳어졌다가 다시 담담해지고 다시 표정이 어두워졌다가 다시 담담해지고를 몇 번이나 반복을 했다.

“대장군들의 모두 공신록에 올렸군.”

“그러하옵니다. 지금 황제폐하를 보위할 신하는 소신과 대장군들뿐이옵니다. 보신 것처럼 문신들은 상황제폐하가 가장 위기일 때 입을 닫았습니다. 깊이 상념 해 주시옵소서.”

사실 틀린 말도 아니었다.

“그렇게 하라!”

명종은 다르게 할 말이 없었다. 지금 자신이 고려의 황제라고는 해도 실제 권력을 가지고 있는 자는 이의방이니 이의방의 뜻을 따를 수밖에는 없는 노릇이었다.

“그런데 이 빈 공란은 무엇인가?”

“3등 공신 이하는 기록하지 않았나이다.”

이의방의 말에 황제는 살짝 어금니를 깨물었다.

“그런가?”

“그러하옵니다. 황제폐하의 치세를 위해 논공은 많은 이에게 내려져야 할 것이옵니다. 하여 너무 세부적으로는 기록하지 않았습니다.”

“그렇기도 하군! 그대가 알아서 하라!”

“예. 황제폐하!”

이의방이 짧게 대답을 했고 명종은 이의방을 봤다.

“그런데 왜 그대는 없는가?”

사실 이의방은 공신록에 자신의 이름을 적지 않았다. 한 마디로 황제가 직접 적어 내리라는 뜻이었고 황제도 이의방의 의도를 너무나 잘 알고 있었다.

“송구하옵니다. 소신은 그저 대의를 위해 일어선 것이옵니다. 공신록 따위는 필요치 않사옵니다. 오직 황제폐하의 곁에서 조정과 황실을 보위하는 것만으로도 황공할 따름이옵니다.”

이의방은 입에 침도 바르지 않고 거짓말을 했고 명종 역시 그 사실을 알고 있었다. 그리고 명종은 조용히 고개를 돌려 부복을 하고 있는 환관 최준을 봤다.

“지필묵을 가지고 오라.”

명종의 말에 이의방은 고개를 숙여 씩 웃었다.

“명을 받자옵니다. 황제폐하!”

최준은 조용히 말하며 뒤로 물러났다. 그리고 잠시 후 바로 먹과 붓이 올려 있는 쟁반 비슷한 것을 가지고 와 조심히 옥좌에 앉아 있는 황제에게 내밀었다.

“황제폐하! 지필묵을 대령했나이다.”

최준은 그렇게 말하고 조심히 명종이 앉아 있는 옥좌 앞 탁자에 내려놨다.

“알았다.”

그리고 명종은 바로 옥좌에서 일어나 천천히 탁자로 천천히 걸어가 놓여 있는 붓을 들었다. 그리고 물끄러미 명종은 이의방이 내밀어놓은 두루마리를 봤다. 이 순간 입술을 지그시 깨물며 이의방을 봤다.

‘아무 벼슬을 내려준다면 불만이 생기겠지.’명종은 그런 생각을 했다. 지금 이 순간 명종은 이의방에게 어떤 벼슬을 내려줄까 고민을 하고 있는 거였다.

정말 어떠한 벼슬도 상관이 없다는 생각이 드는 명종이었다. 자신의 옥좌만 지켜내어 준다면 문하시중의 자리를 줘도 상관이 없는 명종이었다.

‘무엇을 주어야 할고?’이것이 바로 실추한 고려 황실과 황제의 권위를 대표하는 좋은 예일 것이다. 그리고 다시 명종은 길게 한 숨을 쉬었다.그리고 그런 모습을 이의방이 찬찬히 보고 있었다.

어쩌면 지금 이 순간 명종과 이의방의 힘겨루기에서 아예 항복을 한 걸 거다.명종이 그렇게 잠시 고민을 하고 찬찬히 두루마리에 글을 써내려갔다.

-위위경 흥위위 섭대장군 지병부사( 衛尉卿 興威衛 攝大將軍 知兵部事 )그렇게 명종은 이의방에게 내려줄 벼슬을 적고 두루마리를 물끄러미 보다가 다시 찬찬히 접고 이의방을 봤다.

“나를 보위에 올려 준 충신인 그대에게 내 이 벼슬을 내리노라!”

명종은 권위에 찬 음성으로 말했다. 하지만 말로 황제의 권위와 위엄을 새울 수는 없는 걸 거다.

“황공하옵니다.”

이의방은 두루마리를 보지도 않고 허리를 숙여 대답을 했다.

“그대는 그대의 벼슬을 보라.”

“예. 황제폐하!”

이의방은 황제가 내린 두루마리를 조심히 펼쳤다.

“위위경 흥위위 섭대장군 지병부사!”

이 순간 이의방은 놀라 무엄하게도 명종을 올려봤다.

“만족하는가?”

“황, 황공하나이다.”

위위경 흥위위 섭대장군 지병부사!명종이 내린 이 벼슬은 여러 가지 벼슬이 하나에 뭉쳐진 벼슬이라고 할 수 있었다.먼저 위위경은 고려시대 의장(儀仗)과 그에 따른 기물을 맡아본 관청인 위위시의 수장을 말하는 겨였다.

한 마디로 명종은 이의방에게 황궁의 모든 재물을 쥐어주는 거였다.그래서 지금 이의방이 놀라는 거였다.

위위시는 995년에 설립되었고 의장과 그에 따른 기물 관리를 하는 관청으로 한마디로 황궁의 돈줄을 쥐고 있는 관청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고려 개국 초에는 내군이라 칭하다가, 960년 광종 11년에 장위부로 이름을 바꾸고 다시 사위시로 하였다가, 995년 성종 14년에 위위시로 고쳤다.

지금 명종은 그 위위시의 수장의 자리를 이의방에게 내린 거였다.또한 뒤에 따르는 흥위위는 고려 6위 중에서 주력 병이 모인 부대이며 섭대장군의 섭( 攝 )은 임시라는 뜻으로 장군과 맞먹는다.

물론 여기서 살짝 인상을 찡그릴 수 있으나 이의방은 섭이라는 말뜻을 섭정과 같이 이해를 했고 명종 역시 그렇게 이해를 하라고 적은 거였다.마지막으로 지병부사는 병부( 兵部 )의 지부사( 知部事 ), 즉 타관이 겸직하는 병부의 차관급의 벼슬로 엄청난 승진을 의미하는 거였다.

한마디로 이 벼슬을 현대제도로 조악하게나마 비유해본다면 대통령 경호실장과 육군중장 서리 겸직인 국방차관과 함께 자원경제부 장관을 겸하는 거였다.

“그대는 짐을 보필하여 짐의 치세를 더욱 빛내라!”

“황공하옵니다. 황제폐하!”

“그리고 나머지는 위위경 그대가 알아서 해라. 그대는 1등 공신이 될 것이다.”

이 순간 명종의 말로 모든 것을 얻은 거였다.

“황공하옵니다. 황제폐하!”

이의방은 연시 황공하옵니다. 을 반복했다. 그런 이의방을 물끄러미 명종이 봤다.‘그 어떤 벼슬이라고 주지. 그래야 탐욕해질 것이고 또 그래야 정적이 많이 생길 것이다.’명종이 진정 원하는 것은 바로 이것이었다.

“그럼 이제 그대가 알아서 논공을 진행하라.”

그리고 마치 모든 논공의 진행을 이의방에게 맡기는 투로 말했다. 물론 이것은 명종이 추후에 이의방에게 적이 많이 생기도록 하기 위함이었다.역시 황제는 아무나 되는 것이 아니었다.

“신 위위경 이의방! 황제폐하의 명을 따르옵니다.”

“위위경! 짐에게 더 할 말이 있는가?”

“없사옵니다.”

“그럼 짐이 하나만 당부를 하겠네.”

“하명하시옵소서! 황제 폐하!”

“문하시중의 자리는 조영인 에게 내리라.”

명종이 문하시중의 자리를 조영인에게 내리라고 하자 이의방은 고개를 끄덕였다. 이제는 문하시중의 자리는 그냥 그런 명예직이라는 생각을 한 이의방이었다.

“신 위위경! 황제폐하의 명을 따르옵니다.”

“그럼 나가 보라. 공신록을 마무리 해서 가지고 오라. 짐이 내일 대전회의에서 발표를 할 것이다.”

이건 공신책록을 이의방에게 일임한다는 의미였다.

“예. 황제폐하!”

이의방은 허리를 숙여 명종에게 예를 갖추고 대전을 나왔다. 그의 손에는 자신의 직위가 적혀 있는 두루마리가 꼭 쥐여져 있었다.이 순간 명종은 조심히 물러나는 이의방을 뚫어지게 봤다. 그리고 최준 역시 그런 명종을 살피고 있었다.그리고 이의방이 완전히 사라지자 명종은 작게 신음을 했다.

“짐은 뇌가 많도다.”

이 말은 혼잣말을 하듯 최준에게 말을 하듯 분간이 되지 않았다. 그래서인지 최준은 아무 말도 없이 부복을 하고 있었다.

“이 황제의 자리를 이의방이 올려줬으니 그를 홀대 할 수 없을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그를 어여삐 여길 수도 없노라. 그대는 어찌 생각을 하는가?”

명종이 이제는 최준에게 물었다.

“무부들이 지금 득세를 한다고 해도 권불십년이옵니다. 신은 황제폐하의 치세가 그보다는 더 오래 되실 것이라 사료되옵니다. 끝내 웃는 자가 웃게 된다는 말도 있사옵니다. 그리고 끝내는 황제폐하께서 웃으시게 될 것이옵니다. 이 고려의 조정에 신하는 끝없이 바뀌어도 황제폐하는 오직 한 분이었나이다.”

“황제는 오직 하나였다,,,,,,.”

최준의 말에 명종은 인상을 찡그렸다.

“형님께서 상황제의 형식으로 이 궁을 떠나셨지만 쫓겨나신 것이지. 짐도 그렇게 될 수 있노라.”

“망극하옵니다. 그런 일은 절대 없을 것이옵니다.”

“그럴까 과연?”

명종은 인상을 찡그렸다.

“그렇사옵니다. 황제폐하!”

“그런데 회생이라는 무장은 어떤 자인가? 아는가?”

명종이 뜬금없이 회생에 대해 최준에게 물었다.이 순간 최준은 어떻게 명종에게 대답을 해야 할지 고민을 해야 했다. 충신이라고 한다면 명종은 분명 의심을 할 것이 분명했고 그렇다고 해서 무부라고 하기에도 문제가 있었다. 어떻게든 황제의 마음을 파악하고 대답을 해야 했다.

“상황제께서 황실에 위급한 일이 있을 때는 그와 상의를 하라고 하셨다.”

명종의 말을 듣고 최준은 속으로 인상을 찡그렸다. ‘회생을 좋게 생각하지 않고 있는 것이야!’이 순간 최준은 명종의 말을 듣고 그런 생각이 들었다. 그럼 자신은 명종의 편을 들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회생이라는 자는 위장으로 소인배이옵니다.”

최준의 말에 명종은 최준을 빤히 봤다.

“그럼 소인배가 이 고려의 황실을 구한 것인가?”

“항상 천운이 따르는 자가 있사옵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제가 듣고 본 자중에서 가장 역악한 자이옵니다.”

“그럼 난신인가?”

“난신이 될 자질이 충분한 자이옵니다.”

“역시 형님폐하께서 잘못 보신 거군.”

명종은 자신이 원하는 답이 나왔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이 순간 이렇게 이야기를 끝을 내면 회생의 스승인 최준이 아닐 것이다.

“그러하옵니다. 하오나 옆에 두고 쓰시기 무척이나 편한 자이기도 하옵니다.”

“옆에 두고 쓰기 편하다?”

“그러하옵니다. 난신이 역신이 되는 경우는 없사옵니다. 또한 난신은 재물을 탐내고 작은 이익에 골몰하는 법이옵니다. 그런 자가 영악하다면 황제폐하의 수족이 되기 충분할 거라고 사료되옵니다.”

“내 수족이 되기 충분하다?”

“그러하옵니다. 옛 고사에 이이제이라는 말이 있사옵니다.”

“이이제의라?”

“그러하옵니다. 오랑캐로 오랑캐를 친다지 않사옵니까? 무부를 상대함에 있어 무부만한 존재가 또 어디에 있겠습니까? 충분히 쓰기 편하실 것이옵니다.”

최준의 말에 명종도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기도 하지. 그런데 회생이라는 자가 이의방의 측근이라고 짐은 알고 있다.”

“그렇사옵니다. 그러니 더욱 좋지 않사옵니까? 측근이 배신을 한다면 이의방이 쉽게 도모가 될 것이옵니다.”

순간 최준의 말에 명종은 인상을 찡그렸다. 이것은 절대 들키고 싶지 않은 자신의 마음을 최준이 간파해낸 거였다.

“그게 가능할까?”

“바로 되는 일은 아닐 것이옵니다. 차분히 힘을 실어주면 스스로 무부들은 권력을 잡기 위해 싸우게 될 것이옵니다.”

최준의 말에 명종도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군! 그래. 내 후일 회생을 만날 것이다.”

“예 황제폐하!”

“조만간 조용히 회생을 부르라.”

“예. 황제폐하! 그럴 것이 아니라 옆에 두시는 것은 어떠하옵니까?”

최준은 지금 한 발 더 나가고 있었다.

“짐의 옆에 두라?”

“그러하옵니다. 견룡군 행수의 자리가 비어있지 않사옵니까?”

“견룡이라?”

“그렇사옵니다. 그렇게만 된다면 은밀히 지시를 하실 수도 있지 않겠사옵니까? 황제꼐서 호위장인 견룡 행수를 부르는데 누가 의심을 하겠습니까?”

“그렇군! 그래. 그래야겠어.”

명종도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우선은 이의방과 반목을 하는 자를 도모하게 만들어 더욱 이의방의 신임을 받게 하는 것이옵니다.”

최준은 채원을 생각하고 명종에게 말했다.

“지금 이 정국에 위위경과 반목을 할 자가 있을까?”

“아무리 공평하다고 해도 논공에 불만이 있는 자는 있을 것이옵니다.”

“그렇지. 짐도 그것을 의도한 것이다.”

역시 명종은 이의방에게 적을 만들어줄 생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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