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간웅-139화 (139/620)

< -- 간웅 7권 -- >감찰어사는 고려국초에 사헌대를 성종 14년에 어사대로 고치면서 처음으로 설치하였다. 문종 때에 종6품의 10인으로 임무를 수행했다.

감찰어사는 대관의 일원으로서 백관의 규찰과 제사·조회·전곡의 출입 등을 감찰하는 임무를 수행하였다고 기록되어 있으나 탐관을 찾고 응징하는 것이 주 임무였다.

“하지만 죄를 밝힌다고 해도 추증하기 어렵습니다.”

난 이 순간 약간의 엄살 같은 것을 부렸다.

“엄살은 하하하! 명분이 있는데 행동이 어떠면 좀 어떤가? 정중부도 처낸 자네이지 않나.”

최준 스승님이 씩 웃었고 나도 웃었다. 그리고 그때 번뜩 내 머리를 스치는 것이 있었다. ‘그래! 바로 그거야!’내가 드디어 이 삭막한 황도 개경을 벗어날 묘책이 떠오른 거였다. ‘감찰어사 꼭 되어야겠다. 그것이 되면 빠져 나갈 수 있다.’정말 탁월하지만 위험한 생각이 내 머리를 스치고 지나가는 순간이었다.

‘좋아! 챙길 것도 챙기고 이 황도개경도 벗어나고 좋은 방법이다. 내 계획이 성공을 거둔다면 누구도 나를 잡지 못할 것이야!’난 속으로 그리 생각을 하며 인상을 찡그렸다.

“왜 그러는가?”

“아무것도 아닙니다.”

“아닌 것이 아닌데,,,,,,.”

“스승님!”

난 최준을 뚫어지게 봤다.

“왜 그러는가?”

“저와 같이 북변으로 가시겠습니까?”

내 말에 최준은 고개를 끄덕였다. 말없는 그의 답변이 내게는 더욱 믿음을 줬다.

“그럼 저를 좀 도와주셔야겠습니다.”

“무엇을 도와야하는가?”

“송구하오나 귀를 좀,,,,,,.”

내 말에 최준은 내게 가까이 왔다.그리고 난 엄청난 계획을 최준에게 말해줬고 내 한마디가 최준의 귀에 들어갈 때마다 최준은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자네! 그리 움직이다가 일이 틀어지면 목을 내놓아야 할 수도 있어.”

“알고 있습니다.”

“정말 위험한 일이네.”

“그 역시 알고 있습니다. 허나 재물을 챙기고 저를 잡는 모든 존재들을 뿌리치고 이 황도 개경을 벗어날 방법은 그것뿐입니다.”

“그렇기는 한데,,,,,,.”

여전히 최준은 나를 보며 굳어진 표정을 풀지 못했다.

“정말 결심을 한 것인가?”

“예. 그렇습니다. 그래야 하옵니다. 그래야 새로운 것을 얻어낼 수 있습니다.”

내가 지금 비록 꿈이 소박하지만 후일의 꿈도 소박할 필요는 없었다. 내게는 축복의 땅처럼 보이는 이 황도개경이지만 그것은 내 성장을 막는 곳이기도 했다.그러니 나는 이곳을 떠나야 했다.

“알았네.”

“처음은 실패를 하게 하고 두 번 째에 의심없이 성공을 하게 해야 합니다.”

“물론이지. 너무 쉽게 일이 되면 안 되지.”

“예. 그렇사옵니다.”

“적을 이용한다. 으음,,, 정말 자네의 계책은 참으로 위험하면서도 대단한 것이야!”

“그리 되면 좋겠습니다.”

이 순간 나도 인상을 펼 수가 없었다.‘실패를 한다면 목이 잘릴 수도 있어.’하지만 지금 이 순간 건곤일척의 마음으로 움직여야 했다. 그렇지 않다면 나는 이 고려의 부마가 될 것이고 이의방과 척을 지게 될 것이며 끝내 이의방과 싸워 둘 중 하나는 역신으로 죽어야 할 것이다.

내가 죽을 수도 있고 이의방이 죽을 수도 있다. 그게 아니라면 둘 다 큰 타격을 입고 누군가에게 어부지리를 줄 수도 있었다. 그러니 나는 이제 결심을 해야 했고 그 결심의 결과를 최준에게 알려주고 도움을 청한 거였다.

“알았네. 나도 내 나름대로 준비를 하지.”

“준비라니요?”

“그곳에 가면 참 많은 재물이 필요할 것이네. 가산을 처분해야지.”

정말 내게 다 주려는 최준이었다. 그만큼 내게 거는 기대도 큰 최준이기도 할 것이다.

“그리고 자네.”

“예. 스승님!”

“북변에서 힘을 키우면 어찌 할 것인가?”

“예?”

“위로 가든 아래로 내려오던 해야 하지 않겠나?”

위로 가는 것은 북진이고 아래로 향하는 것은 역심일 것이다.

“스승님,,,,,,.”

“너무 먼 미래기는 하지만 생각을 해 두시게. 자네가 북변에서 커지면 커질수록 이곳에서는 자네를 경계할 것이네.”

“그렇기는 하옵니다.”

“그러니 생각을 해 두라는 것이네. 몇 수 앞이 아닌 몇 십 수의 앞을 봐야 할 것이네.”

“예. 알겠습니다. 스승님!”

그렇게 난 내 물러섬에 첫 포석을 최준과 함께 깔았다.10. 강화로 떠나는 의종.황궁 정문 앞 광장. 의종의 거둥을 준비하고 있는 사람들은 강화로 이궁을 하기 위해 분주의 채비를 하고 있었다. 아니 분주하기 보이려는 것 같았다.

“빨리, 빨리 움직여라!”

“어서 어서 옮기라니까.”

저기 저기서 환관들의 목소리 들렸다.의종은 역신으로 죽은 정중부의 계략을 역이용한 회생에 의해 상황제가 되었으나 황궁에 머물 수 없는 죄인과 다름없는 신세가 되어 스스로 강화로 떠날 채비를 했다.

일국의 황제였던 그였지만 그를 따르는 환관들의 수는 겨우 서너 명에 불과했고 상궁들 역시 그 수가 무척이나 적어 보잘 것 없는 어느 이름 없는 왕족의 끝자락처럼 보였다. 그렇게 모든 준비는 끝이 났다.그리고 태후와 나란히 걸어 나오는 의종의 모습이 황궁 앞 정문에 모습을 보였고 그의 옆으로 명종과 문무백관들이 따르고 있었다. 그리고 명종의 옆에는 이의방과 채원 그리고 대장군들과 문신들이 나란히 호종을 하고 있었다.

나는 그저 구경나온 아이처럼 제일 뒤 끝자락을 밟고 있었고 나의 스승님인 최준 어르신은 차분히 명종의 뒤에서 명종을 따르고 있었다.그 순간 난 명종의 힐끗 봤다.

정말 의종과는 너무나 비교가 되는 눈빛이었다. 물론 강요에 의해 포기된 옥좌였지만 마지막 순간 자신 스스로 버린 옥좌였기에 그렇게 서글픈 눈빛을 보이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을 했지만 그래도 빼앗겼다는 빛이 담겨 있었다.

‘저런 눈빛은 위험한데,,,,,,,.’그에 반해 명종은 무척이나 당당하게 걸었다.이제는 자신이 이 고려의 지존이라는 그런 표정이었다.

그렇게 상황제인 의종을 배웅하는 행렬이 멈춰 섰다. 그리고 차분히 의종이 돌아섰다.

“어마마마! 부디 이 모진 세, 강령하십시오.”

의종의 말에 공예태후는 입술을 지그시 깨무는 것 같았다. 그리고 그 순간 이의방과 대장군들이 인상을 찡그렸다. 또한 명종 역시 고개를 돌려버렸다.아무리 형제라고 해도 의종이 한 말이 눈에 거슬리는 모양이었다. 하지만 그 거슬리는 눈빛의 끝자락에 형제의 마지막 정이 담겨 있을 것이라 나는 그렇게 생각을 했다.

‘그래도 형제이시다.’난 그런 생각을 하고 싶었다. 하지만 옥좌는 형제와도 나눌 수 없는 것이고 권력을 지키기 위해 아비와 자식 그리고 형제들이 피를 튀기며 싸운다는 것 역시 나는 알고 있었다.

그리고 쭉 주변을 봤다. 지금 이 순간 이 자리에 서 있는 자들이 고려의 핵심이 될 것이다.

물론 그 중심에 이의방이 있을 것이다. 난 그런 생각을 하며 주위를 쭉 둘러봤다.

‘이의방과 대장군들의 핵심이 되어 권력을 장악하게 되겠지.’이것이 현실이다. 그리고 채원과 기타 어느 정도 야심이 있는 것들이 이의방의 자리를 넘볼 게 분명했다.그 다음으로는 문신인 조영인을 비롯한 문극겸 등이 이의방의 조정에서의 독주를 막기 위해 동분서주를 할 것이다.

‘문신들이 얼마나 할 수 있을지,,,,,,,.’그리고 정말 충신이지만 독자적인 길을 가고 있는 용호군 대장군 강일천과 전존걸 의 모습이 보였다. 저들은 군부 속에 또 다른 세력일 것이다.

진정 오직 황실 아니 공예태후만 모시는 세력이라고 과언이 아니었다. 그리고 나와 유대를 하고 있는 세력이기도 했다.그리고 며칠 전 백화가 용호군 상장군을 공예태후의 처소 뜰에서 만났다는 이야기를 들은 것을 떠올렸다.

‘저 둘의 사이는 무슨 사이일까?’이것도 하나의 의문이었다. 분명 물어본다면 문명 답을 할 것이다. 하지만 지금 당장 이상하게 묻고 싶지 않았다.

분명 사연이 있을 것이다.그리고 나는 의종이 타고 갈 난여를 봤다.

환관들이 차분히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분명 저들은 최준 스승님이 선별해서 가지가 흔들리는 것을 지켜보기 위해 배치한 감시자일 것이다.

이렇게 권력을 잃은 자는 목숨이 끊어지지 않는 이상 이렇게 감시를 당하는 거였다. 그리고 난 저 멀리 봇짐을 메고 있는 진구와 달레를 봤다.저들은 황제가 갈 강화에 같이 내려갈 내 눈과 귀다. 그리고 스스로 이 지옥 같은 황궁과 권력에서 멀어져 편히 살 사람들이다.

조금은 부럽다는 마음이 드는 것은 내가 아직 이 고려와 황궁 그리고 권력에 온전히 썩지 않았다는 증거라는 생각이 들었다.난 물끄러미 달레를 봤다.

‘잘 살 거라!’그리고 보니 참으로 많은 준비를 한 거였다. 그리고 지금까지 보지 못했던 몇몇 위인들이 보였다. 뭐 나는 머리 위에 이름이 쭉 뜨니 살펴보면 된다.

그런데 사람들의 시선을 피해 유심히 이의방과 명종을 지켜보는 관료 하나가 있었다. 그리고 난 그의 머리에 둥둥 뜬 이름을 보며 인상을 찡그렸다.‘김보당! 저자가 저렇게 생겼군!’정말 보고 싶지 않았던 인물이 바로 내게는 김보당 일 것이다. 그리고 그의 시선은 이의방과 명종 그리고 거사 핵심 세력을 지켜보다가 아니 노려본다고 해야 옳을 것이다.

하여튼 그렇게 그들을 보고 나서 의종을 봤다.꽉 다문 입술이 뭔가 일을 꾸밀 것 같다는 생각이 난 들었다.

물론 이것은 내가 역사를 알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저 다른 이들은 김보당이 떠나는 의종을 측은히 보고 있다는 생각을 할 것이다.

김보당.정말 내게는 그저 편히 살고자 하는 내게는 보고 싶지 않은 얼굴이 분명할 것이다. 그는 고려 중기의 문신이다.

역사를 모르는 사람들은 그가 난을 일으켰기에 무신인줄 알고 있으나 그는 마지막 이 고려의 문벌 귀족이라고 할 수 있는 존재였다.문극겸이 그저 중간정도의 직위를 가진 문신이라고 하면 그는 김돈중과 비슷한 직위에 올라 있던 인물이었다.

그러고 보니 용케 그 새벽의 환란을 피한 것 같았다.‘용케도 살아 있었네.’난 문뜩 그런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그의 본관은 영광이다. 그는 성격은 조금은 좌파적 성향을 가지고 있는 인물 일 것이다.

의종 때의 정치를 비판하는 것을 서슴지 않은 것을 봐서 분명 좌파적 성향이 강할 것이다. 아마 그래서 그가 살아난 이유일지도 모른다.

무신들을 괄시하고 천대한 의종의 정치를 비판한 인물이니 말이다. 문제는 후일 그는 이의방의 무신 정권도 무척이나 비판적으로 본 인물이라는 것이다.

아마 그래서 스스로 난을 일으켰을 것이다. ‘은밀히 죽여 버려?’난 문뜩 그런 생각이 들었다. 그러면 그가 일으킬 김보당의 난을 발생하지 않을 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그렇게 한다면 내가 또 한 번, 역사를 바꾸는 일이 되고 그것은 또 어떤 결과를 가지고 올지 몰랐다.이렇게 가만히 있으면 그는 분명 역사대로 스스로 일어나 난을 일으킬 거라는 생각에 나도 모르게 인상을 찡그렸다. 그래서 난 떠나려는 거다.

환란이 계속되는 곳에 운이 좋아 살아날 확률은 환란이 일어나는 만큼 희박해지니 말이다.내가 인상을 찡그리자 조용히 백화가 나를 봤다.

“무슨 일이옵니까? 상공!”

백화가 조용히 내게 물었다.

“아무것도 아니다. 그저 가시는 길이 먹먹해 그런다.”

난 그렇게 백화에게 거짓말을 했고 백화는 고개를 끄덕여줬다. 역시 내 말을 100프로 믿는 백화였다.

하여튼 난 지금 이 순간 가장 위험한 인물을 보게 된 것이다.그리고 김보당 그는 무신정권이 성립된 직후 역사적으로는 명종 1년에 우간의 로에 임명되었다.

같은 해 9월 좌간의 김신윤, 좌산기상시 이 소응, 좌사간 이응초, 우정언 최당 등과 더불어 의종 때 정치를 문란하게 하였던 재상 최윤의, 간의 이원응, 중승 오중정 등과 대성의 관직을 겸임하고 있던 이준의, 문극겸을 탄핵하였다. 역사는 그렇게 기록을 하고 있다. 그런데 여기서 문극겸까지 탄핵했다는 것을 봐서 문명 명종의 지시가 있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문극겸은 아무도 모르지만 이의방의 책사 역할을 위해 내가 붙인 문신이니 그것이 바로 명종과 이의방의 첫 힘 대결이었을 것이다. 물론 역사는 이를 전대에 붕괴된 정치질서를 회복하고 그것에 바탕을 둔 관료기구의 정상적인 운영을 위한 것이라고 기록을 했다.

그러나 이준의는 술을 마시고 순검 군을 시켜 간관을 욕보이게 하였다. 명종은 이준의를 위로하고자 간관을 가두고 김신윤을 판대부사, 그를 공부시랑으로 좌천시켰다.

이로 인해 명종에 대한 불신과 집권무신에 대한 반감이 생기게 되었으며, 중앙의 정치무대에서 축출되어 간의대부로 동북면병마사로 나가게 되었다. 이것이 화근이었다.

명종 3년에 불만을 품고 동계에서 군사를 일으켰다. 그 명분은 집권자인 이의방을 몰아내고 전 황제를 세우고자 하는 것이었다.

그리하여 녹사 이경직, 장순석과 모의해 장순석과 유인준을 남로병마사로 삼아 의종을 호종하게 하고, 배윤재를 서해도병마사로 삼아 군사를 일으키게 하니 동북면지병마사 한언국도 더불어 군사를 일으켜 호응하였다.이것이 역사의 기록이었다. 하지만 이 순간 중요한 것은 김보당이 어떻게 모든 것을 내려놓고 강화로 내려간 의종의 마음을 돌려 새웠냐는 거였다.

만약 역사대로 김보당의 난이 일어나기 위해서는 김보당은 흔들리지 않는 나무가 되어 강화로 내려간 의종의 마음을 돌려야 할 것이다. 그것이 무엇인지 나는 알아 두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그 역할을 할 것이 바로 진구와 달레일 것이다.'뭐든 특이한 것이 있으면 꼭 보고를 해라.'난 눈빛으로 진구와 달레에게 신호를 보냈고 저 멀리 떨어져 있는 진구와 달레는 알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그러고 보니 둘은 손을 꼭 잡고 있었다.

원래 남녀의 정이 하룻밤에도 만리장성을 쌓는다는 말이 있듯 저 둘은 그렇게 한 모양이었다.그리고 그렇게 역사에 기록된 김보당의 난을 진압하기 위해 조정에서는 북계의 군대를 풀어 한언국을 죽이고 김보당을 체포하는 한편, 장군 이의민, 산원 박존위로 하여금 군사를 거느리고 남로로 나아가게 하고, 또 군사를 서해 도에 보내어 반군을 완전히 진압하였다.

이것이 바로 이의민이 조정에 본격적으로 등장하는 되는 계기가 됐다. 이 김보당의 난으로 명종은 많은 것을 잃게 됐다.

결국 무신정권만 더 힘을 실어주는 계기가 된 것이다.죽을 즈음에 이 일에 모든 문신들이 가담하였다고 말해 많은 문신들이 죽임을 당하였다.

그게 바로 역사에 기록되어 있는 김보당의 난인 것이다.하지만 역사는 나로 인해 다른 방향으로 흐르고 있다. 또한 나는 지금 떠나는 의종에게 신신당부를 했다. 하지만 앞으로 일어날 일은 아무도 모르는 것이다.

그래서 내가 진구와 달레를 의종의 주변에 붙인 거였다. 그리고 결국 이의방과 명종의 힘 대결에서 지고 만 것이다.하여튼 그런 인물이 바로 김보당이었다.

정말 역사를 안다는 것은 내가 가장 큰 힘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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