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간웅-132화 (132/620)

< -- 간웅 7권 -- >

“같이 들어가자.”

“아닙니다. 저는 이곳에서 망을 보겠습니다.”

백화는 태후와 미묘한 관계를 아직 풀지 못한 모양이었다.

“알았어.”

난 그렇게 태후 전 전각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백화는 날 물끄러미 보는 것 같았다.

“소녀가 같이 들어가시면 결정하기 참으로 어려울 것입니다.”

그 순간 백화는 조용히 뇌까렸고 그리고 난 걸어 들어가면서 그 백화의 작은 뇌까림을 들었다. 그리고 난 순간 멈칫했다.‘뭐지? 백화가 의도적으로 자리를 피했다는 건가?’난 이 순간 돌아서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다. 하지만 그렇게 해서는 안 된다는 생각도 들었다.

‘나를 위해 피해준 자리다. 그게 백화다.’난 입술을 지그시 깨물고 앞으로 걸어 전각 안 복도입구에 섰다. 그리고 고개를 돌려 백화를 봤다.

그리고 이 순간 나는 나를 위해 자리를 피해준 백화에게 환하게 웃어줬다.

‘조금만 기다려!’난 그렇게 웃으며 끝내 홀로 태후 전 전각에 들어갔다.6. 영화공주를 주겠다는 태후!저벅! 저벅!깊은 밤이라 내 발자국 소리가 내 귀를 자극할 정도로 유난히 커졌다. 그리고 태후의 침소 앞에 상궁 둘이 서 있는 것이 보였다.

하나는 해월이고 또 하나는 내가 알 필요도 없는 상궁이었다.내가 복도 끝에서 걸어오는 모습을 보고 해월은 나를 봤다.

마치 얼마나 기다렸는데 이제야 오냐는 그런 눈빛이었다.그리고 난 끝내 해월의 앞에 섰다.

“황망하시게 한참을 기다리고 계십니다.”

해월이 나를 질책하듯 말했다.

“태후마마께 아뢰어주시게.”

“그러지요.”

해월은 고개를 돌려 문 쪽을 봤다.

“태후마마! 회생공 들었나이다.”

“들라 해라!”

얼마나 나를 급하고 애타게 기다렸는지 태후의 목소리에는 다급함이 담겨 있었다.

“들어가시지요.”

그 말과 함께 조심히 문을 열렸다. 그리고 보니 이 황실의 내전이나 대전 그리고 태후전은 모두 이렇게 상궁이 열어주는 자동문이었다.

“예.”

난 짧게 대답을 하고 들어갔다. 그곳에는 내 예상대로 그리고 해월이 말한 것처럼 태후와 의종이 나를 눈곱아 기다리고 있었다. 그런데 다른 한 명의 여자도 있었다.

‘저 여자는,,,,,,.’난 지금 나를 살짝 째려보고 있는 여자를 봤다.‘영화공주다.

’난 살짝 인상을 찡그렸다.‘설마 이 밤에 네가 부마다 이런 소리를 하는 것은 아니겠지.’난 문뜩 그런 생각이 들었고 백화가 애써 자리를 피해줬는지 알 것 같았다.

이미 나를 물끄러미 보고 있는 의종은 상궁의 옷을 입고 의종에게 숨어들어갔을 백화의 앞에서 의종이 내가 그렇게 말한 것이 떠올랐다.‘그래서 자리를 피한 거야!’난 이 순간 백화에게 미안한 생각이 들었다.

“신! 회생! 황제폐하와 태후마마를 뵈옵니다.”

내 말에 태후와 의종은 고개를 끄덕이며 나를 반겼지만 영화공주는 내 얼굴을 보고 인상을 찡그렸다.‘왜 저래?’난 영화공주를 보며 그런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그때 태의 전에서 있었던 일이 떠올랐다.‘날 못난이나 팔푼이로 보는 거군.’그도 그럴 것이다. 태의원에서는 내가 좀 못나기는 했다.

“왔는가?”

“그렇사옵니다. 잡인의 눈을 피하기 위해 어쩔 수 없이 늦게 왔나이다.”

“어떻게 황궁 정문을 통과하면서 잡인의 눈을 피하지? 담이라도 넘고 왔나?”

영화공주는 내게 틱틱 거렸다. 정말 저것은 틱틱거리는 것이 확실했다.

“높은 담을 날개도 없는데 어찌 넘겠사옵니까? 영화공주님!”

내 말에 영화공주는 날 보며 피식 웃었다.

“날 기억하기는 하는가 보네.”

“그렇사옵니다. 어찌 천상의 선녀보다 아름다우시고 고귀하신 영화공주님을 뵙고 사내로 잊겠습니까?”

“아첨은 난신들이라 하는 거야! 그만 하지.”

역시 영화공주는 나를 대하는 것이 까칠했다.

“예. 공주마마!”

“회생공. 이리 앉으시게.”

태후는 나를 공이라고 불렀다. 이것은 황송하고 황망한 일일 것이다.

“어찌 신하된 자로 태후마마와 황상폐하와 같이 대좌를 하겠나이까.”

“난 그대가 상 황제를 시켜줘서 이제는 황제가 아니네. 그러니 앉게.”

의종도 내게 자리를 권했다. 이렇게 남이 극도로 친절을 베풀 때는 그 이유가 분명히 있는 거다.‘역시 내가 바라는 건가?’난 문뜩 그런 생각을 했다.

“앉으래도.”

태후가 다시 내게 자리를 권했다. 거절은 두 번 이상하면 추해지는 법이다.

“황공하옵니다.”

난 그렇게 대답을 하며 조심히 자리에 앉았다.

“소신을 부르신 이유가 무엇이옵니까?”

난 태후에게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

“이제 이 조정이 어떻게 돌아갈 것 같나?”

태후가 이미 다 알면서도 내게 물었다.

“해월입니다. 차를 준비했습니다.”

“들이라!”

태후는 나직이 말했고 다시 문이 열리며 찻잔과 찻주전자를 은쟁반에 들고 들어섰다.

“해월 너는 탁자 위에 놓고 나가거라.”

“예. 태후마마!”

해월은 짧게 대답을 하고 조심히 나갔다.

“영화야 네가 차를 타거라!”

순간 난 놀라 태후를 무례하게 빤히 봤다.

“예. 어마마마!”

그리고 난 더욱 영화공주의 말에 놀랐다. ‘뭐야? 이 분위기는?’순간 난 정말 어쩌면 이 새벽에 이 자리에서 영화공주의 부마가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내가 분명 영화공주는 둘째라고 했는데 그것도 감수하겠다는 건가?’만약 그렇다면 놀라운 일이다.

“왜 그렇게 놀라는가? 회생공!”

“태후께서 비천한 저를 부르심에,,,,,,.”

“그 많고 많은 신하들이 부복을 하고 있는 대전에 그대와 문극겸만이 이 고려의 신하더군.”

태후는 인상을 찡그리며 내게 말했다.

“송구하옵니다.”

“아니야. 그대는 공이라고 불릴 만 하다. 그대가 진정한 충신 아닌가. 내 마음 같아서는 그대의 얼굴을 그래 내 침소 벽에 걸어두고 싶네.”

난 순간 놀라 태후를 빤히 봤다.‘벽, 벽상공신!’이것은 공신 중에서도 제일 으뜸의 자리다. 물론 역사서에는 이고와 정중부 그리고 이의방이 자신의 권세를 높이려는 목적으로 한 행동이 후일 공식적인 공신의 명칭이 됐다. 그런데 지금 태후가 나를 그렇게 생각하고 있는 것에 나는 놀랍기만 했다.

“송구하여 이 어린 소신은 몸 둘 바를 모르겠나이다.”

“겸손은 거기까지 하시게. 겸손도 지나치면 흉이 되니.”

“예. 태후마마!”

“그래. 이 조정이 이제는 어찌 돌아가겠는가?”

다시 태후가 물었다.

“이의방 행수께서는 스스로 높은 자리에 앉을 것이고 또 군을 개편하여 새 인물을 앉히려 할 것입니다.”

내 말에 태후도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이제 어찌 해야 하는 건가?”

“하고자 하는 되로 두시면 됩니다. 언제나 조정에는 다 그런 권력을 쫒는 자가 있습니다. 제가 알고 있는 이 행수는 절대 역신 정중부처럼 역심을 품지는 않을 것입니다.”

“사람의 속은 모르는 일이지.”

의종이 조용히 말했다.

“그렇사옵니다. 그러니 준비를 하셔야 할 것입니다.”

“준비라?”

“이 행수에게 딸이 있사옵니다.”

순간 내 말에 태후와 의종의 표정이 굳어졌다.

“그, 그 말은 이의방을 외척으로 삼으라는 말인가?”

“그렇게만 된다면 쓰기 좋은 검이 될 것입니다.”

난 이것을 통해 두 가지 효과를 얻을 참이었다. 이의방의 사위의 자리에서 벗어나는 것과 이의방이 조금은 내 어깨에 메고 있는 짐을 덜어가 주는 거였다.

“그건 좀 무리수군!”

태후는 인상을 찡그렸다.

“황공하오나 어찌 그리 생각을 하십니까?”

“권불십년이라고 했고 화무십일홍이라고 했다. 아니 그런가? 회생 공!”

이것은 내게도 해당되는 말일 것이다.

“그렇사옵니다.”

“그런데 어찌 이의방의 딸로 외척을 삼는단 말인가?”

난 태후의 말에 힐끗 영화공주를 봤다.

“할 말이 있으면 해!”

영화공주는 여전히 목소리가 쌀쌀했고 그 목소리 때문인지 태후가 눈을 흘겼다.

“송구하옵니다. 어마마마!”

“자중해라!”

“예. 어마마마!”

영화공주는 그렇게 말하고 고개를 숙이며 차를 따랐다.

“말해 보시게. 회생공!”

“송구한 말씀이오나 만약 이의방 행수가 권력에서 멀어지면 그의 딸은 폐서인으로 내치면 될 것이옵니다.”

그 순간 영화공주의 표정이 굳어졌고 태후의 표정은 밝아졌다. 이 순간 영화공주는 나를 얼음처럼 차가운 위인이라 생각을 할 것이다.

그래주면 나는 고맙다.'난 백화만 있으면 돼.'난 그런 생각을 하고 있었지만 태후는 태후 되로 이의방은 이의방 되로 나를 사위삼지 못해 안달이 나 있는 것 같았다.'정말 이러다가는 3처 9첩은 넘어 설 것이야!'난 그런 생각이 들었다.

“그런 방법이 있었군!”

“그렇사옵니다. 또한 권력을 가진 자는 명예까지 가지려 할 것입니다.”

“그렇지.”

“그러니 이의방 행수께서는 분명히 자신의 딸로 하여금 태자비를 만드시려고 할 것입니다.”

“그것은 난적의 길을 가는 것이 아닌가?”

지금까지 차분히 있던 의종이 나를 보며 물었다.

“황실에서 먼저 결정을 해주면 아니지요.”

“정확한 답이군.”

“그렇사옵니다.”

그 순간 태후는 나를 빤히 봤다.

“더 하명하실 것이 있사옵니까? 태후마마!”

“옆에 있는 영화공주가 어떠한가?”

이 순간 내 심장이 쿵하고 바닥에 떨어졌다.

“소신은 무슨 말씀이신지 모르겠습니다.”

“그대는 나의 사위가 되어보지 않겠나?”

난 이 순간 태후를 뚫어지게 봤다.

“불가합니다.”

“불가하다?”

“그렇사옵니다. 저는 황실을 보위해야 할 임무가 있사옵니다. 하지만 저는 이렇다 할 세력도 없고 힘도 없고 가진 재물도 없사옵니다. 그런데 덜컥 황실의 부마가 된다면 모두다 저를 경계할 것이고 시기할 것입니다. 그럼 소신이 움직이기가 참으로 어렵습니다.”

내 말을 듣고 보니 태후도 그렇구나 하고 고개를 끄덕였다.태후의 말을 거부한 것은 만약 내가 정말 부마라도 된다면 이 황궁 개경을 정말 벗어날 수 없을 것 같았다.

또한 많은 적이 만들어질 것 같았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거울 속에 본 내 이름을 봤기에 더 이상 내가 이 황도 개경에 남아 있을 수가 없었다.‘점점 더 빠져들어서는 안 돼!’난 이 순간에도 어떻게든 빠져나갈 방법을 결심을 했다.

“그도 그렇겠군!”

태후는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그녀의 눈빛은 나를 부마로 삼겠다는 것을 포기한 눈빛은 아니었다. 무엇이 이리도 그녀에게 나를 품게 만들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무인본분위국헌신이라는 말이 그렇게 뇌리에 깊이 각인된 걸까 하는 생각도 해 봤다. 그게 아니라면 내가 자신의 아들과 손자를 구명해줬기 때문일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하지만 무엇보다 더 중요한 것은 공예태후의 타격적인 제안은 내게 득보다는 실이 된다는 거였다.

“그렇사옵니다. 하오니 명을 거두워주십시오.”

“명을 거둬 달라? 참으로 이해가 되지 않는다.”

“송구하옵니다. 허나 지금은 그래야 하옵니다.”

“으음,,,,,,.”

“그대가 그리 거부를 하니 내 깊이 다시 생각해 보겠네.”

“감사하옵니다.”

“허나 내 마음에 그대가 있음을 잊지 마시게.”

“태후마마!”

“당장은 아니라도 서로 언약이라도 하면 되지 않나?”

한발 물러설 줄 알았던 공예태후였지만 물러서면서도 하나를 걸쳐놓고자 했다. 이것은 그만큼 황실이 위태롭다는 증거고 내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이유일 것이다.

“하오나 소신이 언제 죽을지 어찌 아옵니까?”

난 다시 돌려서 거부를 했다.

“그것은 저 아이의 운명이지.”

태후의 말에 나는 등골이 오싹한 느낌이 들었다.‘어떻게든 뿌리쳐야 해. 정말 권불십년이다.’난 나도 모르게 인상을 찡그렸다. 이 행동으로 내 속내를 들켜버린 거였다. 물론 태후도 내 표정을 살폈을 것이다. 그리고 뭔가 결심을 했다는 듯 나를 다시 봤다.

“그리고 또 세력이야 자네가 만들면 되는 것이고 재물이야 내가 밀어주면 그리 어렵지 않을 것이네.”

“예? 재물을 밀어주신다니요?”

“황해도에 황실의 염전이 있지.”

난 순간 기겁을 했다. 황해도면 내가 가고자 하는 북변인 것이다.그리고 지금 태후가 말하는 염전은 오직 황족만이 관리할 수 있는 거였다.

“그, 그렇사옵니까?”

그 순간 태후가 나를 빤히 봤다. 이건 태후가 내게 내민 두 번째 유혹일 것이다. 영화공주를 준다는 것에도 시큰둥한 내게 이제는 재물로 나를 유혹하는 거였다. 하지만 영화공주를 포기할 수 있는 내지만 재물에는 솔깃해졌다.

“말을 더듬는 것은 처음 보는군!”

“송구하옵니다. 태후마마!”

“그 염전 관리를 이의방에게 맡기면 자네에게도 떨어지는 것이 많을 거야!”

이것은 은밀히 나를 밀어주겠다는 것이다. 그건 은밀히 세력을 키우라는 거였다.

정말 나를 이 황실에 쓰일 검으로 여기는 것이 분명했다.하지만 그렇게 된다면 난 강일천 대장군의 꼴이 되고 말 것이다.

그건 항상 살얼음판을 걷는 행보가 될 것이다. 그러니 내게는 좋을 것이 없었다. ‘당장의 재물도 거부를 해야 해! 받는 것이 많으면 내줘야 할 것도 많다.

’하지만 그리 생각을 해도 쉽게 안 된다는 말이 입에서 떨어지지 않았다. 이래서 재물은 권력만큼 무서운 괴물일 거다.

그리고 재물과 권력이 하나로 뭉쳐진다면 사람은 반드시 썩게 될 것 같았다.

“그렇기는 합니다. 하오나 내탕고가 비게 될 것이옵니다.”

“내가 마음 같아서는 그대에게 내탕고를 열어주고 싶은 심정이야!”

그럴 것이다. 지금 태후는 내게 무엇을 줘도 아깝지 않을 것 같았다. 그러니 금지옥엽인 영화공주도 내게 주려는 걸 거다. 그만큼 내가 필요한 존재가 되버린 거였다.

“저는 그저 낭장이면 족하옵니다.”

난 이 순간 내가 원하는 것을 말했다.

“겨우 낭장?”

의종이 인상을 찡그렸다.

“그러하옵니다.”

“겨우 낭장으로 어떻게 이 고려와 황실을 보위하겠다는 건가?”

“위장일 때도 했나이다.”

“하지만 그래도 낭장은,,,,,,.”

“총 2군 6위에는 208명의 낭장이 있사옵니다. 그리고 그들의 합의 기구인 낭장방이 있사옵니다. 그곳을 장악하면,,,,,,.”

순간 내 말에 의종은 놀라 나를 빤히 봤다.

“견룡행수의 자리를 승급시켜서 낭장의 인을 하사해 주시면 제가 황실을 보위하는데 수월할 것이옵니다. 아직은 이의방이 저를 믿고 있으니 어렵지 않을 것이옵니다.”

“그런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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