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간웅 7권 -- >
“하오나 저는,,,,,,.”
“그래도. 이 황실이 없다면 너도 없는 것이야!”
처음으로 공예태후가 소리를 질렀다.
“너무 역정을 내지 마십시오. 아직은 먼 훗날의 일입니다. 어마마마!”
화를 내는 태후를 의종이 말렸다. 그리고 의종이 동생인 영화공주를 봤다.
“이 오라비가 못나 미안하구나! 너에게 너무 큰 짐을 주고 가서 마음이 답답하다.”
“아, 아니옵니다. 제가 생각이 짧았습니다. 황제폐하!”
“이제는 오라비라고 불러도 된다. 황제는 익양후다.”
의종은 그렇게 말했다. 그리고 그렇게 말을 하는 의종을 보며 태후는 가슴이 칼에 벤 것처럼 아팠다.그렇게 태후 전에는 오직 회생만 오기를 태후와 황제 그리고 영화공주가 기다리고 있었다.채원이 씩씩거리면 들어앉아 있는 산원군 숙직실과 같은 곳.
채원은 대전에 있었던 일들을 떠올리며 씩씩 거렸다.
“거사는 제 놈 혼자 했지.”
채원은 이 순간 황제에게 치하를 받는 이의방을 떠올리며 투덜거렸다. 그의 옆에는 산원군 교위가 서 있었다.
“그때 태후를 손아귀에 넣으셔야 했습니다.”
교위가 조심히 말했다.
“그것을 누가 몰라!”
채원은 버럭 소리를 질렀다.
“이제 어떻게 하냔 말이야! 나도 목숨을 걸었고 우리 산원군도 목숨을 걸었다. 그런데 떨거지 취급을 받고 있어. 이 꼴로 말이야!”
채원은 그렇게 말하며 어금니를 꽉 깨물었다.
“아직은 방법이 있을 것입니다.”
“아직은 방법이 있다?”
“그렇사옵니다. 아직 논공이 남았습니다.”
“논공이 남아? 제 1등 공신은 이의방이야 그 다음이 이고겠지. 이의방과 이고는 서로 좋아 죽어 못 사는 놈이니 그리고 다음이 나야! 3등 공신! 황궁에 불을 지른 것도 나였고 대항하는 문신들을 죽인 것도 나란 말이야!”
“그렇사옵니다. 그러니 공신록 제일 위에 이름을 올리셔야 할 것입니다.”
“그러니까. 방법이 뭐냐고?”
채원은 버럭 소리를 질렀다.
“우선은 참으시는 것이옵니다.”
“우선은 참아?”
“한 번 바뀐 황제를 다시 바꾸는 것이 무엇에 어렵겠습니까?”
순간 교위가 음흉하게 웃었다.
“그, 그 말은?”
“이의방 행수도 합니다. 그러니 천천히 때를 기다리십시오. 저희는 오직 채원 산원님을 따를 겁니다.”
이 만큼 산원군은 채원을 따랐다.
“으음,,,,,,.”
“기다려야?”
“그렇사옵니다. 느긋하게 가지를 치면서 기다리시면 됩니다.”
“가지를 쳐라?”
“그렇습니다. 이의방 행수에게 이고 산원이 있고 또 그 어린 위장 놈이 있습니다. 그 어린 위장 놈부터 처내는 것이 쉬울 것이니 그놈부터 처내시는 것입니다.”
“회생을 말하는 것이냐?”
채원은 놀라 교위를 봤다.
“그렇사옵니다. 위장입니다. 그러니 더 크기 전에 처내시는 것입니다.”
“무엇으로 그 놈을 쳐낸 단 말이냐?”
“옛 중국 병법에 손자의 36계라는 것이 있습니다.”
교위의 말에 채원이 놀랐다.
“36계?”
“그렇습니다. 그 중 가장 은밀히 움직일 때 쓰는 계략이 차도살인의 계입니다.”
“차도살인의 계?”
일자무식 채원은 그 뜻을 몰라 빤히 봤다.
“그게 무엇이냐?”
“남의 칼로 적을 죽인다는 말입니다.”
“그래? 그거 참 좋구나! 내 손에 피를 묻히지 않는 것 역시 좋고.”
“그렇습니다. 문신들을 이용해서 이의방의 옆에서 자라는 싹부터 자르는 것입니다.”
“문신들을 이용해서?”
이 순간 채원은 놀라 교위를 봤다. 이 순간 채원의 밑에 있는 교위는 이 혼란한 상황을 틈타서 자신도 쓸모가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은 모양이었다. 하지만 그는 허술하다.
차도살인의 계략을 쓰자고는 말하지만 구체적인 방법이 없었다. 이것이 바로 채원의 한계였다.
아무리 충성심이 강한 산원군이 있다고 해도 책사의 역할을 할 자가 없는데 어떻게 이의방을 이기고 회생을 도모할 수 있겠는가.
“그렇습니다.”
“무엇으로 그 망할 놈의 회생의 싹을 밟는다는 거지?”
“털어 먼지 안 나오는 놈 없습니다.”
교위의 말에 채원도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가지치기지. 이의방 그놈은 너무 커 버렸어. 그러니 가지부터 치는 거지.”
“그렇습니다.”
“그 어린 회생 놈이 뭐가 있을까?”
채원은 살짝 인상을 찡그렸다. 그러다가 뭔가 생각이 났는지 채원은 음흉한 웃음을 지었다.‘그래! 그거야. 하하하! 이의방과 동시에 압박을 할 수 있겠군.’이렇게 채원은 이의방에게 맞설 생각을 했다. 그리고 제일 어린 싹이라고 생각을 한 회생을 먼저 제거할 생각을 했다.
하지만 이것은 채원의 잘못된 판단일 것이다. 만약 채원이 회생을 도모할 수 있다면 이의방도 도모할 수 있다는 것을 모르고 있었다.
이것이 바로 이전투구의 장일 것이다. 그렇게 채원은 자신을 위해 움직일 고려를 꿈꾸고 있었다. 이루지 못할 꿈은 어리석은 법이고 위험한 법이다.
지금 채원은 위험한 길로 가고 있었다.황궁 내전.명종은 차분히 앉아 있었다.
자신에게 이 황궁이 그리고 옥좌가 올 거라는 생각도 하지 못하고 살았다. 그런데 황실의 위급이 닥쳤고 그리고 자신에게 이 옥좌가 돌아왔다. 그러니 이 순간 마냥 기쁠 수가 없는 명종이었다. 그리고 자신이 어떻게 고려를 다스려야 할지도 의문이었다.이름뿐인 황제로 전락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도 쌓였다.
‘짐이 어찌 한단 말인가?’그런 생각이 깊을수록 표정에 나타나는 법이다.
“용안에 깊은 근심이 드리우신 것 같사옵니다.”
조용히 부복을 하고 있는 최준이 명종의 표정을 살피며 조심히 물었다.
“용안이라 익숙하지 않군.”
“이제 폐하께서는 이 제국의 지존이십니다.”
“진정 그렇게 생각을 하는가? 내가 이 고려의 지존이라고?”
명종은 진심으로 최준에게 물었다.
“그렇사옵니다. 황제폐하!”
“허수아비는 아니고? 이 고려의 지존은 무인들을 대표하는 이의방이 아니고?”
순간 최준은 놀라 바로 바닥에 엎드렸다.
“어찌 천부당만부당하신 말씀을 하시는 것이옵니까? 황제폐하!”
“짐은 그렇게 되지는 않을 것이다. 절대 무신들의 허수아비는 되지 않을 것이야!”
이 말은 깊은 근심의 결과일 것이다. 하지만 황권을 바로새우는 일은 절대 쉬운 일은 아니었다. 지금 무엇보다 기세등등한 무신들이었다. 또한 그 기세를 올려준 것은 자신의 형님인 의종의 폭정이었다.
그러기에 민심은 돌아섰고 문신들은 입을 닫아버렸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무신들이 아주 큰 실정을 하지 않는다면 돌아선 민심이 황실로 돌아오지 않을 것 같았다.
“지당하신 말씀이시옵니다.”
“그런데 참으로 짐은 믿을 사람이 없다. 내 옆에 있든 그대까지도 나는 의심스럽고 믿을 수가 없다.”
명종은 솔직하게 말했다.
“옳으시옵니다. 소신도 계속 의심하십시오. 이 황궁에 있는 그 누구도 믿지 마시옵소서! 의심하시고 관찰하시고 그렇게 하시옵소서! 그래도 믿음이 간다면 다시 의심하십시오. 황제폐하는 그렇게 해야 하옵니다.”
최준의 말에 명종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그대의 말이 맞다.”
“예. 황제폐하! 가장 가까운 자부터 의심하소서. 그리고 경계하소서.”
“그럼 그대부터 경계를 해야겠지.”
명종은 처음으로 입가에 미소를 머금었다. 사실 최준은 명종이 어릴 때 황자의 전각에 있을 때 그를 모셨던 환관이었다.그러니 지금 이 순간 조금이라도 마음을 여는 거였다.
“그렇사옵니다. 저부터 의심하소서! 황제폐하는 그렇게 하셔야 합니다.”
최준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데 혹시 자네,,,,,,.”
“왜 그러시옵니까? 황제폐하!”
“자네 혹시 회생이라는 자를 아는가?”
순간 최준은 놀라 명종을 빤히 봤다.
“회생 공이라고 하셨습니까?”
“아는 눈빛이군.”
“그렇사옵니다.”
“참으로 웃기지 않나?”
명종은 피식 웃었다.
“무엇이 말이옵니까?”
“이 숭겸이 내 사택에 왔었지.”
그 순간 최준의 표정이 살짝 굳어졌다. 사실 최준은 이숭겸을 마음으로는 존경하고 있었지만 상선의 자리를 다투는 지금 그를 황제인 명종이 만났다는 말에 놀란 것이다.
“그렇사옵니까?”
“그런데 말이야 꼭 이 옥좌를 그 회생이라는 자가 만들어준 것 같다는 느낌이 들더군. 웃기지 않나?”
“소신은 모르겠나이다.”
최준은 어릴 적부터 명종을 잘 알고 있었다. 영특함에 있어서 선왕인 의종에 부족함이 없었다. 또한 인자함에 있어도 그 이상이었다.
“그렇지. 자네는 모르겠지. 내 한 번 만나야겠어.”
“소신이 조용히 부르겠나이다.”
“그래. 그렇게 해 봐. 이의방에게 너무 힘이 실리는 것은 좋지 않아.”
명종은 인상을 찡그렸다. 그는 대전회의에서 이의방을 치하하는 말만 골라서 했다. 하지만 이 순간 최준 앞에서는 이의방을 경계하겠다는 말을 했다.
“누가 좋을까? 누가 좋을까?”
이 순간 최준은 뭐라고 대답을 해야 할지 몰랐다. 지금 당장 이의방을 경계한다는 것은 자신이 제자처럼 아들처럼 여겨지는 회생에게 불리하게 작용할 것 같았다.
“짐이 그대에게 묻지 않나?”
“소, 소신이 어떻게 알겠사옵니까?”
“나는 형님처럼 환관의 힘을 빌리지는 않을 것이야! 그리고 표리부동한 문신도 믿지 않을 것이야. 또한 무신들의 힘에 억눌리고도 싶지 않아 그러니 내 검이 되어줄 자가 내게는 필요해. 그러니 누가 좋을까?”
명종은 혼잣말을 하듯 또 최준에게 묻듯 말했다.
“용호군 대장군은 어떠하시옵니까?”
“나보다 더 연로하시니 나보다 먼저 졸하시겠지.”
이 말로 용호군 상장군은 명종을 보위할 검에서 탈락이 됐다. 하지만 이미 이 고려와 황실 그리고 황제를 보위할 검은 만들어지고 있었다.회생!그가 바로 이 황실이 선택한 바로 그 충신의 검이었다.
최소한 상황제인 의종과 공예태후는 그렇게 생각을 하고 있었다.이 순간 최준은 명종에게 회생의 이름을 꺼낼까 고민을 했다. 하지만 지금 그런 이야기를 할 때가 아니라는 생각이 드는 최준이었다.
‘아직은 아니다. 세력이 없는 내 제자가 큰 짐을 지기에는 이 고려의 조정이 너무 이전투구의 장이다.
지금은 아닌 것이야.’최준은 입술을 지그시 깨물었다.그렇게 각자 깊은 생각으로 잠을 이루지 못하는 밤이 흐르고 있었다.
고려의 위기인 가장 큰 불이 꺼진 이 밤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이렇게 밤을 새우고 있는 거였다.끝이 아닌 시작!지금은 그렇게 새로운 시작이 진행되고 있는 거였다.
나는 지금 별초의 낭장인 박현준을 찬찬히 보고 있었고 박현준도 차분히 앉아 나를 보고 있었다.
“이제 복귀를 하는 것인가?”
“복귀 명을 받지 못했으니 이대로 있어야 할 것입니다.”
거사가 이루어진 후부터 박현준의 말투가 바뀌었다는 것을 느꼈다. 아니 그 대단한 것을 이루는 것을 보고도 말투가 바뀌지 않는다면 이상할 걸 거다.
“그럼 나를 그렇게 호위를 하겠군.”
“그렇습니다.”
난 그 순간 박현준을 빤히 봤다.
“내 사람이 되는 것은 어떤가?”
이럴 때는 단도직입적으로 묻는 것이 좋다. 무장은 그리고 무인은 말을 돌리는 것보다 단도직입적으로 폐부를 찌르듯 이야기를 하는 것이 잘 먹힌다는 것을 난 이미 간파를 한 상태였다.
“무슨 말씀이옵니까?”
“내가는 사람이 너무 없네.”
“겨우 위장이 사람을 밑에 둘 필요가 있습니까?”
“위장이라,,, 따지고 보면 나는 위장도 아니지. 그저 병졸이지.”
내 솔직한 말에 별초낭장 박현준은 나를 빤히 봤다.
“난 사람이 필요하네.”
“스스로가 아니면 안 된다고 생각을 하시는 것입니까?”
이것은 내가 예상하지도 못한 질문이었다.
“무슨 말인가?”
“스스로가 아니면 이 고려와 황실을 지킬 수 없다고 생각을 하시는 것입니까?”
난 박현준의 물음에 피식 웃음이 나왔다. 지금까지 난 한 번도 고려를 지키고 황실을 지킨다고 생각을 하며 움직인 적이 없었다.그저 내가 살기 위해 움직인 것뿐이었다.
“난 그렇게 대인배가 아니네.”
“소인배들이 그렇게 생각을 하지요.”
“그렇다면 나는 소인배지. 하지만 난 한 번도 내가 고려를 지킨다고 생각을 해 본 적이 없네. 그저 내가 살기 위해 그렇게 움직였고 그렇게 움직이다 보니 역신을 베는 계략을 쓴 거지.”
“솔직하십니다.”
“원래 솔직 하려고 노력하는 편이지. 내 사람이 되어주겠나?”
“지금 당장은 도움을 드릴 수는 있을 것이옵니다. 주군의 명이니 제 목숨을 걸고 지켜드릴 것입니다.”
별초낭장 박현준이 주군이라고 하는 자는 바로 용호군 대장군 강일천일 것이다.
“나는 그대의 주군이 되고 싶은데?”
“무장은 단 한 번 주군을 모십니다. 그리고 그 주군을 위해 죽습니다. 불가합니다.”
역시 그는 무장이었다. 그것도 꽉 막힌 무장이었다.
“만약 그대가 모시는 주군이 졸하면?”
난 뚫어지게 박현준을 봤고 박현준은 바로 인상을 찡그렸다.
“같이 죽을 텐가?”
“저도 인간이다 보니 그러지는 못하겠지요.”
“그런가? 그럼 그 후에 내 사람이 되어 줄 수는 있는가?”
“낙향을 하겠습니다.”
역시 꽉 막힌 무장이다.
“아니 되는 것이겠군.”
“그렇습니다. 주군이 마당이 황망하게 졸하시는 일이 생긴다면 소주를 모시는 것이 무장의 본분이나 황망하게도 저의 주군께서는 후계가 없으십니다.”
“뭐라?”
난 이 순간 놀랐다.
“모르셨습니까?”
“그래. 몰랐네. 어찌 그 대단한 가문에 후계가 없다는 것인가?”
“따님이 계시기는 하나 주군의 대를 이을 장자는 없으십니다. 비록 양자를 드리기는 하시겠지만 양자가 어찌 주군의 뜻을 이어받을 수 있겠습니까?”
이 순간 박현준은 내게 아주 유익한 정보를 제공해줬다.‘강일천 장군에게 아들이 없단 말이지.’난 순간 구미가 당겨 입맛을 다셨다.
“역시 안 되는 거군.”
“하지만 회생 공을 오래 지켜줄 수 는 있을 것이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