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간웅-127화 (127/620)

< -- 간웅 7권 -- >이렇게 이의방은 공식적인 논공이 이루어지기 전에 거사대장이라고 불리게 됐다.

“하하하! 감사합니다. 벽상공신이라,,,,,,,.”

이의방은 입가에는 그렇게 미소가 그려졌다.벽상공신!사실 벽상공신이라는 말은 지금 처음 나온 말이었다.

역사에 의하면 정중부(鄭仲夫)·이의방(李義方)·이고(李高)가 중심이 되어 1170년(의종 24) 이른바 정중부의 난을 일으킨 뒤, 사흘 만에 의종을 거제도로 내쫓고 의종의 동생 호(晧)를 왕으로 추대하였다. 추대된 왕 명종은 이들 3인을 공신으로 책록했다.

누가 뭐라고 해도 자신을 황제에 올려준 자들이니 공신이 되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고 또한 이 고려의 권력이 그들에게 있으니 그렇게 해야 한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또한 그렇게 공신의 책록을 주며 그들 3인의 초상을 궁궐 벽에 걸게 했다.그래서 벽상공신이라는 말이 나온 것이다.

벽상공신은 이들 3인의 초상을 그려 조정의 벽에 붙인 데서 연유한 것이다.

“소장은 감사할 따름입니다.”

“아닙니다. 우리가 더 고맙습니다.”

원래 숙이는 것도 한 번이 어려운 법이다. 이제는 이 자리에 모인 대장군은 누구도 이의방에게 하대를 할 생각을 못했고 그 모습을 보며 속으로 한섬이 대장군들을 조롱했다.‘정말 줏대가 없는 것들이야!’한섬은 그렇게 생각을 했다.

“참으로 잘 오셨습니다. 사실 대장군님들과 상의할 것이 많았습니다.”

“우리랑 상의할 것이 무엇인가?”

양탁이 이의방을 향해 귀를 개새끼처럼 귀를 쫑긋 세우고 이의방을 봤다.

“거사는 성공을 했지만 그래도 동요할지 모르는 군을 안정시켜야 하지 않겠습니까?”

이의방의 말에 모두 다 고개를 끄덕였다. 고려는 2군 5위의 편제를 사용했다.2군이라는 것은 용호군과 응양군을 말하는 것이고 이 순간 이의방이 빠르게 안정시키겠다고 말한 것은 응양군을 두고 하는 말이었다.

“그렇습니다. 거사 대장의 말이 옳습니다.”

기탁성은 이제 존대가 입에 착착 감기는 모양이다.

“그래서 말입니다. 대장군님들 중에 응양군을 맡아주셨으면 합니다.”

이의방의 말에 모두 다 놀라 이의방을 봤다. 그리고 마른 침을 꿀꺽 삼켰다. 아무리 이 순간 응양군 상장군의 자리가 허수아비나 진배없는 자리라고는 해도 고려무장에게는 응양군 상장군이라는 자리는 절대적인 자리가 분명했다.

“우리들 중에?”

진준은 이의방을 보며 물었다.

“그렇습니다. 대장군님들의 생각은 어떠십니까?”

이미 이의방은 응양군 상장군의 자리의 주인을 정해놓고 대장군에게 물었다.

“우리야 거사대장의 뜻을 따를 뿐이지요.”

기탁성의 말에 이의방은 고개를 끄덕였다.

“제는 기탁성 대장군께서는 문하시랑이 되어주셨으면 합니다.”

순간 기탁성은 놀라 눈이 동그래졌다.

“문, 문하시랑?”

이건 놀랍고도 놀라운 일이었다. 이 고려가 새워지고 단 한 번도 무신에게 내려지지 않은 벼슬이다.

물론 1160년 쯤 생겨난 벼슬이기는 하지만 누구도 무신으로 한 번도 오르지 못한 게 바로 문하시중인 것이다. 그래서 기탁성은 지금 기겁을 한 것이다.정말 이 순간 기탁성은 이의방의 권세가 나는 매도 떨어트린다는 생각이 들었다.

“왜 그렇게 놀라십니까?”

이의방이 의도적으로 물었다.

“문, 문화시랑이라고 하지 않았나?”

여전히 기탁성은 입을 다물지 못하고 있었다.문하시랑은 문하평장사라고도 불리는 고려의 벼슬이다.

위로는 문하시중만이 존재한다. 다시 말해 고려 관직에서 두 번째로 높은 벼슬이었다.

그런 벼슬을 이의방이 스스럼없이 기탁성에게 내려준다니 기탁성은 놀라울 뿐이었다. 이것은 이의방이 교모하게 무신들의 심리를 이용하는 것이다.

지금까지 무신들은 정 3품 이상으로 올라간 적이 없었다. 무신의 최고 수장인 상장군도 종 3품이니 이의방이 말하는 관직은 대단한 의미를 부여하는 거였다.

그리고 기탁성은 그런 이의방을 보며 놀라는 것이다.문하시랑은 문하시중의 다음 자리로 내사시랑평장사와 같은 지위이다.

성종 때 처음 두었으며 1061년(문종 15) 정2품, 정원 1명으로 정하였다. 한 마디로 최고의 자리라고 할 수 있는 것이다.

“그렇습니다. 제가 대장군께 그렇게 말씀을 드렸습니다. 문하시랑이라고요.”

“내, 내가, 내가 문화시랑이 된다는 말이지?”

여전히 놀라는 기탁성을 보며 환하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여줬다.이건 아마 이의방이 많은 것을 노리기 위함일 것이다. 그중 제일 큰 첫 번째가 바로 거사 이후의 분란을 최대한 줄이기 위한 조치이기도 했다.

“물론 황제폐하의 제가가 있어야 하지만 황제폐하는 소장의 뜻을 따라 주실 겁니다. 황제폐하의 말씀을 들으시지 않았습니까? 소장과 논공을 깊게 생각해 보다는 말씀 말입니다.”

“그렇기는 하지만,,, 내가 문하시랑이라는 것이,,,,,,.”

여전히 기탁성은 믿어지지 않는 눈빛으로 이제는 섬기고 싶기까지 한 이의방을 봤다. 이렇게 벼슬은 사람의 마음을 바꾸는 마력이 있었다.

“고맙네. 거사대장! 정말 고맙네. 이의방 거사대장! 내 앞으로 자네가 하자는 일은 무엇이든 할 것이네. 그것이 섶을 지고 불에 뛰어드는 일이라도 할 것이네."순간 이의방은 어이가 없어 표정 관리를 하기위해 혀를 꼭 깨물었다.'불이 나면 제일 먼저 도망칠 자가 쯔쯔쯔! 그러니 항상 누군가의 밑에 있는 것이야!'이의방은 그렇게 속으로 기탁성을 조롱했지만 여전히 기성탁은 이의방의 말에 입이 떡 하고 벌어졌다.무신으로 가지지 못한 명예를 기탁성에게 주는 것이니 황공하기만 했다.

나머지 대장군들도 자신에게 무슨 벼슬이 떨어질까 궁금해 둥지에 앉은 제비새끼처럼 이의방을 봤다. 이의방은 아무짝에도 쓸모없을 것 같은 대장군들을 홀대하지 않았다. 그리고 하급 무장들에게도 인심을 후하게 쓸 생각이었다. 그렇게 자신이 선심을 쓰듯 배려를 한다면 구세력인 대장군들과 신흥 세력인 젊은 하급무장들을 모두 아우를 수 있을 것이라 판단한 이의방이었다.

이 모든 것은 자신이 움켜쥔 권세를 천년만년 이어가지는 못해도 누군가에게 단숨에 빼앗기지 않기 위한 조치라면 조치였다.

“그리고 양탁 대장군께서는,,,,,,.”

“나도? 하하하! 내가 뭐 한 것이 있다고.”

이 자리에서 벼슬을 미리 말해주는 것은 한 것이 있어 그리고 공이 있어 주는 것이 아닐 것이다. 고기조각을 던져줬으니 앞으로는 조용히 있으라는 의미에서 던져주듯 주는 벼슬인 거였다.

“왜 하신 일이 없사옵니까? 이 소장과 같이 거사를 하시지 않으셨습니까? 보현원에서 멸문지화를 감수하면서까지 거사에 동참하셨습니다. 양대장군은 만고에 기리 남을 충신이시옵니다.”

“만고에 기리 남을 충신이라 하셨소? 이 사람이?”

“그렇사옵니다.”

“하하하! 이거 원 송구해서,,,,,,.”

“받으시는 것을 받으시는 것이옵니다.”

사양을 하는 투로 말을 하고 있는 양탁 대장군이지만 그의 눈빛은 굶주린 이리가 먹이를 갈망하듯 이의방을 뚫어지게 보고 있었다.‘걸려들었어. 이 늙은 것들이 군문을 벗어나면,,,,,,.’이의방은 노쇠한 대장군들이 상상도 하지 못하는 계략을 짜둔 상태였다. 그리고 이렇게 빠르게 그들이 생각지도 못한 상태에서 선심을 쓰듯 벼슬을 던져주고 있었다.

생각지도 않은 선물을 받는 사람은 무척이나 기뻐하게 된다. 그리고 그 심정을 이용하는 이의방이었다. 진정 회생이 이 고려의 간웅이 아니라 이의방이야 말로 새롭게 부곽 되는 간웅일 것이다.

치세의 능신이고 난세의 간웅이라,,, 중국에는 조조가 그러할 것이지만 이 고려에서는 지금 이 순간만은 이의방이 그러했다.

“참지정사가 어떠십니까?”

“참, 참지정사!”

이 역시 놀랍기만 한 일이었다. 이렇게 이의방은 자기 마음대로 대장군들에게 벼슬을 내리고 있었다.

이것은 이의방이 역시 대단한 인물이라는 증거였다.지금 비록 힘을 잃은 대장군들이지만 그래도 대장군이라는 직책은 군문의 수장의 직책이다. 그런데 지금 이들을 모두 무신의 직위가 아닌 문신의 직위로 전환하고 있는 거였다. 그렇게 된다는 것은 저들이 실질적으로 군문에서는 힘을 잃게 된다는 것을 의미했다.

그런 숨겨진 생각이 있는 것도 모르고 대장군들은 모두 다 기쁜 마음으로 이의방에게 속고 있었다.‘군문을 장악하기 위해서는 이게 최고지.’역시 이의방은 대단한 인물이었다.

“그렇습니다. 정 2품이십니다. 하하하!”

“거사대장이 그렇게만 해 준다면 나야 더 바랄 것이 없지. 내 사실 말인데 이 나이에 우리가 무엇을 더 바라겠는가? 충신이었다는 그 마음 하나면 되지 않나? 그리고 우리의 삶이 그리 덧없지 않았다는 명예 정도면 되지 않겠는가. 고맙네. 정말 고맙네! 거사대장.”

참지정사!1061년(문종 15)에 처음으로 둔 벼슬이다. 문신들에게는 명예 그 자체의 자리가 바로 참지정사인 것이다. 그리고 1275년(충렬왕 1)에 첨의평리(僉議評理)로 고쳤다가, 1308년 충선왕 때 평리로 바뀌었다.

1명이던 것이 이때 3명으로 증원되었고, 1356년(공민왕 5) 참지정사로 복구되었다가, 1369년 참지문하부사, 1372년 문하평리로 바뀌었다. 시대를 따라 그 벼슬의 이름도 바뀌는 것이다.

“제 생각에 따라주신다면 소장은 고마울 뿐이옵니다.”

“아니네. 내 따라야지. 이 고려를 살린 영웅의 말을 안 따르면 누구의 말을 다르겠나.”

양탁은 이제 눈빛으로도 이의방에게 충성을 다하겠다는 뜻이 담겨 있는 것 같았다. 양탁이 원하는 것을 내어주고 있는 이의방이니 양대장군의 마음을 얻는 것도 쉬운 거였다.

사실 이렇게 이의방이 각각의 대장군들이 속으로 원하는 것을 내어줄 수 있었던 것은 거사 이전부터 철저히 대장군들의 성향을 파악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사람을 알면 세상이 보이고 세상을 알면 자신이 보인다고 했다.

그런 면에서 이의방은 지금 세상을 보고 있었고 그 세상을 통해 자신이 어찌 보일 것인가를 염두 해 두고 움직이고 있었다.이제 남은 것은 진준 하나였다. 그리고 진준을 응양군 상장군에 앉히기 위해 이렇게 말을 한 이의방이기도 했다.

“그리고 송구하오나,,,,,,.”

이의방이 잠시 말을 하다가 진준을 봤다.

“거사대장이 내게 할 말이 있으십니까?”

“예. 송구하지만 진준 대장군께서 응양군을 맡아주시면 소장은 편한 마음으로 국정을 살필 수가 있을 것 같습니다.”

그 순간 진준의 눈빛이 터질 듯 커졌다.

“내가, 내가 상장군이라고 하셨소?”

“그렇습니다.”

그리고 이의방은 가만히 앉아 있는 한섬을 봤다.

“한섬이 응양군 장군으로 진준 상장군님을 보필 할 것입니다.”

“고맙소. 고맙소. 거사대장!”

진준은 너무나 기뻐 체통도 버리고 겨우 산원인 이의방에게 머리까지 조아렸다. 사실 진준은 역신으로 죽은 정중부에게 자격지심을 가지고 있었다. 또한 묘한 열등감도 가지고 있었다. 그러니 정중부가 가졌던 벼슬을 준다면 그 열등감이 해소가 되고 자신을 지지해 줄 것이라 생각을 했다. 또한 자신에게 한섬이 있기에 진준을 위하면서도 팽시킨 후에 응양군을 장악하기 위한 고도의 술책을 펴고 있었다.

“한섬!”

“예. 주군!”

이 순간 중랑장인 한섬이 우렁차게 이의방에게 주군이라고 말했다. 그리고 중랑장인 한섬이 몇 단계나 아래인 직접인 산원인 이의방에게 주군이라고 부르니 놀라우면서도 기겁을 했다.사실 군대가 이렇게 거꾸로 가면 안 되는 것이니 말이다. 그러면서도 자신이 지금 이의방에게 바짝 엎드리지 못하는 것을 스스로 원망했다.

“그대는 진준 상장군을 보필함에 있어 나를 대하듯 해야 할 것이다.”

이것은 다시 말해 잘 감시를 하라는 뜻이기도 했다. 이렇게 이의방은 군을 장악할 준비를 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렇게 힘을 잃었지만 대장군인 3인의 마음을 얻어냈다.‘썩어도 준치라고 했어.’이의방이 그들을 홀대하지 않은 이유는 바로 썩어도 준치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서서히 그들이 군부에 미치는 영향력을 희석시키려 했다. 그리고 홀로 군을 장악하려는 계획을 꾸몄다.

어떤 세상이든 군부를 장악하는 자가 권력을 얻는 법이니 말이다. 난 그렇게 백화와 함께 내 사택으로 돌아왔다.

물론 여 무사들도 돌아온 상태였다. 이렇게 해가 떠 있는 상태에서 내 사택으로 돌아와 보기는 또 처음이었다.

‘낮에 들어와 보기는 처음이군!’난 쭉 내 사택을 둘러봤다. 역시 억쇠가 데리고 온 자들이 가솔이 되니 주인이 없어도 내 사택은 무척이나 잘 돌아가고 있는 듯 했다. 그리고 지친 기색이 역력한 여 무사들도 내 눈에 들어왔다.

내가 쉬지 못한 만큼 저들도 쉬지 못했을 것이다.

“홍련아!”

“예. 주군!”

“무사들을 데리고 들어가 좀 쉬어라!”

“아닙니다. 괜찮습니다. 주군! 주군이 쉬시고 나서 저희들도 쉬겠습니다.”

이렇게 홍련은 눈치가 없는 여자였다. 내 비록 여무사들을 쉬게 하기 위해 지시를 한 것도 있지만 백화와 오붓한 시간을 가지기 위해 그리 한 것이기도 했다.

“아니 괜찮으니 어서 쉬어라!”

난 약간 목소리의 톤을 바꿔서 명령을 다시 했다.

“어서!”

내가 인상을 살짝 찡그리자 그제야 홍련은 알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예. 주군!”

그리고 홍련은 나와 백화를 힐끗 보고 자기 스스로도 눈치가 참 없다는 것을 느끼고 인상을 찡그렸다. 그리고 바로 돌아서서 여 무사들을 봤다.

“모두 가서 쉰다. 주군의 명이시다.”

“예. 홍련님!”

그렇게 홍련과 여 무사들은 사라졌다. 이제 나와 백화 둘이 남은 것이다. 그리고 난 무척이나 자상한 눈빛으로 백화를 봤다.

“고생하셨습니다. 상공.”

“고생은 백화 네가 한 거지.”

내 말에 백화는 고개를 숙였다가 다시 나를 봤다.

“움직인 것은 손과 발이지만 그렇게 시킨 것은 머리이지 않습니까? 제가 상공의 수족이니 결국 모든 일은 상공께서 하신 겁니다.”

백화는 이렇게 자신을 낮추고 자신의 남자를 떠받들 줄 아는 그런 여자였다. 이런 여자들을 현모양처라 할 것이다.

“그렇게 생각을 해?”

“그렇습니다. 상공!”

“틀렸다.”

난 짧게 말하며 백화를 뚫어지게 봤다.

“소녀가 틀린 것입니까? 상공!”

“그래 틀렸다. 백화 너도 틀릴 때가 다 있구나!”

난 그렇게 말하고 뜬금없이 백화의 손을 꼭 잡았다.

“너는 내 수족이 아니라! 딱 더도 덜도 아닌 딱 여기인 거다.”

난 그렇게 말하며 백화의 손을 내 심장에 가져다뎄다. 그 순간 백화의 손에서 느껴지는 떨림이 내 가슴을 파고들었다.

“상, 상공!”

“이러니 네가 틀린 것이다. 내 심장은 너를 위해 뛴다.”

“상, 상공,,,,,,,.”

이 순간 그렇게 강한 백화의 목소리가 떨렸다. 지금 당장 내 마음 같아서는 마지막 백화에게 일격의 키스를 날려주고는 싶지만 보는 눈이 참 많아서 참았다.

능글맞은 닭살 말투도 계속 하면 느는 법인가보다. 하지만 내 이런 말에 이 고려의 여자들은 숨이 턱턱 막힐 것이 분명했다. 그렇게 나처럼 말하는 사내가 없으니 말이다. 뭐든 처음은 잘 먹히는 법이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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