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간웅-126화 (126/620)

< -- 간웅 7권 -- >이제는 고려의 최고 권력자가 되는 이의방의 사위로 낙점이 되었다는 것에 한섬은 놀랍고 떨렸다.

“그래. 내 사위의 자리를 줄 것이야!”

“예. 알겠습니다.”

“그러니 나는 내 사위가 나와 척을 지는 일은 없었으면 해.”

이 순간 중랑장 한섬은 더욱 놀랐다.

“그, 그 말씀은,,,,,,.”

“자네가 잘 보필을 해 주면 좋겠어.”

이것은 이의방이 돌려 말해 회생을 감시해서 자신에게 보고를 하라는 말인 것이다. 그리고 그것을 자신에게 임무를 주는 것은 자신을 신임한다는 말도 되는 거였다.

“권력이라는 놈은 말이야! 사람을 변하게 하지.”

“그, 그렇습니까?”

“그렇다네. 그러니 회생이 나와 척을 지는 일은 없었으면 나는 좋겠네. 내 사위의 목을 내 검으로 쳐낼 수는 없지 않나.”

이 순간 한섬은 등골이 오싹해졌다. 그리고 왜 이의방이 이 순간 이 고려의 권력자의 자리를 차지했는지 알 것 같았다.

“예. 알겠습니다. 주군.”

중랑장 한섬은 머리를 숙여 알았다고 대답을 했다. ‘알려야겠지. 회생공에게,,,,,,.’이렇게 중랑장 한섬은 완벽히 회생의 사람이 되려고 했다. 그리고 그것은 옳은 선택일 것이다.

“내 뜻을 잘 알았다면 그렇게 움직여주게.”

“예. 주군!”

이렇게 이의방은 중랑장 한섬에게 회생을 감시하라는 임무를 따로 주고 있었다. 그 시간 회생은 당당히 황궁 정문을 통과해 사택으로 갔다.

“들어가도 되겠습니까?”

장군방 복도에 들어가겠다고 청을 하는 자의 목소리가 들렸다.

“들어오라!”

이의방은 나직이 말했고 그러자 교위 하나가 조심히 이의방이 있는 장군방으로 들어갔다.

“다녀왔사옵니다.”

“어떻게 되었지?”

이의방은 교위를 보며 물었다.

“회생은 백화라는 여 무사와 나머지 10여명의 여무사와 함께 황궁을 빠져 나갔습니다.”

이 순간 중랑장 한섬은 자신 말고도 회생을 감시하는 존재가 또 있다는 것을 알았다.

“그래?”

“그렇사옵니다. 추가적으로 미행을 붙일까요?”

“아니 그럴 필요가 없다. 그 백화라는 여 무사가 상당한 실력이 있어 보이더군.”

“그 말씀은?”

“미행을 붙인다면 금방 탄로가 날 것이다. 회생이 내게 척을 지는 짓을 하지 않게 하기 위해 돌보는 것인데 내가 척을 지는 짓을 할 수는 없지.”

“예. 알겠습니다.”

“나가봐라.”

“예.”

그렇게 회생이 퇴궁을 한 것을 보고한 교위는 밖으로 나갔다.

“하여튼 자네가 내 사위를 잘 돌봐주게.”

“예. 주군! 소장이 잘 보필을 하여 주군께서 이 고려를 천세만세 이끌어 가실 수 있게 하겠습니다.”

"하하하! 권력이 어디 천세만세를 가나? 이 사람 농담도 잘하네 그려."말은 그렇게 한 이의방이지만 역시 아첨은 귀에 단 법인지라 이의방의 표정이 무척이나 밝아져 있었다.이렇게 이의방은 자신이 가진 권력을 지키기 위해 이렇게 초반부터 찬찬히 주변을 다져가려고 했다.

황망히 대전을 빠져 나온 대장군들은 이제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서로의 얼굴만 보고 있을 뿐이었다.

“참으로 놀랍기만 합니다.”

제일 먼저 말을 꺼낸 것은 우유부단한 진준이었다.

“그렇습니다. 이의방이 그냥 평범한 위인은 아니라는 것을 예전부터 알기는 했지만 이런 일을 크게 벌이고 상장군 아니 역시 정중부의 목을 베고 성공을 거둘지는 몰랐소.”

양탁 역시 인상을 찡그렸다. 아무리 따지고 본다고 해도 이의방은 겨우 행수에 불과한 존재였다. 그런데 한 순간에 대장군들이 이렇게 눈치를 봐야 한다는 것이 놀랍고도 착잡한 일이었다.

“그렇소이다.”

“정말 앞을 내다보는 안목이 탁월한 것 같소.”

“이제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합니까?”

이 순간 대장군들은 엄마 잃은 아기처럼 안절부절못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러게 말입니다.”

밖에서 모인 대장군들은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답답해했다. 물론 이미 그들의 머릿속에는 이의방의 앞에 납작 엎드릴 생각을 하고 있었다.

머리는 그렇게 생각을 하는데 몸은 따라주지 않는 거였다.정말 머리한번 제대로 숙이면 1등 공신 2등공신은 못 되더라고 체면 치료를 하는 될 거라는 생각이 뇌리에 탁 하고 박혀 있는 대장군이었다.

“우선은 이의방과 같이 이 조정을 이끌어 가야하지 않겠습니까?”

진준의 말에 모두 다 진준을 봤다. 드디어 이제 진준이 말문을 터트린 거였다. 이제 줄타기를 잘 하는 것들이 보이는 특성이 나올 것이다.처음에는 의심하고 그리고 관찰하고 그렇게 하다가 일제하 공격을 하는 거였다. 이게 바로 난신적자의 기본 가는 길인 것이다.

“이의방과요?”

“그렇습니다. 장군들 가만히 생각을 해 보십시오. 젊은 혈기에 이의방이 거사를 성공시켰다고는 하지만 조정을 이끄는 식견은 아직 부족할 것입니다.”

“진준 대장군의 말이 옳소. 아무리 조정을 독단한다고 해도 움직일 사람이 없는데 이의방이라도 우리를 버리고는 용을 빼는 재주가 있다고 해도 어렵소.”

양탁의 말에 진준도 고개를 끄덕였다.

“우리가 대승적인 차원에서 겨우 산원에 불과한 이의방에게 머리를 한 번만 숙이면 그도 어찌 하지 못합니다.”

양탁의 말도 일리는 있는 말이었다.

“이 고려를 위해서 그를 좀 도와준다면 이의방도 우리를 홀대하지는 않을 것입니다.”

지금 이 자리에 모여 있는 대장군들은 이의방에게 엎드릴 구실을 찾고 있었다. 그리고 그 답을 진준이 내놓은 것이다.

“맞습니다. 젊은 이의방이 어디 식견이 있겠습니까? 우리가 도와줘야죠.”

“옳은 말씀이요.”

가만히 있던 기탁성도 진준의 말에 동의를 했다.

“그렇습니다. 우리가 젊은 이의방을 이끌어줘야죠. 이 고려 사직을 위해서 말입니다. 아직 뒷방늙은이로 물러나 앉기에는 할 일이 참 많습니다.”

양탁도 진준의 말에 동의를 했다.

“옳소. 이의방이 우리를 찾기 전에 먼저 찾아가는 겁니다. 그것이 선배의 아량이죠. 가르칠 것은 가르치고 꾸짖은 것은 꾸짖고 정도를 걸을 수 있게 지도를 해야 합니다. 젊은 혈기에 큰일을 그르칠 수도 있으니 우리가 해야 할 알이 많습니다.”

이렇게 대장군들은 이의방을 찾아가 엎드릴 구실을 스스로 만들어낸 것이다. 그렇게 공모를 하는 동안 대전 앞 주변을 정리하는 병졸들이 소리치는 소리가 대장군들의 귀까지 들렸다.

“역신 정중부의 목을 장대에 걸어 저잣거리에 걸어야 한다.”

병졸 하나의 말에 대장군들은 인상을 찡그렸다. 사실 이의방이 살려주지 않았다면 지금 자신들도 그렇게 목이 장대에 걸릴 게 분명했다. 그리고 정중부의 목이라는 말에 주눅이 들었다가 그게 스스로 부끄러운지 멋쩍은 웃음을 지어보였다.

이렇게 자신이 부끄러운 것은 자신이 제일 잘 아는 법이다. 하지만 우리는 스스로의 부끄러움을 끝내 외면하고 모른 척 하며 지내려한다. 그래서 인두겁을 쓰고 몇 짓을 다하고 눈을 가리고 귀를 막고 손바닥으로 해를 가리는 어리석음을 범하는 걸 거다.

“예. 알겠습니다.”

장졸의 대답도 우렁찼다.

“역신 정중부의 사지도 갈기갈기 찢어서 팔도로 보내라는 황제폐하의 명이다.”

“예.”

여기저기 거사 후 사후처리를 하는 소리가 대장군들의 귀를 자극했다. 이 순간 자리에 모여 앉은 대장군들의 표정이 다급해졌다. 혹시나 이의방이 마음이 바뀌어 견룡을 보내 자신들을 추포라도 한다면 꼼짝없이 장대의 걸려 까마귀에게 살점이 쪼이는 신세가 될 것이라고 생각을 하니 온 몸이 부르르 떨렸다.

“어서 가서 이의방을 만납시다.”

진준이 겁을 먹은 얼굴로 대장군들에게 이의방에게 가자고 말했다.

“그럽시다. 지금 한창 무엇을 해야 할지 몰라 혼란스러울 겁니다. 어서 가서 우리가 도웁시다.”

기탁성 역시 진준의 말에 동의를 했다. 이만큼 대장군들은 두려움을 느끼고 있는 거였다.

오직 채원만이 이의방에게 눈치를 보는 대장군들을 못마땅한 얼굴로 힐끗 보고 사라졌다.그리고 그대 높은 장대에 정중부의 목이 걸려 나오는 모습이 대장군의 눈에 가득 들어왔다.

지금 이 순간 대장군들은 장대에 걸린 목이 자신의 목이라는 생각이 드는 눈빛으로 정중부의 목을 물끄러미 봤다.

“어서 갑시다. 어서요.”

진준이 겁을 먹고 대장군들에게 장군방으로 가자고 채근을 했다.

“그럽시다. 우리가 도와야죠.”

양탁도 바로 동의를 했고 그들은 살기 위해 그리고 권력에 가까이 가기 위해 불이 나게 이의방의 장군방으로 달려갔다. 그리고 그 모습을 멀리서 최준의 휘하에 있는 환관들이 보며 조롱에 담긴 미소를 머금었다.‘그것 없는 환관보다 더 무게감 없는 것들!’환관들은 그렇게 대장군을 조롱했다. 하지만 대장군들의 입장에서는 누군가의 조롱보다 더 급한 것은 자신의 목을 부지하는 일이었다. 그리고 지금 이 순간 그렇게 해 줄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위인은 바로 이의방뿐이었다.

저벅! 저벅! 저벅!그때 장군방 복도에 여러 명의 발자국 소리가 들렸고 그 발자국 소리를 듣고 이의방은 씩 웃었다.‘줏대 없는 것들 정중부의 잘린 목에서 아직도 피가 멈추지 않았을 것인데,,,,,,.’이의방은 지금 걸어오는 자들을 대장군들이라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자신의 앞에 서 있는 한섬을 봤다.

“앉게.”

“예? 아니 될 말씀이십니다. 어찌 가신이 주군과 대좌를 하겠습니까?”

“앉아. 자네는 그럴 자격이 있어. 저 문 밖에 있는 견장보다야 자격이 있을 것이야.”

“견, 견장이라고요?”

“장군은 장군인데 개 같은 성품을 가졌으니 견장이지. 그래도 자네는 내게는 충장이 아닌가. 나를 위해 결심을 해 주고 나를 따라준 충장!”

이의방의 말에 이제 곧 장군이 될 한섬도 고개를 끄덕였다. 한섬 역시 표리부동한 대장군들이 곱게 보이지는 않았다.

그런 생각을 하면서도 자신이 끝내 정중부를 배신했다는 것이 마음에 걸렸다.이렇게 나쁜 짓을 하면 무엇이든 자신을 비교하면서 말하는 것처럼 들렸고 항상 자격지심이라는 것이 생기는 법이다. 그렇기에 이의방이 아무리 잘해줘도 한섬은 이의방의 충실한 종복과 같은 존재는 될 수 없었다. 그리고 처음 자신을 배신하게 만든 회생에게 더 의지하려는 마음을 먹게 했다.

이래서 태생적 한계라고 하는 걸 거다. 태어난다고 태생이 아니라 여기까지 오는 과정의 태생일 것이다.

한섬이 이의방에게까지 오는 과정에서 회생이 있었고 자신을 천거했다는 것을 잘 알기에 한섬은 이의방에게 충성을 맹세하면서도 어린 회생을 섬기려 했다. 그래야 지금 얻은 이 자리를 오래 지킬 수 있을 것 같았다.

중랑장이 위장에 의지를 하겠다는 것이 기도차지 않는 말인 것은 확실하지만 겨위 위장이 이 고려사람 누구도 하지 못하는 것을 해내니 더욱 대단해 보였다.

“뭐든 기선제압이 중요하지. 앉으시게. 그래야 자네가 진준을 아우르지.”

“예, 주군!”

한섬은 그렇게 자리에 앉았다. 그리고 올라간 자신의 입지 때문에 탁한 그림처럼 입가에 미소를 그리며 이 모든 것이 다 회생 때문이라는 생각을 다시 했다.‘회생 공을 모셔야 해. 그럼 내가 응양군 상장군이 되는 것도 시간문제다.

’역시 한섬은 어리석은 무장은 아니었다. 지금 이의방이 자신을 이렇게 대접을 해 주는 것은 모두 회생 때문이라는 생각을 하고 있는 것이다.

이것만 봐도 한섬은 의리 또한 있는 위인이었다.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한섬이 이의방과 척을 지고 싶지도 않았다.

‘둘 사이에서 줄타기를 하면 출세가 보이지. 하지만 그래도 마지막 선택의 순간이 오면 회생 공이다.’이 순간 한섬은 그렇게 마음을 먹었다.

그만큼 그 짧은 시간에 회생이 보이는 능력은 대단한 거였다. 정중부를 벨 때 회생에게 몇 백의 장졸이 있었다면 어찌 되었던 이 고려 조정의 권력도 잡을 수 있었던 회생이라 한섬은 생각했다. 하지만 지키는 것 역시 쉽지 않다는 것 역시 한섬은 잘 알고 있었다.

그러니 회생이 그 엄청난 거사를 성공시키고 나서도 이의방의 뒤에 숨은 거라는 것이라고 짐작이 됐다. ‘아직 어린데 그 정도의 능력을 보인다면 세가 커지고 사람이 모이고 재물이 쌓이면 누구도 그를 막아설 수 없다.

’이것이 한섬의 생각이었다. 하지만 한섬이 그렇게 생각을 해도 회생은 어떻게 되었던 이 삭막한 황도 개경을 벗어날 방법을 모색하고 있었다.하지만 회생의 나갈 길을 막는 자는 너무도 많고 많았다. 그러니 평범한 방법으로는 절대 가고자 하는 길을 갈 수 없는 회생이었다.

“여쭤 주시게!”

분명 말투부터 달라진 진준이었다. 그리고 그것을 느끼고 있는 장졸이기도 했다.

“잠시만 기다려주십시오.”

이것이 바로 달라진 이의방의 입지일 것이다. 그리고 장졸은 자신이 이의방을 모시고 있다는 것에 대만족을 하는 눈빛으로 대장군들을 봤다.

“알겠네.”

진준은 그렇게 말을 하면서도 인상을 찡그릴 수밖에 없었다.

“대장군들이 오셨습니다.”

장졸이 조심히 보고를 했다.

“들라 해라!”

이 순간 이의방의 말투에는 거만한 무게감이 실려 있었다. 하지만 이 순간 이 자리에 서 있는 대장군들은 그 말에 역정을 내고 돌아설 수 없었다.

“검은 저희가 보관 하겠습니다.”

순간 장졸의 말에 대장군들은 어금니를 꽉 깨물었다.

“뭐, 뭐라 했는가?”

기탁성이 잠시 장졸을 노려봤다.

“송구합니다. 하오나 이곳의 법입니다.”

“으음,,,,,,.”

기탁성이 신음을 했다. 하지만 어떻게 할 도리가 없는 순간이기도 했다.

“알았네. 알았어.”

그렇게 기탁성과 진준은 검을 장졸에게 내어줬다.

“들어가십시오.”

그렇게 대장군들은 장군방 안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장군방 안에 앉아 있는 이의방과 한섬은 대장군들이 들어섰지만 일어나지 않았다.이것은 분명 그들이 이제는 자신의 상대가 되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한 기선제압이 분명했다.

“오셨습니까? 좌정을 하시지요.”

“알겠네.”

대장군 기탁성이 짧게 말하고 그렇게 대장군이 자리에 앉았다.

“그런데 무슨 일로 오셨습니까?”

이 순간 단도직입적으로 이의방이 물었고 순간 대장군들은 당황했다.

“그, 그것이 말일세,,,,,,.”

진준은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라 이의방을 보며 말을 더듬었다. 하지만 이미 기탁성은 이의방에게 머리를 조아리기로 한 이상 체면 따위는 차릴 것이 없다는 눈빛으로 이의방을 봤다.

“그대를 도울 것이 없나 해서 왔소이다.”

역시 말투부터 달라진 기탁성이었다.

“감사합니다. 대장군!”

“우리를 받아주신다면 우리가 더 고마울 따름이지.”

“제가 어찌 감히 대장군들을 내칠 수 있겠습니까?”

이것은 다시 돌려 생각을 하면 언제든지 내칠 수도 있다는 말처럼 대장군의 귀에 들렸다.

“그렇게 말해 주니 고맙네.”

“아닙니다. 와 주신 것만으로도 소인이 고마울 따름입니다. 하하하!”

이의방은 장군방이 떠나가도록 호탕하게 웃었다. 이것이 권력의 참맛일 것이다.

“그건 그렇고 이제 어떻게 이 고려 조정을 이끌 것인가?”

양탁 대장군이 이의방을 빤히 보며 물었다.

“우선은 공평한 논공이 이루어져야 하지 않겠습니까?”

“공평한 논공이라?”

“그렇습니다. 양탁 대장군!”

“그렇지. 이렇게 성공을 했는데 논공이 빠질 수는 없지. 그리고 그대도 제 1등 공신이 되어서 무신들의 입지를 더욱 공고히 해 줘야 할 것이네.”

양탁의 말투는 약간 이의방에게 하대를 하는 것 같지만 그 말 속에는 이의방이 듣고자 하는 말이 가득 담겨 있었다.

“공신이라니요. 하하하! 이 소장에게는 과분합니다.”

“과분하기는 당연히 받아야 할 논공이네. 그대야 말로 이 고려의 영웅이지.”

이제 양탁은 이의방에게 아첨까지 했고 진준과 기탁성은 속으로 인상을 찡그려야 했다.

“맞는 말씀입니다. 당연히 벽상공신이 되어야죠.”

진준도 양탁처럼 이의방에게 아부를 했다.

“제 1등 공신은 좀 그래도 소장에게는 과분합니다.”

“아니네. 논공은 공평해야 하는 법이네. 암 이의방 거사 대장께서 벽상공신이 되어야지요. 그래야 무신들의 입지와 자긍이 올라갑니다. 거사 대장의 초상을 내 기꺼이 황궁에 걸지. 암 그래야 하고말고. 그래야 훗일 거사대장을 벽상공신이라고 하지 않겠나.”

순간 기탁성이 한술 더 떠서 이의방에게 존대까지 하며 대장이라고 말했다. 이 말의 속내는 스스로 자신은 이제 이의방의 부하는 것을 담고 있었다.

사실 대장군들은 이의방을 어떻게 불러야 할지 몰라 답답해했다. 자네라고 하기에는 약간 두려웠고 또 그대라고 하기에도 그랬다. 하물며 주군이라고 할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이것을 해결한 것이 바로 기탁성인 것이다.거사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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