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간웅-125화 (125/620)

< -- 간웅 7권 -- >

“알았다. 고민을 해 보지.”

그리고 다시 이의방은 죽어 있는 응양군 장졸들을 봤다.

“우선 응양군을 장악하는 것이 우선이겠구나!”

“그렇사옵니다.”

그렇게 나와 이의방은 대전 앞마당을 빠져나오며 많은 이야기를 했다. 그리고 조심히 백화가 내 뒤를 따랐다.

“곧 논공이 있을 것이다. 이것이 제일 어려울 것이야!”

“그렇사옵니다.”

이제 이의방에게는 새로운 고민이 생긴 것이다. 이제 그 고민 때문에 이의방은 한동안 다른 일은 할 수가 없을 게 분명했다.

“알았다. 너도 참으로 고생이 많았다. 사택으로 가서 쉬어라.”

사실 이의방은 많은 이야기를 장군방에 가서 하려고 했을 것이다. 하지만 이렇게 걸으며 많은 이야기를 했기에 내게 조금의 휴식을 주려는 것 같았다.역시 이의방은 뛰어난 자였다.

거사는 단시간에 몰아쳐야 하는 것이지만 국정의 운영은 장기전이니 조금은 여유를 가지려는 거였다. 또한 내가 떠나고자 하는 마음을 이미 알고 있었다. 그러니 나를 잡기 위해 더 큰 것을 주려고 할 것이 분명할 것이다.

“감사하옵니다.”

“그런데 이상한 것은,,,,,,.”

이의방이 고개를 돌려 여전히 바람에 피 냄새가 흘러나오는 대전 쪽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가 나를 다시 봤다. 그리고 자신도 모르게 인상을 찡그렸다. 그가 보고 있는 곳에는 최준 어른이 보낸 환관들이 이의방의 결사대를 도와 시체를 치우고 있었다.

‘이의방은 지금 환관이 왜 나섰는지를 궁금해 하는 것이야!’작은 의심이라도 생기면 내가 곤란한 일이 생길 수도 있다. 모든 군신의 관계가 도모한 일이 실패로 돌아갈 때보다 성공을 했을 때가 더 나빠지는 법이다.

그리고 1인자는 자신의 영향력과 세력을 공고히 하고 내부의 적을 없앤다는 명목으로 토사구팽의 계략을 쓰는 경우가 많았다.유방이 그랬기에 한신이 슬피 토사구팽이라 했다고 한다.

지금 이 순간이 어쩌면 내게 가장 위험한 순간일지도 모른다.‘정말 순간순간 살얼음을 걷는 기분이군.’난 나도 모르게 인상을 찡그렸다.

“왜 그러십니까?”

“환관들이 나를 도왔다."

"그게 이상한 것입니까?"난 알면서도 다시 물었다.

“무신의 위대한 거사가 있던 그 새벽에 도륙을 당한 환관의 수 만 해도 100은 넘을 것이다. 그런데 지금의 환관들은 나를 도모하지 못해 안달이 난 것 들일 것인데 나를 도왔어. 이상하지 않을 수 없지 않나? 그들이 미력한 힘이지만 목숨을 걸고 나를 도왔다는 거다. 왜일까?”

이럴 때는 모른 척 해야 한다.

“환관들도 머리가 있는 존재이지 않겠습니까?”

“머리가 있는 존재?”

“그렇사옵니다. 이 조정의 대세처럼 보이는 정중부에게 얻을 것보다 장인께 얻을 것이 더 많다는 것을 파악한 모양입니다. 죽은 자는 이미 죽었으니 원망이 없습니다. 산 자는 어떻게 되었던 살아야 하지 않겠습니까? 또한 환관은 그 특성에 맞게 누가 강한 자인지 잘 찾아내는 묘한 재주가 있지 않습니까?”

내 변명 아닌 변명에 이의방은 나를 빤히 봤다.

“그런데 어떻게 너와 내가 거사를 한다는 것을 알았을까?”

난 순간 놀라 뜨끔한 느낌이 들었다. 이것은 이미 이의방은 자신의 머리에 답을 만들어놓고 내게 묻는 걸 거다.

그냥 이대로 모른 척을 하면 그는 계속 의심을 가지게 될게 분명했다.원래 의심이라는 것이 없는 귀신도 만드는 법이다.

이의방에게 자꾸 의심이 되는 일을 만들어주면 내가 북변으로 갈 준비를 할 때마다 나를 의심할 것이 분명했다. 그러니 어떻게든 이 순간 이의방을 납득시켜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역시 영악하다.

진정한 간웅이다.’난 이의방을 보며 그런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이의방이 그냥 이 자리에 온 것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 이 순간 이의방은 아무것도 하지 않고 이 자리를 차지한 것처럼 보일 수도 있다.하지만 그는 내가 움직일 수 있게 완벽한 멍석을 깔아줬다.

부하를 믿어주는 것 그리고 철저하게 지원을 해 주는 것은 바로 권력자가 가져야 할 제일 덕목일지도 몰랐다.‘이의방은 그냥 가만히 웅크린 것이 아니다.

내 얼굴을 떠올리며 수도 없이 고민하고 생각하고 그랬을 것이다. 그러니 대단하다.’이제는 그 어떤 구실이라도 만들어내야 한다.

“예전 채원이 환관들을 겁박해서 재물을 강탈한 것을 기억하십니까?”

채원이라는 이름이 거명이 되자 이의방은 인상을 찡그렸다. 이제는 이의방과 채원이 절대 같이 갈수 없다는 의미이기도 했다.이 세상 어떤 존재가 자신을 깔보려는 자와 같이 갈 수 있겠는가.

“며칠 전 그런 일이 있기는 했지.”

“그렇사옵니다. 정말 채원은 그깟 제물에 눈이 멀어 환관들을 다 죽일 심산으로 역적으로 몰아 죽이려 했습니다.”

“으음,,,,,,.”

뭔가 이의방은 답답한 모양이다. 그도 그럴 것이다. 지금 이 순간 거사를 성공한지도 9일이 지났는데 채원의 만행과 패악이 속속 들어나고 있는 거였다. 그리고 채원의 성정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이의방은 채원이 아주 약간은 가엽다는 생각이 드는 눈빛이었다.

‘산원군의 충성심은 채원이 기꺼이 나눠주는 충성심에서 나오지.’하지만 아무리 그렇다고 쳐도 부정부패는 거사 대의를 거스른 일이었다. 이것이 같이 거사를 도모한 동지들이 고민해야 할 부분일 것이다.

채원이 부정부패를 해도 모두 싸잡아 거사의 대의를 망각했다는 등 처음부터 권력을 탐해 일어난 무부들이라는 등 온갖 중상모략을 할 것이 분명했고 그럼 겨우 가진 권력에 틈이 생긴다는 것을 이의방도 잘 아는 눈빛이었다. 정말 권력을 가지자말자 고민스러울 것이다.

‘끝내 채원과는 같이 가지 못할 것이야!’이것이 내가 내린 결론이다. 자신이 섞는 것은 보지 못하는 것이 인간의 속성이다. 그리고 남의 잘못은 더욱 크게 보이는 것 역시 인간이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권력자는 자신에게 관대하고 타인에게 가혹하지만 통치자는 자신에게 엄하지만 타인에게는 관대한 법이니 말이다. 지금 이의방은 권력자가 될 것인가? 통치자가 될 것인가에 기로에 서 있는 거였다.

물론 채원 하나의 처결을 놓고 그것을 결정하기에는 이른 면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제는 내가 흥왕사에서 했던 말처럼 살릴 자는 살리고 죽일 자는 반드시 죽여야 했다. 권력을 가진 자의 칼이 인정에 억매이면 그 인정에 자신을 베기 마련이니 말이다.

‘이렇게 빠르게 썩는 위인도 드물 것이야!’요즘 모두가 생각하는 채원의 단면일 것이다.요즘 채원의 욕심이 하늘을 찌르지.”

“그렇습니다."

"채원의 욕심이 끝내 채원에게 화가 될 것이야!"이미 이의방은 채원을 정리하고자 하는 뜻을 내비친 거였다. 하지만 대놓고 숙청을 할 수도 없었다. 누가 뭐라고 해도 이의방과 채원은 거사동지이니 말이다.

모든 덫을 파놓고 채원 그를 무너트릴 때 어쩔 수 없이 이의방은 동의를 하는 형식을 취해야 할 것이다. 그래야 거사의 명분이 서고 읍참마속의 마음으로 채원을 베었다고 할 수 있으니 말이다.

이래서 권력을 가진 자는 고뇌가 많아지는 법이고 함부로 쉬이 입을 열어서도 행동을 해서도 안 되는 법인가 보다.‘젠장! 난 줘도 못하겠어.’절로 인상이 찡그려졌다. 하지만 정말 내게 권력이 주어진다면 못할 것도 없을 것이다.

소리장도의 비기를 나만큼 잘 숨긴 자도 엇을 것이니 말이다."그렇습니다. 제가 그때 환관들의 구해줬습니다.

“그래서 너를 도왔던 것이냐?”

“그렇습니다. 하지만 결국 환관들 중 일부는 정중부가 아닌 장인께 운명을 맡긴 것입니다.”

“그럼 그 보상으로 상선의 자리를 주면 되겠구나!”

“그렇습니다. 상선의 자리를 주고 환관들의 사소한 비리를 눈감아 주시면 되옵니다.”

“눈을 감아라!”

“이 황궁에 많이 필요한 존재들입니다.”

“그렇기는 하지. 하지만 왕광취와 같은 자가 나타나게 된다면 다시 조정은 농락을 당할 것이다.”

“매서운 검이 있으신데 무엇이 걱정되십니까?”

“매서운 검이라?”

“베시려고 결심하셨을 때 베시면 됩니다.”

“그래. 그래야겠다. 우선 나를 도운 환관에게 상선의 자리를 준 것이다.”

이의방은 자신의 답과 내 대답이 일치하니 더는 묻지 않았다. 이렇게 사소한 일에도 나는 신경을 써야 하는 시점이 되고 있는 거였다.

“그래. 알았다. 중랑장 한섬을 데리고 와라.”

이미 나와 이의방은 대전 앞마당을 벗어난 상태였다.

“예.”

이것으로 내가 이의방에게 추천을 한 사람 중에 이의방의 밑으로 들어가는 거였다. 난 그런 생각을 하며 고개를 돌려 백화를 봤고 백화는 알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며 급하게 몸을 움직여 중랑장 한섬을 데리고 왔다.

“찾으셨습니까? 주군!”

중랑장 한섬은 기꺼이 이의방에게 허리를 굽혀 군례를 했다.

“찾았지.”

이의방은 중랑장 한섬을 뚫어지게 봤다.

“장군이 되어보시게.”

순간 중랑장 한섬은 너무나 놀라 눈동자가 커졌다. 한섬이 그렇게 바라던 장군이라는 말에 한섬은 지금 당장 혀를 깨물고 죽어라고 명을 내린다고 해도 결단에 옮길 것 같았다.

“장, 장군이라 하셨습니까?”

“그렇다네. 바라던 것이 아닌가? 응양군 장군이 될 것이네. 내가 무엇을 의미하는 것인지 알겠지?”

원래 중랑장 한섬은 응양군 소속이다. 그것은 다시 말해 응양군을 장악하라는 거였다.

“감사하옵니다. 충성을 다하겠나이다. 응양군을 잘 통제하여 주군의 충실한 창검이 되게 만들겠나이다.”

“좋아! 기대하지. 그럼 나를 따르시게.”

이의방은 그렇게 말하며 중랑장 한섬을 봤다.

“예. 주군!”

그리고 다시 이의방은 나를 봤다.

“마무리해야 할 일이 있으면 하고 퇴궁을 해라. 너도 무쇠가 아니니 좀 쉬어야지.”

“예. 감사하옵니다.”

그렇게 내 짧은 대답과 함께 이의방과 한섬은 장군방이 있는 곳으로 천천히 걸어 사라졌다.그리고 그때 조심히 백화가 나를 보며 속삭였다.

“황제폐하께서 찾으십니다.”

난 백화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내가 여기 이 자리에 남은 이유는 바로 이것 때문이었다.

“그러시겠지.”

난 그들이 내게 무엇을 부탁할지 짐작이 됐다.

“바로 가시겠습니까? 상공!”

“아니 그럴 수는 없다.”

난 백화에게 그렇게 말하고 저기 멀어지고 있는 이의방과 한섬을 봤다.‘언제까지 항상 웃을 수는 없지.’난 문뜩 그런 생각이 들었다.

항상 웃고 아껴주는 사이면 좋겠지만 그렇게 되지 못하는 것이 인관관계인 거다.지금은 이의방이 나를 필요로 하기에 나를 보며 웃어줄 것이다. 하지만 언젠가는 내 존재에 대해 부담을 느낄 때가 있을 것이다.

그런 날이 온다면 내가 그에게 약점을 잡힌 것이 화근이 될 것이 분명했다.‘나는 완벽히 믿지 않아?’또한 지금 나는 위험한 줄타기를 하고 있다.

이의방의 최측근으로 보이고 있지만 황실도 내게 기대고 있다. 나는 황실을 뿌리치지 못할 것이다.

아무리 권력이 이의방에게 집중이 된다고는 하지만 황실은 황실이니 말이다.그리고 그것을 이의방이 모르게 해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나는 내 행동을 더욱 조심해야 하는 법이다.

원래 줄타기는 항상 위험하고 위태로운 법이니 말이다.‘분명 이의방도 어떤 것이든 나를 감시하려 들 것이야!’이것이 내 생각의 결론이었다.

그럼 나는 더욱 조심해야 한다. 그래야 내가 힘을 키울 때까지 이의방과의 관계를 돈독하게 유지할 수 있는 거니까.‘장인 빨도 그리 오래지 못한다.

’난 그런 생각을 하며 힐끗 백화를 봤다. 백화도 내가 이의방에게 장인이라고 부른 것을 들었을 것이다. 그러니 마음 한 구석에는 서운한 마음이 있을 것이 분명할 것이다.

난 그녀가 그렇게 마음을 졸이는 것이 싫다. 하지만 나는 이 순간 뭐라고 말을 해야 할지 몰랐다.

“어떻게 하실 생각이십니까?”

“우선은 궁을 나가야겠지.”

“이의방이 의심하지 않게 그러시는 것입니까?”

“맞아. 우선 퇴궁을 해서 이의방이나 다른 자들이 내가 이 궁에 없다는 것을 알려준 후에 은밀히 비밀통로를 이용해서 밤에 다시 들어올 것이다.”

정말 이렇게 조심해서 나쁠 것은 없는 것이다.

“항상 철두철미하신 것 같습니다. 상공!”

“그래야지. 그런데 미안하구나!”

난 말을 꺼내지 않으려다가 말을 꺼내고 말았다.

“무엇을 말씀이십니까? 상공!”

“내 입으로 스스로 이의방에게 장인이라 부른 것 말이다.”

그제야 내 말에 백화는 고개를 끄덕였다.

“영웅이 많은 계집을 품는 것은 당연하지 않겠습니까?”

역시 이해심도 넓은 백화다.

“그래. 아마 그렇게 될 것이다. 하지만 하늘에 해가 하나 듯 내 마음에 해는 너 하나다.”

내 말에 백화의 입가에 수채화 같은 미소가 그려졌다.

“가자! 우선 나를 감시하려는 자들에게 내가 퇴궁 하는 모습을 보여줘야겠다.”

“예. 상공!”

그렇게 난 백화와 보란 듯 퇴궁을 했다.‘분명 나를 지켜볼 것이야!’난 이의방이 나를 감시할 거라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었다.

3. 군을 장악하려는 이의방!이의방의 장군방.이의방은 근엄한 자세로 자리에 앉아 있고 그 앞에 중랑장 한섬이 차분히 서서 부복을 하고 있었다. 중랑장 한섬의 눈에는 충성심이 가득한 눈빛을 하고 있었다.

‘이 모든 것이 회생 공의 덕이다.’기본적으로 이의방에게 충성을 다할 것 같은 눈빛을 보이고 있는 중랑장 한섬이지만 그 속내의 고마움은 모두 회생에게 돌리고 있는 중랑장 한섬인 것이다.

역시 꺾여버린 갈대는 더는 휘어지지 않는 법인가 보다.

“그대는 이제 장군이야!”

이의방은 이제 스스럼없이 중랑장 한섬에게 하대를 했다.

“감사하옵니다. 주군!”

“내가 말을 했듯 자네는 응양군을 맡아줘야 할 것이야.”

이 말은 많은 것을 담고 있는 말이었다. 이의방의 말에 중랑장 한섬은 놀란 것 같이 눈빛이 커졌다.

“응양군을 맡으시라는 말씀은,,,,,,.”

“내가 허수아비 상장군을 앉혀주지.”

“그, 그 말씀은,,,,,,.”

“진준이 어떠한가? 우유부단한 것이 자네가 잘 구슬려서 응양군을 장악하기 나쁘지 않을 것이네.”

이 말은 실질적으로 한섬에게 응양군을 주는 말이었다. 그리고 또한 응양군을 자신이 장악하려는 속내도 담고 있었다.

“감사하옵니다. 주군!”

“그리고 말이야!”

이 순간 이의방은 뚫어지게 한섬을 봤다.

“따로 지시하실 것이 있사옵니까?”

“그렇다네.”

“무엇입니까? 소장은 무엇이든 따를 것입니다.”

한섬 역시 뚫어지게 이의방을 봤다.

“회생 말일세.”

이의방의 입에서 회생의 이름이 나오자 조금은 놀라는 눈빛을 한섬이 보였다.

“회생이라고요?”

“그렇다네. 내 사위가 될 아이지.”

이의방의 말에 한섬은 더욱 놀랐다.

“그, 그렇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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