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간웅-124화 (124/620)

< -- 간웅 7권 -- >

“아니옵니다. 태후마마!”

“회생을 보필함에 있어서 한 치의 흐트러짐도 없어야 할 것이다.”

태후는 야릇한 말을 하며 백화를 봤다.

“예. 태후마마!”

백화의 짧은 대답에 태후는 고개를 끄덕였다. 참으로 많은 의미를 담겨 있는 말일 것이다. 그리고 공예태후의 직감은 참으로 무서운 거였다.자신의 딸인 영화공주와 연적이 될 백화를 누르지도 그렇다고 인정하지도 않는 말과 행동인 것이다.

“회생 공을 짐이 마지막 이 밤에 보고자 한다고 전하라.”

“예. 황제폐하!”

백화가 공손히 부복을 하며 대답을 하자 의종은 피식 웃었다.

“이제는 황제가 아니다.”

이 순간 백화는 뭐라고 해야 할지 몰랐다.

“가시지요. 어마마마!”

“그래요. 갑시다. 황상!”

“이제 소자를 철이라 부르소서.”

태후는 의종의 말에 물끄러미 의종을 봤다. 의종의 이름은 철이였다. 이제는 부모와 자식 간의 관계이니 그리 불리기를 원하는 의종황제였다.

“이 어미에게는 항상 황상이시오. 가십시다. 황상!”

“예. 어마마마!”

그리고 다시 의종은 백화를 봤다.

“꼭 전해야 할 것이다.”

“예. 황제폐하!”

의종은 백화의 대답도 듣지 않고 조심히 공예태후를 모시고 태후 전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여전히 대전 앞마당에는 피 냄새가 진동을 했고 시체들을 아직 정리하지 못했다.

그리고 그렇게 쓸쓸히 이 대전을 떠나는 황제와 태후를 백화가 물끄러미 봤다.이 순간 백화는 권력이 참으로 덧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더욱 권력에 대해 욕심 없이 움직이는 회생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이 순간 아무리 회생이 권력을 멀리한다고 해도 권력이 회생에게 붙으려 한다는 것 역시 아는 백화이었다.‘앞으로가 더 걱정이야!’백화는 이 순간에도 회생을 걱정했다.

참으로 지고지순한 따름일 것이다. 그리고 이 순간에도 회생이 말한 것처럼 백화는 회생을 보고 있어도 더욱 그리웠다. 하지만 모든 것에 대해 숨김이 없을 것 같은 백화도 회생에게 딱 하나 숨기는 것이 있었다. 그리고 그 이유가 처음 회생을 따르게 된 이유가 됐다. 하지만 지금은 그 이유는 사라지고 그저 회생이 마음에 담겨 있기에 따르는 거였다. 이것이 진정 백화가 달라진 것이고 했다.

개경 송악산.누구도 찾지 않을 것 같은 송악산 산기슭에 홀로 버려져 있는 것 같은 무덤하나가 외로이 서 있다. 그 무덤 봉분에는 돌보는 이가 없는지 여기저기 잡풀이 무성하게 나 있었다.

그리고 그 봉분 옆에 술에 취한 듯 벌렁 하늘을 보며 누워 있는 힘을 잃은 무장의 모습이 보였다.

“누이도 없는데 계속 옵니다.”

익숙한 목소리.봉분 옆에 누워 술주정인 듯 혼잣말인 듯 하고 있는 무인은 이고였다. 그의 말을 통하면 이곳은 분명 가묘일 것이다. 시체를 찾지 못하거나 없을 때 쓰는 무덤을 가묘라고 한다. 그렇게 궁궐에서 사라진 이고가 이곳에 있는 것이다.

“누이 조금만 더 기다리오. 내 어찌 하던 누이의 한을 꼭 풀어 줄 것이요. 그리고 조카 놈도 꼭 찾을 것이고 내 그년을 언젠가는 마디마디 하나씩 잘라서라도 꼭 토설을 받아낼 것이요.”

그 순간 눈물이라고는 없을 것 같은 이고의 부리부리한 눈동자에서 주르륵 눈물이 흘렀다.어쩌면 이고는 지금까지 무신정변에 동참을 한 것은 모두 무비를 손아귀에 넣고 누이의 복수를 하기 위함일지도 몰랐다.

그리고 정변이 성공을 하면 따라올 권세를 이용해서 억울하게 죽은 누이의 원한을 갚아주고 싶었던 걸지도 몰랐다.하지만 무신정변이 성공을 거둔 후에도 자신에게 돌아오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고 회생처럼 한 없이 밀려드는 허무함과 쓸쓸함에 누이의 무덤을 찾은 거였다.

“이제 그래도 다행인 것은 궁에서 그년을 끌어냈으니 언젠가는 토설을 받을 수 있을 것이요. 언젠가는,,,,,,.”

그렇게 혼잣말을 하다가 스르륵 이고는 잠이 들었다. 아무리 그가 뛰어난 무장이라고 해도 이렇게 깊은 산중에 잠이 드는 것은 위험할 일일 것이다.

하지만 이고는 스스럼없이 그렇게 잠이 들었다. 그것은 이런 일이 비일비재했다는 것을 의미할 거다.

이의방과 나는 당당히 대전을 빠져나왔다. 그리고 이의방은 대전 앞마당을 보며 인상을 찡그렸다. 그가 인상을 찡그린 것은 여기저기 죽어 있는 젊은 문신들 때문일 것이다.

“마음이 먹먹하십니까?”

나는 이의방의 마음을 파악하고 물었다.

“내가 권력을 쥐기 위해 너무 많은 젊은 목숨을 그냥 보냈구나! 저들은 다 고려를 위해 요긴하게 쓰일 동냥들일 것인데,,,,,,.”

약간의 가식이 담겨 있기는 했지만 죽은 자들에 대한 측은지심이 생긴 것은 분명했다.‘이것이 채원과 다른 면이다.

그릇이 다르다. 그릇이! 욕심이 없다면 내가 없다고 해도 오래 권력을 유지할 있을 것이야!’사실 내가 꾸민 거사에서 죽은 정중부가 대전에 나왔을 때 이루어지지 않고 들어갈 때 이루어졌다면 저들의 희생을 조금은 줄일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나는 그렇게 하지 않았다. 이 모든 것은 나의 간악한 마음 때문일 거다. 그리고 내가 이 삭막한 황도 개경을 떠나기 위해 어쩔 수 없이 행한 조치 중 하나이기도 했다.

‘대쪽이 많아지면 대숲이 생기고 그렇게 되면 조용히 이는 바람에도 귀성이 들리는 법이지.’난 그런 마음에 저들의 죽음을 희생양처럼 사용한 것이다. 이것은 간악한 짓일 것이다.

어쩌면 저 죽어 있는 젊은 문신들을 내가 죽인 것이다. 따지고 든다면 나는 역신 정중부를 이용해서 차도살인을 저질렀다.

날의 칼을 빌려 적을 죽인다. 여기까지가 범인들이 아는 차도살인이다.

역사적으로 수많은 간웅들이 즐겨 쓰는 손자의 36계중에서도 가장 많이 사용되는 계략이 차도살인일 것이다. 그리고 또 미인계일 것이다.하지만 여기서 중요한 것은 나처럼 차도살인 계를 완벽히 사용한 사람은 없었다.

역사상으로 많은 인물들이 차도살인 계를 사용했다. 한나라의 태조인 유방이 사용을 했고 또 삼국지에서 왕윤이 여포를 이용해서 차도살인 계를 써서 동탁을 제거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오나라의 주유가 제갈량을 제거하기 위해 차도살인 계를 쓰려했다.

이들의 차이는 한나라의 유방은 차도살인 계를 완벽하게 사용해서 천하통일을 이루었고 왕윤은 여포를 이용해서 동탁을 죽이는 것까지는 성공을 했으나 끝내는 죽임을 당했으니 절반의 성공일 것이다. 그리고 오나라의 주유는 제갈량을 끝내 죽이지 못하고 형주를 내주었으니 실패한 차도살인계일 것이다.하지만 그들이 쓴 것은 황궁에서 내가 쓴 차도살인 계와 차이점이 분명히 있다.

그들은 모두 적이라고 생각할 수 있는 존재들에게 끝내 차도살인 계를 들키거나 후일 역사에서 차도살인 계를 쓴 것을 기록되었다.하지만 난 다르다.

누구도 내가 정중부를 이용해서 나를 위해 후일을 준비하는 차도살인 계를 모를 것이다.이것이 바로 완벽한 차도살인계인 것이다.

누가 무슨 의도에서 왜 그렇게 했는지 누구도 알지 못하게 하는 것이 완벽한 차도살인인 것이다. 저들은 그저 운이 없어 죽은 것이고 그렇게 역사에 기록될 것이다. 또한 저들의 죽음에 대해 백성들은 죽은 정중부에게 욕을 할 것이 분명했다.

나는 완전히 이번 일과는 무관한 존재가 되는 거였다.난 여기저기 죽어있는 젊은 문신들을 보며 인상을 찡그렸다.

내가 저지른 차도살인에 죽어버린 희생양들이니 조금은 죄책감이 들었다.하지만 세상에는 어쩔 수 없이 해야 하는 일이 있다.

‘나는 대인배가 아니다.’난 입술을 지그시 깨물었다.

“너의 선택은 이 고려 조정을 너와 내가 장악하기 위해 행한 것이겠지.”

이의방의 말에 난 속으로 놀랐다. 이 정도까지 파악하고 있다는 것은 그가 그냥 그런 무인은 아니라는 것이다. 나 역시 완벽히 차도살인 계를 성공하지 못한 것이다.하지만 이것은 역사에 기록되지 않을 것이다. 그럼 된 것이다.

“그렇사옵니다.”

내 말에 이의방은 고개를 끄덕였다.

“한동안 정국이 참으로 혼란스럽겠구나!”

“그렇습니다. 이전투구의 장이 될 것입니다. 이전투구의 장은 위험합니다. 전장에서 눈먼 활이 대장군을 잡는 법입니다. 그러니 조심하셔야 하옵니다.”

내 말에 이의방도 고개를 끄덕이며 나를 봤다.

“이제 무엇이 되고 싶으냐?”

순간 이의방이 내게 물었다. 황제가 논공을 한다고 했다.

그것은 어쩌면 이제 어떻게 되었던 자신을 황제로 등극시킨 무신들의 공을 치하하고 이익을 주려는 일일 거다. 그리고 이 시점에서 이의방이 내가 이룬 공을 보상해주고 싶은 모양이다.그것은 다시 말해 그에게 내가 여전히 필요하다는 것을 의미할 것이다. 하지만 난 어떻게든 이 황도 개경을 벗어날 생각을 하고 있었다. 그러니 보상이 크면 내가 갈 북변의 길이 좁아질 것 같았다.

지금 시점에서는 후일을 위해 상을 받는 것보다 아무것도 주어지지 않는 것이 내게 이로운 일이었다. 하지만 극구 사양을 한다면 그 역시 좋지 않은 결과를 만들 것이다. 그냥 주는 것을 받으면 되는 것이다.

그것도 너무 큰 것이 주어지지 않게 마음을 졸이면서 말이다.

“주시기 전에 바라는 것은 죄라고 알고 있습니다.”

난 일단 한 번 거절을 했다. 이래야 내가 갈 북변의 길이 조금 넓어진다.

이 사양을 통해 이의방은 내게 무엇을 줄까 고민을 해야 할 것이다. 원래 상이라는 것은 많이 주면 더 바라게 되고 작게 주면 원망이 쌓인다는 것을 이의방이라면 분명 알 것이다.

‘낭장이 되어 볼까 하는데,,,,,,.’난 이미 마음을 굳힌 상태였다. 하지만 겨우 비공식적인 위장인 내가 공식적인 낭장이 되는 것은 벼락출세나 다름이 없을 것이다. 내가 낭장이 되려는 것은 딱 하나의 이유 때문이다.

낭장의 의결기구의 발언권은 낭장에게만 주어지니 말이다.‘젊은 무장의 마음을 얻는다면 후일 내 행보에 도움이 될 것이다.

’이것이 내가 북변으로 나가지 못해 안달이 나 있는 지금 낭장의 직위를 가지려는 이유였다. ‘그리고 보니 나는 비공식 위장 위장이었군.’난 피식 웃었다.

사실 따지고 나면 비공식 위장일 것이다. 내게 위장의 직위를 준 것은 이의방이다. 그러니 나는 아직 위장의 직인도 없는 그냥 병졸인 것이다.

“내가 이 고려 조정의 권력을 잡는다고 해도 측근이 힘이 없다면 유지하기 힘이 들겠지,,,,,,.”

“그렇기는 하옵니다.”

“이고는 욕심이 없고 채원은 너무 탐욕스럽고 나는 식견이 부족하니 참으로 어렵다.”

이것이 솔직한 이의방의 마음일 것이다. 그리고 그렇기 때문에 이의방이 나를 버리지 못하는 이유도 될 것이다. 또한 나는 내 입으로 사위가 되겠다고 말을 했다. 그러니 더욱 나를 버리지 못하는 것이다. 하지만 그가 나를 버리지 못한다면 어떻게든 버리게 만들어야 했다. 그래야 후일 내가 살길이 열리게 된다.

‘기회가 있을 것이고 만들어 낼 것이다.’아무리 권력이 좋다고는 해도 만고의 진리인 개똥밭에 굴러도 이승이 났다는 말이 있다.

몇 년의 호사를 위해 이 젊은 청춘이 백화와 죽을 수는 없으니 말이다. 그리고 내가 이의방에게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그를 도울 인물을 천거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옆에 두실 문신으로는 문극겸이 어떠하십니까?”

생각이 났으면 행동으로 바로 옮겨야 후회가 없는 법이다. 물론 그런 빠름에는 실책을 낳기도 하지만 결단이 필요한 시점에 느리게 움직이는 것은 실책보다 더한 것을 남기게 된다.

“문신으로는 문극겸?”

“그러하옵니다. 문극겸이 비록 대쪽 같은 성품을 지녀 다루기는 어렵지만 충분히 많은 문신들이 도륙당한 이 조정을 잘 이끌어 갈 것입니다.”

“그렇지. 그럴 것이다. 조정에서 그 많은 문신들 중에 누구도 정중부의 서슬에 주눅이 되어 말을 못했는데 오직 문극겸만 목을 내놓고 정중부를 질타하더구나! 지금이 태평성대라면 문하시중이 될 재목이더구나! 하지만 네 말처럼 너무 곧은 대쪽이야!”

“그렇습니다. 대쪽입니다.”

“다루기 어려운 자지.”

“하오나 그런 위인이 장인께 있어야 오랜 시간 권력을 유지 할 것입니다. 항상 못에 물이 고이면 썩는 것은 당연하니 그 썩음을 막아주는 것도 분명 필요할 것입니다. 아무리 문극겸이 쓴 소리를 한다고 해도 항상 옆에 두시고 귀를 힘들게 하소서.”

내 말에 이의방은 고개를 끄덕였다. 내 말에 하나도 틀림이 없으니 당연한 반응일 것이다.

처음 권력을 잡은 자는 이렇게 아랫사람의 말에 귀를 기우리는 법이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고 권력이 쌓여갈수록 귀는 막히고 입만 열리는 법이다. 그렇게 된다면 간언을 하는 사람은 사라지고 아첨을 하는 자만 늘어났다. 또한 자신은 말하기만 하니 중론을 모으기보다 독단적으로 처리하는 일이 많아지게 될 것이다.그럼 독재자가 탄생하는 거였다.

“그럼 나는 항상 고민을 해야겠군.”

난 그 말은 항상 자신의 뜻을 거스를 수 있는 문극겸을 죽일지 살릴지 그 상황마다 고민해야 한다고 들렸다.

“그렇사옵니다. 고민 없는 권력자는 썩기 마련입니다. 앞으로 많은 적들이 생기실 겁니다. 식견으로 따진다고 해도 이 조정에 문극겸 같은 위인은 없을 것입니다.”

“책사로 쓰라는 건가?”

이의방은 나를 봤다.

“어떻게 쓸지는 주인의 마음이지 않습니까?”

“그렇지. 문신으로 책사로 문극겸이라,,,,,,.”

이의방은 잠시 고민을 하는 것 같았다. 추천을 하는 것은 내 몫이다. 하지만 결정을 하는 것은 이제 이의방의 몫인 것이다.

“알았다. 내가 깊이 생각을 해 보지. 그럼 이제 무신으로는 누가 좋을까?”

이것은 내가 이미 무신도 생각을 하고 있다는 것을 짐작하고 묻는 거였다.

“저의 소견이 필요하신 것입니까?”

“그렇지. 누가 뭐라고 해도 너는 나의 장자방이 아니더냐?”

순간 이 개경황도를 내가 생각하는 것보다 더 빠져나가기 어려울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장자방이라,,,,,.’절로 인상이 찡그려지는 순간이었다. 하지만 지금 내색을 할 수는 없었다. 포석을 깔 기전에 마음을 들키면 모든 일이 허사가 되는 법이니 말이다.

“예. 저는 장인께 중랑장으로 있는 한섬이면 된다고 봅니다.”

“중랑장으로 있는 한섬?”

이의방은 빠르게 이 대전 앞을 정리시키고 있는 중랑장 한섬을 봤다. 어떻게 보면 이번 거사를 성공하게 만들어준 자가 바로 정중부의 측근인 한섬인 것이다.

“한 번 배신한 자는 또 배신을 하지?”

이의방은 중랑장 한섬이 미덥지 않은 말투로 내게 말했다.

“하오나 후일 중랑장 한섬을 토사구팽 하신다면 다시는 따를 자가 없을 것입니다.”

“그렇기도 하다.”

“또한 갈대는 여러 바람에 흔들리지만 한 번 부러진 갈대는 그 자리에서 썩어지는 것입니다. 절대 다시 배신할 일은 없을 것입니다.”

“맞는 말이다. 내 중랑장 한섬을 중용하지.”

“그에게 장군의 반열에 오를 수 있는 영광을 주십시오.”

난 이렇게 나를 도운 자에게 그리고 내가 약속을 한 것에 책임을 지려고 했다.

“장군의 인장을 주리고,,,,,,,.”

사실 따지고 보면 아직 이의방 자신도 산원의 신분이었다. 자신도 오르지 못한 직위를 중랑장 한섬에게 자신이 줄 수 있는 힘을 자신이 가졌다는 생각을 하니 흐뭇한 모양이다.이것이 권력의 참맛 일 것이다.

“그렇습니다. 그렇게만 된다면 충성을 다할 것입니다.”

내 말에 이의방은 나를 빤히 봤다.

“너는 너의 보상은 말하지 않고 다른 이의 보상만 말하는구나. 왜 나를 떠날 준비를 하는 것이냐?”

놀라운 순간이었다. 포석도 깔기 전에 마음을 들키는 순간이었다.

“그렇게 보이시옵니까?”

“그래 보인다. 아니더냐?”

“저는 그리 큰 욕심이 없사옵니다.”

“그렇지. 처음 내게 말한 고래 등 같은 집에 3처라고 했으니 말이다.”

“그렇습니다. 그거면 저는 충분하옵니다.”

“하지만 지금은 떠날 때가 아니다. 아직은 분명 아니다.”

“예 알고 있사옵니다.”

“그러니 지금은 당장 무엇이 되고 싶은지 잘 생각해 두어라!”

“주시고자 하시는 만큼 주시면 되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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