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간웅 6권 -- >하여튼 백임지는 의종 때 내순검군으로서 왕을 호종할 때 성실하게 임무를 수행하였으므로 대정이 되었고, 무신정변이 일어나 무신들이 정권을 잡자, 형부시랑에 발탁되었다. 이때 그는 아내와 함께 하인을 거느리고 옛날 셋집 주인이었던 노파를 찾아가 융숭히 대접을 했다고 한다.
그리고 후일 조위총의 난이 일어나자 우군지병마사로 출전하여 큰 공을 세워 대장군 병마부사에 올랐다. 그 후 지형부사·상장군·형부상서 등을 지냈고, 1187년 조원정이 난을 일으켜 궁궐에 침입하여 숙직하던 관리를 죽였을 때, 사건 관련자를 조사하여 자백을 받아내고 수습하였다.
하지만 이것은 역사서에 기록된 것에 불과했다. 지금 이 순간 백임지는 사지에 들어앉아 있는 거였다.
이래서 작은 사건 하나가 역사를 바꾸는 거였다.
“어서 난적들을 처단하라!”
백임지는 거침없이 소리를 질렀다.그와 동시에 장졸들의 검에 젊은 문신들의 목이 베어지고 또한 창검에 심장이 찔려 죽임을 당했다. 또한 여기저기서 밀려드는 창검은 젊은 문신들의 몸통을 꿰뚫고 지나갔다. 정말 한 마디로 처참한 살육이며 이 대전 앞마당은 아비규환의 지옥이었다.
“으악!”
이렇게 20여명의 젊은 문신들이 이날 도륙이 됐다. 그리고 온몸에 피를 묻힌 박순필과 백임지는 대전을 보며 씩 웃었다.
“이제 곧 우리의 세상이 온단 말이지?”
백임지는 자신을 거사에 동참시켜준 박순필에게 한없이 고마운 눈빛을 보였다.대전뒤편 전각 아래에 있는 비밀의 방.백화와 여 무사 9명과 용호군 별초는 하루를 꼬박 새우고 이곳에 웅크리고 있었다.
“이제 움직여야 하옵니다.”
백화가 다급한 목소리로 별초의 수장을 보며 말했다.
“그렇지. 눈이 적응을 하기 위해서는 시간이 필요하다.”
꼬박 하루를 어두운 곳에 있었던 그들이기에 지금 바로 밖으로 나가면 눈이 상할 것 같았다. 그리고 확장된 동공이 원래의 크기로 돌아오기도 전에 검을 맞고 쓰러질 것 같았다.
“그대도 비명소리를 들었는가?”
별초의 수장이 백화에게 물었다.
“예. 앙칼진 것이 문신들 같습니다.”
“맞다. 일이 벌어진 것이야! 문을 열게. 이 대전에 우리말고도 검을 든 자가 또 있음이야!”
별초의 수장은 인상을 찡그렸다.그래도 다행인 것은 이 비밀의 방이 대전 뒤편에 만들어졌다는 것이다.
“조심히 문을 열어라!”
백화가 홍련에게 명령을 했다. 백화와 홍련 및 2명의 여 무사들은 만일을 대비하기 위해 상궁을 옷을 입고 있었다. 그리고 그때 백화와 별초의 수장은 모르고 있었으니 은밀히 대전 뒷담을 넘는 무장이 있었다.
물론 그는 두경승이었다. 그는 오직 지금 이 순간 백화를 엄호하기 위해 이 대전으로 뛰어드는 거였다.
물론 그가 누구의 간섭도 방해도 받지 않고 뛰어들 수 있는 것은 모두 중랑장 한숨이 미리 견룡군의 결사대를 배치해 뒀기 때문이었다. 다다닥! 다다닥!작은 발자국 소리였다.
정말 두경승은 삵처럼 빠르게 움직였다. 그때 끝내 이번 거사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회생의 결사대가 비밀의 방에서 나왔다.
정말 그 비밀의 방에서 나온 결사대는 눈부신 햇살에 쉬이 눈을 뜰 수가 없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점점 더 눈이 적응이 됐다.
“되었는가?”
별초의 수장이 백화를 보며 물었다.
“그렇소이다.”
“그럼 몸 조심하게.”
별초는 백화를 걱정하는 듯 말했다.
“여리신 상공을 두고 그냥 쉬이 죽을 수도 없는 년이요. 걱정 마시오.”
그 말에 별초의 수장이 피식 웃었다.
“참 복이라는 복은 다 타고난 걸거야!”
별초의 수장은 이 위급한 순간에도 긴장을 하지 않고 농담을 했다. 그것은 아마 이들이 이런 위급한 상황에 많이 놓여 봤다는 반증일 거다.그리고 언제 농담을 했냐는 듯 무거운 표정으로 고개를 돌려 대기를 하고 있는 별초들을 봤다.
“죽는 놈이 배신자다.”
별초의 수장은 그렇게 말하고 검을 뽑아들고 검집을 바닥에 버렸다. 무인이 검집을 버리는다는 것은 이곳에 죽겠다는 의미일 거다.
그와 동시에 열 명의 별초들도 모두 검을 버렸다.이제 드디어 시작이 되는 것이다.
익양후의 신 황제 옹립은 이렇게 수많은 피를 부르고 있었다.이 순간 오직 이 피의 살겁을 멈출 수 있는 자는 회생 뿐이었다. 그리고 그때 환관 최준의 밀명을 받은 20여명의 환과들이 조심히 대전을 향했다.
척!"무슨 일이냐?"병졸들이 환관들을 막아섰다."신 황제 폐하를 모셔야 하지 않겠소."환관 하나의 말에 병졸들은 이곳의 경계를 책임지고 있는 중랑장 한 섬을 봤다."보내라!"중랑장 한섬은 환관들의 눈빛을 통해 저들이 회생을 돕기 위한 자들이라는 것을 직감했다."예. 중랑장!"이렇게 모두 다 회생을 돕고 있었다. 그리고 멀리서 환관 최준이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대전을 보고 있었다.'이 고비만 넘기면 되는데,,,,,,.'그를 지금 오직 회생만 걱정하고 있었다. 대전 안.둥둥둥! 둥둥둥!요란한 북소리와 비명!제국의 황제이지만 이 순간 황제인 그가 할 수 있는 것은 아무 것도 없었다.
그저 자신을 원망할 수밖에.계집에 취해 술에 취해 간신의 단 혀에 취해 허망하게 보내버린 시간을 후회하고 원망하고 아쉬워 할 뿐이었다.‘이 모든 것이 짐의 부덕이다.
’황제는 스스로를 질책했다. 하지만 이미 때는 늦었고 젊은 신하들은 그렇게 무부들의 창검에 죽어갔다.비명!그리고 북소리!둥둥둥! 둥둥둥!요란한 북소리가 이 대전 전각 안을 메아리쳐 돌고 황제의 귀에 검처럼 찌르고 겁먹은 문신의 가슴에 예리한 칼처럼 두렵게 만들었다.
이 모든 것은 상장군 정중부가 원한 상황일 거다.‘총신을 구하지도 못하는 무능한 황제구나!’옥좌에 깊은 신음에 잠겨 지그시 눈을 감고 있는 황제의 모습이 초라하기 그지없었다.
눈을 감고 있다고 해도 귀를 막지 않으니 들릴 것이다. 그저 이 순간이 후회스러운 황제일 뿐이다.
오직 상장군 정중부와 그의 아랫것들만이 이 순간을 즐기고 있었다.
“황제 폐하! 문부 백관들이 다 모였나이다.”
상장군 정중부는 침묵에 쌓인 대전의 정적을 깼다. 그리고 지그시 눈을 감고 있던 황제가 눈을 떴다. 자신의 옆에 형제들이 차분하게 서 있었고 자신의 어머니인 태후가 오직 상장군 정중부를 노려보고 있었다.
문신들은 잔뜩 긴장을 하며 황제인 자신의 눈치보다 상장군 정중부의 눈치를 보고 있었고 태후의 옆에 오직 강경한 눈빛으로 용호군 대장군 강일천이 입술을 꼭 다물고 이 사태를 주시하고 있었다.그렇게 황제의 눈이 비친 사람들의 모습은 제각각 이었다. 그리고 그가 마지막으로 향한 것은 차분히 서 있는 이의방이었다. 그리고 그 뒤에 있는 나를 향해 그의 시선이 고정됐다.
황제는 마치 내가 마지막 모든 것을 부탁한다는 눈빛을 보였다.‘처량하다.
’이 순간 내가 느낄 수 있는 감정은 오직 처량함이었다.
“황제폐하! 문무백관들이 모두 모였나이다.”
다시 한 번 상장군 정중부가 황제에게 재촉했다.
“짐도 보고 있다. 그러니 재촉치 마라!”
담담한 황제의 목소리가 대전에 울렸다. 모든 것을 내려놓았다고 내게 말한 황제이지만 아직 온전히 내려놓지는 못한 것 같았다.
“예. 황제폐하!”
상장군 정중부는 입술을 지그시 깨물었다. 그와 동시에 황제는 대전에 모인 문무백관들을 쭉 한 번 봤다. 그리고 모든 것이 춘몽이라는 생각이 들어 피식 웃었다. ‘이제야 모든 것을 내려 놓으신 거군.’난 그런 생각이 들었다.
“짐이 조정대신들을 이곳에 부른 것은,,,,,,,.”
이 순간 조정대신을 부른 것은 상장군 일 것이다. 무신정변 때문에 이제 황제는 허수아비에 불과했다.
“짐이 그대들을 부른 것은 짐이 스스로 부덕하여 종사를 어지럽히고 위급케 하여 조정과 황실을 위태롭게 한 부덕을 통감하여 스스로 이 옥좌에서 물러나기 위함이다.”
순간 대전 분위기는 싸늘해졌다.
“황, 황제폐하!”
놀란 조영인과 문신들은 황망한 목소리로 황제를 불렀다.
“짐은 그리하여 그대들에게 신 황제를 옹립해 줄 것을 원한다.”
이미 모든 것은 결정되어 있는 상태였다. 황제는 그렇게 말하며 나를 봤다. 그리고 난 이의방을 보며 이제 조금 후에 나서야 할 때라는 것을 알려줬다.
“그 무슨 말씀이시옵니까? 황제폐하!”
다시 문신 하나가 나서서 황제의 뜻을 접게 하기 위해 간청을 하듯 말했다.
“짐은 이미 마음을 정했다. 그대들은 이제 이 부덕한 황제를 대신해서 이 고려의 종사를 바로 새울 수 있는 황자를 천거하라!”
이 순간 상장군 정중부의 눈빛이 변했다. 그리고 힐끗 옆을 봤다.이제 준비를 하라는 것이다. 그리고 그의 눈은 충희를 향해 있었다.
“그대들은 짐을 대신해서 누가 황제가 되어 이 종사를 이끌었으면 좋겠는가?”
“참으로 황망한 말씀이십니다. 하오나 이 조정이 대의에 의해 새롭게 정국이 개편되는 이때에 황제폐하의 깊으신 성심이 이 고려를 새롭게 이끌 것입니다.”
마치 앵무새처럼 진준이 나서며 말했다. 그리고 문신들은 모두 진준을 노려봤다. 하지만 힘없는 그들이 할 수 있는 것은 오직 그런 것들뿐이었다.
“천부당만부당하신 말씀이십니다.”
드디어 대쪽 문극겸이 나섰다.
“어찌하여 황제폐하가 계신데 새로운 신 황제를 신하들이 무엄하게 옹립 할 수 있나이까?”
문극겸은 상장군 정중부를 노려보며 소리쳤다. 그리고 상장군 정중부 역시 문극겸을 뚫어지게 봤다.
“황제폐하의 성심을 다시 난신적자들이 꺾으려 하는 것인가?”
“난신적자의 입에서 감히 그런 말이 나오는가?”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문극겸이 상장군과 대치를 했다.
“그만하라! 짐은 이미 정했노라. 상장군과 깊이 상의를 해서 이미 신 황제를 낙점 했노라.”
문극겸의 말을 무시하고 황제가 상장군 정중부를 두둔하자 상장군 정중부는 어깨가 으슥해지는 것 같았다.‘이제 곧 너의 황망한 얼굴을 보게 될 것이다.’
“그렇사옵니다. 황제폐하!”
상장군 정중부는 황제를 한 번 보고 충희를 봤다. 지금 이 순간 충희는 태후의 옆에서 웃고 있었다.
“잘 들으시오. 조정신료들은!”
우렁차게 상장군 정중부가 앞으로 나서면 말했다.
“황제폐하께서는 충희 황자를 신 황제에 옹립하신다 하셨소. 또한 황제폐하께서는 상황제가 되시어 황제를 돕는다고 하셨소.”
그 순간 대전이 술렁거렸다. 하지만 누구하나 나서는 자는 없었다. 오직 문극겸과 문장필이 씩씩거리며 상장군 정중부를 노려보고 있었다.
“충희 황자 마마! 황제 폐하의 깊으신 성심을 기억하셔야 할 것이옵니다.”
상장군 정중부는 마치 자신이 황제의 자리를 충희에게 주는 듯 말했다. 그러자 충희 황자가 상장군 정중부를 보며 씩 웃었다.
“이 빈승이 옥좌에 앉으라는 겁니까? 상장군!”
순간 담담한 어투에 상장군 정중부는 불안감이 밀려왔다.
“황, 황제 폐하의 뜻이옵니다.”
“그러십니까? 그러나 어쩌지요. 저는 승려로 아직 정진이 미흡하고 또한 먼지보다 티끌보다 부질없는 대종사도 되지 못하였는데 어찌하여 만인지상이며 지존인 이 고려의 황제가 될 수 있겠습니까?”
순간 상장군 정중부는 자신의 귀를 의심했다.
“무, 무어라 하셨습니까? 충희 황자 마마!”
“이 빈승은 승려로 훗날 열반에 들 것이오. 그리고 부처님이 허락을 하신다면 먼지처럼 하찮은 대종사나 되어 참선에 정진할 것이오.”
충희는 그렇게 말하고 상장군 정중부를 조롱하는 듯 염주를 쥐고 승려의 예로 상장군 정중부에게 고개를 숙였다.
“충, 충희 마마!”
“상장군의 충정은 알겠으나 이 빈승은 뜻이 없소이다.”
충희는 그렇게 말하고 뒤로 물러났다. 그리고 상장군 정중부는 일이 잘못되었다는 것을 이제야 직감을 했다.
“황제폐하!”
상장군 정중부는 급하게 고개를 돌려 황제를 봤다.
“짐은 상장군 정중부와 상의를 해서 내 아우인 익양후를 신 황제에 옹립한다.”
순간 무겁게 황제가 상장군 정중부와는 다른 황자를 황제로 옹립한다고 공표를 했다.
“이, 이것은 저와의 약조와는 다르지 않사옵니까?”
“그런가?”
황제는 마지막 순간 상장군 정중부를 보며 피식 웃으며 조롱을 했고 상장군 정중부는 어금니를 꽉 깨물었다.
“세상의 모든 일이 난적의 뜻으로 이루어질 것 같은가?”
이 순간 이의방이 우렁차게 소리를 치며 앞으로 나섰다.
“뭐라?”
“난적 정중부! 너를 견룡으로 황제폐하를 보위하고 황실을 호위하는 내가 처단할 것이다.”
“네놈! 이의방!”
“내 당장 너를 이곳에서 참하지 않는 것은 이 대전에 너의 더러운 피를 뿌리지 않기 위함이다.”
순간 이의방의 질책이 이어졌다. 그리고 상장군 정중부는 이의방의 행동에 어이가 없었다.
“네놈이 지금 어떤 처지에 놓여 있는지 모르고 이렇게 날뛰는 것이냐?”
이 대전 담벼락을 응양군이 포위를 하고 있는 상태에서 또한 대전 앞마당에 20여명의 무장들이 문신들을 도륙하고 있는 이 마당에 저렇게 나온다는 것이 이해가 안 되는 상장군 정중부였다.
“신하가 어찌 위급함에 있어서 보신을 먼저 생각하겠는가?”
이의방은 버럭 소리를 질렀다. 하지만 조금 아쉬운 점이 있었다.‘통쾌하지 않아!’난 그런 생각이 들었다.
이 순간 내가 나섰다면 정중부에게 뒷목을 잡고 쓰러질 정도로 조롱을 해줬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 이 자리에는 너무나 많은 문무백관들이 있다. 물론 지금 정중부의 편에 서 있는 자들은 오늘 이 자리에서 죽게 되겠지만 나머지들은 내가 나선 것을 알고 후일 나를 기억할 것이다.
이것은 내가 생각하는 것과는 틀린 방향이다. 그러니 이렇게 차분히 서 있으면 되는 것이다. 그리고 난 힐끗 태후를 봤다.태후는 여전히 불안한 표정을 하고 있었다. 또한 익양후도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오직 이 자리에서 나와 황제만이 담담한 것 같았다.
‘정말 모든 것을 내려놓으셨어.’난 황제를 보며 그런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난 황제를 보며 고개를 살짝 숙여 너무 걱정하시 말라는 신호를 보냈고 황제도 알았다는 듯 고개를 살짝 끄덕였다.
“네놈이 오늘 무덤을 파는구나!”
상장군 정중부가 이의방에게 소리를 질렀다.
“난적은 그 입을 다물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