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간웅 6권 -- >‘역시 아무런 도움도 안이 되는 군! 그저 병풍으로나 쓸 수밖에.’상장군 정중부는 그렇게 생각을 했다.
“응양군이 황궁으로 들어서면 용호군이 가만히 있을 것 같소이까? 잘 보시오 대장군 중에 이 자리에 오지 않은 자가 누군지.”
상장군 정중부의 말에 대장군들은 주변을 살폈다.
“이 소응 대장군과 강일천 대장군이,,,,,,,.”
항상 자신들과 따로 노는 강일천은 그렇다 치더라도 이 소응도 이 자리에 없는 것이 이상한 대장군들이었다.
“무력으로는 안 됩니다. 신속하게 처리를 해야 하오. 까닥하다가 장기전이 되면 고래를 숙이고 숨을 죽이고 있는 문신들도 다시 고개를 들 것이오.”
상장군 정중부는 다짐을 하듯 말했다.
“그럼 어찌 합니까?”
“이의방이 굴복을 할 수 있게 해야지요.”
“그러니 어찌 하면 됩니까? 상장군!”
지금 누구도 답을 내지는 못했다. 사실 상장군 정중부는 그들에게 답을 얻고자 하는 것이 아니었다. 내일 열릴 대전 회의에서 병풍을 새워놓기 위함이었다.
“그러니 황제 스스로 양위를 하게 하는 겁니다. 그렇게 되면 황실의 눈치도 보지 않아도 되고 태후의 입김도 들어가지 않으니 우리가 원하는 황자를 황제에 올릴 수 있는 겁니다.”
상장군 이의방은 다부지게 말했다.
“그래도 태후이신데 가만히 있겠습니까?”
진준 대장군은 상장군 정중부의 눈치를 보며 물었다.
“태후 위가 황제지요. 하늘 아래 오직 황제이지 않습니까? 뭐가 문제입니까?”
“그, 그렇, 으으윽!”
그 순간 을우 대장군은 인상을 찡그리다가 마치 혈색이 하얗게 변하더니 배를 잡고 고꾸라졌다.
“아이고 배야! 아아악! 아아이고 으악!”
거친 신음과 비명이 요동쳤다.
“왜 그러시오. 을우 대장군!”
“아이고 미치겠소. 소장 좀 살려주시오.”
그 순간 상장군 정중부는 을우가 자신의 야망의 일부가 실현되려는 이 순간 초를 친다는 생각이 들었다.
“중랑장!”
상장군 정중부가 중랑장 한 섬을 불렀다.
“예. 상장군!”
“어서 대장군을 태의 전으로 모셔라.”
“예. 상장군!”
중랑장 한 섬은 비명을 지르고 있는 을우 대장군을 부축했다.
“괜찮으시옵니까?”
“이놈아! 내가 죽겠다. 아이고 아악!”
“어서 모시게 저러다가 경을 치겠네.”
상장군 정중부는 짜증을 버렸다. 그렇게 중랑장 한 섬과 을우 대장군은 상장군 정중부의 눈을 피해 장군방이 있는 전각에서 급히 나왔다.
“자네는 바로 준비를 하게.”
“예. 대장군!”
“나는 밉지만 강일천을 만나야겠어. 이제는 더는 두고 못 보겠네. 내 아무리 지금 저 난적의 눈치를 보았지만 내가 어찌 역신의 길을 걷고 저승에 계시는 을지문덕 할아버님을 볼 수 있겠는가?”
이 모든 것은 회생의 계략에서 나오는 것이다. 을우 대장군의 군영은 그래도 황궁에서 제일 가까운 곳이 있었고 을우가 강일천 대장군과 손을 잡으면 용호군과 을우 대장군의 군영의 병사가 응양군과 대등해지는 거였다.
물론 이들이 직접 투입이 되지는 않는다는 것이 회생의 계획이었다. 하지만 그들이 응양군을 견제해 준다면 많은 피를 흘리지 않고 상장군 정중부를 제거할 수 있다는 것이 바로 회생의 계략이었다.그리고 이 순간 중랑장 한 섬은 더욱 회생이 놀랍기만 했다. 그리고 회생의 얼굴이 떠올랐다.
“제가 낸 계략이라는 것을 을우 대장군은 모르셔야 하옵니다.”
“알았네.”
중랑장 한 섬은 이 순간 자신에게 비밀을 지키라는 회생이 신신당부를 하는 모습이 떠올랐다.
“역시 자네는 난적의 밑에 있기는 아까운 인물이야!”
을우 대장군은 용호군 대장군 강일천을 만나러 가기 전에 이 계략을 짰다고 알고 있는 중랑장 한 섬의 어깨를 두드려줬다.
“바로 움직이게. 내일이야! 이제 내일이야!”
“예. 대장군! 저는 결사대를 배치하겠나이다.”
“그래. 알았네.”
그렇게 회생의 계획에 의해 역시 상장군 정중부를 완벽하게 사지로 몰아넣을 계략은 착착 진행됐다.그리고 여전히 상장군 정중부는 여전히 대장군들과 내일 있을 일을 이야기하고 있었다.
“내일은 문무백관들을 모두 다 대전에 모으세요.”
상장군 정중부는 대장군들에게 황제가 양위를 하는 것을 만천하에 공표하는 형식을 취하기 위해 대신들을 모으라 명령을 내렸다.
“옥에 갇힌 자들까지요?”
진준이 상장군에게 물었다.
“삼사의 영수들은 물론이고 문하시중까지 문신의 늙은이들은 모두 모으세요. 그것에서 죽일 놈은 죽이고 살릴 놈은 다시 살릴 것입니다.”
순간 상장군 정중부의 눈빛이 차갑게 변했다. 그의 눈동자는 얼음처럼 차갑고 돌처럼 무거웠다.
“죽이다니요? 다시 피를 보시겠다는 말씀이십니까?”
기탁성 대장군은 놀라 기겁을 했다.
“서러운 세월이 몇 해인데 이리 끝을 내시려 합니까? 또한 어린 황제폐하의 총기를 흐린 난신적자는 발본색원을 해서 참살해야 할 것입니다. 그래야 새 하늘이 되시는 황제폐하께서 올바른 치세를 펼치실 것입니다.”
“하오나 지금도 많은 피를 흘렸습니다.”
양탁 대장군도 반대하는 말투로 말했다.
“모든 죄는 제가 가지고 가지요. 이 고려가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기를 원하십니까?”
이 순간 정중부는 무척이나 강경한 태도를 보였다. 물론 그것은 그가 후일을 준비하기 위한 포석이었다.
후일 자신이 문하시중이 되고 나서 충희가 돌연사를 한 후에 누구도 충신인척을 하면서 자신의 뜻을 어기려는 자를 이 참메 모두 죽이고자 하는 것이 상장군 정중부의 속내였다.‘미리미리 한걸음씩 움직이는 것이야!’상장군 정중부는 그렇게 생각을 하며 씩 웃었다.
“그건 아니지만 그래도 문신들이 없으면,,,,,,.”
“한 동안 혼란이 오겠지요. 하지만 곧 안정이 될 겁니다.”
이 순간 누구도 상장군 정중부의 뜻을 꺾을 수는 없을 것 같았다.
“예. 알겠습니다.”
“대전 앞에 군기를 새우세요. 진군의 북을 치시고요. 그렇게 위엄 있게 새로운 하늘을 여는 겁니다. 무신들을 우대하는 황제폐하를 우리가 모시는 겁니다.”
그런데 지금 상장군 정중부는 새로운 하늘을 연다고만 말했지 누가 새로운 하늘인지 말해주지 않고 있었다. 그리고 사실 대장군들은 그것이 궁금했다.
“상장군!”
“왜 그러시오?”
“신 황제께서는 누가 되시는 겁니까?”
이건 모든 신하들이 궁금해 하는 사항일 거다.
“제가 어찌 알겠소. 오직 황제폐하만이 아는 것이지요.”
이렇게 정중부는 입에 침도 바르지 않고 거짓말을 했지만 그 말을 믿을 대장군은 아무도 없었다.
“제가 말씀 드릴 수 있는 것은 속세의 때가 묻지 않으신 분입니다.”
그 순간 진준이 놀라 상자군 정중부를 봤다. 정말 굼벵이도 구르는 재주는 있는 법이다.
“상, 상장군!”
“왜 그러시오? 진준 대장군!”
“혹시 충희 황자를 두고 있으신 것입니까? 마음에!”
진준의 물음에 상장군 정중부는 대답 대신이 그저 입가에 미소만 그릴 뿐이었고 이것은 백 마디 말보다 더 확신을 주는 표현이었다.그리고 대장군들은 앞으로 이 조정이 정 씨의 세상이 될 거라는 것을 짐작했다.
“내일 준비를 철저히 하세요. 대전에 많은 피를 뿌리고 나서야 새로운 하늘이 열립니다.”
정말 이 순간 까지도 상장군 정중부는 살 겁을 꾸미고 있는 거였다.
“예. 알겠습니다.”
이제는 더 이상 상장군을 막을 방법이 없는 대장군들이었다. 아니 막을 생각조차도 하지 않는다고 해야 옳을 것이다.그 순간 상장군 정중부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내 태후전에 다녀올 것이네.”
순간 대장군들 사이에는 긴장감이 감돌았다. 소문이 지구 반 바퀴를 돈다는 말이 있다. 그리고 지금 이 궁궐 안에 있는 사람들은 상장군 정중부와 공예태후가 척을 지고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어떤 면에서 상장군 정중부가 황제를 폐위하지 않고 상황제로 올리는 간계를 쓴 것은 황실의 제일 어른인 태후의 황제 폐위 제가를 얻지 못할 거라는 판단 때문이기도 했다. 또한 태후에게 굽씬 거리기 싫은 상장군 정중부의 고집도 있기 때문이었다.‘그 늙은 할망구의 얼굴을 볼 것이다.
’상장군 정중부는 어금니를 꽉 깨물었다.이의방이 자리를 잡고 있는 장군방.이의방은 지금 나를 뚫어지게 보고 있었고 이고는 난처한 입장으로 뭐라고 말을 해야 할지 몰라 머뭇거리고 있었다.
난 이미 환관에게 은밀히 듣게 되어 왜 이런 사태가 일어날 거라는 예상을 했다. 물론 당황스럽기는 했다.
‘채원! 그 곰 같은 새끼가!’난 채원을 후일 그냥 두지 않겠다는 다짐을 했다. 채원은 아마 자신의 분탕질에 가담을 하지 않았다는 것에 앙심을 품고 이렇게 이간질을 한 걸 거다.
사실 나도 이런 것이 걱정이 되어 지금 이렇게 모든 준비를 끝내고 온 거였다.‘지금 알려줘도 늦지 않다.
’난 그런 생각을 했다. 하지만 이의방의 오해를 풀고 이해를 구하기는 참 어려울 것 같았다. 이래서 오해와 이해는 한 글자 차이지만 참으로 멀고 먼 단어인 거다.
“준비하고 있는 일은 잘되고 있는 것이냐?”
이 순간 이의방의 말투에는 약간의 살기가 감돌았다. 역시 채원이 하고 간 이간질이 걸리는 모양이다.
“그 일을 보고 드리기 위해 왔나이다.”
“보고?”
이 순간 나를 보는 그의 눈이 사납다. 마치 무신 정변이 일어난 그날의 새벽에 품었던 그 눈빛으로 나를 보고 있었다. 이것은 여차하면 나를 벨 수도 있다는 의미로 나는 느껴졌고 온몸을 바르르 떨었다.
“그러하옵니다. 상황이 급박하여 처음 일을 꾸밀 때 말씀을 드리지 못하고 비밀 유지를 위해 그리고 적을 속이기 위해서 제 계략을 아는 사람이 작아야 했기에 보고를 못 드렸지만 지금은 이미 모든 준비가 끝이 났으니 보고를 드려야 하지 않겠습니까.”
내 말에 이 의방은 살짝 화가 가시는 듯 나를 찬찬히 봤다.
“더 보고를 할 것이 있느냐?”
“예. 있습니다. 제가 미리 보고를 드린 사항은 빙산의 일각이옵니다.”
“빙산의 일각이라?”
“그러하옵니다.”
“그래 들어보자꾸나.”
“예. 행수 어른!”
난 바로 허리를 굽혔다.
“그 전에 소인 청이 하나 있사옵니다.”
“청이라? 지금 이 순간 내게 청이라?”
살짝 이의방이 인상을 찡그렸다. ‘어쩔 수 없는 일도 있는 법이지.’난 이 순간이 내가 가장 위급한 순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자금까지 이의방은 내게 이런 눈빛을 보이는 적이 단 한 번도 없었다. 그런데 지금 내게 이런 눈빛을 보이고 있다. 물론 처음과는 많이 화가 풀린 눈빛이지만 그래도 나를 경계하고 의심하는 눈빛이 분명하다. 그러니 이 순간 위기를 모면해야 한다.
‘한신은 후일을 위해 불한당의 가랑이도 기었다고 했어.’난 그런 생각이 문뜩 들었다.한신!회음출생이다.
물론 나는 그곳이 어딘지 모른다. 진나라 말 난세에 처음에는 초(楚)나라의 항량 ·항우를 섬겼으나 중용되지 않아 한 왕의 군에 참가하였다.
승상 소하(蕭何)에게 인정을 받아 해하의 싸움에 이르기까지 한군을 지휘하여 제국 군세를 격파, 군사 면에서 크게 공을 세움으로써 제왕, 이어 초왕이 되었다. 그러나 한제국의 권력이 확립되자 유씨(劉氏) 외의 다른 제왕과 함께 차차 권력에서 밀려나, BC 201년 회음후로 격하되었다. 한마디로 토사구팽을 당한 인물 중 하나였다. 그리고 나도 지금 그 처지가 토사구팽의 처지로 향하고 있는 것 같았다.
‘지금이 가장 위급하다. 적이 아닌 아군에게 위급을 느끼다니 젠장!’난 다시 채원의 얼굴을 떠올렸다.
‘그래. 나랑 척을 지고 얼마나 오래 사는 지 보자.’난 은혜는 잊지 않는 성격이다. 그리고 원한은 더 잊지 못한다. 그리고 한신은 한고조를 원망하며 토사구팽이라는 말을 남겼다. 진희의 난에 가담하였다가 탄로 나자 여후(呂后)의 부하에게 죽임을 당했다.
정말 토사구팽인 것이다.불우하던 젊은 시절에 시비를 걸어오는 시정무뢰배의 가랑이 밑을 태연히 기어나갔다는 일화는 유명하다. 그리고 지금 딱 내가 그 꼴이 된 것이다.
‘젠장! 채원 너를 갈아 마셔주마!’난 입술을 지그시 깨물었다.‘저 눈빛은 나를 경계하고 두려워하는 눈빛이야!’이게 가장 내가 걱정하고 위험하게 여기던 거였다.
“그래 청이 무엇이냐?”
난 이 순간 대답을 잘해야 한다. 이미 대략적인 내 계획을 이의방이 알기에 내가 없어도 가능하다는 생각을 하게 되거나 내가 두렵다는 생각을 들게 하면 나는 이 자리에서 죽게 되는 거였다.정말 생각지도 못한 곳에서 난관을 만나는 꼴인 것이다.
“예전에 저에게 주신 약조로는 아니 될 것 같사옵니다.”
“예전의 약조로는 아니 된다?”
“그러하옵니다. 3처 9첩을 주시고 고래 등 같은 사택을 주시는 것으로는 제가 한 일들에 대한 보상이 너무 작은 것 같사옵니다.”
순간 이의방이 인상을 찡그렸다. 이것은 내가 말을 잘못 꺼냈다는 증거일 거다.‘젠장! 어떻게 하지?’난 답답한 마음이 들었다.
“그래서? 무엇을 원하는 것이냐?”
“이의방 행수님의 따님을 제가 주십시오.”
나는 살기 위해 마지막 패를 던져야 했다. 이게 통하지 않으면 나는 토사구팽의 한신이 되는 것이다.
“뭐라?”
이의방이 나를 뚫어지게 봤다. 하지만 조금 전 그 눈빛과는 조금을 달랐다.‘혈족으로 엮이겠다는데 마다하지는 않겠지. 내 스스로 계륵이 되어야 이 자리가 사지에서 생지가 된다.’이것은 어쩔 수 없이 내가 던진 패착이다. 후일 내게도 돌아올 패착일 것이니 지금 패착인 것이다.
“제가 몰랐는데 이의방 행수님의 따님께서는 타고난 미녀라고 들었습니다. 제가 주십시오.”
난 정말 천진난만하면서도 영악한 표정이 교차하게 표정을 지어야 했다. 그런데 사실 이 순간 그런 표정이 어떤 표정인지 떠오르지 않았다.그리고 그 순간 힐끗 이고가 나를 봤다. 그의 눈빛은 나를 구명해 주겠다는 그런 눈빛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