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간웅 6권 -- >
“무, 무인본분 위국헌신!”
이 한 마디가 두경승의 마음을 뛰게 만들 것이다. 공명심이 강한 자는 이런 위대한 말에 잘 흔들리는 법이니 말이다.
“나를 명예로운 길로 갈 수 있게 할 수 있는 것인가?”
“물론이지. 어때 나랑 같이 이 옥을 나가겠는가?”
“내 부하들은 어떻게 할 것인가?”
“지금은 너 혼자 뿐이다.”
“지금은 나 혼자라고?”
“그래. 나는 교위인 두경승이 필요한 것이 아니라 명궁 두경승이 필요하다.”
내 말에 두경승은 살짝 인상을 찡그렸다.
“명궁인 두경승?”
“그렇다.”
난 뚫어지게 두경승을 봤다. 그는 지금 고민을 하는 것 같았다.
두경승!사실 역사서에 기록된 그는 무식한 무부라는 기록으로 시작을 했다.학식은 없어도 무용이 출중하여 의종 때 공학군으로 뽑혔다가 대정으로 후덕전의 견룡이 되어 장군들에게 주목을 받기 시작을 했다.
그리고 정변이 끝난 후 명종 초에 이의방에게 발탁이 되어 내순검지유를 거쳐 낭장이 되었다. 무신들이 득세를 하는 세월이니 낭장도 그리 낮은 직위는 분명 아닐 것이다. 그리고 1173년 김보당의 난을 평정한 후 남로선유사로 반란지구의 민심수습에 진력하여 장군의 반열에 올랐다.
그리고 그 다음부터 무인이라기보다는 무부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이듬해 서경유수인 조위총이 반란을 일으키자 동로가발 병마부사로 주변 도읍을 진압한 뒤 후군총관이 되어 계속 추격, 1176년 서경을 공략하고 조위총을 죽였다. 그리고 출세가도를 달렸다. 또한 문하편장사로 감수국사를 겸임함으로 권력의 마각을 들어냈다.
그런 인물이 바로 두경승이었다.그런데 그런 인물을 내가 지금 포섭하고 있는 것이다.
물론 두경승과 끝까지 갈 생각은 없다. 지금 이 순간 그가 필요한 것은 백화를 위함이다.
‘백화를 위해서 이 자가 필요하다.’이 순간 어쩌면 내가 난신 하나를 키우는 것인지도 모를 것이다.
“왜 이곳에서 계속 썩고 싶은가?”
“아, 아니요.”
“그럼 나랑 같이 손을 잡겠는가?”
난 이제 두경승이 거의 내게 넘어왔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이것은 내 착각이었다.
“내가 너를 어찌 믿지?”
이 순간 두경승은 의심도 참 많다는 생각이 들었다. 역시 충신이 되기보다는 난신이 될 자질이 더 농후한 인물일 것이다.
“내 말을 의심하는 자는 모두 난신의 기질이 출중한 자다.”
“뭐, 뭐라고?”
“충신이고 진정한 무인이며 내 말이 거짓이라고 여겨도 따르는 것이 보통이다.”
“으음,,,,,,.”
“이제 결정해라! 나를 따를 것인가?”
난 다시 두경승을 뚫어지게 노려봤다.
“좋소. 따를 것이요. 내가 무엇을 하면 되오?”
난 두경승의 말을 듣고 속으로 쾌재를 불렀다. 아니 백화를 위해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그건 이곳을 나서고 나서 이야기를 해주지.”
“나를 이곳에서 빼줄 수 있소?”
“물론이다.”
난 그렇게 말하고 돌아섰다. 그리고 아무 말도 없이 밖에서 기다리고 있는 옥졸을 향해 걸어갔다.
“이야기는 잘 끝나셨습니까?”
옥졸이 나를 보며 굽실거렸다.
“이곳에 두 교위를 찾아온 자가 있었는가?”
“없었습니다. 잡아넣기만 하지 찾는 분은 없습니다.”
아마도 문신들이나 무신들 중 눈에 거슬리는 자는 정중부가 다 잡아넣는 것 같았다.‘어리석은 정중부! 야망을 가졌으면 모든 이를 품에 않는 포용력이 있어야 하거늘,,,,,,.’난 속으로 정중부를 조롱했다.
“없다?”
“그렇습니다.”
“그럼 내가 두 교위를 데리고 갈 것이다.”
순간 옥졸은 놀라 나를 봤다.
“하오나 그렇게 하다가,,,,,,.”
“찾아오는 이도 없다고 하지 않았나?”
“그렇기는 합니다.”
“세상은 곧 바뀐다. 아니 벌써 바뀌었잖아. 언제까지 이런 옥졸이나 하며 살 건가?”
“예?”
내 말에 옥졸은 놀라 나를 봤다.
“내 뒤에 누가 계신지 알지?”
그 사실을 모르는 사람은 이 궁에 없을 것이다. 그리고 그것이 언젠가는 내 발목을 잡을 것이 분명할 것이다.
“물론이옵니다.”
“그러니 열어. 내 후일 너를 잊지 않을 것이다.”
내 말에 옥졸은 잠시 고민을 하는 듯 했다. 그리고 바로 입술을 지그시 깨물었다.
“왜 싫은 건가?”
“아, 아닙니다.”
“그럼 데리고 오게.”
“예. 위장나리!”
“어서 데리고 와!”
“예.”
바로 옥졸은 허리를 숙이고 나서 바로 돌아서서 옥으로 달려갔다. 그리고 잠시 후 초취한 모습의 두경승을 데리고 나왔다. 그는 여전히 나에게 적의를 품은 눈빛을 보였다.
‘눈깔이 무섭네!’난 문뜩 그런 생각이 들었다. 지금 내 옆에 백화가 없으니 무서운 거였다.
‘이렇게 백화의 공백이 허전한 줄 몰랐네.’난 문뜩 그런 생각이 들었다.
“가지!”
원래 주눅이 들 때는 더욱 당당하고 강하게 나가야 한다.
“알았소.”
내가 반말을 하고 두경승이 하대를 못한다는 것은 그가 내 언변에 녹아났다는 걸 거다.그렇게 나는 두경승을 데리고 옥을 떠났다. 그리고 내가 간 곳은 바로 환관 최준이 쓰는 내시 방이었다.그곳은 아마 이 궁궐에서 태후 전 다음으로 비밀이 유지되는 곳일 거다.
“오셨는가?”
최준이 나를 보고 일어났다. 그리고 나는 최준을 보며 꾸벅 인사를 했다. 이왕 스승으로 모시기로 했으니 깍듯하게 대해야 하는 것이다.
“예. 스승님!”
그 순간 두경승이 있는 상태에도 환관인 자신에게 스승님이라고 부르는 나를 보며 놀라는 눈빛이 역력했다.‘내가 스승으로 모신다는 것을 못 믿고 있는 거였군.’난 문뜩 그런 생각이 들었다.
“앉으시게.”
“예. 스승님!”
내가 환관에게 스승님이라고 부르자 두경승은 놀라 나를 봤다.
“두 교위도 앉으시오.”
환관 최준이 자신을 알자 두경승은 놀라워했다.
“어찌 나를 압니까?”
“황실을 위해 내탕고를 지켜냈다는 무용이 이 궁궐 안에 파다하더이다.”
최준의 말에 두경승은 살짝 입가에 미소를 그렸다.
“그렇습니까?”
“예. 두 교위!”
최준의 환대에 두경승은 차분히 자리에 앉았다. 그리고 최준이 앉고 내가 앉았다. 이것 역시 최준을 스승으로 모시기로 한 내 의지의 표현이다.
“그런데 왜 찾아 온 것인가?”
최준이 내게 물었다.
“두 교위와 조용히 이야기 할 곳이 필요했습니다.”
“그렇지. 이곳만큼 귀와 눈이 없는 곳이 없지?”
“자리를 비켜드릴까?”
“아닙니다. 스승님! 스승님까지 숨길 일은 아닙니다.”
난 다시 한 번 최준에게 믿음을 줬다.
“잘되었네. 나도 할 이야기가 있었는데,,,,,,.”
“그러십니까?”
“그래. 이야기를 먼저 나누게.”
“예. 스승님!”
난 그렇게 대답을 하며 최준의 눈빛을 살폈다. 최준은 예전과 다르게 나를 온화한 눈빛으로 보고 있었다.
마치 내가 흥선을 보는 것처럼 그런 눈빛으로 나를 보고 있는 것이다.‘정이 쌓이고 있는 눈빛이야!’역시 자손을 가지지 못하는 환관이다 보니 나를 아들처럼 여기고자 하는 마음이 생기고 있는 걸 거다.
그것은 내게 무척이나 이로운 일이다.이 궁에만 환관이 도합 300이 넘는다.
그들은 이 궁에 일어나는 모든 일을 알고 있고 또 처리를 한다. 그리고 궁에서 하는 모든 이야기들이 종합된다.그것을 내가 이제 얻게 되는 것이다.
‘좋은 선택이었다.’난 나 스스로를 칭찬했다. 그렇게 그런 생각을 하고나서 난 바로 두경승을 봤다.
“내가 하는 이야기를 잘 들으시오.”
“그러지요.”
두경승은 나를 보며 대답을 했다.
“나는 난적 정중부를 도모할 생각이다.”
순간 내 말에 두경승은 놀라 눈동자가 커졌다.
“난, 난적 정중부를 도모한단 말이요?”
“그렇다. 그래서 그대의 활 솜씨가 필요한 것이다.”
“그, 그 말은,,,,,,.”
이 순간 두경승은 자신의 활로 난적 정중부를 죽이라는 것처럼 들릴 것이다. 하지만 나는 그게 아니라 백화를 뒤에서 공격하는 자를 쏘아 잡는 저격수의 역할을 시킬 참이다. 난적 상장군 정중부는 반드시 이의방이 죽여야 한다.
그래야 이의방이 이 고려의 조정을 장악하게 되는 거고 나는 그렇게 만들어놓고 뒤로 물러나면 되는 거였다. 물론 그것은 내 꿈이다.
“아니 상장군 정중부를 제거하는 것은 이의방 행수의 검이 되어야 할 것이다.”
순간 두경승은 실망하는 표정이 역력했다.
“그럼 내가 해야 할 일이 무엇입니까?”
“그대는 상아 비녀를 한 여 무사를 그대의 활로 보호하는 임무다.”
“여무사를 보호하라니요?”
이 순간 나는 두경승을 거짓말로 속이기보다는 진실로 대해서 그의 감정을 자극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 정인을 보호해 달라는 거요.”
부탁을 하는 것이니 하대를 할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그리고 내 말에 최준은 잠시 놀라는 눈빛을 보였다.
“그대의 정인이라고요?”
“그렇소. 나를 위해 거사에 동참을 했지만 그녀를 보호해 주고 싶은 마음이 간절하오.”
내 말에 잠시 놀란 두경승은 물끄러미 나를 봤다.
“그렇게 약한 마음으로 왜 이런 엄청난 거사를 꾸미는 것이오?”
난 잠시 두경승을 봤다.
“나 말고는 할 사람이 없으니까. 이 고려에 정말 인물이 없으니까.”
순간 내 말에 두경승은 놀라 나를 뚫어지게 봤다.
“대단한 자신감이군요.”
“현실이니까. 부탁하오.”
난 처음으로 두경승에게 머리를 숙였다. 그리고 잠시 두경승은 나를 찬찬히 봤다.
“그대는 참으로 무인답소. 맞소. 무인이라면 여인을 위해 죽을 수도 있지. 내 하겠소. 거사를 위한 일이니 내 하겠소. 그런데 거사의 장소가 어디입니까?”
“대전 앞마당이요.”
순간 두경승은 숨이 턱하고 막힌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것은,,,,,,.”
“그렇소. 사지요. 다 죽을 수도 있는 사지요.”
내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알았소. 그래서 내게 죽어지자고 한 것이군요.”
“그렇소. 전원 옥새를 할 수도 있소.”
“무인에게 가장 영광된 자리는 반듯하게 죽을 자리를 찾아 죽는 것이요.”
이것이 무인의 기상일 것이다. 하지만 나는 그들이 너무나 명분에 죽고 산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것이 바로 현대인의 생각을 가진 나와 그들의 차이일 것이다. 그렇게 난 두경승을 백화의 엄호궁수로 설득하는데 성공을 했다.
“스승님!”
“왜 그러신가?”
“두 교위가 쉴 곳을 마련해 주시겠습니까?”
“그래. 내시 방이 더 있네.”
최준은 내 말 속에 숨겨진 뜻을 그대로 이해했다는 눈빛으로 나를 봤다. 나는 두경승이 혹시나 변심을 할까 염려를 해서 그렇게 최준에게 말한 것이다.
“감사합니다.”
“밖에 누구 없는가?”
최준이 밖에서 사람을 찾았고 그와 동시에 환관 둘이 내시방 안으로 들어섰다.
“예. 찾으셨습니까?”
“두 교위님을 모시게. 편히 쉴 곳을 준비해 드리게.”
“예. 최준 어르신!”
환관의 말에 두경승은 고개를 끄덕이고 일어났다. 그리고 나를 봤다.
“거사는 언제입니까?”
“난적이 움직일 때가 바로 거사 일이오.”
“알겠소.”
그렇게 두경승은 환관 둘을 따라 나갔다. 이제 이 내시 방에는 나와 최준 만이 남았다. 8. 도천밀교에 대해 듣다.‘나한테 할 말이 뭐지?’난 최준이 내게 할 말이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실 말씀이 무엇입니까?”
난 최준을 보며 물었다.
“황제폐하께서 하신 말씀을 듣게 되었네.”
난 이미 내전 나인들이 황제와 내가 한 이야기를 전할 거라는 생각을 했다. 그래서 결정적인 이야기는 아주 조용히 황제의 귀에 속삭인 거였다.
“그러셨군요.”
“난 그 이야기를 듣고 놀랄 뿐이네.”
“그러십니까?”
“그렇지 않나? 이 고려의 궁주마마를 첩처럼 여기겠다는 말을 누가 할 수 있겠나?”
그게 이야기꺼리가 될 거라는 생각도 하고 있었다.
“조강지처와 같은 백화를 버릴 수는 없지 않습니까?”
“그것 역시 놀랍고.”
“그러십니까?”
“그렇다네. 이 고려의 부마의 자리네. 모든 권력이 모여지는 자리이기도 하지. 후광이 되고 권력이 되는 자리가 바로 그 자리지.”
“그렇기는 하지만 아주 표적이 되고 위험한 자리이기도 합니다.”
내 말에 최준은 예상을 했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내 그럴 줄 알았네.”
역시 최준은 대단한 존재였다. 이렇게 앉아서 구만리를 내다보고 있으니 말이다.
“그러셨습니까?”
“그래. 하지만 아무리 주머니에 송곳을 꽁꽁 숨겨놓는다고 해도 끝내는 주머니를 뚫고 나오는 법이네.”
최준의 말에 난 고개를 끄덕였다.그것을 사실 내가 제일 걱정하는 일이다.
난 지금 뒤로 물러날 자리를 보고 있었다. 그래서 결정적인 순간에 이의방으로 하여금 정중부의 목을 베게 할 참이다. 하지만 최준도 알고 있듯 송곳은 언젠가는 튀어 나오는 법이고 그것은 내게 득이 되기도 하지만 화가 될 수도 있는 일이었다.
“그렇지요.”
“하지만 말이야. 언젠가는 튀어 나올 송곳이라면 예리한 송곳이 더 좋지 않겠나?”
“그 무슨 말씀이십니까?”
난 빤히 최준을 봤다.
“영화궁주를 손에 넣으면 태후마마를 손에 넣게 되지 그러면 자연히 용호군이 따라온다네.”
지금 이 순간 최준은 내게 나갈 길을 말해주는 것 같았다.
“저는 크게 권력에 관심이 없습니다.”
“하지만 다른 모든 이들은 그대가 권력을 가질 것이라고 생각을 하지.”
“제가 미련이 없습니다.”
“그런가 하지만 그것 하나만 기억해 두게. 바보는 적이 없지만 천재는 여러 곳에 적을 만드는 법이지. 자네가 겸양한 마음을 가진다고 해도 누군가는 자네를 두려워 할 것이네. 그들이 자네를 도모하고자 할 때 누가 있어서 그리고 또 무슨 힘이 있어서 그들을 상대할 것인가?”
내가 가장 크게 고민하는 이야기를 최준이 해 주고 있는 거였다. 이것만 봐도 최준은 나를 정말 아끼는 것이 분명했다.
“제가 고민하는 것입니다.”
“물론 차근차근 준비를 하고는 있겠지.”
난 나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였다.문장필에게 사병을 양성해 달라는 것을 부탁해둔 상태이니 준비라면 준비일 것이다.
“하지만 그 준비가 끝나기도 전에 누군가 자네를 도모한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