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간웅-111화 (111/620)

< -- 간웅 6권 -- >

“저것이 무엇입니까?”

“모르셔도 됩니다. 스님!”

그리고 태후는 고개를 돌려 해월을 봤다.

“뭘 하는 것이야!”

태후가 해월을 보며 소리를 질렀다.

“예. 태후마마!”

“무엇입니까?”

그리고 충희는 다시 고개를 돌려 해월을 봤다.

“무엇이냐?”

“이, 이것은,,,,,,.”

“무엇이냐고 물었다.”

“비상이옵니다.”

순간 충희는 어금니를 꽉 깨물었다.

“비상이라고?”

“그, 그러하옵니다.”

그리고 바로 충희는 고개를 돌려 태후를 봤다.

“꼭 이러셔야 하옵니까? 정중부가 제가 옥좌를 준다고 했습니다. 제가 그리 황제가 되는 것이 싫으십니까?”

“옥좌는 난적이 주는 것이 아닙니다. 스님! 옥좌는 하늘이 내리는 것입니다. 꼭 스님이 황제가 되시려면 이 어미가 죽고 나서 되십시오. 저는 형제가 형제를 죽이는 꼴은 보지 못합니다.”

태후의 다부지고 앙칼지고 한이 서린 말에 충희는 지그시 입술을 깨물었다.

“제가 황제가 되시면 어마마마께서는,,,,,,.”

“태후는 없는 거지요. 그리고 얼마 되지 않아서 스님도 이 세상 사람이 아닐 것입니다. 그리고 독 이 고려의 주인은 왕 씨에서 정 씨로 바뀌게 될 것입니다. 스님! 난적 아닌 역적 정중부가 진정 원하시는 것이 무엇인지 모르겠습니까?”

태후는 처절하게 자신의 아들에게 애원을 했다.

“어, 어마마마!”

“이 어미는 그런 황망한 꼴은 살아서 보고 싶지 않습니다.”

그리고 다시 해월을 봤다.

“뭘 하는 것이야! 어서 가지고 오지 않고.”

“예. 태후마마!”

해월이 조심히 비상이 든 차를 태후에게 가지고 갔다.

“멈춰라! 거기 멈추라고 했다.”

충희가 소리를 질렀다.

“제, 제가 졌습니다. 어마마마!”

충희는 그렇게 말하고 지그시 눈을 감았다. 그 순간 태후는 충희의 손을 꼭 잡았다.

“역시 스님은 효자이십니다. 효자이고말고요.”

“예. 원래 제 것이 아니었습니다. 제가 졌습니다. 분명 어마마마께서 저를 막으시는 것이 다른 뜻이 있으실 것이옵니다. 알겠습니다. 제가 흥왕사로 돌아갈 것입니다.”

그러자 태후의 눈이 반짝였다.

“이 고려를 위해서 스님께서 해 주실 일이 있습니다.”

“제가요?”

“가까이 오세요.”

그와 동시에 태후는 회생이 일러준 일을 충희에게 속삭여줬다.

“예?”

“그렇게 해 주시겠습니까?”

태후의 말에 충희는 지그시 입술을 깨물며 고개를 끄덕였다.

“예. 어마마마의 뜻이라면 그렇게 하겠습니다.”

이렇게 해서 회생을 제외하고 모든 준비는 끝이 난 상태였다. 회생의 지시를 받은 중랑장 한 섬은 이틀 후 대전을 경계할 병력 중에 견룡군 장졸 20명의 결사대를 침투 시켰고 이고는 대전이 바로 보이는 전각에 나머지 결사대를 숨겼다. 또한 채원 역시 만일을 대비하기 위해 용호군이 궁에 진입할 수 있도록 황궁 서쪽 문을 장악해 둔 상태였다.

이제 정말 회생만 모든 준비를 끝내면 되는 거였다. 그리고 그 순간 회생이 자신의 사택 문을 힘껏 밀어제치고 들어섰다.

“백화야 준비를 해라!”

“예. 상공!”

“별초들도 모두 들어오라고 해!”

회생은 다부지게 말했다. 이제 드디어 때가 된 것이다.

사택의 후원.전 김돈중의 사택은 마치 작은 성처럼 지어져 있었다. 그리고 그 제일 중심에 후원이 있었고 그곳은 아무 은밀하게 누군가의 정탐에서 보호가 되도록 의도한 것처럼 지어져 있었다. 아마 이곳에서는 김돈중을 비롯한 문신들이 고려조정을 좌지우지한 흑막정치가 이루어졌을 가라는 생각이 들었다.'김돈중은 아직 안 잡혔지.'난 문뜩 김돈중의 얼굴이 떠올랐다.

이것만 봐도 역사는 이미 새로운 방향으로 흐르는 걸 거다. 아니 내 등장으로 이미 역사는 다른 방향으로 흐르는 것이다.'김돈중 그는 그냥 숨어 지낼 위인이 아닐 것인데,,,,,,.'난 이 순간 김돈중 그가 내 적이 되어 돌아올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지금 이 순간 훗날의 적보다 바로 앞의 적을 제거하는 것이 우선일 것이다.

“다 모였는가?”

난 마치 적과 싸우기 위해 출정을 하는 장군처럼 내 앞에 모여 있는 사람들을 봤다. 내 앞에는 백화를 비롯한 별초들의 수장이 서 있었다. 그리고 상당량의 육포와 꿀물 그리고 생수를 챙긴 억세가 서 있었다. 그리고 내 옆으로는 천진난만한 모습의 흥선이 자신의 시종처럼 구는 만적과 나란히 서 있었다.

난 만적과 흥선을 보며 나도 모르게 인상을 찡그렸다. 어쩌면 정말 잔인할 만큼 잘라내어야 하는 것이 흥선과 만적일 것이다.

물론 각자의 이유는 다 달랐다. 흥선을 처음 보는 순간 내 어린 자식과 같은 마음이 생겼다. 그리고 이렇게 며칠간 보면서 그의 총명함에 나도 모르게 매료가 됐다.

자식처럼 생각하는 아이가 저렇게 총명하니 싫지 않은 것이다.하지만 흥선이 하는 행동은 위험했다. 그리고 그것이 어떤 결과를 가지고 올지 나는 짐작이 되지 않았다.

그것이 불안함 일 거다. ‘끊어내지 못하는 것이 정이겠지.’난 흥선을 보며 그런 생각이 들였다.

어쩌면 나는 끝내 흥선에 대한 정을 끊어내지는 못할 것이다. 하지만 그것은 내게 가지게 되는 행복감에 대한 어쩔 수 없는 반대급부이니 내가 안고 가야 할 것이다.‘어쩔 수 없다.

정을 끊지 못한다면 내가 책임을 져야겠지.’난 이미 흥선에 대한 모든 것을 받아드리기로 마음을 먹고 있는 거였다. 그에 반해 흥선의 옆에 있는 만적을 보며 살기를 뿜어냈다.

‘저것은 위험함 그 자체다.’난 그런 생각을 했다. 만적은 누구보다 야망이 큰 아이로 성장을 할 것이다.

사실 내가 현대에서 살 때 만적의 난을 배울 때는 그를 아주 높게 평가를 했던 기억이 떠오른다. 민중 봉기로 신분차별을 타파하기 위한 혁신으로 기록되고 교육되었다.

하지만 종국에는 무신 정권에서 천출도 입신양명을 하고 이의민처럼 권력의 정점에 서는 것을 보고 그 역시 천민으로 스스로 세력을 규합해서 권력을 잡고자 하는 것 밖으로는 나는 느낄 수가 없다.그리고 만적은 누구보다 뛰어난 선동가였다. 그러니 후일 이 고려에 어떤 영향을 끼칠지 몰랐다.

‘내가 잘 이끌면 된다.’이미 역사는 바뀌었다. 또한 앞으로도 나로 인해 계속 바뀔 것이다. 그러니 만적이 노비들을 이끄는 혁명군이 되지 않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방법이 있을 거야!’난 그런 생각을 했다.

“다 모였습니다. 주군!”

홍련이 백화 대신에 내게 보고를 했다. 홍련의 말에 난 잠시 저 두 아이에 대한 고민을 뒤로 하고 다시 내 앞에 선 사람들을 봤다. 그리고 나의 시선은 별초들을 이끄는 수장에게서 멈췄다.

“당신의 이름이 뭡니까?”

난 이 순간 그가 어떻게 나올지 궁금했다.최소한 별초들의 수장이라면 위장 이상의 직급은 가지고 있을 거라는 생각을 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가 나를 어떻게 대할지 궁금하기도 했다.

“낭장이옵니다. 하오나 지금은 이 거사를 이끄는 분은 공이시니 저에게 하대를 하셔도 됩니다.”

그 순간 나는 그가 참 무인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진정 내가 원하는 답을 말한 그였다. 그리고 이 모든 것은 용호군 대장군 강일천이 나를 따르라는 지시를 해줬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습니까?”

“예. 명을 내리시면 목숨을 내놓고서라도 따를 것입니다.”

“존명이 어떻게 되옵니까?”

“박현준입니다.”

별초의 수장이 말했다.

“좋습니다.”

난 그렇게 말하고 고개를 돌려 억세를 봤다.

“준비한 것을 내려놓게.”

내 말에 꺾쇠는 별초들 앞에 봇짐하나씩을 내려놨다. 물론 백화의 뒤에 있는 여 무사들에게도 내려놨다.

“이것이 무엇입니까?”

“매복을 할 때 먹을 육포와 꿀물 그리고 물이다.”

난 바로 별초의 수장에게 하대를 했다.

“매복이라고요?”

“그렇다. 우리는 곧 황궁에 매복을 할 것이다.”

순간 내 말에 백화를 제외한 나머지 무사들이 나를 보며 놀란 눈이 되었다.

“아무리 구중궁궐이라고 하지만 무장 20명이 매복을 할 곳이 있습니까?”

별초가 이해가 되지 않는다는 듯 내게 물었다.

“있지.”

난 그렇게 말하고 힐끗 흥선을 봤다. 이것만으로도 흥선이 추후에 사고를 칠 몇 가지는 용서해 줄 수 있을 것이다. ‘흥선이 숨어 있던 곳에 숨으면 되는 것이야!’난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 곳이 있다니 놀랍기만 합니다.”

“있어. 그것도 대전 전각 근처에 있지.”

내 말에 더욱 별초들과 여무사들은 놀라 나를 봤다.

“그, 그 말씀은,,,,,,,.”

“이 밤이 지나고 이르면 내일 해가 중천에 뜨기 전에 난적의 수장을 제거할 것이고 늦으면 모레가 가지 않을 것이다.”

내 말에 별초의 수장과 백화는 어금니를 깨물었다.

“진정 목숨을 내놓아야 하는 일이군요.”

별초의 수장이 나를 보며 말했다.

“아마도 그럴 것이다. 내 계략이 아무리 뛰어나고 하늘을 속일 만큼 철저하다고 해도 적도 그냥 있지는 않을 것이다.”

내 말에 별초의 수장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백화를 비롯한 여 무사들도 긴장이 됐든지 입술을 지그시 깨물었다.

“그럴 것입니다.”

“내 예상이 맞게 된다면 난적이며 역심을 품은 정중부는 내가 생각하고 있는 그날에 자신들의 정적을 제거하려 들 것이고 대전 밖 담장 뒤로 경계병이라는 명목으로 살수를 배치 할 것이다.”

내 말에 잔뜩 긴장감이 감돌았다. 이 순간 밤공기가 차가웠고 내가 하는 모든 말에는 서늘한 기운이 느껴질 것이다. 그래서 인지 뒤에 선 무장들이 한 번씩 몸을 부르르 떨었다.

“그럴 것입니다. 상장군 정중부는 그렇게 호락호락한 인물이 아닙니다.”

박현준도 내말에 동의를 한다는 투로 말했다.

“맞습니다. 그게 전부이면 좋겠지만 제가 얻은 정보로는 최소한 500의 응양군이 결사대를 편성해서 궁에 난입을 할 것입니다.”

그 순간 긴장감을 넘어서 공기까지 정지한 것처럼 무사들의 표정이 굳어졌다.

“500이라고 하셨습니까?”

“그 이상이 될 수도 있습니다. 궁궐의 정문에서 이고 행수와 채원 산원이 막는다고는 하지만 만약 막지 않는 곳으로 난입을 한다면 최소한 한 식경 안에 대전으로 밀려올 것입니다.”

“그 말씀은,,,,,,.”

“전원이 옥쇄를 한다는 의미하겠지요.”

난 백화를 보며 무겁게 말했다. 내 모든 미안한 마음이 이것 때문이었다. 아무리 난적 정중부를 상대해서 제거를 한다 고해도 최소 500이상의 응양군 결사대들이 어떻게 나올지 모르기 때문이었다.

“전원 옥쇄라!”

“그렇습니다.”

“황실과 고려의 사직을 위해서 그보다 무장이 죽기 좋은 자리는 없군요.”

별초의 수장인 박현준은 담담히 말했다. 그리고 그의 입술에는 미소가 그려져 있었다. 또한 뒤에 서 있는 별초들 역시 다르지 않았다.‘이래서 응양군이 그 반도 안 되는 용호군을 함부로 하지 못하는 구나!’난 그런 생각을 했다. 그리고 백화를 미안한 표정으로 봤다.

“너희들에게는 미안할 뿐이다.”

내 말에 백화는 지그시 입술을 깨물었다. 모든 것을 다 이해하고 받아드리겠다는 표정이었다.

“소녀들은 무장들처럼 그런 대의는 모릅니다.”

처음으로 백화가 입을 열며 나를 봤다.

“그래 미안하다.”

“백화 이년은 오직 상공을 위해 죽을 것입니다.”

난 백화의 말을 듣고 아 이것이 가슴이 미여지는 아픔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보, 보내고 싶지 않다.’난 마음속으로는 그렇게 수천 번을 더 뇌까렸다. 하지만 그곳의 위치를 아는 자는 나와 백화뿐이었다. 물론 흥선도 알고 있었지만 내 자식처럼 여기는 그 아이에게 그곳으로 보낼 수는 없었다.

“백, 백화야!”

“상공의 마음에 돌을 올려 드려 송구하옵니다.”

“내가 어떻게든 너희들 모두를 죽게 두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면 고맙습니다.”

별초의 수장인 박현준이 말했다.

“그렇게 할 것이다.”

난 다시 목숨을 내어놓은 20여명의 결사대를 봤다.

“금적금왕의 수를 쓰면 될 것이다.”

“맞습니다. 저희는 이 고려를 위해 죽을 수 있어서 참으로 다행입니다.”

별초의 수장 박현준이 다부지게 말했다. 이래서 무장일 것이다.

“가지고 와라!”

내 말에 억세가 하인을 시켜서 따뜻한 탁주를 항아리 째 가지고 왔다.

“죽으러 가는 길에 망혼주가 없어서야 되겠는가?”

내 말에 박현준도 고개를 끄덕였다.

“역시 어리지만 괜찮은 분이시오. 하하하!”

박현주는 나를 보며 호탕하게 웃었다.

“내 술 한 잔 받으시게.”

억세는 탁주 항아리를 들고 나는 표주박에 탁주를 떠서 별초의 수장인 박현준에게 내밀었다.

“수장이 드시기 전에 어찌 무엄하게 장졸이 입을 델 수 있소.”

이 순간 별초의 수장인 박현주는 나를 수장으로 인정을 했다.

“그렇군!”

나는 힘 있게 탁주가 가득 담긴 표주박을 입으로 가져가 단숨에 들이켰다. 그리고 다시 항아리에서 탁주를 떠 박현준에게 내밀었다.

“이제 드시게 그리고 이 고려를 위해 죽어지시게.”

“이렇게 죽을 자리를 좋게 만들어주어 고맙습니다.”

“죽어지지 않게 할 것이야!”

“그럼 더욱 좋고요.”

별초의 수장 박현준은 그렇게 말하며 탁주가 든 표주박을 들이켰다. 그렇게 난 20명의 결사대들에게 모두 망혼주가 될지도 모를 탁주를 건넸다. 이제는 정말 결전만 남은 것이다.

물론 나 역시 대전에 있을 것이다. 그러니 저들과 같이 운명을 함께 할 것이다.‘이번 일의 관건은 가장 완벽한 타이밍을 잡는 것이야!’그 확실한 타이밍을 잡는 것이 내가 할 일이 것이다.

‘정중부! 너는 끝까지 모르게 될 것이다.’아니 누구도 모르게 일이 진행되고 있었다.

내 계획을 아는 자는 오직 나 혼자뿐이다. 지금 내 계획에 동참을 하고 있는 자들은 각자 자신이 맡은 역할만 충실하게 할 뿐이다.

그 모든 것을 조율하는 것이 나다.‘정중부의 목을 베어내는 것이 가장 큰 일이다. 그리고 이의방에게 모든 것을 맡기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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