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간웅-110화 (110/620)

< -- 간웅 6권 -- >

“너에게는 항상 미안한 마음뿐이다.”

난 물끄러미 백화를 봤다. 그 순간 백화의 눈동자에 두 개의 달이 담겨 있었다. 그리고 나도 모르게 조심히 손으로 백화의 볼을 만졌다.

그와 동시에 난 조심히 다가가 백화의 입술에 처음으로 입맞춤을 했다.순간 내 심장은 미친 듯이 뛰었다. 그리고 백화의 숨소리도 내 귀에 들릴 것만큼 뛰는 드 t했다.

촉촉한 그녀의 입술이 느껴지는 순간 나는 정말 이 순간 모든 것을 던져 버리고 필부로 살고 싶다는 생각이 간절했다. 하지만 그럴 수 없다는 것을 나는 너무 잘 알았다.촉촉한 입술의 느낌.그와 동시에 내 코 안으로 느껴지는 그 어떤 꽃 냄새보다 더 향기로운 백화의 향기가 내게 밀려왔다.

그리고 지그시 백화가 눈을 감았고 백화의 두 눈동자에 담겨 있던 두 개의 달도 모습을 감췄다. 하지만 그 달보다 더 아름다운 백화가 지금 이 순간 내게 달이 되어 있었다.이제 정말 백화와 내가 하나가 되는 것 같았다.

물론 이렇게 입맞춤 한번으로 백화가 완벽하게 내 여자가 될 수는 없는 것을 알았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당장 그녀를 탐하는 것은 그녀를 내가 너무 크게 이용한다는 생각이 들었다.난 그런 생각을 하며 조심히 백화의 입술에서 내 입술을 때어냈다.

역시 이 벽란도는 누구든지 그 마음을 황홀하게 만드는 곳이 분명했다.

“상공 이제 가시지요. 가셔야 할 길이 아직 머옵니다.”

나보다 백화가 나를 더 걱정하며 말했다.

“가야지. 그래야 하지. 하지만,,,,,,.”

“장부는 가고가 하는 길에 망설임이 없어야 하옵니다. 예전 백제의 어느 장수는 스스로 위국을 위해 가솔들을 베고 전장으로 나섰다고 합니다.”

백화가 말하는 그 백제의 장수는 계백을 말할 것이다.그는 백제의 대장군이며 영웅이지만 나는 겨우 간사한 소인배에 지나지 않는다. 그래서 이렇게 망설이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런 나를 알기에 백화가 나를 다그치는 걸 거다.

“그는 영웅이지만 나는 소인배에 불과하다.”

“제가는 상공이 누구보다 영웅이시옵니다. 이 고려를 걱정하시고 행동에 옮기는 분은 오직 이 년의 상공뿐이옵니다.”

백화가 내가 자신감을 불어넣어줬다.

“그러느냐?”

“그러하옵니다.”

“알았다.”

난 백화와 입맞춤을 한 입술을 지그시 깨물었다. 정말 이제 결단의 순간인 것이다. 그리고 그 결단을 끝에 백화가 있는 것이다.

“가자! 백화야! 이제 나는 가야할 길을 갈 것이다.”

난 백화를 보며 다짐을 했다.어떤 남자도 자신의 여자 앞에서는 자랑스럽게 보이고 싶을 것이다. 그리고 그렇게 자신의 여자가 봐주기를 원할 것이다.

백화가 나를 자랑스럽게 여기는 내게 이제 남은 것은 그녀를 위해 자랑스러워져야 한다는 거다.사내를 만들어내는 것은 어머니나 그 사내를 장부로 만드는 것은 역시 조강지처인 것이다.

“예. 상공!”

그렇게 나와 백화는 마지막을 준비하기 위해 내 사택으로 빠르게 걸음을 옮겼다.‘난 오늘을 기억할 것이다.

’난 그런 다짐을 했다. 황제가 감금되어 있는 내전.황제는 자신의 앞에 공손히 부복을 하고 있는 상장군 정중부를 물끄러미 보고 있었다.

사실 황제는 마음 같아서는 상장군 정중부가 허리에 차고 있는 검을 빼앗아 그의 목을 치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다.하지만 그것은 불가능한 일이었다.

아무리 상장군 정중부가 늙었다고는 해도 타고난 무장이니 자신은 상대가 되지 않는다는 것을 너무나 잘 알고 있었다.

“부르셨나이까? 황제폐하!”

상장군 정중부는 황제를 노려보며 물었다. 이미 이 둘은 서로 넘지 말아야 하는 강을 건넌 상태였다. 그러니 예를 갖출 필요도 없다는 생각이 드는 상장군 정중부였다. 그리고 황제는 분명 기회만 되면 자신을 제거하고자 한다는 것을 너무나 잘 알고 있는 상장군 정중부였다.

“그대가 이겼노라.”

황제는 짧게 말했고 그 순간 상장군 정중부의 입가에는 미소가 그려졌다.

“제가 이긴 것이 아니라 이제야 고려가 바로 가는 길을 황제폐하가 택한 것이옵니다.”

이 순간까지도 상장군 정중부는 거만했다. 그가 이만큼까지 거만해질 수 있는 것은 그의 품에 도천밀서가 있기 때문이기도 했다. 그리고 상황이 그 도천밀서 되로 이루어지고 있기 때문이기도 했다.

‘하늘이 무릎을 꿇는 순간 새로운 하늘이 열린다.’지금 상장군 정중부가 마음속으로 중얼거리는 내용은 도천밀서의 한 구결이었다. 그리고 그 구결을 지금 상장군 정중부는 황제가 자신에게 항복 선언을 한 것으로 받아드렸다.

이것만 봐도 자신에게 하늘의 뜻이 있다는 생각이 드는 정중부였다.

“그런가?”

“그러하옵니다.”

“짐이 그대에게 부탁이 하나 있노라.”

황제는 최대한 회생의 뜻을 받아드려 상장군 정중부에게 비굴하게 보이려 했다.

“부탁이라니요? 송구하옵니다. 명을 내리십시오.”

“아니네! 부탁이야! 내 그대에게 이제는 부탁을 하네. 아니 청을 하지.”

그 순간 상장군 정중부는 거만하게 황제를 봤다. 이렇게 거만해지는 순간 사람은 빈틈이 생기는 것이라는 것을 상장군 정중부는 모르는 것 같았다.

“하명하시옵소서!”

“태자의 구명해 주게.”

황제는 비굴하게 상장군 정중부에게 간청을 하는 듯 말했다.

“송구하옵니다. 누가 감히 이 고려의 지존이신 상황제 폐하의 아드님을 핍박하겠나이까? 소신이 절대 그러지 못하게 할 것이옵니다.”

“고맙네. 그리고,,,,,,.”

이 순간 힐끗 황제는 상장군 정중부의 눈치를 봤다.‘저 어리석은 자에게 내가 당하다니,,,,,,,.’순간 황제는 자신이 왜 저렇게 어리석은 상장군 정중부에게 당하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이 순간까지 황제는 모르고 있는 것이다. 지금 이 무신정변을 성공하게 만든 인물이 바로 회생이라는 것을 황제는 끝내 모르고 있었다.

오직 상장군 정중부가 일을 도모해서 이런 참담한 결과를 만들었다고 생각을 하고 있는 거였다.

“하명하시옵소서! 상황제폐하!”

이제 상장군 정중부는 황제를 상황제라고 스스럼없이 불렀다. 그 순간 황제는 자신도 모르게 인상을 찡그렸다.

“왜 그러시옵니까? 상황제 폐하!”

“아직 익숙지 않아서 그러네.”

“곧 익숙해지실 것이옵니다.”

이 순간에도 상장군 정중부는 거만했다.

“그렇게 되겠지.”

“하시고자 하시는 말씀은,,,,,,.”

상장군 정중부가 뚫어지게 황제를 봤다. 지금 이 순간 황제는 당장이라도 달려가 상장군 정중부의 눈을 파내고 싶은 충동이 밀려왔다. 하지만 그렇게는 할 수 없었다. 마지막 순간 그의 목에 침을 뱄을 수 있는 그날까지 참아야 한다는 것을 황제는 너무나 잘 알고 있었다.

“그대에게 아들이 있지?”

순간 황제는 뜬금없는 소리를 했고 상장군 정중부 역시 무슨 말을 하려는지 몰라 황제를 빤히 봤다.

“그러하옵니다. 소신에게 아들이 있습니다.”

“이름이 뭔가?”

“균이라고 하옵니다.”

“내게는 동생이 있네. 영화라고 그대도 알 것이네.”

순간 황제의 말에 상장군 정중부는 놀라 눈빛이 떨렸다.

“그, 그 말씀은,,,,,,.”

“그대와 그대의 가문이 외척이 되어 이 황실을 보존하는 가문이 되어주게.”

순간 황제는 마지막까지 상장군 정중부를 안심시키기 위해 회생에게 주기로 한 영화궁주까지 이번 일에 끌어드리는 것을 서슴지 않았다.

“그 말씀은,,,,,,.”

“그대의 아들인 균을 부마로 삼고 싶다는 말이네.”

이건 상장군 정중부에게도 놀라운 일이었다. 그리고 자신의 야망이 점점 더 빠르게 실행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황공하나이다. 황제폐하!”

순간 상장군 정중부의 입에서 상황제라는 말이 사라지고 황제라는 말이 나왔다.

“허락을 하는 것인가?”

“허락이라니요? 명을 받자옵니다.”

상장군 정중부는 처음으로 황제의 앞에서 허리를 굽혔다. 그 순간 허리를 굽히고 있는 상장군 정중부를 보는 황제의 눈빛이 사납기가 범을 능가하고 있었다.

‘네놈을 끝까지 방심시킬 것이다. 회생이 움직이기 편하게 해 줄 것이다.

짐이 할 수 있는 것이 그게 전부인 것이 아쉽기만 하다.’황제는 지그시 입술을 깨물었다.

“그럼 이제 본론으로 들어가지.”

“예. 황제폐하!”

“상황제가 아니었던가?”

“송구하옵니다.”

이 순간 살짝 상장군 정중부는 민망한 생각이 들었다.

“어떻게 불리든 상관이 없지. 그래 누구로 정한 것인가?”

황제의 물음에 상장군 정중부는 황제를 빤히 봤다.

“깊은 도를 깨우치신 충희 황자님을 신황제로 옹립하고자 하옵니다.”

그 순간 황제는 입술을 지그시 깨물었다. 이미 예상하고 있는 일이었지만 진정 회생이 말한 것처럼 상장군 정중부가 역심을 품고 있다는 것을 다시 한 번 느끼는 황제였다.

“충희라?”

“그러하옵니다. 황제폐하!”

“그럼 환속부터 해야겠군.”

“그렇사옵니다. 마친 태후마마께서 편찮으셔서 충희 황자를 부르셨나이다. 모레 대전에서 환속을 공포하고 황제폐하께서 양위를 공표하시면 되옵니다.”

“그렇게 되는 것인가?”

“그렇사옵니다.”

“그럼 짐은 어디로 가야 하는 가?”

“마지막 순간까지 황제는 상장군 정중부에게 방심을 하라고 자신의 거취를 챙기는 것처럼행동을 했다.

“보현원이 어떠하옵니까?”

“보현원?”

“그렇사옵니다. 황궁과 멀지 않으니 가끔 들리시어 소신과 신황제께서 국정을 잘 수행하는지 보시는 것도 괜찮으실 것이옵니다.”

순간 황제는 속으로 상장군 정중부가 참으로 간사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것도 괜찮겠군.”

“그러하옵니다. 황제폐하!”

“그래. 짐은 그대의 뜻대로 할 것이네. 모레면 내 어깨에 있는 이 무거운 짐을 훌훌 털 수 있겠군.”

황제는 지금 상장군 정중부를 보면서 많은 의미가 담겨 있는 말을 했다.

“그러하옵니다. 황제폐하! 그저 이제 편히 한 세상 근심 없이 보내소서.”

“그렇게 하지.”

황제는 고개를 끄덕였다.

“이제 바쁠 것이니 양위 준비를 하게.”

“예. 황제폐하!”

상장군 정중부는 조용히 허리를 숙였다. 그리고 차분히 뒤로 물러났다가 허리를 펴고 돌아서서 당당히 밖으로 나갔다.‘이제 곧 네가 하늘이 될 것이다.

’상장군 정중부는 그런 생각을 하며 박으로 나갔고 그 순간 황제는 상장군 정중부의 뒤통수를 노려보며 어금니를 꽉 깨물었다.‘모레 아침이면 대전에 피로 물들 것이다.

그 피는 너의 피가 될 것이야!’황제는 그런 생각을 하며 만반의 준비를 하고 있을 회생의 얼굴을 떠올렸다.

“더러운 이리는 이리 잡는다 치지만 어린 잠룡을 위협할 맹호는 어찌할꼬! 휴우,,,,,,.”

황제는 조용히 혼잣말을 하듯 읊조리며 회생의 얼굴을 다시 떠올렸다.6. 백화를 위험 앞에 새우다.회생이 벽란도에서 마음을 다잡고 사택으로 급하게 돌아가는 그 순간 해월과 함께 충희가 황궁으로 입궁을 해서 공예태후의 전각에 도착을 했다.

“아뢰어라!”

해월은 태후의 처소 문 앞에서 부복을 하고 있는 나인에게 말했다.

“예. 상궁마마!”

그리고 나인은 고개를 돌려 조심히 태후가 들을 수 있도록 말했다.

“태후마마 상궁 해월과 충희 황자 드셨사옵니다.”

“들라고 해라!”

침울한 태후의 목소리가 들렸고 그와 동시에 문이 스르륵 열렸다.

“잡인 누구도 들지 못하게 해야 할 것이다.”

순간 해월의 눈빛이 차갑게 변하더니 나인들에게 명령을 했고 그 순간 충희는 무슨 일이 있다는 것을 직감했다.

“예. 상궁마마!”

그렇게 충희와 해월은 몸져 누워있는 태후에게 조심히 다가갔다.

“이제 오시는가?”

태후는 충희에게 하대를 하지 않았다. 사적으로는 그는 자신의 아들이었지만 이제 불가에 귀의한 스님이니 불심이 강한 태후라 그렇게 경어를 사용한 거였다.

“그러하옵니다. 어마마마! 괜찮으시옵니까?”

충희가 조심히 바닥에 무릎을 꿇고 태후를 내려 봤다.

“나는 스님을 봐서 너무나 기쁘오.”

“괜찮으시옵니까?”

“괜찮지 않소. 무부들에게 이 황궁이 불타고 사적으로는 스님의 형님이 되시는 황제폐하께서 저렇게 감금이 되어 있는데 이 어미가 편하겠소.”

그 말을 통해 충희는 자신도 모르게 입술을 지그시 깨물었다.그리고 그 순간 충희는 그저 태후가 자신에게 시탕을 시키기 위해 부른 것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스님!”

태후가 떨리는 목소리로 천천히 불렀다.

“예. 어마마마!”

“해월아 나 좀 일으켜 다오.”

태후의 말에 해월은 조심히 다가가 누워있는 태후를 부축해서 일으켜 앉혔다.

“스님!”

“예. 어마마마!”

“난적 정중부가 뭐라고 합디까?”

순간 충희의 표정이 굳어졌다.

“무, 무슨 말씀이옵니까? 어마마마!”

“이 어미가 모를 것 같습니까? 그 난적이 뭐라고 하더이까? 스님!”

“아무 말도 하지 않았사옵니다.”

그 말에 태후는 인상을 찡그렸다.

“스님도 형님의 자리가 탐나십니까?”

그 말에 충희는 지그시 입술을 깨물었다.

“어마마마!”

“이 어미는 그러지 말았으면 합니다. 스님께서는 그런 그릇이 되지 못합니다. 그저 한 세상 잊고 편히 사셨으면 합니다."

“어, 어마마마!”

“스님! 난적이며 역심을 품은 정중부의 꾐에 넘어가지 마세요.”

태후는 그렇게 충희를 타일렀다. 사실 이것은 충희가 걱정이 되어 그런 것이다.

이미 난적 정중부는 며칠 안으로 역적으로 규정되어 죽임을 당해야 했다. 그런데 그가 황제로 충희를 정했다는 것만으로도 충희에게는 위험한 일이라는 것을 공예태후는 잘 알고 있었다.또한 회생이 도모하는 대의가 성공을 하게 되면 익양후가 신 황제가 되고 아무리 형제라고 해도 자신과 황제의 자리를 놓고 난적과 결탁한 충희를 가만히 두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이 드는 태후이기도 했다.

“저는 왜 아니 되옵니까?”

충희의 말에 태후는 지그시 입술을 깨물었다.

“황제가 되고 싶으십니까? 스님!”

“저는 왜 안 되는 것이냐고 여쭙는 것입니다.”

“어미만큼 아들을 잘 아는 사람도 없지요. 스님은 너무 여리십니다. 절대 누군가의 등에 비수를 박거나 또 누군가를 쉽게 해하지 못합니다. 또한 그러시기에 이 고려를 지켜내지 못합니다. 또 황실을 보위하지 못합니다. 어미는 잘 압니다. 그게 스님입니다.”

“으음,,,,,,.”

충희는 신음을 했다.

“해보지도 않고 누가 압니까?”

“황제가 되고 싶습니까?”

“사내라면 누구나 그런지 않습니까?”

충희가 되물었다.

“해월아! 가지고 와라!”

순간 태후의 말에 해월이 놀라 태후를 봤다.

“태후마마!”

“가지고 오라고 했느니라.”

다시 한 번 태후가 소리를 질렀다.

“예. 태후마마!”

해월은 조심히 서랍 안에 있는 흰 종이에 쌓인 것을 조심히 가지고 와 태후의 앞에 섰다.

“물에 타거라!”

태후의 말에 충희는 놀라 해월이 손에 들고 있는 것을 뚫어지게 봤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