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간웅 5권 -- >‘젠장! 이렇게 말하면 안 되는데,,,,,,.’난 또 나도 모르게 백화의 마음에 못을 박은 거였다. 그녀의 마음은 나에 대한 연정일 것이다. 그것을 군신의 관계인 의기의 충절이라고 말을 했으니 백화는 분명 서운할 것이다.
“정말 난적 정중부를 벨 묘책이 있나?”
“그렇습니다. 있습니다.”
“그 다음은 이의방인가?”
순간 용호군 대장군은 나를 놀라게 했다. 이건 내게 이의방을 배신하라는 말로 들렸다.
“그런 일은 없을 것입니다.”
“그런 일은 없다?”
“그렇습니다. 이의방은 고려에 그리 해가 되지 않는 인물입니다. 단지 다른 난신적자처럼 권력을 휘두르다 그렇게 화무십일홍처럼 지게 될 것입니다. 그러니 스스로 흐드러지는 꽃처럼 두면 됩니다.”
“이의방이 화무십일홍이다.”
“그렇지 않겠습니까? 권력을 가진 자는 10년을 가지 못하는 법입니다. 하지만 고려 황실은 천년 만년 이어질 것입니다.”
“스스로 무너지게 두어라?”
“그렇습니다.”
난 다시 한 번 다부지게 말했다.
“이상하군! 정중부는 그렇게 죽이려 들면서 이의방은 그냥 둬라? 참으로 이상하군.”
“난적 정중부는 스스로 황제가 되려 하고 있습니다. 그에 반해 이의방은 그저 권력을 가지고 싶을 뿐입니다. 누구나 권력을 가지려고 합니다. 그게 죄는 아니지 않습니까? 또한 그런 자들은 어쩔 수 없이 있어야 하는 필요 악입니다.”
“어린 그대가 나 보다 식견이 높군.”
용호군 대장군은 처음으로 나를 인정하는 투의 말을 했다.
“과찬이십니다.”
“좋아. 내 별초를 내어주지. 밖에 있는가?”
그 순간 검은 복장을 한 무인 하나가 들어왔다. 그리고 조심히 용호군 대장군의 앞에 군례를 올렸다.
“찾아계시옵니까?”
“이자의 말을 들었지?”
“그러하옵니다.”
“당분간 그의 명령을 따르라!”
용호군 대장군 강일천은 절대 지존처럼 말했다.
“명을 받자옵니다.”
“또한 이 자가 난신의 길로 들어서고 이 고려와 황실을 위태롭게 한다면 베라.”
순간 난 나도 모르게 인상을 찡그렸다. 정말 난 이 순간 양날의 검과 같은 별초 10명을 얻었다. 그들은 나의 보호자가 될 거시면 감시자 그리고 심판자가 되는 거였다.
“명을 받자옵니다.”
“나가 보게.”
그와 동시에 검은 복장을 한 별초장이 밖으로 나갔다.
“차가 식는데 드시게.”
용호군 대장군은 나에게 차를 권했다. 하지만 이 순간 차가 목에 넘어가지 않을 것 같았다.
“백화야!”
“예 상공.”
백화가 나를 상공으로 부르자 용호군 대장군이 인상을 찡그렸다.
“별초가 어떠한 경우라도 나를 베려고 한다면 너는 나를 지키려 들지 말고 그 순간 대장군에게 달려가 용호군 대장군의 목을 베라!"내 단호한 마에 순간 백화는 놀라 나를 봤고 용호군 대장군도 놀라 나를 봤다.
“내 말이 들리지 않느냐? 너는 정인의 목숨보다 정인의 복수를 먼저 생각을 해야 할 것이다.”
이 말을 통해 조금 전 잃었던 점수를 조금은 만회한 것 같았다.
“상, 상공!”
“알겠느냐?”
그 순간 백화는 다시 나를 봤다.
“소녀 상공의 명을 받자옵니다.”
이 순간 용호군 대장군이 나를 봤다.
“이래야 공평하지 않겠사옵니까?”
난 그렇게 말하고 여유로운 표정으로 찻잔을 들었다.‘이제야 목구멍에 좀 찻물이 넘어가겠네.’그리고 그런 나를 보며 용호군 대장군이 나를 보며 피식 웃었다.
“자네는 후일 9할 이상 난신이 되겠구나!”
“최소한 역신은 되지 않을 것입니다.”
“알았다. 어디 두고 보지.”
“제가 난신이 되는 것을 보시려면 오래 사셔야 할 것입니다. 만수무강 하십시오.”
“하하하! 정말 자네의 세 치의 혀는 금강야차나 다름이 없군. 강해! 아주 강해!”
“그럼 저는 이만 물러가겠습니다.”
난 자리에서 조심히 일어났다.
“내가 자네를 베는 일이 없기를 바라네.”
이건 내게 경고일 것이다.
“저도 그렇습니다. 저는 그저 꿈이 무척이나 소박합니다. 그저 소인배라 잘 먹고 잘 사는 것이 소망입니다. 그러니 제가 가는 길에 걸림돌이 되지 마십시오.”
난 그렇게 말하고 조심히 그리고 정중하게 목례를 하고 돌아섰다. 그리고 백화의 손을 꼭 잡고 나왔다. 그와 동시에 백화는 놀라 나와 용호군 대장군을 번갈아 봤다. 그리고 용호군 대장군은 찰나의 순간이지만 백화를 보고 웃어주는 것 같았다.
‘수양딸인가?’난 문뜩 그런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난 바로 집으로 향했다. ‘황제폐하께서 일주일은 버티는 척을 하셔야 할 것이야! 정중부가 자신의 계략이 들어맞았다고 생각을 할 수 있게.’8. 황제를 겁박하는 정중부.빠르게 이틀이 지났고 중랑장 한 섬의 묵인과 동조 하에 난 주모를 지속적으로 태자궁으로 보냈다.
그동안 공예태후와 의종은 내 지시를 받아 아주 굳건히 잘 참는 것 같았다. 물론 이것은 모두 환관 최준이 내게 보고를 해 준 사항들이었다.
난 그 이틀 동안 내 사택에 두문불출을 했다. 그리고 하루하루의 일을 환관 최준이 내 사택으로 은밀히 와 보고를 하는 형식이 됐다. ‘역시 환관을 내 편으로 두는 것은 이로운 일이야!’정말 정보를 장악하고 있다는 것은 좋은 일이었다.
내가 이렇게 내 사택에 두문불출을 하는 것은 이제 관망을 할 타이밍인 것이다. 내가 아무리 좋은 계략을 짜둔 상태라고 해도 정중부가 움직이지 않는다면 일이 틀어지는 것이다. 그러니 이렇게 덫을 파놓았다면 차분히 기다리는 것도 나쁘지 않다.
“아직 상장군 정중부의 움직임은 없습니다.”
오늘도 환관 최준은 내 사택으로 와 내게 궁에서 일어난 일을 보고 하고 있었다.
“아직도?”
난 이 순간 상장군 정중부도 무척이나 침착하게 움직이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습니다. 이공.”
“그렇군요.”
“황궁은 지금 마치 폭풍전야 같습니다. 모든 업무는 멈춰있고 그저 모두 다 무신들의 눈치만 보고 있습니다.”
“그렇겠지요. 이제 곧 그 폭풍전야도 끝이 나고 폭풍이 볼 겁니다.”
난 환관 최준을 보며 말했다.
“끝이 난다고요?”
“멀지 않았습니다. 오늘쯤이면 상장군 정중부가 움직일 겁니다.”
“오늘쯤이라고요?”
“그렇습니다. 오늘일 겁니다. 상장군 정중부도 태자를 아예 굶겨죽이지는 못 할 테니까요.”
지금 이 순간 상자군 정중부는 내가 머리를 써서 태자에게 젖을 먹이고 있다는 것을 모르고 있을 것이다. 그러니 더는 이제 뜸을 들일 시간이 없는 거였다.‘한 번 정도는 튕겨주셔야 의심을 하지 않겠지.’난 의종이 내 말을 듣고 상장군 정중부의 거래를 거부할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이것은 내가 의종도 일시적으로는 속이는 거였다.‘적을 속이기 위해서는 내편부터 속여야 한다. 그렇지 않고서는 절대 속이지 못해!’그래서 내가 이의방에게 지금 이 순간까지 일언방구도 하지 않고 있는 거였다.
내가 뭔가 이의방에게 말을 해 주게 되면 아무리 침착한 자라고 해도 표가 나기 마련이다. 그러니 일이 완벽하게 진행이 될 때까지는 아무도 몰라야 하는 거였다. 그리고 지금 이 순간까지도 용호군 대장군에게 빌린(?) 별초들에게도 내 계획을 설명해주지 않았다.‘황제도 곧 다급해지시겠지.’난 그런 생각이 들었다.
아무리 참으라고 지시를 했지만 아들의 목숨이 경각에 달려 있는데 오래 참을 부모는 없을 것이다. 그럼 황제는 내게 그 다급함을 물으려 할 것이다.
그럼 난 다시 팥죽에 옹심을 넣어 주면 되는 거였다.
“최공!”
“말씀 하십시오?”
“황상께서 팥죽을 찾으실 때 제가 연락을 주십시오.”
순간 내 뜬금없는 내 말에 최준은 나를 빤히 봤다.
“황상폐하가 팥죽을 찾으신다고요?”
“그렇습니다. 그때가 되면 제가 연통을 빨리 해 주십시오.”
“영문을 여쭤 봐도 되겠습니까?”
“말씀 드리고 곤란합니다.”
내 말에 최준도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습니다. 그럼 전 이만 가보겠습니다.”
“그러세요. 저도 곧 입궁을 할 것입니다.”
난 최준에게 그렇게 말했다. ‘이제 오늘이면 상장군 정중부가 움직일 거다.
그럼 내일이면 황상이 내게 묻고 싶어 안달이 날 거고 그럼 3일 안에 모든 결판이 난다.’난 그렇게 생각을 하며 어금니를 깨물었다.
‘그럼 이제 한 섬과 다음을 준비해야겠군.’난 그렇게 생각을 하며 한 섬의 얼굴을 떠올렸다.‘컨트롤만 잘 한다면 내 밑에 둬도 나쁘지 않아?’난 그런 생각을 하며 문뜩 두경승이 떠올랐다.
‘그도 내 밑에 두면 좋을 건데,,,,,,.’내가 그런 생각을 하는 동안 최준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럼 가보겠습니다.”
“예. 그러세요.”
환관 최준은 문을 열고 나갔고 그 순간 밖에서 억세의 목소리가 들렸다. -이곳에 계십니다. 주인마님은.난 순간 억세가 누군가를 데리고 왔다는 생각이 들었다.
“주인마님!”
“왜 그러는 것이냐?”
난 문도 열지 않고 억세에게 물었다.
“손님이 왔습니다. 주인마님을 찾으시는 손님이 왔습니다.”
억세의 말에 난 고개를 갸우뚱거렸다.‘누가 나를 찾아왔지?’난 순간 궁금해 자리에서 일어났다.
억세가 손님이 찾아왔다는 말에 나는 밖으로 나갔고 아직 대청마루를 내려가지 않은 환관 최준이 대청마루 앞에 서 있는 내 손님을 보며 잠시 놀라고 있었다.그리고 나 역시 그를 보고 놀랐다.
‘문극겸? 그리고 옆에 있는 자는? 문장필!’난 속으로 놀라면서도 쾌재를 불렀다. 이제 대쪽이 내게로 완벽히 꺾인 거였다. 그리고 그의 옆에 있는 문장필을 봤다.
“무슨 일로 오셨습니까?”
난 속으로는 기뻐 내게로 온 문극겸을 달려가 안아주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지만 조금은 차갑게 말했다. 그리고 이 순간 문극겸은 환관 최준을 잠시 보다가 나를 봤다.
“이야기를 마저 하려고 왔소이다.”
“옆에 계신 분은?”
“문장필공이요.”
난 이미 문장필에 대해 알고 있다. 하지만 내가 그를 안다고 하면 이상한 상황이 벌어지니 그렇게 물은 거였다. 그리고 난 다시 환관 최준을 봤다.
“손님이 오셔서 멀리 배웅을 못할 것 같습니다.”
“예. 알겠습니다.”
환관 최준은 그렇게 말하고 돌아서면서 피식 웃었다. 이건 아마 배웅할 마음도 없지 않았냐는 그런 뜻일 것이다.
“들어가시지요. 좋은 차가 있습니다.”
난 그렇게 말하며 힐끗 백화를 봤다.
“예. 상공.”
백화는 짧게 대답을 하고 차를 가지러가기 위해 갔고 문극겸과 문장필은 내 방으로 들어왔다.의종이 감금이 되어 있는 내전.지금 의종의 앞에 상장군 정중부가 회생의 예상대로 황제인 의종을 압박하고 회유하기 위해 와 있었다.
상장군 정중부는 대전에서 황제의 폐위를 부르짖었지만 지금 이 순간은 마치 충혈지사처럼 의종의 앞에 공손히 부복을 하고 있었다.
“신 상장군 중정부! 황제 폐하를 뵈옵니다.”
상장군 정중부의 말에 순간 의종은 어이가 없어 피식 웃음이 나왔다.
“이 몸은 이제 폐주가 아니었습니까?”
이것은 상장군 정중부를 비꼬는 말이었다.
“아직은 아니지 않사옵니까?”
“아직은 아니다?”
“그렇사옵니다. 황상폐하!”
“그럼 언제 이 몸이 폐주가 됩니까?”
의종은 상장군 정중부에게 하대를 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의 존대까지도 상장군 정중부를 비꼬는 것 같게 정중부의 귀에는 들렸다.
“송구하옵니다. 폐하!”
순간 의종의 눈빛이 달라졌다.
“그대가 짐을 아직 폐하라고 하니 묻겠다.”
의종의 말투가 돌변을 하자 상장군 정중부는 그제야 속으로 흡족해했다. 이 순간 자신에게 진노를 해야 옳을 황제였다. 그런데 너무나 여유를 부리고 있는 것이 이상했다. 하지만 이 순간 조금 전에 여유를 부리는 것은 지금의 살기 어린 눈빛을 보이기 위한 객기로 상장군 정중부에게는 보였다.
‘그래야지! 암! 그래야지.’상장군 정중부는 속으로 그렇게 중얼거렸다.
“하문하소서!”
“태자를 굶겨 죽일 셈인가? 짐을 압박하는 이유가 무엇인가? 그대는 진정 황실을 겁박하고 능멸하려는 것인가? 말을 해 보아라. 그대는 정말 난신적자의 길을 가겠는가?”
살기가 가득하고 절규에 가까운 목소리로 따지듯 질책을 하듯 의종이 상장군 정중부에게 물었다.그 순간 상장군 정중부는 고개를 들어 무례하게 도도히 의종을 봤다.
이미 그의 눈빛은 무긍한 자신감이 차 있는 눈빛이었다. 또한 그의 눈빛에는 충절 따위는 단 한 점도 없는 눈빛이었다. 마치 승자가 패자에게 아무런 선택권도 주지 않고 선택을 하라는 투로 이 순간을 즐기는 것 같았다.
“황상폐하!”
“무엇인가? 내가 답을 하라!”
“폐주의 길을 가시겠사옵니까? 태자마마가 황망한 일을 당하게 그냥 두시겠습니까?”
“뭐라?”
“황상폐하의 선택에 따라 폐주의 길도 태자마마의 황망한 일도 모두 없었던 일이 될 수도 있사옵니다.”
순간 상장군 정중부는 거만하게 의종을 보며 말했고 그 순간 의종은 분노에 차 어금니를 꽉 깨물었다.
“지금 그대가 짐을 끝까지 능멸하는 것인가?”
“어떻게 그렇게 하겠습니까? 소신이!”
“무엇을 말하고자 하는 것인가?”
“상황이 되시는 것은 어떻습니까?”
순간 의종의 심장은 쿵하고 떨어지는 느낌이 들었다.
“상, 상황?”
“그렇사옵니다. 황상폐하! 폐주가 되시는 것보다야 더 좋지 않겠사옵니까?”
상장군 정중부는 비릿하게 웃으며 의종을 봤다.
“그, 그대가 말하는 황자를 황제로 정하고 짐은 유배를 가듯 물러나라?”
“송구하옵니다. 폐하께서는 지금 두 가지 선택만이 있사옵니다. 하나는 폐주가 되시어 아들이 죽는 모습을 보시는 것과 상황제가 되시어 아드님과 여생을 조용히 지내시는 것. 그 둘 중 하나의 선택만이 존재하옵니다.”
이것은 부드럽게 말하고 있지만 협박이면서 강요이고 역적의 행동이었다.
“두 가지의 선택?”
“그러하옵니다. 어떤 길을 가시겠사옵니까?”
다시 상장군 정중부가 의종을 압박했다. 그리고 의종은 찬찬히 상장군 정중부를 보다가 허리에 차고 있는 검이 눈에 가득 들어왔다.
“내 답이 듣고 싶은가?”
“그러하옵니다. 여전히 지금도 태자마마는 황망한 일을 겪고 계십니다. 가엽지 않사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