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간웅-98화 (98/620)

< -- 간웅 5권 -- >

“왜 그런 생각을 하지?”

우선 내 선공이 먹힌 거였다.

“그렇지 않고서는 대장군께서 검을 움직이실 이유가 없지 않습니까? 시험을 하고 싶은 것입니까? 아니면 저의 됨됨이를 보시고 싶은 것입니까? 만약 그렇다면 저의 첫 질문으로 모든 답이 되지 않았습니까?”

난 더욱 당돌해지기로 마음먹었다. 그 순간 말없이 내 뒤에 있는 백화만 난처한 표정을 지었다.

“백화야!”

“예. 대장군!”

“너의 주인은 제법 당돌하구나!”

“당당하신 것이옵니다.”

순간 백화의 말에 용호군 대장군은 눈썹을 실룩거렸다.

“당당하다?”

“그렇습니다. 당당하신 것입니다.”

“그럴 수도 있겠지.”

용호군 대장군은 백화에게 그렇게 말하고 나를 봤다.

“맞다. 너를 시험해 보고 싶었다. 무인이 검을 뽑았으면 움직여야 하는 법! 지금 이 순간 뽑아든 나의 검으로 너의 목을 베야 할 것이냐? 아니면 간적 정중부의 목과 이의방의 목을 베어야 할 것이냐?”

이번 역시 시험이다. 첫 시험이라는 말에 시험이 끝났다고 생각을 하면 오산인 거다.

“누구의 목도 베시지 못하시잖습니까?”

“뭐라?”

“대장군께서 검을 휘두르시면 이 고려는 끝장이 납니다. 저의 목을 베신다면 이 고려가 끝이 날 것이고 이의방의 목을 베신다면 난적 정중부만 도와주는 꼴이 됩니다. 그리고 난적 정중부의 목을 베기에는 들고 계신 검이 외로워 보입니다. 그러니 대장군께서는 아무도 베지 못하시옵니다.”

내 말에 용호군 대장군은 인상을 찡그렸다.

“태후마마와 같은 말을 하는군.”

“예. 저는 태후마마의 뜻을 받잡고 움직이니 그럴 것입니다.”

“태후마마의 뜻을 받잡고 움직인다?”

“그렇습니다. 대장군!”

내 말에 용호군 대장군 강일천은 나를 뚫어지게 봤다.

“그럼 좋다. 하나만 묻자?”

“예. 하문하십시오. 대장군!”

“무인본분 위국헌신이라고 말했다고 들었다.”

이 순간 그 말이 이렇게 큰 영향을 끼칠 줄은 차마 난 알지 못했다.

“그렇사옵니다.”

“너는 세 치의 혀로 세상을 농락하는 난신적자냐? 아니면 정말 무인이냐?”

그 순간 용호군 대장군의 눈빛에 살기가 감돌았다. 정말 잘못 대답하면 목이 베일 것 같았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백화는 천천히 자신의 왼손에 들고 있는 검에 손이 갔다.

이것은 여차하면 용호군 대장군 강일천을 벨 수도 있다는 뜻이었다.그리고 그런 백화의 모습을 보고 용호군 대장군 강일천은 조금은 놀라는 눈빛이었다.

정말 이런 것이 일촉즉발의 순간이라고 할 것이다.

“저도 모르겠습니다. 제가 무엇이 될지는 하지만 지금 중요한 것은 저에게 최소한 부끄럽지 않게 행동하고 있다는 겁니다.”

난 당당히 말했다.

“스스로에게 부끄럽지 않다?”

대장군은 내게 되물었다.

“그렇습니다. 대장군께서도 스스로에게 부끄럽지 않지 않습니까? 저 역시 그렇습니다.”

난 사실 용호군 대장군에게 청이 있어 온 것이다. 물론 이의방의 병사들을 이용할 수도 있다. 하지만 소수 정예의 병사들이 필요했다.‘별초들이 10명 정도는 있어야 해. 여 무사들만으로는 안 돼!'난 나를 은밀히 호위하던 별초들을 떠올랐다. 사실 이 자리에 내가 온 것은 모두 별초를 얻기 위함이었다.

“내가 부끄럽지 않다고 누가 그러더냐?”

“아니셨습니까?”

“으음,,,,,,.”

다시 용호군 대장군의 신음을 했다. 이 고려에서 아마 세치의 혀로 나를 상대할 자는 없을 것이다. 그리고 난 내가 이렇게 언변이 뛰어난지 새삼 알게 됐다.

“그래 나는 부끄러운 적이 없다.”

“저도 지금까지는 그렇습니다.”

“차후에는 모르겠다는 말이구나?”

“무인들이 득세를 할 줄 누가 알았습니까?”

“무부들이지.”

용호군 대장군은 스스럼없이 무부들이라고 말했다.

“그렇지요. 이제 검을 거두어 주시겠습니까? 찬 살기에 제가 한기를 느껴 고뿔에 걸릴 지경입니다.”

순간 내 말에 용호군 대장군이 나를 뚫어지게 봤다.

“내 검이 겨우 고뿔이라? 하하하! 하하하!”

순간 용호군 대장군이 호탕하게 나를 보며 웃었다.

“내가 검을 거둘 것이니 백화에게 그만 노려보라고 해라. 고뿔은 내가 걸리겠다.”

그는 그렇게 말하고 백화를 봤다. 그 순간 백화는 부끄러운 듯 아니면 용호군 대장군에게 죄송한 마음이 들어서인지 고개를 조심히 숙였다.

“앉게! 내게 할 말이 있어서 왔는데 너무 오래 새워두었군.”

이제 시험이 끝난 거였다.

“감사합니다.”

“밖에 누구 있는가?”

용호군 대장군은 우렁찬 목소리로 수하를 불렀다. 그와 동시에 젊은 무장이 들어섰다. 그리고 난 그를 봤다. 머리 위에 둥둥 떠다니는 이름이 전존걸 이었다.

“예. 대장군!”

“아직 자네가 있었군.”

용호군 대장군의 눈빛을 보니 무척이나 전존걸을 믿는 듯 했다.

“그러하옵니다.”

“차를 좀 준비해주겠나?”

용호군 대장군은 부드러운 음성으로 부탁을 했다.

“예. 대장군!”

전존걸은 그렇게 말하고 돌아섰다.회생이 없는 회생의 사택!억세는 회생의 지시를 받아 분주하게 육포와 꿀을 섞은 물을 박으로 만든 물통에 담고 있었다.

“육포네?”

밤이 지나 새벽으로 가는데 흥선은 자지 않고 분주히 움직이는 억세에게 다가와 물었다.

“그렇습니다. 도련님!”

억세는 공손히 대답을 했다. 원래 이렇게 남의 집 일을 해 주는 자는 눈치가 빨라야 하는 법이고 억세는 자신의 주인인 회생이 흥선을 무척이나 아낀다는 생각이 들었다.

“왜 이렇게 많아?”

“주인마님께서 20명이 충분히 일주일 이상을 먹을 수 있게 준비를 하라고 하셨습니다.”

억세의 말에 흥선은 인상을 찡그렸다.

“20명이 넘게?”

“그러하옵니다. 도련님!”

억세는 대답을 하며 흥선의 표정을 살폈다.

“왜 그러십니까? 도련님!”

하지만 흥선은 아무 대답도 하지 않고 잠시 황궁 쪽을 봤다.

“으음,,,,,. 아니야! 하하하! 좀 먹어도 되지?”

“여부가 있겠습니까?”

억세의 말에 흥선은 큼지막한 육포를 집었다. 그리고 힐끗 회생의 집 뒤편을 봤다. 그 모습을 보고 억세는 흥선이 그 육포를 자신의 아들에게 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저, 저기 도련님,,,,,,.”

억세가 조심히 흥선의 이름을 불렀다.

“왜 그래?”

“적이 놈이 귀여우신 것을 알지만 그놈을 너무 귀여워하시면 놈의 팔자만,,,,,,.”

“또 형님께서 별 쓸 때 없는 소리를 했군.”

“예?”

“글을 배우면 안 된다고 하던가? 양인이 글을 배우고 재주를 익히면 오래 못 산다고 했지?”

“그, 그렇습니다.”

“틀린 말도 아니지만 옳은 소리도 아니야. 배우지 않으면 바뀌지 못해.”

흥선은 그렇게 말하고 억세를 봤다.

“하, 하지만,,,,,,.”

“그냥 나눠! 배우고 싶은 거 못 배우면 병나. 나처럼.”

흥선은 그렇게 말하며 억세를 봤다. 이 수간 흥선은 장난꾸러기 도련님으로는 보이지 않았다. 순간순간 마다 표정과 행동이 변하는 흥선이었다.

“하지만,,,,,.”

하지만 이미 흥선은 큼지막한 육포를 들고 돌아서서 걸어가고 있었다. 그저 억세만이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집 뒤편을 봤다.여전히 그곳에는 장작을 패는 소리가 들렸다.다시 용호군 대장군의 장군방.

“별초를 빌려 달라?”

난 용호군 대장군 강일천에게 별초를 달라고 부탁을 했다. 이것이 바로 내가 용호군 대장군 강일천을 찾은 이유였다.

물론 그는 내게 별초를 내놓지 않고는 베길 수가 없을 것이다. 나는 지금 태후의 지지를 받고 있으니 말이다. 그리고 난 난적으로 변하다 못해 역심을 품고 있는 정중부를 제거하기 위해서는 누구보다 별초가 필요했다.

물론 내가 상장군 정중부를 제거하려는 것은 모두 내 안위를 위한 것이지만 내 안위를 위하는 것이 지금 이 고려의 사직과 황실을 편안케 하는 일이 되고 있었다.‘주지 않고는 못 배기지.’내가 별초를 빌려달라고 하니 용호군 대장군 강일천은 조금은 놀란 눈빛으로 나를 봤다.

“내가 가장 아끼는 별초도 데리고 있거늘 이제 또 달라?”

그 순간 용호군 대장군이 말한 벌초가 백화라는 생각이 들었다. ‘백화인가?’난 힐끗 백화를 봤다. 백화는 차분히 내 뒤에 서 있을 뿐이었다. 그리고 난 다시 용호군 대장군 강일천을 봤다.

“그러하옵니다. 별초를 저에게 내어주십시오.”

“내게 부탁을 할 것이 아니라? 너의 주군인 이의방에게 달라고 하면 되지 않느냐? 그러면 수월할 것인데 왜 나를 찾은 것이냐?”

이 순간 용호군 대장군 강일천은 내게 그냥 별초를 빌려줄 생각은 없는 듯 했다. 그리고 또 나와 이의방에 대해 오해를 하고 있었다. 물론 이 궁에 있는 모든 자들이 용호군 대장군 강일천처럼 나와 이의방의 관계를 오해하고 있을 것이다.

“저의 주군은 황상폐하시옵니다. 신하가 어찌 함부로 다른 주군을 섬기겠습니까?”

“뭐라? 황제폐하를 보시는 신하다?”

순간 용호군 대장군 강일천이 나를 노려봤다. 아마 내 말이 믿어지지 않는 표정이었다.

“저는 이의방 행수의 가신이 아닙니다. 이건 제 목을 걸고 맹세를 하지요.”

“목을 걸고?”

“그렇습니다.”

“그럼 지금 보이고 있는 행동들은 무엇인가? 네가 이의방과 정중부와 함께 난신적자의 마음으로 역심을 품고 반역을 도모하기 위해 황궁에 난입을 했다는 것을 알고 있다.”

“그럼 제가 태후마마를 배온 것도 알겠군요. 저를 왜 그리 믿지 못하십니까? 저는 이 순간 오직 이 사직을 걱정하기에 움직이는 것입니다.”

난 용호군 대장군을 꾸짖듯 말했다.

“이 사직을 걱정해? 황궁에 침입해 불을 지르고 문신들을 처참히 죽이고 폐하를 감금하고 태자마마를 폐서인이라고 소리친 것은 무엇으로 설명을 할 것인가?”

“어쩔 수 없는 일도 있습니다.”

“항상 난신들은 그렇게 말을 하지.”

“어쩔 수 없는 불가항력을 받아드려야만 새로운 계획이 보이고 준비를 할 수 있는 것이옵니다. 또한 그렇다면 용호군 대장군으로 그 새벽에 아니 지금까지 무엇을 했나이까?”

난 용호군 대장군을 노려봤다. 이건 기 싸움이 될 것이다. 그리고 난 이런 기 싸움에서 아직까지 이 고려에서 눈을 뜨고 한 번도 져본 적이 없었다.

“겨우 위장 따위가 나를 질책 하는 것이냐?”

“아무것도 움직이지 못하시고 저를 책망하시는 묻는 것이옵니다.”

“으음,,,,,,.”

내 말에 용호군 대장군 강일천은 신음을 했다. 내 말을 백번 양보를 해도 틀린 말이 아니라는 것을 그도 알고 있다는 증거였다.

“저는 태후마마께 약조를 드렸습니다. 어떻게 하든 태자마마를 지켜드리겠다고 약조를 드렸습니다. 그러니 지금은 제가 미덥지 않더라도 믿으셔야 합니다. 그리고 저는 지금 이 고려의 사직과 황실의 안위를 위해 움직이고 있습니다. 저를 믿으십시오.”

물론 이것은 완벽하게 진실도 또 완벽하게 거짓말도 아니다. 지금 이 순간 내 이익과 고려의 운명이 같은 배를 타고 있기에 내가 고려와 이 사직을 구하려는 거였다.

“나는 너를 믿을 수가 없다. 태후마마가 네놈에게 힘을 실어주라고 하셨지만 나는 너를 믿을 수가 없다.”

“그럼 믿지 마십시오.”

난 당돌하게 말했다.

“뭐라고?”

난 힐끗 용호군 대장군을 봤다. 눈동자를 부라리고 나를 노려보는 것이 살기를 잔뜩 머금고 있었고 또한 울화통이 치밀고 있는 그런 눈빛이었다.

한마디로 내 몇 마디에 용호군 대장군의 혈압이 상승하고 있는 거였다.‘더 약을 올리면 뒷목을 잡고 쓰러지겠네.’난 그런 생각이 들어 이제는 어쩔 수 없이 용호군 대장군 강일천이 내게 별초를 내어 줄 수밖에 없는 일격을 날려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제게 난적 정중부의 목을 벨 묘책이 있습니다.”

“뭐라고 했느냐?”

“손자병법의 36계중 18계인 금적금왕의 계가 있습니다. 난적 정중부만 잡는다면 나머지 응양군은 스스로 무너지지 않겠습니까? 또한 지금 딴 마음을 품고 있는 대장군들의 준동도 막을 수 있을 것이옵니다.”

내가 손자병법까지 말하면서 상장군 정중부의 목을 벨 계략이 있다고 하자 용호군 대장군은 조금은 놀라 나를 다시 봤다.금적금왕!적을 잡으려면 우두머리부터 잡는다.

다시 말해 적의 주력을 궤멸시키고, 그 괴수를 사로잡아 적을 와해시킨다. 어떤 면에서 보면 가장 완벽한 공격전술 중에 하나일 것이다.

‘참 그러고 보니 손자는 대단한 사람이야!’난 문뜩 그런 생각이 들었다.본명 손무(孫武)다.

자는 장경, 러안 출생이다. 제나라 사람. BC 6세기경 오나라의 왕 합려를 섬겨 절제·규율 있는 육군을 조직하게 하였다고 하며, 초·제·진 등의 나라를 굴복시켜 합려로 하여금 패자가 되게 하였다고 한다.

그가 저술하였다는 병서인 손자는 단순한 국지적인 전투의 작전서가 아니라 국가경영의 요지, 승패의 기미, 인사의 등에 이르는 내용을 다룬 책이다. 그 병법서 때문에 우리는 손무라 부르지 않고 손자로 높여 부른다.

“금적금왕이라?”

“그러하옵니다.”

내 말에 순간 용호군 대장군은 놀라 나를 봤다. 그의 눈동자에는 나를 믿고 싶다는 눈빛과 믿어지지 않는다는 눈빛이 공존하는 것 같았다.

“용호군 대장군인 나도 못하는 것을 겨우 위장인 네가 한다고? 난신 정중부가 너에게 여기 있다고 하며 목을 내어줄 것 같으냐?”

용호군 대장군 강일천은 어이가 없다는 듯 나를 보며 피식 웃었다.

“벌써 저에게 목을 내어주지 못해 안달이 나 있는 것처럼 행동하고 있습니다.”

“뭐라?”

“난적 정중부의 계략을 제가 간파하고 이용하고 있는데 어찌 지금 정중부의 목이 자신의 것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까? 그자의 목은 제 것입니다.”

난 용호군 대장군 강일천에게 말은 그렇게 했지만 마지막 순간에는 뒤로 물러날 것이다.‘목은 이의방에게 주면 되겠지.’난 문뜩 이의방의 얼굴이 떠올랐다.

“그의 계략을 간파했다?”

“그러하옵니다. 그러니 저 밖에 할 수 없는 일이옵니다.”

난 다부지게 말했다.

“그러다 네가 말한 것처럼 이 고려가 뿌리째 흔들리는 위기에 놓인다면?”

“그때는 저의 목을 베시면 되지 않습니까? 저를 호위하는 별초들이 살수로 변하면 그만이지 않습니까?”

다시 내 말에 용호군 대장군은 인상을 찡그렸다.

“알았군.”

“제가 어디 알았겠습니까? 백화가 알았지요.”

내 말에 용호군 대장군은 고개를 끄덕였다. 역시 백화는 내가 생각하는 그 이상으로 강하고 대단한 여인인 것 같았다. 그리고 그런 백화를 내 여자로 만든 나 역시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어 나도 모르게 스스로 우쭐해졌다.

“역시 사내보다 뛰어난 점이 많아.”

이건 백화를 두고 하는 말일 거다.

“그렇습니다. 의기와 충절은 어떤 무인보다 뛰어나지요.”

그 순간 백화의 표정이 살짝 굳어졌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난 또 말실수를 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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