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간웅 5권 -- >
“그리고 너는 소고기를 좀 다져서 죽으로 먹어라. 하하하!”
난 간난아이를 보며 그렇게 말하고 환하게 웃었고 순간 주모와 총부는 기겁을 했다. 평생 소고기 한 번 못 먹고 죽는 백성이 허다했다. 그런데 내가 아이에게 소고기를 먹인다고 하니 놀란 것이다.
“백화야!”
“예. 상공!”
“은병이 있는 게 있으면 다 내놓아라.”
내 말에 백화는 몸에 지니고 있는 은병과 금덩이를 내놓았다. 아마 내 사택에서 챙겨온 것 같았다.‘역시 준비성도 좋아!’난 이렇게 점점 더 백화에게 빠져 들었다. 그리고 총부와 주모는 금덩이를 보고 기겁을 했다. 그냥 딱 봐도 자신들 주려는 것이 분명하니 저러는 걸 거다.
“이걸로 우선 애 소괴기 죽이나 좀 끌이게.”
내 말에 주모는 기겁을 했다.
“저, 저희 주시는 것입니까?”
“이런 걸로 놀라나? 앞으로 자네 아들은 금 두꺼비를 가지고 놀 건데. 하하하!”
난 그렇게 말하고 백화가 내놓은 은병 3개와 금덩이를 주모에게 내밀었다.
“정, 정말 그렇게 되는 것이옵니까?”
“물론이지.”
그러자 총부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어린 나를 보며 큰절을 했다.
“이 은혜는 절대 잊지 않겠습니다. 위장 나리!”
이 순간 나는 이들의 은인이 됐다.‘힘쓰는 일을 시키면 딱 이겠군.’난 그런 생각을 하며 쫙 벌어진 총부의 어깨를 봤다.
“일이 잘못되면 같이 목이 잘리는 일이야!”
“목이 잘려도 은혜는 은혜입죠. 어디 위험하지 않는 일이 어디에 있겠습니까? 평생 주인으로 모시겠습니다.”
“평생 주인으로?”
“그렇습니다. 저를 장군으로 만들어 주신 다는데 그럼 그보다 더 높은 자리를 앉으실 것이 아니옵니까? 저의 평생 주인님으로 모시겠습니다.”
역시 총부는 사람 보는 눈이 있었다. 그리고 배신을 할 눈빛은 아니었다.
“하하하! 좋구나! 그래 좋아! 어디 우리 한 번 같이 팔자를 고쳐보자.”
난 그렇게 그들에게 좋은 이야기만 해줬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실패를 하게 되면 모두 다 목이 잘릴 것이 분명했다.‘고소득에는 위험이 큰 법이지.’난 그렇게 생각을 하며 닭다리 하나를 뜯었다.
“하하하! 참으로 만나다.”
난 그렇게 말하며 크게 웃었다. 이제 모든 준비는 끝이 난 것이다. 그리고 나는 듬직한 부하 하나를 얻게 됐다.
총부!이영진!그는 역사에 기록된 것과 다른 삶을 살게 될 것이다. 나로 인해 말이다.
사실 내가 태자에게 젖을 먹일 생각을 한 것은 예전에 살아서 구질구질하게 살 때 본 한 장의 그림 때문이다. 그때는 참 어리석고 무지하고 세상 물정을 모르는 40먹은 노총각에 비루한 인생이었다.
배고픔보다 지식이 고프고 교양이 더 고파하는 철부지였다. 아마 나이를 똥구멍으로 처먹은 놈이었을 것이다. 그런데 그때 본 루벤스의 그림이 이렇게 내게 도움이 될 줄은 몰랐다.
‘루벤스에게 고마워해야겠어.’난 닭다리를 뜯으며 씩 웃었다.루벤스!독일 베스트팔렌 지겐 출생의 화가다.
아버지가 정치적인 이유로 지겐으로 피해 있을 때 그곳에서 태어났다. 아버지가 죽자 10세 때 가족과 함께 고향인 안트베르펜으로 돌아와 라틴어 학교에 다녔다.
3년 뒤 14세에 알랭 백작부인의 시동이 되어 귀족사회의 습속을 익혔고, 화가가 될 뜻을 세웠다. 15세 때 A.노르트(1562∼1641), O.베니우스(1556∼1629) 등에게 그림을 배운 뒤 21세 때인 1598년 당당히 안트베르펜화가조합에 등록, 23세 때인 1600년에 이탈리아 유학의 꿈을 실현시켰다.
이탈리아에 머무는 8년 동안 베네치아·로마 등지에서 고대미술과 르네상스의 거장들의 작품을 연구하고 당시 이탈리아의 바로크화가인 M.카라바조와 카라치파(派)의 영향을 받아 장족의 발전을 이루어 차차 명성을 얻는 한편, 만토바공(公)의 인정을 받아 그의 사절로서 외교적 사명을 띠고 에스파냐로 여행하였다. 1608년 어머니가 위독하다는 소식을 듣고 고향에 왔을 때 이미 어머니가 운명한 뒤였으나, 그는 플랑드르 제일의 화가로서 고향 사람들의 환영을 받았다.
1609년 플랑드르 총독 알브레흐트 대공의 궁정화가가 되었고, 10월에는 명문 집안의 딸 이사벨라 브란트와 결혼하였다. 그 뒤로는 날로 높아가는 명성과 많은 제자들에게 둘러싸여 루벤스 특유의 화려하고 장대한 예술을 펼쳐나갔다.
역사화·종교화를 비롯하여 많은 종류의 제재를 작품화하였는데, 파리의 뤽상부르궁전의 21면으로 이루어진 연작 대 벽화 마리 드 메디시스의 생애는 그의 기념비적 작품으로, 루벤스 예술의 모든 특질을 담고 있으며 바로크회화의 집대성이라 할 수 있다. 현란한 그의 작품은 감각적이고 관능적이며 밝게 타오르는 듯한 색채와 웅대한 구도가 어울려 생기가 넘친다.
외교관으로서도 활약하였으며 원만하고 따뜻한 인품으로 말미암아 유럽 각국 왕들의 존경과 사랑을 받았다.1626년 아내 이사벨라가 죽은 후, 1630년 16세의 엘레나 푸르망과 재혼하였다.
1640년 팔의 통풍이 심장에까지 번져 안트베르펜에서 죽었다. 그리고 내가 본 것은 그의 그림 중 현대에서 가장 많이 회자되는 노인과 여인이라는 작품이다. 감옥에 갇힌 노인이 두 손이 묵인 채 젊은 여자의 젖통을 한 없이 빠는 그림. 어찌 보면 그 그림은 무척이나 야하고 음탕해 보일 것이다. 그런데 가만히 보면 그 노인의 손이 뒤로 묶여 있는 것이 보일 것이다. 그리고 그 때부터 그 그림이 어떤 의미를 닮고 있을 지 생각하게 만든다.
그리고 그 그림을 보고 처음 사람들은 추한 노인네의 정염의 에로이카로 느끼게 된다. 하지만 조금 시간을 두고 보면 왠지 슬픈 마음이 자신도 모르게 들기 시작을 한다. 그리고 그런 이유는 보는 사람들이 조금씩 그림에 숨겨진 진실을 보게 되는 것이다. 아마 내 기억이 맞는다면 루벤스의 노인과 여인이라는 그림은 푸에르토리코 국립미술관 정문에 걸려 있을 것이다. 그런데 왜 그 그림이 그런 국립미술관에 걸려 있을까? 그림에 대한 아무 설명도 없이 그렇게 보기에 외설스러운 그림이 말이다.
나 역시 그때 그림 밑에 있는 설명을 보고 그런 생각이 들었다.‘저런 그림이 왜 국립 미술관에 걸려 있는 거야!’하지만 그 이유를 알고 나면 역시 진실과 외설 그리고 숨겨진 그 무엇인가가 있다는 생각을 하게 만든다. 그리고 난 그때부터 무엇인가를 보는 눈이 달라졌다.
아마 내가 죽기 일주일 전일 거다. 이런 일이 있으려고 그런 그림을 내가 현실에서 봤을 것이다.
그림에 대해 잠깐 설명을 하면 그 감옥에 갇힌 노인은 푸에르토리코의 자유와 독립을 위해 투쟁한 애국투사라는 거였다.독재정권이 이 노인을 체포 구금하여 가장 잔혹한 형벌인 음식물을 주는 것을 금했다.
한 마디로 지금 정중부가 태자를 굶겨 죽이려는 것처럼 보이려는 형벌과 같은 것이다. 그리고 그 노인은 그 형벌을 받고 굶주림으로 서서히 죽어가고 있었다. 정말 참담한 죽음이 노인에게 기다리는 걸 거다. 그리고 그 노인에게는 하나밖에 없는 딸이 있었다. 그리고 그 딸에게는 굶어 죽어가는 부친의 마지막 임종을 지켜볼 수 있도록 허락이 됐다.
아마 독재 정권도 애국지사를 굶겨죽이는 것에 신경이 많이 쓰인 것 같다. 그리고 국민들의 눈치도 많이 본 게 분명할 거다.뭐 어떻게든 노인은 그렇게 굶어죽기 일보직전이었다.
결국 독재정권은 마지막 아량을 베푼 거였다.그리고 그의 딸은 해산 한지 얼마 안 되는 딸이었다. 그리고 그 딸은 무언가 결심을 한 듯 자신이 낳은 자식에게 젖을 물리지 않았다.
그렇게 딸은 마지막 아버지의 모습을 보기위해 감옥으로 가서 피골이 상접해 죽음의 사경을 헤매는 아버지를 본 딸은 분노 하며 눈물을 흘릴 겨를도 없이 해산을 한 딸은 부끄러움도 없이 가슴을 열고 젖가슴을 아버지의 입에 물렸다. 그리고 노인은 굶주림 때문에 딸의 젖 한 모금을 먹고 끝내 딸의 품에 숨을 거뒀다는 이야기가 진실이 되는 바로 루벤스의 노인과 여인의 그림이 내가 이런 계략을 짜게 영감을 줬다.그리고 얼마 되지 않아 굶주림에 지쳐 죽은 아버지의 죽음을 보고 그 딸은 통곡을 했고 그 거친 통곡이 독립의 불씨가 되고 함성이 된 것은 당연한 일일 거다.
무엇이든 마지막 순간 여자가 움직이면 모든 것에 불씨가 되는 것이다. 이건 사람이 눈으로 보는 것만 믿어서는 안 되고 숨겨진 진실이 있다는 것을 내게 알려준 좋은 예였다.
그리고 그것을 난 지금 이 고려시대에 와서 응용하는 거였다.그리고 그녀의 젖이 푸에르토리코의 독립의 씨앗이 되었든 이 주모의 젖은 상장군 정중부의 목을 저잣거리에 거는 시발점이 될 것이다.
나는 그리고 역심을 품은 정중부를 다시 한 번 용서하지 않겠다는 생각을 품었다. ‘황제만 내 뜻에 맞는 자를 세우는 것이 이제 중요한 것이 아니야!’난 나도 모르게 주모를 보며 어금니를 꽉 깨물었다.
내 편하게 놀고먹고 편히 살려는 인생에 훼방을 놓는 상장군 정중부의 목까지 나는 이 순간 원하고 있었다. 물론 그것은 역사를 거스르는 일일 것이다. 하지만 역사를 거슬러도 내 안락을 위한 삶에 방해가 되는 존재라면 반드시 제거를 할 것이다.
‘정중부! 네 목을 저잣거리에 걸어주지.’난 다시 한 번 다짐을 했다. 그리고 그러기 위해서는 또 다시 몇 가지를 준비해야했다. 하지만 우선 제일 중요한 것은 굶주린 태자에게 젖을 먹이는 거다.
“이제 거하게 먹었으면 내 집으로 가자!”
내 말에 총부도 알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장사는 어떻게 하고요?”
역시 이래서 여자다.
“지금 장사가 중요한가?”
그리고 처음으로 총부는 자신의 마누라 앞에서 목소리를 높였다. 이래서 남자는 스스로 출세를 해야 하는 것이다. 마누라 덕을 보며 살면 공처가가 될 수밖에 없다.
“하지만 그래도,,,,,,.”
“당장 문 걸어 잠그고 일어나!”
총부가 크게 소리를 치자 주모는 알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이제 이 집에도 남자가 바로 서는 것이다. 그렇게 나와 주모 그리고 총부까지 내 사택으로 발걸음을 재촉했다. 물론 백화는 지금 궁으로 들어갔다.상궁의 옷이 필요하니 내가 시킨 거였다.
“앞으로 자네들이 당분간 지낼 집이네.”
내 고래 등 같은 사택을 보고 입이 쩍 벌어졌다. 그리고 총부는 나를 잘 따라왔다는 눈빛을 보였다.
“오셨습니까? 주인마님!”
억세가 나를 보자 바로 허리를 굽혔다.
“흥선이 놈은 사고를 안 쳤던가?”
이 집에 들어오면 제일 걱정이 되는 것이 흥선이 무슨 사고를 또 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었다.
“예. 도련님은 낚시 삼매경에 빠져 있습니다.”
난 억세의 말에 고개를 돌려 연못을 봤다. 그런데 흥선의 옆에 내 다른 골칫거리라고 할 수 있는 만적이 같이 연못에 낚싯대를 넣고 차분히 앉아 있었다.‘저놈 둘 같이 뭉쳐 있으면 안 되는데,,,,,,.’난 문뜩 그런 생각이 들었다.
흥선은 어린 환관이거나 다른 신분을 가지고 있는 게 분명했다. 그리고 다른 신분이라면 분명 글을 알고 학문을 했을 것이다.그런 흥선의 옆에서 만적이 이런저런 이야기를 듣고 글을 배우게 되면 세상의 이치를 깨우치게 된다.
그럼 정말 훗날 노비 해방군의 사령관인 만적이 되는 것이다.난 그런 생각이 들어 억세를 노려봤다.
“아무리 내 창고에 쌀이 썩어난다고 해도 일하지 않는 자를 먹일 만큼 넉넉하지는 않다.”
난 억세를 보며 화를 냈고 억세도 그렇다는 표정을 지었다.
“예. 지당하신 말씀이십니다. 도련님이 하도 저렇게 하셔서 제가 뭐라 하지를 못했습니다.”
“이제 내가 왔으니 일을 시켜! 자식이 저렇게 한량처럼 놀기만 하면 커서 불한당만 될 뿐이야! 일을 시켜! 사람 구실을 하게.”
난 괜한 생각에 다시 억세에게 화를 냈다.
“예. 여부가 있겠습니까? 알겠습니다. 주인마님!”
그리고 억세는 다급하게 만적에게 달려갔다. 그리고 흥선에게 뭔가 말을 하고 만적을 데리고 내 앞에 왔다.그리고 난 만적을 노려봤다.
“너는 일도 하지 않고 그렇게 신선노름이냐?”
“일은 다 했습니다.”
만적은 내게 일을 다 했다고 당당히 말했다.
“일을 다 해?”
“그렇습니다. 아비가 시킨 뒷간도 다 치웠습니다.”
당당하게 말하는 것이 역시 싹이 보이는 놈이었다.
“그래?”
“그렇습니다. 다 했습니다.”
“그럼 앞으로 저기 장작을 500개를 패고 네 하고 싶은 일을 해라!”
순간 난 콩쥐팥쥐의 팥쥐 엄마가 되기로 결심을 했다. 아이가 장작 500개를 팬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었다.
“그 일만 다 하면 제가 무엇을 하든 해도 되는 것입니까?”
“그래. 일하지 않는 자는 먹지도 말라고 했다.”
난 흥선이 들으라는 듯 소리를 질렀고 흥선은 내 말을 들었는지 인상을 찡그렸다. 아마 속으로는 밴댕이 알맹이딱지라고 했을 게 분명했다. 그렇다고 흥선에게 만적 비슷하게 대할 수는 없었다.
이상하게 자꾸 난 흥선에게 마음이 가니 말이다.'꼭 내 자식 같은 생각이 든단 말이야! 젠장!'난 나도 모르게 흥선을 보며 인상을 찡그렸다. 만약 제일 처음 만적을 봤으면 만적에게 그런 마음이 같을 것이다.
아마 이건 내가 현실세계에서 무척이나 외롭게 살았기 때문일지도 몰랐다. 하여튼 자꾸 흥선에게 난 마음이 그렇게 갔다.
“맞습니다. 일을 해야죠. 암 옳으신 말씀입니다.”
억세는 자기 아들에게 불호령이 더 떨어질까 봐 내 말에 옳다고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
“예. 일을 하겠습니다. 그 대신 일을 하고 나서는 제가 무엇을 하든 상관하시지 마십시오. 주인마님!”
처음 내가 무서워 아비의 뒤에 숨었던 그 만적은 사라지고 없는 듯 했다. 그와 동시에 난 힐끗 흥선을 봤다.‘저 놈이 만적의 머리에 뭘 또 주입시킨 거야!’이렇게 만적이 행동을 한 것은 분명 흥선의 영향일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놈! 주인마님 앞에서 못 하는 소리가 없구나!”
억세는 당돌한 만적의 머리를 쥐어박으며 말했다.
“아야!”
그리고 억세는 나를 다시 보고 정말 죄인이 된 사람처럼 한 없이 죄송한 눈빛으로 나를 봤다. 이래서 남의 밥을 얻어먹고 살면 이렇게 사람이 작아지는 것이다.
“아니다. 옳은 소리를 했다. 일을 다 하면 뭐든 해도 좋다. 그래 그렇게 해라. 단!”
난 만적을 노려봤다.
“예. 주인마님!”
“네놈 손으로 직접 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다 하지 못하면 잠도 자지 못할 것이다.”
그 순간 억세의 눈빛은 절망에 가깝게 변했다. 사실 아이가 할 수 있는 일이 분명 아니었다. 그러니 억세가 저런 표정을 지은 거였다.
“예. 알겠습니다. 스스로 하겠습니다.”
만적은 그렇게 말하고 내게 허리를 굽혀 인사를 하고 돌아섰다. 그리고 다시 흥선에게 다가갔다. 그리고 마치 둘은 약속이라도 한 듯 내 집 뒤 장작을 쌓아놓은 곳으로 갔다.‘젠장! 일은 만적이 하더라도 저 흥선의 입도 막아야 하는데,,,,,,.’난 문뜩 그런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흥선이 내가 말을 한다고 들을 놈은 절대 아닐 것이다. 그래도 흥선은 고집도 있고 꾀도 있고 또 숨겨진 신분도 있으니 말이다. 그리고 자구 흥선에게 정이 가는 내 마음도 흥선에게 어찌하지 못하는 이유 중 하나였다.
“억세!”
“예. 주인마님!”
“내가 서운한가?”
“아, 아닙니다.”
하지만 눈빛은 역시 서운한 것 같았다."잘 듣게."
"예. 주인마님!"
"양인이 글을 배우면 출세를 할 수 있겠지만 명을 재촉할 수도 있어.”
내 말에 억세는 내가 왜 그렇게 만적에게 모질게 대했는지 알았다는 눈빛으로 나를 봤다.
“자네는 양민이네. 그리고 언젠가는 이 집을 떠나게 될 거야! 그럼 만적이 무엇이 될 것 같나?”
“무, 무슨 말씀이십니까?”
“비록 내게 한 재산 받아 나가겠지만 재물이야 금방 없어지는 것이야. 그러니 만적은 돈을 벌거나 출세를 하기위해 자신의 재주를 뽐내게 될 것이네. 그럼 좋게 풀릴 수도 있지만 대부분은 위험한 일에 휘말리게 되네. 양민이 글을 알고 재주를 익히는 것은 절대 이롭지 않아.”
내 말에 억세도 그렇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